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景苑---一路同遊

문학관과 추억의 돌[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一字師 2024. 12. 3.
반응형
전남 장성의 백양사역 바로 옆에 ‘비오리 갤러리문학관’이 있습니다. 부부가 사재를 털어 세운 장성 최초이자 유일한 문학관입니다. 남편 이인성(90) 씨는 시조를 쓰고, 아내 정춘자(83) 씨는 한국화를 그립니다. 문학관 마당에는 남도 출신 시인의 작품을 새긴 비석 20개를 세웠고, 전시실에는 노부부의 시화 작품과 문인화, 그리고 도자기, 문방사우 등 수집품을 전시해두었더군요.

인상적이었던 건 전시실의 ‘돌’이었습니다. 기품있는 수석도, 값비싼 보석도 아닙니다. 부부가 우리 국토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주워온 돌입니다. 요즘은 관광지에서 돌 하나라도 주워왔다가는 자연 훼손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지만, 이 씨 부부가 주워다 놓은 돌에서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하나같이 길가 어디에든 뒹굴 것 같은 작고 평범한 것이었으니까요.

부부는 돌마다 가져온 곳의 이름을 써서 붙여놓았더군요. 오대산 월정사에서 온 것도 있고, 부안 개암사의 돌도 있습니다. 거문도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도 있고, 춘향 묘역에서 가져온 것도 있습니다. 영국 사우샘프턴, 중국의 만리장성, 일본 후지산, 네덜란드 운하에서 가져온 것들도 있었습니다.

관람객의 기척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남편 이 씨가 전시실 안내를 자청했습니다. 작은 소읍의 이름없는 문학관 문을 열고 들어온 외지인이 반가워서 그랬을까요. 초면의 이 씨 목소리가 살짝 들떴습니다.

이 씨는 한약사입니다. 백양사역 앞 사거리에 처음 한약방을 연 게 1968년의 일. ‘사거리 한약방’이란 간판을 걸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째 약방을 지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몸이 불편합니다. 어린 시절에 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었다고 했습니다. 장애를 이기고 한약사가 된 그는 한약방을 해서 번 돈으로 문화사업을 해왔습니다. 지역 문인협회를 만들고 문학지를 창간해 문인들을 지원했으며 유학회를 설립해 효자, 효부를 발굴해 표창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생의 황혼 무렵. 그는 문학관을 열고 평생 써온 시와 함께 여행길에 모아두었던 돌을 꺼내놓았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작고 못생긴 한낱 돌일 따름이지만 부부에게 돌은, 소중하고 소박한 추억입니다. 하나하나 여행길에 주워서 소중하게 품고 돌아온 것들이니까요.

여행한다는 건, 훗날 꺼내어 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일. 이 씨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문학관과 추억의 돌[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문학관과 추억의 돌[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전남 장성의 백양사역 바로 옆에 ‘비오리 갤러리문학관’이 있습니다. 부부가 사재를 털어 세운 장성 최초이자 유일한 문학관입니다. 남편 이인성(90) 씨는 시조를 쓰고, 아내 정춘자(83) 씨는

www.munhwa.com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