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적진에 들다: 조자룡의 이야기
때는 3세기, 강력한 한나라가 몰락하고, 혼돈 속에서 영웅과 용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에는 유명한 장수 조자룡이 있었는데, 그는 인자함으로 널리 알려진 사령관 유비의 오른팔이었다.
조자룡은 완벽한 장수였다. 충성스럽고, 지칠 줄 모르며, 무적이었다. 그의 영웅담 중 하나가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바로 조자룡이 주군의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적진에 뛰어든 이야기이다. 700여 년 전에 창작된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묘사된 일화가 가장 유명하다.
조자룡의 이야기는 션윈 2023년 무용극 ‘적진에 홀로 들다’에서도 그려진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적의 턱밑으로
한나라 멸망 후 여러 왕국과 군부가 자신들의 깃발 하에 제국을 다시 통일 시키고자 서로 경쟁하며 전쟁을 벌였다. 유비의 군대는 수적으로 열세인 경우가 많았지만 그의 온화한 성품과 왕다운 위엄 덕택에 유비는 가는 곳마다 백성의 마음을 얻고 지지를 받았다. 백성들은 기꺼이 고향을 떠나 유비와 그의 군대를 따르고 신뢰했다. 유비는 두 팔을 벌려 그들을 받아들이고 보살펴주었다.
이 같은 조치가 백성들에게는 좋은 일이였을지 모르나 군대 입장에서는 전술적으로 불리했다. 수천 명의 백성과 그들의 짐까지 보호하는 일이 군대에게는 부담이었다. 더군다나 유비의 군대를 몰살시키려고 하는 조조의 강력한 군대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백성들은 군대가 퇴각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유비의 군대는 더디게 진군하고 있었고 적은 계속해서 따라잡고 있었다. 결국 유비는 우리의 영웅 조자룡에게 자신의 아내와 갓난 아들이 포함된 한 무리 사람들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하지만 다른 무리와 마찬가지로 유비의 아내가 있던 무리도 점점 뒤처지더니 결국 적의 영토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만다. 이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안 조자룡은 유비에게 적의 턱밑으로 들어가 그들을 찾아오겠다고 한다. 유비는 자살 행위라며 거절한다. 조자룡은 그들을 구해오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한다. 유비는 망설임 끝에 허락했고 조자룡은 적진으로 돌진했다.
담장
적군 수십 명을 물리치고 말이 초죽음이 되도록 돌진했던 조자룡은 마침내 유비의 아내와 아들을 발견하고 서둘러 달려갔다. 유비의 아내 미부인은 허벅지를 찔려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미부인은 허물어진 집의 담장 밑에서 외동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친숙한 조자룡의 모습을 본 미부인은 너무나 기뻤고 아들을 아버지에게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함께 가시지요.” 조자룡이 간청했다.
“아닙니다. 저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습니다. 제가 방해가 되어 우리 모두 살아남지 못하게 됩니다. 저를 두고 가세요.”
조자룡은 거절했다.
“아기를 데리고 가세요!”
조자룡은 다시 거절했다.
“이건 명령입니다!”
조자룡은 미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아기를 받았다. 그가 아기를 감싸 안는 사이 미부인은 몰래 우물로 기어갔다. 조자룡이 몸을 돌렸을 때 미부인이 깊은 우물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자룡은 바로 눈앞에서 자신이 지켜야 했던 미부인이 죽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조자룡은 미부인이 맡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맹세한다. 그리고 행여 미부인의 유해가 적의 손에 욕보이는 일이 없도록 토담을 무너뜨려 우물을 메웠다. 조자룡은 우는 아기를 안았다.
조조와의 랑데부
적군이 다가오자 조자룡은 아기를 가슴에 묶었고, 창을 들어 방금 전 싸웠던 적진으로 다시 돌진했다. 적들을 해치운 후 조자룡은 주군과 그의 새로운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조자룡은 백마를 타고 상당한 거리를 달려갔다. 조조 부하들이 지휘하는 두 부대가 지평선 멀리 나타나더니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두 부대가 조자룡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하나의 군대마저도 조조군의 이 우세한 힘 앞에서는 굴복했을 테지만 우리의 영웅은 장수들, 그리고 심지어 전체 부대를 무력화시켰다. 조자룡은 그의 앞으로 가로막고 있는 두 부대의 수장들의 목을 베었고 복수하려는 군사들을 창을 몇 번 휘둘러 빠르게 제압했다. 나머지 병사들은 눈치를 채고 도망쳤다.
먼발치에서 조자룡이 펼치는 이 장관을 지켜보던 이가 있었는데 바로 적의 무시무시한 수장 조조였다.
조조는 전장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는 형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누구지?”
조조의 부관이 달려가더니 이름을 알아냈다. “용의 아들, 조자룡이라 불리는 조운입니다.”
조조의 얼굴에서 경외감이 열망으로 변해갔다. 조조가 명령을 내렸다. “저 자를 산 채로 내게 데려오라. 호랑이 같은 장수다. 우리에게는 저런 사람이 필요하다!” 조조는 병사들에게 활을 쏘지 못하도록 했다.
조조의 명령으로 조자룡은 목숨을 건졌다. 화살 앞에서는 조자룡도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람 앞에서는 무적이었고 사람이 타는 것은 무엇이든 타고, 사람이 휘두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휘둘렀다.
아들의 귀환
아기를 가슴에 묶은 채 조자룡은 49번째와 50번째 희생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그의 화려한 행보를 마무리했다.
조자룡은 다리를 건넜고 마침내 유비의 진영으로 안전하게 진입했다. 그리고 곧바로 유비에게 가서 외아들을 건넸다.
“하지만 미부인이...” 조자룡은 주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땅에 엎드렸을 때 그의 옷은 피범벅이었고 그의 마음은 찢어졌다.
유비는 눈물을 닦고 조자룡을 두 팔로 안으며 이 충성스러운 영웅을 일으켜 세웠다.
션윈 2023년 작품 ‘홀로 적진에 들다’는 크리스티나 리와 채드 천이 안무를 맡고, D. F. 예술감독이 음악을, 징셴이 편곡을 담당했다.
홀로 적진에 들다: 조자룡의 이야기
'千里眼---名作評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녀가 바라본 손오공 (0) | 2024.02.19 |
---|---|
수호전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인물들 (2) | 2024.02.17 |
수호전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인물들 (2) | 2024.02.14 |
추리소설 서울의 황혼 김성종 (4) | 2024.02.12 |
장 길 산 10 (4) | 2024.0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