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대소설예술기법 4 고작경인법故作驚人法
고작경인법故作驚人法
【정의】
‘고작경인법’은 ‘짐짓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라는 장르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을 중시한다면, 소설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정절情節을 중시한다. 이렇게 놀라게 하는 것은 사실상 독자의 기대를 넘어서는 의외성에 달려 있다. 곧 작품 속 인물뿐 아니라 독자 역시도 그러한 의외성으로 인해 놀라게 되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진상이 모두 밝혀진 뒤에는 독자의 긴장되었던 마음이 모두 풀려버리게 된다.
【실례】
《수호전》 제10회에서 린충은 눈 내리는 밤에 량산보에 들어가려다 혼자 술을 마신다. 이 때 그는 울컥하는 마음으로 붓을 들어 벽에 시를 한 수 쓴다. 린충이 붓을 내던지고 다시 술잔을 들려 할 때 갑자기 한 사나이가 나타나 린충의 허리를 부여잡으며 “상금 3천관”을 운운한다. 린충은 깜짝 놀란다. 린충이 그곳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에는 또 어떤 의외의 사건이 린충을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고 갈까 걱정스런 마음에 흠칫 놀라게 된다. 그것도 온갖 역경을 겪은 뒤 이제 막 량산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이 아니던가. 린충이 어찌 보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허탈하게 사나이에게 내뱉은 한 마디 역시 “그래 정말 나를 잡을 텐가?”였다.
그러나 사태는 의외로 싱겁게 흘러간다. “내가 임자를 잡아서 뭘 해? 할 말이 있으니 나를 따라 들어오게나.” 그를 놀라게 했던 이는 뜻밖에도 량산보의 두령 왕룬王倫의 수하인 주구이朱貴였던 것이다. 그는 량산보의 발치에 주점을 열어두고 있으면서 오가는 이들의 거동을 살피는 량산보의 ‘눈과 귀耳目’ 노릇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식으로 한 순간 증폭되었던 긴장감은 곧바로 이어지는 사태의 진전에 의해 금방 풀려버리게 된다.
이렇듯 ‘사람을 놀라게 하는 필치’는 인물의 성격과 형상을 표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문에서와 같이 린충의 언행을 계속 주시하면서 결국 그가 린충임을 알아보는 주구이의 밝은 눈과 세심한 성격이 과연 량산보의 ‘눈과 귀’ 노릇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독자를 놀라게 하는 필치’가 있어야 독자가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다. 그래서 진성탄金聖嘆 역시 “스릴이 없으면 통쾌하지 않고, 스릴이 극에 달해야 통쾌함 역시 극에 달한다不險則不快, 險極則快極”고 했던 것이다. 다만 이런 방법 역시 스토리와 플롯의 전개나 인물의 운명과 성격에 부합하도록 잘 안배해 일상생활의 논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소설 작품이 예술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독자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작품에 빠져들어 그러한 예술의 진실성을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문】
린충은 주보더러 연신 술을 따르게 하면서 말을 건넸다.
“자네도 한 사발 마시게.”
주보는 한 사발 들이켰다. 이어 린충은 그에게 물었다.
“여기서 량산보까지 몇 리나 되오?”
“불과 몇 리 안 되지만 육로라곤 없고 죄다 수로뿐이어서 가시려면 배를 타야 합니다.”
“그럼 자네가 나한테 배를 한 척 구해주게나.”
“눈이 이렇게 몹시 많이 오고 또 날도 저물었는데, 어디 가서 배를 구하겠습니까?”
“돈을 후하게 줄 테니 꼭 배를 얻어 나를 도와주게.”
“정말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걸 어쩐다.”
딱한 생각에 잠긴 린충은 또 술을 몇 사발 마셨다. 속이 답답해진 그는 문득 생각했다.
‘내가 이전에 서울서 교두 노릇을 할 때는 매일 번화한 거리로 돌아다니면서 마음대로 술을 먹고 놀았는데, 지금은 불행히도 그 가오츄 놈의 모함을 받아 뺨에 자刺 자까지 하고 이런 데로 와서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고 나라가 있어도 한 몸을 붙일 데가 없으니 이렇게 적막한 신세가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나.’
이렇듯 비감한 회포에 잠긴 린충은 술시중꾼에게 필묵을 빌어 취흥이 도도한 김에 흰 벽에 이런 시를 썼다.
의리를 지키는 이 린충은 천성이 후하고 충직하노라.
한때는 강호에 이름 날린 일국의 영웅이었네.
슬프도다. 신수 불길하여 공명은 한낱 허사였구나.
후일에 장한 뜻 이룰 제면 타이산 동편에서 위풍 떨치리.
붓을 던진 린충은 다시 잔을 들었다.
그가 한창 잔을 기울이는데 별안간 갖옷을 입은 그 사나이가 다가오더니 린충의 허리를 꽉 껴안으며 말했다.
“담량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창저우에서 엄청난 죄를 짓고도 이런 데로 다녀! 지금 관가에서는 상금 3천 관을 내걸고 너를 잡으려는 판인데 이제 어쩔 테냐!”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거냐?”
“바오쯔터우 린충이지 누구냐?”
“내 성은 장이다.”
그 사나이는 웃으며 말했다.
“허튼 수작 말게. 방금 저 벽에다 제 이름을 써놓고, 또 뺨에 자 자까지 박혀 가지고 아니라고 잡아뗄 테냐?”
“그래 정말 나를 잡을 텐가?”
“내가 임자를 잡아서 뭘 해? 할 말이 있으니 나를 따라 들어오게나.”
그 사나이는 허허 웃으며 손을 놓더니 곧 린충을 뒤에 있는 수정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주보더러 등불을 켜게 한 뒤 린충과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林沖叫酒保只顧篩酒。
林沖說道:「酒保,你也來吃碗酒。」
酒保吃了一碗,林沖問道:「此間梁山泊還有多少路?」
酒保答道:「此間要去梁山泊雖只數里,卻是水路,全無旱路。若要去時,須用船去,方才渡得到那裡。」
林沖道:「你可與我覓支船兒。」酒保道:「這般大雪,天色又晚了,那裡去尋船支。」
林沖道:「我多與你些錢,央yA覓支船來,渡我過去。」
酒保道:「卻是沒討處。」
林沖尋思道:「這般卻怎的好?」又吃了幾碗酒,悶上心來,驀然想起:「我先在京師做教頭,每日六街三市游玩吃酒;誰想今日被高俅這賊坑陷了我這一場,文了面,直斷送到這裏,閃得我有家難奔,有國難投,受此寂寞!」
因感傷懷抱,問酒保借筆硯來,乘著一時酒興,向那白粉壁上寫下八句道∶
仗義是林沖,為人最樸忠。
江湖馳譽望,京國顥英雄。
身世悲浮梗,功名類轉蓬。
他年若得志,威鎮泰山東!
撇下筆再取酒來。正飲之間,只見那個穿皮襖的漢子向前來把林沖劈腰揪住,說道:「你好大膽!你在滄州做下迷天大罪,卻在這裡!見今官司出三千貫信賞錢捉你,卻是要怎地?」
林沖道:「你道我是誰?」
那漢道:「你不是∶豹子頭林沖?」
林沖道:「我自姓張」那漢笑道:「你莫胡說。見今壁上寫下名字。你臉上文著金印,如何要賴得過!」
林沖道:「你真個要拿我?」
那漢笑道:「我卻拿你做甚麼!」
便邀到後面一個水亭上,叫酒保點起燈來,和林沖施禮,對面坐下。
《수호전》 제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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