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현장법사 편: 제3회 조정의 지원을 받은 번역의 길
(사진설명: 현장법사의 동상)
제3회 조정의 지원을 받은 번역의 길
현장법사는 영예를 안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또 3년이 걸렸지만 이 3년 동안 현장법사는 이르는 곳마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그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그를 참배했다. 이는 현장법사가 애초 야밤에 몰래 국경을 넘고 사막에서 갈증으로 죽을 뻔하던 상황과는 천양지차였다. 과거에는 혈혈단신으로 배낭 하나 메고 길을 떠났지만 오늘날은 이르는 곳마다 고승들이 그를 둘러싸고 만 권의 경서를 등에 진 낙타가 길게 줄을 지어 그를 따랐다.
현장법사는 인도에서 돌아오면서 불전 657부를 가지고 온 동시에 불상과 꽃나무와 유실수 열매도 가지고 왔다.
현장법사는 또 돌아오는 길에 경치를 감상하고 각 나라들의 풍속을 알아보면서 부처의 가르침을 전했다. 특히 서역의 각 나라가 모두 당나라에 귀속되어 당나라 군사가 그를 호송하는 것이 가장 기뻤다. 하지만 과거 의형제를 맺었던 고창국 임금이 나라도 잃고 목숨도 잃어 더는 돌아올 때 다시 만나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가장 슬펐다. 현장법사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여전히 고창국 임금의 무덤을 찾아 제사를 지내고 그를 위해 염불했다.
당(唐)나라 태종(太宗)제는 호화로운 차량을 돈황(敦煌)에 보내 현장법사를 맞이하고 자신은 장안(長安)의 황궁에서 현장법사를 만나 그를 장안 홍복사(弘福寺) 주지스님으로 천거했다.
현장법사는 태종제를 만나자 말했다.
“소승은 이번에 가져온 만 권의 경서를 하루라도 빨리 한문(漢文)으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이 불전이 중화(中華)에 널리 전해져 중생을 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나라의 큰 일이요. 짐은 최선을 다해 지지하겠소. 무슨 요구가 있으면 복야(僕射) 방(房) 대인을 찾으시오. 짐은 이 일을 방대인에게 맡겼소. 비용은 조정에서 내고 인원은 스님이 선발하시오.”
태종제의 말에 현장법사는 “조정의 지원이 있으니 불전 번역 작업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태종제는 현장법사의 얼굴에 희색이 드러나자 또 말했다.
“스님은 나라를 떠난 19년 동안 온갖 고생을 다 하며 1백개가 넘는 나라들을 경유했소. 스님의 겪은 일과 보고 들은 풍물, 인문 등을 모두 기록하는 책을 쓰시오. 그러면 스님의 그 책이 나라와 후세에 아주 유용할 것이오.”
“폐하 영명하십니다. 소승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승은 우리 나라의 <도덕경(道德經)>을 범어로 번역해서 서구의 나라들과 교류하면서 우리 대당에도 본토 종교가 있음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도가(道家)의 창시자 이노군(李老君)의 자손이라 자처하고 도교를 유교와 불교 3교 중 으뜸 가는 국교(國敎)로 정한 태종제는 현장법사의 말을 듣자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너무 좋은 일이군 그려! 그럼 이 일을 먼저 하시오. 명년에 사신을 천축에 보내 국서를 전할 예정인데 그 때 범어로 된 <도덕경>을 천축국 임금에게 선물할 수 있게 말이오.”
보통 신앙인들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면서 다른 종교는 모두 사이비이고 다른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교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교를 신앙하는 현장법사는 그들과 달리 도교의 경전을 번역하는 넓은 흉금을 가졌고 당나라 역시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 들이는 대범한 기상을 보여주었다.
개명한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현장법사의 또 다른 삶이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복야(僕射) 방현령(房玄齡)이 전국의 고승들을 불러 들이고 현장법사가 몸소 인터뷰를 하여 불전 번역을 담당할 20명을 선출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한 명이 바로 젊지만 두터운 학문을 쌓은 29살의 승려 변기(辯機)였다.
정관(貞觀) 19년(645년) 장안의 홍복사는 불전 만 권을 번역하는 작업장소가 되었다. 범어를 정통한 20여명의 고승이 불전 번역을 시작했다. 그들은 불전을 번역하다가 난제가 생기면 현장법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현장법사는 30여명의 도사(道士)들과 협력해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범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1년 후 <도덕경> 번역이 탈고되었다. 태종제는 심히 기뻐하며 사신인 왕현책(王玄策)에게 범어로 된 <도덕경>을 가지고 천축으로 가게 했다.
<도덕경>의 번역을 마치자 현장법사는 자신의 구술과 변기의 집필로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의 편찬을 시작했다.
3년 후 현장법사가 주도한 경서 번역작업이 풍성한 결과물을 얻었다. 개정판 범어로 된 <도덕경>이 나오고 <대당서역기>가 집필을 마쳤으며 가장 중요한 성과인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불전의 한문 번역을 마쳤다. 그 때 마침 천축에 사신으로 갔던 왕현책(王玄策)이 장안으로 돌아와 태종제는 현장을 불렀다.
“가장 중요한 일을 모두 마쳤으니 이제 환속해서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것이 좋겠소. 그대는 서구의 백여 개 나라들의 상황을 잘 아니 예부시랑(禮部侍郞)을 맡아 외교사무를 담당하시오. 그러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소.”
태종제의 말에 현장법사가 급히 아뢰었다.
“소승은 수십 년 전에 출가하여 속세의 일은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어찌 벼슬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직도 저렇게 많은 불전을 번역해야 하는데 어찌 하던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두겠습니까?”
태종제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조정의 일이 중요하오 불교의 일이 중요하시오? 그리고 불전을 번역하는 고승들이 이제는 번역을 아주 잘하는데 그들이 잘 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시오?”
현장법사는 그래도 어명을 따르지 않았다.
“소승은 필경 천축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십여 년 동안 그 가르침을 널리 전했습니다. 불전 중의 많은 내용들은 천축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만 권의 경서를 번역하는데 제가 없으면 절대 안 됩니다.”
현장법사의 얼굴에 비친 결연한 의지와 황제의 노기 띤 얼굴을 본 저수량(褚遂良)이 급히 나서서 아뢰었다.
“현장법사는 13살에 출가하여 지금 반백에 가깝습니다. 그러하니 이제 환속한다는 것은 확실이 좀 어려울 것입니다. 폐하, 벼슬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도 불전 번역을 주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현장법사뿐입니다. 숙고하여 주시기를 주청드립니다.”
태종제는 확실히 현명한 군주였다. 저수량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노기를 가시고 말했다.
“왕현책에게 수정한 범어판 <도덕경> 을 가지고 다시 천축에 가라 하시오. 이 일은 저 경이 맡으시오.”
이어 태종제는 현장법사에게 말했다.
“한문으로 번역된 <유가사지론>을 보았소. 번역이 아주 잘 되었소. 짐은 9부를 필사하여 구주(九州)의 군현(郡縣)에 보내서 이 아홉 주의 유명한 사원에 각각 소장하게 하라고 비서성(秘書省)에 어명을 내렸소.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의 불교 신도들이 모두 이 불전을 읽을 수 있을 것이오.”
현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사은을 표했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당의 불교신자들은 참으로 복이 많습니다!”
“그대가 평생을 불교에 바칠거라면 짐도 윤허하리다. 여전히 홍복사에 돌아가서 불전을 번역하시오!”
현장법사는 다시 머리를 조아렸다.
태종제가 또 말했다.
“붓을 가져 오너라. 짐이 현장법사에게 글을 써주겠다!”
내시가 붓과 종이를 가져오자 태종제는 즉석에서 대련을 썼다.
솔에 스치는 바람과 물에 비치는 달도(松風水月)
그 맑고 빛남을 충분히 비교할 수 없고(未足比其淸華)
신선이 마시는 이슬과 밝은 구슬도(仙露明珠)
어찌 그 밝고 윤이 남을 비교할 수 있으리오(詎能方其朗潤)
붓을 놓은 태종제가 현장을 보며 말했다.
“이는 그대에 대한 짐의 평가이니 보시오!”
태종제가 직접 쓴 대련을 본 현장법사가 담담하게 아뢰었다.
“출가한 자는 생명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폐하께서 이렇게 높이 평가해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로부터 현장법사에 대한 태종제의 이 평가는 불교계에서만 널리 전해진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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