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노반 편-제3회: 반전사상을 받아들이다
(사진설명: 노반전의 일각)
제3회 반전사상을 받아들이다
초 왕을 설득시켜 송나라를 정벌계획을 취소하게 한 후 노반과 묵자는 노반의 집에 이르러 촛불을 켜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묵가사상에 대한 묵자의 일장연설을 들은 노반도 평화를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묵가의 사상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노반은 자신을 변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가 군수 기기를 발명한 것도 전쟁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번에 월나라가 초나라를 침범했을 때 제가 만든 구거(鈎拒)가 없었더라면 초나라는 아마도 월나라에 병합되었을 것입니다. 선생의 인의만으로 우리가 월나라 군대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나한테는 갈고리와 창이 달린 구거가 없소. 하지만 나는 사랑을 갈고리로 삼고 공손함을 창으로 삼을 수 있소. 당신의 구거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당신의 구거보다 더 대단한 구거를 만드는 사람이 나타나 갈고리로 당신을 끌어당기고 창으로 당신을 밀쳐 낼 것이오. 이렇게 되면 서로 무기 제조에 열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 전쟁은 더욱 참혹해지고 전쟁을 일으키는 제후들은 더욱 미쳐 날뛸 것이오. 그러니 인의로 만든 나의 구거가 당신의 구거보다 강하지 않소?”
노반은 무기의 고도화로 인해 전쟁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어두운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묵자가 또 물었다.
“초 왕이 당신이 두 가지 비밀무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하던데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이오?”
노반은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실에 가서 목학(木鶴)을 가지고 왔다.
“이겁니다.”
“이건 무슨 용도요?”
묵자의 물음에 노반은 다시 득의양양해졌다.
“목학은 아주 멀리, 아주 오래 하늘을 날 수 있어 정보 전달에 좋은 도구입니다.”
묵자는 나무 학의 오묘함에는 관심이 없는 듯 화제를 돌렸다.
“정교하고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발명하는 당신은 그야말로 신인(神人)이오. 하지만 목공 장인이라면 모두 비녀장은 아주 쉽게 깎아 만들지 않소? 비녀장을 수레바퀴 차축에 꽂으면 수레는 수십 섬의 물건을 실을 수 있고 말이오. 비녀장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짐을 지고 다니는 노고를 덜어주는데? 나는 당신의 목학이 아무리 교묘해도 작은 비녀장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오.”
노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묵자는 계속 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이면 좋은 것이고, 사람들에게 이롭지 못한 것이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사람들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솜씨가 가장 좋다고들 말하던데 당신은 당신의 솜씨를 어디에 쓰고 있소?”
노반이 신음하듯 입을 열었다.
“선생의 뜻은 백성들에게 좋은 발명이면 좋은 것이고 전쟁을 위한 발명이면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발명이 좋은 것이고 다른 사람을 도와 사람을 죽이는 발명이면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오.”
묵자의 말에 노반은 다소 부끄러움을 느꼈다.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촛불을 바라보던 노반의 머리 속에 갑자기 먼 옛날의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그 때 나는 노(魯)나라에 살았고 그 때 나는 젊었다. 전통적인 관행에 따르면 망자의 제사를 지낼 때 사람들은 관을 메고 묘도(墓道)를 따라 뒷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서 묘혈에 이르러 하관해야 했다. 하지만 귀족의 장례를 지낼 때는 여러 사람이 관의 네 귀퉁이에 맨 네 갈래 끈을 잡고 나무를 두드리는 박자에 맞추어 일치하게 움직이며 천천히 하관해야 했다. 이 과정에 추호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기에 장례를 치를 때마다 사람들은 아주 고생했다. 그래서 나는 전문 장례에 사용하는‘기봉(機封)’을 발명했다. 나의 발명으로 시신을 입관하는 오작(仵作)들은 더는 그렇게 수고스럽지 않았다.
후에 계강자(季康子)의 모친이 세상을 뜨자 나는 장례에 기봉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고 계강자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봉을 사용해 모친의 장례를 잘 치렀다. 그로부터 노나라 백성들도 장례를 치를 때면 내가 발명한 기봉을 사용했다. 오작들은 수고를 덜어서 좋아하고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를 때 차질이 빚어지지 않아서 만족했다. 다만 후장(厚葬)을 지내고 예의를 중시하는 귀족들만 나의 기계화 발명을 거부했다…
노반은 노예는 무슨 일을 하든 모두 아주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감개무량해 묵자에게 말했다.
“그래도 선생이 어진 마음으로 언제나 백성들의 고난을 생각하시는군요. 뭘 만들 때 확실히 근로자들을 많이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노반은 뭔가 생각하더니 계속 말했다.
“사실 선생을 만나기 전에 저는 초나라가 송나라를 병합해서 제가 만든 운제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선생을 만난 후 초나라가 송나라를 정벌하는 것은 불의의 전쟁이기에 초나라가 송나라 병합에 성공하고 그것이 모두 저의 공로라고 해도 저는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죄책감이 들 것입니다.”
“당신이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기분이 좋소! 당신이 만약 당신의 총명과 재능으로 백성들에게 복을 마련한다면 당신은 의인(義人)이오.”
묵자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계속 말했다.
“당신은 나를 만나기 전에 초나라가 당신의 비밀무기를 이용해 송나라를 공격하기를 희망했지만 나를 만나고 나서는 초나라의 송나라 정벌이 불의의 전쟁임을 알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당신이 송나라에 가서 비공(非攻)을 선양했으면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노반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좋소. 그럼 한 번 잘 해보시오!”
묵자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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