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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들은 놀라운 고국 소식들[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해외서 들은 놀라운 고국 소식들[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여행이나 취재로 해외에 나갔다가 놀라운 고국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나라를 떠나 있는 그 짧은 시간’이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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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좀 다르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일본의 3대 유흥가 중 하나라는 삿포로 스스키노 지역의 ‘스낵바’에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낵바는 일본 직장인들이 퇴근 때 들러 가볍게 한잔하는 술집입니다. 대부분 회원제라 단골 아닌 관광객은 출입은 쉽지 않은데, 일본의 한 리조트그룹이 운영하는 관광호텔에서 지역 문화 체험 코스의 하나로 투숙객들에게 제휴한 스낵바를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날 스낵바의 일본인 손님들은 TV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필이면 그날 방송된 내용이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방송뉴스 자료화면에다 한껏 과장된 재연 배우들의 연기까지 보탠 프로그램을 보던 일본인 손님들은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팔짱을 끼고 TV를 보던 술집 주인이 기어코 물어왔습니다. “진짜로 저랬어요?”
‘비상계엄 선포’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포르투갈에서 들었습니다. 포르투갈 북부 도우로 강변의 작은 마을에서 호텔 관계자와 늦은 점심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새로 고침’을 연신 누르면서 믿기지 않는 단어가 쏟아지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단, 탱크, 대치, 두절, 체포, 폭락…. 억장이 무너졌고,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앞으로 입을 벌리고 있을 격랑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습니다. ‘백척간두에 선 고국을 바라보는’ 듯한 속수무책의 느낌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함께 식사 중이던 상대방은 고국의 변고에 참담해 하는 기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얼마나 측은하게 보였을까요.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들켜 버린 것 같은 낭패감은, 일본의 스낵바에서의 경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포르투갈의 고급 레스토랑에 ‘김치를 넣은 요리’와 ‘고추장 소스’가 있다는 얘기에 으쓱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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