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李贄-분서焚書 유초천과 이별하며別劉肖川書
유초천1)과 이별하며別劉肖川書
‘대’(大)2)라는 글자가 그대에게 필요한 약이오. ‘대인’이 되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보호할 수 없는데, 남을 보호할 수 있겠소? 그리고 대장부라면서 남을 보호하지 못하고 거꾸로 죽을 때까지 남에게 보호를 받은 사람은 아직 없었소. 대인이란 남을 보호하는 사람이요, ‘소인’(小人)이란 남에게 보호를 받는 사람을 말하오. 대인의 식견과 역량이 보통 사람과 다른 이유는 모두 남을 보호하는 것에서 생기니, 이것이 나날이 확충되고 자라나고, 나날이 자라나고 창성하는 것이오.
만약 그저 남의 보호만 받으면,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식견과 역량이 있을 날이 없지요. 지금 사람들은 모두 남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로, 애초부터 남을 보호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요. 집안에 있으면 부모의 보호를 받고, 관직에 있으면 각 부서장의 보호를 받고, 조정의 관리가 되어 들어가면 재상에게 보호를 구하고, 변방의 장수가 되면 궁중에 보호를 구하고, 성현(聖賢)이 되려고 공자․맹자에게 보호를 구하고, 문장을 지으면 반고․사마천3)에게 보호를 구하고 있소. 이런 여러 가지 경우를 살펴보면, 모두 스스로 자기는 남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아이인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겁니다. 호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오직 남을 보호하는 것과 남에게 보호를 받는 것에서 찾을 수 있지요. (권2)
1) <예약>(豫約)에 나오는 유근성(劉近城)이 아닌가 한다.
2) 이 글의 주제를 한 글자로 개괄하면 ‘대’(大)이다. 단순히 ‘크다’는 형용사적 의미 이외에 ‘대인’(大人) 또는 ‘대인(大人)이 되다, 대인(大人)을 추구하다’ 등의 포괄적 함축적 의미로 쓰였다.
3) 《한서》(漢書)를 저술한 반고(班固)와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司馬遷)으로, 《사기》와 《한서》는 그 문장이 뛰어나서, 역사서로서 뿐만 아니라 명문(名文)으로도 일컬어진다.
卷二 書答 別劉肖川書
“大”字,公要藥也。不大,則自身不能庇,而能庇人乎?且未有丈夫漢不能庇人而終身受庇于人者也。大人者,庇人者也;小人者,庇于人者也。凡大人見識力量與眾不同者,皆從庇人而生,日充日長,日長日昌。若徒蔭于人,則終其身無有見識力量之日矣。今之人皆受庇于人者也,初不知有庇人事也。居家則庇蔭于父母,居官則庇蔭于官長,立朝則求庇蔭于宰臣,為邊帥則求庇蔭于中官,為聖賢則求庇蔭于孔、孟,為文章則求庇蔭于班、馬,種種自視,莫不皆自以為男兒,而其實則皆該子而不知也。豪傑凡民之分,只從庇人與庇蔭于人處識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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