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권 리뷰 5)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일상을 보내다 책을 펼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나는 그 세계를 내려다 보는 느낌. 너무 과장된 것일까?
이러한 느낌은 장편을 읽을 때 더 드러나는 것 같다. 그도 그러할 것이 책 속에서 그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생겨나는 정 때문이리라.
계속 그 인물들을 만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쌓인 감정들이 특별한 세계로 이끄는가 보다. 그 특별한 느낌이 짙어짐에 따라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홍루몽은 고전이라서 그런지 좀 더딘 편이였다.
5권째 읽고 보니 가씨 집안의 분위기에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이고, 그들의 유머나 생활에 조금은 뒤따라 갈 수 있음이 즐거웠다. 전 권 리뷰에서 말했지만 문화적 차이와 정서적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거기서 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5권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조금은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향릉이가 대옥에게 시를 배운답시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이런 느낌이 도드라 졌는데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베시시 웃고 말았다.
그 시대의 유머와 지금의 유머를 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들을 이해해 보려는 느낌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씨 집안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것도 어쩌면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위치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지만 특별히 악하거나 내숭쟁이들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눈치는 살피지만 어느 정도는 진솔하기에 특별한 거리낌이 가는 인물은 없다.
설보채와 대옥만 보더라도 대옥의 소심한 성격이 설보채를 오해하고 있었고 보옥과의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 했는데 설보채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사이가 좋아져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옥은 의아해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이용해 묻고 대옥은 또 그 말을 냉큼 알아 먹고 대답하는 모습이 멋지게 보이기도 했다.
나 또한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워낙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기에 나와 비슷한 취향의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저런 인용구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상상을 해보지만 계면쩍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 홍루몽의 주인공들은 가능하다.
읽어야 할 책들이 대부분 같고 그 책들 가운데서 얻어지는 지혜가 충분하기에 그런 현상이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면은 멋졌다.
특히나 4권에서부터 반했던 모습은 시회를 통한 문학적인 나눔이였는데 5권에서도 역시 그런 시회의 모습이 나와서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회의 배경이 되는 모습은 자칫 사치스러워 보이더라도 잠시 건너뛰고 시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역시 독특한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에 시회를 열기 전에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보옥,가옥,보채 등 그들 또래의 친척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시회를 열고 즐기는 모습에서 일상에서 시를 즐기는 모습에 또 한번 놀라게 된 것이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 없이 어떻게 여가를 보낼까 싶겠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어울리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씨 집안의 이야기 중에서 펼쳐지는 것들이 비단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열려지는 시회나 에피소드만이 아님에도 이들을 중심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워낙 집이 크고 사람도 많다보니 벌어지는 일들이 다양한데 그러한 얘기를 나열하는 것보다 앞으로의 흐름에 주역이 될 인물들의 이야기만 꺼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젊음을 보았을지도 모르겠고 그들의 여유가 부러워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지금까지는 그들을 따라 활기차게 움직이며 깔깔거리는 게 좋다.
이야기도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는 큰 사건은 없고 일상생활을 소소하게 펼쳐지고 있다. 역시 대단한 가문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뭔가를 바라고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았고 간간히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5권에서 그래도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은 하나는 바로 왕희봉의 남편 가련의 바람 피다가 희봉에게 제대로 걸린 사건일 것이다. 가련은 희봉의 생일날 유부녀와 만나 엉뚱하게 평아를 본처로 삼고 싶다는 망언을 하고 희봉은 괜시리 평아를 때리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날 축하는 못해줄 망정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자신을 내치고 자신의 시녀를 본처로 삼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아무리 여장부라 해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한바탕 소란을 겪고 나서 대부인의 중재로 부부는 화해모드로 돌아서지만 애굿은 사람만 다친 꼴이 되어버렸다. 또 하나의 사건은 가사가 자신의 어머니 대부인의 시녀인 원앙을 첩으로 원하지만 원앙은 거절하고 대부인도 자신의 아들 가사를 꾸짖으면서 일단락되었다. 가씨집안의 중심이 남자가 아닌 여자여서 그러는지 남자들이 하나같이 집안에 대한 생각은 없고 향락에 빠져 방탕한 생활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가씨집안의 일이 참 걱정되기도 한다. 보옥이만이라도 어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5권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바로 시서가 아닌가 싶다. 조선시대 양반네들도 모이면 서로 시 짓기를 하며 유흥을 즐기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노는 문화가 풍부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모여서 먹고 놀면서 시를 짓는 것이 그 시대의 노는 문화였나 보다. 그들이 지은 시를 보면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조금씩 표현되어있어서 더 느낌이 좋았다.
귀족 집안의 이야기인 홍루몽에는 종종 평민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가씨 집안에 일거리를 얻거나 구걸(?)을 하기 위해 비굴한 모습으로 방문하는 모양새다. 4편 말미에 등장했던 유씨 성을 가진 노파 또한 그런 유형이다. 왕부인의 먼 친척인 그는 돈 푼이나 얻어 볼 요량으로 대부인의 비위를 맞춰가며 자신을 한껏 낮추고 기꺼이 귀족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준다. 어찌 보면 봉건사회에서 가진 것 없는 소작농이 취할 수 있는 생존법이라고나 할까.
전편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가씨 집안의 남자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걸이라 부를 수 있는 왕희봉의 남편 ‘가련’은 간통을 하다가 아내에게 들킨다. 똥 묻은 놈이 화낸다더니 가련은 자기 아내와 시녀 평아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그러면서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한다. 왕희봉의 생일날 일어난 난리는 결국 부부가 서로 화해하고, 시녀 평아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간통의 상대자였던 포이의 아내는 자결을 하고 만다.
곧이어 색골 ‘가사’는 대부인의 심복 시녀인 원앙에게 혹해서 첩으로 삼으려 한다. 형부인과 왕희봉은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남자의 권위를 세워주고 말썽을 없애려고 원앙을 설득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원앙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대부인을 끝까지 모시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결국 이 일은 대부인이 가사를 꾸짖고, 없었던 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설반’이 있다. 여색에 빠져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그는 유상련에게 몰매를 맞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심한 남자들이 아닐 수 없다. 가보옥의 염세주의도 이런 가정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5권 후반에는 설보금 등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시사회가 더욱 화려해진다. 겨울 눈 내린 정원에서 펼쳐지는 시 대결은 한시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유노파가 보옥들과 어울리며 연극과 시를 즐기고 난 후 희봉의 딸에게 교가아란 이름을 지어주는 페이지의 주석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어떤 장면이냐 하면, 의원이 대부인을 찾아와 할멈들이 의원을 안으로 들이며 장막을 내리려 하자,
"내 이 늙은 게 그 속엘 들어간다고 해서 이제 그 아도물인가 한걸 만들어 내겠느냐?" 라고 대부인이 말을 했고 그 아래 주석에는 진나라 사람 왕이보는 속된 것을 싫어하는 고아한 성격이었으나 그와 반대로 그의 아내는 재물과 권력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돈을 싫어하는 왕이보를 시험해 보기 위해 돈을 그의 침대 둘레에 가득 쌓아두게 했고 잠에서 깬 왕이보는 돈에 막혀 나가지 못하자 여종에게 이 아도물을 모두 치우도록해라, 했다하여 돈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부분이었다. 홍루몽은 홍루몽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로움의 연속이지만, 가끔씩 아래에 주석이 달린 부분을 읽노라면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중국문학이 생소한 본인에게 생경한 단어들의 행진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다면 이미 이 책에 푹 빠졌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5권에서도 홍루몽은 대체적으로 사소한 일들을 다루고 있고 처음에는 대체 무슨 내용인가 했던 부분들도 일정 적응기를 지나치자 이 모든게 일상처럼 느껴진다. 캐릭터들이 가지는 재기발랄한 성격들 모두가 홍루몽 안에서 조화롭게 짙은 향기를 피워내 그 향기에 흠뻑 취해가는지도 모르겠다.
홍루몽 하면 빠지지 않는 시들 역시 각기 캐릭터의 운명이나 성격을 여지없이 드러내주었고, 뒷내용이 어찌될까 궁금했던 여지껏 보아온 소설들에 비해 홍루몽은 각 캐릭터들의 삶, 그 전체를 보았어도 다음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요상하지 않은가. 시구로 이미 그 사람의 삶을 엿보았음에도 더욱 궁금해지는 심리가.
특권계층인 이들의 삶을 궁금해하는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살아보지 않은 삶, 기구한 처지에 놓인 향릉과 옥을 물고 태어난 보옥과 대옥의 사랑, 거기에 얽힌 보채와 희봉..그밖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감정을 폭넓게 보여주는 홍루몽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번 홍루몽 5권에서는 왕희봉의 남편 가련이 바람을 피었다가 희봉에게 제대로 걸려서 혼쭐이 나는 장면과 가사가 원앙을 첩으로 들이려다가 원앙 자신과 대부인의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랫듯이 칠칠맞은 언행을 일삼는 설반이 유상련에게 호되게 당하는 장면 또한 코믹하기 그지없었다.
글쎄..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욕심이 많아져서 그런가? 등장인물도, 그들의 이야기도 거기서 거기 같은 느낌이 계속되어서 갈수록 흥미가 약간 떨어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후반부의 새로운 인물들, 예를 들면 설보금, 형수연 등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펼쳐질 이야기나 그들의 활약상이 기대가 된다.
어떻게 보면 지루해질 수 있는 장편소설에 있어서 그 이야기의 흐름를 역전시킬 수 있는 쇼킹한 사건이나 반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
매권이 그렇지만 5권도 참 재밌다. 조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미소가 끊이지 않게끔 책을 읽어나가게 해주는 에피소드도 있고,,,
인간사 한치앞도 모른다 했던가..대부인을 비롯해서 여러 마님 또 아가씨들이 모두 돈을 추렴해서 가씨일가의 살림을 하느라 항상 바쁜 희봉의 생일을 축하해주고자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기분이 마냥 좋은 희봉은 술에 거나하게 취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처소로 들어섰다 세상 무너질듯한 끔찍할 일을 당하고 만다. 남편이 다른집 여자와 바람이 났는데 그것도 모자라 희봉이 얼른 안죽느니...얼른 죽어야 다른 여자를 들어앉히느니...하는 소리를 떠든다. 가슴이 얼마나 무너질까. 하지만 가련을 호되게 야단치는 대부의 체면을 보아 조금은 너그럽게 용서해주어 일단락된다. 그리구 대부인을 수발하는 원앙은 가사의 첩실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청을 일언지하에 물리친다. 이 모습에서 아무리 신분이 낮은 여인이지만 지조는 지킬줄 아는 여인의 모습을 봐서 기뻤다.
뒷부분에서는 젊은이(보옥을 비롯한 대옥, 보채, 보금, 상운 등등)들의 생기발랄한 모습들이 나온다. 시를 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가로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이 상큼하다. 곳곳에는 저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챙기고 섬겨주는 이들도 돌아볼 줄 아는 모습들이 나와서 기분 좋고 말이다.
표지그림이 아주 매력적이다. 200여년전의 모습이려니... 이번 권에서는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온다. 이환의 친척되는 이기, 이문과 보채의 친척되는 설보금이 그인데, 이들이 대관원에 살게 되면서 보옥을 합쳐 총 13명의 젊은이들이 나온다고 되어있다. 특히 보금은, 지금껏 대옥이 주름잡던 시사에서 좋은 시를 보여주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이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라면, 역시 가련이 오입질을 하려다가 들킨 것이랑 보채와 대옥의 사이가 돈독해진 것, 그리고 향릉이 시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겠다.
가련의 오입질 미수사건이야, 뭐 희봉의 성격이 워낙 괄괄하니 한바탕 수라장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보채와 대옥의 사이가 가까워진 것은 지금껏 보옥을 사이에 두고 보여주던 두 사람간의 미묘한 대립관계의 종식을 의미하는 거라 앞으로 이 세 사람이 어떻게 될 지 기대가 되는 바다.
마지막으로 향릉의 시 수업은, 귀엽고 풋풋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이 났다. 비록 처음에 지은 몇 수는 누구 말마따나 졸렬해서 읽는 독자인 나로서도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 뒤로 점점 나아지는 기세를 보이고, 마지막 시는 칭찬을 들으니, 향릉도 곧 해당시사의 일원으로 좋은 시를 쓰겠구나 싶어서 왠지 기뻤다.
다른 집 아가씨들처럼 곱게만 자라온 것도 아니고 어렸을 적부터 유괴를 당해 지금은 남의 첩실로 있는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젊을 적에 다 겪어본 향릉이지만 그 마음씀씀이가 왠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착하고 얌전해서 다른 집 아가씨들, 예를 들어 탐춘, 영춘네들 보다는 더 눈길이 가는 등장인물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렇게나마 즐거운 때를 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것만으로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자, 이제 6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옛날 중국에서는 왜 홍루몽이 그렇게 인기 있었을까? 아마... 지금 우리들이 재벌이나 연예인 얘기가 궁금한 것처럼 대갓집 아가씨들 사는 이야기를 궁금해해서 그런 게 아닐까?
거기에 시, 여러 가지 사랑, 특이한 캐릭터(난 보옥이 캐릭터가 제일특이하다. 현대에도 드문 캐릭터)들까지! 등장인물이 지은 시를 보면 성격이 나온다.
밤새도록 스륵스륵 주룩주룩 비오는 소리
앙상한 대나무 성글게 가려진 창가에 비만 주르륵
아아, 이 처량한 가을 비 언제나 개일 거냐?
내 흘리는 눈물과 함께 가을 창 휘장이 적셔지도다
이 청승맞은 시는 대옥이의 것. 대옥이 눈에는 꽃이 지는 것도 슬프고, 비가 오는 것도 슬프고, 모든 게 슬프다. 마음이 너무 약해서 보듬어 주고 싶달까...
달님은 어이하여 때때로 이지러지는가
이 구절은 향릉이의 것인데 꼭 어린 시절 부잣집에서 살다 납치돼서 첩살이하게 된 기구한 팔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집구석은 어찌나 사단이 많이 일어나는지. 희봉의 생일날 가련(희봉이 남편분)이 바람을 피우다가 딱 걸렸네, 글쎄! 애꿎은 평아만 희봉이한테 맞고, 가련에게 맞고 신분이 낮으면 이런 웃지못할 경우도 겪는구나. 평아가 무슨 죄가 있다고...
가련이나 가사나 똑같다. 가사는 원앙이를 첩으로 삼으려고 했다가 호되게 혼이 났다. 에긍!! 이 인물들과 보옥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어쩌면 보옥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가련이나 가사가 호색한 역을 맡은 건지도 모르겠다.
보옥의 캐릭터는 애꿎게 맞은 평아가 설명해준다.
평아는 평소 가련의 애첩이요 또 희봉의 심복이었으므로 다른 시녀들과 같이 보옥과 지낼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왠지 거리감을 느껴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지금 평아의 눈에 안겨드는 보옥의 행동은 여간 은근하고 친절하지가 않았다.
'과연 듣던 바 소문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어쩌면 이토록 자상하고 세심할 수가 있을까?'
이쯤 되면 여자에게 살뜰하고 다정하고 세심한 보옥이 자신을 낮춰가면서 여자를 우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궁금해진다. 오죽하면 하인이 보옥을 다음 생에는 여자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비느냔 말이다.
언제 이 미스테리가 밝혀질지~
다음 권에는 밝혀지려나? ^^
이번권에서는 이런저런 시를 짓고 잔치를 열던 그 동안의 평온하던 날들과 다르게 크고작은 사건들이 들쭉날쭉 들고 일어났다.
유노파가 재차 놀러와 대관원을 구경하며 입심으로 사람들을 웃기는가 하면, 희봉의 남편(희봉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가련의 이름이 잘 기억안남 ㅎ)이 바람을 피다 걸려서 희봉의 생일날에 큰 사단이 일어났고, 원앙은 가사의 첩이 될뻔 하다 말았으며, 설반은 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농을걸다 얻어맞고서 다시 마음이 들떠 바람을 쫒아가고 보채와 대옥은 드디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여 자매같은 사이가 되었고, 가씨집안의 친척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가뜩이나 사람많고 큰집이 더 규모가 커졌다. 설반이 떠난 참에 향릉마저 보채와 지내게되면서 시에 빠져 시작에 참가하게 되는데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권의 백미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다 같이 대관원에 모여 즉경시를 짓고 수수께끼를 지은 부분일 것이다. 그동안 서상운은 보옥 대옥 보채에 비해 캐릭터가 약한 편이었는데 이번에 즉경시를 짓는 것을 보며 그동안 그 재능을 어떻게 그리 참았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앞으로 서상운의 재능이 더 꽃 피어져 그 향기를 담뿍 맡을수 있기를! 전편에 이어 유노파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5편은 왠지 씁쓸함이 배어있었다. 어리석음과 한심함이 주된 이야기였다. 역시 섞어 감은 내부로 부터인듯....
유노파는 왕부인의 먼 친척벌 장모로, 살기가 궁핍하여 큰 대감집에 기웃거려 떨어질 콩고물에 관심이 많은 할머니였다. (내기억이 맞을 듯) 그 유노파가 처음과는 달리, 왕부인을 만나 모처럼 회포를 푸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역시 잘난 사람들의 잘난 잔치였고, 유노파는 계속 자신을 낮추고 관세음보살을 외쳤다. 어린 왕희봉은 연세가 많은 유노파를 가난하고 자신의 밑이라 여겨 골려주는 모습이 영~ 씁쓸했다. 베풀 때 온 마음을 다해 정성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무슨 노리개를 갖고 놀듯... 한심했다. 또한 대관원 농취암에 있는 묘옥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대옥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겨울철 매화에 앉은 물을 청자 꽃항아리에 담은 물이라... 정말 진짜로 만났다면, 콧방귀나 뀌어줄 인간됨됨이라 생각했다.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이 쩝~ 이런 사람이 금릉십이정책이라니... 습인보다 못하다.
더 가관인것은 희봉의 남편 가련이다. 자기 부인의 생일날. 다른 남자의 부인인 포이 아내와 만나,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자기 아내를 몹쓸 것으로 만들다니... 하여간. 앞날이 보이는 듯했다. 또한 형부인의 남편 가사는 대부인의 종인 원앙을 첩으로 만들려 하고, 그것을 도우려는 형부인과 왕희봉.... 그동안 보았던 어떤 모습보다도 한심하였다. 집안의 기둥을 잡아야할 남자들이 여색에나 빠져있고, 제대로 벼슬을 하지도 못하는 집안...그것을 걱정하는 이 없는 집안.
오히려 이집 종으로 있던 뇌대가 성공을 거두고, 뇌대부인이 진정으로 충고하지만, 누구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듯 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실망 아니 몹쓸 캐릭터 설반.
이제 여색에 미치다 못해, 별것에 다 미쳐, 결국 유상련에게 몰매를 맞고 개꼴, 돼지꼴을 당하고도 제대로 정신차리지 못한 모습을 보며, 이 잘나가는 집안에는 교육과 질서가 없나 싶었다.
초창기 대옥을 데리고, 가씨 집안에 왔던 가우촌이 사기를 치는 모습에, 이 집안은 모두들 벌떼처럼 개미떼처럼 달려들어 빼먹을 셈만 하는 대상이구나 싶었다. 나름 초창기 가우촌은 그다지 나쁜 이미지는 아니였다.
5권도 4권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즐거움은 시사가 가져다주었다. 마치 시사가 대옥과 보채의 대결로 흐르기는 하였지만, 5권째를 읽으면서 한시를 꾸준히 접하다보니, 나름 맛을 조금씩 느끼는듯 하였다. 향릉이 그토록 대옥에게 그리고, 보채에게 시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듯 싶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대옥은 성격대로 감성적인 시를 쓰는듯 하여 대옥의 시가 보채의 시보다 더욱 맘에 들었다.
시들의 향연이 그나마 눈쌀을 찌푸리게 한 가씨와 설씨 집안의 남자들의 행태를 포근히 덮어주는 느낌이었다.
5권도 4권처럼 별다른 진전없이 진행된다. 그저 등장 인물들의 에피소드 나열정도인... 흥미진진한 사건과 암투, 반전을 기대하는 나로서는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다. (음... 성격이 모나서 그럴까? ^^)
하지만 영국부, 녕국부 두 대가족의 잔잔한 일상 가운데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바람 즉 외도를 목격하게 된다. 아무리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지만 이를 근절할 수는 없는 노릇인가?
희봉의 생일날, 가련이 여자를 끌어들이다 희봉에게 발각된다. 거참,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련은 장도를 빼들지 않나, 자초지종을 알게된 어머니에게 대들지 않나 쌩난리를 친다. 이후 정부가 목매달아 죽고 이 사건은 흐지부지하게 끝난다. 아놔... 혼자 죽긴 왜 죽어? 죽으려면 잘못을 저지른 가련이 죽어야지.
베짱 있고 한 성격하는 희봉으로서도 가련에게 대들지 못하고 상처로만 자리잡게 된다.
더욱 가관인 것은 희봉의 시아버님이 시녀 원앙을 첩으로 맞으려 한단다. 원앙의 단호한 대답, 대부인의 반대로 인해 무마되지만... 알 수 없는 건 희봉의 도움이다. 윗사람의 예의라서 그럴까? 같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어찌... 그 당시 여성들의 삶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참 기구한 팔자로다. 여인네의 삶.
제 47회에서 설반은 유상련에게 몰매를 맞는다. 가만 있을 것이지 매를 번다. 벌어... 마치 진탕 속을 뒹굴고 난 돼지새끼꼴이 되어 누워 있다. 반성할 기미도 없고 오히려 집으로 돌아와 유상련에게 욕을 하며 뒷일을 도모하려한다.
'저런 망할...' 남자들의 사치와 방탕으로 점점 몰락의 기운이 뻗쳐 나가는데... 같은 남자로써 읽으면 읽을수록 한심함에 말이 안 나온다. '어이 남자들, 정신 좀 차리지.' 어디까지 나가나 한번 보자. 다음 회를 보시라인가...
대부인은 희봉의 생일잔치를 해주기 위해 제안을 내놓는다. 그것은 다름아닌 가난한 집에서 하는 추렴을 걷는식의 흉내를 내어 음식상을 장만하자는 것인데 보옥의 어머니도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설부인과 형부인 그리고 자매들까지 그외의 아는이들에게 연락을 취해 다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추렴을 걷기 시작한다. 이 모습에 난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서로 눈치를 보며 친분이 있는 사람은 거침없이 찬성의 의미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치작전이다. 혹은 이번기회에 아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넉넉한 사람은 호응을 해준다.
이때에 대부인이 먼저 나서서
"난 스무냥을 내겠어."
"저도 스무 냥을 내겠어요."
이러자 너도나도 줄을 이어 내기 시작한다. 희봉은 뒤질세라 대부인을 위한 달콤한 멘트를 날리며 서로 다른사람의 몫을 대신해서 내야하는 상황에서 공평함을 들고 나서는 희봉이 대부인을 더 흥겹게 만든다. 추렴한 금액이 자그만치 일백 오십냥~ 그 돈으로 생일잔치를 3일동안 한다고 해도 여유가 있을만큼 넉넉한 추렴액을 두고 다들 들떠있다. 우리네의 생일에는 케이크에 나이에 따른 초를 꽂아두고 가족과 함께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경우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연극 극단을 불러들인 구경에 술잔치에 남녀 장님들의 만담까지~의리의리한 행사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들의 의상을 떠올려봐라..
시구를 지으며 읊는 모습들을 상상만해도 몸이 가벼워진다..살랑살랑 녹아날것 같은 그런느낌말이다. 잔칫날 아침..보옥으로 인해 죽은 금천아의 생일에 보옥은 소복을 입고 제를 지내고 그러는 중에 보이지 않던 보옥을 대부인이 꾸짖는다.
어떠한 흐름이 없다 보니 살짝 지루할 수 있었던 5편에서의 중심은 희봉의 넉살스러움과 센쑤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에 남편의 외도로 희봉은 일반 아낙네와 다름없이 앙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련 역시 적반하장으로 날뛰는 모습이 건달같은데...왜 여자들은 바람을 피우면 남자를 잡아야지 여자를 먼저 잡는지 이곳에서도 여지없는 궁금증을 보여주고 있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사람사는 모양새는 같다는 걸 보여주듯이 말이다.
이들은 특별한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시를 보내고 그 시를 보고 칭찬하고 그 느낌에 대해서 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시를 하나 배우면서도 그 느낌을 행마다 설명을 하고 외우듯이 대하는 시에 비하면 부럽기도 하다. 이것이 그들만의 의 유흥이라 해도 혹은 사치라해도 그 사치 그 유흥 나도 해보고 싶다.^^ 기껏해야 우리네 남정네들은 노래방 도우미를 모시고 ~노는것이 전부일텐데 그 순간을 위해서 그 시간을 허비하는거에 비하면 뭐.. 귀족닷컴 아니겠는가~ 6편을 기대하시라~
어느새 5권이다. 표지속의 여인들은 어느새 겨울 외투를 걸치고 있다. 모습들을 보니 곧 그녀들의 겨울이야기가 펼쳐짐이 짐작된다.
유노파는 술에 취해 대관원에서 길을 헤매다 보옥의 방에 들른다. 황금과 진주. 자기 벽돌로 되어있는 등 방의 화려함에 놀랜다. 길을 헤매다가 잠시 잠든다. 결혼도 하지 않은 어린 보옥의 방이 이토록 화려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랐다.
희봉의 생일이 다가와 대부인은 서민들처럼 각자 조금씩 내어서 생일잔치를 해주자고 제안하여 모두들 성의껏 내어 생일잔치를 치른다. 흥겨운 생일잔치 속에 희봉의 남편 가련은 희봉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딱 걸린다. 시녀들은 망을 보고 다른 여자를 집에 데리고 와서 바람을 피는 모습을 보니 겉으로만 당찬 희봉의 앞으로 삶이 대충 짐작이 된다.
한편 시사회에 희봉을 감독관으로 모시게 되고 석춘은 대관원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대옥은 날씨가 차지가 몸이 더 안 좋아지게 되어 보옥은 크게 걱정을 하여 빗가 오는 밤중에도 위문을 하는등 대옥에게는 특별히 더 따뜻한 모습을 보인다. 희봉의 아버지 가련은 대부인의 시녀 원앙을 첩으로 두고 싶어 욕심을 내나. 원앙은 절대 마다하고 대부인도 크게 진노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중국 또한 가문들은 따로 첩들을 거느리는 것을 흠으로 삼지 않았던 거 같다. 여인네 중심의 내용이라 그런지 책속의 남자들은 사실 제대로 된 남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5권에서 보채의 오라비 설반이 상련에게 죽도록 얻어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괜시리 내가 더 쾌재를 부르게 되었다. 설반은 그 사건 후 장삿길에 떠나지만....주인공 보옥은 어려서 그렇지만 다른 남자들은 다 돈만 믿는 제멋대로인 사람들 같아 보인다. 늘 집안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인. 왕부인. 희봉등 여자들이다.
보옥과 대옥은 아직도 서로의 맘을 약간씩 알아가는 중이다. 5권에서는 보채의 사촌인 보금도 새로이 등장하여 대부인은 보옥의 상대로 점찍어두나 보금은 이미 약혼자가 있다.
겨울에도 그녀들은 즐기기를 좋아한다. 눈을 보면서 모임을 갖기도 하고 사슴고기도 구워먹는등 항상 뭔가 새로운 일들이 있을 때마다 온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잔치를 벌인다.
요즘 우리나라는 명절 때가 되어도 손님들 또한 많지 않아 명절인지 그냥 휴일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모이는 일이 적다. 책속의 온 가족이 모여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부럽다.
홍루몽을 5권 정도 읽고 나니, 초반부를 제외하면, 큰 사건은 없었던 듯 하다. 일상생활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는 책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시대 , 그 장소에서의 귀족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 하기도 하다.
아직은 큰 애정관계에 문제가 있지도 않고, 조금씩 조금씩 복선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5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희봉이다. 희봉은 인물도 뛰어나고,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나서 큰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보면서도 많이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고, 계속 돈을 불려나가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작은 사건에서 부터 큰 사건까지, 모든 사건의 배경엔 꼭 희봉이 들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번 5권에서 남편이 바람을 펴서, 희봉의 마음을 많이 다치게 되고, 또한 원앙의 결혼문제와 대관원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일, 대부인에게 농을 걸고, 농담을 할 수 있는 대범함을 가지는 건 희봉만이 할 수 있는 장기인 듯하다.
4권에 이어 5권에서도 대관원에서 젊은이들의 유흥은 계속된다. 맛있는 걸 먹으며, 시사를 짓는 평화롭고 호화로운 삶이 계속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보채의 동생도 새롭게 등장해서 실력을 뽐내게 되었다.
그리고, 5권까지 읽으며 느낀 건, 대옥, 희봉, 형부인 등의 귀족들보다도 시녀들 중에서 더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건 보채나 왕부인 정도이지만, 시녀들 중에는 돈의 노예가 되지않고,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편에서 원앙의 그런 모습에 놀랐고, 평아나 습인도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다.
또한, 책에서 농담이라고 하는 대부분은 읽다보면, 심한 인신 공격들도 많았다. 마지막에 다들 웃었다 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분명 싸움중에 한 이야기 일꺼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직설적인 표현이 많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모두들 재미있다고 웃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 시절엔 좀 더 포용력이 넓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5권까지 많은 이야기가 전개된 건 아닌 걸로 봐서 앞으로 남아있는 책에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을 듯 하다.
5권의 첫 페이지를 유노파가 장식한다. 유노파는 시골에서 자작한 농산물을 가지고 가씨 집안을 방문한다. 물론 자신의 품앗이를 주며 몇 푼 얻어보려는 속셈이지만 바깥세상에 목말라하는 대부인들에게 유노파는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자임하게 된다.
자의 반 타의 반 가씨 집안의 훈훈한 정을 느끼는 동시에 엄청난 부를 바라보는 유노파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모르지만 진정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술에 취해 비몽사몽 들어간 이홍원 보옥의 거처였다. 마치 왕궁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마주한 유노파의 행운이 끝까지 이어 질런지….
하지만 유노파는 대부인과 희봉의 풍성한 선물을 한아름 안고 귀향을 하게 된다. 역시 씀씀이가 큰 가씨 집안이라 남의 이목에 단단히 신경을 쓰시는 모양이다~
희봉의 변고
가씨 입안엔 언제나 크고 작은 행사가 끊이질 않는다. 실질적인 큰 며느리 역할을 하는 희봉의 생일에 식구들은 서로간에 돈을 모아 희봉의 생일을 축하하기로 하는데 생일 날 얼큰하게 술에 취한 희봉은 남편이 불륜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울분을 터뜨리는데, 평아를 구타하고 대부인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만다.
대부인의 중계로 희봉은 간신히 남편의 잘못을 받아내지만 역시 자신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고 평아에게 용서를 구한다.
뭇매맞는 설반
설반은 실질적인 주인공은 아니지만 가끔 식 등장하여 패륜적인 일을 저지르는 남자의 신상을 자임한다. 역시 술을 거나하게 마신 설반, 호남아 유상련에게 실컷 두들겨 맞고 창피함을 이기지 못해 고향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보채는 오빠의 잘못된 버릇을 알고 떠나는 것을 허락한다. 설반의 애첩 향릉은 대옥에게 시를 배우기를 청하고 시를 배우게 되는데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5권 역시 가씨 집안과 대관원에서 일어나는 보옥을 중심으로 한 여러 자매들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보채가 은근히 보옥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이 풍겨지며 대옥은 언제 그렇듯 외롭고 고독한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럽기만 하다. 마음씨 좋은 보옥은 대옥의 가련한 마음을 아는지 자꾸만 신경을 쓰게 되고 이들의 사랑은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난한 가씨 집안 6권을 기대 한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는 획기적인 사건은 없으나 잔잔한 가운데 세부적인 이야기들이 그려져있다. 보옥과 대옥 그리고 보채 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희봉의 생일 날, 남편 가련은 희봉에게 바람핀 것을 들키게 되고 한 성격하는 그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과거나 현재나 바람피는 사람들의 묘사라니 너무 재미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여기에 쓰이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히려 희봉에게 역정을 내는 가련, 그를 두고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이 딱인 상황에 웃음이 절로 난다.
드라마에도 간혹 나오는 첩에 대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가련의 아버지 또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탐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당대 여성들의 마음이 어떠하였을지 대강 짐작이 된다. 시녀 원앙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에 기가 차지만 원앙은 첩의 자리를 거절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대부인이 심하게 노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대옥과 보옥의 깊이 있는 일변도는 보이지 않지만 보채의 오빠와 여동생의 등장은 또 다른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해보게 한다. 읽을수록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바로 고전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등장인물들이 많아질수록 인물들의 이름을 상기시키기에 바쁘긴 하지만 참 흥미롭다.
여전히 호화롭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가씨네 집.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사치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까지도 놀라게 만든다. 먹는 음식부터 의복, 장신구, 골동품까지 어느 하나 최고가 아닌 것이 없다. 그리고 집안에 대관원이라는 큰 공원이 있는데 그곳을 묘사한 글을 보면 그곳의 사치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돈을 펑펑 쓰는 그들을 보면서 가문의 몰락기에 이들이 그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
5권은 4권과 비슷하게 보옥과 보채, 대옥 등이 시회를 열어 노는 모습과 희봉의 생일잔치, 가족들이 노는 모습이 주로 나왔다. 특히 희봉의 생일잔치 때에 남편인 가련이 희봉에게 바람 피는 것을 들키고 한 성격하는 희봉이 그들을 쥐 잡듯이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도리어 바람을 핀 가련이 희봉을 죽인다고 칼을 들고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시대 여성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사건이 해결되고 잠시 조용하더니 가련의 아버지 가진이 또 사고를 친다. 역시 부전자전인가... 그 사고 역시 여자와 관련된 일인데 반반하고 젊은 애들을 좋아하는 가진은 어머니 대부인의 시녀 원앙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내를 시켜 원앙을 첩으로 들이도록 하게 했다. 하지만 원앙은 거절을 하고 가진은 그 말을 듣고는 원앙을 가만히 안둔다고 난리다. 그 소식을 들은 대부인은 가진을 심하게 나무라면서 사건이 종료된다. 물론 원앙 대신 다른 어린 여자아이를 첩으로 들이고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으로 보채의 오빠 설반이 된통 혼쭐이 나는 장면이 나온다. 철없고 생각이 짧은 설반은 자신이 친구로 사귀고 싶어 했던 유상련에게 버릇없이 들이대다가 참지 못한 유상련에게 혼쭐이 난다. 그 뒤 그 사건 때문에 창피한 설반은 장사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잠시 집을 떠나 있는다.
이렇게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달이 일어나면서도 중간 중간 가족들이 모여 노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보채의 여동생 보금의 등장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줄거리가 이어져 나갈 것 같다. 보금을 예쁘게 본 대부인이 보금과 보옥을 짝 지워 주려고 하지만 보금이 이미 약혼자가 있는 것을 알고는 실망을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보옥의 혼사 이야기가 슬슬 나올 것 같은데 서로 좋아하는 보옥과 대옥이 어떻게 될지... 다음 회를 보시라.
일상에 바쁠 때는 다른 것은 생각이 안나기 마련이다. 삶에 여유도 별로 없고, 그 날 그날 시간이 흐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어린이는 어린대로, 젊은이는 젊은대로.. 다들 제각기 삶에 바쁘게만 돌아가는 요즘 모습에, 이따금 (아주 잠시 잠시) 몽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홍루몽은 제목 자체가 꿈이라 그런지.. 정말 "꿈만같은" 이야기들 투성이다...
5권은 4권과 비슷하게 약간 지리하게 흘러간다. 큰 사건도 없고, 그렇다고 인물간의 갈등이 큰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자면 약간의 에피소드들만 있는 그런 (TV 연속극이었다면, 지루한 전개 어쩌고.. 하는 기사가 나왔을 법도 하다.) 내용들이다. 희봉의 생일 맞이와 희봉남편의 외도, 대옥과 보채의 이야기, 혼이 나는 설반의 이야기, 사슴고기 구워먹는 이야기와 보채의 동생 등장.. 정도?
물론 홍루몽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시서"는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긴 모였다 하면 유흥이요, 유흥하면 시짓기를 하는게 영국부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이고 보면, 요즘의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 마냥 놀기만 하면 시를 짓는게, 시란 것이 그네들의 유희요, 학문이요, 여가활동인듯 싶다. (집안 내부에 전용 극단까지 있는데 이들의 향락은 더할 게 없다.) 다만, 이들은 삶에 대한 치열함이 없기 때문에, 모든게 유희로 이어지고,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감각이 있는 희봉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이는 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속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아름답기 그지없고, 지었다 하면 멋진 싯구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조금씩 모자란 부분이 있는데, 소설속이지만 역시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인가. 항상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희봉은 남편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다. 아름답고 똑똑한 대옥은 여린 체력과 냉소적인 마인드를 지녔고, 어느 것 하나 모자랄 것 없는 보옥은 허무주의가 슬슬 물들고 있으며, 보채는 현명하고, 아름답지만, 후일 남편이 될 보옥이 떠나가 버릴 운명이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고, 성쇠가 존재한다는 이 책 전반의 분위기만큼이나 각 인물들의 특징 역시 양면을 교묘히 조합하고 있다.
5권 마지막 부분에 보채의 동생이 등장한다. 아름답고, 또 세상을 많이 둘러봐 똑똑하기도 하고.. 맘에 든 대부인이 보옥의 짝으로 맺어주고자 하지만, 이미 다른 집안에 약혼이 된 상태.. 이제 보옥의 결혼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본격적인 3人의 갈등이 시작되는가? 이야기는 중반부로 흘러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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