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소오강호 5-5 김용
군웅들이 황보평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밤중이었다. 여러 사람들은 황보평 서쪽 들판에 모여들 있었다. 일행과 그 장소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는데, 그 사람들이 떠들고 욕을 해대고, 날카롭게 내는 신음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영호충이 발걸음을 빨리 해 달려가보니 달빛 아래에서 산들이 겹겹이 에워싸인 넓은 들판에 검은 그림자가 모여 잇엇따. 언뜻 보아도 천여 명은 될성싶었다. 한 사람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맹주, 맹주라는 자리는 하나인데 당신들 여섯이 모두 맡겠다고 덤비니 그 맹주자리가 좁아서 앉기나 하겠소?]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 여섯은 바로 한 사람이고 한 사람은 바로 여섯 사람이오.
당신이 우리 육형제를 호령하면 우리 육형제는 맹주가 되는 것이오. 당신이 만약 더이상 계속 떠든다면 먼저 당신을 네 조각으로 찢은 다음 다시 말을 하겠소.]
영호충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가 도곡육선 가운데 한 사람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여섯형제의 목소리가 다 비슷하니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먼저 말한 사람은 깜짝 놀라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웅들은 도곡육선에 대해 심히 못마땅해 어떤 이는 욕을 해댔고, 어떤 자는 내심 비웃었고 더욱 어떤 자는 돌과 나뭇조각을 던져 혼란하기 짝이 없었다.
도엽선은 큰 소리로 외쳤다.
[누가 이 어르신께 감히 돌멩이를 던지느냐?]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네 에비다!]
도화선은 화가 나서 말했다.
[무엇이라고? 당신이 우리 형님의 어르신이라고, 그렇다면 나의 아버지가 아니냐?]
어떤 사람이 말을 해다.
[곡, 그렇지는 않지.]
순식간에 수백명이 일제히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도화선은 말을 했다.
[왜 그렇지 않다는 말이냐?]
또 한 사람이 말을 했다.
[나는 애를 하나 낳았기 때문에 모른다는 것이다.]
도근선이 말했다.
[네놈이 아들이 하나 있는 것하고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또 다른 굵은 목소리의 사내가 말했다.
[너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너희 형제와는 상관이 있지.]
도간선은 말했다.
[그렇다면 나와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
먼저 말을 한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건 서로의 얼굴이 닮았느냐 닮지 않았느냐에 있지.]
도실선은 말을 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얼굴이나 보게 좀 나와보시지.]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또 뭐가 볼게 있느냐? 볼려면 너의 얼굴이나 거울에 비춰 보아라.]
갑자기 네 개의 사람 그림자가 신속하게 뛰어오르더니 아픗로 달려나와 컴컴한 곳에 숨어 있던 그를 잡앗따. 그는 몸집이 크고 키도 커서 족히 이백근 정도는 나갈 성싶었으나 도곡사선에게 사지를 잡히자 꼼작도 할 수가 없었다. 네 사람은 그를 잡아 달빛 아래에서 비춰 보았다. 도실선은 말을 했다.
[나를 닮지 않았군. 내가 어째서 이렇게 못생겼단 말이냐. 세째야, 아마도 너를 닮은 것 같구나.]
도지선은 말했다.
[체, 내가 당신보다 못생겼단 말이오? 천하 영웅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으니 모두들 와서 말씀 좀 해보시오?]
여러 사람들은 이미 도곡육선은 오관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고 몹시 추악함을 보았다. 더우기 그중에서 조금 잘생긴 사람을 찾는 것은 또한 쉽지가 않았다. 이때 그 사내는 사선에게 손과 발이 잡히어 순식간에 네 조각으로 잘려지는 찰나였다. 모두들 이 광경을 보자 흠칫하여 웃지를 못했다.
영호충은 도곡육선의 성질을 알고 있었다. 한마디를 잘못했다가는 이 사내가 금방 찢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도곡육선, 이 영호충이 한번 평가를 내려보면 어떠하오?] 라고 말하면서 컴컴한 곳으로부터 천천히 걸어나왔다.
여러 사람드른 영호충이라는 말을 듣자 깜짝 놀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영호충은 도곡육선이 자칫 잘못하여 기분이 상해 그 사내를 찢어 놓을까봐 염려되어 똑바로 도곡사선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당신들은 그 친구를 내려 놓으시오. 그래야만 내가 확실히 볼수 있지 않소.]
도곡사선은 즉시 그를 풀어주었다.
이 사내의 몸은 본시 컸다. 땅위에 서자 마치 철탑이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에 그는 죽음에서 환생하였기 때문에 혼이 나가 몸에 붙어 있지 않았다. 얼굴빛이 회색이 되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덜덜 떨고 있는 것은 영웅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 몸이 떨려오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몇마디 변명을 하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난...... 난...... 난......]
영호충은 그가 비록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오관이 단정함을 볼 수는 있었다. 도곡육선을 향해 말을 했다.
[여섯분의 도형, 당신들의 용모는 이 친구와는 전혀 닮지를 않았읍니다. 이자보다 더욱 멋지고 잘생겼소. 도근선은 골격이 장대하고, 도간선의 몸은 장대와 같고, 도지선의 사지는 길고, 도엽선의 눈썹은 검고 두눈은 수려하오. 도화선은 이건...... 이건...... 그 눈은 마치 별과 같으며 도실선은 정신이 충만되어 이 세상의 누구라도 당신들을 본다면, 당신들 여섯 형제들이 영웅호걸이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을 것이오.]
여러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크게 웃었다. 도곡육선은 더욱 기뻐하였다.
노두자는 이 여섯 형제에 많은 고통을 당한 적이 있어 그들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흥을 더하려고 말을 했다.
[제가 보건대 천하의 영웅호걸들은 무공이 강한 자가 많으나 용모를 따진다면 그 누구도 도곡육선을 따를 자가 없소.]
여러 사람들은 다라서 웅성댔다. 어떤 자는 말하기를, [어찌 얼굴뿐이겠읍니까? 풍채를 보아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자들을 당할 자는 없읍니다.]
또 어떤 사람은 말했다.
[번안은 상대가 되지 못하며 송옥은 이분들을 보면 무릎을 꿇고 절을 할 것이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무림에서 첫째에서 여섯째까지의 미남자를 찾으라면 모두 그들의 차지일 것입니다. 영호공자는 아마 일곱번째는 될 겁니다.]
도곡육선은 여러 사람이 자기를 비웃고 있는 줄도 모르며 더우기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 줄 알고 입어 벌어지고 다물줄을 몰랐다.
도지선이 말을 했다.
[우리 어머님께서 옛날에 우리보고 팔불출이라고 하셨는데 알고 보니 그 말이 맞지 않는 말이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당연히 맞지 않는 말이오? 당신들은 여섯 사람뿐인데 어찌 팔불출이 될 수 있단 말이오?]
어떤 사람이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태면......]
옆에 있는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즉시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노두자는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 여러분들께서는 운이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영호공자께서는 홀로 소림사에 들어가 성고를 모셔오려고 하셨소. 그러나 도중에 우리를 만났읍니다. 모두들 여기 있다는 말을 듣고 여러분들과 상의를 하려고 이곳에 왔읍니다.그리고 용모에 아름다움을 구분해낸다면 도곡육선이지요.]
여러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큰 소리로 웃었다. 노두자는 손을 흔들며 모든 사람들이 웃고 있는 도중에 말을 했다.
[그러나 소림을 격파하고 성고를 맞이하는게 큰일이고, 얼굴이야 어쨌든 그것은 그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읍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영호공자를 맹주로 삼고 그로 하여금 우리를 지휘하게끔 하여 우리 모두가 한몸이 되어 행동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성고는 영호충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소림사에 인질이 되었음을 알고 있었고, 또한 하남 땅에서 연합하여 각파의 영웅들을 물리친 이야기가 벌써 강호에 진동하여 영호충의 무공이 탁월한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영호충이 힘이 없다해도 성고의 체면 때문에 그를 맹주로 모셔야 했다.
노두자의 말을 듣자 모든 사람들은 기뻐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도화선은 갑자기 괴성을 질렀다.
[우리가 임소저를 구해내면, 임소저는 영호공자의 마누라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군웅들은 임소저를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비록 도화선의 이런 말이 틀리지않았다고 여기고는 있었지만 감히 누가 공공연하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영호충은 매우 난감하여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도엽선은 말했다.
[그는 마누라도 얻게 되고, 또 맹주자리도 얻게 되니 그건 너무 쉽게 되는 것이 아니오. 우리들이 그의 마누라를 구출하는데 도와 주었으니 맹주는 우리 여섯 형제가 해야 됩니다.]
도근선은 말을 했다.
[바로 그렇소. 그가 힘으로 우리를 누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갑자기 도근, 도간, 도지, 도실 사선은 일제히 손을 써서 영호충이 사지를 잡고 공중에 띄웠다. 그 네 사람의 행동은 너무 빨라 아무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영호충은 피할 겨를이 없었다.
군웅들은 일제히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할 수는 없소. 빨리 내려 놓으시오!]
도엽선은 웃으며 말을 했다.
[모두가 안심사힙시오. 우리들은 절대로 그의 생명을 다치게는 하지 않겠읍니다. 그가 우리 여섯 형제에게 맹주를 시킨다고 대답을 하기만 하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근, 도간, 도지, 도실 사선은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영호충을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외쳤다.
[아이고, 당신은 무슨 요법을 사용하고 있읍니까?]
영호충은 네 사람에게 손과 팔복을 잡혔을 때 이 네명의 멍청한 자들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음을 알고 그들이 자기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전에 흡성대법을 썼던 것이다. 도곡사선은 몸안의 진기가 장심을 통해서 바깥으로 새어나감을 느끼고 내력을 써서 막을수록 내공은 더욱 빨리 바깥으로 새어 나갔다. 너무 놀란 나머지 즉시 손을 놓았던 것이다. 영호충은 허리를 살짝 제키더니 땅위에 사뿐히 섰다.
도엽선은 급히 물었다.
[왜 그러느냐?]
도근선, 도실선은 일제히 말을 했다.
[이건...... 이 영호충의 공력이 참으로 상합니다. 우리들이 그를 잡을 수가 없어요.]
도간선이 말했다.
[그를 잡지 못한게 아니라 갑자기 우리가 잡지 않아서지요.]
군웅들이 일제히 환성을 지르면서 말을 했다.
[도곡육선, 이번에야말로 당신들은 승복을 하시겠지요.]
도근선은 말을 했다.
[영호충은 우리 여섯 형제의 좋은 친구요. 영호충이 바로 도곡육선이고, 도곡육선은 바로 영호충이오. 영호충이 맹주가 되는 것은 마치 도곡육선이 맹주가 되는 거와 같소. 승복하고 안 하고가 어디 있소.]
도화선이 말했다.
[천하의 자기가 자기를 승복하지 못하는 이치가 어디 있소? 당신들은 정말로 멍청하군요.]
군웅들은 도곡육선의 표정을 보고 조금 전 그들이 영호충을 붙잡고 있을 때 모르는 사이에 혼이 났음을 알고 있었다. 또한 자기들의 체면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것처럼 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비록 그들은 무슨 연유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라도 모두들 기뻐하고 환호를 하였다.
영호충은 말했다.
[여러 친구들은 제 말을 좀 들어 주십시오. 우리들이 이번에 성고를 마중하러 가고 또한 소리사에 잡혀 있는 많은 친구들을 구하러 가는 것입니다. 소림사는 무림 중에서 태산북두이며, 소림사의 일흔 두 가지의 절묘한 기술이 수백년 동안 온 천하를 지배하고 있읍니다. 어떤 문파도 대항할 수는 없지요. 우리들은 사람이 많고, 여기 계신 천여 명의 영웅 외에도 적지 않은 호걸들이 뒤따라 올 것입니다. 우리들의 무공은 설령 소림사 스님들의 무공보다는 못한다 하더라도 열명이 하나를 상대하면 아마 이길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은 웅성거리며 외쳤다.
[맞소, 맞소. 설마하니 소림사의 중들은 머리가 셋이고 몸이 여섯이랍디까?]
영호충은 또 말을 했다.
[그러나소림사의 대사들께는 성고를 붙잡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읍니다. 절의 대사들은 모두 수도를 하는 고승이고, 또한 자비로워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읍니다.
우리가 만약에 소림사를 쓸어 버린다면 아마 강호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행동이 너무나 간악하고 사내대장부의 행동이 아니라고 웃어댈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으로는 멀 대화로써 대하고 나중에 무기를 써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소림사에서 한발짝 양보하여 성고와 다른 친구들을 풀어준다면 이 싸움은 면할 수가 있으니 더이상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조천추가 말을 했다.
[영호공자의 말씀은 저의 뜻과 부합됩니다. 만약에 정말로 손을 쓴다면 쌍방은 모두 피해가 클 것입니다.]
도지선은 말을 했다.
[영호공자의 말은 우리의 뜻과 맞지 않습니다. 쌍방이 만약에 싸움을 않는다면 사상자도 적을 것이고 그렇다면 무슨 재미로 싸우겠소.]
조천추는 말을 했다.
[우리들은 영호공자를 맹주로 모셨기 때문에 그의 명령에 따르면 됩니다.]
도근선이 말을 했다.
[맞소. 이 명령을 내리는 일은 우리 도곡육선이 하면 되겠지요.]
군웅들은 그들 육형제의 행동이 안하무인격이고 큰일을 망치려고 하자 모두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손에 칼을 들고 영호충의 눈치를 살폈다. 영호충이 조금이라도 눈치를 보이면 육형제를 난도질하려고 했다. 그 육형제의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은 수십명의 검을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천추는 말을 했다.
[맹주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그는 물론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간 만약에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를 무슨 맹주라 할 수 있읍니까? 이 맹주의 주자는 명령을 하달한다는 뜻이 있읍니다.]
도화선은 말했다.
[그렇다면 그를 맹(盟) 한자로만 부르고 주(主)자를 버리면 되지 않소.]
도엽선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맹 하고 외자로 한 자만 부르면 얼마나 듣기가 싫은가!]
도간선은 말을 했다.
[나의 높은 고견으로는 '맹' 이라고 외자로 부르기가 뭐하면 그것을 풀어서 그를 명혈(明血)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도지선은 외쳤다.
[틀렸다, 틀렸어. '맹'자를 풀으면 아래는 혈(血)자가 아니라 형자보다 한 획이 적지. 그것은 무슨 글자라고 하더라?]
도곡육선들은 모두 그 그릇 명(皿)자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군웅들은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그 누구도 고쳐주려 하지 않았다.
도간선은 말을 했다.
[한 획이 적어도 여전히 혈자이지. 예를 들어 내가 너에게 한칼을 찔렀다고 하자. 깊게 찔렀다고 하면 피를 많이 흘리는데 그것 또한 피일 것이고, 만약 내가 살짝 건드려 피가 적게 나왔다고 하자. 비록 피가 적게 나왔지만 그것은 여전히 피이니까.]
도지선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당신이 나를 한칼로 찌르면 설상 그것이 가볍다고 해도 그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가. 당신은 왜 나를 찌르려고 합니까?]
도간선은 말을 했다.
[나는 찌르지 않았어. 내 손에는 칼도 없는데.]
도화선은 말을 했다.
[만약에 당신 손에 칼이 있다면요?]
군웅들은 그들이 갈수록 해괴망측한 말을 하자 노한 음성으로 일갈을 했다.
[좀 조용히 하시오? 우리들은 맹주의 명령을 듣고 있소?]
도지선이 말을 했다.
[그가 명령을 하려면 하라고 하시오. 꼭 조용할 필요가 있소?]
영호충은 목소리를 높여 말을 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오늘부터 12월 15일까지는 아직 17일이나 남았소. 모두들 여기서 떠나 천천히 단다면 숭산에 도착해 그때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이번 행동을 절대로 비밀로 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깃발을 올리고 북을 치며 갑시다. 내일 우리가 시장에 가서 천을 좀 사다가 깃발을 만들어 깃발에 '천하영웅제복소림공영성고(天下英雄齊?少林恭迎聖姑)'라는 글자를 쓰고 북을 사다가 가는 도중에 북을 치면서 갑시다. 소림사의 제자들은 우리의 이런 기세를 보고 힘이 없어질 것입니다.]
이 좌도의 호객들은 열이면 여덟아홉은 일을 이르키기를 좋아하는 자들이었다. 영호충의 이렇듯이 떠들며 간다는 소리를 듣자 모두들 기뻐하며 산계곡이 떠나갈 듯 환호를 질렀다. 그중에 신중하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모두들 떠들썩하게 진격하는 것에 찬성을 하자 아무말 않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영호충은 조천추, 계무시, 노두자 등 세 사람에게 깃발을 만들라고 하고 북을 사오라고 했다. 저녁때가 되어수십개의 하얀 기에 큰 글씨가 써졌고 그러나 북은 겨우 두개만 샀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럼 우리 지금 떠나기로 합시다. 가는 길에 읍에서 모자라는 것이 있으면 보충하도록 하지요.]
북을 두드리는 자는 북을 두드리고, 깃발을 든 자는 깃발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대열은 북쪽을 향해 출발했다.
영호충은 항산파의 제자들이 선하령에서 적의 습격을 받았을 때의 상황을 생각해내고 즉시 계무시 등에게 상의를 하여 일곱개의 방회를 만들어 내어 두개의 무리는 전초로 삼고, 두패는 좌호, 두패는 우위로 삼았으며 나머지 한패는 제일 뒤에서 후위를 맡도록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중군에 합류를 하였다. 또 신오방(神烏 )을 파견하여 왔다 갔다하면서 소식을 전달하게 하였다. 신오방은 본시 이 지역의 방회로 이 지역은 모두 그들의 세력권 이어서 어떤 움직임이라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영호충의 이러한 계략을 보고 도곡육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탄복을 하고 따랐다.
며칠을 가니 연도에서는 부단히 호걸들이 모여들었으며, 깃발과 북은 갈수록 많아지고, 북소리에 이천명 가량의 호걸들이소림사를 향해 용감하게 전진했다.
이날은 무당산의 산허리에 도착을 하였다. 영호충은 말했다.
[무당파는 무림 중에 두번재 큰 파로 그의 명성은 소림에 버금 갑니다. 우리들이 이번에 가는 것은 성고를 맞이하러가는 것이고 소림파 사람들에게 조차도 노여움을 사려고 하지 않는데 무당파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있읍니까? 우리는 아무래도 피해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것은 우리가 무당파의 장문인인 충허도장(沖虛道長)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것이 되는데 여러 사람의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읍니다.]
노두자는 말을 했다.
[영호공자께서 이렇게 하라면 우리는 이렇게 하겠읍니다. 우리는 단지 성고를 맞이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애당초 다른 뜻이 없었읍니다. 만약에 성고를 맞이하지 못한다면 설령 무당파를 짓밟았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명을 내려 북소리를 좀 죽이고 동쪽으로 방향을 바꿉시다!]
그들은 즉기 길을 바구어 동쪽으로 갔다. 그날 한참 행군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한 마리의 나귀를 타고 오는 자가 있었으며 나귀의 뒤에는 두명의 농부인 듯한 사람드리 한 사람은 배추거리를 짊어지고, 다른 한 사람은 장작을 짊어지고 오고 있었다. 나귀의 등에는 늙은이가 타고 있었는데 그 농니은 허리가 구부정하고 계속해서 기침을 해대고 있었으며, 오승나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었다. 군웅들은 숫자가 많고 손에는 병기가 들려져 있어 가는 도중에 소리를 지르는 등 위세가 당당하여서 길을 가는 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은 마치 보지 못한 것처럼 무리들을 향해 똑바로 달려왔다.
도근선은 욕을 하였다.
[뭐하는 놈들이냐?]
손을 내밀어 밀치자 그 나귀는 울음소리를 내며 쓰러져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뼈들이 끊어졌다. 나귀에 타고 있던 노인이 땅바닥에 쓰러져 끙끙거리며 바로 앉지를 못했다.
영호충은 미안해서 즉시 가 부축하며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많이 아프시겠읍니다.]
그 노인은 끙끙거리더니 말을 했다.
[이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오......]
두 명의 농부는 멜대를 내려놓고 큰 길 가운데에 서더니 두 손을 옆구리에 대고 얼굴에는 화난 표정이 역력하였다. 배추를 짊어졌던 자는 씩씩거리며 말을 했다.
[이곳은 무당산 아래인데, 당신들은 무얼하는 사람들인데 감히 이곳에서 사람을 치는 것이오?]
도근선은 말했다.
[무당산 밑은 무슨 특별한 곳이오?]
그 사내는 말을 했다.
[무당산 근처의 모든 사람들은 다 무공을 할 줄 알고 있소. 당신들 외지 사람이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리니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고, 스스로 무덤을 하고 있구나.]
군웅들은 이 두 사람의 얼굴이 노랗고 모두 쉰 살 정도의 나이이고, 그 배추를 짊어진 사람의 말투가 힘이 없게 보였다. 그러나 자칭 무예를 할 줄 안다는 소리를 듣자 수십 명이 크게 웃어댔다.
도화선은 웃으며 말을 했다.
[당신도 무공을 할 줄 아시오?]
그 사내가 말을 했다.
[무당산 근처는 세살 먹은 아이들 조차도 주먹을 쓸 줄 알고, 다섯살 먹은 아이들은 검을 사용할 줄 아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오.]
도화선은 그 장작더미를 짊어졌던 자를 가리키며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저사람도 검을 사용할 줄 아시오!]
장작더미를 짊어졌던 사내가 말을 했다.
[난...... 난...... 어렸을 때 몇개월 배웠을 뿐이고, 몇십년 동안 연마를 하지 않았읍니다. 공력은..... 모두 놓아 버렸지요.]
그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가 말을 했다.
[무당파의 무공은 천하의 제일입니다. 단지 몇 개월만 배우면 당신은 적수가 되지 못하오.]
도엽선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몇수나 배웠는지 구경 좀 합시다.]
땔나무를 진자는 말하였다.
[해봐도 알지도 못할텐데 하긴 뭘 합니까?]
군웅들은 일제히 크게 웃었다. 그리곤말했다.
[몰라도 좀 구경이나 합시다.]
땔나무를 진 사내는 말했다.
[그렇다면 몇 번 해보겠소. 그러나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자 누가 검을 좀 빌려 주겠소.]
즉시 한 사람이 웃으면서 검을 건네주었다. 그 사내는 검을 건네받고 아무것도 자라나도 있지 않은 밭으로 가더니 동쪽을 향해서 일검, 서쪽을 향해서 일검을 내리치며 검을 연마하기 시작하였다.
한 서너차례 하다가 갑자기 잊어 버린듯이 머리를 긁적긁적 하더니 또 몇수를 시범을 보여 주었다.
군웅들은 그의 검법이 체계가 없고 몸 놀림이 실로 무디기 짝이 없음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어대었다.
그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가 말했다.
[뭐가 그리 재미가 있다고 웃는 것이오. 내가 한번 연습을 해 볼테니 검을 좀 빌려 주십시오.]
장검을 받아 들더니 즉시 아무렇게나 칼을 휘두르는데 손의 행동이 상당히 빨라 마치 미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은 깔깔 웃어댔다.
영호충은 처음에는 뒷짐을 쥐고 웃고 있었으나 몇 십초씩 보고나자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두 사내 검초식은 하나는 느리고 하나는 상당히 빨랐으나 검법에서는 틈이 보이지 않았다. 실로 보기드문 초식이었다.
두 사람이 검을 놀리는 자세는 비록 그리 보기 좋지는 않았으나 검초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검의 위력은 마치 혼신을 기울이지 않고 조금만 쓰고 있었을 뿐 나중에 쓰기 위해서 감추어 있는 듯했다.
그는 즉시 앞으로 몇발짝 걸어가더니 공수를 하며 말했다.
[오늘에야 두 분 선배님의 높은 초식을 구경했읍니다. 정말로 다행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군요.]
말투는 심히 깍듯하였다.
두 명의 사내는 검을 거두었다. 그땔 나무를 진 사내가 눈을 부릅뜨며 말하였다.
[당신 같은 어린애도 우리 검법의 이치를 아는가?]
영호충은 말했다.
[안다고는 말할 수는 없으나 두 분의 검법은 무한히 넓고 깊어 안다는 것조차 입에 담을 수가 없읍니다. 무당파의 검법은 천하가 알고 있는데 과연 탄복을 금할 수가 없군요.]
그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가 말했다.
[당신의 이름이 뭐요?]
영호충은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군웅들 중에서 이미 몇 사람이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 누구보고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시오. 이 분이 바로 우리의 맹주인 영호공자올시다.]
[이봐, 촌뜨기 말 좀 정중하게 할 수 없나.]
땔나무를 짊어졌던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하며 말을 했다.
[영호공잔지 영호공인지 그 이름 정말로 듣기가 좋지 않구만.]
영호충은 말했다.
[영호충은 오늘날 무당의 신검을 보게 되어 실로 마음 속으로 감탄을 금할 길이 없읍니다. 다른날 산에 올라가 충허도장 등을 만나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 분의 성함은 익히 듣고 있었읍니다. 두 분의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 좀 가르쳐 주실 수가 없는지요.]
땔나무를 진 그 사내가 땅에다 침을 툭 뱉더니 말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북을 치고 꽹과리를 치며 무슨 초상을 치르고 있읍니까?]
영호충은 이 두 사람이 틀림없이 무당의 고수일거라고 생각이되어, 심히 공경한 말투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우리의 한 친구가 소림사에 억류되어 있읍니다. 우리들은 지금 방증방장에게 가서 자비로움을 베풀어 달라고 하려고 합니다.]
배추를 짊어진 사내가 말했다.
[알고 보니 초상을 치룬게 아니였군. 그러나 당신들이 우리 할아버지의 나귀를 그렇게 만들었으니 보상을 할 것이오 안 할 것이오.]
영호충은 세필의 준마를 끌고가더니 말을 했다.
[이 세필의 말은 선배 어르신의 나귀보다는 못합니다. 그러니 선배 어르신께서는 별 수 없더라도 좀 타주시기 바랍니다. 후배들이 선배가 오신 줄도 모르고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읍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말을 하면서 세필의 말을 건네주었다.
군웅들은 영호충의 표정이 갈수록 겸허해지고 고의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심 이상하게 생각들을 하였다.
배추를 메고 있었던 사내가 말을 했다.
[당신은 우리들의 검법이 대단한 것을 알고 있으니 어디 우리하고 시합 한번 해보겠소.]
영호충은 말했다.
[저는 두 분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땔나무를 짊어진 사내가 말을 했다.
[당신이 시합을 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가 한번 해보고 싶소.]
꼬불꼬불한 일검이 영호충을 향해서 날라왔다.
영호충은 그의 일검이 자기 몸에 아홉군데 급소를 향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정묘함을 느끼고 외쳤다.
[좋은 검법이오.]
장검을 뽑아들어 반격해 들어갔다. 그 사내는 공중을 향해 일검이 회전을 하더니 역시 허공에 갔다 대었다. 연속 나오는 두사람의 일곱여덟검은 일검마다 허공을 찌르고 두 검이 한번도 맞부딪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땔나무를 메고 있었던 사내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가 외쳤다.
[영호충인가 영호공자인가라는 자는 약간 배운게 있구만.]
검을 들어 이쪽저쪽 마구 찌르며 순식간에 이십여 검을 내리찍었다. 일검일검은 영호충을 향해서 찍었다. 일검일검은 영호충을 향해서 찍어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검끝이 이르는 곳은 영호충의 몸과는 칠팔척이나 간격이 떨어졌다.
영호충은 장검을 들어 어떤 때는 땔나무를 짊어졌던 자를 향해서 허식을 찔렀다. 또한 어떤 때는 배추를 짊어졌던 자를 향해서 허공에다 일초식을 내리찍었다. 검 끝은 그들의 몸에서 칠팔철 정도가 모두 떨어졌다.
두 사람은 그의 초식이 나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매우 심각해 지며 혹은 뒤로 물러서며, 혹은 몸을 날려 검을 휘두르며 급히 막기에 급급하였다.
군웅들은 모두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영호충의 검끝이 분명히 그들의 몸과 한참의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가 그의 검이 나올 때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았고, 또한 공격을 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째서 두 사람은 이렇듯이 막기에 급급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그들의 검초식을 보자 군웅들은 비로소 이 두 사람은 깊은 무공을 소유하고 있는 고수임을 알았다. 그들이 초식을 써서 공격을 할 때 비록 한 사람은 좀무디고 한 사람은 미친개처럼 날뛰었으나, 그러나 검을 막고 초식을 쓸 때는 몸과 손이 민첩하고 또한 신중하였다. 그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그 상황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더 이상 웃는 자가 없었다.
갑자기 두 명의 사내가 일제히 기압을 주더니 검법이 크게 바뀌었다. 땔나무를 짊어졌던 자의 장검은 무쇠처럼 강하고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는 질풍처럼 달려왔다. 질풍처럼 뒤로 물러서고 검끝에는 차가운 별빛이 튀어나왔다. 영호충의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의 검끝이 살짝 위로 향하며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두 눈빛은 어떤 때는 땔나무를 짊어진 사내를 쳐다보고 또 어떤 때는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를 뚫어져라고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닿는 곳에 두 사내는 즉시 초식을 바구고 또는 큰 소리를 치고 물러서며, 또는 공격에서 방어를 하였다.
계무시, 노두자, 조천추 등과 같은 무공이 강한 자들은 이때서야 비로소 사태의 흐름을 알 수가 있었다.
두 명의 사내는 영호충의 눈빛이 닿는 곳마다 검으로 막았으며 몸을 피했다. 그것은 영호충의 눈빛이 닿는 곳이 바로 두사람 몸의 급소였던 것이다.
땔나무를 짊어졌던 사내가 검을 들어 내리 찍으려고 했다. 영호충의 두 눈빛이 그의 아랫배의 상곡혈(商曲穴)을 쳐다보니 그 사내는 일검을 가하지 못하고 즉시 검을 거두어 자기의 상곡혈에 갖다 대었다. 이때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는 검을 들어 영호충에게 자세를 주의하여 연신 내리쳤다.영호충의 눈빛은 그의 좌측 목의 천정혈(天鼎穴)에 이르르니 그 사내는 급히 고개를 숙여 장검을 땅바닥에 내리쳤다. 장검은 깊이 땅속에 꽂혔다. 마치 영호충의 눈빛이 무슨 암기를 쏘는 듯하였다.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써서 상대방의 눈빛이 자기의 천정혈에 와 닿는 것을 피하려 하는 것 같았다.
두 명의 사내는 또 일검을 쓰더니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며, 순식간에 옷이 젖었다.
그 나귀를 타고 있던 노인은 계속해서 옆에서 보고 있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탄복했소, 탄복했소. 자! 너희 둘은 물러나거라.]
두 명의 사내는 일제히 대답을 했다.
[녜.]
그러나 영호충의 눈빛은 아직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두 사람의 요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검을 쥐며 한편으로 뒤로 물러섰다. 결국은 영호충의 두 눈빛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 노인은 말했다.
[좋은 검법이오. 영호공자, 이 늙은이도 몇 수 가르침을 받고 싶소이다.]
영호충은 말했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햐아여 포권을 하며 절을 했다. 두명의 사내는 비로소 영호충의 눈빛의 사슬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뒤로 몸을 날리더니 마치 두 마리의 큰새처럼 살며시 수장 밖으로 날아갔다.
군웅들은 모두들 갈채를 보앳다. 그 두 사람의 검법이 어떻고 수준이 어떤가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는 행동을 보고 그 누구도 그자들이 최고의 무공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 노인은 말을 했다.
[영호공자께서 많이 봐주셨읍니다. 만약에 봐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저들의 몸은 이미 수백군데 구멍이 났을 것이오. 그렇게 되었다면 저 두 사람은 자기들의 검초식을 다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외다. 자, 빨리 와서 이분에게 감사를 드려라.]
두 명의 사내는 몸을 날려 오더니 땅바닥에 고개를 숙였다. 배추를 메고 있었던 사내가 말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하늘 위에 하늘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줄 알았읍니다. 공자의 높은 초식은 정말로 이 세상에서 흔하게 볼 수가 없었읍니다. 조금 전에 우리들이 무리하게 군 것을 공자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영호충은 공수를 하여 예로써 말을 했다.
[무당의 검법은 정말로 신묘하기 짝이 없소이다. 두 분의 검초는 일음일양, 일강일유인데 그것은 태극권법입니까?]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가 말을 했다.
[공자께서는 비웃지 마시오. 우리가 쓴 초식은 양의검법(兩儀劍法)입니다. 검은 비록 음과 양으로 나누지만, 그러나 아직 하나로 하지는 못했읍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방관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여러분들이 쓰고 있는 초식의 오묘함을 조금은 억지로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읍니다. 만약에 정말로 맘껏 하셨다면 절대로 틈을 잡고 들어갈 수가 없었읍니다.]
그 노인은 말했다.
[공자께서는 너무나 겸손해 하지 마시오. 공자의 눈빛이 이르는 곳이 바로 양의검법의 매초식의 약점이 있는 곳입니다. 아! 이 검법...... 이 검법은......]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오십여년 전에 무당파의 두 분의 도장께서 이 양의검법을 수십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이 검법에는 음이 있고 양이 있고 강이 있고 유가 있도록 만들었는데, 아!]
길게 탄식을 하더니 말을 했다.
[그것이 검술의 고수를 만나 십년공부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격이오.]
영호충은 공경하게 말을 했다.
[두 분의 검술은 이렇듯이 정묘한데, 무당파의 충허도장과 그 나머지 고수들은 틀림없이 우리들이 이해하지 못할 기묘한 검법의 이치를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여러 친구들과 이번에 무당산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단지 급한 일이 있어 산에 올라가 충허도장님에게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일을 마치자마자 내 스스로 진무관(眞武觀)에 가서 진무대제와 충허도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영호충의 사람됨은 본시 조금 경망스러웠으나, 조금 전의 두 사람의 검법에서 실로 적지 않은 오묘함이 들어있음을 보고 그중에 빈틈을 찾아냈지만, 그러나 천하에는 어떤 초식이라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실로 탄복을 하였다. 또한 생각하기를, 이 두 노자는 틀림없이 무당파 중에서도 일류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그의 말투는 더욱 진지하고 깍듯했다. 그 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젊은 사람이 몸에 절묘한 무예를 갖고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니 정말로 보기힘든 젊은이야. 영호공자자네는 화산 풍청양의 선배에게 전수를 받았는가.]
영호충은 내심 깜짝 놀랐다.
(이 자의 눈빛이 상당히 예리하구나. 내가 배운 내력을 알아버리다니 나는 비록 풍태사숙의 행적을 토로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가 이렇게 물어보니 거짓말을 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는 말을 했다.
[제가 다행스럽게도 풍태사숙의 검술에 한두어절을 배웠을 뿐입니다.]
이 말은 분명한 대답은 아니었다. 결코 풍청양에게 친히 검술을 전수받았음을 주금은 부정하는 말투였다. 그 노인은 약간 웃으면서 말을 했다.
[한두어절 배웠다고, 하하하 풍선배의 검술이 그렇게도 대단하단 말인가?]
땔나무를 짊어졌던 사내의 손에서 장검을 받아들더니 좌측손에 거머쥐고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가 풍노선배의 검술에 한두어절을 좀 배워야 겠군.]
영호충은 말했다.
[제가 감히 어찌 어르신과 겨룰 수가 있읍니까.]
그 노자는 또 잔잔히 웃으면서 몸을 천천히 우측으로 돌렸다. 좌측손에 검을 쥐고 위로 추켜 세웠다. 검신은 가슴 앞에서 옆으로 가로뉘었다. 좌측 우측 손바닥에 장심은 서로 마주쳐 마치 공이라도 껴안는 듯했다. 영호충은 그의 장검이 나오지 않았으나, 이미 거기에는 무궁한 힘이 축척되어 있음을 보고 정신을 바짝차려 주시를 하고 있었다. 그 노자는 좌측손을 천천히 아프올 그으면서 하나의 호형(弧刑)을 이루었다. 영호충은 한줄기의 차가운 한기를 느끼고 그 차가운 한기가 곧장 뻗어왔다. 만약에 초식으로 대항하지 않는다면 그 기세에 눌려 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그럼 한수 가르침을 받겠읍니다.]
그러나 그의 검법에서 빈틈을 발견할 수 없어 빈 초식의 일검을 찔러 보았다. 갑자기 그 노자는 검을 우측흐름으로 넘기더니 섬광이 번쩍이며 영호충의 목을 향해서 그어왔다. 이 일검은 빠르기가 그지없었다. 옆에서 쳐다보던 많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일격에 영호충은 그의 옆구리에 빈틈을 발견하자, 장검을 내리찍어 그의 옆구리 밑에 있는 연액혈(淵液穴)을 찍어 들어갔다. 그 노자는 장검을 똑바로 세우더니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두검이 마주치더니 두 사람은 뒤로 한발짝씩 물러섰다.
영호충은 상대방의 검에 무한한 힘이 들어 있고 적의 우측발이 은은하게 저려옴을 느꼈다. 그 보다는 억 하고 소리를 지르며 얼굴에는 약간의 놀랜 기색을 나타냈다.
그 노자는 또 검을 좌측손에 들더니 몸 앞에서 두개의 동그란 원을 그렸다. 영호충은 그의 검의 힘이 계속해서 뻗쳐나오고 전신을 엄호하여 약간의 빈틈도 없는 것을 보자 암암리에 놀랬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의 초식중에서도 이렇듯이 빈틈이 없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가 만약에 공격해 들어온다면 무슨 방법으로 막아야 되는가. 임아행의 삼대검법은 이 노선생보다 더욱 강할진데, 그러나 그의 초식에서는 빈틈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렇듯이 빈틈이 없는 검법은 이 세상에 또 있을 수가 있을까.)
마음속으로 약간 겁을 먹어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 노자는 우측손에 검결을 거머쥐고 좌측손의 검은 끝임없이 움직였다. 갑자기 똑바로 내리찍더니 검끝은 급히 떨리며 어디를 공격해 오는지 간파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러한 일초식은 영호충의 일곱군데 요혈을 감쌌다. 그러나, 이 공격이 들어오면서 그의 몸에 세군데 빈틈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빈틈을 다 공격하지 아니하고 한군데만 들어간다면 목숨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갑자기 안심이 되었다.
(그가 굳건하게 지키고 있을 때는 빈틈이 보이지 않다가 공격할 때에는 들어갈 틈이 생기는구나.)
즉시 장검을 평편하고 담담하게 상대방의 눈 속을 향했다. 그 노자가 만약에 계속해서 검을 똑바로 앞으로 찌른다면 먼저 좌측 이마가 검에 찔리 것이고, 그의 검끝이 다시 영호충을 향해서 들어온다면 이미 그때는 한발이 늦어 버리는 것이다. 그 노자는 검초를 쓸 수 없게 되자, 칼을 빙글 돌렸다. 갑자기 영호충의 눈에는 몇 줄기의 흰색의 둥그런 빛이 나타났다. 크고 자고 둥그렇고 삐뚫어지고 번쩍번쩍 빛이 끊기지 않았다. 그의 눈은 부셔왔다. 즉시 검을 돌려 상대방의 둥그렇게 만든 검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쨍그랑 소리가 나면서 두 검이 부딪치자, 영호충은 손바닥이 마비가 되는 것처럼 저려왔다.
그 노자의 검에서 피어나는 둥그런 빛은 갈수록 많아지고 얼마 안 있자, 그의 전신은 무수한 둥그런 빛속에 감춰지고 빛이 사라지면 또다른 빛이 나타나고, 장검은 비록 아주 빠르게 움직였지만, 칼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검을 놀리는 부드러운 기는 이미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때 영호충은 그의 검법에 있었던 틈새를 발견치 못하고 마치 수백개의 장검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 노자는 순전히 방어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어떠한 틈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검법이 만들어낸 보루는 이동이 되어 천백개의 둥그런 빛이 마치 파도처럼 천천히 밀려왔다. 그 노자는 일초일초식을 써서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수십초의 검법이 하나로 묶여져서 동시에 공격으로 화했다. 영호충은 당할 방법이 없어 뒤로 물러나 검끝을 피했다.
그가 한발짝 디딜 때마다 둥그런 빛은 한 발짝 더 다가왔으며 순식간에 영호충은 연신 일곱여덟 걸음을 물러섰다.
군웅들은 맹주의 전황이 불리해지고 이미 수세에 몰리고 있음을 보고 숨을 죽이며 관전을 했다. 손에는 식은땀이 베어 있었다.
도근선은 갑자기 말을 했다.
[그것은 무슨 검법인가? 이것은 어린아이가 마구 둥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데 그건 나도 할 줄 알지.]
도화선은 말을 했다.
[내가 둥그렇게 그리면 틀림없이 당신보다는 더 둥그러울 것입니다.]
도지선은 말을 했다.
[영호형제 무서워하지 마시오. 만약에 당신이 싸움에서 진다면 우리는 이 늙은이를 네 조각으로 찢어놓아 당신에게 복수를 해주겠소.]
도엽선은 말을 했다.
[그게 무슨 엉터리 같은 말인가, 첫째로 그는 영호맹주이지 영호형제가 아니고, 둘째로 당신은 어째서 그가 무서워한다는 걸 안다는 것인가?]
도지선은 말했다.
[영호충은 비록 맹주가 됐지만 나이가 필시 나보자 적으니 맹주가 됐다고 영호 형님, 영호 할아버지, 영호 어르신이 된단 말이오?]
이때 영호충은 또다시 뒤로 물러났다. 군웅들은 내심 초조하였다. 도곡육선들이 옆에서 마구 떠드는 소리를 듣자, 더욱 울화통이 치밀었다.
영호충은 다시 한 걸음 물러서더니 퍽 하는 소리에 좌측발은 한개의 작은 물구덩이를 밟았다. 마음속이 동해서 내심 생각하기를, (풍태사숙께서 나에게 가르침을 주셨을 때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무술은 변화가 심하고 오묘함이란 그지없지만, 그러나 정신을 집중한다면 상대방의 초식이 아무리 정묘할지라도 초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빈틈이 있다고 하셨다. 독고대협께서 전해내려오는 이 검법이 천하무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적의 초식중에서 빈틈을 찾아내어 공격했기 때문이다. 눈 앞에 이 선배의 검법이 그의 뜻처럼 변화를 하여 아무런 빈틈을 찾을 수가 없는데 그것은 내가 그 혈을 찾지 못할 뿐이지 빈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는 또 몇발짝 물러나 상대방의 검끝에서 변화해 나오는 무수한 둥그런 빛을 쳐다보고 순식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둥그런빛 속이 바로 그 허실인지도 모른다. 만약에 빈틈이 아니라면 나의 일검이 찔러들어가 그의 장검이 내 손목을 휘감아 내 손목은 끊어져 버릴 것이다.)
또 생각하기를, (다행히 그가 이렇듯이 공격해 들어오면 약간은 우세에 놓이지만 그렇다고 내 생명을 빼앗아 간다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계속해서 물러난다면 지는 결과이다. 이 싸움에서 패하면 모두들 의기소침할 것이고 소림사에 가기는 커녕 영영을 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영영이 자기에게 잘 해주니 그녀를 위해서 손 하나가 잘라져 나간들 어떠랴 라고 생각을 하였다. 내심 깊은 곳에 그녀를 위해서 팔 한쪽이 잘라져 나가더라도 큰 위안이라고 생각이 되었으며 또한 자기가 그녀를 위해서 불구의 몸이 되어야만이 비로소 약간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르자 마음속 깊은 곳에 상대방이 자기 한쪽 손 팔뚝을 잘랐으면 하는 갈망이 일어났다. 즉시 손을 내밀어 장검을 그 노자의 검광 속으로 찔러 들어갔다. 쨍그랑 큰 소리가 나면서 영호충의 가슴은 강렬하게 진동되어오고, 피가 용솟음침을 느꼈다. 한쪽팔은 그러나 잘라지지 않았다. 그 노자는 두어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검을 거두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얼굴의 표정은 일그러졌으며, 의아하고 또한 부끄러운 기색을 점차 띄웠다.
한참 지난 뒤에 비로소 말을 했다.
[영호공자의 검법은 정말로 고명하오. 용기 또한 대단합니다. 정말로 탄복했소이다.]
영호충은 이때서야 비로소 조금 전에 모험을 하여 일격을 가한 것이 과연 상대방의 검법에 있어서 약점이 있는 곳이라고 알 수가 있었다. 단지 그 노자의 검법이 실로 너무 높기 때문에 둥그런 빛 가운데가 본시 제일 위험한 곳인데 그는 연마를 하여 자기의 약점을 구석에 숨겨두고 천하의 수 많은 검객들 가운데에 아마 그 누가 감히 몸으로 방패를 삼아 모험을 하려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 행동이 성공을 거두자, 마음속으로 암암리 외쳤다.
(다행이야! 천만 다행이다!)
한 줄기의 식은 땀이 등허리를 흘렀다.
영호충은 즉시 고개를 숙여 말했다.
[선배님의 검법은 입신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제가 한수를 배우게 된데에 대해서 절말로 감사드립니다.]
이말은 일반적인 예의의 말이 아닌 것이다. 이 일전을 통해서 그의 무공은 크게 발전을 했고, 안목이 넓어졌던 것이다. 그로 하여금 적의 초수중에서 제일 강한 곳이 바로 제일 약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제일 강한 곳을 격파할 수가 있으므로 그 나머지는 스스로가 풀림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고수들의 검시합은 일초면 해결이 되었다. 그 노자는 영호충이 감히 자기의 초식을 직파하자 더 이상 시합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영호충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말을 했다.
[영호공자 이 늙은이가 몇마디 할 말이 있는데 나를 따라 오시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녜, 선생님께서 많은 가르침을 해주십시오.]
그 노자는 장검을 배추를 짊어졌던 사내에게 건네주고 동쪽으로 걸어갔다. 영호충은 장검을 땅바닥에 버리고 그 노자를 따라갔다.
큰 나무 그루 옆에 이르르자 군웅들과의 거리가 수십장이 되었으며, 비록 쳐다볼 수는 있었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아니했다. 그 노자는 나무그늘 아래 앉더니 나무 옆에 있는 바위 하나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이곳에 앉으시오. 우리끼리 말이나 합시다.]
영호충이 앉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말을 했다.
[영호공자, 젊은 사람들 가운데 자네처럼 이렇듯이 절묘한 무공을 가진 사람들은 실로 그리 많지가 않소.]
영호충은 말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저의 행위가 단정치 못한 것은 온 천하가 알고 있고, 또한 사문에서 쫓겨 나왔읍니다. 어찌 감히 선배님의 그러한 칭찬을 들을 수가 있겠읍니까.]
그 노자는 말을 했다.
[무예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정정당당해야 되고 부끄러운 일을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오. 자네의 모든 행동은 비록 어떤 때에는 조금 경망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어떤 예속에 얽매이려 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대장부의 행동에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소. 내가 암암리에 사람을 파견하여 알아본 결과 자네에게서 어떠한 나쁜 행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소. 강호에서 떠도는 풍문들은 그리 문제삼을게 없소이다.]
영호충은 그가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 변명을 해주는 소리를 듣자, 한마디 한마디가 자기 심금을 울려주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감격을 하였다. 생각하기를, (이 선배 어르신은 무당파 중에서 자리가 넣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암암리에 사람을 파견하여 나의 행적을 조사할 수가 있었을까.)
그 노자는 또 말을 했다.
[젊은 사람이니 혈기가 왕성하여 일 좀 그르치는 경우가 있지.
악선생의 외모는 온화한 것 같은데 그러나 도량은 그리 넓지가]
영호충은 즉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말을 했다.
[저의 은사는 마치 저의 부모님과 같습니다. 저는 사부님의 어떠한 과실에 대해서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 노자는 약간 웃으면서 말을 했다.
[자네는 자네 근본을 잊지를 않으니 다행한 일이구만. 이 늙은이가 실수를 했네.]
갑자기 안색이 신중해지더니 말을 물어 보았다.
[자네가 습득한 이 흡성대법은 얼마나 되었는가?]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저는 반년 전에 무의식중에서 배웠읍니다. 당시 배웠을 때 실로 그것이 흡성대법인지는 모르고 배웠읍니다.]
그 노자는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말을 했다.
[자네의 그러한 말을 내가 믿겠네. 조금 전에 자네와 내가 세 차례나 경기가 부딪쳤을 때 나의 내공을 자네가 흡수를 해갔네. 그러나 내가 관찰해 보건대 자네는 모든 인간에게 화를 입힐 수 있는 그 요법을 그리 사용하려 들지 않았던 것 같네. 이 늙은이가 한마디 권하고 싶은데 소협은 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영호충은 너무 황공하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배님의 충언을 저는 기꺼이 따르겠읍니다.]
그 노자는 말을 했다.
[이 흡성요법은 적과 교전할 때 비록 위력은 대단하지만, 그러나 그런 무공을 연마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큰 피해를 주지. 공력이 깊어질수록 피해가 심한 법이네. 소협이 만약에 물로 씻어 내듯이 지금까지 배운 그러한 요술(妖術)을 버린다면 더 이상 좋을 것이 없네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부터 절대로 그러한 내공을 연마하지 말게나.]
영호충은 그날 고산매장에서 임아행으로부터 흡성대법을 염마하면 후에 크나큰 후한이 있을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더욱 자기에게 마교에 입교하라고 부탁을 하고 그리해야만이 비로소 그 후한을 막을 수 있는 묘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었다. 그때 자기는 강경하게 거절을 하였다. 이때 이 늙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자, 그 말들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말했다.
[선배님의 가르침을 저는 절대로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도 분명히 그러한 결과를 알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 요법을 쓰지 않기로 맹세를 했었읍니다. 단지 몸에 그러한 공력이 들어 있기 때문에 쓰지 않으려고 해도 별 수가 없읍니다.]
그 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나도 그 흡성요법이 그렇다고 들었네. 한가지 일은 소협께서 행해 주셔야 하는데, 아마 그것은 심히 어려울 것이네. 그러나 영웅호걸에 입장에서 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네. 소림사에는 역근경이라는 천륜의 절예가 있는데 소협은 들어본 적이 있소이까?]
영호충은 말했다.
[들어본 적은 있읍니다. 듣건대 이 무림에서 최고의 내공이라고 들었읍니다만 아마 소림파의 첫번째 서열에 있는 고승대사일지라도 그것을 전수받지 못했다고 하지요.]
그 노자는 말을 했다.
[소협께서 이번에 사람들을 몰고 소림사에 가는 것은 아마 그리 좋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오. 어느 편이 이기든간에 상방은 모두 손실이 클 것이고, 실로 무림에 큰 화라고 할 수 있겠소. 이 늙은이가 비록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그 중간에 서서 소림사 방장에게 자비를 베풀어 역근경을 소협께 전해주도록 설득을 하겠소. 그러면 소협께서는 소협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여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게 한다면 이번에 화를 막을 수가 있는 것이오. 소협 생각은 어떠시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게 되면 소림사에 억류를 당하고 있는 임소저는 어찌되는것입니까?]
그 노자는 말했다.
[임소저는 소림의 제자를 죽였고, 또한 강호에서 풍랑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읍니다. 방증대사께서 그녀를 유패시킨 것은 절대로 자기파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실제로는 강호에 질서를 편안케 하기 위해서 그러한 것입니다. 소협처럼 어렇듯이 인품과 무공이 높은 사람이 어찌 이름도 없고 문벌도 없는 여자를 베필로 맞이하려고 그러십니까. 어째서 이 마교의 요녀를 버리지 못하여 소협의 명성과 자기의 앞날을 망치려 하십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사람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응당히 갚아야 합니다. 선배님의 아름다운 뜻은 저로서는 충심으로 감격하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따르지 못하겠읍니다.]
그 노자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젊은이는 쉽게 미색에 빠지고 한번 빠지면 헤쳐나오기가 쉽지가 않지.]
영호충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그만 물러가겠읍니다.]
그 노자는 말했다.
[잠깐만 이 늙은이와 화산파는 비록 왕래가 적지만 그러나 악 선생은 이 늙은이의 체면을 조금은 봐줄 것이네. 자네가 만약 나의 경고를 따른다면 이 늙은이와 소림사의 방장은 함게 명예를 걸고 보증하겠네. 자네를 다시 화산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자네는 나를 믿을 수 있겠는가?]
영호충은 마음이 동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다시 화산파에 들어가는 것은 최대의 희망이었다. 이 노자의 무공은 이렇듯이 대단하데 그 말투를 들어보면 틀림없이 무당파 중에 이름이 쟁쟁한 선배일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자기와 방장이 함께 보증을 한다면 틀림없이 일을 성사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사부님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료들의 교분을 중시하셨으니 소림, 무당은 현존 무림에서 최대 두개의 문파이므로 이 두 문파의 우두머리 인물들이 나와서 설득을 한다면 사부께서는 그들의 체면 때문에 받아 주지 않을 수 없겠지. 사부는 자기를 친자식처럼 대해주고 있는데 이번에 천하에 방문을 돌려 자기를 문파에서 쫓아낸 것은 자기가 상문천, 영영 등의 사람들과 교분을 맺었기 때문에 사부로서 정파의 인물들에게 대할 체면이 서지 않아서였지. 그러나 소림, 무당 양대 장문인들이 나와서 협조를 구한다면 사부께서는 틀림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화산에 들어가 아침 저녁으로 소사매를 만날 수는 있지만, 그러나 영영이 소림사 뒷산에 음산한 동굴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어찌 견디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르자 가슴 속에는 뜨거운 피가 용솟음쳤다.
영호충은 말했다.
[제가 만약에 임소저를 소림사에서 구출해내지 않는다면 자기의 양심을 속이는 결과가 됩니다. 이 일이 성패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저의 생명이 붙어있다면 반드시 무당산 진무관에 와서 충허도장과 선배어른께 고개를 숙여 가마의 말씀을 전할 것입니다.]
그 노자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자네는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고 사물을 주시하지 않으며 자기의 명성과 앞뒤를 생각지도 않고오직 한 마음으로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은 마교의 요녀 때문이지 장래 그녀가 자네를 배신하고 자네를 해친다면 아마 자네는 후회해도 이미 늦을 걸세.]
영호충은 말했다.
[저의 이 생명은 임소저가 구해준 것입니다. 내 생명을 잃고 그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어찌 아까워하겠읍니까?]
그 노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좋소, 그렇다면 가 보시오.]
영호충은 또 고개를 숙이어 절을 하며 몸을 돌려 여러 사람을 향해서 말했다.
[그럼 우리 갑시다.]
도실선은 말을 했다.
[저 늙은이는 당신과 무술시합을 했는데 어째서 승부도 나지 아니했는데 시합을 멈추니까?]
조금 전에 두 사람의 검시합에 있어서 확실히 승부는 나지 않았다. 단지 그 노자가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시합을 멈춰 버린 것이나 옆에서 보고 있던 여러 사람은 그속에 오묘한 이치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영호충은 말했다.
[이 선배의 검법은 극히 높아 더 계속해서 시합을 한다해도 내가 우위를 점할 수는 없읍니다. 그래서 시합을 안 하는 편이 낫지요.]
도실선은 말했다.
[당신을 정말로 멍청하기 짝이 없군요.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만약에 계속해서 시합을 한다면 당신이 반드시 승리할 수가 있을 것이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꼭, 그런 결과가 온다고는 보장할 수가 없지요.]
도실선은 말을 했다.
[어째서 보장할 수가 없단 말이오. 이 노인네는 나이가 당신보다 훨씬 많고 그러므로 힘이 당신보다도 못합니다. 시간을 오래 끌면 자연히 당신이 우위를 점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영호충은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도근선의 말이 들려왔다.
[어째서 나이가 많다고 힘이 반드시 크지 않다고 단정을 지는가?]
영호충은 도곡육선 중에서 도근선이 제일 큰 형님이고, 도실선은 여섯번째 동생이니 도실선이 나이가 많으면 힘이 부족하다고하니가 도근선은 여기에 이의를 단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도간선은 말을 했다.
[만약에 나이가 어려 힘이 더 왕성해진다면 그렇다면 세살 먹은 아이들은 힘이 제일 크겠구만.]
도화선은 말했다.
[그 말은 맞지 않은 말이오. 세살 먹은 아리가 힘이 제일 크다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두살 먹은 아리가 세살 먹은 아이보다 힘이 더 강한 법이지요.]
도간선은 말을 했다.
[너도 틀렸다. 한살먹은 아이는 두살먹은 아이보다 힘이 좀 더 있는 법이고.]
도엽선은 말했다.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지 않은 태아가 힘이 제일 왕성하지요.]
군웅들은 북쪽으로 향하여 하남(河南)의 경내에 들어섰다. 두패의 군웅들이 동쪽과 서쪽에서 왔다. 모두 이천 명 정도는 되는 성 싶었다. 이렇게 되자, 총수는 이미 사천이 넘었다. 이 사천 명은 저녁에 잠을 자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풀밭 나무 숲속 황산들판이든간에 다 쓰러져서 잠을 잘 수는 있지만 밥먹고 술마시는 일이 극히 두통거리였다. 연속 며칠동안 연도에 술집과 밥집은 메뚜기 떼가 지나간 것처럼 쑥밭이 되었다. 군웅들은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밥을 배불리 먹지 못하자, 아귀다툼이 되어 저녁에 밥집과 술집을 깡그리 짓밟았던 것이다.
영호충은 이 강호의 협사들의 횡포를 보고 있었다. 모두들 의기를 중시하는 성격이 강한 사내들로서 일단 소림상에서 영영을 석방시켜 주지 않는다면 쌍방은 혈전을 전개할 것이고, 그 처참한 꼴이야 보지 않더라도 훤했다. 그는 연일 정한, 정일 두 사태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두분의 체면으로 방증방장은 영영을 석방하여 이 살륙전을 피할 수 있기를 진실로 바라고 있었다. 손가락을 꼽아 계산해 보니 12월 15일까지는 아직 삼일 정도가 남았고, 소림사와 거리도 백여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결국 두 분의 사태에게서는 아무런 해답이 오지 아니했다.
이번에 강호에 군웅들이 모여 소림을 공격하려고 깃발을 높이 올리며 왔기 때문에 이미 벌써 멀리까지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상대방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고,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였다. 영호충과 조천추, 계무시 등 사람들을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심히 염려를 하고 있었다.
이날밤 군웅들은 넓은 광야 들판에서 노숙을 하였다. 사방에는 초소를 세워두고 적이 밤에 기습해오는 것을 대비하였다. 바람은 매섭도록 차가웠고 구름이 낮게 깔려 마치 눈이라도 한바탕 내릴것 같앗다. 사방 수십리 평야에서 곳곳에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들 호걸협사들은 명령계통이 세워져 있지 않고 오합지졸이 한데 어울려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노래 부르는 소리, 고함 치는 소리가 들판을 진동시켰다. 더우기 그 중에서는 칼을 휘두르며 시합을 하고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있어 한바탕 난리를 피워댔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소리사에 안 가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내가 왜 먼저 방증, 방생 두 분의 사태를 만나뵙고 부탁을 하지 않을까? 만약에 영영을 석방해서 데려올 수 있다면 이 어찌 제일 큰 경사가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생각이 또 바뀌었다.
(그러나, 소림사의 손님들이 나에게 손을 써 나를 잡아버리든가 또는 죽여 버린다면 내가 죽는 것은 애석하지 않지만 이 사람들을 이끌 사람이 없으니 군웅협사들은 틀림없이 난리가 날 것이고, 영영은 구해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이 불화 같은 사람들이 어쩌면 모두 소림사가 그들의 점지가 될지도 모르지. 나의 일시적인 생각에 큰일을 망친다면 어찌 이 많은 사람을 대할 수가 있겠는가?)
몸을 일으켜 세워 사방을 둘러봤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불꽃이고 불꽃 옆에 사람들의 머리가 움직이는 것만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기를, (그들이 영영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데 나도 그들을 저버릴수가 없다.)
이틀 후에 군웅들은 소실산(少室山)에 이르러 소림사 밖에 당도하였다. 이 이틀 동안 또 많은 영웅협사들이 와서 합세를 하였다.
그날 오패강에서 모였던 황백류, 사마대, 남봉황 등도 모두 다 보였고 구강의 백교방인 사맹주도 장강쌍비어를 데리고 도착을 하였다. 또 수 많은 영호충이 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적게 잡아도 오육천 명은 된 듯싶었다. 수백개의 북이 동시에 울리니 둥둥 울리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수백개의 북들이 일제히 울렸으나, 한 명의 스님도 나오질 않았다.
영호충은 말했다.
[북을 멈추시오.]
호령이 전해지자 북소리는 점점 작아져 끝내는 뚝 멈추었다.
영호충은 숨을 들이마시며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후배인 영호충은 강호에 많은 친구들과 함께 소림사 방장을 만나뵈러 왔읍니다. 청하옵건대 우리를 접견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몇마디는 내공이 담아 보내졌기 때문에 수리 밖에서도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절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으며,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영호충은 또 말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응답하는 자가 없었다. 영호충은 말했다.
[수고스럽지만 좋여께서는 이 명함들을 갖다 전해 주시지요.]
조천추는 말을 했다.
[그러지요.]
이미 준비를 해 놓은 상자 속의 영호충이하 군웅들의 우두머리의 이름을 싶느 명함을 가지고 소림사 대문밖에 이르렀다. 대문을 몇차례 가볍게 두드렸으나 절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문을 가볍게 밀치자 대문은 빗장이 가려져 있지 않고, 문이 열렸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절안은 텅비었고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가히 혼자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어 영호충에게 돌아와 사실을 보고했다.
영호충은 비록 무공은 높지만 그러나 경험이 너무 부족했고 더우기 많은 군웅들을 통솔할 능력이 없었다. 이런 뜻밖의 사태를 만나니 실로 어찌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가 없이 멍청히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해내지 못했다.
도근선은 외쳤다.
[절 안에 중놈들이 모두 도망쳤는데 우리 빨리 들어갑시다. 중놈들이 보이는 대로 죽여 버립시다.]
도간선은 말했다.
[중놈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도망쳤다고 해놓고 무슨 중놈이 있어서 죽인단 말입니까?]
도근선은 말했다.
[비구니 중들은 중이 아닌가?]
도화선은 말했다.
[남자들만 있는 절에 어찌 여자중이 있단 말이오.]
도근선은 유신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이 사람은 중도 아니고 비구니도 아닌데 박박깎은 중대가리 머리가 아닌가?]
도간선은 말했다.
[왜 그를 죽이려고 합니까?]
계무시는 말을 했다.
[우리 들어가서 살펴보면 어떻습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그게좋겠읍니다. 계형, 노형, 조형, 황방주, 네 분은 저와 함께 절 안으로 들어가 살려보지요. 그리고 여러분께서는 명령을 좀 하달시켜 주십시오. 절대로 저의 명령이 없이는 그 누구도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고 소림사의 스님들에게는 어떠한 무례한 언행도 하지 말 것이며, 또한 소실산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훼손시키면 안 된다고 전해 주십시오.]
도지선은 말했다.
[정말로 풀 한 포기 뽑으면 안 된단 말입니까?]
영호충은 영영이 어찌하고 있는가 심히 마음속으로 초조하였다.
그는 큰 걸음으로 절 안으로 들어갔다. 계무시 등 네 사람은 그 뒤를 따랐다.
사문을 들어서도 돌층계를 지나 앞뜰과 대웅보전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수 많은 불상들이 준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책상 위는 엷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조천추는 말했다.
[설마 하니 절 안의 스님들은 모두 도망쳤단 말입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조형께서는 도망갔단 말을 하지도 마시오.]
다섯 사람은 귀를 기울여 들어 봤다. 들리는 곳은 절밖의 수천명의 군웅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을 뿐 절안에는 약간의 인기척도 없었다. 계무시는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소림사 중들이 설치해 놓은 함정을 주의하십시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방증방장 방생대사들은 모두가 도를 닦는 고승인데 어찌 그러한 간계를 사용하겠는가. 그러나 방문좌도의 인사들이 대거 공격해오니 소림사의 스님들은 머리를 써서 대책을 세울 것이고 힘으로 대항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큰 소림사는 한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되자, 그들이
영영을 어찌 했는가를 몰라 마음속 깊은 곳에는 공포감이 들었다.
다섯 사람은 눈과 귀로 사방팔방을 살펴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안쪽으로 들어갔다. 두개의 뜰을 지나 뒤에 있는 전각에 이르렀다. 갑자기 영호충과 계무시는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고 손에 신호를 보냈다. 노두자 등도 함께 발걸음을 멈추었다. 영호충은 서북쪽의 한칸에 상방(廂房)을 가리키며 천천히 발걸음을 띠고 다가갔다. 노두자 등도 따라서 갔다. 다가가 보니 방 안에는 극히 낮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은 상방앞에 이르러 검을 뽑아 손에 들고 손을 내밀어 방문을 밀치고는 몸을 옆으로 잽싸게 피했다. 그것은 방안에서 날아오는 암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방문이 펑 하고 소리를 내며 멸리자 방안에서는 신음소리가 또 났다. 영호충은 고개를 디밀어 방안을 살펴보고 깜짝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늙은 비구니가 땅에 쓰러져 있는데 얼굴을 바깥쪽을 향한 사람은 바로 정일사태였고, 그녀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두 눈을 꼭 감은 듯이 마치 이미 숨이 끊어져 죽은 것 같았다. 그는 잽싸게 뛰어 들어갔다. 조천추는 외쳤다.
[맹주! 조심하십시오.]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영호충은 정일사태의 몸을 돌아 다른 한 사람을 가서 보았다. 과연 그 사람은 항산 장문인 정한사태였다.
영호충은 고개를 숙여 외쳤다.
[사태! 사태!]
정일사태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눈빛이 멍청해졌으나 바로 눈빛에 한 줄기의 희색이 돌더니 입술이 꾸물꾸물 움직였다.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았다.
영호충은 고개를 더욱 숙여 말했다.
[저, 영호충입니다, 영호충입니다.]
정한사태는 입술을 몇번이고 움직어더니 아주 낮은 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 '자넨...... 자넨...... 자네......'라고 들을 수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상처는 대단히 화급을 다투었다. 그러나 어찌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정한사태는 한숨을 돌리더니 말을 했다.
[자넨...... 자네는 나에게 약속을 하나 해주게나.]
영호충은 급히 말을 했다.
[녜, 녜. 사태의 말씀이시라면 영호충은 설령 몸이 가루가 되어도 사태님의 말씀에 따르겠읍니다.]
두 분의 사태는 자기를 위해서 목숨을 돌보지 않고 소림사에 왔다라는 생각이 들자 두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정한사태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넨...... 자넨 반드시...... 쾌히 승낙을 해 주겠나?]
영호충은 말했다.
[반드시 승낙을 하겠읍니다.]
정한사태는 눈빛에 또 한 줄기의 깊은 물이 흘렀다. 그리곤 말했다.
[자네가...... 자네가 항산파의 문호를 맡아......]
이 몇마디를 하고 더이상 숨이 가빠 말을 하지 못했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저는 남자의 몸이라 항산파의 장문을 맡을 수가 없읍니다. 그러나, 사태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항산파가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있더라도 제가 있는 힘을 다해서 막겠읍니다.]
정한사태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아니네. 난...... 나는 자네에게 전해주는 것이네. 항산파 항산파의 장문인을 맡게나. 자네가 만약...... 만약에 대답되지 않는다면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네.]
조천추 등 네 사람은 영호충 몸 뒤에 서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정한사태의 이러한 마지막 유언이 너무나 뜻밖이라고 생각되었다.
영호충은 마음이 크게 혼란에 빠졌다. 이것은 정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정한사태의 생명이 경각에 달렸음을 보자 마음속에는 뜨거운 피가 용솟음쳐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사태 말씀에 따르겠읍니다.]
정한사태는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서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하오. 항산파 문하에 수백명...... 수백명의 제자는 앞으로 당신이...... 당신 영호소협이 맡게 됐군요.]
영호충은 놀라고 화가 나고 또한 상심이 되어 말을 했다.
[소림사 사람들이 왜 이다지도 몰인정하단 말입니까. 어찌 감히 두 분의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읍니까? 저는...... 저는......]
정한사태는 얼굴을 옆으로 떨구더니 두 눈을 꼭 감았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손을 내밀어 그녀의 코에 갖다대어 보니 이미 숨이 끊어졌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심통하여 그후 몸을 돌려 정일 사태의 손을 만져 보았다. 손은 얼음처럼 차가왔으며 이미 죽은지 오래인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격분이 되고 고통스럽기 짝이 없어 실성을 하고 통곡을 했다.
노두자는 말을 했다.
[영호 공자 우리는 반드시 두 사태에게 복수를 해줘야 합니다.
소림사에 이 중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고 이 소림사를 태워 한줌의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호충은 더욱 비분강개하여 다리를 치며 말했다.
[그렇소, 우리는 이 소림사를 태워 한 줌의 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계무시는 급히 말을 했다.
[안 됩니다, 안 됩니다. 만약에 성고께서 여전히 이 절 안에 잡혀 계시다면 그녀가 타 죽지 않습니까?]
영호충은 그 말을 듣자, 등 뒤에는 차가운 물이 흘럿다. 그래서 말했다.
[나의 생각이 너무 경거망동한 것 같습니다. 만야게 계형께서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큰일을 망칠 뻔했읍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해야 될까요?]
계무시는 말했다.
[소림사의 천 개에 달하는 방을 우리는 다섯 사람이 일일이 수색하기 어려우니 맹주께서 호령을 하시어 이백명의 형제들을 이 절 안으로 불러들여 조사하도록 합시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맞소이다, 그렇다면 계형께서 나가 사람을 좀 모아주십시오.]
계무시는 말했다.
[그렇게 하겠읍니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조천추는 외쳤다.
[절대로 도곡육괴들을 들여 보내지 마시오.]
영호충은 두 사태의 시신을 일으켜 선단위에 내려놓고 절을 몇번 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제자는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하여 두분 사태의 원한을 풀어 드리겠읍니다. 그리고 항산파의 문호를 넓혀 두 분의 혼령을 위로해 드리겠읍니다.)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몸에 난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상처도 보이지 않았으며, 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옷을 벗겨 살펴 볼 수도 없었따. 아마 소림파 고수의 내공의 장력을 맞아 내상을 받아 죽은 것이라고 단정을 지었다.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이백명의 호걸들은 쏟아져 들어아 각기 이곳 저곳을 수색하였다. 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이 우리들 보고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우리는 꼭 들어 가야겠다. 어디 그가 무슨 방법이 있는지 한번 보자.]
바로 도지선의 목소리였다. 영호충은 눈쌀을 찌푸리며 듣지 못한 척했다.
도간선의 말이 들려 왔다.
[천하에서 이름이 난 소림사에 와서 구경을 하지 않는다면 어찌 억울하지 않으리오.]
도엽선은 말을 했다.
[소림사에 들어와서 천하에 이름이 난 소림스님들을 뵙지 못한게 그게 더 원망스럽소.]
도지선은 말했다.
[소림사의 중들을 만날 수가 없고 더우기 천하에서 이름을 떨친 소림사의 무공을 볼 수가 없는게 더욱 애통하고 원통함을 금할 길이 없소.]
도화선은 말했다.
[이름이 쟁쟁한 소림사 안에는 한놈의 중도 볼 수가 없으니 정말로 기괴하기 짝이 없구나.]
도실선은 말했다.
[중이 하나도 없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나 그런데 두 명의 비구니가 있으니 더욱 이상하지.]
도근선은 말했다.
[두 명의 비구니가 있는 것이 뭐가 그리 이상하단 말이냐. 더욱 이상한 것은 두 명의 비구니가 늙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죽은 사람이니 더욱 이상하지.]
여섯 형제는 각자 말을 하고 오면서 뒤뜰로 향했다.
영호충과 조천추, 노둥자, 황백류, 세 사람은 상방에서 걸어나와 상방문을 잠궜다. 군웅들이 바비 왔다갔다하며 소림사의 구석구석을 찾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한참 지난 뒤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서 보고를 했다. 절중에는 화상은 물론 한 명도 없고 부엌에서 일하는 이조차도 어디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어떤 자는 보고하기를 절안에는 불경이나 부적 용구조차도 모두 가져가 버렸고 그릇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자는 절 안에는 쌀과 기름과 소금이 텅텅 비어 있고 밭에 심어졌던 채소조차도 깨끗하게 뽑아져 버렸다고 보고하였다.
영호충은 한사람의 보고를 들을 때마다 더욱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소림사 스님들의 행동이 이렇듯이 주도면밀하구나. 심지어 풀 한 포기조차도 남기지 않았으니 물론 영영을 벌써 다른 곳으로 옮겨다 놓았겠지. 이 세상에 이렇게 큰데 어디 가서 찾아야 한단 말이냐.)
한 시진이 되지 않았는데 이백명의 호걸들은 소림사의 천개에 달하는 방을 모두 다 찾아 보았다. 불상은 물론이고 액자 뒤에 까지 모두 찾아봤으나 한장의 종이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떤이는 득의양양해서 말을 했다.
[소림파는 무림에서 첫째 가는 명문의 대파인데 우리가 온다는 소리를 듣자 무서워서 꽁무니를 빼었구나. 그것은 천고에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을 했다.
[우리의 이번 행동은 위풍당당했다. 앞으로 무림의 사람들은 절대로 우리를 농락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어떤 자는 말했다.
[소림사의 중들을 다 쫓아버린 것은 위세가 당당하나 성고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온 것은 성고를 마중하러 온 것이고 절대로 중들을 쫓으려고 그런건 아니다.]
군웅들은 모두 그의 말에 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자는 고개를 숙이고 어떤 자는 영호충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 일은 정말 뜻밖입니다. 그 누구도 소림사의 스님들이 절을 버리고 사라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읍니다. 앞으로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군요. 한사람의 생각보다는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르는게 나을 것이니 여러분은 각기 고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황백류는 말을 했다.
[제 생각으로는 성고를 찾는건 어렵더라도 소림중들을 찾는 것은 쉽다고 봅니다. 소림사에 사람들은 적게 잡아도 수천명인데 이 사람들이 절대로 숨어 영원히 자기의 모습들을 감출 수는 없을 테니까요. 우리들은 소림의 중들을 찾아내서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성고가 어디 계신지 알 수가있을 것입니다.]
조천추는 말을 했다.
[황방주의 말씀이 틀림이 없읍니다. 우리들이 이 소림사에 묵고 있는다면 설마하니 소림파의 제자들이 수천년 동안 쌓아온 업적을 버리고 이들로 하여금 이곳에 살도록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들이 틀림없이 이 절을 빼앗으러 올 것이고 그때 우리가 성고가 어디 계신지 알아보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성고가 어디 계신다고 알아본다고요. 그들이 감히 말을 할런지요?]
노두자는 말했다.
[알아본다는 것은 단지 부드럽게 말하는 것뿐이고사실은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야 되지요. 그래서 우리가 소림사의 중들을 보면 절대로 죽이지 말고 잡아야만 합니다. 한 일곱 열댓명을 붙잡아오면 그들이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또 한 사람이 말했다.
[만약 중들이 끝까지 버티고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또 어찌하시겠읍니까.]
노두자는 말했다.
[그것은 아주 쉬운 일이오. 남교주님의 신룡신물(神龍神物)을 그들의 몸에가 놓으라고 부탁을 하면 아마 그들은 진상을 자백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거기에 찬동을 하였다. 모두들 남교주의 신룡신물이 무엇인줄 알았다. 그것은 바로 오독교 교주 남봉황의 독사 독충을 말하는 것이다. 이 동물을 사람의 몸에 놓는다면 그들이 이곳저곳을 물어 어떠한 형벌보다는 더욱 무서웠다. 남봉황은 잔잔히 웃으면서 말을 했다.
[소림사의 스님들은 경을 읽고 오랫동안 수련을 했기 때문에 나의 신룡신물들은 그들을 제압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영호충은 생각을 했다.
[그러한 방법까지 있을 필요가 있겠소. 우리들은 될 수 있는대로 소림사의 스님들을 백명 정도를 잡아 한 명을 바꾸자면 아마 그들은 영영을 석방할 것이오.]
갑자기 굵은 소리가 들려왔다.
[요 며칠동안 고기를 먹지 못했더니 정말 배고파 죽겠구나. 어째서 절에는 중들이 하나도 없는가. 그렇지 않다면 한 놈을 잡아다가 중놈의 하얀 고기를 쩌다가 먹는다면 그 맛 또한 괜찮을텐데.]
말하는 사람은 몸집이 거대한 바로 막북쌍웅(漠北雙熊) 중에 한 사람인 백웅(白熊)이었다. 군웅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와 또 다른 흑웅(黑熊)이 있는데 모두가 사람고기 먹기를 좋아하고 그의 이 몇마디는 비록 듣기에 구토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소실산에 온 지 여러 시일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아 모두들 배가 고프고 갈증이 났다. 어떤 이는 뱃속에서 꾸르륵 하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조천추는 말을 했다.
[그들이 쓴 계략은 바로 견벽청야(堅壁淸野)의 계략입니다.]
황백류는 말을 했다.
[녜, 바로 그것이오. 그들은 아마 우리가 이 절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하산할 때를 기다리는 모양인데 천하에 일이 그렇듯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있겠소?]
영호충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황방주께서는 무슨 고견을 갖고 계신지요?]
황백류는 말을 했다.
[우리는 한편으로 형제들을 파견하여 하산을 하여 소림사의 중들이 어디 갔는가 염탐을 해오고, 한편으로 사람을 파견하여 양식을 가져오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가 이 절에서...... 지키고 무슨 토끼가 걸려...... 들기를 기다리고 대화상들이 스스로...... 스스로 무슨 망에 걸리도록 합시다.]
이 황방주라는 사람은 성어(成語)를 구사하고 싶었으나 그러나 완전하게 고사성어를 기억할 수가 없어 더듬더듬 대강 말풀이만 했던 것이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황반주께서 명령을 하달하여 오백명의 똑똑한 형제들을 골라 산 아래로 보내어 소림사의 스님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양식을 구하는 일도 역시 황방주께서 처리해 주십시오.]
황방주는 대답을 하고 몸을 돌려 나갔다.
남봉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황방주께서는 빨리 일을 해야 될 것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백웅, 흑웅 두 분이 너무 배가 고파 아마 닥치는대로 뱃속에다 집어 넣으려고 그럴테니까요.]
황방주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저도 그를 잘 알고 있소이다. 막북쌍웅이 설령 아무리 배가 고파 죽는다 할지라도 아마 남교주의 손털 하나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오.]
조천추는 말을 했다.
[절 안에 화상들이 싹 없어져 버렸으니 여러 친구들께서는 수고스럽겠지만 또다시 이곳 저곳을 한번 살펴보시고 어떤 이상이 있는가 한번 조사해 주십시오. 어쩌면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군웅들은 모두 대답을 하고 또 각기 무엇인가 찾으러 나갔다.
영호충은 대웅보전의 구들방석에 앉아 있었다. 석가보살의 불상들은 위엄있게 앉아 있고, 얼굴에는 자비롭고 가려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방증방장은 과연 수도를 쌓은 고승이야. 우리가 대거 쳐들어 온다는 걸 아시고 차라리 소림파의 명예를 실추시킬망정 접전을 피하고 결국은 대살륙과 피가 바다를 메우는 그런 형국을 피했어. 그러나 그들은 어찌해서 정한, 정일 두 분의 사태를 죽였는가. 아마 그 두 분의 사태를 죽인 자는 절 안에서 흉악한 중들이었을게고 절대로 장증대사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방증대사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소림파의 선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여 영영을 구하여야 되겠다.)
때마침 한줄기의 삭풍이 문에서 불어 들어왔다. 바람이 불어 신전 앞에 취장을 들썩들썩 휘날리게 했으며 바람의 세력은 맹렬하여 향불에 타다 남은 재가 온 대웅보전에 날렸다. 영호충은 문가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고 시컴하였다.
북풍은 심히 강하게 불어왔다. 내심 생각하기를, (아무래도 큰 눈이 한바탕 내리겠구나!)
마음속으로 막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허공에서 눈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또 생각하기를, (날씨가 이렇듯이 추운데 영영의 몸에는 옷이라도 걸치고 있을까? 소림파의 사람은 많고 세력 또한 강하니 모두들 단단히 준비하고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모인 우리들은 모두가 영영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사람일 뿐 아무런 준비가 없으니 영영을 구출해내는 데는 아마 많은 어려움이 있겠구나.)
손을 뒤로 하여 뒷짐을 지고 긴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데 눈발이 날아와 머리, 얼굴, 손에서 즉시 녹았다.
영호충은 또 생각을 하였다.
(정한사태께서 돌아가실 무렵에 몸은 비록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정신은 말짱하셨고, 그리 혼미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그녀는 어째서 나보고 항산파의 장문을 맡으라고 하셨을까? 항산파문하에는 남자가 없고 듣건대 대대로 내려오는 장문인은 모두가 여승이라고 들었다. 나는 사내대장부인데 어떻게 항산파에 장문을 맡을 수 있을까. 이 말이 천하에 전해진다면 어찌 강호의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지 않겠는가? 내가 그녀에게 대답을 한 이상 대장부가 어찌 식언을 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내 할 일이나 하고 다른 사람이 비웃든 상관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르자 마음이 한숨이 놓였다. 갑자기 산허리에서 은은하게 함성이 들려왔다.
얼마 안 있자 절 밖에서는 군웅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절 밖으로 뛰쳐가보니 황방주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고, 어깨는 화살 한 대를 맞았는데 그는 뛰어오면서 외쳤다.
[맹주, 저기...... 저기 산아래 길을 막고 있읍니다. 우린 정말로...... 우리는 스스로 그 덫에 갇힌 꼴이 됐읍니다.]
영호충은 놀래서 말했다.
[소림사의 스님들입니까?]
황백류는 말했다.
[중들은 아니고 일반 사람입니다. 제미랄 놈들, 우리가 산을 얼마 내려가지 않았는데 화살들이 비오듯 쏟아지면서 열 몇명의 형제들이 죽었고, 화살을 맞은 자가 칠팔 십명은 될 것입니다. 그건 정말로 전멸한거나 다름없읍니다.]
수백명이 낭패한 꼴로 퇴각해 오는 것이 보였다. 화살에 맞은 자가 실로 적지 않았다. 군웅들은 함성이 마치 우뢰와 같았고 모두들 내려가 일전을 하자고 외쳤다. 영호충은 또 물어보았다.
[적들은 어떤 문파인지 황방주께서는 집히는게 있읍니까?]
황백류는 말하였다.
[우리들은 적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읍니다. 제미랄 화살들이 무섭기 짝이 없었고, 그놈들이 정체를 보지 못하고 화살들이 비오듯 쏟아지니 한 발자국도 접근해 갈 수가 없었읍니다.]
조천추는 말했다.
[보아하니 소림파 사람들이 고의로 함정을 설치하여 옹중착별(甕中捉鼈)에 계략을 쓰는 것 같습니다.]
노두자는 말하였다.
[무엇이 옹중착별이란 말이오. 상대방을 의기양양하게 해 놓고 자기의 위풍을 죽이는 것이니 이것은...... 이것은 적들을 유인하여 위험한 곳으로 끌어들이는 계략입니다.]
조천추는 말하였다.
[그래요, 설령 적을 유인하여 끌어들였다.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 다 왔지 왔소. 무슨 할 말이 또 있겠소이까? 이 중들은 우리를 이곳에서 아마 멀쩡하게 굶겨 죽일 심판인 것 같소.]
백웅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느 자가 나와 함께 공격해 들어가 이놈들을 죽일텐가?]
삽시간에 천여명이 웅성대면서 대답을 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잠깐만 상대방의 화살이 대단하니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들 자멸을 할 것입니다.]
계무시는 말을 했다.
[이 절에는 다른 것은 없어도 구들방석은 수천개나 넘습니다.]
이런 말을 하자 모든 사람은 정신이 모두 들었다. 모두들 말하기를, [그렇다면 방패로 삼으면 더 이상 좋을게 없겠군요.]
즉시 수백명은 절 안으로 들어가서 있는대로 구들방석을 운반해 왔다.
영호충은 외쳤다.
[이것으로 방패로 삼고 모두들 산 아래로 진격해 갑시다.]
계무시는 말했다.
[맹주, 하산을 한 뒤에 어디서 다시 모이고 앞으로는어떤 계획을 할 것이며, 어떻게해서 성고를 구하여야 할지 지금 모두 적당하게 안배를 하여야 될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말하였다.
[그렇소이다, 당신도 보시다시피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지휘할 능력이 없소. 나는 맹주의 자격이 없소이다. 내 생각에는 하산한 다음에 모두들 각자 원위치로 돌아가 있는 힘을 다하여 성고가 어디 계신가를 알아보고 서로 통제한 다음에 다시 구할 방도를 찾아봅시다.]
계무시는 말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군요.]
즉시 영호충의 뜻을 모두에게 전했다. 그 사람 고기를 먹는 화상인 흑웅은 외쳤다.
[소림사에 이 까까머리 중놈들은 이렇게 악독하구나. 모두들 이절을 한줌의 재로 만든 다음 다시 공격해 들어가 그들과 죽든지 살든지 한번 겨뤄봅시다.]
자기도 중이면서도 까까머리중이라고 아무 주저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군웅들은 모두 그게 좋겠다고 외쳤다. 영호충은 연신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성고께선 눈 앞의 그들에게 잡혀 있으니 모두들 급하게 굴지 마시오. 잘못했다가는 성고께서 그 화를 대신 받게됩니다.]
여러 사람들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들 말하기를, [좋소이다. 그렇다면 이 절을 그대로 놔둡시다.]
영호충은 말했다.
[계형, 어떻게 나누어 하산을 해야될지 당신이 좀 대열을 정리해 보시오.]
계무시는 영호충이 군웅들을 통솔할 수 없고 임기웅변을 할 수 없자, 별 수 없이 사양하지 않고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여러 친구들은 들으시오. 맹주께서 맹주의 영이 있읍니다. 모두들 여덟 방향으로 나뉘어 하산하기로 합시다. 동남서북 네길이고 동남, 서남, 동북, 서북 또한 네개의 길이니 우리들이 이 여덟개의 방향으로 포위를 뚫고 나간다면 그리 많은 피해는 당하지 않을 것이오.]
급히 사람을 구분하여 누구는 어떤 방향으로 내려갈건가를 지시하엿다. 한 방향마다 오백명 또는 칠팔백명 정도가 되었다.
계무시는 말했다.
[정남방은 하산하는 큰 길이니 틀림없이 적이 제일 많을 것입니다. 맹주 우리가 먼저 정남쪽으로 하산을 하여 적을 견제합시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형제들이 포위를 뚫고 나가는데 비교적 쉬울 것 같소이다.]
영호충은 검을 뽑아 손에 쥐고 구들방석도찾지 않고 큰 걸음으로 아래를 향해서 달려갔다. 군웅들은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급히 여덟 방향에서 내려갔다.
하산하는 길은 본래 여덟개의 길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려가자 처음에는 그래도 여덟 방향으로 구분이 되었으나, 나중에는 온통 사람이 벌떼처럼 온 산을 뒤덮으며 내려왔다.
영호충은 달리자 징소리가 몇번 들려오더니 앞의 숲속에서 배오듯이 화살이 떨어졌다. 그는 독고구검 중에 파전식을 전개하여 여기저기 막으면서 앞으로 전진하여 날아오는 화살을 하나하나씩 막았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갔다. 갑자기 몸 뒤에서 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봉황이 좌측발과 좌측 어깨가 동시에 화살에 맞아 땅에 굴러 떨어졌다. 영호충은 급히 몸을 돌려 그녀를 부추켜세우며 말을 했다.
[내가 당신을 보호하겠소.]
남봉황은 말했다.
[나를 상관마시고 당신은...... 당신 혼자서 산에 내려가십시오.]
이때 화살은 여전히 벌떼처럼 날아와 여기저기 꽂혔다. 영호충은 손에 쥔 칼을 휘두르며 날아온 화살을 다 막았다. 사방의 군웅들은 화살을 맞아 여기저기서 쓰러져 있었다. 영호충은 좌측손으로 남봉황을 부추키면서 산아래로 달려갔다.
날아오는 화살을 칼을 휘둘러 하나하나 막았다. 갈수록 화살의 힘은 강해졌으며 활을 쏘는 자는 모두 무공이 강한 자들인 것 같았다. 날아오는 화살은 정확했으며 군웅들의 손에는 비록 구들방석이 쥐어져 있었지만 그러나 화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살을 맞는 자가 갈수록 많아졌다. 영호충은 어떻게 해야 될 줄 몰랐다. 하산을 해야 될지 아니면 퇴각해서 절로 들어가야 할지 걷잡을 수 없었다.
계무시는 외쳤다.
[맹주 적의 화살은 갈수록 매섭습니다. 형제들이 더 이상 전진 할 수도 없고 피해가 갈수록 심합니다. 아무래도 잠시 전진을 멈추고 다시 퇴각하여 계략을 세우는 것이 좋겠읍니다.]
영호충은 이미 수세에 밀려 있음을 알았다. 만약에 상대방이 공격해 온다면 더욱 수습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퇴각하여 소림사로 들어가시오. 모두들 퇴각하여 소림사로 들어가시오.]
그의 내력이 강하여, 그가 이렇게 외치자 수천명의 사람들이 비록 고함을 지르고 싸움을 하고 있지만 사바응로 말소리가 번졌다.
계무시, 조천추 등 수십 명이 일제히 외쳤다.
[맹주께서 명령을 하신다. 모두들 소림사로 퇴각하라!]
군웅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소림사에 앞뜰에는 욕지거리, 신음소리, 외치는 소리, 이쪽저쪽 군데군데 피들이 낭자하였다. 계무시는 명령을 내려 팔백명의 아무 상처를 받지 않은 자를 여덟분대로 나누어 팔방을 지키도록 하고 적의 침입에 방비하였다.
소림사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중에 반수는 각기 문파나 방회에 속하는 사람이어서각자 통솔이 잘 되고 규칙이 잘 먹혀 들어갔으나, 그 나머지 이천명의 사람들은 모두 오합지졸이라 이렇게 한번 패하자 더욱 혼란에 빠졌으며 각자 자기 주장을 세우고 어찌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
영호충은 말했다.
[모두들 빨리가서 상처를 입은 형제들을 돌봐주고 치료를 좀 해 주시오.]
내심 생각했다.
(항산파의 여제자들이 같이 있지 않은게 애석하구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영약이 모자르니 말이다.)
또 생각하기를, (만약에 항산파의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면 나를 도와줄까. 아니면 그들 정교의 각파들을 도와줄까. 음. 두 분의 사태가 이곳에서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항산파의 제자들은 틀림없이 나를 도와 줄거야.)
군웅들이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와 신음소리가 그치지 않음을 듣고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만약에 그 혼자라면 임 벌써 그 포위를 뚫고 나갔을 것이다. 죽든지 살든지 그것은 안중에 두지 않고 행할 수가 있었던 것인데, 그러나 자기는 이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로써 이 수천명의 생사를 모두 자기 손아귀에 쥐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정말로 한삼하기 짝이 없었다.
날씨가 저물무렵에 갑자기 산 허리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영호충은 장검을 뽑아들고 길에 서 있었다. 군웅들은 각자 병기를 들고 적과 한바탕 결전을 하려고 하였다. 북소리가 크게 울리고는 있었으나 적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한참 지난 뒤에 북소리는 동시에 멈췄다. 군웅들은 분분히 의론을 나누었다.
[북소리가 멈췄으니 올라올 것이다.]
[올라온다면 그것 참 잘 된 일이지. 놈들은 하나하나 모조리 죽여 버려야지. 그곳에서 앉아서 기다리는건 아니겠지.]
[제미랄 놈들, 놈들이 우리를 이곳에 가둬두고 굶겨 죽이고 목말라 죽이려고 하는 것이야.]
[한놈도 올라오지 않으니 우리가 공격해 들어가야 한다.] [공격해 간다면 자네가 말할 필요가 있는가?]
계무시가 낮은 목소리로 영호충에게 말했다.
[우리가 오늘밤 만약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고 하루밤을 계속 굶는다면 모두들 힘이 없어 싸움을 할 수 없을 것이오.]
영호충은 말했다.
[그렇소이다. 우리는 이 삼백명의 무공이 강한 친구들을 선발하여 길을 트기로 합시다. 컴컴한 밤엔 적이 화살을 쏘아도 똑바로 겨눌 구사 없을테니 적의 한쪽 진영을 흩어놓으면 우리 모두 단숨에 쳐 내려갑시다.]
계무시는 말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군요.]
바로 이때 산 허리에서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더니 백여명의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자들이 밀려 올라왔다. 군웅들은 크게 고함을 지르며 용감하게 앞으로 달려가 접전을 하였다. 그러나 공격해 오던 이 백여명은 조금 접전을 하다가 어떤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산 아래로 퇴각해갔다. 군웅들은 마음을 놓고 휴식을 취랬다. 바로 북소리가 또 요란하게 울리더니 또다른 한떼의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자들이 공격해 올라왔다. 한바탕 싸우자 또 다시 물러갔다. 적은 비록 퇴각은 했지만 북소리와 함성소리는 여기저기서 울려나오고 시종 그치지를 않았다.
계무시는 말했다.
[맹주, 적은 틀림없이 피병지계(疲兵之計)를 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밤새도록 휴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바로 보았읍니다. 계형께서 적절하게 안배를 해주십시오.]
계무시는 명령을 내렸다. 만약에 적이 다시 올라온다면 산 입구를 지키고 있는 백명이 달려가 접전을 할 뿐 그 나머지 사람은 상관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고 그래도 있으라고 전했다.
조천추는 말했다.
[저에게 계략이 하나 있읍니다. 우리가 삼백명의 고수를 선정하여 한밤중에 적이 다시 공격해 들어오면 이 삼백명은 그때 쳐 내려가면 됩니다. 적긴에 들어가 혼전을 하면 제놈들은 별수없이 활을 쏘지는 못할 것입니다. 모두들 그때에 기회를 틈타서 하산을 하는 거지요. 오늘의 계략은 별 수 없이 먼저 상대방을 크게 혼한시켜 비로소 혼란한 틈을 타서 탈출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좋은 계략입니다. 조형께서 그들을 선발하여 여러 사람에게 분부를 해주십시오. 한쪽이 흩어지면 그 틈을 타서 공격을 하면서 내려간다고요?]
조천추는 돌아와서 삼백명을 선정 하였고, 이들은 모두 강호의 일류고수들이라고 보고를 하였다. 그래서 그들 정예의 힘을 빌려 포위를 뚫고 내려간다면 적이 설사 수천명이 막는다 해도 그들의 삼백명의 용맹한 힘을 당해낼 수 없다고 말을 하였다.
영호충은 정신이 일진되어 조천추와 함께 서쪽 산에 가 보았다.
가 보니 삼백명은 일렬로 똑바르게 서 있었다. 그래서 영호충은 말하였다.
[여러분께서는 잠시 몸을 쉬었다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모두들 죽음을 무릅쓰고 쳐 내려가야만 합니다.]
군웅들은 일제히 대답을 했다.
이때 눈발이 더욱 굵어져 눈은 여기저기 쌓이기 시작했으며 군웅들의 머리와 옷에 눈꽃들이 휘날렸다. 절 안에 모든 물 항아리는 이미 바닥이 드러났으며 우물조차도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각자는 땅에 쌓인 눈을 뭉쳐서 목이마를 때 갈증을 해소하였다. 날씨는 갈수록 어두워지고 나중에는 두 사람이 마주쳐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조천추는 말을 했다.
[다행히 오늘 저녁 눈이 내려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이 15일이니 달빛이 아마 매우 밝았을 것입니다.]
조금 지나니 사방은 조용하고 아무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소림사에 모여 있는 수천 명의 군웅들과 소실산 산허리에서 산밑에까지 정교의 사람은 적게 잡아도 이천명이 될 성싶었는데 서로 약소이나 한 듯이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설사 말하는 사람이 있다손치더라도 이 적막한 기분에 휩싸여 말을 하다가 문뜩 입을 다물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발이 나뭇잎과 수풀속에 떨어지면서 부드럽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영호충은 갑자기 이런한 생각이 들었다.
(소사매는 지금 이 시각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갑자기 산허리에서 우우 하고 호각소리가 들려오면서 이어서 사면팔방에서 함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적이 어둠을 틈타서 전원이 공격해 들어오고 더이상 겁을 주려고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영호충은 장검을 휘두르며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돌격하시오.]
그러면서 서북방의 산길을 먼저 달려 내려갔다. 계무시, 조천추, 전백광, 막북쌍웅, 그리고 삼백명의 정선된 걸사들이 따라서 전진해 들어갔다. 삼백명이 단숨에 쳐 내려가는 앞에는 아무런 막힘이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조천추가 한개의 폭죽을 꺼내어 폭죽에다 불을 붙이니 펑 하고 소리를 내며 허공에 띄웠다. 바로 불꽃이 번쩍이며 팍 소리가 나면서 터졌다. 이것은 군웅들에게 신호를 보내어 절에서 일제히 쳐 내려오라는 신호였다.
영호충은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데 발밑에서 따끔하게 아파오는 통상을 느꼈다. 한개의 날카로운 못을 밟은 것 같았따. 내심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급히 힘을 모아 몸을 날려 한 그루의 나무위로 올라섰다.
조천추 등이 여기 저기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큰일났구나! 땅밑에는 귀신이 있어.]
모두들 발밑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못을 밟았던 것이다. 어떤 자는 못 끝이 발목을 관통하여 비명을 질렀다. 수십명이 계속해서 쳐들어가자 갑자기 '아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큰 구덩이의 함정 속으로 빠졌다. 수풀에서는 열 몇개의 긴 창이 나오더니 그 구덩이를 향해서 찔렀다. 순식간에 참혹한 비명소리가 흘러나와 온산을 뒤덮었다.
계무시는 외쳤다.
[맹주, 빨리 명령을 하십시오! 퇴각하라고 명령을 하십시오.]
영호충은 이러한 전세를 보자 틀림없이 정교문파는 산 아래에 함정을 파놨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만약에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 쳐내려간다면 전군이 몰살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소림사로 물러가시오! 모두들 소림사로 퇴각하시오!]
그는 이쪽 나무에서 다른 나무꼭대기로 몸을 날려 함정이 있는 곳에 다가가서 장검을 휘두르자, 세명의 창을 쥐고 있는 자를 쓰러뜨렸다. 몸을 날려 신창을 가지고 있는 자의 옆으로 떨어졌다. 틀림없이 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뾰족한 못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삽시간에 칼을 휘두르자 일곱 여덟명이 쓰러졌다. 그 나머지 긴창을 가진 자는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함정에 빠진 사십여명을 일일이 끄집어 내었다. 그러나 이미 열몇명은 구덩이 속에 빠져 창에 찔려 죽었다. 군웅들은 앞을 쳐다보니 시커멓고 아무것도 안 보였다. 땅은 비록 눈이 쌓여 빛이 발산되고는 있지만 그러나 어디 어느 곳에 함정이 있는지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각자 고개를 숙이고 의기소침하여 절뚝절뚝하면서 산위로 올라왔다. 다행히 적들은 뒤쫓아 오지 않았다. 군웅들은 절로 들어와 촛불 아래서 상처를 살펴보니 열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의 발바닥이 뾰족한 못에 찔려 피가 났다. 모든 사람은 욕지거리를 했다. 틀림없이 상대방이 이 몇시진 동안 북소리를 내며 소리를 지른 것은 산허리에 함정을 하고 못을 박는 행동을 엄호하기 위함인 것이다. 이 쇠못은 길이가 한척 정도 되었으며 약칠촌 정도는 땅속에 묻어두고 삼촌 정도가 땅바닥에 튀어나와 있었다. 못은 매우 날카로왔으며 만약에 온산에 뒤덮였다면 아마 수십만개는 될 것이다. 이 많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못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고 적들이 이렇듯이 세심하게 준비하는 상황에, 군웅들 중에서 약간이나마 머리가 돌아간 자들은 모두 혀를 내돌렸다. 계무시는 영호충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영호공자, 모두들 일제히 저 포위망을 뚫고 퇴각한다는 것은 지금 상태로 보아 절대로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밤낮으로 삥애각을 하는 것은 단지 성고를 위험에서 구출해내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이 일은 아마 영호공자, 단독으로 맡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놀래서 말을 했다.
[당신...... 당신은 그게 무슨 뜻입니까?]
계무시는 말을 했다.
[나도 물론 영호공자께서 의리가 강하고 절대로 우리를 버리고 혼자 행동을 안 하시는 사람인 줄은 알고 있읍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의리만 지키고 있다면 장래 누가 우리들을 위해서 복수를 해줄 것입니까? 성고께서는 옥중에서 고생을 하시고 계신데 누가 가서 그녀에게 다시 밝은 햇빛을 보게 할 수가 있읍니까?]
영호충은 킥킥킥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알고 보니 계형께서는 나 혼자 산에 내려가 목숨을 보전하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그 말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모두들 죽으면 같이 죽고 살면 같이 사는 법인데, 그렇게 많은 것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소.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단 말이오? 우리가 함께 죽으면 성고도 옥에 갇혔다가 머지 않아 죽을 것입니다. 정교문파는 오늘 비록 승리를 거두었지만 수십년이 지나면 그들은 또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죽을 것이오. 싸움에 지고 이기는 것은 단지 일찍 죽느냐 늦게 죽느냐를 판가름할 뿐입니다.]
계무시는 아무리 권해도 그가 듣지 애자 더이상 말해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만약에 오늘밤 컴컴한 기회를 틈타서 도망치지 않는다면 내일 날이 밝아 적들이 대거 공격해 오면 더이상 탈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손을 툭툭 치며 연신 탄식을 하였다.
갑자기 몇 사람이 히히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은 갈수록 즐겁기 짝이 없었다. 군웅들이 대패한 나머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렇게 화통하게 웃는 사람이 있다니.
영호충과 계무시가 들어보니 도곡육선이란 걸 알았다. 모두 생각하기를, (세상에서 이 여섯 괴인들만이 죽음에 이르러서도 이렇게 히히낙낙을 하는구나.)
도곡육선 중에 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천하에 이러한 바보가 있읍니까? 멀쩡한 다리를 뾰족한 못에 찔리다니 하하하 정말로 웃겨 죽겠네.]
또 다른 한 사람이 말을 했다.
[당신들이 만약에 뾰족한 못에 찔리는 맛을 맛보겠다면 어째서 큰 쇠망치를 사용하여 쇠못을 발등에 대고 자기 스스로 내리치지 않습니까? 하하하, 흐흐흐, 킥킥킥.]
여섯 형제들은 연신 숨이 넘어갈듯 웃어대며 마치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러 군웅들은 쇠못에 발바닥이 찔려 이미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이렇듯이 멋모르는 자가 옆에서 비웃자 그 누구도 욕을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도곡육선은 같이 해대고 한마디 한마디 마다 꼬투리를 잡아 따지고 덤벼 들었다. 천하에 몹쓸놈들이라 하면 왜 천하에 몹쓸놈이냐고 되물어보고, 오살을 할놈이라고 욕을 해대면 왜 육살할놈이냐고 말하지 않느냐고 이렇듯이 사사건건 시비를 하였다. 순식간에 이곳저곳에서 욕지거리가 일어나고 어떤 자는 병기를 들고 결투를 하려고 했다. 영호충은 일이 수습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자, 갑자기 외쳤다.
[아 이것은 무엇인가 참으로 재미있구나. 이것도 이상하다.]
도곡육선은 듣자마자 급히 달려와 물어봤다.
[무슨 물건이 그렇게 재미있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는 여섯 마리의 생쥐가 한 마리의 고양이를 물고서 이곳으로 도망치는 것을 봤소.]
도곡육선은 재미 있어 모두들 말을 했다.
[생쥐가 고양이를 물다니 나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어디로 갔던가요?]
영호충은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저쪽으로 도망쳤소.]
도근선은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
[자, 가봅시다. 모두들 가서 구경이나 해봅시다.]
군웅들은 영호충이 말을 바꿔 그들을 여섯마리의 생쥐라고 욕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믿자 모두들 배를 잡고 웃었다.
도곡육선은 영호충을 졸졸 따라 뒤뜰로 갔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 저기가 아닙니까?]
도실선은 말했다.
[나는 왜 안 보이오.]
영호충은 그들을 멀리 끌어내어 군웅들과 싸움을 하는 것을 말리려 했다. 그래서 아무데나 손가락질을 하며 일곱 사람은 더욱 멀어졌다.
도간선은 펑 하고 소리를 내며 전각에 한쪽 문을 열었다. 안에는 컴컴하기 짝이 없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아이고 여섯 마리의 생쥐가 한마리의 고양이를 들고 저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군요.]
도근선이 말을 했다.
[사람을 속이지 마시오.]
흔들거리는 불빛에 방안은 텅텅비고 아무것도 없었으며 한개의 보살상만이 벽을 향하고 앉아 있었다. 도근선은 건너가서 예불탁자에 있는 기름등잔에 불을 밝히면서 말을 했다.
[어디에 구멍이 있읍니까? 우리가 그 생쥐를 잡읍시다.]
기름등잔을 가지고 사방을 비춰보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쥐 구멍은 없었다. 도지선은 말했다.
[아마 보살상 뒤에 있는 것 같소.]
도간선은 말했다.
[보살님 뒤라, 그렇다면 우리 일곱이 생쥐란 말인가?]
보살은 벽을 향하고 있으니 그의 등은 바로 앞이오.]
도간선은 말했다.
[너는 분명히 말을 잘못했으면서 잘못한 것을 인정을 안 하는구나. 등 뒤가 어째서 앞이 된단 말이냐?]
도화선은 말을 했다.
[등 뒤든 또는 앞이든간에 우리가 잡아당겨 봅시다.]
도엽선, 도실선은 일제히 말을 했다.
[그게 좋겠군!]
세 사람은 손을 내밀어 석상을 움직였다.
영호충은 외쳤다.
[그렇게 할 수는 없소. 이것은 달마노조에 석상이오.]
그는 당마노조가 소림사를 창간한 비조임을 알았다. 소림의 무학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르고 수천년 동안 쇠퇴하지 않은 것은 바로 달마노조의 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달마조사가 그 옛날 벽을 향하여 구년 동안 참선을 하여 결국은 모든 진리를 깨우쳤다하여 절에서 모셔져 있는 달마상은 모두가 벽쪽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마노조는 또 중토선종(中土禪宗)의 비조이다. 무림이든 또는 불교이든간에 그의 지위는 힘이 높고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소림사에 오게 되었을 때 군웅들은 일제히 그의 충고를 따라 절에 있는 어떤 한 기물도 손상하지 않기로 했다. 이 달마노조의 석상은 절대로 움직이고 우롱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도화선 등이 고집으 피웠기 때문에 영호충은 외침소리는 대꾸도 하지 않고, 세 사람은 일제히 힘을 써 거대한 힘으로 달마석상을 빙글 돌렸다. 갑자기 일곱사람은 일제히 외쳤다. 눈앞에 철판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한개의 큰 동굴이 나타난 것이다. 철판은 세운 지가 오래된 듯이 녹이 슬어 있었으며 그러나 심히 견고하였다.
도화선 등 세 사람이 큰 힘으로 밀치자, 끽끽끽 소리를 내며 열렸다.
도지선은 외쳤다.
[정말로 동굴이 있네.]
도근선은 말했다.
[들어가서 여섯 마리의 생쥐가 고양이를 물고 있는 꼴이나 보자.]
고개를 숙이더니 이미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도간선 등 다섯 사람은 뒤떨어질세라 너도나도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상당히 큰 것 같았다. 여섯사람이 들어간 직후에 발걸음소리만이 들렸다. 순식간에 여섯 사람은 '왁'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또 뛰쳐 나왔다.
도지선이 외쳤다.
[안에는 컴컴해 끝을 볼 수가 없어!]
도엽선은 말을 했다.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찌 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소. 어쩌면 몇걸음가다가 곧 벽이 나타날 것이야.]
도지선은 말했다.
[너는 몇발짝 들어가면 끝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때서 몇걸음 더 나가지 않고 벽이 있는지를 알 수가 있는가?]
도엽선은 말을 했다.
[내가 말한 것은 어쩌면이지 절대로 반드시란 말이 아니야. 어쩌면과 반드시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요.]
도지선은 말을 했다.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되게 말이 많구나.]
도근선은 말했다.
[뭘 그렇게 떠드느냐. 빨리 횃불을 두자루 가져와라. 들어가서 구경을 좀 해야겠다.]
도실선은 말을 했다.
[왜 겨우 두 자루의 횃불을 가져오라고 합니까 세자루면 안 됩니까?]
도화선은 말을 했다.
[기왕 세자루를 붙였는데 왜 하필이면 세자루요 네자루를 붙여야지요.]
여섯 사람은 입을 계속해서 쉬지 않았지만 손놀림은 매우 신속하고 민첩하였다. 순식간에 탁자의 네다리를 쪼개더니 네자루의 횃불을 만들었다. 여섯 사람은 서로가 다투어 횃불을 거머쥐고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영호충은 깊이 생각했다.
(이 동굴을 보니 틀림없이 소림사의 비밀통로인 것 같구나. 그날 내가 고산매장에 잡혔을 때도 역시 길다란 통로였는데, 아마 영영은 이곳에 잡혀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르자 마음이 두근두근 뛰어 즉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발걸음을 빨리 하고 도곡육선을 따라갔다.
이 동굴은 상당히 넓었다. 매장의 지하통로가 좁고 습기가 많은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단지 굴속에는 곰팡이가 심하여 호흡이 조금은 곤란하였다. 도실선은 말하였다.
[그 여섯마리 생쥐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구나. 아마 이 구멍 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 나가서 다른 곳을 찾아보자.]
도간선은 말을 했다.
[끝까지 가 본 다음에 다시 돌아가도 늦지는 않다.]
여섯 사람은 또 한참가다가 갑자기 '훅' 하고 소리가 나면서 허공에서 한개의 선장(禪杖)이 똑바로 쳐 내려왔다. 도화선은 제일 앞에 가다가 급히 뒤로 물러서니 무겁게 도실선의 가슴과 부딪쳤다.
한명의 스님이 손에 선장을 쥐고 신속하게 우측벽에 숨었다. 도화선은 크게 노하였다.
[제미랄놈! 이 썩어빠질 중놈! 감히 이곳에 숨어서 이 어르신을 해치려 하는구나.]
손을 내밀어 옆의 벽을 잡으니 '훅' 하고 소리가 나면서 좌측 벽에서 또 한개의 선장이 쳐 내려왔다. 이 일장은 도화선의 퇴로를 막았다. 그는 별 수 없이 앞으로 몸을 날려 좌측발이 막 땅에 닿는게 우측에서 또 한개의 선장이 날라왔다.
이때 영호충은 이미 분명하게 봤던 것이다. 선장을 내리치는 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고 그것은 조종이 되는 쇠로 만든 사람이었다. 단지 장식이 너무나 교묘하여 사람의 발이 땅밑에 깔려 있는 무엇에 닿기만 하면 선장이 튕겨져 나오는 것이다. 또한 앞뒤로 호응을 하여 일장일장이 모두 정묘하기 그지없었다. 도화선은 짧은 쇠막대기를 끄집어내어 막았다. '창그랑' 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짧은 쇠막대기는 손에서 빠져나갔다.
도화선은 '아이고' 하고 외치며 땅바닥에 굴렀다. 그러자 또 한자루의 선장이 머리를 향해서 떨어져 내려왔다. 도근선, 도지선은 각자 짧은 쇠막대기를 꺼내어 잽싸게 뛰어가 자기의 형제를 구했다. 두개의 쇠막대기가 일제히 달려들자 비로소 막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리장이 지나가면 두번째가 또 쳐 내려왔다. 도간선, 도엽선, 도실선 세 사람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다섯자루의 짧은 쇠막대기를 휘두르자, 양쪽벽의 선장과 겨루웠다. 선장을 움직이는 쇠로 만든 중은 비록 쇠로 만든 것이었지만 당시 이것을 장치한 사람은 똑똑하고 영리한 장인이었으며 만약에 자기자신이 무예를 하지 못하면 소림의 고승이 옆에서 지고를 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쇠로 만든 사람이 일장을 내리칠 때마다 마치 초식을 쓰는 듯 상당히 매서웠다. 쇠로 만든 화상의 손목과 선장은 모두 쇠로 조물되어 있어 백근의 중량이 나갔고, 더우기 기계로 움직이는 것이라 심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도곡육선은 무공은 비록 강하지만 그러나 쇠막대기는 너무나 짧아서 선장의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여섯 형제는 있는 힘을 다하여 물러나려고 했으나 뒷길이 '훅훅' 소리를 내며 모두가 선장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앞으로 한발짝 나갈 때마다 또한 몇개의 쇠로 만든 중이 공격에 가담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이 쇠로 만든 중의 초식이 물론 강하고 힘이 있었으나 매일 초식마다 큰 빈틈이 있었다.
영호충은 즉시 장검을 뽑아들어 두명의 쇠로 만든 중의 손목을 내리쳤다. 창그랑 창그랑 소리가 나면서 검끝이 쇠로 만든 화상의 손목을 내리찍자 불꽃이 튀기며 장검은 튕겨져 나왔다. 바로 이때 도근선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선장에 맞아 땅바닥에 쓰러졌던 것이다. 영호충은 본래 허둥지둥 대었으나 도근선이 선장에 맞아 땅바닥에 쓰러지자, 더욱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선장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또 두검을 연속 내리치니 창그랑 창그랑 두 소리가 나면서 여전히 쇠로 만든 화상의 급소를 내리찍었다. 그러나 검술중에 최고의 묘수로 내리찍은 두 검은 겨우 쇠로 만든 화상의 가슴과 아랫배에 녹난 부분을 조금 긁었을 뿐이었다. 머리에 바람소리가 나면서 한개의 선장이 떨어져 내려왔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앞으로 몸을 피하니 좌측전방에서 또 한개의 지팡이가 내려쳐왔다. 갑자기 앞이 컴컴해 지더니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원래 도곡육선이 가지고 들어온 네개의 횃불은 앞에서 치고 뒤에서 쳐내려온 화상과 접전을 하느라고 땅바닥에 떨어져 불이 꺼졌다. 이 횃불은 탁자의 네다리로 만든 것이라 세우고 있을 때는 불이 탔지만 땅바닥에 떨어지자, 곧 불꽃이 죽었던 것이다.
영호충이 앞으로 뛰쳐 들어갔을 때 이미 세자루의 횃불이 꺼지고 몇장의 선장을 피할 때 네번째의 횃불이 마저 꺼졌던 것이다. 그는 앞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자 손을 놀릴 수가 없었다. 이어서 좌측어깨가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그리고는 아이고 윽 아이고 어머니 라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도곡육선은 하나하나 선장에 맞아 땅바닥에 구르고 있었다. 영호충은 땅바닥에 엎드리자 등 뒤에서 바람소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가 선장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였다. 마치 몸이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듯 무서움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곧 바람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꺽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치 모든 쇠로 만든 중들이 자기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눈 앞이 밝아지더니 사람이 외쳤다.
[영호공자, 안에 계십니까?]
영호충은 크게 기뻐하여 외쳤다.
[난...... 난 이곳에 있읍니다......]
땅바닥에 엎드려 조금도 감히 움직이지를 못했다. 발걸음이 몇이 울리더니 몇 사람이 들려왔다. 계무시의 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히 놀랜 그런 목소리였다.
영호충은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오지 마시오...... 함정...... 함정이 무섭습니다.]
계무시 등은 영호충을 기다렸으나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자 염려가 되어 열몇 사람이 찾아나섰던 것이다. 달마당(達摩堂)에서 지하통로의 입구를 발견하고, 또 영호충과 도곡육선이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이 보였으며 몸에는 모두 피가 났고 그래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천추는 외쳤다.
[영호공자, 어찌 되었읍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꼼짝도 말고 서 있으시오. 만약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장치가 움직이게 됩니다.]
조천추는 말하였다.
[녜, 알았소. 이 채찍으로 당신들을 끄집어 내는게 어떻겠소?]
영호충은 말하였다.
[그렇게 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소.]
조천추는 긴 채찍을 디밀었다. 도곡육선의 좌측발을 거머쥐더니 그를 끌었다. 도지선은 갱도의 제일 바깥에 드러누워 있었기 때문에 조천추는 그를 끌어낼 수가 있었다. 비로소 채찍으로 영호충의 우측발을 거머쥐고 외쳤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그를 또 끌어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나머지 도곡오선들을 끌어당겼다. 다행히 장치의 손을 닿지 않아 양쪽에 장치되어 있는 쇠로 만든 화상도 더이상 튀어나와 못살게 굴지 않았다. 영호충은 몸을 흔들흔들 거리면서 일어나더니 급히 도곡육선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여섯 사람의 어깨, 등은 모두 선장을 맞았다. 다행히 여섯 사람은 가죽이 두껍고 내공이 강해서 그 힘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단지 외상만 조금 입었을 뿐이었다. 도근선은 즉시 또 헛소리를 하였다.
[이 쇠로 만든 중놈들이 정말로 매서워. 그러나 모두 도곡육선에게 참패를 당했어.]
도화선은 자기들이 공을 다 가로채기가 뭐해서인지 말을 했다.
[영호공자도 약간의 힘이 되었지요. 그러나 그 공로는 우리 여섯형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영호충은 어깨의 통증을 참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 그건 그렇지요. 누가 감히 도곡육선을 따라 잡을 수가 잇겠소.]
조천추는 물어봤다.
[영호공자,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영호충은 그간의 설명을 간략하게 말해주었다.
[아마 추측컨대 성고께선 이곳에 갇혀 있는 것 같소이다. 우리가 어떻게 방법을 짜내어 그 쇠로 만든 화상들을 파괴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조천추는 도곡육선들을 쳐다보며 말을 했다.
[알고 보니 쇠로 만든 화상들은 파괴가 되지 않았군요.]
도간선은 말을 했다.
[그 쇠로 만든 중놈을 없애기는 식은 죽먹기요. 단지 우리들은 금방 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이지.]
도실선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도곡육선들이 이르는 곳마다 아무리 강해도 뚫어질 것이고 적이 없소이다.]
계무시는 말했다.
[이 쇠로 만든 화상들이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가? 도곡육선께서 다시 들어가 한번 건드려 보십시오. 우리들은 견문이 너무 좁아 아무것도 모르니 우리들로 하여금 눈을 뜨게 좀 해주십시오.]
도곡육선은 조금 전에 너무 당해서 그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가 그 철장이 난무하는 곤역을 더 맛보려하지 않았다.
도간선은 말했다.
[여러분, 고양이가 생쥐를 잡는 것은 모두들 다 보았을 것이오.
그러나 생쥐들이 고양이를 물었다는 것은 본 사람이 있읍니까?]
도엽선은 말했다.
[우리 일곱사람은 조금 전에 보았읍니다. 정말로 눈이 번쩍이고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읍니다.]
그들 여섯 형제들은 또 하나의 장기가 있었다. 어떤 여려운 문제나 대답할 수 없는 대목에 이르르면 엉뚱한 말을 하고 화제를 바꾸는 것이다.
영호충은 말했다.
[누가 나가서 큰 바윗돌을 집어다 주십시오. 그 바윗돌은 한 일이백근쯤 나가야 됩니다.]
즉시 세 사람이 밖으로 도로 나가더니 세개의 큰 돌덩어리를 운반해 들어왔다. 이 바위들은 모두 소림사 정원에 있던 것이다. 영호충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 내공을 써서 땅쪽으로 굴려서 집어넣었다. 바윗덩어리가 굴러들어가니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양쪽에는 끽끽끽 소리가 연신 들리더니 쇠로 만든 화상이 하나하나 번쩍번쩍 나와서 눈앞에서 선장을 휘두르니 바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 자루 한 자루의 철장은 여기저기 휘날리더니 한참 지난 뒤에 쇠로 만든 화상은 하나하나씩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군웅들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모두 침을 삼키고 쳐다보고 있었다.
계무시는 말했다.
[공자, 이 쇠로 만든 허수아비는 장치에 의해서 움직이니 장치의 힘은 어떤 때는 끝이 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놓으면 쇠로 만든 허수아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큰 돌멩이로 몇번이고 굴려 쇠사슬의 탄력이 끝나면은 쇠로 만든 저 화상은 움직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영호충은 영영을 위험에서 구출해내는 것이 더욱 급했다.
그래서 말했다.
[내가 보건대, 이 쇠로 만든 화상은 선장을 휘두를 때 힘이 무한정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돌을 굴리고 몇번이나 휘둘러야 탄력의 힘이 없어질지는 모릅니다. 아마 일곱차례를 해본다면 그때는 이미 날씨가 훤하게 샐겁니다. 어느 분이 보도보검을 갖고 계신지 빌려주십시오.]
그러나 즉시 어떤 사람이 앞으로 나오더니 검을 검집에서 뽑으면서 말했다.
[맹주, 저의 칼날이 상당히 예리합니다.]
영호충이 그 사람을 보니 코가 높고 눈이 속 들어갔으며 턱밑에는 노란 수염이 나 있었다. 마치 서역(西域)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그 칼을 건네 받고보니 과연 냉기가 스산하고 범상치 않은 검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형씨의 보도를 빌려 저 쇠로 만든 허수아비를 내리친다면 어쩌면 이 칼이 손상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 사람은 웃으면서 말했다.
[성고를 돕는 일에 모두들 생명도 아끼지 않는데 하물며 검 따위가 망가진다 해도 애석할게 있겠읍니까?]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갔다. 도곡육선은 일제히 외쳤다.
[조심하시오!]
영호충은 또다시 두어걸음 내딛자 '훅' 하고 소리가 나면서 한자루의 선장이 머리를 향해 쳐 내려왔다. 이 초식을 그는 이미 세번째 보았기 때문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검을 들어 내리치니 창그랑 소리가 나면서 쇠로 만든 화상의 팔뚝이 떨어져 나갔다.
영호충은 칭찬의 말을 했다.
[과연 좋은 검입니다.]
그는 처음에 이 칼날이 그리 예리하지 못하여 일검에 새로 만든 화상의 팔뚝을 자를 수 없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강철로 만든 칼이 쇠자르기가 마치 무자르는 것 같아서 용기가 백배하여 싹싹 소리를 내면서 이미 두개 쇠로 만든 화상의 손목을 잘랐다.
그는 독고구검중에 초식을 써서 검을 휘둘렀다. 쇠로 만든 화상은 끊임없이 양쪽벽에서 공격을 했다. 그러나 손목이 잘려지고 선장이 땅바닥에 떨어지자, 그 나머지 팔뚝은 여전히 위아래 좌측 우측에서 끊임없이 춤을 추었다. 그러나 선장이 이미 떨어져 나갈 상태인지라 아무런 위협적인 힘이 없었다. 영호충은 아으로 나갈수록 쇠로 만든 화상이 쓰는 초식이 정묘함을 느꼈다. 마음속으로 탄복을 하였다. 그러나 필경은 쇠로 만든 허수아비이므로 초식에서는 수 많은 빈틈이 발견되었다. 손목이 잘려진 직후에도 허수아비를 조종하던 장치는 여전히 소리를 내었지만 그러나 모두가 폐물이 되었다.
군웅들이 횃불을 높게 들고 앞길을 비추었다. 백여개의 쇠로 만든 팔이 잘려진 다음 양쪽 벽에는 더이상 쇠로 만든 화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이가 그 쇠로 만든 허수아비를 모두 세어보니 백팔명이었다.
군웅들은 땅굴에서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일제히 환호를 지르자, 웅웅거리는 소리에 귀막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한시라도 빨리 영영을 만나보고 싶어 횃불을 하나를 받아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계속해서 또 무슨 장치를 밟을까봐 조심하였다. 지하갱도는 아래로 꾸불꾸불하였고, 계속해서 삼리 정도를 똑바로 가니 몇 개의 천연적인 동굴로 이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어떤 함정이나 장치를 만나지 않았다. 갑자기 앞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영호충은 빠른 걸음으로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밖으로 나가보니 땅바닥이 부드러워지면서 그것은 다름이 아닌 눈이 쌓인 땅바닥이었다. 동시에 한 줄기의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스며왔다. 몸이 허공을 뜬 기분이었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자 시커먼 밤하늘에 눈이 휘날리고 있었다.
바로 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산계곡에 냇가 옆에 와 있었던 것이다. 삽시간에 마음속으로는 상당히 실망했다. 알고 보니 이 땅굴은 영영이 잡혀 있는 감옥으로 통하지 않았다. 계무시가 몸 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말을 전해주시오. 절대로 소리를 지르지 말고. 우리는 아마 이미 소실산 밖에 온 것 같습니다.]
영호충은 물어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위험에서 빠져 나왔단 말이오.]
계무시는 말하였다.
[공자, 엄동설한이라 이 계곡에는 물이 있지는 않소이다. 보아하니 우리는 지하갱도를 통하여 이미 산 밑에 온 것 같습니다.]
조천추는 기뻐서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찌하다 보니까 소림사의 비밀통로를 찾아내었군요.]
영호충은 놀래고 기쁨이 교차되어 보도를 그 서역에서 온 사람에게 건네주며 말하였다.
[자, 그렇다면 빨리빨리 말을 전하시오. 모두들 이 지하갱도를 통해서 나오라고.]
계무시는 여러 사람에게 명령을 하여 흩어져서 기릉 찾으라고 명했고 또다시 수십명의 사람에게 명령하여 멀리서 이 지하갱도의 출구를 지키고 적이 내습해오는 것을 방지하라고 명했다. 만약에 이 지하갱도의 앞 뒤가 막힌다면 이 지하갱도를 통해서 나온 형제들은 그 안에 갇혀서 죽을 것이었다.
얼마 안 있자 길을 찾아나섰던 사람들이 돌아와서 보고를 했다.
틀리없이 소실산 밑에 당도하였고, 당도한 곳은 앞쪽이 아니라 뒷산이고 고개를 들어보면 산꼭대기에 절이 보인다고 했다. 군웅들은 이때 아직까지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감히 큰 소리를 치지 못했다. 지하갱도를 통해서 군웅들은 점점 많이 나왔다. 이어서 싸우다가 상처를 입은 자와 죽은 시체들도 모두 들고 나왔다. 군웅들은 죽음에서 소생을 하자, 비록 목청껏 환호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잡담을 하면서 기쁜 빛이 얼굴에 역력하였다.
막북쌍웅중에 흑웅은 말했다.
[맹주, 그 멍청한 놈들은 아직까지 우리가 절 안에 있는 줄 알고 있을테니 우리가 공격해서 그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줍시다. 그놈들의 손모가지를 잘라야만이 비로서 내마음속에 웅어리진 원하늘 풀 수가 있겠소.]
도간선은 끼어들며 말을 했다.
[그놈들을 모두 네 조각으로 찢어 놓읍시다.]
영호충은 말했다.
[우리가 소림사에 온 것은 성고를 영접하기 위함입니다. 성고를 구출해 내지 못했으니 계속해서 알아봐야만 합니다. 그리 많은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읍니다.]
백웅은 말했다.
[제기랄, 몇놈이라도 잡아서 그놈들의 고기를 먹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져 죽을 것 같소.]
영호충은 말했다.
[여러분께서 명령을 전달해 주십시오. 모두들 등산하여 돌아갈 때 정교의 사람들을 만나면 절대로 싸움을 하지 말고 피하라고요.
누가 성고의 소식을 들으면 먼저 소식을 여러 사람에 전하기로 합시다. 이 영호충이가 살아 있는 한 아무리 어려운 고비를 만나더라도 반드시 성고를 탈출하게 할 것입니다. 절 안의 형제들은 모두 다 탈출을 했읍니까?]
계무시는 지하갱도 입구에 가서 안쪽으로 몇번인가 소리쳤다. 한참 지난 뒤에 또 몇번인가 소리를 쳤다. 안에서는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비로소 돌아와 말하기를, [모두 다 나왔읍니다.]
영호충은 장난기가 돌았다. 그래서 갑자기 말하였다.
[우리 일제히 소리를 질러 정교사람들을 놀려줍시다.]
조천추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것 참 재미 있겠구뇽. 모두들 맹주를 따라서 일제히 큰 소리를 칩시다.]
영호충은 내공을 운행하여 외쳤다.
[자, 모두들 저를 따라 외치시오. 하나 둘 셋 '이놈들아 우리들은 산 아래로 내려 왔다']
수천명은 따라서 일제히 큰 소리를 쳤다.
[이놈들아. 우리들은 이미 산아래 도착하였다.]
영호충은 또 외쳤다.
[너희들은 산에서 눈이나 감상해라.]
군웅들은 또 따라서 일제히 외쳤다.
[너희들은 산에서 눈 구경이나 실컷 해라.]
영호충은 다시 외쳤다.
[청산은 무구하고 세월은 좀먹지 않은 법이니 나중에 두고 보자.]
군웅들은 역시 크게 외쳤다.
[청산은 무구하고 세월은 좀먹지 않으니 나중에 두고 보자.]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갑시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병아리 새끼들아 조상대대로 잘 먹고 잘 살아라.] 군웅들은 따라서 외쳤다.
[이 병아리 같은 놈들아 조상대대로 잘해 먹고 잘 처먹어라.]
이러한 난잡한 욕지거리로 수천명이 일제히 있는 힘을 다하여 고함을 지르자 산 계곡이 쩌렁쩌렁 울렸다.
영호충은 큰 소리로 외쳤다.
[됐읍니다. 더이상 외치지 마시고 모두들 가기로 합시다.]
군웅들은 외치는게 재미가 들린 양 따라서 또 외쳤다.
[되었소. 그만 부르시오. 우리 모두들 갑시다.]
여러 사람들은 한참 떠들어 대어도 사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날씨가 점점 밝아왔다. 모든 이들은 서로 헤어져각자의 소속으로 돌아갔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눈 앞에 첫번재 큰일은 영영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만 한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정한, 정일 두 사태가 누구에게 살해를 당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이 두가지 큰 일을 끝내면 어디로 가야 옳단 말이냐.)
머리 속에 갑자기 무엇인가 스치고 지나갔다.
(소림사의 중들과 정교의 사람들은 이미 우리들이 모두 소실산에서 내려왔음을 알고 포위해서 섬멸하지 못해으므로 자연히 모두 다 소림사에 모여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영영을데리고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림사에 들어가야겠다.)
또 생각하기를, (소림사 안으로 들어가려면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절대로 계무시 그들과 동행해서는 안 된다.)
즉시 계무시, 노두자, 조천추, 남봉황, 황백류 등 일행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모두들 각자 나누어 열심히 찾아봅시다. 성고를 구출해 낸 다음에 모두들 다시 모여 통쾌하게 술이나 한잔 합시다.]
계무시는 말을 물어 보았다.
[공자, 당신은 어디로 기시려고 하십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죄송스럽지만 저는 아직 밝힐 수가 없읍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그때가서 자세히 말씀드리지요.]
여러 사람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즉시 서로가 작별인사를 하였다. 영호충은 수풀속으로 뛰어 들어가 바로 몸을 날려 나무 위로 올라갔다.
- 소오강호 제 5 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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