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인문학 이야기] 낭비벽으로 평생 빚에 시달린 발자크… 글 쓸 때는 하루 열여섯 시간 몰두했죠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발자크는 이해하기 어려운 낭비벽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유럽 전역에 이름을 날린 작가였기 때문에 원고료가 최고 수준이었어요. 그렇지만 발자크의 사치는 언제나 도를 넘었습니다. 당시 돈 많은 귀족이나 누릴 법한 자가용 마차를 사고, 제복을 입힌 하인을 몇 명이나 두곤 했답니다. 귀도 얇아서, 허황된 소문과 성급한 판단으로 어설프게 사업을 벌여 날린 돈도 어마어마했어요. 빚을 많이 진 그는 언제나 거처를 구할 때 문이 둘 있는 집을 찾았다고 해요. 앞문에서 문을 두드리는 빚쟁이들을 피해 뒷문으로 달아나기 위해서였대요. 그는 뻔뻔한 구석까지 있어서 자신을 '오노레 드 발자크'라고 소개하곤 했습니다. 이름 사이에 '드'는 귀족을 뜻하는 호칭이에요. 한데 그는 그냥 시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천재의 삶을 보통 사람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되지요. 20세기 최고 전기(傳記) 작가로 알려진 슈테판 츠바이크는 차분한 눈으로 발자크가 누구인지 들려줍니다. 발자크는 자정에 깨서 하루 열여섯 시간을 쉬지 않고 소설을 쓰고 고쳤습니다. 학자들은 그가 작업을 위해 평생 마셔댄 커피가 5만잔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해요. 발자크는 "(내가) 세계에 내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뿐"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발자크가 진짜 자기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언제일까요? 소설 쓰기에 몰두해 있는 하루 열여섯 시간일까요, 아니면 미친 듯이 자유를 누리는 한 시간 남짓일까요? 발자크는 미친 듯이 일했고, 쉴 때는 과도하게 늘어졌으며, 짧게 쾌락을 즐기는 순간에도 거침이 없었지요. 그의 엄청난 창작 작업은 지나친 낭비로 진 빚을 갚으려는 발버둥이기도 했습니다. 크고 강하게 분출하려면 강한 압력이 있어야 합니다. 발자크는 위대한 문학 작품을 낳고자 은연중 스스로에게 엄청난 고통을 불어넣었던 셈입니다.
'인간 희극'은 발자크가 자기 소설 전집에 붙인 제목입니다. 여기에는 왕과 귀족이 사라지고 산업 문명과 민주주의가 자리 잡던 시대 분위기가 오롯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발자크는 '19세기의 풍속 화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인간 희극'에 담긴 '고리오 영감' 같은 작품들을 꼭 읽어보세요. 아울러, 발자크 전기를 쓴 츠바이크의 다른 전기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가 대표적이죠. 번뇌와 고통에서 보석 같은 삶의 의미를 길어내는 문학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철학·인문학 이야기] 낭비벽으로 평생 빚에 시달린 발자크… 글 쓸 때는 하루 열여섯 시간 몰두했죠
철학·인문학 이야기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낭비벽으로 평생 빚에 시달린 발자크… 글 쓸 때는 하루 열여섯 시간 몰두했죠 2024.10.08 (화)오노레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입니다. 그의 업적은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듭니다. '대표작'이라 할 만한 소설만 70여 편이에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2000명에 다다르지요. 소설 속 인물은 모두 그가..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내 뜻대로 돼야 한다' 집착 갖지 말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석가모니의 지혜 2024.09.10 (화)"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입니다. 맞아요. 우리는 싸우면서 은연중에 서로 닮아가지요. 나도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 결과가 과연 행복으로 이..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우리 시대 지식인들에게 물어본 '인생'… 삶의 의미는 아픔·슬픔서 피어난대요 2024.08.20 (화)김지수 지음|출판사 생각의힘|가격 1만7000원모르면 꿈꾸지도 못하는 법입니다. 고만고만한 일상에서 그저 그런 사람들만 계속 보다 보면 내 삶도 가라앉기 쉽습니다. 그래서 크고 남다른 인물과의 만남이 중요해요. 그 ..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고대 철학자들에게 좋은 사랑이란? 술 마시며 에로스에 관해 나눈 대화 2024.07.30 (화)사랑은 언제나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다룬 노래와 시, 소설과 영화 등이 수없이 많아요. 하지만 사랑이 꼭 좋지만은 않지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미칠 듯이 괴롭고, 심지어 내 삶을 나락으로 끌..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반대가 없을 땐 의사 결정 하지 말라" 경영학을 학문으로 키운 대가의 조언 2024.07.09 (화)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피터 드러커 지음|장영철 옮김|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가격 1만9000원미국의 남북전쟁 시기, 링컨 대통령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했어요. 그랜트는 적잖이 문제가 있던 사람이..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사람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라" 칸트는 '도덕 법칙' 따르라 주장했죠 2024.06.18 (화)과학이 크게 발전하던 서양의 18세기, 신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었기에 가장 소중하다는 믿음은 근거를 잃어갔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며 자유로워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었어요. 인간이 존귀..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세계보다 자신을 정복한 사람 적어" 로마 황제도 강조한 절제와 인내의 힘 2024.05.28 (화)발명왕 에디슨은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에디슨은 "뭔가 일어날 때 당신이 연구실에 있었다면 그 일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자리에 없었다면 그대는 찾아온 성공의 순간을 거머쥐지 못한다"고 말했죠. 성과를 내려면 ..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신문은 선생님][철학·인문학 이야기] "인기·명예 원할수록 초조하고 불안해져… 식욕·수면욕 등 기본 욕구에 만족해야" 2024.05.07 (화)영국의 왕 조지 4세는 대식가로 유명했습니다. 아침 식사로만 비둘기 두 마리, 스테이크 세 덩어리를 먹었다고 해요. 조지 4세는 매우 뚱뚱해서 잠을 잘 때 자기 가슴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힘들었다고 합니다. 원하..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逸話傳---人物傳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하인드 스토리] 담사동 편: 제3회 유신변법에 실패하고 체포를 기다리다 (4) | 2024.10.19 |
---|---|
[비하인드 스토리] 담사동 편: 제4회 사람은 가고 기개는 영원하다 (1) | 2024.10.17 |
[숨어있는 세계사] 히틀러에게 열광한 800만 청소년… '광기의 역사'에 이용됐죠 (0) | 2024.10.14 |
[비하인드 스토리] 위청 편: 제2회 하투지역을 수복해 강토를 넓히다 (0) | 2024.07.19 |
[비하인드 스토리] 현장법사 편: 제2회 보우를 받은 배움의 길 (0) | 2024.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