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文篇---自我省察

채소’, ‘야채’, ‘푸성귀’를 다듬다는 말에서 얻은 깨달음

一字師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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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야채’, ‘푸성귀를 다듬다는 말에서 얻은 깨달음

 

: 마름 능(릉) - 1. 마름(바늘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의 수초) 2. 수초(水草: 물속이나 물가에 자라는 풀)의 이름

: 나물 소 – 1. 나물(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 이것을 양념하여 무친 음식) 2. 푸성귀

: 원, 울, 나라 동산 원, 막힐 울. - 1. 나라 동산(울타리를 쳐 짐승, 나무를 키우는 곳) 2. 동산(큰 집의 정원에 만들어 놓은 작은 산이나 숲)

 

“菱蔬苑(능소원 : 채소를 다듬는 곳)”

요즘 성남 데이터센터 화재이후, 나는 이전에 가입해 두었던 구글 블로그 스팟을 개설하면서 블로그 이름을 “菱蔬苑(능소원 : 채소를 다듬는 곳)이라고 지었다. 즉 채소를 다듬어 요리를 만든다는 뜻인데, 그 은어적(隱語的)인 말뜻을 다시 풀이하면 글을 다듬어 좋은 문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포부는 웅장(雄壯)하나 실천이 따라갈지 미지수이다. 아무튼 이 문제는 먼 훗날의 일이라 여기서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짐짓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채소(菜蔬)’와 ‘야채(野菜)’가 비슷한말(類義語)은 아니다. 다만, ‘채소’와 ‘야채’는 넘나들어 쓰일 수 있겠다.

 

채소(菜蔬) :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한다. 보리나 밀 따위의 곡류는 제외한다. =남새.

 

무공해 채소, 채소를 가꾸다, 채소를 심다, 채소를 다듬다, 푸른 채소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밭과 깊게 쟁기질해 놓은 논과….‘박완서(朴婉緖), 도시의 흉년’, 술과 기름진 음식에 식상해 있다가 신선한 채소와 산채로만 된 밥을 먹어 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김성동, 만다라”

 

야채(野菜) :

1.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2. ‘채소(菜蔬)’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야채 장수, 신선한 야채,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철이 아닐 때에도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어 좋은데요. “황순원(黃順元), 신들의 주사위”

 

푸성귀[菜蔬]의 어원 : 사람이 가꾸거나 저절로 자라난 온갖 채소와 나물.【“석보상절(1447)”]풀의 어원이다.[ㅂ·ㄹ;草]+[ㄷ·ㄹ;草]+[ㄱ·ㄹ;草]->[부덜구리->푸전구이->푸선귀->푸성귀;菜蔬]

 

1 • 푸성귀를 다듬다. 2 • 채전을 일궈 푸성귀를 따다 먹는 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자 소일거리였다. 3 • 집 근처 밭에 푸성귀를 심어 먹었다.

 

그들이 그동안 입에 넣은 것들은 날감자와 푸성귀와 밀 이삭 따위들뿐이었다. ‘홍성원, 육이오’

 

잘못쓰기 쉬운 우리말

봄나물이 참 맛있다. 입맛 돋우는 데는 봄나물이 최고라고 한다. 먼저, '나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1.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사리, 도라지, 두릅, 냉이 따위다. 2.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도 나물이다.

 

'봄나물'은 "봄에 산이나 들에 돋아나는 나물"을 말한다. '남새'는 "채소"(菜蔬)를 뜻하며, '채소'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로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으로 하는 식물을 말한다.

 

'채소'를 '소채'(蔬菜)라고도 한다. '소채'는 "심어서 가꾸는 온갖 푸성귀와 나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채소'로 다듬었다. '채소'를 '야채'라고도 하는데, 야채(野菜)는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을 뜻하는 일본어투 낱말이다.

 

반면, '푸새'는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은 '푸성귀'이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푸른 잎은,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뜯어서 모아놓은 것도 있고, 먹거나 팔기 위해 밭에서 일부러 길러 가져온 것도 있다. 이 두 가지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낱말이 뭘까? 앞에 나온 대로 '푸성귀'이다.

 

앞으로는 한자말인 '채소'나 일본어 찌꺼기인 '야채' 대신에, 아름다운 우리말인 '푸성귀'를 쓰자. '남새'와 '푸새'를 적절하게 쓰셔도 좋고 …….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곁들겠다. '들꽃'을 '야생화(野生花)'라고 하는데, '야생화'도 일본어투 낱말이다.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야채'와 '야생화'를 다듬지는 않았지만, 누가 뭐래도, '야채'보다는 '나물'이나 '푸성귀'가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더 좋지 않을까?

 

남새와 푸성귀 그리고 채소와 야채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올라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더러는 매우 큰 소리로 떠들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어쩔 수 없이 그러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목소리도 왜 그리 큰지 모르겠다.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지만 듣고 있는 수밖엔 없다. 아무리 길어봐야 일이 분이면 끝나는 일 아닌가?

 

암튼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 길인데 그중 누군가가 야채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을 먹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다른 누군가가 야채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채소라야 한다고 아는 체를 했다. 그러자 또 다른 누군가가 여태 몰랐는데 정말이냐고 묻는다. 그러다 일층에 닿아서 다들 밥 먹을 곳을 찾아 흩어지는데, 나는 방금 그 사람이 일본말을 공부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밥을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아 ‘野菜(야채)’, ‘菜蔬(채소)’ 그리고 ‘蔬菜(소채)’를 검색어 삼아 고전번역원의 자료집을 톺아봤다. 야채란 말이 173개, 채소란 말이 145개 그리고 소채란 말이 437개 나타났다.

 

다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어떻게 풀어놓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야채는 채소란 뜻과 들나물이란 뜻이라고 풀고 있다. 채소의 풀이를 보자면 길러먹는 나물로 해석이 된다. 그리고 소채를 찾았더니 ‘채소로 순화’하라고 해 놓았다. 즉 소채는 바른 우리말이 아니니 채소로 다듬으란 뜻으로 읽혔다. ‘순화’라는 낱말을 굳이 사전에서 찾으니 표제어가 한둘이 아니다. 그 가운데 정확히 어떤 순화가 내가 찾는 순화인지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아무래도 ‘다듬기, 바루기, 거르기, 고치기’와 비슷한 뜻으로 썼지 싶어 나로선 ‘다듬기’를 추켜들었다.

 

다음 중국어사전(中國語辭典)을 찾아보았다. 여기선 채소와 소채를 한 낱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말에서 쓰는 잦기로 보자면 ‘소채’가 훨씬 잦게 나타난다. 그 뜻은 조리를 해먹을 수 있는 푸성귀를 말한다. 심은 것이냐 절로 자란 것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야채’는 ‘사람이 기르지 않은 것’이라고 못을 박았으니 우리네 ‘산나물’이나 ‘들나물’에 해당하는 낱말이다.

 

마지막 일본어사전(日本語辭典)도 확인해보았다. 보니, 일본 사람들의 ‘야채’는 사람이 기른 것이든 아니든 먹거리에 동원되는 온갖 푸성귀를 말한다. 그 다음 ‘채소’나 ‘소채’의 설명으로 ‘야채’라고 하고 있으니 이 세 낱말이 다 같은 뜻임을 알겠다. 다만 이들은 ‘채소’나 ‘소채’란 낱말을 많이 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상을 근거로 우리말을 정리해보자. 첫째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이 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감이 있다. 먼저 ‘소채’란 한자말은 조상들이 ‘야채’나 ‘채소’보다 훨씬 잦게 사용했던 낱말인데, 무슨 근거로 우리말이 아니라고 지레 못을 박아 버리고선 ‘채소’로 바루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음 ‘야채’의 풀이를 굳이 둘로 나누어 놓을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다. 두 뜻으로 다 쓰인다면 차라리 일본처럼 모든 푸성귀를 말한다고 설명했으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첫 번째 뜻은 들나물이고 두 번째 뜻은 채소라고 해놓았으니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의 한문 자료들을 봐도 두 가지 뜻으로 다 썼음이 분명하다. 그럼 일본처럼 하나로 설명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표준말과 비슷하게 쓰는 말에 대종말이란 게 있다. 즉 더 자주 쓰는 말로서 대종말 말이다. 그렇다면 소채가 채소를 누르고 표준말로 등극해야 하지 않았을까? 소채를 버린 근거가 혹시 중국에서 많이 쓰고 일본서 적게 쓰는 탓에 버려야 할 말로 여겼을까? 국립국어원(國立國語院)의 관련자한테서 답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각 나라의 사전들을 통하면, 중국선 소채=채소≥야채, 일본선 야채=채소=소채 그리고 한국선 야채≥채소≠소채와 같은 식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한자 쓰임으로 보자면 채소와 소채는 같은 말이었다.

 

즉 우리네 푸새엣것을 일본 사람들은 ‘야사이’ 곧 ‘야채’라고 함을 알았다. 그런데 우리네는 야채란 말도 쓰고 채소란 말도 쓴다. 그래서 처음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채소는 우리말 야채는 일본말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사전의 ‘야채’나 일본말 ‘야사이’는 그 쓰임이 같지 않은가. 바로 우리 토박이말 푸성귀란 뜻으로 쓰임이 아닌가? 푸성귀는 온갖 나물을 일컬으니 일본의 야사이와 우리의 야채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남새’가 또 있다. 이 남새는 길러먹는 푸성귀를 말한다. 우리가 굳이 ‘채소’라고 해야 한다는 그게 바로 남새이다. 이제는 이 말을 찾으면 채소의 북한말이라고 하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로 별로 쓰이지 않는 말이다. 그래도 남새밭이란 말은 가끔 들어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채소니 야채를 다 버리고, 남새와 푸성귀로 바루어 봄이 어떠한가? 국어사전에서 야채를 찾으면 ‘푸성귀로 다듬음’, 그리고 채소나 소채를 찾으면 ‘남새로 다듬음’이란 풀이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채소보다는 푸성귀나 남새 우리말 표준어 삼기 노력을

야채(野菜)란 말을 사용하는 것을 우려해 채소가 표준말이라고 주장하는 독자칼럼(11일치 22면)을 읽었다. 채소(菜蔬)가 표준말인 것은 한자어를 표준어로 삼은 까닭이다.

 

야채는 일본식 말이므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채소(菜蔬)는 한자어다. 그렇다면 본래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던 말은 무엇일까?

 

푸성귀란 사람이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푸새란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란 풀을 말한다. 푸성귀와 푸새는 같은 의미라고 본다. 남새란 무·배추·상추·마늘·고추 따위 등 사람이 심어서 가꾸는 나물이며, 나물은 남새와 같은 뜻이다.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던 푸성귀나 푸새, 나물과 남새는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자연산(自然産)이나 인공산(人工産)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널리 사용하는 ‘채소’는 분명 한자어이고, 표준말이지만 표준말로 정했기 때문에 순 우리말을 버리고, 채소란 말을 사용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우리말은 금세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언어의 명수인 우리 블로거들도 한자말의 표준어(標準語)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순 우리말을 되찾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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