[비하인드 스토리] 이빙 편-제3회: 산을 뚫어 물길을 내다
(사진설명: 멀리 보이는 도강언과 이빙 부자의 동상)
제3회 산을 뚫어 물길을 내다
이빙은 세밀한 조사를 통해 호두암(虎頭岩)과 연결된 바위산 이퇴(離堆)산을 개착하기로 결정했다. 이퇴산만 개착하면 내강의 맑은 물은 바위산을 지난 후 그물 모양의 수로를 통해 넓은 벌판 곳곳으로 흘러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퇴산은 곳곳에 바위가 박혀 그 바위산을 뚫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공사진도는 아주 늦어서 16살의 이랑이 20살이 되도록 이퇴산에는 개착한 흔적이 거의 없었고 이퇴산은 여전히 내강의 흐름을 막아서 있었다.
그 날, 이랑은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호미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보고 있었다. 개착 연장은 이렇게 빈번하게 교체하지만 공사는 여전히 그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볼이 부은 이랑은 바위에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흰 수염이 내 배꼽까지 자라도 산을 다 뚫지 못하겠다. 부친께서는 나를 총명하다 하셨는데 산 하나 뚫지 못하니 뭐가 총명하지?”
“구구구, 구구구, 구구구…”
갑자기 누군가 어디서 병아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 이빙은 머리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아낙네가 쌀을 바닥에 뿌리며 병아리와 오리새끼들을 닭장으로 불러 들이고 있었다. 이랑은 뾰족한 부리를 가진 병아리는 바위 틈에 떨어진 쌀알을 쪼아 먹지만 넓적한 주둥이를 가진 오리는 먹지도 못하고 조바심만 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던 이랑은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하고 대장간으로 달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뾰족한 호미를 만들어 주세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한 대장장이가 물었다.
“뾰족한 호미라니요?”
“병아리의 부리처럼 뾰족한 호미를 만들어 주세요.”
그제야 대장장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 들고 즉시 뾰족한 호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장장이가 호미를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랑은 쇠가 불 속에 들어가자 붉어지며 부드러워지고 그 쇠를 두드리자 많은 쇠 부스러기가 나온 후 물에 담그니 다시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랑은 느낀 바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했다.
“바위를 불에 달구었다가 찬 물을 끼얹으면 물러져서 쉽게 바위산을 뚫을 수 있겠다.”
이랑이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대장장이가 뾰족한 호미를 다 만들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물에 담갔다가 이랑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바위산을 뚫으려 하는 거지요? 일반 호미보다 이 뾰족한 호미로는 단단한 땅을 잘 팔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랑은 대장장이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돈을 주고는 새로 만든 연장을 메고 이퇴산으로 달려갔다. 이랑이 새로 만든 뾰족한 연장을 바위 틈에 넣어 들어 올리니 호미보다 훨씬 쉽고 빨리 바위를 깰 수 있었다.
이랑은 즉시 사람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잠깐 쉬면서 부서진 호미들을 전부 대장간에 가져다 이렇게 뾰족한 연장으로 다시 만드세요.”
일부 사람들이 호미를 메고 대장간으로 가자 이랑은 남은 사람들에게 또 이렇게 지시했다.
“산에 가서 마른 풀이나 나뭇잎을 가져오고 강가에 가서 물도 길어오세요.”
사람들이 의아해서 물었다.
“땔감과 물을 해서 어디에 쓰려구요?’
“바위에 불을 지펴 뜨겁게 달구었다가 물을 끼얹으면 바위가 쉽게 부서질 것입니다.”
그제서야 인부들은 무슨 말인지 알고 분분히 이랑의 분부를 따랐다. 그들은 바위를 불로 달군 후 찬 물을 끼얹어 식힌 후 끝이 뾰족한 연장으로 바위를 쪼개고 바위 틈에 연장을 넣어 들어 올리며 바위산을 뚫었다. 과연 바위산 개착에 속도가 붙었다.
한편 이빙은 이퇴산을 뚫는 공사를 아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삽을 메고 사람들과 함께 수로를 내러 갔다. 이랑이 이퇴산을 다 뚫자 이빙도 벌판에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뻗은 수로를 다 뺐다.
이빙 부자와 인부들은 14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끝내 세계적인 걸작 도강언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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