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판사判辭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제 1 페이지: 임대옥林黛玉과 설보채薛寶釵
『홍루몽紅樓夢』 제 5회에서 가보옥賈寶玉은 꿈속에서 경환선자警環仙子의 안내로 태허환경太虛幻境 안에 있는 박명사薄命司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보옥은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을 보려고 펼쳤는데, 제 1 페이지의 임대옥과 설보채에서부터 마지막에 진가경秦可卿이 나오는 제 11 페이지까지 한 장씩 넘겨가며 자세하게 그림과 판사判辭를 살펴본다.
금릉십이채 정책正冊 첫 번째 페이지에 있는 그림에는 두 그루의 고목枯木(말라서 죽어버린 나무)에 옥대玉帶 하나가 걸려 있고, 또 나무 아래에 눈 더미에는 금잠金簪(금비녀) 하나가 꽂혀 있는데, 판사가 쓰여 있었다.
可嘆停機德가탄정기덕 (베틀을 멈추고 격려해준 그 부덕이 안타깝고)
堪怜咏絮才감령영서재 (버들개지를 노래한 재주가 가련하네)
玉帶林中挂옥대임중괘 (옥 허리띠는 숲 속에 걸려 있고)
金簪雪里埋금잠설리매 (금비녀는 눈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네)
이것은 임대옥林黛玉과 설보채薛寶釵의 판사와 그림이다. 두 그루의 고목은 바로 “임林”이고, 옥대는 즉 “대옥黛玉”인 것이다.
설雪(xuě)은 즉 “설薛”(Xuē), 금잠金簪은 바로 “보채寶釵”를 가리킨 것이다. 첫 구절 “可嘆停機德”가탄정기덕 (베틀을 멈추고 격려해준 그 부덕이 안타깝고)는 동한東漢 때의 악양자樂羊子가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아내가 짜고 있던 베를 가위로 잘라서,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지 말라고 권고한 고사로 보채의 “부덕婦德”을 찬미한 것이다. 눈 속에 묻혀 있는 금비녀는 보채가 홀로 일생을 보내게 될 처량한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두 번째 구절의 “堪怜咏絮才”감령영서재 (버들개지를 노래한 재주가 가련하네)는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난 진晋나라 사도온謝道韞이 백설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바람에 흩날리는 버들개지를 노래한 고사인데, 대옥의 뛰어난 “才”(재능)을 칭찬한 것이다. 마른 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옥대는 대옥의 불행한 운명을 예시한 것이다.
임대옥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6 살에 외갓집인 가부賈府에 왔는데, 나중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그 뒤로 쭉 가부에 몸을 의탁하여 생활한다. 가보옥賈寶玉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은 사랑하는 가보옥이 설보채와 결혼하는 바로 그날, 요절하고 만다.
설보채는 9 살에 가부의 영국부榮國府에 왔는데, 가보옥의 모친 왕부인王夫人과는 친자매인 그녀의 모친과 오빠 설반薛蟠도 함께 들어와 산다. 남편 가보옥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출가出家하자, 독수공방하며 산다.
보옥신유태허환경 - 홍루몽중인에서
금릉십이채 정책 제 2 페이지: 가원춘賈元春
정책 두 번째 페이지에는 활이 그려져 있고, 활에는 향연香櫞이 걸려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二十年來辨是非이십년래변시비 (이십년을 시비를 분별하며)
榴花開處照宮闈류화개쳐조궁위 (붉은 석류꽃이 궁중을 환히 비췄네)
三春爭及初春景삼춘쟁급초춘경 (삼춘이 어찌 초봄 빛과 따르고)
虎兎相逢大夢歸호토상봉대몽귀 (호랑이 토끼가 서로 만나니 큰 꿈이 스러졌구나)
판사는 궁중에 들어갈 원춘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데, 판사에서 초춘初春은 원춘元春이고, 삼춘三春은 둘째 영춘迎春, 셋째 탐춘探春, 넷째 석춘惜春을 가리킨다. 마지막 구절에 있는 “虎兎相逢”은 강희제康熙帝가 붕어한 임인년壬寅年과 옹정제雍正帝가 즉위한 계묘년癸卯年의 정권 교체를 말했다는 주장도 있다.
“궁弓”(gōng)의 해음諧音(한자에서 같거나 비슷한 음)은 “궁宮”(gōng)이고, "연櫞"(yuán)의 해음은 “원元”(yuán)이므로, 여기에서는 가원춘賈元春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 어려서 입궁한 원춘은 황비皇妃가 되었으나,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3 페이지: 가탐춘賈探春
정책 세 번째 페이지의 그림은 두 사람이 연을 날리고 있는 장면이 인데, 그 뒤 멀리 큰 바다에 커다란 범선 한 척이 떠 있고, 배 안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는데, 탐춘의 운명을 암시하는 판사는 이러했다.
才自精明志自高재자졍명지자고 (재주 있어 총명하고 포부도 높지만)
生于末世運偏消생우말세운편소 (하필 말세에 태어나 운수가 없구나)
淸明涕送江邊望청명체송강변망 (청명절에 눈물로 강변을 떠나니)
千里東風一夢遙천리동풍일몽요 (천리 먼 길 동풍에 꿈은 아득하구나)
이 예언시는 가탐춘賈探春을 암시한 것인데, 그녀는 비록 서출이기는 하나, 똑똑한 재간과 높은 포부를 가지고 있고, 일처리를 세심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천리 먼 길 떨어진 해안 변방으로 시집을 가게 되어, 청명절淸明節에 집안 식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배를 타고 떠나간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4 폐이지: 사상운史湘雲
정책 네 번째 페이지의 그림에는 흘러가는 구름 몇 가닥이 떠있고, 흐르는 물 한 굽이가 그려져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富貴又何爲?부귀우하위? (부귀가 또 무슨 소용이 있나?)
襁褓之間父母違강보지간부모위 (강보에 싸였을 때 부모를 여의었네)
展眼弔斜暉정안조사휘 (눈 깜짝할 사이에 석양으로 기울어)
湘江水逝楚雲飛상강수서초운비 (상수를 따라 초의 구름이 흩날리누나)
“비운飛雲”과 “서수逝水”라는 단어에서, 상운湘雲을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운은 비록 출신은 부귀하나, 강보에 싸였을 때 곧바로 부모를 다 잃고 친척집에서 쓸쓸하게 자란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남편과도 사별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맞이하는 초췌한 신세를 암시하고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5 페이지: 묘옥妙玉
정책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진흙 속에 아름다운 옥 한 개가 떨어져 있는 그림에 판사가 쓰여 있는데, 묘옥의 비참한 결말을 예언한 것이다.
欲潔何曾潔욕결하증결 (깨끗한 몸을 지니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云空未必空운공미필고 (색즉시공을 말하려 했으나 그리도 되지 못했네)
可憐金玉質가련금옥질 (금옥 같은 품격이 가련한데)
終陷淖泥中종함탁니중 (마침내 진흙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네)
이것은 공교롭게도 고결한 성격을 가진 묘옥과 부합되는데, 그녀는 불문에 들어가 세상과 떨어져 생활했지만, 결국은 오히려 치욕을 당하고 죽고 마는 결말에 이른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6 페이지: 가영춘賈迎春
정책 여섯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에는 흉악한 이리 한 마리가 미녀를 쫓아 돌진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판사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自系中山狼자계중산량 (너는 중산 땅에 있는 이리 같은 사람)
得志便猖狂득지변창광 (뜻을 이루자 곧바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네)
金閨花柳質금규화류질 (귀한 집 규수로 꽃과 버들 같은 사람이)
一載赴黃粱일재부황량 (일 년 만에 황량으로 가고 말았네)
이 그림과 판사는 바로 영춘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배은망덕한 “중산랑中山狼”의 고사를 빌어 영춘의 남편 손소조孫紹祖를 말해주는데, 통째로 먹히는 미녀는 곧 영춘迎春을 말한 것이다. 서출庶出인 영춘은 영국부榮國府 사태군史太君의 맏아들 가사賈赦가 아버지이다. 영춘을 남편에게 온갖 핍박을 당하다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죽고 만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7 페이지: 가석춘賈惜春
정책 일곱 번째 페이지에는 오래된 사당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서 한 아름다운 여자가 불경을 읽고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勘破三春景不長감파삼춘경부장 (삼춘의 영광이 오래 갈 수 없음을 알고)
緇衣頓改昔年粧치의돈개석연장 (검은 승복을 입고 화장을 지웠네)
可憐綉戶侯門女가련수로후분여 (가련하게도 규방에서 고이 자란 규수인데)
獨臥靑燈古佛旁독와청등고불방 (부처님 곁 검은 등불 아래 외로이 누웠네)
불경을 읽는 이 미녀는 바로 녕국부寧國府 가경賈敬의 딸 석춘惜春인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집안에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란다. “삼춘三春”--- 즉 원춘元春, 영춘迎春, 탐춘探春 --- 언니들의 불행한 결말을 보고 나자, 결국 출가出家하여 불문佛門에 들어간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8 페이지: 왕희봉王熙鳳
정책 여덟 번째 페이지는 얼음으로 뒤덮인 산 위에 봉황새 한 마리가 있는 그림인데, 판사가 쓰여 있다.
凡鳥偏從末世來범조편종말세래 (봉황이 어찌하여 말세에 왔는가)
都知哀慕此生才도이애모차생재 (모두 그 재간을 사랑하고 사모했네)
一從二令三人木일종이령삼인목 (잘 모시고 명령하더니 결국은 죽음을 당했네)
哭向金陵事更哀곡향금릉사경애 (울면서 금릉으로 떠나가니 더욱 슬프구나)
“범조凡鳥”는 바로 번체繁體 글자 “봉鳳”을 말하는데, 이것은 명백하게 왕희봉王熙鳳을 가리킨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재치와 유머가 뛰어나고 대장부 같은 기질을 지닌 그녀를 가모賈母는 “봉랄자鳳辣子”(매운 고추)라고도 불렀다.
일처리에도 능해서 가부賈府의 영국부榮國府 집안 살림을 관장하고, 권모술수로 가서賈瑞와 우이저尤二姐를 죽게 만드는 등 여러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그녀는 가부가 수색당할 때, 이자놀이를 한 것이 발각되어 가산을 차압당하게 만든 장본인인데, 최후에는 병이 더 위중해져 비참하게 죽어 금릉金陵에 묻히러 떠나가는 슬픈 결말을 맺는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9 페이지: 왕희봉의 딸 교저巧姐
정책 아홉 번째 페이지에는 황량한 촌집에서 한 미녀가 베를 짜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판사判辭는 이러했다.
勢敗休云貴세패휴운귀 (가세가 기우니 귀하다고 말하지 마라)
家亡莫論親가망막론친 (집안이 망하면 친척도 논하지 말 것이다)
偶因濟劉氏우인제유씨 (우연히 유씨 할멈의 도움이 있었으니)
巧得遇恩人교득우은인 (때마침 은인을 만났다네)
이 그림과 판사가 가리키는 인물은 가련賈璉과 왕희봉의 딸 가교저賈巧姐이다. 교저라는 그녀의 이름은 왕희봉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유劉할멈이 지어주었는데, 그녀 이름의 “교巧” 글자는 “화를 복으로 바꿔준다”라는 뜻이 있다.
가부가 몰락한 뒤, 가운賈芸, 가환賈環 등이 몰래 그녀를 팔아버리려고 했을 때, 유劉할멈의 도움으로 구출된다. 나중에는 유할멈의 중매로 결혼도 한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10 페이지: 이환李紈
정책 열 번째 페이지에는 잘 자란 난초 화분 옆에 봉황 장식의 모자를 쓰고 노을 무늬가 있는 덧옷 예복을 입은 미인이 그려져 있고, 판사가 쓰여 있었다.
桃李春風結子完도리춘풍결자완 (복사꽃 오얏꽃이 춘풍으로 열매를 맺었으니)
到頭誰似一盆蘭?도두수사일분란? (이제는 난초 화분만한 사람이 있겠는가?)
如氷水好空相妒여빙수호공상투 (얼음물 같은 절개에 쓸데없는 시샘이 있어)
枉與他人作笑談왕여타인작소담 (공연히 사람들의 시샘을 받았구나)
이것은 이환李紈의 운명을 예언한 그림과 판사인데, 그녀의 남편 가주賈珠가 아들 가란賈蘭을 남기고 일찍 죽어 청춘에 과부가 되어서, 그래서 “桃李春風結子完”도리춘풍결자완 (복사꽃 오얏꽃이 춘풍으로 열매를 맺었으니)라고 말한 것이다.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교육에 희망을 걸고 생활해 온 이환이 마침내 과거에 급제한 아들의 출세로 인해, 봉호를 받는다고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 그녀의 결말은 나오지 않으나 “枉與他人作笑談”왕여타인작소담 (공연히 사람들의 시샘을 받았구나)의 구절로 짐작컨대, 귀한 신분을 오래 누리지 못하는 것을 예시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11 페이지: 진가경秦可卿
정책의 마지막 열한 번째 페이지에는 높은 누각에 한 미녀가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情天情海幻情身정천정해환정 (하늘과 바다에 가득한 정의 화신이여)
情旣相逢必主淫정기상봉필주음 (정과 정이 상봉했으니 필히 방종할 것이네)
漫言不肖皆榮出만언불초개영출 (불초한 사람은 모두 영국부에서 나왔다는 말은 터무니없고)
造畔開端實在寧조반개단실재녕 (발단은 사실은 녕국부에서 시작되었다네)
이 판사는 녕국부의 며느리 진가경이 시아버지 가진賈珍과의 간통 때문에, 대들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결말을 암시한 것이다. 제 7회에서 하인 초대焦大의 욕을 통해서 시아버지 가진이 며느리와 불륜관계인 것을 알 수 있고, 또 하녀의 목격 등으로 진가경이 죄책감에 자살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 판사에 대해, 가부賈府의 쇠패衰敗의 근원은 실제로 녕국부寧國府에서 시작되었다는 의견 제시는 여기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홍루몽이야기 :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부책副冊: 향릉香菱의 판사判辭 해독解讀
『홍루몽紅樓夢』 제 5회에서 가보옥賈寶玉은 꿈속에서 경환선자警環仙子의 안내로 태허환경太虛幻境 안에 있는 박명사薄命司에 들어간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부책副冊을 펼쳐 보다가, 향릉香菱의 명운命運이 적혀 있는 예언시와 판사判辭를 보게 된다.
부책에서 보옥은 고작 한 페이지만 보았는데, 거기에는 계화桂花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고, 아래쪽에는 물이 마른 연못에 시들은 연뿌리가 그려져 있고, 판사가 쓰여 있었다.
根幷荷花一莖香근병하화일경향 (연뿌리와 연꽃 한 줄기로 향기로우나)
平生遭際實堪傷평생조제실감상 (그 평생은 실제로 상처를 참고 이겨낸 것이네)
自從兩地生孤木자종양지생고목 (두 흙더미에서 외로운 나무로 자랐는데)
致使香魂返故鄕치사향혼반고향 (아름다운 혼백은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향릉 - 홍루몽중인紅樓夢中人에서
“근병하화根幷荷花”는 바로 향릉香菱을 가리키고, 그녀의 애달픈 운명을 예시한 것이
다. 그림 속의 계화桂花와 시구에 나오는 “두 흙더미(圭)에 나무 한 그루(木)”는 계(桂)자의 뜻인데, 이는 설반薛蟠의 정실부인 하금계夏金桂를 가리킨 것이다.
향릉은 본명이 진영련甄英蓮이고, 진사은甄사은의 딸인데, 어렸을 때 원소절原宵節에 하인이 업고 구경을 나왔다가, 잠시 소홀한 틈에 유괴를 당한다. 나중에 팔리는 과정에서 설반이 중간에서 가로채서 시녀로 사서 데려와, 이름도 향릉으로 바꿨다.
영리하고 심성이 착한 향릉은 설반의 누이동생 보채寶釵와도 잘 지내고, 임대옥임대옥에게 시도 열심히 배운다. 설반과 하금계夏金桂가 결혼한 뒤로 향릉은 내내 곧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생활하는데, 하금계는 향릉을 독살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죽고만다. 향릉은 설반의 부인이 되지만, 아기를 낳다가 난산으로 죽는다.
홍루몽이야기 :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우부책又副冊: 청문晴雯과 습인襲人의 판사判辭 해독解讀
『홍루몽紅樓夢』 제 5회에서 가보옥賈寶玉은 꿈속에서 경환선자警環仙子의 안내로 태허환경太虛幻境 안에 있는 박명사薄命司에 들어갔다가,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우부책又副冊을 펼쳐 보게 되는데, 작품에서 비교적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12명의 시녀의 운명이 적혀 있었다.
소설은 제 5회에다 가보옥賈寶玉의 두 시녀 습인襲人과 청문晴雯의 판사判辭를 묘사해 놓았다. 이것은 작가가 세심하게 마음을 써서 설계한 하나의 실마리인데, 후세 사람들은 원저原著의 결말을 예시하는 중요한 근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태허환경의 경환선자-홍루몽도해본
보옥은 우부책又副冊의 두 페이지를 젖혀보았는데, 첫 페이지 안에는 수묵화로 종이 전체가 엷은 먹물로 먹장구름과 짙은 안개가 깔려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판사도 쓰여 있었다.
霽月難逢제월난봉 (날이 개어 밝은 달이 뜰 때가 드물고)
彩雲易散채운이산 (고운 구름은 쉽게 흩어지고 마네)
心比天高심비천고 (마음은 하늘보다 높지만)
身爲下賤신위하천 (몸은 비천한 처지에 있네)
風流靈巧招人怨풍류영교초인원 (풍류 있고 영리하여 사람들에게 원한을 사서)
壽夭多因誹謗生수요다인비방생 (남의 비방 때문에 요절하고 말았으니)
多情公子空牽念다정공자공뢰념 (다정한 도련님은 헛된 생각만 했구나)
이것은 보옥의 시녀 청문晴雯을 말한 것인데, 비가 온 뒤에 날씨가 막 개여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깔의 꽃구름이 나타난 것을 “청晴”, “문雯” 두 글자로 함축해서 지은 것이다.
청문은 원래 뢰대賴大댁이 사들여서 가모賈母에게 바친 시녀인데, 여주인공 임대옥林黛玉의 분신으로 생각되는 인물이다. 청문은 신분은 비천하나 생김새도 예쁘고 언변도 좋으며, 그리고 바느질 솜씨도 좋은 시녀인데, 가모는 나중에 그녀를 보옥의 거쳐로 보내 시중을 들게 한다.
그녀는 다른 시녀들보다 미모가 뛰어나고 재주도 있고, 풍류도 있어서 남들에게 시기와 미움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또 반항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주인의 비위를 무조건 맞추지는 않았다. 이런 반역叛逆적인 성격은 왕부인에게 밉보였는데, 대관원大觀院 수색사건 뒤에 사소한 트집을 잡혀서, 결국은 영국부榮國府에서 쫓겨나 병이 악화되어 요절하고 만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선화鮮花(싱싱한 꽃 한 다발)과 파석破席(낡은 자리)가 있는 침상이 그려져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枉自溫柔和順왕자온유화순 (온유하고 얌전하나 쓸데없어)
空云似桂如蘭공운사계여란 (향기로운 난초 계화라는 말은 헛말이었네)
堪羨优伶有福감선우령유복 (마지막에는 배우가 그 복을 갖게 되니)
誰知公子無緣수지공자무연 (도련님과는 인연이 없을 줄 누가 알았으랴)
이것은 보옥의 큰 시녀 습인襲人을 말한 것이다. 습인의 본래 이름은 진주珍珠이고, 성姓이 화花인데, 그래서 선화鮮花와 파석破席의 석席(xí)이 습襲(xí)와 발음이 같아서, 그녀의 이름에 “습襲”을 넣은 것이다. 가보옥은 “花氣襲人”화기습인 (꽃의 향기가 사람에 스며드네)라는 시구에서 착안하여 이름을 습인이라고 지어주었다. 습인의 성격은 온유하고 얌전하며 다정다감해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매우 좋았다.
제 6회에서 그녀는 보옥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게 되어, 가장 가깝고 친밀한 사이가 된다. 평소에 온갖 힘을 다해서 보옥을 살뜰하게 보살피고, 또 잘못을 부드럽게 타이르며 학문에 힘쓰라는 등 권고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설보채薛寶釵의 분신으로 생각되게 한다.
모든 일에 세심해서 왕부인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아 신분 상승하여 보옥의 첩이 될 꿈을 꾸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보옥과는 인연이 없었다. 보옥이 출가出家한 뒤, 우부책의 예언대로 배우 장옥함蔣玉菡에게 시집을 간다.
홍루몽이야기 : 명운命運의 실마리(1): 『홍루몽紅樓夢』의 신화神話 유래
『홍루몽紅樓夢』은 시작하면서 석두石頭 한 개의 신화神話를 얘기한다. 이 신화는 작가가 공연히 조작한 것이 아니고, 그것의 2 개의 여와女娲 신화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와가 사람을 만든 전설
반고盤古가 천지개벽을 한 뒤, 세상이 너무나 적막하다고 느낀 여와는 자신과 똑같은 생물生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연못에서 파낸 진흙에다 물을 섞어서 자기 그림자의 모습을 보고 빚었는데, 다 빚고 나서 땅바닥에다 놓았더니, 뜻밖에 생물이 되었다.
여와는 기뻐하며 계속해서 더 많이 만들었는데, 그녀는 이 작은 것들을 “인人”(사람)이라고 불렀다. 여아가 그 일을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계속했는데도, 세상은 그래도 너무나 넓었기 때문에, 대지에 분포하게 된 사람은 여전히 너무나 적었다.
그리하여 여와는 닥치는 대로 부근에 있는 넝쿨을 잘라 진흙을 묻혀서 땅바닥을 향해 흩뿌렸더니, 그것들은 점차로 하나씩 작은 사람이 되었다. 얼마 후에 대지에는 사방 어디를 가도 사람이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진흙으로 만든 많은 사람은 부자가 되었고, 넝쿨로 만든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 되었다.
여와가 하늘을 메운 전설
인류가 번성하여 뻗어 나가기 시작한 뒤, 돌연 수신水神 공공共工과 화신火神 축융祝融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들이 천상으로부터 지상까지 내려오며 싸우자, 사방이 소란스럽고 평안하지 못했다.
결과는 축융이 승리했는데, 패배한 공공은 굴복하지 않고 화를 내며 부주산不周山에 부딪쳤다. 부주산이 무너지자 천지天地를 지탱하고 있던 큰 기둥이 부러지는 바람에 하늘은 반쪽이 내려앉아 큰 구멍이 생겨나고, 땅에도 크나큰 균열이 생겨 움푹 들어가고, 산림에는 크게 불이 나고, 홍수가 분출하여, 숨어 있던 맹수들도 뛰쳐나와 사람들을 잡아 삼켜서, 인류는 치명적인 재난에 처하고 말았다.
여와가 하늘을 메우다-홍루몽도해본
그리하여 여와는 하늘을 메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각종 각양의 오색 돌을 골라서 불에 녹여서 풀을 만들고, 이 돌을 녹여서 만든 풀로 구멍이 난 하늘을 메웠다. 그 다음에 또 큰 거북이의 네 발을 잘라서, 4 개의 기둥으로 삼아서 부러져서 반쪽 난 하늘을 받쳐서 지탱하게 했다. 바로 이렇게 해서 함몰된 하늘을 메웠는데, 인류는 이때부터 또 다시 안락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 두 가지의 여와에 관한 신화전설 중에서, 인류를 창조한 것은 여인이고, 연석보천煉石補天(태고시대에 여와씨가 하늘이 뚫린 것을 보고, 오색의 돌을 불려서 하늘을 메웠다는 전설)한 것도 여인인데, 부주산에 부딪쳐 넘어뜨리게 해서 큰 화禍를 만든 것은 남자였다. 이것도 아마 작가 조설근曹雪芹의 여아女兒 숭배사상의 문화적인 근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홍루몽』의 파생된 여와 신화의 의미
여와가 돌을 제련하여 하늘을 메울 때, 대황산大荒山 무계애無稽崖에서 높이가 12 장丈(길이의 단위로, ‘1 척尺’의 10 배인 3,33m), 폭이 24 장이나 되는 막돌 36,501 개를 불에 달구었다. 그리고 여와는 36,500 개만 사용하고, 남은 1 개는 그 산의 청경봉靑埂峰 아래에 내버렸다.
이 내버려진 석두石頭(돌덩어리)는 여와가 애초에 이 돌들을 불에 단련해서 만든 것이었는데, 그래서 이미 영성靈性이 생겨져 있고, 생명生命을 지니고 있었다. 그 돌은 다른 석두들은 모두 하늘을 메우는데 사용되었는데, 오직 자기 혼자만 선택되지 않아서 한탄하고 원망하며 부끄럽게 여기며 밤낮으로 슬피 통곡했다.
그런데 인연이 닿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우연히 두 선인仙人 석두 옆에서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를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선인들은 그 석두를 투명하고 깨끗한 미옥美玉으로 변하게 해서, 그것에게 인간세계를 한 번 겪어보게 할 생각이었다.
석두는 여와가 제련하고, 여와가 생명도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 옥을 입에 물고 영국부榮國府에 태어난 가보옥賈寶玉은 여성을 대단히 존중한 것이다.
홍루몽이야기 : 천자백태天姿百態의 형상을 지닌 가부賈府 이외의 사람들: 보옥寶玉과 우정을 나눈 유상련柳湘蓮과 장옥함蔣玉菡
가보옥賈寶玉은 여자아이를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水作的骨肉”(골육이 물로 만들어지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는 약간 “女孩氣質”(여자아이 기질)을 지닌 남자를 좋아했는데, 예를 들면 유상련柳湘蓮, 장옥함蔣玉菡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비록 남자지만, 보옥이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남자의 탁한 기운을 적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상련柳湘蓮
유상련은 본래 세가자제世家子弟(세가는 여러 대에 걸쳐 국가의 요직에 있거나, 특권을 누리는 집안)였지만, 부모를 일찍 잃었다. 그는 공부로는 이룬 것이 없으나, 성격은 오히려 대단히 호쾌하고 시원시원했다. 무예를 닦는 것을 좋아하는 유상련은 도박하고 술을 마시고, 피리를 불고 쟁箏(거문고 비슷한 13 현의 악기)를 연주하는 등 못하는 게 없었는데, 보옥과 마음이 가장 잘 맞았다.
생김새가 대단히 준수한 유상련은 천희串戱(전문배우가 아닌 사람이 전문극단에 참가하여 극을 공연함을 일컬음)를 가장 좋아하여,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공연하는 연극에서 생단生旦(중국 전통극의 배역에서, ‘생生’은 남자주인공, ‘단旦’은 여자역을 말함) 역할을 잘 했는데,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모두 그가 직업적인 배우일 것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한 번은 설반薛蟠이 유상련의 용모에 이끌려서 그를 희롱했는데, 상련은 속임수로 설반을 꾀어낸 다음에 반쯤 죽을 정도로 두들겨 패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 유상련은 화를 피해서 멀리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우삼저尤三姐가 유상련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을 들은 가련賈璉은 출장을 떠나 길을 가던 중에 우연히 유상련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곧바로 우삼저를 위해 중매를 서서 혼약을 결정한다. 그때 유상련은 가련에게 원앙검鴛鴦劍을 주면서, 결혼을 약속하는 증표로 우삼저에게 주라고 했다.
“湘蓮道:‘你旣不知他娶,如何又知是絶色?’”
(상련은 ‘자네는 가련 형님이 첩실을 들인 일도 모르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녀가 절색인 것은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寶玉道:‘他是珍大嫂子的繼母帶來的兩位小姨.我在那里和他門混了一个月,怎麽不知?眞眞一對尤物,他又姓尤.’”
(보옥은 ‘그 사람은 가진 형님의 형수님의 친정 계모가 데리고 온 두 처제인데, 내가 그곳에서 (장례식을 하는 동안) 한 달이나 지낸 적이 있었는데, 어찌하여 모를 수가 있나? 정말로 대단히 인물이 뛰어난 자매라네. 그녀의 성씨도 우씨라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중에 보옥을 만나 우삼저에 관해서 알아보려했는데, 보옥의 말을 들은 유상련은 우삼저가 깨끗하지 못한 여자라고 오인하여 파혼하려고 했다 되찾으려고 하자,
“湘蓮聽了,跌足道:‘這事不好,斷乎做不得了.你們東府里除了那兩个石頭獅子干淨,只怕連猫兒狗兒都不干淨.我不做這剩忘八.’寶玉聽說,紅了臉.”
(말을 듣고 난 상련은 발을 구르며 말했다. ‘이 일은 안 되겠네. 절대로 해서는 안 되겠네. 자네네 동쪽 큰댁은 대문 앞에 있는 돌사자 두 마리만 빼고는 깨끗한 게 없는데, 아마도 고양이나 강아지조차도 깨끗하지 못할 것이네. 나는 그런 수치스런 일은 안 할 것이네’ 보옥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벌개졌다)
그리하여 유상련이 우삼저에게 준 증표를 되찾으러 왔을 때, 우삼저는 원앙검을 돌려주면서, 유상련 앞에서 자봉雌鋒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이에 깊이 감동한 유상련은 후회가 되어 한 바탕 대성통곡을 하고 나서, 원앙검의 웅봉雄鋒을 꺼내서, 단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 밀고서, 절름발이 도사를 따라 출가出家한다.
장옥함蔣玉菡
장옥함은 충순친왕부忠順親王府 안에서 소단小旦(중국 전통극에서 처녀 역할)로 분장하여 연기하는 연극배우로, 예명藝名은 기관琪官인데, 자태가 곱상하고 온유하게 생겼다.
한 번은 풍자영馮紫英네 집에 초대를 받은 보옥寶玉은 그 연회에서 장옥함을 알게 되었는데, 장옥함과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한 보옥은 장옥함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부채 손잡이에 달린 옥을 떼어서, 습인襲人이 만들어 준 한건汗巾(땀수건)과 함께 만남의 예물로 주었다. 장옥함도 북정왕北靜王이 하사한 천향국茜香國 여국왕女國王이 공물로 바친 빨간색의 땀수건을 보옥에게 주었다.
옛날에 허리에 차던 땀수건-홍루몽도해본
나중에 충순친왕부의 장사관長史官이 갑자기 사람을 찾으러 가부에 왔는데, 자기네 왕부의 있는 기관琪官이 보옥과 사이가 두텁다고 하면서, 물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가정賈政은 노여움을 참지 못했고, 더구마 금천아金釧兒가 우물에 투신해 죽은 일도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보옥에게 한바탕 곤장을 때렸다.
가부賈府가 몰락한 뒤, 가보옥은 속세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문佛門에 들어갔다. 그렇게 되자 화습인花襲人은 정식으로 보옥의 소실이라는 명분을 얻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공교롭게도 예전에 보옥이 땀수건을 교환했던 장옥함이었다.
옛날의 전형적인 혼례청 모습-홍루몽도해본
“到了第二天開箱,這姑爺看見一條猩紅汗巾,方知是寶玉的丫頭.原來當初只知是賈母的侍兒,益想不到是襲人”
(이튿날 (새색시가 가져온 의장을 열어 본 고야姑爺(처가에서 사위를 부르는 말)는 새빨간 땀수건 하나가 있는 것을 보고서야, 보옥의 시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그는 신부가 가모의 시녀라고만 알고 있었지, (보옥의 시녀)였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且時蔣玉菡念着寶玉待他的舊情,倒覺滿心惶愧,更加周施,又故意將寶玉所換那條松花綠的汗巾拿出來.襲人看了,方知這姓蔣的原來就是蔣玉菡,始信姻緣前定.”
(이때 장옥함은 보옥이 자기에게 대해 준 옛 우정을 생각하며, 오히려 황공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서, 더욱 극진하게 대해주며, 또 보옥과 바꾼 황록색 땀수건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습인은 그제야 장씨가 원래 다름 아닌 (습인의 친정집에서 혼담이 오간 사람이 장옥함이었음) 바로 장옥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인연이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도 믿게 되었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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