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서시 편-제2회: 스파이 훈련을 받다
(사진설명: 서시의 옛집)
제2회 스파이 훈련을 받다
옷이 날개이다. 미녀들인 서시와 정단(鄭旦)이 능라 비단 옷을 입으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다. 하얀 치마를 입은 서시는 물속에 피어난 부용 같았고 붉은 치마의 정단은 하늘가에 피어난 살구꽃을 방불케 했다. 화용월태의 눈부신 두 미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그들이 휘장을 겹겹이 두른 마차를 타고 회계성 밖에 이르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미인을 보고자 달려 나왔다.
그러자 범려는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서시와 정단을 관사(官舍)에 머물게 하고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미인을 보려면 내일 다시 오거라. 돈 10도(刀)를 내야 미인을 볼 수 있다.”
돈을 버는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서시와 정단이 높은 단 위에 올라서니 옷깃이 바람에 날려 마치 상아(嫦娥)가 달나라에서 내려온 듯, 직녀(織女)가 속세에 내린 듯 황홀했다. 단 아래에 모인 사람들은 꿈에 취한 듯 두 미녀에게 정신을 빼앗겼고 범려가 준비한 돈궤에는 돈이 끝없이 쌓이고 쌓였다.
서시는 “나는 사람이 아니라 요괴라는 말인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키다니? 사람의 존엄이 전혀 없네”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의 통증을 느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서자 봉심(捧心), 너무 예쁘도다!”
“서자 봉심, 절묘하기 그지없도다!”
사람들의 말을 들은 서시는 가슴에서 손을 내려 난간을 잡고 바람을 마주하고 섰다. 그러자 사람들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서시를 보고 또 이렇게 외쳤다.
“이마를 찌푸린 듯 아닌 듯, 슬픔에 빠진 듯 아닌 듯, 바람을 마주하고 눈물 어린 자태 아름답기 그지없도다! 서자 심히 절묘하도다!”
서시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해 두 줄기의 눈물이 끈 떨어진 구슬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범려는 사흘동안 서시와 정단을 사람들에게 관람시켜 많은 돈을 모았다. 그는 그 돈을 전부 국고에 입고했고 또 악사를 청해서 두 미녀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무용사를 청해서 춤을 가르치게 했으며 궁중의 전문가를 청해서는 예의범절을 가르치게 했다…
어느 하루, 서시는 관사에서 범려를 만나자 얼굴을 돌리고 빨리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범려가 서시의 손을 잡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너가 나를 미워하는 줄 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나라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너가 나를 미워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냐?”
“예쁘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라 요괴인가요? 사람들이 돈을 내고 나를 감상하게 하다니요, 나를 무엇으로 여긴거예요?”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너를 보는 걸 원하지 않아. 하지만 월나라를 위해서 너가 괴롭힘을 당하게 할 수밖에 없다.”
“나를 공물로 오 왕에게 바칠 생각이라면서 마음이 아프다구요? 오 왕에게 바쳐지는 것에 비하면 월나라 백성들에게 감상을 당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예요.”
“너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나라를 위해 기여하고 자신을 희생하는거야. 자, 이리 와 앉거라. 문종 대부가 오나라를 파하기 위해 정한 일곱 가지 계책을 알려 줄게. 그러면 너가 너의 미색을 이용해 나라를 위해 크게 기여하는 줄 알게 될거다.”
범려는 서시의 손을 잡아 대나무로 지은 건물의 계단에 앉게 했다. 그 계단도 대나무로 되어서 서시는 계단에 앉자 마음 깊이까지 서늘함을 느꼈다. 하지만 범려의 손은 아주 따뜻해 서시의 마음도 서서히 따스해지기 시작했다.
범려는 서시의 작은 손을 잡고 계속 말을 이었다.
“문종 대부는 오나라를 멸하기 위해 일곱 가지 계책을 생각해냈는데 그 첫번째 계책은 많은 돈을 갖다 주어 오나라 군주와 신하들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장이 매일 집집마다 다니며 돈을 받아가는군요. 참, 문종 대부의 이 첫번째 계책 때문에 월나라 백성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잖아요.”
“두 번째는 비싼 가격에 오나라의 식량을 사서 오나라의 곳간을 텅 비우는 것이다.”
“밑지는 장사네요? 역시 오나라에 돈을 가져다 바치는 거구요.”
“오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이익을 챙기게 하면 그들은 나라의 곳간이 텅 빈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곳간이 비면 병사들이 배를 곯을 것이고 병사들이 배를 곯으면 어떻게 싸우겠느냐?”
범려는 서시가 자신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계속 말했다.
“세 번째는 바로 미녀를 보내서 오 왕의 투지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오 왕의 투지를 어떻게 약화시키죠? 저는 그 방법을 모르는데요.”
서시가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범려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그게 바로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중점이다. 이제 스승을 청해서 너에게 어떻게 오 왕의 총애를 받으며 어떻게 오 왕이 너를 떠나기 싫어 나랏일을 생각하지 않고 군사도 훈련시키지 않도록 할지 하는 것들을 가르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 왕이 사치와 향락에 빠져 투지를 잃게 되고 그것이 바로 너가 오 왕의 곁에서 완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그 말에 서시는 역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런 방법은 배울 필요가 없어요. 이런 능력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날때부터 나고 난거죠.”
범려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시를 바라보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서시는 외모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아주 총명하고 융통성이 있다. 서시의 말이 맞다.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여자가 스스로 깨닫는거지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지.”
서시는 범려 대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월나라에서 가장 총명한 범려 대부도 멍 때릴 때가 있으신가요? 문종 대부의 일곱 가지 계책 중 이제 세 가지만 말씀하시고 아직도 네 가지 계책을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범려는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며 신음하듯 말했다.
“나머지 네 가지 계책은 너와는 무관한 계책이라 넌 몰라도 된다.”
“일곱 가지 계책 중 한 가지를 제가 시행해야 한다면 나머지 계책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 일곱 가지 계책이 각자 독립적이고 서로 관계가 없다는 말인가요? 이 일곱 가지 계책을 일괄적으로 시행하지 않고도 오나라를 성공적으로 멸할 수 있나요?”
범려가 놀라며 감탄했다.
“서시야, 너 정말 총명하구나! 내가 너를 잘못 보지 않았어. 너의 아름다움은 남달라. 아름답고 총명하고 우아하고 의연한 너의 자태는 누구도 미치지 못할 거야. 나는 너가 반드시 오나라를 격파하는 대업에서 큰 공을 세우리라 믿는다!”
“칭찬을 앞세우지 마세요. 미래는 원래 예측불가해요.”
“너의 말을 들을수록 너의 비범함을 발견하게 되는구나. 만약 너가 오 왕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그런 능력을 가진 여인이 또 있겠느냐? 좋다. 문종 대부의 다른 네 가지 계책을 알려주마. 그러면 너가 자신의 임무를 더 잘 알고 그 임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거다. 네 번째 계책은 오 왕에게 좋은 목공과 좋은 목재를 보내서 오나라가 국고를 털어 토목공사를 벌이게 하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그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되니 말이다. 다섯 번째는 오 왕에게 아첨을 일삼는 간사한 신하를 보내서 매일 감언이설만 말하게 해서 오 왕을 마취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섯 번째는 오 왕이 직언을 하는 충성스러운 신하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오른 팔 왼 팔을 잘라버리는 것이고, 일곱 번째는 우리 월나라는 부를 축적하고 군사를 훈련시키며 오나라의 국고가 거덜이 나고 백성의 힘이 소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서시는 문종 대부의 일곱 가지 계책을 다 듣고나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일곱 가지 계책을 다 알았으니 제가 해야 할 임무를 더 잘 완수할 수 있겠어요.”
범려가 주저하는 듯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오 왕 부차는 이제 30살이고 잘 생겼다. 너가 그의 곁에 오래 있으면 너가 그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너가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총명해도 머리가 뜨거워질 때가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너가 열과 성을 다 해서 오나라를 격파하는 월나라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기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구나. 너의 이 계책이 실패한다면 다른 계책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월나라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눈에 눈물이 핑 돈 서시는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미인이 노래와 춤을 다 배우고 완벽함을 갖추자 월나라는 그녀들을 비단과 보석으로 단장한 다음 오나라 궁에 보냈다. 부차는 서시를 보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짐을 느꼈다. 또 서시가 춤을 추자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꽃을 뿌리는 듯 황홀해서 부차는 더욱 서시에 매료되어 그로부터 매일 가무에 둘러싸이고 미녀들과 밤을 보내며 다시는 조정에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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