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히틀러에게 열광한 800만 청소년… '광기의 역사'에 이용됐죠
역사 속 청소년 선전 사례들
이 무시무시한 사회운동의 중심엔 마오쩌둥의 호위 부대 '홍위병'이 있었어요. 1000만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진 홍위병은 놀랍게도 중고생과 대학생들로 이뤄진 조직이었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쑹빈빈은 '교사를 공격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쓰고, 심지어 교감 선생님을 때려 죽이기까지 했어요. 그는 문화대혁명 관련 행사에서 마오쩌둥 팔에 붉은색 홍위병 완장을 채우며 홍위병을 대표하는 인물로 거듭났죠.
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광기(狂氣)의 역사'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해요. 하지만 세계사 속에는 홍위병 같은 청소년 단체들이 더 있었답니다. 오늘은 정권의 선전·선동에 이용된 청소년 조직들에 대해 알아볼게요.
지식인 탄압하고 문화유산 불태운 홍위병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홍위병은 어떻게 등장한 걸까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마오쩌둥은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겠다며 '대약진운동'을 벌였어요.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 결국 실패로 돌아갔어요. 입지가 줄어들게 된 마오쩌둥은 반대파를 없애기 위해 '과거 청산'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문화대혁명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청소년 조직을 적극 이용했어요. 홍위병이란 이름은 칭화대 부속 중학교 학생들이 '마오쩌둥 주석을 보위하는 붉은색의 보위병'이라는 말을 사용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마오쩌둥은 홍위병들이 중국 전역에 문화대혁명의 이념을 알릴 수 있도록 공짜 기차표를 지급하기도 했어요. 베이징의 홍위병은 전국 각지의 학교와 공장으로 몰려다녔고, 지방의 홍위병은 혁명 이념을 배우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죠. 그렇게 홍위병 사이에서 마오쩌둥은 점점 신앙이 되어갔어요. 집집마다 그의 초상화를 걸었고, 항상 마오쩌둥의 어록을 학습하고 그의 사상을 전파했어요.
홍위병은 '사회 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갔어요. 이들은 붉은 완장을 차고 무리 지어 다니며 교사와 지식인들을 거리로 끌고 나와 마구 때렸죠. 체제를 비판할 우려가 있는 지식인 계층을 탄압했던 거예요. 이들은 문화유산과 서적도 '파괴해야 할 구시대 산물'이라고 보고 불태워 버리기도 했어요. 심지어는 '부르주아가 키우는 짐승'이라며 고양이들을 죽이기도 했죠. 홍위병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릴 때까지 계속됐어요.
소년들 영웅 심리 자극한 히틀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는 '히틀러유겐트'라는 청소년 친위대를 만들었어요. 히틀러유겐트는 1926년 나치당이 독일 청소년들에게 나치당의 신조를 가르치고 훈련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는데요. 나치당은 이 조직을 이용해 다양한 정치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히틀러의 연설을 듣기 위해 히틀러유겐트 단원 수만 명이 전국에서 모여들기도 했어요.
어린 학생들이 히틀러와 나치즘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히틀러유겐트의 상징인 갈색 제복과 배지는 10대들의 소속 욕구와 영웅 심리를 자극했어요. 히틀러유겐트 단원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 능력을 뽐낼 기회이기도 했죠. 히틀러유겐트에선 강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수영, 달리기 등의 체력 훈련을 했답니다. 장애가 있거나 부모 한쪽이 유대인인 경우에는 가입할 수 없었대요.
히틀러유겐트는 군대와 거의 똑같은 편성으로 조직됐어요. 캠핑과 행진 등을 하며 단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심지어 기초적인 군사훈련도 받았습니다. 단원들은 한자리에 모여 나치의 연설을 들으며 히틀러에게 더욱 복종하게 됐죠. 히틀러유겐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 무렵엔 무려 청소년 800만명이 가입한 거대 조직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독일에는 나치와 히틀러에게 반대하는 의견이 생기기 어려웠겠죠.
빈민층 10대 노린 독재자 폴 포트
'킬링 필드(The Killing Fields)'라는 영화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대학살을 다룬 영화인데요. 당시 캄보디아에선 독재자 폴 포트가 이끄는 급진 공산주의 단체인 '크메르 루주'가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었어요. 크메르 루주는 자본주의와 관계된 모든 제도와 사람을 없애려고 했죠. 자본가는 물론 의사·교수·법조인·과학자 등 지식인을 수용소에 가뒀고,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하고 죽였어요. 1975년부터 4년 동안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200만명)이 희생됐다고 하니, 말 그대로 '대학살'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 잔혹한 일에 앞장섰던 이 중 많은 수가 10대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폴 포트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빈민층 소년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어요.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에 민감한 이들을 세뇌하고, 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권한까지 줬죠. 크메르 루주 지도부는 충성스러운 소년들에겐 충분한 보상을 해줬어요. 10대 청소년에게 수용소 한 곳의 관리를 맡기기도 했죠. 이를 통해 수용소에서는 더욱 잔인한 폭력이 이어졌다고 해요. 크메르 루주 정권은 1979년 종식됐지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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