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편작 편-제2회: 감탄을 자아내는 문진(問診)
(사진설명: 편작 사당의 일각)
제2회 감탄을 자아내는 문진(問診)
병세를 묻는 것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편작의 문진(問診)은 더욱 감탄을 자아낸다.
한번은 편작이 곽성(郭城)에 이르니 집집마다 문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제물에는 향을 피워 온 도시에 향불연기가 자욱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재난을 제거해달라고 신령에 비는 것 같은데.”
이상한 기분을 느낀 편작은 이렇게 생각하며 한 노인을 찾아 물었다.
“무슨 재해를 입은 것입니까?”
노인이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태자가 갑자기 귀신이 들려 사악한 마귀가 그의 영혼을 빼앗아 갔다네.”
깜짝 놀란 편작이 또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입니까?”
“오늘 아침 일이네. 그래서 모두 악마를 쫓는다고 난리들이네.”
이 곳은 백 년 전에 괵(虢)나라의 도성이었고 현재는 곽공(郭公)의 봉지지만 여전히 소국으로 취급되어 사람들은 곽공의 아들을 태자라고 불렀다.
편작이 곽공의 궁실(宮室)에 이르러 문관(門官) 중서자(中庶子)에게 물었다.
“태자가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지 알려 줄 수 있습니까?”
중서자가 말했다.
“태자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닙니다. 갑자기 귀신이 들려 혼수상태에 빠졌고 금방 숨이 넘어갔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끝입니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편작이 태자의 병증을 자세하게 말해달라고 하자 의술을 조금 알고 있던 중서자는 태자를 가련하게 여겨 태자가 어떻게 질환에 걸리고 이어 곧 숨이 넘어가게 된 연유를 시시콜콜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진단을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태자의 혈기(血氣) 운행에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음양(陰陽)이 엇갈리고 혈맥이 통하지 않아 내장을 다쳤습니다. 인체의 바른 에너지가 사악한 에너지를 누르지 못하니 갑자가 혼절했다가 죽기에 이른 것입니다.”
편작은 또 몇 가지 세부사항을 묻고 나서 태자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여기 급히 물었다.
“태자의 시신을 입관했는가요?”
“오늘 새벽에 발생한 일이라 아직 입관 전입니다.”
“태자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
편작의 말에 중서자는 괴물이라도 본 듯 반나절이나 편작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옛날에 유부(兪跗)라는 의사가 죽은 사람의 배를 갈라 오장육부를 깨끗하게 씻은 후 다시 봉합해서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의 태자를 살릴 수 있다면 몰라도 그런 재주가 없다면 여기서 사기꾼 행세를 하지 마십시오. 나는 세 살 먹은 어린이가 아니니.”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태자는 배를 가르고 내장을 씻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다만 환자의 병증을 묻고 질병의 대체적인 상황을 알았을 뿐입니다. 죽지 않을 사람이라면 저는 천 리 밖에 있는 사람도 살릴 수 있습니다. 저의 말을 믿지 않으신다면 태자의 얼굴색을 보고 태자의 몸을 만져 보십시오. 태자의 귀에서 소리가 나고 태자의 코가 벌렁거리며 태자의 음부에서는 열기가 날 것입니다. 저는 발해군의 진월인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태자를 구할 방법이 있다고 곽공에게 전하십시오.”
편작의 말에 중서자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반신반의하면서도 보고하러 달려갔다.
곽공은 진월인이 왔다는 말을 듣고 급히 문밖에까지 달려 나와 편작을 맞이하며 말했다.
“선생의 명성은 익히 들었으나 만나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금 선생께서 오셨으니 내 아들은 이제 살았습니다. 이 외딴 성의 성주(城主)에게 너무 큰 행운이 왔군요. 선생께서 안 계셨으면 내 아들은 영원히 세상을 떠나서 더는 나와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편작을 안내해 궁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말을 끊지 않는 곽공의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궁에 이르러 태자의 기색을 살펴보고 태자의 음부를 만져본 편작이 말했다.
“태자는 시궐증(尸厥症)에 걸렸습니다. 음기가 무너지고 양기가 막혀 기색이 쇠미하고 혈맥이 어지러워 몸을 움직이지 못해 죽은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혼수상태에 빠진 것뿐입니다. 이런 질병은 양(陽)으로 음(陰)을 자극해 더러운 기운을 막으면 살 수 있고 음으로 양을 자극해 더러운 기운을 막으면 반드시 죽게 됩니다.”
편작은 제자인 자양(子陽)에게 침석을 가져오게 한 후 백회혈(百會穴)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다른 제자인 자표(子豹)에게 약을 조제하게 한 후 그 약을 달여서 겨드랑이를 찜질하게 했다. 좀 지나자 태자의 의식이 돌아왔다. 편작은 계속 탕약을 달여서 태자의 겨드랑이를 찜질하게 했고 그러자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 뒤에 음양의 조화(調和)를 돕는 탕약을 20일 동안 복용하자 태자는 건강을 회복했다.
신이 난 곽성인들이 서로 오가며 편작을 칭찬했다.
“편작은 정말로 명의야.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다니.”
편작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리겠습니까? 다만 살 사람을 살린 것뿐입니다.”
편작이 사실을 설명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편작이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다고 굳게 믿어 기사회생(起死回生)의 이야기가 온 세상에 퍼졌고 편작의 명성도 세상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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