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李白)—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 마시다
花間一壺酒,獨酌無相親。舉杯邀明月,對影成三人。
月既不解飲,影徒隨我身。暫伴月將影,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我舞影零亂。醒時同交歡,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相期邈雲漢。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월기불해음 영도수아신 잠반월장영 행락수급춘
아가월배회 아무영령란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꽃들 가운데 술 한 동이 두고, 벗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 들어 밝은 달을 청하고, 그림자를 대하니 이제 세 사람이군.
달은 어차피 술을 못 마시고, 그림자는 부질 없이 내 몸만 쫓는구나.
그럼 잠시 달과 그림자와 더불어, 짧은 봄 놓치지 말고 즐겨보자.
내 노래에 어슬렁거리는 달, 내 춤에 난무하는 그림자.
맨 정신으로 함께 놀다, 취한 후엔 각자 제 갈 길.
영원히 맺어진 무정한 인연이여,
저 멀리 은하에서 또 만나길 기대하노라.
[전당시(全唐詩)] 월하독작4수(月下獨酌四首:1~4) - 이백(李白)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이 시는 《이태백집(李太白集)》 23권에 실려 있는 4수이다. 1수에서는 홀로 잔을 기울이는 자신과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합하여 셋이서 달 아래서 취하여 노니는 모습을 독백(獨白)의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2수에서는 주성(酒星)과 주천(酒泉)을 빌어 술 마시는 것으로 큰 이치를 깨달아 자연과 합치한다고 하였으며, 3수에서는 장안(長安)의 봄날에 취하는 것이 세상천지를 다 잊어버리는 가장 큰 즐거움임을 주장하였다.
4수에서는 홀로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을 백이(伯夷), 숙제(叔齊)의 고사 와 공자의 제자 안회를 인용하여 헛된 이름을 남겨 굶어 죽느니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하며 달에라도 오를 듯한 표현을 하였다.
모두 4수이며 고문진보에는 1수(월하독작1:月下獨酌1)와 2수(독작:獨酌)가 실려 있으며, 이백이 지은 〈독작(獨酌)〉이라는 제목의 별도의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이백(李白)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一]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既不解飲(월기불해음),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我舞影零亂(아무영령란)。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꽃 아래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서로 친한 이 없다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를 대하여 세 사람 이루네.
달은 이미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만 한갓 내 몸 따르누나.
잠시 달과 그림자 짝하니 행락은 모름지기 봄철에 해야 하네.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럽게 흔들리네.
깨었을 때에는 함께 사귀고 즐기나 취한 뒤에는 각기 나뉘어 흩어진다오.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멀리 은하수 두고 서로 기약하노라.
[고문진보] 62.月下獨酌 1(월하독작 제1수)
○ 壺(호) : 병, 술병.
○ 零亂(영란) : 흩어지다.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
○ 三人(삼인) : 홀로 잔을 기울이는 자신과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합하여 말한 것이다.
○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 ‘장(將)’은 ‘여(與)’와 같은 바, 달과 그림자를 벗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음을 표현하였다.
○ 邈(막) : 멀다. 아득하다.
○ 雲漢(운한) : 은하
[二]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天地既愛酒(천지기애주),愛酒不愧天(애주불괴천)。
已聞清比聖(이문청비성),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賢聖既已飲(현성기이음),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三杯通大道(삼배통대도),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但得酒中趣(단득취중취),勿為醒者傳(물위성자전)。
하늘이 만약 술 좋아하지 않았다면 하늘에 주성이 있지 않을 것이요,
땅이 만약 술 좋아하지 않았다면 땅에 응당 주천이 없으리라.
하늘과 땅이 이미 술 좋아하니 술 좋아함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누나.
성현을 이미 마시니 어찌 굳이 신선을 찾을 것 있겠는가.
세 잔 술에 대도(大道) 통하고 한 말 마시면 자연에 합치되네.
다만 취중의 취미 얻을 뿐이니 이것을 술 깬 자에게 전하지 마오.
[고문진보] 72.독작(獨酌)[월하독작 제2수]
○ 酒星(주성) : 《晉書(진서)》 〈天文志(천문지)〉에 말하기를 “주성(酒星)은 유성(柳星) 옆의 세 별로 주기성(酒旗星)이라 이름 한다.” 하였다.
○ 酒泉(주천) : 하서(河西) 숙주(肅州)가 주천군이며, 술의 샘이란 뜻을 가진 지명이다. 섬서성 대려현(陝西省大荔縣)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을 빚기에 알맞고, 감숙성 주천현(甘肅省酒泉縣) 동북쪽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맛이 난다고 함.
○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누나. 《魏書(위서)》에 “서막(徐邈)이 위(魏)나라에 벼슬하여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당시에 술을 금하였는데 서막이 몰래 마시고 몹시 취하였다. 조달(趙達)이 따져 물으니 서막은 ‘중성인(中聖人)’이라고 대답하였다. 조달이 이 사실을 아뢰자, 태조(太祖:조조(曹操))는 서막이 성인으로 자처한 것으로 알고 크게 노하였는데, 선우보(鮮于輔)가 앞으로 나와 ‘취객은 맑은 술을 성인이라 하고 탁한 술을 현인이라고 하니, 서막이 성인(청주)에 취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하였다.
○ 復道(부도) : 또 말함.
○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 성현(聖賢)을 이미 마시니. 성현(聖賢) : 성인과 현인
○ 大道(대도) : 노장사상(老荘思想)의 무위자연(無為自然)의 원리.
○ 醉中趣(취중취) : 술에 취하는 즐거움이나 흥취. 孟嘉(맹가)가 술을 좋아하니 상관인 정승 桓溫(환온)이 술에 무슨 좋은 것이 있어 마시느냐고 묻자 “공은 아직 ‘酒中의 趣’를 모르신다.” 하였음.〈晉書>
○ 勿爲(물위) : ~하지 마라.
[三]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千花晝如錦(천화주여금)。
誰能春獨愁(수능춘독수),對此徑須飲(대차경수음)。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
一樽齊死生(일준제사생),萬事固難審(만사고난심)。
醉後失天地(취후실천지),兀然就孤枕(올연취고침)。
不知有吾身(부지유오신),此樂最爲甚(차락외위심)。
삼월의 함양성은 온갖 꽃이 대낮에 비단과 같네.
누가 봄에 홀로 수심에 빠져 있으랴, 이 봄 맞아 일단 마셔보리라.
궁핍과 형통, 수명의 장단은 조물주가 일찍이 정해놓은 것이라네.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 보이니, 세상만사는 본디 알기 어려운 것.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홀연히 홀로 잠에 들면,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이 즐거움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네.
○ 咸陽城(함양성) : 장안(長安)
○ 徑須(경수):우선。경(徑)은 곧, 바로.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主人何為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주인은 어이하여 돈이 적다고 말하는가, 우선 술을 받아다 그대와 대작하리라.” 라는 표현이 있다.
○ 窮通(궁통) : 궁핍함과 형통함. 빈궁과 영달.
○ 修短(수단): 장단(長短). 즉 사람의 수명.
○ 造化(조화): 조물주
○ 稟(품) : 주다. 내려주다.
○ 齊死生(제사생) : 삶과 죽음은 차별이 없이 동등하다.
○ 兀然(올연): 홀로 외롭고 우뚝한 모양.
○ 孤枕(고침) :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 곧 외로운 잠자리
[四]
窮愁千萬端(궁수천만단),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酒傾愁不來(주경수불래)。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酒酣心自開(주감심자개)。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屢空飢顏回(누공기안회)。
當代不樂飲(당대불락음),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
蟹螯即金液(해오즉금액),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且須飲美酒(차수음미주),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
궁핍을 겪는 근심은 천만가지이고 좋은 술도 삼백 잔,
수심은 많고 술은 비록 적지만 마신 뒤에는 수심이 사라지네.
그래서 주성이란 뜻 알겠네,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절로 열리네.
수양산에서 곡식을 사양했던 백이숙제나 어려운 처지에 굶주렸던 안회는
당대에 술이나 즐기기 않고 헛된 이름 남기어 어디에 쓰려했나.
게와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술지게미 언덕은 봉래산이라네.
모름지기 좋은 술 마시고 달빛 타고 올라 누대에서 취해 보련다.
○ 窮愁(궁수) : 궁핍(窮乏)을 겪는 근심
○ 千万端(천만단) :천만가지. 端은 끝 ‘단’으로 길이의 단위.
○ 美酒(미주) : 빛과 맛이 좋은 술.
○ 所以(소이) : 까닭.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 酒聖(주성) : 맑은 술. 청주(淸酒).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주호(酒豪)
○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 수양산에서 곡식을 사양하였다.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 屢空飢顏回(누공기안회) : 어려운 처지의 안회는 굶주렸다. 屢空(누공)은 어려운 처지(處地). 도연명의 음주 제11수에는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라는 표현이 있다.
○ 安用(안용) : 어디에 쓰려하였나. 安은 ‘어디에’라는 뜻.
○ 蟹螯(해오) : 게와 조개.
○ 糟丘(조구):술지게미 언덕.
○ 蓬莱(봉래):고대 전설의 신산(神山)의 이름. 즉 선경(仙境)을 말한다.
○ 乘月(승월): 달빛을 받고 오르다.
<원문출처> 月下獨酌四首/ 作者:李白 唐
全唐詩·卷182 / 維基文庫,自由的圖書館
一
花間一壺酒,獨酌無相親。
舉杯邀明月,對影成三人。
月既不解飲,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相期邈雲漢。
二
天若不愛酒,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地應無酒泉。
天地既愛酒,愛酒不愧天。
已聞清比聖,復道濁如賢。
賢聖既已飲,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勿為醒者傳。
三
三月咸陽城,千花晝如錦。
〈上二句一作「好鳥吟清風,落花散如錦」;一作「園鳥語成歌,庭花笑如錦」〉
誰能春獨愁,對此徑須飲。
窮通與修短,造化夙所稟。
一樽齊死生,萬事固難審。
醉後失天地,兀然就孤枕。
不知有吾身,此樂最爲甚。
四
窮愁千萬端,美酒三百杯。
愁多酒雖少,酒傾愁不來。
所以知酒聖,酒酣心自開。
辭粟臥首陽,屢空飢顏回。
當代不樂飲,虛名安用哉。
蟹螯即金液,糟丘是蓬萊。
且須飲美酒,乘月醉高臺。
너무나도 유명한 이백(李白: 701-762)의 너무나도 유명한 <월하독작>, 같은 제목의 4수 가운데 제1수다. 동서고금(東西古今) 가장 사랑 받는 시편 중 하나이지 싶다. 서기 744년, 이백이 장안(長安)의 짧은 관직생활에서 깊은 실의를 맛보던 시절의 작품이다. 극치의 낭만적 미학을 보여주는 이 시가 ‘실의(失意)의 결과물’이라니, 역설(力說)일까? 인생 자체가 원래 역설 덩어리라면 정설(定說)이라 하는 게 맞을까? 아무튼 <월하독작>제1수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태어난 매혹의 걸작이다.
그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나라 꼴’이었다. 탁월한 군주(君主)였던 현종이 30년의 태평성대를 보내고 삶의 권태에 시달리다 양귀비를 만나 자폐적 향락(享樂)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다. 작심한 듯 연호까지 바꾸고(天寶) 정사에서 거의 손을 뗀 황제의 빈 자리는 간신배들 차지가 된다. ‘개원의 치(開元之治)’로 쌓인 영광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AD 755-763)’이라는 파국을 향해 빠르게 무너져갔다. 특채 형식으로 등용된 이백(李白) 역시 호가호위하는 무리들을 못 견디고 1년만에 뛰쳐나온다.
이백의 시편들은 퇴고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일필휘지(一筆揮之) 형으로 이름 높다. 비범한 시상에 평이하고 진솔한 시어, 게다가 형식미도 뛰어나 천의무봉의 경지(境地)를 보여준다. 이백에게만 주어진 칭호 ‘시의 신선(詩仙)’은 그런 점에 대한 경탄이다.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신선(謫仙人)’이란 별명은 거침없는 자유로움에의 찬사일 터, 이 자유로움을 예술적으로 완성시킨 것이 이백 생애(生涯) 세 가지 키워드, 달-술-시였다. <월하독작(月下獨酌)> 첫 수는 그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주로 ‘술’에 관한 토로로 일관한 제2-3-4수에 비해 제1수가 유난히 사랑받아 온 큰 이유(理由)가 아닐까 한다.
한 구 한 구가 다 절묘(絶妙)하지만 후반부에 특히 끌린다. 봄꽃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 홀로 술을 마시다 달과 그림자를 벗 삼아 춤추고 노래한 시간을 “맨 정신일 때(醒時)”라 했다. 술에 취해 몽롱(朦朧)한 상태로 노래하며 비틀비틀 춤추던 순간이야말로 ‘생생한 시간’이었다는 뜻인가? 달과 시인 그리고 시인의 그림자, 이들은 셋이자 하나였다. 그러나 시인이 만취(滿醉)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는 달도 지고 그림자도 사라진 시각일 터, 그 상황을 “醉後各分散”이라 노래했다. 미련 없이 사라진 달과 그림자에 대해 시인은 “無情遊”, 무정한 인연(교유)이라고 서운해 하면서도 “영원히 맺어졌다(永結)” 단언하며 재회를 고대한다. 절절하면서도 사랑스럽다. 긴 말 필요 없을 작품을 두고 사족이 심했다. 부디 활용할 기회를 위해 암송(暗誦)해 두십사 당부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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