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임꺽정 의형제편 이봉학이 2

一字師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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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봉학이의 주장 이윤경이 전라감사로  승탁될 때 직함이 전라도관찰사 겸 병마
수군절도사뿐이라 도내 병사,수사는  휘하에 들지 아니하였는데 이듬해  봄에 나
라에서 순찰사 직함을  더 주어서 병수사 이하 제장을 전제하게  되었다. 주장의 
권사 이하 제장을  전제하게 되었다. 주장의 권한이 커지면 비장의  기세가 오르
는 것은 정한 일이라 각 비장이 다 좋아하는 중에 특별히 병방비징인 중군은 자
기의 직함이 돋친 것같이 바로 의기가  양양하였다. 병방비장이 어깻바람이 나게 
다니는 것을 예방비장은 눈 거칠게 보았던지 같이 앉았는 다른 비장들을 돌아보
고 “중군은 요새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 " 하고 말하여 “다 같은 중군
이라두 순찰사 영문 중군이 좋거든요. " “그  사람 자기 말이 요새는 밥맛을 모
른다든걸. " “밥두 안 먹구 어깨 으쓱거릴 기운이 어디서 나노. "
  이 사람 한마디 저 사람  한마디 지껄일 때, 봉학이는 잠자코 앉아 있었다. 장
난꾼인 형방비장이 말참례에 끌어넣으려고 “이번 순찰사 직함에 차함과 실함이 
같이 난 것을 자네 아는가?” 라고  물으니 봉학이가 "몰라. " 하고 가볍게 대답
하였다. “자네 따위가 그걸 알겠나. 내가  가르쳐 줌세. 이번에 사또께서 순찰사 
차함을 하시구 중군이 순찰사 실함을 했느니. " 하고 형방비방이 허허 웃는데 봉
학이와 다른 비장도 따라서 웃었다. 을묘년에  제주목사로서 방어사가 되어 출전
하고 전공으로 전라병사가 된 남치근이 새 순찰사의 약속을 받을 겸 치하하려고 
감영에 올라왔을 때 기가 높은  중군이 같지 않은 일로 병영장교 하나를 결곤하
는데 남병사에게 품할 것을 잊었었다. 감영 중군이  병사에게 말 한마디 없이 병
사의 수하 장교를  결곤하였으니 병사 마음에 좋을 리가 없었다.  남병사가 말한
마디나 하려고  중군을 불렀는데 중군이  핑계하고 가지 아니하였다.  한번 불러 
가지 않고 두번 불러 가지 아니하였더니 남병사가 화가 나서 병마절도사의 기구
로 잡아갈 거조를  차리며 일변 감사에게 전갈을 하였다. 감사가  남병사의 전갈
을 받고 곧 중군을 불러서 꾸짖어 보낸 뒤에 따로 쪽지 편지를 남병사에게 보내
었다. 남병사가 중군을  뜰아래 세우고 “감영 중군으로 내 수하의  장교를 치죄 
못한다는 것은 아니되내  내 허락없이는 못할 일이고  감영 중군이 아무리 장한 
사람이라도 내가 부르면 한번 와서 볼 것이지 종내 핑계하고 오지 않는 법이 어
디 있단 말이냐!”  하고 호령하였다. 성정이 엄하고  혹독하기로 유명한 남병사 
손에 중군이 죽을 곤욕을 당할  것인데 감사의 쪽지 편지덕으로 호령 한바탕 듣
고 용서를 받았다. 한 달포 지난 뒤에  연해 각읍에서 왜선이 근해에 출몰한다고 
보장이 뻔질 떠서 감사는 일변 각읍에 관자하여 인심이 소동되지 않도록 하라고 
신칙하고, 일변 평소에 미타히 본 중군을 갈고  봉학이를 시켜 중군이 새로 나기 
전 병방과 중군 일을 보게 하고 봉학이에게 군사 백 명을 뽑아주어서 연해 각읍
을 돌게 하였다. 봉학이의 행군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감사가 봉학이에게 영을 
내리었다. "갈 때는 금구, 태인, 정읍, 장서, 광주, 나주를  거쳐 영암에 가서 기일
간 두류하며 적정을 탐문하고, 영암서 해남, 강진, 장흥, 보성, 낙안, 순천을  차례
로 돌고, 올  때는 순천서 곡성, 남원, 임실을 지나오되  왕래에 군사를 단속하여 
민간에 작폐가 없게 하고 군량 이외에 지방관원에게  침책이 없게 하라. 만일 적
병과 접전하게 되거든 형편을 따라 병사, 수사나  또는 각 진관 도호부사의 지휘
나 또는 조력을 받으라. " 봉학이가 감사의  영을 받은 뒤에 군사를 거느리고 곧 
전주를 떠나서  영암 삼백이십 리를 나흘  만에 왔다. 지난해 여름  난리에 영암 
성중은 병화를 면한 까닭에 인가가  조밀하나 성 밖은 사방이 다 초목만 무성하
여 병화의  자취가 눈에 새로웠다.  봉학이가 남방어사진이 패진하던  북문 밖을 
나와 볼 때 자연 감창한 맘이 없지 못하여 전망사졸을 한번 제지내 주려고 생각
하고 영암군수에게 말하였더니 군수가 두말 않고 찬동하고 여러 가지로 힘을 빌
려주었다. 제단은 북문  밖에 모으고 제물은 주과로 차리고 또  제일은 택일하였
다. 택일한 날 석후에  봉학이가 부하 군사와 본군 공형을 데리고  북문 밖에 나
와서 제사를 지내는데  선비들도 십여 명이 나와서 참사하였다. 위패  앞에 제물
을 벌여놓은 뒤에 봉학이가 분향하고  좌수가 축문을 읽고 다 함께 곡하는데 봉
학이만은 진정으로 우는 울음을  한동안 그치지 아니하여 다른 사람들까지 새삼
스럽게 처량한 빛이 얼굴에 떠돌았었다.  봉학이가  사오 일 동안 영암서 두류하
며 사방으로 탐문하여도 적선이 해상에 출몰한다는 소식뿐이라 해남으로 내려가
려고 제사지낸 이튿날 군사들에게 길 떠날 준비를 시키고 군수에게 작멸하러 들
어갔더니, 장흥 득량도  근방에 적선 두세 척이 나타났다고 장흥서  기별온 것을 
군수가 말하여 주었다ㅏ. 봉학이가 즉시 나와서  행군하여 떠나는데 해남으로 안 
가고 바로 장흥으로 내려왔다. 장흥은 지난해  적변에 부사 한온이 출전하였다가 
전망하고 다시 해남현감이던 변협이  요행히 해남을 보전한 공으로 부사가 되어 
온 곳이다. 변부사가 득량의 적선 소식을 듣고  해적이 만일 침범하면 성이나 잃
지 않고  지키려고 성지킬도리만 생각하나,  병력이 오히려 약한  것을 근심히고 
있던 차에 명궁으로 소문난 이봉학이가  물고 뽑은 듯한 군사 백 명을 거느리고 
오니 변부사의 기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봉학이가 장흥 입성하던 날 
저녁때 왜적이 하륙하였단 소문이 나며 온  성중이 곧 술렁술렁하였다. 봉학이가 
부사를 보고 왜적이 들어오기 전에 나가서 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하여 보았으
나, 부사는 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 옳다고 고집하여 할 수 
없이 그대로 고만두고 이튿날 식전에 부사를 만나서 자기의 부하만 데리고 나가
서 적병의 형세를 보고 오겠다고 말하고 군사들 아침을 든든히 먹여가지고 포구
로 끌고 나가는데  길에서 성 안으로  피란들어오는 피란꾼들을 많이 만났다. 피
란꾼들의 말을 들으니 왜적들이 삼삼오오로 떼를 지어 포구 근반 촌가로 돌아다
니며 노략질을 낭자히 하는 모양이라 봉학이가 군사를 급히 몰고 쫓아가서 각촌
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왜적들이 봉학이의 군사를 보고 거지반 다  배로 도망하
는데 나중에 이십여 명 한 떼가 관군을 넘보고 도망 않고 접전하다가 봉학이 활
에 헛나가는 살이 없어서 반 넘어 살을 맞아 죽고 그 나머지는 목숨들을 도망하
였다. 봉학이가 군사를  몰고 왜선 매인 해변까지 쫓아나갔으나 왜선이  벌써 해
상으로 떠나가서 가는 배 뒤만 멀리서 바라보고  발을 굴렀다. 봉학이가 적의 머
리 벤 것은 변부사에게 맡기고 장흥서 떠나는데  길은 강진, 해남을 빼놓고 바로 
보성으로 가는 것이 편하나 감사의  영이 중하여 강진 지나 해남까지 갔다가 되
쳐올 작정하고  강진으로 향하였다. 삼십  리 강진읍에 와서군사를  머물러 두고 
필마로 병영에 나가서 남병사께 문후하였다. 남병사가  감영에 왔을 때 봉학이는 
잠깐 승안만 하였지 뫼시고 담화한  일이 없는 까닭에 이날 비로소 지난일을 말
하고 사죄하니 남병사가 석연치는  못하나 구일 부하로 대접하여 하룻밤을 붙들
어 묵히기까지  하였다. 봉학이가 이튿날  읍에 돌아와서 현감을  만나러 동헌에 
들어가니 현감이 책방을 데리고  바둑을 두다가 바둑판을 한옆에 밀쳐놓고 봉학
이를 맞아들였다. 난리 소문으로 민심이 소란한 때  현감이 한가히 바둑 두고 있
는 것이 마음에 괘씸하여 봉학이는 자리에 앉으며 곧 “보아하니 바둑을 좋아하
십니다그려. " 하고 빈정거리듯  말하였다. “바둑을 둘 줄 아시오?” “넷  놓구 
따먹을 줄은 알지요. " “한번 두시려오?” “싫소. "  “바둑이란 맘공부가 되는 
것이오. " “바둑 가지구 도적두 막을 수 있소?” “도적은 활 쏘는 사람이 막을 
테지요. " “아무  걱정이 없으십니다그려. " “병사가 가까이 기신데  무슨 걱정
이 있겠소?”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두 병사또가 하실 일일까요. " “강진 일경
은 민심이 안연하니 염려 마시오.  " “어제 병영에서 들으니까 가리포 백성들은 
요새 밤잠을 못 잡디다.  " “그럴는지 모르지요, 그렇지만 육십 리 밖에 앉아서 
첨사의 할 일을 대신  해주는 수야 있소. " “그렇겠소. " 봉학이가 현감하고  더 
말하다가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고만  사처루 나가겠소. " “내일  떠나시겠
소?” “녜, 떠나지요. "“해남으로 가시겟소?” “가리포 한번 가보구  해남으루 
가겠소. " “가리포서  해남으루 가실라면 뱃길루 가시겠소그려. "현감의  눈치가 
강진읍으로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모양이라  봉학이는 짓궂이 “아니오. 길이 
있는데 배를 탈 까닭이 있소. 이리 다시 오지요. " 하고 말하였다. 이튿날 봉학이
가 군사를 끌고 가리포로 내려오니  때마침 적선 사오 척이 가리포 앞바다에 들
어와서첨사가 수영과 병영으로  보장을 띄우고 성문을 닫고 있는 중이었다.   봉
학이가 입성하여 군사들 요기를  시키자마자 왜적이 하륙하여 성을 치러 들어왔
다. 봉학이는 조금만 늦게 왔더면 첨사와 앞뒤로  왜적을 칠 수가 있었는데 일찍 
와서 일이 틀어졌다고 후회하여 말하나 첨사는 수하의 군사만으로는 주회 삼 마
장밖에 안 되는 작은 성도  지키기가 넉넉치 못하던 터에 봉학이의 군사가 마침
맞게 왔다고  천우신조같이 여기었다. 첨사가  봉학이와 더불어 성  지킬 방법을 
의논할 때 봉학이가 앞으로  들어오는 왜적을 자기에게 맡기라고 말하여 봉학이
는 성앞문을  지키고 첨사는 성 뒷문을  지키게 되었다. 봉학이가 자기  부하 백 
명 중의 사수  이십여 명을 성 위에 벌려세우고  사람 하나에 화살 이십여 개씩 
나누어 주고 자기는 다른 군사들 틈에 걸상 놓고 걸터앉아서 화살 백 개를 옆에 
놓았다. 봉학이의 가지고 온 화살은 수가 많지  못하나 성중에 있는 화살이 많아
서 얼마든지  더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봉학이는 화살을 아끼어서  적이 가까이 
들어오기 전에는 활을 쏘지 말라고 사수에게 명령하여 성 밖에 왜적이 새까맣게 
몰려들어오며 불질을 탕탕 하는데 성 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같이 조용하고 깃발
만 바람에 나부끼었다.  왜적의 아우성 소리가 성 밑에서 나는  것같이 가까워졌
을 때 성 위에서 북소리가 나며 화살리 성 밖으로 날아 나가는데 화살이 북소리
와 함께 그치지 아니하였다. 사수들의 화살은 한데  떨어지는 것이 많고 또 빗맞
는 것이 많았으나 봉학이의 화살은 하나가 나가면 반드시 적병이 하나씩 꺼꾸러
졌다. 봉학이가 옆에 놓인  화살을 반도 채 다 못 써서  적병이 뒤로 물러나가기 
시작하였다. 봉학이가 적의 퇴진하는 것을 보고 성문을 열고 나가
서 뒤쫓으려다가 퇴군하는 적을 뒤쫓을 때는 복병을 조심하여야 한다고 들은 말
이 있는 까닭에  적의 복병이 있을까 염려하여 고만두었다. 적이  멀리가서 눈에 
보이지 않은 뒤에 군사 몇십 명을 성 밖에 내보내서 죽은 적의 머리를 베어오라 
하였더니 적이 퇴진할 때 머리를  잘라간 것이 많아서 베어온 머릿수는 십여 개
밖에 안 되었다. 성 앞문에서는  적의 머리를  십여 개나마 얻었지만, 성 뒷문에
서는 한 개도 얻지 못하여 첨사가 봉학이를 볼 때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있는 것
을 봉학이가 보고“한 성을 둘이 같이 지키는 터에 적의 머리를 가지구 네것 내
것 할  거 있습니까?” 하고 말하여  첨사는 좋아하였다. 날이  저물고 저녁밥이 
다 되어서 봉학이가 첨사와 같이  저녁상을 받았을 때 첨사가 반주를 더 가져오
라고 말하는 것을 봉학이는  고만두라고 말리었다. “몇 잔씩만 더 합시다. " “
반주는 고만 하구 얼른 밥 먹구서 밤 지낼 준비를 차립시다. " “밤 지내는데 무
슨 준비를 차릴  것이 있소?” “내가 작년에 영암서  지내 보니까 왜적이 밤을 
타서 엄습을  일쑤 잘합디다. 달 밝은  때는 막기가 외려두 낫지만  오늘 밤같이 
달두 없는 때는 적병이 줄을  매거나 사다리를 놓구 성으루 기어올라와두 성 위
에서 감감히 모르구 있게 됩니다. " “죽도  소산 일등 좋은 화살이 많이 있으니 
준비 걱정 마시오. " “아무것두 보이지 않는  어둔 밤에 살을 함부루 쏘아 내던
지기가 아깝지  않습니까. 지금 순찰  사또께서 수성장으루 영암성을  지키실 때 
쓰시던 방법이 있으니 그대루 준비해 두십시다. " “어떤 방법이오?” “끓는 물
을 끼어얹구  불끄러미를 내던지고 돌덩이 기왓장  새금파리를 내려치는 것입니
다. " “그만 준비는 힘들 것이 없소. " 저녁상을 물린 뒤에  첨사는 군사와 백성
들을 시켜서 작고 큰 돌덩이와  기왓장 도깨그릇 깨어진 것을 주워 모아서 여러 
무더기를 만들어놓고 백성들 집집이 끓는 물을 준비하라  하고, 또 길고 짧은 홰
를 많이 만들라고 하였다. 긴 홰는 켤  것이요, 짧은 홰는 던질 것이었다. 첨사의 
군사와 봉학이의 군사를 떼떼로 나누어서 앞뒤로 성을 돌게 하고 첨사와 봉학이
도 번갈아 나가서 순시하기로 하였는데 밤이 이경이 지나도록 아무 기척도 없었
다. 순시를 마치고 들어온 첨사가 “공연히 헛준비를 했는가 보오.  "하고 말하니 
“비오기 전에 집 이어서  낭패될 거 있습니까. " 하고 봉학이는 대답하였다. 첨
사와 봉학이가 같이 앉아 이야기하는 중에 삼경이 되어서 봉학이가 순시하러 나
가려고 할 즈음에 왜적이 성 밑에 왔다고  앞성에서 급한 기별이 들어왔다. 첨사
가 시급히 취군을 시키고 봉학이와 같이 앞성으로 쫓아오는 중에 뒷성에서 같은 
기별이 와서  봉학이는 첨사와 군사를  나누어 가지고 뒷성으로  달려왔다. 앞뒤 
성에서 아우성을 치니  성을 넘으려던 왜적이 들킨  줄을 알고 한편에서 불질을 
하며 한편에서 성으로 기어올랐다. 그러나 성  위에서 돌덩이와 기와쪽을 던지고 
불끄러미를 떨어뜨리고 끓는 물을  퍼부어서 왜적이 좀처럼 성 위에까지 올라오
지 못하였다. 왜적이 낮에와는 달리 뒤쪽으로  뒷성으로 많이 몰려왔는데 돌무더
기와 끓는 물그릇은 앞성으로 많이 날라가서  뒷성에서는 쓰기가 부족하였다. 봉
학이가 근처 백성들 시켜서 매운  재와 똥오줌을 퍼나르게 하여 성 아래로 끼어
얹었다. 삼경에 들어온 왜적이 날샐 때에 비로소  물러가서 성 안에서 군사 백성 
할 것 없이 하룻밤을  반짝 새우게 되었다. 아침때가 지난 뒤에  왜적이 다시 들
어와서 성을 에워싸고 치는데 어제 낮과 밤 두 번 다 이를 못 보아서 분병이 되
었던지 기세가 사나웠다.  무서운 불질이 성벽의 돌을 부수고 성문에  구멍을 뚫
었다. 성  위에서는 믿느니 활인데  방패가 줄닿아서 사람을  가리고 방패틈에서 
불질을 하는 까닭에 화살이 사람을 맞추기 어려웠다 첨사와 봉학이가 피로한 군
사들을 동독하여 막기를 힘썼으나  적병은 마침내 성 밑에까지 들어와서 좌우로 
흩어져서는 성을 부수고 들어오려 하고 한편에서는  성을 타고 넘으려고 하였다. 
성 위에서는 덩이돌을 내려굴리고 끓는 물을  끼어얹었다. 성안 백성들의 여편네
까지 다 나섰건만 막는  손이 모자라서 성벽 한 곳이 헐리기  시작하였다. 이 기
별을 듣고 첨사는 어찌할 줄을  모르는데 봉학이가 군사 사오십 명을 몰고 급히 
쫓아와서 창칼 가진 군사는 헐리는  곳 좌우에 숨겨두고 활 가진 군사는 헐리는 
곳 정면에 벌려세웠다. 성이 헐어지며 적병이  뛰어들어오다가 앞에서 가는 화살
에 넘어지고 좌우에서  나가는 창과 칼에 꺼꾸러졌다. 봉학이가 재목과  돌로 헐
린 곳을 막으려고 근처 백성들을  불러서 지휘하는 중에 적병이 다시 떼로 몰려
들어오는데 앞장선 적장 하나가 갑옷과 투구로 몸을 단단히 하여 방패가 없어도 
화살을 겁내지 않았다. 봉학이가 대우전을 시위에 먹여들고 잠깐 노리고
 있다가 투구 채양 아래 내놓은 한편 눈을  쏘아 맞혔다. 적장이 눈에 꽂힌 살을 
빼서 내던지며 천둥같이 소리를  지를 때 입이 잠깐 드러나자, 대우전  또 한 개
가 그 입을  꿰었다. 넘어지려는 적장을 뒤따르던 적병들이 붙들고  도망하여 나
가려고 하니 봉학이가 사수들을  휘동하여 앞으로 나가며 어지럽게 쏘아서 적장 
외에 적병  여럿을 꺼꾸러뜨렸다. 그러나  칼든 적병들이 비켜나며  곧 불질하는 
적병들이 나타나서 사수 칠팔명이 불을 맞고 쓰러지는데 봉학이 옆에 가까이 있
던 사수가 두셋이나  쓰러졌다. 한동안 불과 화살이 오고가고 하다가  불이 그치
며 적병이 물러가기 시작하였다. 봉학이가 일변 성  헐린 곳을 막게하고 일변 쓰
러진 사수를 돌아보는데 된불 맞는  죽은 송장은 처치하게 하고 선불 맞고 죽지 
않은 사람은 구호하게 하였다.  그 뒤에 봉학이가 성 위에 올라와서  성 밖을 바
라보니 적병들이 해변으로 몰려나가는  것이 무엇에 쫓겨서 도망하는 것 같아서 
웬일인가 의심하며 다시 멀리 바라보니 기치가 보이고 인마가 보이고 얼마 뒤에 
북소리가 들리고 나팔소리가  들리었다. 첨사에게로 가려고 성에서  내려오는 길
에 첨사가 마주 쫓아오며 “구원병이 왔소. " 하고 소리치고 봉학에게 와서 손목
을 덥석 잡으며 “인제  우리가 살았소. " 하고 한숨까지 내쉬었다. 첨사는 바로 
성문을 열고 구원 오는 인마를 맞아들이려고 하는 것을 봉학이가 “참말 구원병
인지 혹시 적병인지 확실히 안 뒤에 성문을  여십시다. " 하고 말리고 첨사와 같
이 와서 군사를 대오를 정제하여 성 앞문턱에 머물러 놓고 다시 첨사와 같이 성
문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호남병마절도사기가 벌써 성 가까이 들어
왔었다. 전라병사 남치근이 친히 병마를 통솔하고 온 것이었다. 봉학이가 그제야 
성문을 열게 하고 첨사와 둘이 군사를 거느리고 성밖에 나가서 남병사를 맞아들
였다. 병사가 입성한 뒤 봉학이가 첨사와 같이  병사를 뫼시고 서서 지난 싸움을 
말씀하던 끝에 “소인의 생각에는  수륙이 합세하오면 적선을 무찌를 수가 있을 
것 같사온데 어떠하올지. " 하고  말씀하니 남병사는 틀을 지으면서 “명일 오시
에 이 앞바다에서 수륙합공하자고 수사와 약회하고 온 길이다. "  하고 말하였다.  
이튿날 낮에 남병사가 장졸을  거느리고 해변으로 나오니 우수사가 두대박이 큰 
배 십여 척을 끌고  오시를 대어왔다. 그러나 적선이 미리 다  도망한 뒤라 병사
와 수사는 승전고를  울리며 가리포성으로 들어왔다.  이번 싸움에  죽은 왜적이 
전후에 여러 백  명이 되건만 머리 밴  것은 칠십여 개 밖에 안  되었다. 왜적의 
머리는 병사에게 바치고  봉학이 부하의 죽은 사람은 상여로, 상한  사람은 승교
바탕으로 바로  전주로 돌려보내었다. 병사와  수사가 각각 떠난  뒤에 봉학이는 
부하 팔십여 명을  거느리고 해남으로 떠나갔다. 봉학이가 해남을 갈  때는 강진
읍을 다시 들르지  않았으나 해남서 올 때는 강진읍에 중화참을  대었다. 현감이 
외면 수습으로 나와 마중하고 하루 묵으라고 만류하는 것을 봉학이는 앞길이 바
쁘다고 장흥 나와  숙소하였다. 변부사가 그 동안 봉학이의 맡긴  왜적의 머리를 
감영으로 올려보냈는데 그 회편에  봉학이에게 온 편지들을 부사가 맡아 두었다
가 내주었다. 봉학이가 진서 편지를 볼 만한  공부가 없는 까닭에 편지들을 품에 
지니고 사처에 와서 군중의 서사 맡아보는 사람을 불러다가 앞에서 읽히는데 읽
어서 모를 말은  새기게까지 하였다. 감사의 사찰에는 무예를 믿고  경적하지 말
라는 경계와 도처에 민심을 안돈시키도록 힘쓰라는  부탁이 있고, 예방비장 서간
에는 안부 외에  전공이 혁혁한 것을 치하한다는 말이 있었다.  서사가 예방비장
의 서간을 접어놓고 다른 서간을  들 때 봉학이가 “그건 뉘 편진가?” 하고 물
으니 서사는 “속을 봐야  알겠습니다. "하고 겉봉을 뜯고 간지 속을 빼었다. 편
지 비두에 대번 “남들은 그대에게 치하편지를 하는 모양이나 나는 치위 편지를 
할까 생각하네. " 엉뚱한 말이 나왔다.  “그게 대체 뉘 편진가. 형방비장의 편진
가?” 서사가 연월일 끝을 찾아보고  “녜, 그렇습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치
위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어서 아래를  보게. " “그대에게 왜적의 대가리 수천
급을 주며 계향이 한몸과  바꾸어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어찌하겠는가? 나는 아
네. 그대가 바꾸어 주지 않을  것을. 아니 한몸은 고사하고 살 한 점과도 바꾸어 
주지 않을 것을. " 서사의 새기는 사연을 듣고 봉학이는 “실없는 조롱 편질세그
려. 저저히 새길 것 없이 대강만 일러주게.  " 하고 말하였다. “새 부윤이 그 동
안 도임하였는데 사람이 온당치 않다는 말,  부윤이 계향이를 수청들이려고 하는
데 계향이가 거역하였다는 말,  이런 말입니다. " “그 편지는 고만 접어놓구 남
은 편지 한 장이나 마저 보게. " “이 피봉두 형방비장 글씨올시다
. " “어째 편지를 한번에 두 장씩 한담. 실없는 사람이로군. " 서사가 피봉을 뜯
고 보니 간지에는 언문으로 고목이라고 씌어 있었다. “이것은 언문입니다.  " “
언문이야? 이리 내게. " 계향이 고목에 형방비장의 피봉은 계향이가 남의 눈가림
으로 써달란 것인  모양이었다. 새로 도임한 전주부윤이 계향이의 죽은  형 계랑
과 전에 연분이 있던 까닭에  형의 생각으로 아우를 찾아서 수청을 들이려고 하
는데, 계향이가 한사코 거역하여 매까지 죽도록  맞고 옥에 갇히었다가 형방비장
의 주선으로 집에 나와서 장독을 치료하게 되었다는 사연이 고목에 장황히 씌어 
있었다. 봉학이가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서사  소시에 조심하여 내색하지 않고 
편지들을 집어 간수하였다.
  이튿날 봉학이가 부하를 거느리고 장흥서 떠나서 그날은 오십리 보성 와서 숙
소하고 다음날은 팔십 리 낙안  와서 숙소하고 또 그 다음날은 오십 리 순천 와
서 숙소하였다. 봉학이가 해변골을  다 돈 뒤에 전주로 회정하는데, 이제는 길을 
재촉하여 순천서 떠나서  육십 리 잔수역 중화하고 또  다시 육십 리 곡성 읍내 
숙소하고 곡성서 사십리 남원 와서 부사를 만나보느라고 지체되어 중화한 뒤 칠
십 리  임실와서 숙소하고 임실서 전주  칠십 리는 점삼때 조금  겨워 들어왔다. 
봉학이가 장흥서 떠난 지 엿새 만에 사백 팔십  리 길을 돌아온 것이었다.  감사
가 좌기하고 앉은 뒤에 봉학이가  부하 팔십여 명을 거느리고 군례로 보입고 물
러나와서 부하를 흩어서 각각 집으로  돌려보낼 때 가리포 싸움 소문을 들어 아
는 준사들의 부모 처자 형제가  보두 나와서 아비니 자식이니 남편이니 또는 형
제가 무서운 싸움에  죽지 않고 살아온 것을  울며 웃으며 반기는데 봉학이만은 
이와 같이  반기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봉학이는 외로운  생각과 부러운 
마음이 가슴에 가득 차서 흩어져  가는 군사들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섰을 때 옆
에서 “나으리. "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계향이라 봉학이가 곧 끌
어안고 싶은 것을  여러 사람의 눈이 거리끼어서  억지로 참고 고개만 끄떡이었
다. 봉학이는 아까부터  눈물을 억제하고 있던 터에 계향이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눈물이 곧 나올 것 같아서 “내  처소에 가 있거라. " 하고 한마디 말한 뒤
에 얼른 돌아섰다. 형방비장이 어디 있다가 앞으로  대어들며 “이 사람 울지 말
게. " 하고  웃으니 봉학이가 계향이를 가리키며  "자네 서모더러 하는 말인가?" 
하고 슬며시 욕으로 대답하였다. "자네가 순천가서 욕하는 것을 배워가지구 왔네
그려. " "욕두  배우는 데가 따루 있나. " "순천,  영광이 욕의 본향이라네. " "순
천, 영광 사람이 자네 말을 들으면 참말 욕하겠네. "  봉학이가  형방비장과 같이 
웃고 지껄이며 감영  안으로 들어올 때 계향이도 뒤를 따라  들어왔다. 봉학이가 
낮에는 선화당과 비장청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해를 지우고 저녁밥은 감사의 분
부로 선화당 대청에서  다른 비장들과 같이 먹고, 석후에는 감사를  뫼시고 서서 
몸으로 겪은 일과 눈으로 본  일과 귀로 들은 일을 대강 다 말씀하고 이내 감사
께 저녁문안을 마친  뒤에 비로소 처소로 내려왔다. 봉학이의 처소는  전에 있던 
곳이니 공방에서 병방으로 소임이  바뀐 후에도 감사의 말씀으로 처소만은 옮기
지 아니하였었다. 호젓한 처소에 계향이가 혼자  촛불을 돋우고 앉았다가 봉학이
를 맞아들였다.  "저녁밥은 어디서 먹었느냐?" "여기서 먹었세요. " "집에서 들여
왔더냐?" "나으리가 통인에게  전갈까지 해 보내주시고 웬 딴 말씀이세요?”  “
나는 그런 일이 없는데 실없은 형방이 어주전갈을 시킨 모양인가. " “이번에 참
말 형방 나으리 덕을 많이 보았세요. "  “새 부윤 영감에게 수청을 들었으면 아
무 일두  없었지 누가 거역하라더냐?” 계향이가  봉학이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나는 사람 아닙니까.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기생에 수절이 당한가. " “누
가 수절한다고 말씀해요?” “수정 안 하면 아무 놈에게나 수청들 것 아니냐?”
“기생은 뭐 정도 없나요. " “기생의 정이란 장마때 물같이 갈래없이 흐르는 것
이지. " “너무하십니다.  " 계향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지어 떨어졌다. 봉학이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씻어주며 “눈물 여린 사람하구는  실없은 소리도 못 하겠다. 
" 하고 끌어안아서  무릎에 올려앉히는데 계향이가 상을 찡그리며  얄깃얄깃하고 
앉았다. “장독이 났다더니 아직 낫지 않았구나. " 봉학이가 매맞은  자리를 옷위
로 만져보며 “천하에 몹쓸 놈두 다 많다. " 하고 부윤을 욕하였다. “나는 나으
리를 다시 못 보입고  죽는 줄 알았세요. 그 무지스러운 매를  한번 더 맞았더면 
죽었지 별 수 없을 게요. " “네가 죽었더면 부윤두 잇속 없었지. " “나으리, 인
제부터는 어딜 가시든지 나를 데리고 가세요. " “오냐, 네 맘만 변치 마라. " 봉
학이와 계향이가 자리 보고 누운 뒤에 베게 위에서도 서로 속살거리느라고 단야
에 닭까지 울리었다.  봉학이는 계향이의 분을  한번 풀어주고 싶으나 관직에 눌
려서 부윤을 걸지 못하고 부윤은 계향이의 고집을 그예 꺽어보고 싶으나 체면에 
걸려서 봉학이와 다투지 못하여 얼마 동안 아무  갈등이 없이 지내었다. 그 동안
에 감사가 가리포 전공을 위에 장계하였더니 감사와 병사와 수사에게는 각각 관
디차를 하사하고, 가리포 첨사에게는 가자은전이 내리고, 이봉학이에게는 종육품 
병절교위 직책이  내리고, 군사들에게는 매인에 무명  두 필씩 상급이 내리었다. 
감사가 봉학이의 데리고 갔던 군사들과 및 유족을 불러모아서 나라 상급을 나눠
준 뒤 주육으로 호궤하고 영하의 대소관원을 진남루에 모아가
지고 큰 잔치를 벌이었다.  기구가 장하거니 포진이 범연하랴. 누 안에는 꽃같은 
자리를 펴고 누 밖에는 구름  같은 차일을 쳤다. 자리 위에는 관원이요, 차일 속
에는 풍악이다. 감사는 혼자  높이 앉고 부윤과 도사는 모로 앉고  각 비장은 감
사가 특별히 자리  주어 검률, 심약같은 적은 관원들과 한옆에  몰려앉아서 광대
놀이와 기생  가무를 구경들 하였다.  술상이 들어와서 여기저기  늘여놓인 뒤에 
술상머리에 기생들이 앉아서 잔을 드릴 때  권주가들을 불렀다. 병방비장 봉학이
가 말하자면 이 잔치의 주인이라  봉학이의 수청 기생 계향이가 기생 중에 제일 
세가 났다. 감사까지도 웃으며 “계향아, 내게 와서 술 한잔 쳐라. " 하고 부르는
데 부윤만은 부르지 아니하였다. 계향이가 부르지 않는  데 가서 “술 한잔 치오
리까?” 하고 이쁜 체할 까닭이 없어서 부윤의  자리는 빼놓고 돌아다니었다. 부
윤이 술이 거나하게 취하였을 때  부르지 않은 것은 생각지 않고 빼놓고 다니는 
것만 괘씸히 여겨서 계향이를  불러다가 상머리에 앉히고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
았다. “이년, 너 어째 내게  와선 술 한잔 안치느냐?” “술 치란 말씀 언제 하
셨습니까. " “내 말을 기다렸다! 오냐  그럼 술을 쳐라. " 계향이가 마지 못하여 
술 한잔을 쳐서 드린 뒤에 “인제 저리  가겠습니다. " 하고 일어서려고 하니 부
윤이 “내가 가란  말 하기 전엔 못 간다.  " 하고 꾸짖어서 주저앉히었다. “네 
눈엔 이비장 외에 사람이  없느냐?” 부윤의 슬까스르는 말을 “네, 그렇습니다. 
" 계향이가 천연스럽게 대답하였다.“ 이년, 지금 한 말 다시 한 번 해봐라. 발칙
스러운 년  같으니. " 부윤의 언성이  높았다. 봉학이는 벌써부터 부윤의  자리를 
자주 돌아보는 중에  부윤의 높은 언성을 듣고 얼굴빛이 변하였다.  계향이를 부
윤 앞에 더 오래 두는  것이 불긴하거니 생각하는 감사가 부윤을 바라보며 “여
보 영감, 술이 취했소그려.  " 하고 말하니 부윤은 얼른 단정하게 앉으며 “아니
올시다. " 하고 대답하였다.  “계향이가 무얼 잘못했소?” “아니올시다. " “아
니라니?” “그년이 발칙스럽게 말대답을 합디다. "  감사가 곧 계향이를 불러다
가 앞에 세우고 부윤 영감에게  말대답하였다고 몇 마디 호령한 뒤에 밖으로 내
보냈다. 잔치가 파하기  전에 감사가 먼저 일어나고 부윤과 도사가  다음에 일어
났다. 각 비장  외에 적은 관원들이 큰길에  나와서 감사를 보내고 또 한  번 누 
아래 내려와서 부윤과 도사를 보내고  다시 새로 한판을 차리려고 누 위로들 올
라갈 때 봉학이는 계향이를 찾아서 데리고  올라가려고 슬그머니 뒤에 떨어졌다. 
봉학이가 계향이를 찾는  중에 홀저에 앞 행길에서  계향이의 악쓰는 소리가 났
다.  봉학이가 달음질로 행길에 나와 본즉  사령ㅇ 둘이 계향이의 양편 팔죽지를 
잡아 끄는데 계향이는  아니 끌려가려고 바둥거리며 악을 쓰는 중이었다.   “이
놈들, 기생 놓구 게 섰거라!”  하고 봉학이가 소리를 지르니 사령들이 계향이를 
놓지도 않는 대신  끌지도 못하였다. “이놈들, 냉큼 놓지  못하느냐!” 사령들이 
서로 돌아보며 슬며시 팔죽지들을 놓자, 계향이는  곧 봉학에게로 달려와서 손에 
매달리며 울음을 내놓았다. “울지 마라. 남 보기 창피하다. " “나으리, 내가  잡
혀가서 그 몹쓸 매를 또 맞으면 나는 죽소. " 봉학이가 사령들을 보고 “너의 원
님이 이 기생을 잡아오라더냐?” 하고 물으니  사령들이 함께 “네. " 하고 대답
하였다. “이 기생은 내가 잡혀 보낼 수 없으니 그리들 알구 가거라. " “소인들
이 그대루 가면 본관 사또께  죄책을 당합니다. " “무엇이 어째! 너희놈들이 죄
책을 면하려구 잡아가야겠단 말이냐? 잡아갈 수  있거든 잡아가 봐라. " 이때 마
침 “이비장. " 하고 형방비장의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봉학이는 누 위를 향하고 
“지금 곧 올라가네. " 하고 소리쳐 대답한 뒤 다시 사령들을 바라보며 “다리뼈
들을 퉁겨놓기  전에는 못 가겠느냐!”  하고 얼러댄 뒤에야 사령들이  저희끼리 
서로 보고 “그대루 가세. " “탈났네. " 하고 말하며 돌아서 갔다.  부윤이 동헌
에 앉아서 계향이를 잡아오기를 기다리던 중에 사령들이 빈 손으로 들어오는 것
을 보고 “잡아오란 기생년은  어떻게 했느냐?” 하고 호령을 내리니 사령 하나
는 그저 잡아 잡숩시오 하는 모양으로 “녜.  " 대답하고 또 사령 하나느 천연덕
스럽게 “계향이를 잡았습니다.  " 대답하였다. “잡아왔다면 어니 있느냐?”  “
잡았다가 뺐겼습니다. " “뺏기다니 뉘게  뺏겼단 말이냐?” “감영 이비장이 뺏
어갔습니다. " “슬그머니 잡아올 것이지 누가 떠들고 잡아오라더냐?” “소인들
은 떠든 일 없습니다.  그년이 악을 써서 비장이 듣구 쫓아왔습니다. " “이놈들
아, 내가 잡아오랬지 뺏기고 오라더냐!”  부윤이 곧 형틀과 매를 들이라고 하여 
두 사령을 각각 매 십여개씩 때리고 “너의 두 놈이 사
흘 안에 계향이를 잡아  대령해야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너희놈 볼기에 살점이 
남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라. " 하고 분부한 뒤 삼문  밖으로 끌어 내치게 하였
다.  계향이가 여느때도 밤낮 봉학이 처소에서  살다시피 하는 사람이 진남루 아
래에서 혼나고 온 뒤로는 감영 안에만 파묻혀  있었다. 본관 사령들이 공연히 계
향이의 집 근처로 빙빙 돌다가  사흘을 지내고 억울한 매를 전보다 호되게 맞고 
다시 사흘 한을 더 얻어 가지고 나올 때  두 사령은 서로 지껄였다. “우리가 무
슨 죈가?” “그 망한 개새끼년 하나 까닭에 우리 둘은 맷복이 터졌네. " “사흘
돌이루 매를 맞구 사람이 견디나. 어떻게든지 그년을 잡아야지. "  “그년은 감영 
안에 파묻혀 있구  우리는 감영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어떻게 하나. " “그럼, 
나는 오늘부터 집에  나가서 누워 있다가 사흘 후에 매나  맞으러 들어올라네. " 
“그나마 잡으러나 다녀봐야지 언제까지든지 무한정  매만 맞구 살 텐가. " “잡
지두 못할 걸 잡으러 다니느라구 헛수고까지 하구 매를 맞을 것 무엇 있나. " “
가만 있게. 그년을 감영  안에서 꾀어내서 잡아보세. " “꾀어낼 수가  있겠나?” 
“생각하면 좋은 수가 나오지그려. " “나는 열흘 굶구 생각해두 좋은 수가 나올 
것 같지 않은데. " “여보게, 내 말 듣게. " 한 사령이 입을 동무 사령의 귀에 가
까이 대고 몇 마디 소곤소곤 말하니 동무  사령이 “되었네 되었어. " 하고 손뼉
을 치며  좋아하였다.  계향이의 집은  한번 날려 잇는 데도  이엉이 일백칠팔십 
마름씩 드는 초가로 큰 집이나  집에 있는 식구는 단출하여 안에는 계향이 외에 
살림해주는 늙은이와 부리는 계집아이가 있고 밖에는 행랑살이하는 사람 내외가 
있을 뿐인데, 계향이가  집에 없으면 놀러와서 떠드는 손님도 없는  까닭에 집안
이 항상 사람 없는 집같이 조용하였다. 진남루  놀잇날 계향이가 집에 나와서 옷 
갈아입고 간 뒤 연나흘 동안 감영 안에서 먹고 자고 집에는 한번도 나오지 아니
하였다. 조석밥은 집에서  들여가는데 계집아이가 감영을 드나들었다. 이날 저녁
때가 다 되어서 동자하는 여편네는 부엌에서 밥을 짓고 늙은이와 계집아이는 마
루에서 반찬을 장만하는 중에 “할머니, 저녁반찬은 좀 소복소복 담으시오.  " “
왜?” “저녁에는  이비장 나리가 초벌 요기하신다고  아씨하고 같이 잡술 때가 
많습디다. " “이비장 나리가 사람이 재미있는 게야. " “재미있다뿐이오. 반찬을 
집어서 아씨 입에 너주기까지 하신다오.  " “그 맛에 감영안에서 조석을 자시는
구나. " “아씨가 참 이비장 나리께 반하셨어요. " “나는 그게 걱정이다. " “무
엇이 걱정이에요?” “한 사내만  가지고 죽자 살자 하면 다른 사내들이 좋아하
니. " “좋아 안  해도 고만이지요. " “요정같이 죽도록 매를  맞아도 고만이야?
” “참말 요새 사령들이 와서  아씨 안 오셨느냐고 물을 때는 맘이 송구스러워
요. " “돌아간  형님만 같으면 비장, 부윤 다  함께 손속에 넣고 놀리련만 그런 
수단이 있어야지. " 늙은이와  계집아이가 주거니받거니 지껄이다가 별안간에 나
는 “불이야. " 소리에 놀라서 바깥뜰을 내다보니 바깥채에 불이  났었다. “아이
구, 저게 왠일이야?” 늙은이와 계집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아이구, 우리 세
간을 어떻게 하나. " 동자하는 여편네는  근두박질하여 밖으로 나갔다. “불이야!
”  소리가  연해나며 이웃들이 모여와서 불을 잡기 시작하였다.  계집아이는 감
영으로 뛰어가고 늙은이는 안을 비울 수  없어서 안마당에서만 왔다갔다 하였다. 
다행히 사람이 빨리  서둘러서 불이 커지지 못하고 잡히었다. 불  잡은 사람들이 
차차 흩어질 때  비로소 계향이가 계집아이를 데리고 감영에서 나왔다.  아직 가
지 않은 사람들을 인사하여 보낸 뒤에 계향이는 심부름하는 사내에게 불난 까닭
을 물었다. “불기없는 광채에서 어째 불이 났을까?” “모르겠습니다. "  “모르
다니 불날 때 어디 있었기에 모른단 말이야?” “방에 누워 있다가 불이야 소리
를 듣구 뛰어나왔습니다.  " “먼저 소리친 사람은 누구야?”  “울 밖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는가 봐요. "  “울 밖에 아이들이 있었던가?” “몰라요. 아마  없었
지요. " “아마 없었지요라니, 등신 같은 소리 작작 해요. " “광 처마 끝에 불이 
활활 붙는 걸 보구 정신이 없었세요. " “몹쓸 아이놈들이 와서 불장난하다가 불
을 낸 게 아닐까?” “남들은 도깨비불이라구 하던데요. " “전에 없던 도깨비가 
갑자기 어디서 왔어?” “귀신방에 있던 도깨비가 함혐하구 나왔는가 부다구 말
들 해요. " “별소리 다 듣겠네. " 계향이가 심부름하는 사내에게 불  잡은 뒤 어
수선한 것을 치우라고 이르고 안방에 들어와 앉았을 때 사령들이 밖에서 안마당
으로 들어오며 “계향이 잘  만났네. " “자네 만나기 참 어려웨. " 하고  너털웃
음들을 웃었다. “웬일들이오?” “웬일? 우
리 온 게 웬일이냐 말이야? 자네게 술  먹으러 오지 않았네. 자네가 우리 따위를 
술 주겠나. "  “계향이 자네 관가에 잡혔네.  자, 나오게 같이 가세. "  사령들은 
곧 신발 신은 채  마루 위에 올라섰다.  계향이가 이비장에게  통기할 동안 사령
들을 앉혀두려고 억지로 좋은 낯을 짓고 나오며 “신발들 벗고 방으로 들어갑시
다. " 하고 말하니 앞선 사령이 “우리더러  신발 벗으라지 말구 자네가 신발 신
게. " 하고 엇나가는 말투로 대답하였다.  “술 한잔 드릴 테니 들어들 가십시다. 
" “이비장  불러다가 우리들을 접대시킬  생각인가?” “이비장이 내 비장인가
요? 내가 오란다고 오게.  " 앞선 사령은 “글쎄, 자네 말이 그럴 듯하나  우리가 
바쁘니 빨리 가세. " 하고 코웃음을 치고  뒷선 사령은 “이비장이 오명 또 진남
루 아래서처럼 호령 듣구 쫓겨가게. "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인정을 
막는 법이 어디  있소? 그러지들 마시오. "  “무얼 그러지 말아. 우리하구 무슨 
부어터질 정이 있어서 술을 먹으라나. " “바른  대루 말이지 무릭 자네 술을 먹
는댔자 인정 쓰구 안 잡아갈 수 없네.  "  두 사령이 한바디씩 계향이의 말에 대
답한 뒤 앞선 사령이 먼저  우르르 달려들어 계향이의 손목을 잡고 “자네가 우
리들 붙들어놓구 이비장에게 통기할 생각이 있는 줄 아네. 잔말 말구 어서 가세. 
" 하고 내끄니 계향이가 입술을 악물고 손목 잡힌 손을 뿌리치다가 “여보, 나하
구 무슨 원수진 일 있소? 왜 이렇게  나를 죽이려고들 하오. " 하고 악증을 내었
다. “우리가 자네를 안  잡아가면 사흘들이 볼기에 사람이 죽을 지경일세. " 계
향이가 마루 앞에 있던 계집아이가 어느 틈에 어디로 간 것을 보고 혹시 말하기 
전에 감영에 가서 통기할 의사를 냈는가 생각하고 동안을 좀 끌어보려고 “그러
면 신발차들이나 드릴께 받으시오” 하고 말하니 손목 잡은 사령은 “신발차 고
만두게. " 하고 딱딱하게 구는데 다른 사령이 “인정으루 이왕 준다는 것이니 받
아가지구 가세.  " 하고 동무를 권하여서  동무 사령이 계향이의 손목을  놓았다. 
계향이가 다락문을 와서 열고  한동안 꿈질거리는데 사령들이 여러 차례 재촉하
였다. 손목 잡던 사령이 나중에 증을 내며  “신발차 준다구 우리를 속이구 이비
장 나오기 기다리는구나.  " 하고 흙신발로 방안에 뛰어들었다. 계향이가  그제는 
하릴없이 두자 상목  여덟 필을 두 목에 나눠  들고 “찾느라고 좀 지체가 되었
소. 약소하나마 한 목씩 가지시오. "  하고 각각 내주었다. 사령들이 상목을 나누
어서 몸에 지닌 뒤에 곧 계향이를 잡아세웠다.  “내가 자네를 잡아다 두구 나오
는 길루 곧 이비장께 통기해 줌세. " “내 손에 매가 오면 내 어깨가 으스러지더
래두 매에 인정을 둠세. " 사령들이 신발차를 후히 받고 좋아서 계향이에게 인정 
있는 말을 해 들리며 관가로 끌고 갔다.   계집아이가 감영 안에 들어갔을 때 봉
학이는 선화당에  올라가고 처소에 있지  아니하였다. 얼마 동안  뒤에 봉학이가 
어슬렁어슬렁 처소로 내려오는데 계향이의 집 계집아이가 울면서 앞으로 내달았
다. “왠일이냐?” “큰일났세요.  " “화재가 났다더니 집이 다 탔느냐?”  “아
니에요. 아씨를 잡으러 왔세요. 그 동안 잡아갔는지 모르겠세요. " “누가 잡으러 
와?” “사령들이오. " 봉학이가 말을 더 묻지 않고 곧  “가자. " 하고 계집아이
를 데리고 계향이의 집에 쫓아와서 보니 계향이는 벌써 잡혀가고 늙은이와 동자 
하는 여편네가 단둘이  울가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간 제는 얼마  안 되었습니
다. 이 사람의 사내가  관가에까지 따라갔다 온다고 갔는데 아직 안 왔습니다. " 
늙은이의 말을 미처 다 들을 사이도 없이 봉학이는 되쳐 나와 다시 본관으로 쫓
아왔다.  봉학이가 관가에 거의 다 와서 계향이의 집 행랑사람을 만났다. “매질 
시작되었느냐?” “매질 소리는 아직 안 났습니다. " 봉학이가 바로 삼문 안으로 
들어오는데 사령 관노들이  가로막았다. “이놈들아, 너희들이 나를 모르느냐?” 
“왜 모를 리가 있습니까? 나리가 오셨다구 곧  거래할 테니 잠깐만 기다립시오. 
" “거래할 거 없다. " “거래  안 하구 못 들어가십니다. " “무었이 어째! 이놈
들아, 저리  비켜라. " 봉학이가 사령  관노들을 밀어젖히고 동헌 마당에  들어서 
보니 계향이를 댓돌 아래 꿇려놓고 부윤이 동헌 대청에 나앉아서 호령하는 중이
었다. 봉학이가 서슴지 않고 동헌 댓돌 위로 올라오며 “영감!” 하고 소리를 질
렀다. 부윤이 잠깐  동안 봉학이를 노려보다가 관속들을 바라보며 “어째  내 말
도 들어 보지 않고  잡인을 들인단 말이냐!” 하고 호령하였다. “영감  눈 없소, 
내가 여기 못  올 사람이오?” “뉘게다 하는 말이야.문무관원의  체통을 모르는
군. " “여보, 긴말  할 것 없이 저 기생은 내 허락  없이 치죄 못하오. " “어째 
못해. " “못한다거든 못할 줄 아오. 저 기
생은 내가 데리구 가겠소. " 봉학이가 대청에도 올라가지 않고 급창들이 섰는 댓
돌 위에서 부윤과 아귀다툼을 한  뒤에 곧 댓돌 아래로 내려와서 계향이를 붙들
어 일으켰다. 부윤이  대청 앞에 나와 서서 관속들을 내려다보며  “그년 달아나
지 못하게 붙들어라. " “그년을  빼앗기면 너희놈들이 깡그리 죄책을 당할 테니 
알아차려라!” 호령하니 관속들이 있는 대로 우 모여와서  계향이와 봉학이의 앞
을 삑 둘러막았다. “비켜나거라!” “말루 일러선 못  비켜나겠느냐!” 봉학이가 
관속들을 꾸짖으며 눈으로 손에 쥘  물건을 찾다가 댓돌 아래 형틀이 놓이고 옆
에 맷단이 놓인 것을 보고  얼른 가서 매를 뽑아 두서너 개 껴잡아 가지고 관속
들을 후두들겼다. 앞으로  대들던 놈은 면상을 맞고 뒤로 돌아선  놈은 등줄기를 
맞고 아이쿠 지이쿠  엄살하는 소리가 요란한 중에 “이게 무슨  행패야!” “어 
괴변이다. " “감사 자세 너무하는군. " 부윤이 꾸짖는  소리가 동헌 대청의 들보
를 울렸다. 봉학이가 한 손에 매를 든 채  한 손으로 계향이를 끌고 삼문 밖으로 
나오는데 부윤의 불호령 소리가 뒤에서 들릴 뿐이요,  관속은 앞에 막는 놈이 없
었다. 계향이의 집  행랑사람이 삼문 밖에 있다가 반겨 내달아서  봉학이가 계향
이더러 행랑사람을 데리고 앞서 가라고  보낸 뒤에 손에 든 매를 내던지고 천천
히 뒤를 따라오다가 중간에서  행랑사람은 계향이의 집으로 보내고 계향이와 같
이 바로 감영 안으로 들어왔다. 봉학이와 계향이가  처소에 와서 편히 앉은 뒤에 
계향이는 새삼스럽게 눈물을 머금고 “뒷일을 어떻게 해요?” 하고 걱정하기 시
작하였다. “부윤이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안 있으면  누구를 어쩌겠니?
” “사또께 와서 여쭐는지  모르지요. " “여쭈어도 할 수 없지. " “사또께  먼
저 여쭈어 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글쎄, 형방과 의논해  볼까?” “그래
보세요. " 봉학이가  형방비장에게 와서 전후 사연을  이야기하니 형방비장이 다 
듣고 나서 “자네가 큰일을  저질렀네. 사또께 그대루 여쭐 일이 아닐세. 석고대
죄하게. " 하고 가르쳤다. 식후에 봉학이는 선화당 뜰 아래  대죄하고 형방비장이 
감사 앞에 나가서 봉학이의  대죄하는 사연을 아뢰었더니 감사가 미간을 찌푸리
고 말이 없다가 얼마 뒤에야  “이봉학이는 저의 처소에 물러가 있되 내가 부르
기 전에 내 눈앞에 보이지  말라고 일러라. " 하고 처분을 내리었다.  밤에  감사
가 도사를 불러서 다른 공무를  상의한 끝에 병방비장이 부윤 관정에 가서 야료
한 일을 이야기하고, 또  일의 원인이 기생 다툼인 것을 말한  뒤에 어떻게 조처
하면 좋을까 조처할 방침을 문의하였다. “비장도  방자하지만 부윤도 점잖지 못
합니다. 다시나  알륵이 생기지 않도록  양편을 누르시고 옹용  조처하시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 “나도 옹용 조처하는 것이 좋을 줄로 생각하나 부윤이 어떻
게 할라는지 알 수가 없네. " “부윤이 뒤에 셋줄이 있어서 다소 오기가 없지 않
은 모양이나 영감께서 말씀하시면 안 들을 수 없겠습지요. " “부윤이 나를 오래 
겪어보지 못한 까닭에 내가 공정하게 말하는 것도 봉학이를 두둔하는 줄로 곡해
하기 쉬우니까 난처한 일일세. "  “영감께서 공사에 사정이 없으신 것은 부윤도 
짐작항 터인즉 곡해할 리 있습니까. 만일 곡해한다면 지각이 부족한 사람이지요. 
" “글쎄, 그럴까. " 감사는 그쯤  말하고 다른 수작 하다가 도사를 내보냈다. 이
튿날 아침 후에 부윤이 감사를  와서 보고 비장 이봉학이가 관정에 돌입하여 행
패를 무쌍히 하였다고 말하고  나서 “하관이 불민한 탓으로 소조를 당하였으니 
수원수구하오리까만 이런 소조를 당하고야 무슨 면목으로 관속을 대하며 인민을 
대하겠습니까. 하관은 오늘로  인을 바치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하고  인궤
를 감사 앞에 들여놓았다. 부윤이 벼슬을 버리고  간다는 것은 감사가 허락 아니
할 것을 짐작하고 하는 말이요, 또 감사가  봉학이를 두둔하지 못하도록 하는 말
이다. 부윤의 속을  꿰어뚫고 보듯이 하는 감사가 부윤의 여기를  지르려고 속으
로 생각하고 “이 일이 작은 일인 듯해도 실상  작은 일이 아니오.” 하고 말 시
초를 내었다. “작은 일이 아니다뿐입니까.” “그러니까 영감이 벼슬 버리고 간
다는 것은  좀 덜 생각한 일  같소.” “무엇이 덜  생각한 일이오니까?”“일을 
내 손으로 묵살하지 못하고  위에 장계한다면 위의 처분이 내리시기까지 영감이 
여기 있어야 하지 않겠소?”“장계 사연을 어떻게 합실지 모르나 구경 사또께서 
처리하시게 됩지 달리 무슨 처분이 내리시겠습니까.”  “그것이 영감이 덜 생각
한 말씀이오. 내  소견으로 말하면 이봉학과 계향은 찬배를 면키가  어렵고 영감
은 삭탈쯤 당하기가 쉽고 그리고 나는 파직  아니면 추고를 당할 듯하오.” “일
이 그다지 중대하게 되도록 장계하실 것이 없지 않습니까.” “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계를 하는데  일이 중대치 않게 되도록 어떻게 하오? 장
계를 하자면 자연 이봉학과  계향에게 문초를 받아서 전후사 사실대로 주달하지 
별수 있고. 장계학 때 내 처지로는 자열소까지 아니할 수 없소.” “이러고 저러
고 하관이 소지 놓고  가면 고만 아닙니까. ” “영감이 소지를  놓고 가면 소지 
놓고 가게 된 사실을  위에 장계할 수 밖에 없단 말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
야 좋겠습니까?” “나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질정한 생각이 없으니 도사를 불
러서 같이 상의해 봅시다.”  도사가 불거서 같이 상의해 봅시다. “도사가 불려
들어와서 감사와 부윤의 말을 들은  뒤에 일을 버르집으면 감사 말씀과 같이 의
외에 중대하게 될는지 모르고, 또 그 렇게  까지 가지 않더라도 부대윤으로 감영 
비장과 기생 다툼하다가 소조를  당하였다는 소문이 세상에 나면 부윤의 체면이 
손상될 터인즉 감사가  옹용 조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역설하여 벼슬 버리고 
간다던 부윤도 마침태  감사에게 잘 결처하여 달라고 청하게 되었다.  감사는 곧 
좌기할 기구를 차리게 하고 이봉학이를 잡아다가 계하에 꿇리고 관정 야료한 것
을 중책한 뒤에  기과로 일을 결처하였다. 부윤 생각에는 감사가  톡톡히 분풀이
를 해주려고 들면 일을 굉장히 버르집지 않더라도 벼슬도 갈 수 있고 녹도 깎을 
수 있는 것을 종시 사정을  두어서 기과쯤 시키고 말았거니 하여 불만한 마음을 
속에 품었다. 부윤은  영중추부사 윤원형의 문하 사람이라  혼천동지하는 윤원형
의 문하 사람이라 혼천동지하는  윤원형의 세력을 빌어서 감사를 찍어누르고 분
풀이를 쾌히 해볼  생각이 들었다. 비장 이봉학은 위인이 방자하여  수청 기생을 
치죄한다고 관정에 와서 야료ㅗ까지 하고 감사는 그 비장을 편애하여 일을 옹용
조처한다고 흐지부지하여 결말을 지었다고 부윤이 감사와 봉학이를 함께 먹어서 
서울로 기별하였다. 다른  감사만 같았더면 윤원형의 서슬 퍼런 호령  편지쯤 안 
받지 못하였을 것인데,  이윤경의 신망이 워낙 높기도 하려니와 그  아우 이준경
이 당시 벼슬이 의정부 우찬성 겸 병조판서로 원형에게 견중하는 재상이라 부윤
의 기별이  신통한 보람을 내지 못하였다.  수십일 후에 감사가 그  아우의 편지 
한장을 받았는데 간지 원폭 속에 쪽지 별폭이 들어 있었다. "일전에 공사로 영중
추 말씀이 전주부윤이  감영비장 이봉학이란 자에게 욕을  본 일이 있는데 백씨 
영감이 그 비장을 편애 하여  부윤의 설분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라고 하기에 내
가 대답하기를, 비장 이봉학은 무예가 절등하고  전공이 특수하여 사백이 장발한 
사람이라 혹시  편애할는지 모르나 편애한다손 잡더라도  사백의 성질이 잘못한 
일을 두둔할 리는  만무할 중 믿는다고 하였더니, 영중추가 웃으면서  무예 있는 
자면 장발하는 것은 좋으나  부윤을 욕보였다면 부윤 대접으로라도 비장을 갈아
버리는 것이  옳지 않으랴하고 말합디다.  이봉학이를 영하에 두어서  말썽이 도 
날것 같으면 속히 달리 옮겨주는  것이 좋을 듯하나 형님 의향에는 어떠합니까." 
별폭 사연 뜻이 대강  이와 같았다. 감사가 이 편지를 받아본  위로 봉학이의 벼
슬을 옮겨줄까 생각하는 중에  마침 제주목사 관하의 정의현감이 신병으로 소지
를 놓아서 감사가 위에 장계하는데 작년에 영암서 도망한 왜적들이 제주를 엄습
한 사실과 사년전에 한라산에서 사로잡힌 왜적 ‘망고사부로’의 무리가 정의에 
침입한 사실을 열거하고  왜적을 방비할 만한 재감  있는 무변을 정의 현감으로 
택차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뒤  비장 이봉학이 무예와 재간이 이에 합당하다고 
주장한 뒤 비장  이봉학이 무예와 재간이 이에 합당하다고 천하였다.  도신이 밖
에서 천하고 병판이 안에서  품하여 거미구에 이봉학을 정의현감 제수하고 편도
부임케 하란 특지가  내리게 되었다. 봉학이는 비장으로 전주 있지  못하고 현감
으로 정의 가는 것이 마음에 좋지 않았다. 감사  밑을 떠나게 되는 것도 여간 섭
섭하지 않거니와 계향이 옆을 떠나게 되리 것이 진정 싫어서 치하인사를 받을때 
눈살까지 찌푸렸다. 감사가 이 눈치를 알고 어느  날 조용한 틈에 봉학이를 불러
서 말을 이렀다. ”너 정의 가는 것이  맘에 싫으냐?”“황송하온 말씀이오나 정
의 가옵는 것이  소원이 아니외다.” “어째서 소원이 아니야?”  “소인은 일평
생 사또 막하에 있기가  소원이외다.” “그것은 내가 네게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정의 가서 치적을 나타내서  나의 천한 보람이 있게 해라.”“녜.” “내가 선비 
하나를 너의 책방감으로 골라놓았다.” “황감하오이다.” “너의 가권을 교하서 
데려올 터이냐?”“아니올시다. 혼자  가 있겠소이다.” 봉학이는 계향이를 떼어
놓고 차마 혼자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혼자  가 있겠다고 말할 대 풀기가 없었
다. 감사도 봉학이의 속을 짐작하는지 봉학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적이 웃었다
. 감사가 전최고과법을  봉학이에게 들려주었다. 공변되고 밝고 청렴하고 부지런
하면 이는 선치수령이요,  탐하고 포학하고 게으르고 용렬하면  이는 악치수령이
니 그 고을의 전야가 개착되고 호구가 증가되고 부역이 고르고 학교가 폐해지고 
송사가 정체되느냐, 이로써 선치의 최와 악치의 전이  서로 다른데 다섯 번 고과
에 오상이요, 열  번 고과에 십상이면 선치수령으로 뽑히어 관직이  오르는 법이
었다. 이외에도 수령 노릇하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을 말해 주느라고 말
이 길어서 봉학이는 선화당에 오래 있었다.  봉학이가 처소에 내려오니 계향이가 
맞아들여 웃옷을 벗기고 부채질해  주며 “사또를 뫼시고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셨소?” 하고 물었다. “사또께 여러 가지 말씀을 들었다.” “정의를 가
기 싫다고  말씀 여쭈셨소?” “가기 싫은  걸 싫다구 여쭙지  좋다구 여쭐까.” 
“사또께서 꾸중  안하십디까?” “너를 못잊어 한다구  꾸중하시더라.” “나으
리가 나를 못잊어 하시던가요?  나는 몰랐지.” 하고 계향이가 방그레 웃었다.“
웃지 마라. 속상한다.”“내가  웃어서 될 일이 안됩니까?”“나하고 떨어지는게 
좋아서 웃음이 나오느냐?”“왜  떨어져요? 나는 따라갈 텐데.”“네  맘대루 따
라오구 내 맘대루 끌구 가면 걱정이 없겠다.” “내가 따라갈 테니 걱정 마세요.
” “기적은  누가 없애 준다더냐?” “형방  나으리가 없애 준다구 장담하십디
다.” “형방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만 필경 나를  놀릴라구 하는게니 
속지 말구 가만 있거라.” “나도 형방 나으리  거짓말에 속아서 놀 사람이 아니
에요.” “열흘 동안에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이냐?” “내일부터  병탈하고 있다
가 반신불수 되었다고  소지를 올리면 기적을 없애준다고  하셨어요.” “기적에 
있는 기생을 형방  맘대루 떼구 달구 한단 말이냐. 참말  반신불수가 되었더라두 
기적을 없애는 것은 사또 처분에 달렸다.” “누가  그걸 모르나요?” “그 따위 
얕은 꾀에 다또가 속으실 양반이냐?” “사또께서 형방 나으리에게 말씀이 계셨
답니다.” “그게 형방의 거짓말이다.”  "그렇게 의심 말고 두고 보세요." "사또
께서 너희들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나를 속여라 하고 말씀하실 듯하냐?"  "이렇
게 이렇게 하는 것은 형방 나으리와 내가 생각한 것이지 사또 말씀이 아니에요." 
"그럼 사또께서는 무어라구 말씀하셨다더냐?" "나를 나으리  주어 보냈으면 좋을 
듯한 어운이 기시더래요."  감사의  자상함으로 자기의 정곡을 통촉하고 그런 말
씀을 하였을는지 모르거니 봉학이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형방이 언제 그렇 말을 
하더냐?" "아까 여기 오셔서 한참 기시다 가셨세요." "나보구 이야기하려구 기다
렸단 말이냐? 그럼 내가 가서 좀 자세히 물어보까." “ 나리더러는 말씀 말고 참
말 병이 난 체하고  집으로 나가라고 말씀합디다. 나으리는 모르는 체해 두시오.
” “무슨 도깨비  놀음인지 모르겠다. 너더러 나를 속이래?”  “귀신방도 차차 
작별한 체니까 도깨비  놀음도 좋지요.” 하고 계향이가 또 방그레  웃는데 아까 
웃지 말라고 핀잔주던 봉학이도 이번에는 계향이를  따라 빙그레 웃었다. 이튿날 
아침때 계향이가 몸이 아프다고 하고 집으로 나가더니 저녁때 뒤보러 가다가 평
지에서 낙상하여  통히 운신을 못한다고  통기가 감영 안에  들어왔다. 봉학이가 
계향이를 나와 보니 겉으로 상한  데는 별반 없으나 앓는 모양이 아무리 보아도 
속으로 다친것 같아서  “참말 아프냐?” 하고 묻기까지 하였다.  계향이의 집에 
의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며 늙은이와  계집아이는 하루 종일 상약을 만들고 첩
약을 달이느라고 밥들도  제때에 먹지 못하였다. 계향이가 약 재촉은  뻔찔 하면
서도 약 먹기는 죽기보다 싫어하고 약을 먹으면 도르는지 먹지 않고 쏟아버리는
지 약 같은 검은  물이 하루 한두 번 놋요강에 그들먹하였다.  계향이가 몸져 누
운지 육칠 일 만에 머리 들고 일어나기는 하였으나 한편 다리 팔을 조금도 쓰지 
못하였다. 의원들의 말이  영영 반신불수가 될 것 같다고 하여  계향이는 문병오
는 사람을 보면 한숨을 쉬고 눈물까지 흘리었다.  계향이가 병신이 되엇 기생 거
행을 못하겠다고 소지를 바치니  감사가 행수기생을 불러서 물어보고 또 수노를 
내보내서 알아보았다. 반신불수  병신 된 것이 확실하단 말을 듣고  감사는 계향
이의 이름을 기적에서  빼고 다른 계집으로 대까지 들여세우게 하였다.  정의 현
감 교지가 서울서 내려온 뒤  벌써 여러날이 지나서 신연 하인이 올때도 되었으
나 풍랑에 뱃길이 늦었는지 아직 오지 아니하였다.  이때 마침 감사의 과만이 다 
차서 내직으로 옮길지 잉임이 될지  모르는 중이라 봉하깅는 아주 알고 갈 마음
이 있었는데, 신연  하인 오기 전에 감사의 비슬이 동지중추부사로  옮았단 기별
이 먼저 내려왔다. 갈린 감사가 내행은 먼저 치송하고 자기는 새 감사
가 와서 겨대하여 주기까지 있을  작정으로 뒤를 수습하는 중에 벼슬이 다시 옮
아서 경기감사로 가게  되었다. 경기에 감사가 궐이 났는데 조정에서  동지 이윤
경이 가장 적당하다고  공론이 돌아서 특지로 제수되었다. 내행 갈  때 배행으로 
떠난 예방비장은 말할 것도 없고  형방 이외 다른 비장들도 많이 감사를 따라서 
경기로 가게 되는데  봉학은 혼자 전라도에 떨어져 있게 되니  심정이 상하였다. 
봉학이가 정의서 온 신연  하인을 묵혀가며 문칫문칫하고 떠나지 아니하여 감사
가 독 떠나라고  이르니 봉학이는 “행차 또납신 뒤에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
였다. “나는 교부해 주구 가자면 얼마 동안 더 있어야겠으니 너먼저 가거랴. 편
도 부임하라시는 특지를 물어가지고 오래 지체하는  법이 아니다.” “소인이 사
또 그늘을 떠나옵는 것이 진정 어린아이 젖  떨어지는 것 같소이다. 소인을 경기 
작은 골루 옮겨 주실수 없습니까?” “그건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내지 
수령은 변지와 달라서  사오십 년 전까지도 무변은 하지 못하는  법이 있었다.” 
“그런 줄은 모랐소이다.” “그런 생각 말고  정의 가서 선치수령이 되어라. .선
치 수령으로 이름이 나면  혹 내지로도 옮길 수 있을 것이다.”  감사 말끝에 봉
학이는 허리를 굽신하고 한동안 주저주저하다가 “계향이를 데리구 가두 좋습니
까?” 하고 품하니 감사가 웃으며 “데리구 가서 치료해 주려느냐?” 하고 물었
다. 봉학이가  감사 분부를 어기기  어려워서 감사보다 먼저  도임길을 떠나는데 
봉학이 자기는  보교를 타고 책방은  말을 태우고 계향이는  승교바탕을 태웠다. 
해남 관두량에 와서 배를 타고  수로로 구백칠십 리 제주를 무사히 득달하여 목
사를 뵈온뒤에 다시 육로로 일백삼십 리 정의에  와서 도임하였다. 일개 사수 이
봉학이는 천여 호 골의 원님이  되고 일개 기생 계향이는 원님의 안으서님이 되
었는데 이봉학이의 직함은 정육품  돈용교위 정의현감 겸 제주진병마절제도위요, 
계향이의 호강는 곧 실내마님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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