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주공단 편-제3회: 예악의 창시자
(사진설명: 주공단의 사당 일각)
3. 예악의 창시자
밤안개가 자욱하고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 주공 단은 촛불 아래서 <주역(周易)>의 효사(爻辭)를 쓰고 있었다.
성왕이 친정하면서 주공 단은 섭정 왕에서 신하의 신분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성왕에게 충성하고 근면하게 일했다. 그는 조정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죽간을 들고 부친이 쓴 <주역>을 읽고 연구했다. 그리고 밤이면 촛불을 켜고 <주역>의 독후감을 썼다. 그는 효사를 쓰면서 시종 “사람이 되는 이치란 인과 의이다”라는 자신의 인의(仁義) 관을 관철했다. 그는 또 당시 사회생활의 정경을 <주역>의 효사에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주문왕에 이어 주공 단도 <주역> 저자의 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날 밤, 효사를 다 쓴 주공 단은 졸음이 쏟아지고 눈꺼풀이 내려와 바닥에 쓰러져 잠들었다. 이 때 주공 단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셋째 형 관숙이 눈을 부릅뜨고 흉악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주공 단은 급히 마주 나아가서 불렀다.
“형님, 오셨습니까?”
“넌 내가 네 형인 줄은 아느냐? 큰 형님이 죽고 둘째 형님도 죽었으면 그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니냐? 나는 천하를 가질 수 없단 말이냐? 형종제급(兄終弟及)제도를 너는 모르냐? 네가 무엇인데 나를 죽이고, 나의 계승권을 박탈하고 젖내도 가시지 않은 어린이에게 왕위를 주었단 말이냐? 너 혼자만을 위한 선택이었지? 네가 섭정 왕이니 대권을 장악한 너는 사실상 천자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 내가 왔다. 나는 죽어도 이해되지 않아서 너를 찾아왔다. 네 목숨을 내놓거라!”
관숙은 말을 마치면서 뻗으면 뻗을수록 길어지는 두 팔을 뻗쳐 주공 단의 목을 조여왔다. 주공 단은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주공 단이 잠에서 깨니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고 촛농이 줄줄 흘러 내렸다. 주공 단은 아픈 가슴을 안고 이런 생각에 잠겼다.
“상 나라 때 아들이 부친의 뒤를 잇기도 하고 동생이 형의 뒤를 잇기도 하면서 왕위의 확실한 승계법이 없었기에 사회의 불안정이 백 년이나 지속되고 그 동안 9명이나 왕으로 자처하는 ‘구세의 난(九世之亂)’이 유발되었다. 주 왕조도 마찬가지이다. 승계제도가 엄밀하지 않기에 셋째 형님이 왕위를 빼앗고 천자를 배신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안 돼. 반드시 빨리 제도와 예법을 제정하고 존비귀천(尊卑貴賤)을 나누는 종법(宗法)제도와 적서장유(嫡庶長幼)를 가르는 승계제도를 발표해야지 안 그러면 골육상잔(骨肉相殘)의 비극이 계속 발생하고 나라는 또 다시 불안정해 질 것이다.”
날이 밝자 조정에 나간 주공 단은 성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께 아룁니다. 나라가 장구적으로 안정하려면 반드시 완전한 전장(典章)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 왕조의 교훈을 받아 들여 하루 속히 국가의 종법제도와 승계제도를 제정해야 합니다. 대왕께서 전담인원에게 명령을 내리시어 이 일을 완수하게 하십시오.”
성왕이 당장에서 명령을 내렸다.
“이 일은 국가의 근본이니 숙부께서 하십시오! 다른 사람은 하라고 해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왕은 주공 단이 제정한 예제(禮制)를 받아 보았다. 기복제(畿服制)와 작익제(爵謚制), 법제(法制), 적장자계승제(嫡長子繼承制) 등 여러 예제 중 성왕은 적장자계승제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 본인이 적장자인지라 성왕이 적장자계승제의 내용부터 유심히 들여다 보니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다.
주 나라 왕은 천하의 주군으로 천자(天子)라 부른다. 국가는 적장자계승제를 실행하며 왕후가 낳은 장남이 법적인 승계인이다. 천자는 대종(大宗)이고 천자의 숙부와 백부, 형제는 소종(小宗)이다. 천자의 아래에 제후가 있고 제후는 공작(公爵)과 후작(侯爵), 백작(伯爵), 자작(子爵), 남작(男爵) 등 다섯 작위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노(魯) 나라와 송(宋) 나라는 공작이고 제(齊) 나라와 진(晉) 나라는 후작, 정(鄭) 나라와 진(秦) 나라는 백작, 초(楚) 나라는 자작, 허(許) 나라는 남작이다…
예제의 내용에 만족한 성왕은 기쁜 목소리로 주공 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의례에는 무악(舞樂)이 필요합니다. 예제가 있으면 그에 어울리는 악제(樂制)도 있어야 합니다. 숙부께서 제정하십시오!”
주공 단은 또 예제에 어울리는 악제를 제정했다. 왕실과 귀족이 치르는 의례에서 상이한 무악을 선택하며 제사와 출정, 회맹, 잔치, 결혼, 장례 등 다양한 의례에도 서로 다른 무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악의 규모는 반드시 주인의 작위와 신분에 일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주 왕조의 동쪽 도읍인 낙읍이 건설되었다. 주공 단은 낙읍의 개성대전(開城大典)에 천하의 제후들을 불렀다. 대전에서 성왕은 천하의 제후들을 책봉하고 주공 단이 제정한 여러 가지 제도를 선포했다. 이로부터 주 왕조는 질서 있는 나라 지배의 시대에 진입해 국가의 크고 작은 모든 대사를 여러 가지 제도에 따라 처리했다.
주공 단의 예악 제정으로 주 왕조의 제도는 더욱 엄밀해졌으며 적서유별(嫡庶有別)과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자리를 잡고 천자의 권위는 신성하고 불가침의 자리에 올랐다. 주례(周禮)는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예의문명이었으며 이로써 중국은 세계 최초로 예의지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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