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무협소설 소오강호 4-5 김용

一字師 2023.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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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소설 소오강호 4-5 김용

 

                                                      图片来源 | [百度云][香港][1996][笑傲江湖][吕颂贤 梁艺...

 

이 항주라고 하는 곳은 마치 찜통과 같았다. 지하 호수밑은 해가 쪼이지 않아 시원한 곳이었으나 바람이 통하지 않았고, 두번째로는 습기가 많아 그곳에 살자니 항상 노곤함이 겹쳐왔다. 영호충은 철판 위에 몸을 댄채 누워 있었고, 손만 닿으면 글자들이 짚혀 어느새 그 글자들을 마음 속에 새겨두고 있었다.

 

하루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부님과 사모님, 소사매 등은 지금쯤은 어디서 지내고 계실지 모르겠다. 화산으로 돌아가셨을까?)

 

갑자기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가볍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밥을 날라다주는 노인네의 발자국 소리는 아니었다. 그는 여러날을 이곳에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누가 자기를 구하러 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자 놀람과 기쁨이 교차되어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너무 놀랍고 반가워 몸을 침대에서 일으킬 수 없었다. 발걸음 소리는 빨라 어느새 철문 밖에 이르렀다.

문밖에서 어떤 사람이 말했다.

 

[임선생님. 요며칠간 날씨가 매우 덥군요. 그동안 몸은 편안하신지요?]

 

그 말을 듣자 영호충은 바로 흑백자임을 알았다. 만약 일개월 전에 이 사람이 나타났다면 영호충은 악독한 욕지거리를 해댔겠지만 이곳에서 여러 날을 지내는 동안 이미 화는 크게 감소되고 신중해졌다.

그는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왜 나를 임선생이라고 부를까? 감옥을 잘못 찾을 것은 아닐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백자는 말했다.

 

[단 한마디오. 내가 이개월에 한번씩 어르신을 찾아오는 것이오. 오늘은 칠월 초하루이니 내가 묻는것은 똑같은 그 한마디오.

노선생께선 도대체 허락을 하시겠읍니까?]

 

그 어조는 심히 공경스러웠다.

영호충은 속으로 웃어댔다.

 

(이 사람은 감옥을 잘못 찾아온 거야. 나를 임노선배로 알고 있으니 어쩜 저리도 멍청할까?)

 

그러나 바로 흠칫했다.

 

(매장 중에서는 흑백자가 제일 신중하다. 만약 독필옹, 단청생 같으면 잘못 들어왔을지도 몰라. 흑백자가 어지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그중에는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백자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임선생님. 당신은 일세의 영웅이신데 어찌 이 흙과 벗하고 살려고 하십니까? 만약 나의 물음에 대답만 해주시면 나는 맹세코 당신을 이곳에서 빼내리다.]

 

영호충은 가슴이 통통 마구 뛰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단서를 찾지 못했다. 흑백자가 자기에게 와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조금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흑백자의 말소리가 다시 들렸다.

 

[노선생님 끝내 대답을 안 하시깁니까?]

 

영호충은 지금이 이 생활에서 벗어나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곳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며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이유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용의를 몰랐고 대답을 잘못 했다가는 좋은 기회를 잃을까봐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흑백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임노선생님 어째서 아무 말씀도 없으십니까? 전번에 풍씨 성을 가진 자와 이곳에서 대결을 했을 때 당신께서 저의 얘기를 세형재에게 말씀을 안 하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내가 생각할 때 임선생님께서 그 시합을 하고 나신 후 그 옛날 호탕하고 자유 분방했던 일들이 마음속에 생각났으리라 생각됩니다. 밖의 천지는 그 얼마나 넓습니까? 어르신께서 이 감옥에서 나와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당신이 죽이고 싶은 자는 죽일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어르신께 대항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통쾌하고 멋지지 않나요? 당신이 나의 일에 허락만 하신다면 절대 손해를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십이년 동안 허락을 안 하십니까?]

 

영호충은 그의 말투가 매우 공경스럽자 틀림없이 그가 자기를 임씨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백자가 말하는 내용은 자기에게 어떤 일을 허락함을 요하고 있는 것이다. 영호충은 급히 그 내막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가 입을 열면 모든 것이 탄로날까봐 입을 다물어 버렸다.

흑백자는 말했다.

 

[어르신께서 이렇게 고집을 부리시니 다시 이개월 후에 또 보십시다.]

 

갑자기 그는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어르신께선 이번에 저에게 욕지거리를 안 하시니 어느 정도 진전된 것 같군요. 이 두달동안 어르신께선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영호충은 황급히 일어났다. 그는 이번에 가면 두달 후에나 올 것이다. 이곳은 하루가 일개월 같은데 어떻게 이개월을 기다리겠는가? 그는 몇발자국 옮긴뒤 목소리를 누르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는 나에게 무슨 일을 구하는가?]

 

흑백자는 몸을 돌려 다시 철문 앞에 와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대답을 하시겠읍니까?]

 

영호충은 몸을 돌려 벽쪽을 향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입을 가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무슨 일을 대답하라는 것이냐?]

 

흑백자는 말했다.

 

[십이년 동안 나는 일년에 여섯번씩 목숨을 걸고 대답을 들으러 왔읍니다. 그런데 뻔히 알고 계시면서 왜 물으십니까?]

영호충은 코소리를 흥하고 내더니 말했다.

 

[나는 잊어 버렸다.]

 

흑백자는 말했다.

 

[제가 구하는 것은 그 비법을 제게 전수해 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배운 후 어르신을 빠져나가게 도와드리지요.]

 

영호충은 생각했다.

 

(그가 정말 내가 임시 선배인 줄 착각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흉계가 도사리고 있는가?)

 

그는 그의 뜻을 몰라 별 수 없이 우물우물 몇마디 지껄였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었으니 흑백자는 더욱 알지 못하고 연신 물어왔다.

 

[어르신께서 대답하시는 것입니까? 어르신께서 대답해 주시는 것입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나는 자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나는 그 속임수에 절대 걸려들지 않아.]

 

흑백자는 말했다.

 

[어르신 제가 무슨 보중을 해야 합니까. 무엇으로 믿게 할 수 있읍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네가 한번 말해 보아라.]

 

흑백자는 말했다.

 

[어르신께선 내가 어르신의 비법을 배운 후 식언을 하고 어르신을 내보내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그것은 모두 제가 안배해 놓았읍니다. 어찌되었든 어르신께선 저를 믿어야 만 됩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무슨 안배인가?]

 

흑백자는 말했다.

 

[어르신의 말씀은 제 요구에 허락을 하시겠다는 것인가요?]

그 말투는 매우 기쁜 듯했다.

영호충은 뇌리에 무엇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내게 대법의 비법을 전해 달라고 하는데 내게 무슨 대법의 비법이 있는가? 그러나 그에게 무슨 안배가 있는지 들어봐야 겠다. 그가 나를 정말 내보낼 수 있다면 나는 철판에 새겨진 비결을 전해주자. 쓸모가 있든 없든 우선 이 고비는 넘겨야겠다.)

흑백자는 그가 아무 말이 없자 다시 물었다.

 

[어르신께서 그 비법을 저에게 전수해주신 다음 저는 바로 어르신 문하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본교에서는 제자가 스승을 속이면 지금껏 살을 도려내는 형을 받았지요. 수백년 동안 그 형벌을 면치 못했지요.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을 내보내지 않겠읍니까?]

영호충은 코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고 보니 그러군. 삼일 후에 와서 내 대답을 듣거라.]

흑백자는 말했다.

 

[어르신께선 지금 대답해 주시면 되는데 왜 이 컴컴한 곳에 삼일이나 더 묵으시려는 것입니까?)

 

영호충은 생각했다.

 

(이 놈은 나보다 더 급하구나. 어디 삼일동안 버텨보자. 무슨 흉계가 꾸며져 있는지 봐야겠다.)

 

그는 즉시 코방귀를 흥하고 뀌고는 아주 화가 난 척했다.

흑백자는 말했다.

 

[녜! 녜! 삼일 후에 제가 어르신께 가르침을 청하겠읍니다.]

영호충은 그가 지하갱도를 지나 철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자 끊임없이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정말 나를 임선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 사람은 침착하고 세심한 사람인데 어지 이런 실수를 하고 있을까?)

갑자기 어떤 일이 생각났다.

 

(혹신 황종공이 그의 비밀을 탐지해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임선생을 별실에 가두고 나를 이곳에 가둔 것이 아닐까? 맞다. 이 흑백자는 십이년동안 두달에 한번씩 찾아 왔으니 아마 발각되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황종공이 암암리에 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갑자기 흑백자가 조금전에 하던 말이 생각났다.

 

(본문의 제자가 사부를 속이면 지금껏 살을 도려내는 극형을 받아왔고, 수백년 동안 그 누구도 면할 수 없었다.)

 

그는 깊이 생각해 보았다.

 

(본교? 무슨 교란 말이지? 마교가 아닐까? 그 임씨성을 가진 사람과 강남사우는 모두 마교중의 인물이 아닐까? 그들이 무슨 흉계를 꾸미려고 나를 이곳에 묶어두고있는 것이지.)

 

마교라는 생각이 들자 그 속엔 음흉한 간계가 쌓인 것 같아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단지 두가지 일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았다.

 

(흑백자의 이번 일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삼일 후에 그가 다시와서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이궁리 저궁리 머리가 부서지도록 생각해 봐도 흑백자의 진의를 알 수 없었다. 나중에는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 첫번째 생각이 들었다.

 

(만약 상형님이 이곳에 계신다면 그는 견문이 넓으니 순식간에 흑백자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으련만 그 임씨성의 선배님의 지혜는 상형님보다 위에 있을게다. 아이쿠!)

 

그는 큰 소리로 외치더니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잠으 잔 뒤라 미릿속은 더욱 맑고 깨끗했다.

 

(십이년 동안 임노선배님께선 시종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 할 성질의 것이 못되는 것이다. 그가 어떤 총명과 지혜는 지니고 있는데 이해관계도 모르고 있었을까?)

 

바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임선생이 대답하지 못한 것을 내가 대답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지.)

 

그는 이 일이 불안하고 중간에는 흉계가 끼어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탈출할 기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이 컴컴한 곳에서 탈출만 할 수 있다면 어떤 화라도 개의치 말아야 했다.

그는 마음을 고쳐 먹고 생각했다.

 

(삼일 후에 흑백자가 오면 나는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철판위에 씌어진 기의 비결을 전수해 주자. 그가 어떻게 나오든지 그때는 임기웅변으로 대치해 두면 되는 것이다.)

 

그는 철판에 새겨진 글자를 더듬으며 묵묵히 외웠다.

 

(나는 이것을 익숙하게 외워야 한다. 입에서 줄줄 나오게 외워야 그가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임노선배와 다르니 목소리를 죽여야겠지. 맞다. 내가 이틀동안 꽥꽥 소리를 지르면 목이 쉴 것이고, 그때가서 말하면 그는 금방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즉시 목소리를 높여 구결을 외웠다. 컴컴한 곳은 깊고 문이 여러 겹으로 닫혀 있으니 이 감옥 속에서 폭음이 나지 않는 이상 밖에서는 들리지 않으리라. 그는 즉시 목소리를 크게 해 강남사구에 대해 욕도 해보고 조금 있다가는 악을 쓰면서 노래를 부르자 자기 목소리지만 듣기가 안 좋았다. 그는 한바탕 껄껄 웃어대고는 철판의 구결을 외워댔다.

그는 계속 읽어가다 아래 대목에 이르렀다.

 

[단전(丹田)은 마치 빈상자처럼 비워둬야 하고 깊이는 깊은 계곡과 같아야 한다. 빈상자는 물건을 담을 수 있고, 깊은 계곡은 물을 채울 수 있다. 만약에 내식(內息)이 있다면 임맥(任脈)의 여러 혈에 분산 수용해야 한다.]

 

이 몇마디는 예전에도 몇번이고 손끝에 와 닿았으나 기의 연마에 대해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글자가 손끝을 스치고 지나 갔어도 그냥 입속으로 읊조릴 뿐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이 내공의 비법을 가르켜 주실 때 기본적인 요의는 단전에 기를 모으고 단저에는 내식이 밀집되어 있어야만 하며 두껍고 깊을수록 내공의 힘이 강한 법이다. 그런데 왜 이 구결은 단전 중에는 어떤 내식도 담지 말라고 하는가? 단전에 내식이 없다면 내력은 어디서 발생할까? 다른 방법은 다 이같지 않은데 이것은 정말 장난이 아닌가? 히히히 흑백자라는 놈은 비굴하고 염치가 없는 놈이니 내가 이 비결을 그에게 전수해 줘야겠다. 그 놈이 화를 당해도 안 될 이유는 없다.)

 

그는 철판의 글을 더듬어가며 그 중의 뜻을 음미했다. 맨처음 수백글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내공을 분산시키고 도 어떻게 자신의 내력을 감화시켜 없앨 수 있는가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괴이한 생각이 들었다.

 

(천하에 이렇게 멍청한 사람도 있구나. 어던 바보가 일생동안 샅은 내공을 없애려고 하는가? 자진하려해도 검을 옆으로 뉘이고 목만 갖다대면 되는데 어찌 이렇게 힘을 서야 하는가? 변화시키고 분산시키는 내공은 내공을 쌓는 것보다 어렵기 한량없는데 이런 것을 연마해 무슨 쓸모가 있는가?)

 

그는 한참 생각해으나 실망뿐이었다.

 

(흑백자가 이 구결의 법문을 알려준다면 농담하는 줄 알겠다. 이런 계책은 통하지 않겠구나.)

 

그는 화가나서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구결을 읽어 내려갔다.

 

[단전에 기가 있으면 임맥에 분산시켜 주고 마치 대나무 속이 빈 것처럼 깊은 계곡처럼......]

 

그는 한참을 읽어도 화가 풀리지 않아 침대를 텅텅치며 욕을 해댔다.

 

[제기럴! 이 컴컴한 곳에거 화를 풀데가 없으니 이런 것들을 써놓고 사람을 희롱하고 있구나.]

 

그는 한참 욕지거리를 해댄 후 제풀에 지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자기 자신이 철판에 새겨진 '단전에 기가 있으면 임맥에 분산시켜라'는 대로 기를 연마했다. 한줄기 진기가 임맥에 퍼지니 사지와 백골이 시원해졌다.

한참 후 자고 있는듯 깨어 있는듯한데 여전히 한줄기 진기가 임맥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자 생각을 바꾸었다.

 

(아이쿠! 큰일났구나. 나의 내력이 이렇게 끊임없이 흘러나가니 어찌 폐인이 아니될꼬.)

 

감짝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내식은 순식간에 임맥에서 쳐올라 오자 기혈이 뒤죽박죽 되며 눈앞이 빙빙 돌고 기절할 것 같았으나 한참 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순식간에 한가지 일이 생각나 자기도 모르게 기쁨과 놀램이 교차되었다.

 

(나의 상처가 깊은 것은 도곡육선의 진기와 불계화상의 진기가 일곱 여덟 줄기가 있어서이다. 평일지까지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소림사 방장 방증대사가 말하기를 역근경을 연마해야만 이 괴이한 진기를 점차적으로 없앨 수 있다고 했다. 이 철판에 새겨진 내공의 비결은 나의 진기를 어떻게 없애야 되는가를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 영호충아 너는 정말 멍청이 바보다. 다른 사람은 내력이 소실될까 걱정이지만 너는 내력을 없애지 못해 이런 꼴이 되었다. 이런 비법이 있는데 연마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조금전 자기가 꿈속에서 기를 연마한 것은 낮이나 밤이나 생각하고 있어서 꿈속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그 구결을 외우고 있다시피 해서 꿈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대로 행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어지럽고 흩어져 구결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때 정신을 가다듬고 구결대로 방법을 더듬다 마음속에 뭔가 깨달을 수 잇었다. 그는 비로소 정좌를 하고 그 방법대로 수련하기 시작했다. 한시진 정도 연마하자 오랫동안 단전에 샅여 있던 괴이한 진기를 대부분 임맥에 분산시키게 되었다. 문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으나 기혈이 끓는 것은 많이 감소되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기쁜 나머지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는 듣기가 거북했다. 하루전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목이 쉬었기 때문이었다.

 

(임아행아! 임아행아! 당신은 사람을 죽이려고 이 구결과 법문을 남겼으나 나의 손에 어찌 들어와 유익하게 쓰여졌는고. 당신이 죽어서라도 안다면 화가 나서 수염이 뻗치겠군요. 하하하.)

그가 조금도 쉬지 않고 산공(散功)을 연마하면 할수록 몸이 편안해졌다.

 

(나는 도곡육선과 불꼐화상의 진기를 모두 없앤 다음 다시 사부께서 전해준대로 본문의 내공을 연마해야겠다.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나의 생명은 다시 주워온 것이 아닌가? 상형님이 나를 구해 세상에 나간다면 다시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는 또 다시 생각이 났다.

 

(사부님이 나를 화산파에서 축출했는데 내가 화산파의 내공을 연마할 필요가 있을까? 무공중엔 각파 각가의 내공이 심히 많으니 나는 상형님에게 배우든가 영영에게 배워야겠다. 그렇다고 손해볼 것이 있는가?)

 

그는 처량해지면서도 흥분이 되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날 저녁 그는 밥을 먹은 후 내공을 수련하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자 소리내 껄껄 웃고 있었다.

갑자기 흑백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렸읍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삼일이 지난 것이었다.

영호충은 너무 정신을 집중해 산공을 연마했기 때문에 흑백자가 밖에 온 것도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가 목이 쉬어서 그는 지금가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우스워 다시 웃어대기 시작했다.

흑백자는 말했다.

 

[선배님께서는 오늘 기분이 좋으신 것 같군요. 그럼 오늘 이 제자를 거두어 주시겠읍니까?]

 

영호충은 생각했다.

 

(나는 그를 제자로 거두어 법문을 그에게 전수해 줄까? 그러나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풍이중이고 임선배가 아님을 알면 금방 전세가 반전될 것이다. 더우기 그에게 공력을 전수해준 사람이 정말 임선배라면 흑백자는 연마를 한후에 수단과 방법을 다해 죽이려 들겠지. 밥에 독을 섞는다든가 하겠지. 맞다. 이 흑백자는 독을 집어 넣어 나를 죽일 것이다. 나를 죽이는 것은 여반장이니 그가 그 구결을 외운 후 나를 꺼낼 확률을 어데게 믿는단 말인가? 임선생이 십이년 간이나 그에게 전수해 주지 않은 것은 틀림없이 이것 때문일 것이다.)

 

흑백자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말했다.

 

[선배님께서 그 공력을 전수해 주시면 저는 술과 살이 오른 닭고기로 모실 것입니다.]

 

영호충은 감금되어 매일 먹는 것이 푸성귀나 두부종류이었다. 술과 통통한 닭이라는 말이 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군침이 넘어 갔다.

 

[좋아, 너는 먼저 술과 닭고기를 가져오너라. 내가 맛을 본 후 기분이 좋으면 네게 공력을 전수해 주기로 하자.]

 

흑백자는 급히 말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제가 가서 술과 고기를 가져오지요. 그러나 오늘은 안 됩니다. 내일 기회가 있으면 이 제자가 갖다 바치겠읍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어재서 오늘은 안 되는가?]

 

흑백자는 말했다.

 

[이곳에 오려면 반드시 우리 큰 형님의 침실을 지나야 하는데 형님이 외출을 하셔야......]

 

영호충은 흥하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흑백자는 호아종공이 외출에서 돌아올까 걱정되어 더 지체하지 않고 인사를 한 후 가 버렸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그를 이곳에 유인해 놓고 때려 죽일 수 있는가? 이 사람은 꾀가 많으니 꾀에 넘어가지는 않을거야. 흑백자를 때려 죽인다 해도 손과 발이 묶여 있으니 이곳을 빠져 나가지는 못해.)

그는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오른소의 손가락 몇개를 내밀어 오니팔의 쇠고리에 갖다 대고 힘껏 잡아 당겼다. 그것은 무의식중이 었는데 정말 쇠고리가 잡아 당겨졌다. 그러나 그 쇠고리는 조금 열리더니 자꾸 만지자 왼손이 쇠고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뜻밖이었다. 놀람과 기쁨이 교차되었다. 그 고리를 살피니 중간에 끊어진 곳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기의 내력이 분산되었으니 망정이지 내력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었다면 쇠고리가 아무리 끊겨 있어도 손을 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때 그는 이틀동안 내식을 분산시켜 도곡육선과 불계화상이 불어넣은 진기를 임맥 속에 모아 놓고 있었다. 그러니 무서운 힘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오른손을 만져보니 거기에도 조그만 틈이 있었다. 이 조그만 틈은 과거에도 여러번 만져졌었는데 그때는 이틈이 갈라진 자국인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왼손에 힘을 주어 오른손에 감겨 있던 쇠고리를 풀어버렸다. 바로 두 다리에 씌워진 쇠고리를 만져보니 거기에도 갈라진 틈이 있었다. 기운을 써 잡아 당기니 하나하나씩 풀려 나갔다.

피곤하고 숨이 가빠왔다. 손목과 발목에 채워져 있던 고리가 풀어지자 쇠줄도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는 매우 이상했다.

 

(어떻게 모든 고리에 끊어진 고리가 있었을까? 이런 쇠고리로 어떻게 사람을 묶어 놓을 수 있었을까?)

 

다음날 그 노인이 밥을 가져왔을 때 불빛을 통해보니손목에는 쇠사슬의 자국이 깊이 패여 있었다. 거기에는 쇳가루가 녹이나 묻어 있었고 그 쇠사슬의 빈틈은 번쩍 빛을 발했는데 자른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누가 자기를 거기에 끼워 넣었을까?

(이것은 누가 나를 구해주려고 한 짓이다. 이 지하감옥은 외부인은 올 수가 없으니 이 매장중의 누가 나를 구해주려는 것이다. 그는 나를 가두어 놓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기절을 하여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살짝 강철 쇠톱으로 나의 족쇠와 수갑을 잘라 놓았을 것이며, 이 수갑을 자른 사람은기회를 엿보아 나를 풀어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정신이 들고 힘이 솟아났다.

 

(이 지하통로 입구는 황종공의 침대 밑에 있다. 만약 황종공이 나를 구하려면 아무때나 손을 쓸 수 있으니 이렇게 오랜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지. 흑백자는 물론 아니다. 독필옹과 단청생 중에서 단청생과 나는 술로 맺어진 친구라 다른 사람과는 다르지. 십중팔구는 단청생일 것이다.)

 

그는 흑백자가 내일 오면 어떻게 대할까를 생각했다.

 

(나는 되는대로 얼버무리고 그에게 술과 고기를 빼앗아 먹자. 그리고 그에게 가짜 공부를 가르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다시 생각했다.

 

(단청생은 언제일지는 모르나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빨리 철판위의 구결을 외워야겠다.)

 

그는 글자를 더듬어가며 입속으로는 읊고 마음 속으로 기억을 해두었다. 먼저번에 그가 이 글자들을 더듬었을 때는 이것을 정식으로 기억하고 한자라도 빼먹을 수 없다는 마음이 들자 오히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철판위의 글자들은 휘갈겨 쓴 초서였고, 그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초서들은 알아 볼 수 없어 글자의 획수를 기억하고 비슷한 글자로 메꾸기도 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이들 상승공력의 법문들은 한자가 틀림으로 공력을 연마하다.

이상한 길로 들어서게 되고, 성패가 역전되며, 잘못되면 기름을 등에 메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앞으로 이 장소를 떠나면 언제 다시 이곳에 와서 맞춰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그러니 한글자도 틀려서는 안된다.)

 

그는 한번 읽고 또 한번 읽고 몇번을 읽었는지 자기 자신조차 몰랐다. 거의 외우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과연 단청생이 옥문을 열어주며 그를 내보내 주었다.

영호충은 깜짝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은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엇다. 꿈과 현실은 반대라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가 오늘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것은 아직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멀지 않아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

 

그는 이 철판위의 구결 법문이 자기에게는 유익하나 다른 사람에겐 해가 될 것이고, 다음에라도 누가 이곳에 온다면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임아행의 속임수에 걸려들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글자를 만지면서 또 처음부터 끝까지 십여차례를 외웠다. 그리고 쇠고리를 집어 들더니 그 중의 열몇글자를 지워 버렸다.

이날 흑백자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영호충은 그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구결의 법문대로 계속해 연마에 열중했을 뿐이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 흑백자는 오지 않았다. 영호충은 공력이 크게 진보하고 도곡육선과 불계화상이 자기 몸에 남겨 놓을 이상한 진기의 이미 육칠할 정도를 단전에서 임독(任督)의 여러 혈맥에 분산시켰다. 그는 계속해서 연마한다면 모두 내보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날마다 십여차례씩 글자를 외우면서 철판의 글자들을 수십자씩 지워 버렸다. 자기가 생각해도 힘이 솟았고 철판의 글씨를 지우는데도 힘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한달이 지나니 비록 땅속에 있어도 여름의 더위가 서서히 식어감을 느꼈다.

 

(참,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겨울에 이곳에 잡혀 있다면 절대로 철판위의 글씨를 발견하지 못했을텐데 말이다. 겨울에 잡혔어도 단청생이 여름이 되기전에 구출했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흑백자의발걸음 소리가 들려 왔다.

영호충은 침대 위에 누워 벽쪽을 향해 누웠다.

흑백자가 문밖에 이르더니 말했다.

 

[임...... 임노선배님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한달동안 우리 형님이 문밖을 나가시지 않으셨읍니다. 저는 바깥에서 하루도 편히 지낸 적이 없읍니다. 어르신께 안부를 묻고 싶었으나 틈을 찾지 못했읍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절대로 탓하지 마십시오.]

 

그때 술향기와 닭고기 냄새가 네모난 구멍을 통해 스며들어 왔다.

영호충은 여러 날을 술을 입에 대지 못해 술냄새가나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말했다.

 

[술과 고기를 내게 먼저준 후 다시 말해라.]

 

흑백자는 말했다.

 

[녜! 녜! 선배님께서 그 신공의 비결을 가르쳐 주시겠지요?]

영호충은 말했다.

 

[자네가 술 세근과 닭고기를 가져올 때마다 나는 네 구절의 구결을 가르쳐 주지. 내가 삼천근의 술과 천마리의 닭고기를 먹는다면 그 구결을 거의 전수할 수 있을거야.]

 

흑백자는 말했다.

 

[그건 너무 늦지 않을까요? 꼬리가 길면 잡힙니다. 제가 매번 여섯근의 술과 두 마리의 닭을 가져다드릴테니 선배님께서는 매번 여덟마디의 구결을 전수해 주시는게 어떻습니까?]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는 욕심이 많으나 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 가져오게, 가져와.]

 

흑백자는 나무쟁반을 네모난 구멍을 통해 들여 보냈다. 그 위에는 과연 한 주전자의 술과 한마리의 닭이 놓여 있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내가 네게 구결을 전수하지 않았으니 너는 나를 독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술잔을 들어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 술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마시는 이것은 단청생의 토로번의 포도주마다 더욱 맛이 좋았다. 그는 단숨에 반주전자의 술을 마시고 닭다리를 뜯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주전자의 술과 닭을 뜯은 후 배를 툭툭치며 말했다.

 

[좋은 술이야. 좋은 술이야.]

 

흑백자는 웃었다.

 

[어르신께서 술과 닭을 잡수셨으니 그 구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영호충은 그가 사부로 부르지 않았으나 술과 닭고기를 먹은 후라 그것은 생각도 못해내도 말했다.

 

[좋다. 이 네 마디의 구결을 너는 잘 기억해 둬라. 기경팔맥(奇經八脈), 중유내식(中有內息), 취지단전(聚之丹田), 회어전중(會於 中) 자, 확실히 알겠느냐?]

 

철판에 원래 씌여 있던 구결은 단저내식(丹田內息), 산어사지(散於四肢), 전중지기( 中之氣), 분주팔맥(分注八脈)이었던 것인데 그것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흑백자는 그 구결이 다른 기의 법문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 네 마디는 기억할 수 있읍니다. 선배님께서는 다음 네 마디를 전해 주십시오.]

 

영호충은 생각했다.

 

(이 네 마디를 내가 고쳤는데 평범하게 고쳐졌구나. 이놈은 그것도 모르고 있다니 다음 네 구절은 괴상하게 불러줘 혼 좀 내주어야겠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은 첫날이니 네 마디를 더 전해줄 것이니 잘 기억해둬라.

'진열양유(震裂陽維), 색절음교(塞絶陰 ), 팔맥제단(八脈齊斷), 신공자성(神功自成)'.]

 

흑백자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건...... 이건...... 이 사람의 몸에 잇는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끊어지다면 어찌 살 수가 있읍니까? 이...... 이 네 마디의 구결을 저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영호충은 말했다.

 

[이런 신공을 누군든지 깨우친다면 어찌 신공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이 중간에는 많은 정묘하고 오묘한 점이 있으니 평범한 사람은 쉽게 해득하지 못한다.]

 

흑백자는 여기까지 듣고 그의 말하는 투나 어구가 그 임씨성과 크게 다름을 느끼고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앞에서는 영호충의 목소리가 극히 작아 말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술을 마셔 정신이 번쩍든 후라 말이 많아지자 흑백자는 매우 총명하여 금방 의심을 품게 된 것이었다.

그는 고의적으로 구결을 고쳐 말하는 것을 알고 말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팔맥이 일제히 끊기면 신공이 스스로 이루어진다고요. 그렇다면 어르신께서도 이 기경팔맥이 이미 끊어져 버렸읍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암 그렇지.]

 

그는 흑백자의 애기중에서 그가 의심을 품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더 말하지 못했다.

 

[전부 전수해 주었으니 네 스스로 알 것이고 혼자서 생각해 보면 그 중의 이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술주전자를 쟁반에 올려놓고 그 네모난 구멍으로 내주었다. 흑백자는 손을 내밀어 받았다.

영호충은 갑자기 아이쿠 소리를 내더니 앞으로 쓰러지며 이마를 철문에 부딪쳤다.

흑백자는 깜짝 놀라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 무공이 높은 사람이라 반응도 몹시 빨랐다. 손을 내밀어 재빨리 쟁반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받았다.

 

이 전광석화같은 찰나에 영호충의 왼손이 그의 오른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흑백자, 네놈은 내가 누군가 봐라.]

 

흑백자는 깜짝 놀라며 찢어지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당신은......]

 

영호충은 나무쟁반을 내보낼 때 그의 손목을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등불 아래서 흑백자가 나무쟁반을 잡으려고 네모난 구멍으로 손을 내밀자 그는 갑작스럽게 충동이 일었던 것이었다. 자기가 이 감옥에서 여러날 잡혀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 사람의 간계에서 나온 것이니 그의 손목을 부러뜨릴 수만 있다면 마음속에 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나에게 손목을 잡히면 깜짝 놀라 것이다. 이 사람은 이렇게 웅후한데 한번 놀래준 데도 괜찮을 것 같앗다. 보복의 심산이건 장난기의 심산이건 이렇게 가장해 넘어지며 그의 손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급히 낚아챘던 것이다.

흑백자는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너무 갑자기 일어났고 사전에 나무 징조도 보이지 않아 마음속으로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자기 손목은 상대방의 다섯손가락에 잡혀 있었고 강철 같은 손끝에 자기손의 내관(內關), 외관(外關)의 두 곳의 혈도를 꼭 누르고 있었다. 그는 즉시 손목을 돌려 반격했다.

텅하고 큰소리가 나면서 왼쪽 발가락 세개가 부러져 나가자 아파서 아이구 아이구 소리를 질러댔다.

어째서 그의 우측 손목이 잡혔는데 왼발의 발가락이 부러져 나갔을까. 그것참 이상하지 않은가?원래 흑백자는 상대방을 두려워 하고 무서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때 손목이 꽉 잡히자 즉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너무 급해 교룡출연(蛟龍出淵)이라는 일초식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 일초식은 손목이 잡혔을 때 쓰는 것으로 손목이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왼발을 그림자나 흔적없이 질풍처럼 차는 것이었다.

이 각법은 무섭기 짝이 없어 적의 가슴에 적중되면 당장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것이었다. 적이 고수라면 바로 상대방의 손목을 풀어줘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이 발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일은 너무 갑자기 발생하여 흑백자는 몸을 빼내려던 나머지 자기와 상대방과는 두꺼운 철문이 막혀있는 줄은 생각지 못하고 이 교룡출연의 일초를 사용한 것이엇다. 이 일격은 정확하고 힘도 있었으나 단지 아깝게도 챙그랑 소리를 내면서 철문을 맞혔던 것이다.

영호충은 철문에서 큰 소리가 나자 비로소 알았다. 자기의 몸은 철문이 보호해주어 흑백자의 발길질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참을 수 없이 우스워 껄껄 웃었다.

 

[자 다시 한번 차 보시게. 세게 한번 더차면 나는 자네를 놓아 줄 걸세.]

 

갑자기 흑백자는 오른손의 내관 외관의 두 혈도에서 내력이 끊임없이 밖으로 새나감을 느꼈다. 순간 흑백자는 평생 제일 무서운 일을 생각해내고 금방 혼비백산하여 한편으로 공력을 운집하고 한편으로 애걸복걸하며 말했다.

 

[어르신...... 어르신 한번만...... 한번만 봐 주십시오.]

그는 말을 하자 대량으로 내력이 흘러나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내력은 쉼없이 흘러 밖으로 나갔다.

영호충은 철판에 쓰여 있는 공력을 연마한 뒤에 단전은 이미 대나무속처럼 비어 있었고, 계곡처럼 비어 있어 이때 단저에 기가 들어옴을 느꼈으나 마음에 두지는 않고 있었다.

그는 흑백자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무서워하고 있는 줄 알고 더욱 약을 올려주고 겁을 주고 싶었다.

 

[나는 네게 공부를 시켰으니 너는 본문의 제자이다. 너는 이 스승을 속이고 능욕하려고 했으니 그 죄는 마땅히 받아야지?]

흑백자는 더욱 빨리 내력이 빠져 나가자 더욱 기를 운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멈출 수 있었으나 호흡은 멈출 수 없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내력이 밖으로 새어 나갔으며 이때는 다리의 통증도 없어지고 다만 구멍에서 손이나 놓아주면 좋을 것 같았다.

손 하나가 없어도 감지덕지일 것 같았다. 그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그는 몸을 움직이자 손목의 외관 내관 중의 두 곳 혈도가 마치 큰 구멍이 난 것처럼 전신의 내력이 급히 쏟아져 나가고 마치 뚝이 터진 강물같았다. 흑백자는 조금더 지체한다면 전신의 내력을 모두 상대방이 뽑아 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장검을 쳐들고 자기의 손목을 입을 다물며 내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힘을 쓰려고 했으나 내력이 없어져 귓속에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기절해 버렸다.

영호충은 그의 손목을 잡아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고 더나가 그의 손목의 뼈를 부러뜨려 지금까지 쌓였던 울분을 풀려고 했을 뿐이었다. 뜻밖에 그는 혼이 나간듯 하더니 끝내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껄껄 웃으면서 손을 놓았다.

그가 손을 놓자 흑백자는 쓰러지며 흑백자의 오른손이 그 구멍에서 끌려나갔다. 영호충은 전광석화같은 생각이 떠올랐고 급히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다행히 동작이 신속하여 그의 손목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수갑을 그에게 채워 연결한 후 단청생이 나를 구해주기를 기다리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손목을 잡아 당겼다. 힘을 주니 흑백자의 머리통이 네모난 구멍을 둠고 들어왔고 곧이어 몸이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번 행동은 너무 뜻밖이었다. 그는 속으로 자기의 멍청함을 탓하고 있었다. 이 구멍은 사방 한자 정도로 머리통만 통과할 수 있다면 몸체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 쇠사슬에 묶여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나 지금은 누군가에 의해 쇠사슬이 잘렸고 자기는 풀려났으니 어찌 도망치지 못했을까?

(단청생이 나를 위해 쇠사슬을 끊어 놓은 것은 하루라도 빨리 밥을 갖다주는 노인을 따라 탈옥하라는 뜻이었다. 틀림없이 초조히 기다리고 있겠구나.)

 

그가 수갑을 잘려 있다는 것을 알아냈을 때는 공력을 배우고 있을 때라 모든 정신을 이곳에 쏟아 넣었고, 그때는 철판에 씌어있던 글을 익숙하게 외우기 전이라서 스스로 이곳을 더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기 몸에 걸쳐있던 옷을 벗고, 흑백자의 옷을 벗겨 자기가 입었다.흑백자가 쓰고있던 검은 두건도 머리에 썼다.

 

(나갈 때 누가 나를 봐도 내가 흑백자인 줄 알겠지.)

그는 흑백자의 검을 뽑아 자기의 허리에 차니 더욱 기운이 났다. 그는 흑백자의 손과 발을 수갑과 족쇠에 집어 넣고 있는 힘을 다해 단단히 잠궜다.

흑백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렸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거꾸로 된거야. 그 노인네가 밥을 갖다 줄거야.]

흑백자는 신음하며 말했다.

 

[임...... 임어르신......당신은...... 당신의 흡성대법(吸星大法)......]

 

영호충은 상문천과 벌판에서 연합하여 싸울 때 상대방의 무리중에 어떤 자가 흡성대법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이때 흑백자가 또 말을 하자 물어보았다.

 

[무슨 흡성대법이냐?]

 

흑백자는 말했다.

 

[나는...... 난...... 응당히...... 응당히 겪어야 합니다......]

 

영호충은 몸이 바져나가는 것이 급해 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네모난 구멍에 머리를 넣고 두손도 밖으로 내놓더니 손바닥을 철문에 대고 가볍게 밀었다. 그러니 몸이 빠져 나와 안전하게 땅바닥에 설 수 있었다. 단지 단전중에 많은 내식이 쌓여 편하지가 못했다. 이 내력이 흑백자의 몸에서 흘러들어온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단지 오랫동안 내공을 연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곡육선과 불계화상의 내력이 다시 단전에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시라도 바삐 이 컴컴한 동굴에서 바져나가기 위해 재빨리 흑백자가 들고 있던 유등을 들고 걸었다. 땅굴에 있던 문들은 모두 열려 있었다. 흑백자가 나갈 때 잠그려고 열어 놓은 것이었다. 영호충은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육중한 문들을 하나씩닫으며 컴컴한 감옥에서 지낸일이 생각났는데 마치 격세지감이었다. 그는 몸이 자유로워지자 황종공등도 미워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하땅굴을 끝까지 걸어 나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거기엔 철판이 머리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들어 보았다. 위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런 함정에 빠진 이후 그는 모든 일에 신중해져 있었다. 바로 나가지 않고 철판 밑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황종공이 확실히 침실에 없다고 생각들자 그는 천천히 철판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침대 아래에서 나오자 철판을 잘 덮고 돗자리를 덮은 후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 살금 걸어 나왔다.

갑자기 몸 뒤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째 동생 내려가서 무엇을 했느냐?]

 

영호충이 깜짝놀라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는 황종공, 독필옹, 단청생 세 사람이 각기 병기를 들고 그의 몸을 에워쌌다.

그는 문에 비밀장치가 되어 있는지를 몰랐다. 비밀장치에서 소리가 나니 황종공 등 세 사람이 달려 나왔던 것이다. 그는 흑백자의 옷을 입고 두건을 쓰고 있어서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영호충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난...... 난......]

 

황종공은 냉랭히 말했다.

 

[나는 어쨌다는 것이지? 나는 너의 표정이 바르지 못함을 보고 벌써부터 네가 그 임아행에게 가서 흡성요법을 가르쳐 달라는지 알 수 있었다. 후후 너는 옛날에 어떤 맹세를 했었느냐?]

 

영호충은 마음이 어지러웠다. 자기의 진상을 폭로해야 할지 아니면 흑백자로 끝까지 위장을 해야할지를 몰랐다. 그는 어찌할 수 없자 허리에서 장검을 뽑아들고 독필옹에게 뻗어냈다.

독필옹은 화가 나서 말했다.

 

[정말 둘째 형은 검을 쓸 것이오?]

 

그러면서 필을 들어 막았다.

영호충의 이 일검은 단지 허식이었고 그가 필을 들어 막는 틈을 타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황종공 등 세 사람이 재빨리 뒤쫓았다.

영호충은 단숨에 대청까지 도망쳤다.

황종공이 크게 외쳤다.

 

[둘째 동생 어디로 가는가?]

 

영호충은 여전히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한 사람이 대문을 막아서며 말했다.

 

[이장주 걸음을 멈추십시오.]

 

영호충은 너무 급하게 달려 펑하고 소리를 내며 그와 부딪치고 말았다. 이 충격이 너무 커서 그 사람은 일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영호충은 다급한 중에도 보니 그것은 일자전검 정견이었다. 몸을 쭉 뻗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몸은 정말 일자형이었다. 단지 전검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기가 미흡했을 뿐이었다.

영호충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소로를 따라 달렸다. 황종공등 세 사람은 문 입구까지 오더니 더이상 추격하지 않았다.

단청생이 크게 외쳤다.

 

[둘째 형님! 둘째 형님! 빨리 돌아오십시오. 우리는 형제이니 상의 못할 일이 없어요......]

 

 

영호충은 황폐하고 작은 길을 골라 도망쳤다. 항주성과 멀리 떨어진 황량하고 인기척이 없는 들판에 다달았다. 그가 이렇게 달렸으나 조금도 숨이 차지 않았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상처를 받기 전보다 공력이 높아진 것 같았다.

그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머리의 두건을 풀었다. 물소리가 졸졸 나자 그는 목이 말라 물소리가 나는 계곡 개울가에 다달았다.

막 물을 꺼서 마시려고 하는데 물속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얼구에는 때가 잔뜩 끼었으며 심히 추하기 이를데 없었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으나 바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몇개월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 지금껏 씻지도 않고 벗지도 않았으니 자연 이런 형상이 된 것이었다. 그는 갑자기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즉시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들어 목욕을 했다.

 

(몸에 붙어 있는 때는 적게 잡아도 삽십근은 되겠다.

 

몸 구석구석을 씻어낸 후 물을 마시고 머리를 틀어 올린 후 다시 물속을 보니 그의 본래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 부은듯한 풍이중이는 아니었다.

 

그는 옷을 입은 후 몸에 기혈이 순조롭지 못하자 개울가에 안자 내공을 운행했다. 순식간에 단저에 있던 내식이 기경팔맥으로 흩어지고 단전은 또 대나무 속처럼 깊은 계곡처럼 텅 빈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자 말할 수 없는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당금에서 제일가는 공력을 지니고 있음을 스스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독고육선과 불계화상의 여덟줄기의 진기와 소림사에서 치료를 받을 때 방생대사가 주입해준 그의 내공도 물론 자기 것으로 만들었으며, 또 조금전 흑백자의 손목을 잡았을 때 그가 필생을 노력해 쌓은 내공을 흡수하여 단맥에 저장해 두었다. 다시 기경팔맥에다 분산 수용했으니 그것은 또 다른 고수의 공력을 얻는 것이니 자기도 모르게 기운이 왕성해졌던 것이다.

그는 몸을 날려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개울가 버드나뭇잎의 뾰족한 곳을 향해 검을 날린 후 손목을 옆으로 해 싹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더니 장거미 칼집에 들어섰다. 그때야 그는 비로소 왼발이 당에 닿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섯개의 버들잎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장검이 두번재로 칼집에서 나와 공중에서 호형(弧形)을 돌리더니 다섯개의 버들잎이 모두 그의 검끝 위에 놓여졌다. 그는 왼손을 내밀어 검끝에 있던 버들잎 한 조각을 잡았는데 기뻤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호숫가에서 있었는데 가슴에 쓸쓸함이 일렁거렸다.

 

(나의 공력은 사부나 사모님이 가르쳐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종전처럼 공려도 없고 검법을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 화산문중에서 소사매와 아침 저녁으로 보며 사는게 나을 것 같다. 이렇게 혈혈단신 강호를 떠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는 일생을 통해 지금처럼 무공이 높은 적이 없었으나 지금처럼 쓸쓸한 감을 맛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성이 떠들썩 하는 것을 좋아했고, 친구를 좋아했으며, 술을 좋아했다. 과거 수개월동안 지하감옥에 갇혀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지금은 자유로워졌으나 여전히 혈혈단신이 아닌가.

그는 개울가에 혼자 서 있게되자 기쁜 마음은 금새 사라지고 찬 바람이 몸을 스치고 자나갔으며, 차가운 달빛은 비추이는데 자신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영호충은 한참을 서 있었다. 달이 중천에 떠올랐고 밤도 깊어 갔다. 그는 모든 것을 매장에 가서 명백히 알고 싶었다. 그 임씨성을 가진 선배가 악한이 아니라면 탈출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는 즉시 방향을 잡아 매장을 향해 걸었다. 고산에 오른 다음 몸을 뚫고 매장 가까이 갔다. 그는 귀를 기울였으나 매장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는 가볍게 담장을 뛰어 넘었다. 십여개의 방들은 모두 어두웠고 단지 우측방 가운데 하나에서 불빛이 미미하게 퍼져나왔다. 발걸음을 숙이고 다가가니 늙은 목소리가 일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종공 너는 네죄를 알겠는가?]

 

그 소리는 매우 엄하고 무서웠다.

영호충은 이상했다. 황종공같은 신분에게 이렇게 대하는 자가 있다고 생각하자 창틈으로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네사람이 앉아있었다. 그중의 세사람은 오육십세되는 늙은이였고 다른 한사람은 중년부인이었다. 네사람의 몸에는 검은옷이 걸쳐있었고 허리에는 황색띠를 매고 있었다. 황종공, 독필옹, 단청생 등은 네사람 앞에 서서 있었는데 등이 창을 향해 있었다.

영호충은 그 세사람의 표정을 살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앉아 있고 서있는 것이 직위의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황종공의 말소리가 들렸다.

 

[녜, 저는 제 죄를 알고 있읍니다. 네분의 장로께서 친히 오셨는데 저는 멀리나가 영접을 못했으니 죄가 많지요. 죄가 많습니다.]

중간에 앉아있던 비쩍마른 노인이 코웃음치며 말했다.

 

[흥, 멀리 나온지 않은 것도 죄가 되느냐? 능청스럽게 거짓말도 잘하는군, 흑백자는 어디 있느냐? 어째서 보이지 않느냐?]

영호충은 속으로 웃었다.

 

(흑백자는 내가 땅속에 감옥에 묶어 놓았는데 황종공 등은 그가 도망친줄 알고 있겠지.)

 

그리고 또 생각했다.

 

(어째서 장로이고 그 부하인가? 맞다, 그들은 모두 마교인물들이다.)

 

황종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분 장로님, 제가 잘못 가르쳤는지 흑백자는 성격이 이상하고 근래에는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읍니다. 요 며칠동안 이 매장에는 없습니다.]

 

그 늙은이는 두 눈을 부릅뜨더니 갑자기 눈에 광채를 번뜩이며 냉랭히 말했다.

 

[황종공, 교주께서 너희에게 명하시길 이 매장을 잘 지키라고 하지 않았는가? 누가 너희들 보고 이곳에서 술이나 마시고 그림이나 그리고 금이나 타면서 놀라고 하던가?]

 

황종공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저희들 네사람은 교주의 명을 받들고 이곳에서 죄인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노인은 말했다.

 

[그렇다면 됐네. 그 죄인은 잘 관리하고 있겠지?]

 

황종공은 말했다.

 

[장로님께 알립니다. 그 죄인은 땅속 깊이 구금된 지 십이년동안 우리는 촌보도 매장을 떠나지 않았읍니다. 우리의 직책을 촌보도 잊은 적이 없지요.]

 

그 노인은 말했다.

 

[잘하는군, 잘해. 너희들은 촌보도 이 매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그리고 감히 직책을 잘 받들고 있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그 죄인은 땅속에 잘 구금되어 있겠군.]

 

황종공은 말했다.

 

[바로 맞습니다.]

 

그 노인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웃어댔다. 순간 천장에 샅였던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는한참있다가 말했다.

 

[좋아, 좋아. 그렇다면 너희들은 그 죄인을 이곳으로 좀 데려와 보아라.]

 

황종공은 말했다.

 

[네분 장로께선 양해바랍니다. 교주께서 엄히 명을 내리셨지 않읍니까? 교주께서 친히 오시지 않고서야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그 죄인을 만나볼 수 없읍니다. 위반하는 자는...... 위반하는 자는......]

 

그 노인은 품속에서 무슨 물건을 꺼내더니 높이 쳐들며 몸을 일으켰다. 그 나머지 세 사람도 같이 일어섰다. 상황을 보니 매우 엄숙했다. 영호충이 정신을 집중해 쳐다보니 그 물건은 길이가 약 반척정도이고 오래된 듯한 검정색의 나무조각이었다. 그 나무조각에는 이상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으며 볼수록 괴이했다.

황종공 등 세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교조 흑목영패(黑木令牌)가 왔으니 교주가 친히 오신 것과 다름 없읍니다. 우리는 명령에 따르겠읍니다.]

 

그 노인은 말했다.

 

[좋다. 자네는 빨리 가서 그 죄인을 데려오너라.]

 

황종공은 주저하면서 말했다.

 

[그 죄인은 손과 발에 수갑이 채워져 있어 이곳까지는...... 이곳까지는 올 수가 없습니다.]

 

그 노인은 냉랭히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너는 말끝을 흐려가면서 나를 기만하려고 하는구나. 내가 네게 묻겠는데 그 죄인은 이곳에서 어떻게 빠져나갔는가?]

 

황종공은 놀래서 말했다.

 

[그 죄인...... 그 죄인이 도망쳤다고요?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읍니다. 그 사람은 지하감옥안에 잘있읍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가 친히 보았는데요.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읍니까?]

 

그 노인은 얼굴이 온화해지면서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어, 그러고보니 그는 아직지하감옥에 있는가보군. 그렇다면 내가 자네를 잘못 타일렀네. 미안하기 이를데 없네.]

 

얼굴에 온화한 빛을 띄운자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마치 세사람에게 사과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황종공의 어깨를 툭쳤다. 독필옹과 단청생이 급히 두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행동은 민첩했지만 그 노인의 행동은 더욱 빨라 팍팍팍 소리가 나면서 독필옹과 단청생의 우측어깨가 각각 그의 손바닥에 적중되었다. 그 노인의 행동은 급습이었다.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온화해보여 황종공과 같은 강호의 고수도 방비할 수가 없었다.

독필옹과 단청생의 무공은 비교적 약해 느꼈다고 해도 피할 방법이 없었다.

단청생은 큰 소리로 외쳤다.

 

[포(鮑)장로 우리는 무슨 죄를 범했읍니까? 어째서 당신은 이런 악독한 손으로 우리를 대하는 것입니까?]

 

그 외침에는 고통과 분노의 소리가 섞여 있었다.

포장로는 입을 쭉 늘여뜨리더니 말했다.

 

[교주께선 너희들에게 이곳에서 그 죄인을 잘 지키라고 했는데 그 죄인이 도망쳤으니 너희들은 죽어야되지 않겠나?]

 

황종공은 말했다.

 

[그 죄인이도망쳤다면 저희는 백번 죽어 마땅하지요. 그러나 그는 지하감옥에 잘 있읍니다. 포장로께서 함부로 손을 쓰시니 저희는 몹시 불괘합니다.]

 

그는 말을 할때 몸을 옆으로 돌렸기 때문에 영호충은 그의 이마에서 구슬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포장로가 조금전 내리친 일격은 정말 대단했다. 그러니 무공이 높은 황종공조차도 참아내기 힘든 것이었다. 또 황종공의 무공이 이사람밑에 있는 것은 아닐텐데. 이 포장로가 급습을 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포장로는 말했다.

 

[너희들은 그 지하감옥에 다시 가보아라. 만약에 그 죄인이 그 감옥안에 틀림없이 있다면 난...... 흥...... 난...... 나 포대초(鮑大楚)는 너희들에게 절을 하며 사죄하겠다. 몰론 지금 너희들에게 남사수(藍砂手)형도 풀어 주겠다.]

 

황종공은 말했다.

 

[좋습니다. 네분께선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즉시 그는 독필옹과 단청생과 함께 걸어나갔다. 영호충은 그 세 사람이 방을 나갈때 몸을 떠는 것을 보았다. 겁이 나서 떨고 있는지 남사수를 맞아 떠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네 사람에게 발각이 될까봐 더이상 안을 엿보지 못하고 천천히 땅바닥에 앉았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무슨 교주인가? 틀림없이 당세에 무공이 제일이라는 동방불패일 것이다. 그는 강남사우에게 명하여 이곳에서 죄인을 지키게 했구나. 이미 십이년간을 지켰다니 나는 아닐 것이고 틀림없이 그 임선배님일 것이다. 그럼 그는 도망쳤는가. 그가 도망을 쳤는데도 황종공 등은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정말 신통하기 짝이 없구나. 맞다 그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흑백자가 나를 임선배라고 믿고 있지는 않겠지.)

 

그는 또 생각했다.

 

(황종공 등이 지하감옥에 가면 깜작 놀라겠지. 그것은 우여곡절이 많을테니 신기하고 재미있겠다.)

 

그는 또 생각했다.

 

(그들은 왜 나를 그곳에 가두었을까? 그들은 무술시합 한 후 내가 나가서 기밀을 누설할까봐 아마 나를 가두었을거야. 흥 그일은 사람을 죽여 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죽인 것과 무슨 다른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지금 그들은 남사수에 걸려있으니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건 내가 내리는 천벌이로다.)

 

그 네 사람의 목소리는 한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영호충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들과는 비록 벽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그 거리는 일장정도 밖에 되지 않아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던 것이다.

적막이 흐를때 갑자기 억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두려움과 고통에 신음하는 것 같아 조용한 밤중에 들으니 더욱 모골이 송연해져 왔다.

영호충은 그 외침소리가 흑백자의 외침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가 자기의 간계에 빠져 자승자박되었지만 포대초의 수중에 들어갔으니 이득보다는 해가 많은 것은 당연해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발걸음소리가 가까워지며 황종공 등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영호충은 다시 창틈에 왼쪽눈을 대고 쳐다보니 독필옹과 단청생이 각각 옆에서 흑백자를 부축하고 있었다. 흑백자는 앞에서 본 총명하고 강인함은 사라지고 얼굴이 회색빛으로 변해있었고 두눈은 정신을 잃은 듯했다.

황종공은 몸을 숙이고 말했다.

 

[네분 장로께 말씀드립니다. 그 죄인은...... 정말로 과연...... 과연 도망쳤습니다. 저희 네명은 죽어 마땅합니다.]

그는 자기가 무사할 수 없음을 알았는지 말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포대초는 준엄하게 꾸짖었다.

 

[너는 흑백자가 이 매장에 없다고 했는데 그가 어떻게 달아났는가?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황종공은 말했다.

 

[모든 일을 알송달송해 알 수가 없읍니다. 아! 노는데 정신이 팔려 우리 네 사람은 바둑과 그림과 금에 너무 탐닉하여 다른 사람이 이런 약점을 보고 틀림없이 간계를 썼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그 사람을 빼앗아간 것 같습니다.]

 

포대초는 말했다.

 

[우리 네 사람은 교주의 영을 받들고 그 죄인이 탈출했는가를 규명하려고 온 것이다. 너희들이 사실대로 고하고 추호도 거짓이 없다면 그러면...... 그러면 우리는 교주님에게 너희 네사람을 잘봐달라고 청할 수가 있고 일이 잘될 수도 있다.]

 

황종공은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교주께서 명을 내려 잘 봐주시고 네분 장로께서 구해주신다고 해도 우리가 어떤 명목으로 살아갈 수 있읍니까? 이 일의 진상을 우리도 확실히 알지 못하니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읍니다. 포장로 교주...... 교주께서는 지금 항주에 와계십니까?]

 

포대초의 긴 눈썹이 움직이더니 물었다.

 

[누가 그 어르신이 항주에 계시다고 하더냐?]

 

황종공은 말했다.

 

[그렇다면 그 죄인은 어제 도망쳤는데 교주께선 어떻게 금방 아실 수가 있었읍니까? 어떻게 네분 장로를 이곳에 금방 파견하셨습니까?]

 

포대초는 흥하고 코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갈수록 멍청한 소리만 하는구나 누가 그 죄인이 어제 도망쳤다고 하더냐?]

 

황종공은 말했다.

 

[우리는 어제 그가 탈출할 때 그가 흑백자인줄만 알았읍니다. 그가 이화접목(移花接木)하여 흑백자를 감옥에 집어넣고흑백자의 옷을 입고 나갈 줄은 몰랐습니다. 이 일은 내 세째 네째 동생들도 분명하게 보았고, 또 그 정견도 그에게 부딪쳐 늑골이 열대가 부러졌지요......]

 

포대초는 고개를 돌려 그 나머지 세명의 장로를 쳐다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키가 작고 뚱뚱한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지난달 십오일에 그 소식을 들었는데......]

그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을 뻗어 계산을 해보며 말했다.

 

[오늘까지 십칠이나 되었네.]

 

황종공은 뒤로 두발자국 물러서더니 팡하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등을 벽에 부딪치고 말했다.

 

[절대......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읍니다. 분명하고 분명합니다.

우리는 어제 그가 도망치는 것을 이 두 눈으로 보았읍니다.]

그는 문입구로 걸어가더니 크게 외쳤다.

 

[시령위, 정견을 데리고 오너라.]

 

시령위의 목소리가 먼곳에 들려왔다.

 

[녜.]

 

포대초는 흑백자 앞으로 걸어가 그의 가슴을 움켜잡고 추켜세웠다. 그의 손과 다리는 축 쳐져있어 온몸의 골격이 다 부러지고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포대초의 안색을 보자 그는 부들거리며 떨었다. 포대초는 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몸이 커다란 늙은이가 말했다.

 

[틀림없군. 이것은 그자의...... 그자의 흡성대법에 맞은거야.

전신의 정력이 모두 말라버렸어.]

 

그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렸다.

포대초는 흑백자에게 물었다.

 

[너는 언제 그자에게 당했느냐?]

 

흑백자는 말했다.

 

[저는...... 저는...... 정말 어제였읍니다. 그 자가...... 그 자가 내 우측 손목을 잡았는데 난...... 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서 그가 하는대로 맡겨두었읍니다.]

 

포대초는 얼굴을 실룩거리며 눈에 막연한 빛을 띄우며 미궁에 바졌다.

 

[그러고난 후 어찌 했느냐?]

 

흑백자는 말했다.

 

[그는 나를 철문의 네모난 구멍으로 끌어들인 다음 내옷을 벗기고 바꿔 입었읍니다. 그리고 또...... 그리고 족쇠와 수갑을 내 손과 발에 채우고 난 후 그 네모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읍니다.]

포대초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제? 어떻게 어제란 말인가?]

 

그 키가 작고 뚱뚱한 노인이 물었다.

 

[족쇠와 수갑은 모두 강철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끊어졌느냐?]

흑백자는 말했다.

 

[난...... 난...... 난 정말로 모르겠읍니다.]

 

독필옹은 말했다.

 

[제가 자세히 살폈는데 족쇠와 수갑은 끊어진 흔적이 있었는데 강철톱으로 자른 것 같았읍니다. 그 강철톱을 그 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읍니다.]

 

말을 하고 있을 때 시령위가 두 명의 하인을 시켜 정견을 둘러매게 하고 들어왔다. 그는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몸에는 얇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포대초는 이불을 펼치더니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가볍게 눌렀다. 정견은 고통이 심한 소리를 크게냈다.

포대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을 하자 시령위와 집하인 두 사람이 정견을 데리고 나갔다.

포대초는 말했다.

 

[그 부딪친 흔적이 대단하군. 틀림없이 그자의 소행이야.]

좌측에 앉아있던 중년부인은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때 입을 열었다.

 

[포장로 그놈이 어제 도망친 것이다면 우리가 반개월전에 들은 소문은 가짜인 것 같군요. 그놈의 패거리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우리를 동요케 하는 것이예요.]

 

포대초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가짜는 아닐 것이오.]

 

부인은 말했다.

 

[가짜는 아니라구요?]

 

포대초는 말했다.

 

[설향주(薛香主)는 온몸에 금종탁(金鍾?), 철포삼(鐵布衫)이라는 공력을 갖고 있는데 평범한 사람의 칼과 검도 그를 뚫을 수가 없는데, 그러나 다섯손가락이 가슴을 뚫고 들어가 심장을 생생하게 도려가지 않았오.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 그 누구도....

..]

 

영호충은 한참을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가볍게 어깨를 쳤다. 그는 깜짝 놀라 두걸음 물러서 검을 뽑아들고 보니 두 사람이 거기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달빛을 등지고 있어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 그를 향해 손짓을 하며 말했다.

 

[동생, 우리 들어갑시다.]

 

바로 상문천이었다.

영호충은 크게 기뻐 낮은 소리로 말했다.

 

[상형님!]

 

영호충은 급히 검을 넣고 상문천에게 대답을 하자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확연히 듣고 포대초가 일갈하며 물었다.

 

[누구냐?]

 

상문천의 옆에 있던 사람이 껄껄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지붕에 있던 기왓장을 들썩이게 했고 영호충의 귓속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며, 가슴과 배에 기혈이 들끓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 사람은 큰 걸음을 떼놓아 앞으로 성큼성큼 가더니 벽에 이르러 두 손으로 미니 꽈당하면서 벽에는 삽시간에 큰 구멍이 생겼다. 상문천은 손을 내밀어 영호충의 우측 손을 꼭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포대초 등은 손에 병기를 잡고 있었는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호충은 급히 이 사람이 누구인가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뒷모습뿐이었다. 그는 귀가 컸으며, 시커먼 머리와 파란옷을 보았을 뿐이었다.

포대초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보니...... 알고보니 임...... 임선배님이시군요.]

그 사람은 흥하고 코소리를 내면서 아픗로 나갔다.

포대초 황종공 등은 뒤로 두발짝 물러섰다. 그 사람은 몸을 돌리더니 중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 의자는 조금전 포대초가 앉았던 의자였다. 영호충은 이제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긴 얼굴에 눈같이 흰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이목구비는 수려했으나 얼굴색이 너무 희어 소름이 끼칠 것 같았다. 마치 금방 무덤속에서 온 시체같았다.

그는 상문천과 영호충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상형 영호형제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오.]

 

영호충은 그 소리를 듣자 기쁨과 놀람이 교차되어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임선배님이시군요?]

 

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렇네. 자네의 검법은 정말 대단하더구료.]

 

영호충은 말했다.

 

[당신은 정말 옥에서 탈출했군요. 오늘...... 나는 오늘 당신을 구하려고......]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나를 구하려고 생각했구료. 그렇소. 하하하 하하하 상형, 당신의 동생은 정말 의리가 있군요.]

 

상문천은 영호충의 손을 잡아끌어 그 사람의 오른쪽 의자에 앉게하고자기는 그 사람의 왼쪽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영호 동생은 당세에 보기드문 사내대장부 올씨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영호형제 당신이 호수 밑바닥 감옥에서 두달동안 있었으니 나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하하하.]

 

이때 영호충은 확실히는 모르나 어느 정도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임씨성을 가진자는 웃으면서 영호충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위해 두달 동안 지하감옥에 있었으나 내가 철판에 적어놓은 흡성대법을 배웠으니 허허허 그것은 족히 보상되었을 것이오.]

 

영호충은 기이해 했다.

 

[그 철판에 조각된 비결이 선배님께서 적어놓으신 것입니까?]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조각해놓지 않았다면 그 누가 흡성대법을 적어놓을 수 있었겠소?]

 

상문천은 말했다.

 

[형제, 임교주님의 흡성신공은 세상에서 자네 한사람만이 전수 받은 것이네. 정말 축하하고 기쁜 일이네.]

 

영호충은 이상해서 말했다.

 

[임교주라고요?]

 

상문천은 말했다.

 

[원래, 자네는 지금까지 임교주의 신분을 모르고 있을걸세. 이분이 바로 일월신교(日月神敎)의 임교주이시네. 이분의 이름은 아자 행자이지. 자네는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호충은 일월신교가 마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교파의 사람들은 자칭 일월신교라고 하지만 교파외의 사람들은 마교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교의 교주는 동방불패였는데 어째서 또 임아행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을까?

그는 우물쭈물 말했다.

 

[임...... 임교주님의 이름을 나는 철판위에서 보았읍니다. 그러나 교주인줄은 몰랐지요.]

 

그 신체가 큰 노인이 갑자기 일갈했다.

 

[그가 무슨 교주이냐? 나의 일월신교의 교주는 온천하가 다알고 있는 동방교주이다. 이 임씨성을 가진 자는 우리교파를 반대하고 못된짓을 한 자여서 이미 제명된지 오래다. 상문천 이 못된놈과 함께 큰 죄악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임아행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신의 이름이 진위방(秦偉邦)이지 그렇지?]

 

그 키가 큰 노인이 말했다.

 

[그렇다.]

 

임아행은 말했다.

 

[내가 이 교파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자네는 강서(江西) 임청기기주(任靑旗旗主)였는데 그런가?]

 

진위방은 말했다.

 

[바로 그렇다.]

 

임아행은 탄식하더니 말했다.

 

[너는 지금 십장로 가운데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승진이 참 빠르군. 동방불패는 너를 왜 이렇게 중히 여기고 있는가? 너의 무공이 높아서인가 아니면 일을 잘 처리해서인가?]

 

진위방은 말했다.

 

[나는 교파에 대해 충성을 다하고 있고 무슨 일이든 앞으로 나와 공을 세워 장로로 승격했다.]

 

임아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괜찮은 일이야.]

 

갑자기 임아행의 몸이 움직이더니 어느새 포대초에게로 가서 그의 목을 잡았다. 포대초는 깜짝놀라 왼손에 들고 있던 단도를 상대방의 팔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으나 때는 늦었다. 별수 없이 왼팔을 들어 목을 막고 왼발을 일보 물러나 오른손에 단도를 재빨리 내리쳤다. 이 공격과 수비는 한순간이엇다. 수비는 은밀했고 공격은 무서웠다. 확실히 고명한 수법이었다. 그러나 임아행의 오른손이 더 빨랐다. 포대초의 단도가 내리치기 전에 그의 목을 잡았다. 쓱하는 소리가 나며 그의 옷이 찢겨져 내렸고 오른손에는 가슴에서 한가지 물건을 집었는데 바로 이 흑목령(黑木令)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돌려 포대초의 오른팔을 거머쥐고 손목을 비틀어댔다. 이대 창창창 세번 울리더니 상문천이 장검을 뽑아들고 진위방과 나머지 두 장로에게 일초식을 뻗어냈다. 세 장로는 병기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상문천의 이 삼초는 그들이 손을 써서 포대초를 응원하려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삼초식이 지나가자 포대초는 이미 임아행의 손바닥 안에 들어있었다.

임아행은 천천히 웃었다.

 

[나의 흡성대법은 아직 펼치지 않았다. 너는 그 맛을 보고 싶은가?]

 

포대초는 이순간 자기가 투항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잃을테니 투항하는 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단도 아주 빨랐다.

 

[임교주. 나 포대초는 오늘부터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소.]

임아행은 말했다.

 

[그 옛날, 너는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왜 번복했는가?]

 

포대초는 말했다.

 

[임교주께서는제가 옛날의 죄를 속죄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공을 쌓아 옛날의 죄를 속죄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임아행은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이 약을 먹어라.]

 

그는 그의 손을 풀더니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한개의 자기병을 꺼내더니 그 속에서 한 개의 새빨간 알약을 거내 포대초에게 건네 주었다. 포대초는 그것을 받아 단숨에 먹어버렸다.

진위방은 실성한듯 말했다.

 

[이건...... 이건 삼시뇌신단(三尸腦神丹)이 아닙니까?]

임아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다, 이것이 바로 삼시뇌신단이지.]

 

그리고 자기병에서 여섯알의 삼시뇌신단을 거내더니 책상위에 던지니 여섯알의 새빨간 알약이 둥글둥글 맴을 돌았다.

 

[너희들은 이 삼시뇌신단의 무서움을 알고 있느냐?]

 

포대초는 말했다.

 

[교주의 뇌신단을 복용하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죠. 영원히 교주의 명을 따라야 하며 그렇지 않을때는 단중의 시충(尸蟲)은 잠복해 있다가 활동하여 뇌로 들어가고 뇌속에 들어가 뇌를 물어뜯으면 고통은 말할 수 없읍니다. 미친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미쳐날뛰는 것입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맞다, 너는 이 뇌신단의 효과를 알고 있으면서 어찌 감히 복용하였느냐?]

 

포대초는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교주님을 모시고 두 마음을 품지 않겠읍니다. 이 뇌신단이 아무리 무서워도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읍니다.]

임아행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좋다, 좋아, 여기 있는 약을 누가 또 먹기 원하는가?]

황종공과 독필옹, 단청생은 서로 쳐다보며 얼굴색이 변했다. 그들도 진위방 등과 같이 마교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벌써 이 삼시뇌신단 안에 시충이 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시에는 아무일도 없다가 매년 단오절 오시(午時)에 이르러서는 시충을 억제시켜주는 약물을 먹지 않으면 본래에 있던 약효가 떨어져 시충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이 뇌속에 들어가면 그 사람을 마치 미친개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이성을 잃어 처자식조차 물어뜯는 것이었다. 약중에 이보다 독한 약이 없었다. 더우기 서로 다른 약물주인이 만든 단약은 약의 성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동방교주의 해독약으로도 임아행이 만든 독약의 독을 풀 수 없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놀라면서 주저앉고 있을 때 흑백자가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

 

[교주님의 자비로우심에 제가 한알을 먼저 복용하겠읍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책상아픗로 걸어와 단약을 집었다.

임아행의 팔소매가 살짝 퍼뜩이더니 흑백자가 뒤로 벌렁 자빠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벽에 부딪쳤다.

임아행은 냉소하며 말했다.

 

[너의 내공은 이미 소실되어 폐인이 다 되었는데 내 영단묘약을 없애려고 하는구나.]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진위방, 왕성(王誠), 상삼랑(桑三?) 너희들은 나의 영약을 먹고싶지 않은 것이냐? 그렇냐?]

 

그 중년부인 상삼랑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저는 지금부터 교주님께 영원히 충성하며 두마음을 품지 않겠어요.]

 

그 키작고 뚱뚱한 왕성이 말했다.

 

[저는 교주님이 시키는대로 하겠읍니다.]

 

두 사람은 각자 책상에와 알약을 집어들어 복용했다. 그 두 사람은 옛날부터 임아행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그가 감옥에서 탈옥해 나오자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고 그의 위풍아래 더이상 반항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진위방은 중급의 지위에서 승급한 인물이었다. 임아행이 교파를 장악하고 있을 때 그는 강서에서 여러개의 현(縣)을 관할하고 있었는데 전임교주의 무서운 수단을 보지 못했고 그때는 자격도 없었다.

그는 크게 외쳤다.

 

[실례하겠소!]

 

그리고 두발을 땅바닥에 내딛더니 벽에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임아행은 껄껄 웃을뿐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구멍을 빠져나가자 상문천의 왼손이 가볍게 움직이며 소맷속에서 순식간에 검고 부드러운 채찍이 여러사람 앞으로 홱 스쳐지나갔다. 진위방의 억하는 소리가 들렸고 상문천이 채찍을 거두자 이미 그의 왼발이 채찍에 감겨 질질 끌려왔다. 이 긴 채찍의 굵기는 가늘어 작은 손가락보다 더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진위방은 왼발이 채찍에 감기자 질질 끌려올 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임아행은 말했다.

 

[상삼랑, 너는 이 뇌신단에 둘러있는 겉껍질을 벗겨라.]

상삼랑은 응답했다.

 

[녜.]

 

그녀는 책상 위에서 환약을 집어들고 손톱으로 바깥에 싸여 있던 발간껍질을 벗겼다. 그 안에는 회색빛이 나는 작은 진주같은 알약이 들어 있었다.

임아행은 말했다.

 

[그에게 먹여라.]

 

상삼랑은 말했다.

 

[녜.]

 

그러더니 진위방 앞에 가서 말했다.

 

[입을 벌려라.]

 

진위방은 욱하는 소리를 내더니 일장을 상삼랑에게 후려쳤다. 그의 무공은 상삼랑과 비교할 때 조금 뒤떨어졌으나 두 사람의 실력은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진위방은 채찍에 발이 감겼고 혈도가 제압을 당하자 손에는 힘이 없었다.

상삼랑은 왼발을 들어 그의 손을 누르고 오른발을 날려 그의 가슴을 걷어 찼다. 다시 왼발로 원앙연환(鴛鴦連環)을 사용해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그리고 순식간에 연속 세 번을 걷어차니 세 곳의 혈도를 적중시켰다. 오른손으론 그의 얼굴을 들어올리고 왼손으로는 껍질이 벗겨진 약을 입속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힘을 주어 그의 목을 쥐니 진위방은 그 약을 꿀꺽 삼켜버렸다.

영호충은 포대초의 말을 듣고 삼시뇌신단 안에는 시충이 들어 있으며 그 시충은 약물에 작용이 억제됨을 알았던 것이다. 상삼랑이 벗겨버린 빨간색의 껍질은 틀림없이 시충을 제압하는 약물이라고 생각했다. 또 상삼랑의 순식간의 행동은 매우 깨끗했는데 전적으로 약을 복용시키는 전문가 같았다.

 

(이 여자의 손과 발은 빠르구나.)

 

그는 상삼랑이 금라공법의 전문가이고 명수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그녀는 임아행의 앞이라 전신의 힘을 모으고 정신을 차려 자기의 실력을 과시하고 또 교주에 대해 충성함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임아행은 잔잔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삼랑은 몸을 일으키더니 공경스럽게 한쪽 옆에 가서 섰다.

임아행은 황종공 등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약을 복용할 것인가레 대해 묻고 있는 것이었다.

독필옹은 말한마디 없이 책상 앞으로가 한알의 환약을 복용했다.

단청생은 입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결국 환약을 집어 복용했다.

황종공은 얼굴색이 참담히 변하더니 품속에서 한권의 책자를 꺼냈다. 바로 광릉산의 금보였다. 그는 영호충 앞에 걸어오더니 말했다.

 

[귀하께선 무공도 높으시고 지모도 뛰어나오. 그런 교묘한 방법으로 임아행을 구출했으니 하하하 정말 저는 탄복했소이다. 이 한권의 금보가 우리 네 형제를 패가망신시켰으니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바이오.]

 

그는 손을 들어던지니 금보는 다시 영호충의 품속에 들어 왔다.

영호충은 얼떨결에 그를 보니 그는 몸을 돌려 벽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미안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임교주를 구한 것은 상형의 계략이었지. 나는 사전에 아무것도 몰랐다. 황종공 등이 나를 원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나는 변명할 요지도 없는 것이다.)

 

황종공은 벽 가까이 가더니 말했다.

 

[우리 네 형제가 일월신교에 들어간 것은 강호에서 의로움을 행하고 좋은일을 하자는 것이었소. 그러나 임교주의 성격이 포악하고 사리사욕만 채워 우리 네 형제는 벌써부터 물러나가고 싶었읍니다. 동방교주가 교주에 오른다음 간신을 옆에 두고 교중의 원로들을 모두 제거해버려 우리 네사람은 너무 낙담하고 실망하여 이런 임무를 자청한 것입니다. 이런 임무를 자처한 것은 첫째로는 흑목애를 멀리하여 사람들과 다툴 필요가 없고, 두 번째는 이 서호의 한가에 살면서 글과 서예를 즐기고자 함이었읍니다. 십이년동안 이런 풍류도 즐길만큼 즐겼읍니다. 사람이 세상에 살때는 근심이 많고 즐거움이 적은 법은 원래 당연한 이치지요......]

 

그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억하는 소리를 내고 천천히 쓰러졌다.

독필옹과 단청생은 일제히 외쳤다.

 

[큰형님!]

 

두 사람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는데 그의 몸에는 비수가 꽂혀있었고 눈을 부릅뜬 채 숨이 이미 끊어져 있었다.

단청생과 독필옹은 연신 외쳤다.

 

[큰형님, 큰형님-]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왕성은 일갈했다.

 

[이 늙은이는 교주의 명을 받들지 않고 자진하여 죽었으니 응당히 죄가 더 무거운 것이다. 너희 두 사람은 어찌 그리 떠드느냐?]

단청생은 온 얼굴에 노기를 띄우더니 몸을 돌려 그에게 달려들더니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했다.

왕성이 말했다.

 

[어찌 하려고 하는가? 너는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단청생은 이미 자기는 삼시뇌신단을 복용한 후라 임아행의 뜻을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거슬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화를 가라앉히며 눈물만 흘렸다.

임아행은 말했다.

 

[이 시체와 쓸모없는 인간을 밖으로 던져버려라. 술과 음식을 가져와 오늘 나는 상형제 영호형제와 마시고 취하리라.]

 

독필옹은 말했다.

 

[녜.]

 

독필옹은 황종공을 안아들고 나갔다.

바로 집안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술상을 차렸고 술상에는 총 여섯 개의 자리가 차려졌다.

포대초는 말했다.

 

[세 개의 술잔만 놓아라. 우리가 어찌 교주와 동석을 하겠느냐?]

 

그러면서 술잔을 거두었다.

임아행은 말했다.

 

[너희들도 수고했으니 밖에 나가 한잔 하거라.]

 

포대초, 왕성, 상삼랑은 일제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

 

[교주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천처히 물러갔다.

영호충은 황종공이 자진하자 그 사람이야말로 의롭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에게 추천서를 써주며 소림사의 방증대사를 찾아가 치료할 것을 권한 것을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상문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 자네는 어떤 경로로 교주의 흡성대법을 배웠는가? 그일을 좀 들려주게.]

 

영호충은 자기가 어떻게 연마했으며 무의식중에 그같은 공력을 익히게 되었는가를 하나하나 말했다.

상문천은 웃으면서 말했다.

 

[축하하네. 축하해. 그것은 인연없이는 배울 수 없는 것인데. 이 형은 자네를 대신해 좋아죽겠네.]

 

그러면서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임아행과 영호충도 술잔을 들었다.

임아행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은 정말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네. 내가 처음 그 연공비법을 조각했을 때 비록 감옥이라 소일거리로 했지만 그렇다고 좋은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네. 신공비결이야 진짜이지만 그러나 내가 친히 공력을 분산시키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혼자 그 방법대로 수련을 쌓는다면 기름을 뒤집어쓰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인데 그 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천의 하나도 없네. 이 신공을 연마하는데는 두 가지의 큰 난관이 있는데 첫번째로는 전신의 내력을 분산시켜 단전을 텅 비워 놓아야하지 분산시키지 못하거나 혈도를 잘못 운행하거나 하면 화를 입는거야. 가벼우면 폐인이 되고 무거운 것은 경맥이 역전되어 일곱군데의 구멍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마는 것이네. 이 공력이 창시된 지는 몇 십년이 되나 배운 사람은 극히 적고 연마한 사람은 더욱 몇명이 안되네. 그것은 이 신공이 너무 어려운 까닭이야. 영호형제는 누워 떡을 먹는거야. 자네의 내력은 모두 소실되어 없었기 때문에 분산시키는데 힘이 들지 않았을 것이네. 다른 사람은 제일 어려워하는 그 단계를 자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험난한 단계를 지난 것이야. 산공을 한 후에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진기를 흡수하여 자기의 단전에 저장시켜야하고 또다시 절차에 따라 기경팔맥에 집어 넣어 나중에 사용해야 하네. 이 단계는 본래 매우 어려워 자기의 내력을 모두 분산시켜놓고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진기를 흡수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고 순간 잘못한다면 목숨까지 잃는다네. 영호형제는 우연이 일치된 것이야. 상형이 말하는데 자네의 몸에는 벌써 몇명의 고수가 불어 넣어준 여덟줄기의 이상한 진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의 일부분이지만 무서운 것이야. 영호형제, 자네는 아주 쉽게 두개의 난관을 가볍게 넘겨 대법을 연마했으니 하늘의 복이네.]

영호충은 손에 식은 땀이 베었다.

 

[나의 내공이 모두 소실되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결과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상형님 임교주님이 어떻게 탈출하셨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읍니다.]

 

상문천은 히히 웃으며 품속에서 한 물건을 꺼내더니 영호충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영호충은 손에 쥐어진 딱딱한 물건이 그날 상형님이 임아행에게 갖다주라는 것임을알 수 있었다. 손을 펴보니 강철로된 공이었다. 공에는 작은 구슬이 박혀 있었다. 영호충은 그 막혀있는 구슬을 살짝 만지자 그 강철로된 것은 움직일 수 있었고 가볍게 몇번 돌리자 극히 가는 강철줄이 줄줄 나왔다. 이 강철로 된 실긍은 강철의 공에 연결되어 있었으며 강철실에는 톱날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정교한 강철톱이었다.

영호충은 그제서야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알고보니 교주님의 수갑과 족쇠는 이 톱으로 자르셨군요.]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웃음소리에 내력을 발하여 당신들 다섯사람들을 모두 혼절케하여 바로 이 톱으로 그 쇠사슬을 잘랐네. 자네가 흑백자에게 한 것처럼 나도 자네를 그렇게 한 것이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보니 당신은 나의 옷을 바꿔입고 족쇠와 수갑을 내게 채워놓았으니 황종공 등이 눈치채지 못한 것이군요.]

 

상문천은 웃었다.

 

[본해 이 일은 황종공이나 흑백자를 속일 수는 없었어. 그들이 정신이 들기 전에 나와 교주는 매장을 바져나왔다네. 흑백자와 그들은 내가 남긴 그림이나 금보 등을 보고 기븐 나머지 감옥에서 있었던 일을 가볍게 처리해 버린 것이야.]

 

영호충은 말했다.

 

[형님의 심기는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읍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계획이 잘 짜여져 있었군. 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그런데 교주가 탈출한지는 오래인데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구출하러 오지 않았을까?)

상문천은 영호충의 안색을 살피더니 그의 마음을 추측해내고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 교주께선 나오신 후 많은 일을 해야만 했네.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자네를 밑바닥에 며칠 더묵도록했던 것이네. 우리는 오늘 자네를 구하러 온 것이네. 다행히 자네는 전화위복이 되어 불세의 신공을 연마하게 되었으니 어찌되었든 보상은 된 것이네. 하하하 이 형님이 사과를 하네.]

그는 세잔에 술을 따르더니 자기가 먼저 한잔을 마셨다.

임아행은 껄껄 웃더니 말했다.

 

[나도 같이 한잔 마시겠네.]

 

영호충은 웃었다.

 

[사과는 무슨 사과입니까. 나는 두분께 감사를 드려야지요. 나는 본래 내상을 입어 치료할 방법이 없었으나 교주의 신공을 연마한 다음 내공을 치료하고 생명을 건졌지 않습니까?]

 

세 사람은 마음을 놓고 껄껄 웃으며 심히 기뻐했다.

 

상문천은 말했다.

 

[십이년전 이상하게 교주께서 실종되셨고, 동방불패가 그 지위에 앉았네. 나는 그 일에 흉계가 있으리라고 믿었으나 할 수 없이 동방불패와 같이 일을 했다네. 최근에 이르러서야 교주께서 이곳에 갇혀 있음을 알고 교주어르신을 구하런 온 것이었네. 그런데 내가 흑목애에서 내려오자마자 동방불패 그 멍청한 놈이 사람을 풀어 나를 죽이라고 했네. 내 또 도중에 정파의 멍청한 무리들이 함께 달려들어 일을 그릇치지 않았는가? 동생. 동생이 그날 깊은 계곡 밑바닥에서 내공이 소실 된 연유를 말해주지 않았던가? 나는 그때 생각을 했다네. 자네 체내의 이상한 진기를 없애려면 이 세상에 오로지 교주의 흡성대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네. 교주가 탈출한 다음 나는 교주어르신께 자네에게 신공을 전수해 주도록 부탁하고 싶었네. 그러나 뜻밖에 내가 말하지 않았어도 교주는 자네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주신 것이구료.]

 

세 사람은 또 함게 술잔을 비우고 웃었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상형님게서 임교주를 구하러 갈 때 물론 나를 이용한 것이다.

그것은 내 생명을 구하려는 마음도 있었구나. 그날 그 계곡을 떠날 때 그는 나를 데리고 의사에게 간다고 했지 않은가? 내가 이 일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쓰지 않았다면 그 흡성대법이 어떤 신공인데 임교주가 감히 가볍게 나같이 상관없는 바깥 사람에게 전수해 주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영호충은 상문천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십여잔의 술을 마시자 영호충은 이 교주의 위인됨이 호방하고 견문이 일반 사람과 달라 평생 드물게 보는 대영웅이고, 대호걸임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다. 조금전 그는 진위방, 황종공, 흑백자에게 쓴 수법을 너무 악독했으나 그의 말을 듣고 그의 됨됨이를 알자 사람이란 일반적인 생각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생각들은 점점 사라졌다.

임아행이 말했다.

 

[영호형제! 내가 적을 패할 때 손이 너무 악독하고 아랫 사람을 대할 때는 너무 극엄한데 자네는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겠군. 그러나 생각 좀 해보게. 내가 가호의 밑바닥 그 컴컴 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나? 자네도 그 감옥 속에서 갇혀 있었으니까 그 안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고달프고 쓸쓸한가를 알 것이네. 나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대했는데 어지 인자한 마음을 품을 수가 있는가?]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감했다. 갑자기 한가지 일이 생각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교주님께 한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교주님께서는 대답해 주실 수 있읍니까?]

 

임아행은 말했다.

 

[무슨 일인가?]

 

영호충은 말했다.

 

[내가 처음 교주님을 보았을 때 황종공이 이런 말을 했읍니다.

교주께서 탈옥하여 다시 강호에 나가시면 화산파의 인물 반은 사라질 것이라고요. 또 교주님이 말씀하시길 만약에 저의 사부님을 뵙기만 하면 그를 심히 난처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하셨지요. 교주님의 무공이 신통하고 만약 화산파를 못살게 구신다면 그 누구도 막을 자가......]

 

임아행은 말했다.

 

[내가 상형에게 들었는데 자네의 사부는 방문을 돌리고 자네는 화산파에서 쫓아냈다고 하더군. 내가 가서 그들을 한바탕 뒤엎고 아예 화산일파를 멸하여 무림에서 이름을 없앤 다음 자네를 대신해 원수를 갚을까 하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었읍니다. 그때 사부님과 사모님이 저를 데려다 길러주셨고, 이렇게 무술연마까지 가르치셨읍니다. 비록 이름은 사제지간이나 부모와 다름 없읍니다. 사부님께서 저를 문파에서 쫓아낸 것은 첫째로는 나의 잘못이었고, 두번째로는 어떤 오해 때문입니다. 저는 절대로 사부님께 원망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악불군은 자네에게 무정한데 자네는 그에게 의리를 지키는군.]

영호충은 말했다.

 

[제가 교주님께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교주님의 넓으신 아량으로 절대로 나의 사부, 사모님 그리고 화산파의 사제, 사매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지 마시기 바랍니다.]

 

임아행은 목소리를 가라 앉혔다.

 

[내가 컴컴한 그 감옥을 벗어나는 데는 자네의 힘이 컸네. 그러나 나는 자네에게 흡성대법을 가르쳐 주었고, 자네의 생명을 구해 주었지. 우리 둘 사이는 서로빚진 것이나 갚을 것이 없네. 내가 오래간만에 강호에 다시 발을 내딛었으니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아직은 자네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없다네. 앞으로 일을 할 때 크게 장애가 될 테니까 말일세.]

 

영호충은 그의 이 말이 악불군에게 어떤 일이라도 행할 수 있다는 말임을 알고 마음이 급해져서 얼굴색이 달라졌다.

임아행이 껄껄 웃더니 말했다.

 

[이보게 형제 그만 좀 앉게. 오늘 내게는 상형과 자네만 진정 믿을 수 있는 친구인데 자네의 부탁을 그냥 넘길 수가 있는가? 이렇게 하기로 하지. 자네가 먼저 나에게 한가지 일을 대답해 주게. 그러면 나도 자네의 청을 들어 주겠네. 오늘 이후 화산파의 사도들이 내게 불쾌하게 하거나 언짢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손을 대지 않겠네. 물론 그들을 따끔하게 맛 좀 보일 때도 자네의 얼굴을 봐서 참고로 삼겠네. 어떤가?]

 

영호충은 기뻐하며 급히 말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교주께선 제게 무슨 부탁이 있으신지 저는 꼭 듣겠읍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나와 자네는 금란의 형제를 맺기로 하세. 앞으로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해결하세. 상형제는 일월신교의 광명좌사(光明左使)이고, 자네는 내 교파에서 광명우사(光明右使)를 맡게나. 자네의 뜻은 어떤가?]

 

영호충은 그 말을 듣자 멍청해졌다. 자기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마교에 들어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기는 어려서부터 사부님이나 사모님에게 마교의 악독한 여러가지 일들을 들었다. 자기는 비록 화산파에서 축출당했지만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고 싶었다. 강호에서 문벌이 없고 파벌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만약 자기에게 마교에 가입하라고 한다면 그는 절대로 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감정이 교차되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임아행과 상문천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방안에는 정적만 감돌았다.

한참 후 영호충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교주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배우지도 못했는데 어찌 교주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형제의 호칭을 붙이겠읍니까? 더우기 저는 화산일파에는 속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부님께서 마음을 돌리시길 희망하고 있고 그때가서 다시 명을 받들고......]

임아행은 담담히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를 교주라고 부르는데 나는 감옥에선 나왔지만 여전히 생명을 보장할 수가 없네. 교주라는 두 글자는 듣기 좋게 부르는데 지나지 않네. 천하의 사람들은 일월신교의 교주는 동방불패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 사람의 무공은 높고 결코 나의 밑이 아니며, 권모술수도 나를 능가하고 있다네. 또 그 사람 휘하에는 인재가 몰려 있으며, 나와 상형 두 사람이 그들 수중에서 교주의 자리를 뺏는다는 것은 계란으로 돌을 치는 격이고 망상에 불과하네. 자네는 우리와 의형제를 맺지 않는 것이 자네의 몸을 지킬 수 잇는 명철한 길이네. 자자자 우린 술이나 마시고 이야기나 나누세. 그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말게나.]

 

영호충은 말했다.

 

[교주의 권좌를 어떻게 동방불패가 빼앗아 갔으며, 어찌 그 컴컴한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 여러가지를 다 모르겠읍니다. 두분께선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읍니까?]

 

임아행은 고개를 흔들고 처량하게 웃었다.

 

[호수 밑바닥에서 십이년을 지냈으니 명예나 권리같은 것은 처연해져야 하네. 하하하 나이가 많이 들수록 더욱 마음이 뜨거우니 말일세.]

 

그는 술잔에 가득 술을 따라 마시고 난 후 껄껄 소리내 웃었다.

웃음 소리에는 처량한 감이 가득 들어 있었다.

상문천이 말했다.

 

[동생 그날 동방불패가 많은 사람을 보내 내 뒤를 쫓을 때 그 수단의 악독함이란 자네도 친히 보아서 알 것이네. 만약 자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그 정자에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네. 자네의 심중에는 정파와 마교의 구분이 있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수백사람이 자네와 나를 포위해 죽이려고 하지 않았나? 거기에 무슨 정파고 마교가 있겠는가? 사실 모든 일이란 사람이 만든 것이네. 정파 중에는 좋은 사람만 있고 간사하고 악독한 사람이 없으라는 법이 있는가? 마교중에는 좋은 사람은 틀림없이 적지 않으나 우리 세 사람이 대권을 장악한 다음 잘 정리를 한다면 그 잔악무도한 패류들을 모두 깨끗이 쓸어 버리면 되는 것일세. 그러면 이 강호에 호걸지사들은 모두 반겨주지 않겠는가?]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의 말씀은 맞는 말씀입니다.]

 

상문천은 말했다.

 

[그 옛날 교주께서는 동방불패를 친형제처럼 대해 주었다네. 그래서 그를 광명좌사의 높은 지위를 주어 모든 대권을 그에게 건네주었다네. 그때 교주께선 온 힘을 다해서 흡성대법을 연마하셨고, 그 중의 작은 결함을 보충하고 교정하여 교파의 모든 일들을 돌볼 여지가 없으셨네. 뜻밖에 그 동방불패는 흑심을 품고 겉으로는 교주를 대단히 공경하는 척하면서 그의 뜻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네.

그런데 암암리에 자기의 세력을 키워 거짓과 여러 핑계로 교주에게 충성하는 부하들을 없애거나 또는 죽이면서 수년동안 교주에게 심복들을 모두 없애 버렸지. 교주는 충직하고 정이 많으신 분이라 동방불패가 모든 일에 조심하고 또 교파가 그의 수중에 척척 이끌어 가자 시종 그에게 의심을 품지 않으셨네.]

 

임아행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상형 그 일은 창피하고 면목없는 일이네. 자네는 수차례 진언을 하고 충언을 들려주어 나를 예방하도록 했었네. 그러나 나는 동방불패를 너무 믿은 나머지 좋은 약은 쓰다고 자네가 그에게 질투를 느껴 그러는 줄 알고 자네에게 이간질을 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한다고 욕을 해주곤 했지. 그래서 자네는 화가 나서 멀리 가 버렸고 그 다음부터 나는 자네를 볼 수가 없었네.]

 

상문천은 말했다.

 

[저는 절대로 교주님께 어떤 원한을 품고 있지는 않았읍니다. 단지 눈 앞의 일이 옳지 않게 돌아감을 보고 그 동방불패는 용의주도하여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 같고 제가 만약 교주님 곁에서 계속 시중을 들어준다면 틀림없이 그의 표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파를 위해 몸을 의지한다는 것은 거기에 속한 사람의 당연한 이치겠지만 그러나 저는 앞뒤로 생각해본 결과 먼저 떠나는게 옳다고 생각되었읍니다. 만약 교주께서 그의 흉악한 마음을 간파하시고 그가 대역무도한 짓을 못하게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이 도와주시는 것이고, 내가 먼 곳에 있다면 최소한 그는 나라는 인물이 걸릴 것이고, 감히 함부로 일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임아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그러나 내 어찌 자네의 고충을 알 수가 있었겠는가? 자네가 인사도 없이 떠나가자 크게 화가 났었네. 그때 기공의 중요한 부분을 연마하느라고 이것저것 돌볼 여가가 없었네. 그러나 그 동방불패는 나에게 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절대로 작은 일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을 쓰지말라고 권하더군. 나는 더욱 그의 흉계에 걸려 들고 말었어. 그래서 본교의 비적(秘籍)인 규화보전(葵花寶典)을 그에게 전해 주었다네.]

 

영호충은 규화보전이라는 네 글자를 듣자 자기도 모르게 억하고 소리를 질렀다.

상문천은 말했다.

 

[동생 자네도 규화보전이라는 책을 아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나는 사부님께서 그 보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읍니다. 제가 알기로는 무한하고 오묘한 비급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이 교주님 수중에 있는지는 몰랐읍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몇년동안 그 규화보전은 일월신교의 보물이었네. 역대 모든 교주께서는 다음 교주에게 전해주곤 하셨지. 그때 나는 흡성대법을 연마하느라고 침식을 잃다시피 무슨 일이든 마음에 두지 않았네.

그래서 이 교주의 자리를 동방불패에게 전해주려고 했었네. 그리고 그 규화보전을 그에게 준 것은 그에게 분명하게 내 의사를 나타냈었지. 머지 않아 나는 교주의 직위를 전해주겠다고 말이네. 참 동방불패는 총명한 사람이라 내가 교주자리를 물려준다고 했는데도 그는 왜 그리 조급하게굴었는지 모르겠네. 내가 정식으로 총단(總壇)을 소집하여 정식으로 공포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았네. 왜 대역무도하게 찬탈을 했을까?]

 

그는 눈쌀을 찌푸렸다. 지금까지도 동방불패가 왜 그런 허튼수작을 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상문천은 말했다.

 

[그는 첫째로는 기다릴 수 없어서였겠지요. 교주께서 언제 어느때 물려줄지 몰라서가 아닙니까? 둘째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였겠지요. 아마 그는 일이 갑자기 변할까봐 겁이 났을 것입니다.]

임아행은 말했다.

 

[사실 그때 모든 일을 다 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변고가 생길까봐 염려했는지 모르겠군.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내가 컴컴한 감옥속에서 생각해 볼 때 그의 간사한 행동은 하나 하나가 이해가 갔는데 단지 그가 왜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갑자기 일을 꾸몄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아. 원래 그는 자네를 퍽 거리고 있었네. 내가 없으면 교주의 자리를 자네에게 줄까봐 걱정돼서였네. 그러나 자네는 말도 없이 내 곁을 떠나서 이미 눈속의 가시를 제거한 것과 같았을텐데 그는 천천히 기다리지 않았네.]

상문천은 말했다.

 

[바로 동방불패가 일을 꾸민 해 단오 전날 저녁 큰 연회석상에서 아가씨께서는 그 연회석상에서 한마디 말씀을 하셨는데 교주께선 아직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임아행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단오절? 그 계집애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는가? 나는 한마디도 기억할 수 없구먼.]

 

상문천이 말했다.

 

[교주께서는 아가씨가 어디 있느냐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녀는 총명하고 똑똑하고 마음이 깊고 영악하여 실로 어른 못지 않습니다. 그해 아가씨가 아마 일곱살이었지요? 그녀는 연회석상에서 사람의 숫자를 세어보더니 갑자기 당신에게 물어 보았읍니다. '아버지 어째서 우리는 해마다 단오절날 술을 마시는데 해가 갈수록 사람수가 적어 지나요?' 그때 교주께선 멈칫하며 물으셨읍니다. '뭐가 한해마다 사람이 적어진단 말이냐.' 아가씨가 말씀하시더군요.

'저가 기억하기론 작년에는 열한명이었어요. 재작년엔 열두명이었고요. 금년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우리는 겨우 열사람이 남았을 뿐이예요.']

 

임아행은 탄식하며 말했다.

 

[그래 그래. 내가 그 애의 말을들으면서 마음속으로 심히 불쾌했었네. 한해전에 동방불패는 학현제( 賢弟)를 처결시켰고, 그 전해에는 구(丘)장로가 아무 이유없이 감숙(甘肅)에서 죽었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동방불패가 암암리에 세운 음흉한 술책이었네.

다시 그 한해 전에는 문(文)장로가 우리 교에서 축출당한 후 숭산파, 태산파, 형산파 세 파의 고수들에게 에워싸여 죽음을 당했었네. 그 일의 발단도 동방불패 때문이었네. 아! 그 애가 무의식 중에 진실을 말했는데 당시에 나는 꿈속에 있어 그 말뜻을 깨닫지 못했다네.]

 

그는 한참 쉰 다음 술을 한모금 마신 후 다시 말했다.

 

[이 흡성대법은 북송(北宋)때 처음으로 소요파(逍遙派)에서 창시되었네. 그 다음에 북명신공(北冥神功)과 화공대법(化功大法)으로 나누어 졌다네. 후에 대리단씨(大理段氏) 및 성숙파(星宿派)에서 전해 오다가 하나로 합쳐져서 흡성대법이라고 칭하게 되었다네. 주로 화공대법의 길을 계승한 것이네. 단지 배우는 사람이 그 법칙을 확실히 깨우치지 못해서 그 속에는 많은 결함이 있었다네. 그때 나는 흡성대법을 십여년 동안 연마하고 있어서 강호에서 이 신공도 크게 명성을 떨쳤다네. 정파의 인물들은 이 소문을 듣고 떨지 않은 자가 없었네. 그러나 나는 이 신공중에 결합이 몇군데 있다는 것을 알았다네. 처음에는 아무 느낌이 없다가 그 후에 후한이 점점 명확하게 나타났네. 그 몇년동안 나는 이미 그 후한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보충하고 구하지 않는다면 결국 독을 얻어 몸을 망치게 됨을 알았네. 그 흡성은 다른 사람의 공력이 모아지면 갑자기 반격을 하고 흡수한 공력이 많으면 반격의 힘은 더욱 컸다네.]

 

영호충은 여기까지 듣고 한가지 일이 매우 타당하지 못함을 알았다.

임아행은 또 말했다.

 

[그때 나의 몸에는 십여명의 정사고수들의 공력이 모아져 있었다. 그러나 십여명의 고수들은 각기 서로 다른 문파의 사람들이라 연마한 공력도 서로 다르지 않은가. 나는 반드시 어떤 방법을 강구하여 하나로 융합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것이 곧 우한이 될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몇년동안 아침 저녁으로 이 한가지 일을 염두에 두고 생각에 골몰해 있었어. 그날 단오절 대연회석상에서는 나는 비록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어댔지만 혼자서 양교(陽 )의 스물두군데 혈과 양유(陽維)의 삼십이개의 혈을 추산하고 있었네. 이 쉰네개의 혈도 사이를 어떻게 내식을 써서 자유자재로 기를 쓸 수 있을까 하고 말이네. 즉 양교에서 양유로 양유에서 양교로 자유자재로 공력을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네. 그래서 그 애의 말이 유쾌하지 못했지만 금방 잊고 말았다네.]

 

상문천은 말했다.

 

[저는 계속 이상하게 생각했지요. 교주께선 지금까지 경각심이 대단해서 다른 사람이 반마디만 해도 그의 마음을 십중팔구는 짚을 수가 잇고 절대 실수하는 법이 없으셨읍니다. 그러나 몇 해에는 동방불패의 간악한 흉계를 느끼시지 못했을 뿐 아니라 또 날마다...... 날마다 음......]

 

임아행은 웃으면서 말했다.

 

[날마다 흐리멍텅 정신이 없는양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단 말이지 그렇지?]

 

상문천은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가씨가 그 말을 하자 동방불패가 껄껄 웃으면서 말해지요. '아가씨! 아가씨는 참 장난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렇다면 내년엔 몇 사람을 더 데려다 술을 마시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의 말투는 기뻐하는 듯했으나 나는 그의 눈빛 속에서 의욕에 찬 눈빛을 발견했읍니다. 그는 틀림없이 생각하기를 교주께서도 이미 마음속에 간직하면서도 거짓으로 멍청한 척 그를 시험해 보고 있다고 그는 여겼겠지요. 그는 평소 교주께서 명확하시고 틀림이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명확한 일을 의심을 받지 않으리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입니다.]

 

임아행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애가 단오절 연회석상에서 말한 그 말은 이 십여년동안 기억하지 못했어. 지금 자네가 말을 하니 나는 비로소 기억해낼 수 있었는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지. 맞아 동방불패는 그 말을 듣고 나선 어찌 마음이 편했겠는가?]

 

상문천은 말했다.

 

[더우기 아가씨는 하루하루 자라고 갈수록 총명해지니 한두해 사이에 그녀가 그의 간계를 알아 차릴까봐 염려되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장성한 다음에 교주께서는 그 대권을 그녀에게 전해 줄까봐 염려가 있겠지요. 동방불패가 기다리지 못하고 모험을 해 난을 일으킨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닙니까?]

 

임아행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참 이때 내 딸이 내 몸가까이 있다면 우리는 한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고 이렇게 무력한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오.]

상문천은 고개를 돌려 영호충에게 말했다.

 

[동생 교주께서 말씀하시길 이 흡성대법 중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알기로 교주는 비록 컴컴한 감옥에서 십여년 동안 감금당하시고 위축당하셨는데 그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깨우치고 깊은 사색을 통하여 이미 그 신공중의 오묘한 뜻을 이미 깨뜨리시고 풀으셨네. 교주 그렇지 않습니까?]

 

임아행은 촘촘히 난 수염을 만지면서 껄껄 웃었다. 매우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맞다. 그로부터 다른 사람의 공력을 흡수시키면 모든 것으 내것으로 할 수 있었다네. 더이상 이 괴이한 진기가 반격해 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네. 하하하 영호형제 자네는 지금 깊이 숨을 들이쉬어 보게나. 옥침혈(玉枕穴)과 전중혈( 中穴)에서 진기가 갑자기 꿈틀거리며 맹렬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영호충은 그의 말대로 숨을 깊이 쉬니 과연 옥침혈과 전중혈 두곳에서 진기가 은은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임아행은 말했다.

 

[자네는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느낌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러나 나는 옛날 이 오묘한 점을 이해하기 못했을 때는 이 두곳 혈도에서 진기가 움직여 정말 하늘이 찢어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아 참기가 어려웠네. 바깥에는 조용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속에는 천마리 만마리 말이 달리는 것 같았고 어떤 때는 청둥과 벼락이 연신쳐오는데 그 소리는 정말 컸었네. 아 만약 그런 중대한 변고가 없었다면 동방불패의 역모를 내가 가만히 놔두었게나.]

 

영호충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고, 상문천이 그런말을 한 뜻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이유는 자기가 자진해서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라는 것이다. 만약 자기가 일월신교에 개입하지 않고 그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면 틀림없이 말을 해주지 않으리라.

그는 생각해 보았다.

 

(이 흡성대법을 연마하면 다른 사람의 공력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공력은 너무 자기만을 위하고 악독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단련하지 않겠다. 절대로 사용하지도 않겠다. 내 몸안에 이상한 진기는 제거하지 못해도 애초에 그랬으니 내 생명은 죽어온 것이다. 영호충이 어찌 죽음을 무서워하고 살기를 원하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즉시 화제를 바꾸었다.

 

[교주님! 제가 한가지 일을 모르는 것이 있는데 가르침을 청하고 싶군요. 저의 사부님 말씀에 따르면 그 규화보전은 무술 중에서 최상급의 비급이라고 들었읍니다. 그 보전중의 무학을 연마하여 이룰 수만 있다면 천하에서 당할 자가 없는 고수가 되고 또 수명이 연장되어 백살을 넘게 산다고 하셨읍니다. 교주께선 어찌 그 보전중의 무공을 연마하지 않으시고그 흉악하기 그지없는 흡성대법을 연마하셨읍니까?]

 

임아행은 담담히 웃더니 말했다.

 

[그 원인을 외인에게는 말해 줄 수가 없네.]

 

영호충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녜, 그렇군요. 제가 너무 당돌했읍니다.]

 

상문천은 말했다.

 

[동생 교주님께서는 나이가 많으시고 나 또한 교주님과의 나이 차이는 얼마되지 않네. 자네가 만약 본교에 들어온다면 교주의 계승자리는 자네가 차지하게 되는 것일세. 일월신교의 명성이 좋지 않다면 자네가 그 직위에 올라 자네가 정리하면 온 천하를 위해 다행한 일이 아닌가?]

 

영호충은 그의 인정담긴 말을 듣자 마음이 동요됨을 느꼈다. 임아행은 왼손으로 술잔을 집어 탁자 위에 무겁게 텅 내려놓더니 오른손으로 술주전자를 들어 가득 따라놓고 말했다.

 

[수백년간 나의 일월신교와 정파의 여러파간에는 원수로 여기고 지내왔고, 절대로 두 교파가 양립을 하지 않았다. 자네가 이렇듯 고집을 피우고 나의 교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자네의 상처는 치료될 수 없고 생명조차도 보장할 수 없네. 그것은 고사하고 아마 자네 사부, 사모님도 화산파...... 허허허내가 만약 화산파의 사졸들을 모두 전멸시켜 버리고 화산일파를 무림에서 이름을 없애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네.]

 

- 소오강호 제 4 권 끝 -

 

[출처] 소오강호 4-5 - 모이자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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