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임꺽정 화적편 13

一字師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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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석골 꺽정이는 스물나흗날  저녁때부터 밤중까지 서림이 오기를 헛기다리다
가 오지 않는 데  홧증이 나서 “요런 사람이 있나. 내가  떠먹듯이 일렀는데 오
늘 아니 오니 무얼 믿구 내 말을 어기나. 나중에 어디 보자.” 서림이가 오기 곧 
하면 무슨  거조를 낼 것같이 별렀다.  꺽정이를 뫼시고 앉았던 여러  두령 중의 
박유복이가 서림이 두둔보다도 꺽정이  위로로 “내일 아침 떠나시기 전엔 오겠
지요.”하고 말 한마디  하였더니 “내일 아침에 꼭 올 것은  네가 다짐할 테냐?
” 꺽정이가 큰  눈을 흰자투성이로 뜨고 불호령조로  말을 하는 것이 애매하게 
화풀이를 받을 것 같아서  “남의 일을 제가 다짐이야 어떻게 합니까?”하고 박
유복이는 뒤를 뺐다. 다른 두령들은 물계를 보고  잠자코 있는데 눈치 없는 곽오
주가 비꼬아 하는  말로 “서종사가 안 오면 봉산원은 다  잡았구먼요.”하고 말
하여 꺽정이는  화가 복받쳐서 “되지  못한 소리 지껄이지 마라!”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무얼 잘못했소. 왜 내게다가 화를 내시우.” “말대답 마라!” “
형님이 서종사 말을......” “듣기 싫다.” “형님이  아무리 야단을 쳐두 내가 하
구 싶은 말은 다 해야겠소.  서종사 말을 형님이 너무 믿으시는 게 탈입니다. 나
는 서종사가 오늘 오지  않을 줄을 미리 다 알았소.” 쇠  멱미레 같은 곽오주가 
말을 불쑥불쑥 하는 데 꺽정이는 화가 꼭뒤까지 올라서 “아가릴 찢어놓기 전에 
가만히 닥치구 있거라!”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닌밤중에 큰 야단이 나는 줄 알
고 밖에서 술렁거리기까지  하였으나, 박유복이는 곽오주가 말대답을  더 못하게 
윽박지르고 이봉학이는 꺽정이가 화를  가라앉히도록 애를 써서 더 야단은 나지 
않고 말았다.
  이튿날 식전에 꺽정이가 박유복이와 곽오주와 한온이는 오가와 같이 청석골이 
남아 있게 하고, 황천왕동이는 봉산 가서 이흠례의  발정 일자를 분명히 알고 마
산리로 오라고 따로 떠나보내고,  이봉학이, 배돌석이, 길막봉이, 김산이 네 두령
을 데리고 마산리로 떠나  가는데, 남아 있는 두령 넷 중의  오가만은 도회청 앞
에서 작별하고 들어가고  그외 세 두령은 다 서산 등갱이  위에까지 따라나왔다. 
박유복이가 꺽정이에게 하직 절을  하고 나서 “서종사가 오늘이구 내일이구 오
거든 곧 마산리루 보낼까요?”하고 물으니 꺽정이는 증을  내며 “보낼 것 없다. 
고만둬라.”하고 말하였다. 졸개  하나가 등갱이 위로 쫓아올라오는 것을 한온이
가 어느  결에 보고 “저게 누구까?”하고  말하여 여럿이 작별인사들을 하다가 
말고 내려다보고 섰는 중에  동산 파수꾼의 패두가 헐레벌떡거리며 올라와서 허
리를 굽실굽실하고 “대장께  아룁니다. 지금 송두부중 김천만이  집 심부름꾼이 
들어왔솝는데 서울서 온  급한 편지를 가져왔다구 하옵니다.”하고  한손에 들고 
온 편지봉을 두 손으로 바치었다. 꺽정이가  이봉학이더러 받아서 뜯어보라고 하
여 이봉학이가 편지를  들고 “남대문 밖 김치선이의  편지구먼요.”하고 뜯어서 
보다가 깜짝  놀라며 “형님, 큰일났습니다.”하고 꺽정이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야?” “서종사가 엊그제 좌포청에 잡혔답니다.”  서림이 잡혔단 소식에 꺽
정이와 여러 두령이 다같이 놀랐다. “어떻게 하다가  잡혔어?” 꺽정이 묻는 말
에 이봉학이는 다시 편지를  들여다보며 “수표교 천변에 하는 최가에게 상목을 
취대하려구 하다가  최가 밀고에 잡혔다구  하구, 치선이 자기두  지금 피신해서 
숨어 있는 중인데  일이 급하면 이리 오는 수밖에 없다구  했습니다.”하고 대답
하였다. “수표교 천변에 사는  최가가 누구까?” “글쎄요.” “남소문 안 최가
가 그 동안 수표교루 이사를 갔나?” 한온이가 앞으로 나서서 “집에 있던 최서
방이면 설마 밀고를 했을까요?”하고 말하며 고개를 한편으로 기울이다가 또 가
로 흔들었다. 전날 서사  최가에게는 의심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꺽정이가 여
러 두령들을 둘러보며 “여기 서서 이야기할  게 아니라 도루들 들어가자.”하고 
말하니 “마산리  길은 파의하실랍니까?”하고 김산이가 물었다.  “파의를 하든
지 않든지 들어가서 이야기하자.”하고 꺽정이가 여러  두령들을 데리고 도로 집
으로 내려왔다. 꺽정이가 여러 두령과 같이 사랑에  들어와 앉은 뒤 김천만이 집 
심부름꾼을 불러들여서  “서울 편지를 누가 가지구  왔든가?”하고 물어보았다. 
“서울서 전인이 왔다갔습니다.”  “서울 전인이 언제 왔다 언제  갔어?” “어
젯밤에 와서 자구 오늘 새벽에 갔습니다.” “편지   답장두 해야겠구 온 사람에
게 물어볼 말두 있는데 왜 여기까지 데리구  오지 않구 그대루 보냈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두 저이 주인이 편지 답장을 맡으러 저하구 같이 가라구 말하니까 
그 사람 말이 답장 맡으러 다른 데까지 갈 것두 없구 또 서울 볼일이 있어서 곧 
가야 한다구 합디다. 그래서  그 사람은 서울루 바루 가구 저만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이 혹시 무슨 다른 말이 없든가?” “다른 말씀은 별루 듣지 못했습니
다.” 꺽정이가 그 심부름꾼에게는 더 캐어물을  말이 없어서 신불출이더러 데리
고 나가서 행하를 주어서 보내라고 이르고 옆에 앉은 이봉학이를 돌아보고 “천
왕동이나 있었더면 얼른 가서 자세한 소식을 알아오라겠는데 지금은 하는 수 없
으니 졸개라두 하나 보내볼까.”하고 의논하였다. “최서방은 의심스럽구 김선달
은 숨어 있다는데 졸개를 보내면 어디루 보냅니까?”  “그것두 그래. 포청 속내
를 알아보는데 우리 중에 온이만한  사람이 없으니 온이가 한번 갔다오는 게 좋
으까.” “한두령이 가면  좋다뿐입니까. 알아보는 건 고사하구 웬만하면 주선해
서 빼내올  수두 있겠지요.” 꺽정이가  윗간에 있는 한온이를  바라보고 “여게 
폐일언하고 자네가 한번  서울을 갔다오게.”하고 말을 일렀다. “저더러 가라시
면 내일이나 가지  오늘은 못 가겠습니다.” “오늘은 무슨 못  갈 일이 있나?” 
“오늘이 저의  선조부 기일입니다.” “기일이라니  제삿날이란 말이지. 제사를 
고만두구 가두 좋지만 하루쯤 늦어서 큰 낭패  없을 테니 내일 가게.” 꺽정이가 
한온이에게 말을 다한 다음에  다시 이봉학이를 돌아보며 “온이가 내일 떠나서 
모레 저녁이나 글피  아침에 서울을 들어가구 서울  가서 포청일을 알아보는 데 
이삼 일 걸리구, 그러구  우리게 기별을 할 테니 그 동안에  우리는 가서 이흠례
를 요정내구 오세.”하고 말하니 이봉학이는 가도 좋고  안 가도 좋단 의사인 듯 
“형님 생각대루 하시지요.”하고 대답한 뒤 박유복이는  안 가기를 바라서 “김
선달에게서 또 기별이 오더라두 형님이 안 기시면 어떡합니까. 이
흠례는 이  다음 다른 기회에  처치하시지요.” 말하고 김산이는  가기를 조여서 
“이춘동이에게두 가신다구 말씀하셨구  또 황두령더러두 그리 오라구 말씀하셨
으니까 이왕이면 갔다오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고 말하였다. 꺽정이가 김산
이를 묻지  않은 말참견한다고 나무라고,  또 박유복이더러 이흠례를  그믐 안에 
잡지 못하게 될 것 같으면 일을 중지하고 온다고 말을 이른 뒤에 예정대로 마산
리 길을 떠났다. 꺽정이가 두령 네댓 데리고  가면 봉산군수의 연명 행차는 고사
하고 황해감사의 순력 행차라도  넉넉히 엄습하려니 속셈을 잡아서 졸개는 짐꾼
으로 하나밖에 더 데리고 가지 아니하였다.
  한온이는 이날 밤에 제가 지내고  이튿날 아침에 서울길을 떠나는데 두 패 교
군에 별배까지 세웠다. 교군은 소교요,  별배 세운 자기 집 사람은 말할 것 없고 
교군하는 졸개들도 다  포망과 패랭이를 쓰게 하여  훌륭한 상제님 행차로 보일 
만하였다. 한온이의  소교가 미륵당이를 지나올 때,  주막에서 말을 묻던 보행꾼 
하나가 소교 뒤에 따라가는 별배를 바라보고 근두박질하여 쫓아나오며 “여보게 
나 좀 보게.”하고 소리쳤다. “자네 웬일인가?”  “상제님을 뵈러 오네.” “상
제님 지금 서울 가시네.”  “하마터면 길에서 어긋날 뻔했네.” 잠깐 동안에 소
교가 벌써 멀찍이 앞서 나간  까닭에 별배가 그 보행꾼과 같이 달음박질로 따라
와서 소교 옆에  붙어오며 “여기 개미치가 왔습니다.”하고  한온이에게 고하였
다. 교군꾼이 교군을 내려놓고 별배가 앞 휘장을  걷어친 뒤 개미치란 사람이 교
군 앞  땅바닥에서 절을 하였다. 한온이가  그 사람의 절은 가만히  앉아 받으며 
그 사람에게 말은 하대하지  않고 하게로 “무슨 일루 이 치위에 내려오나?”하
고 물었다. “청석골  여러분 중에 서씨 성 가진 분이  기십지요? 그분의 심부름
을 맡아가지구 오지만 실상은 상제님을 뵐  욕심으루 오는 길입니다.” “서씨의 
심부름? 무슨 심부름인가?” “편지 심부름입니다.” “뉘게  가는 편지야?” “
손서방이란 사람한테 전하란 편진데 그 속이는 아마 상제님께 오는 편지두 들었
는갑디다.” “대체 자네가  그분을 어디서 만나봤나?” “삼사 일  전에 길에서 
만나뵈었습니다.” “삼사  일 전이면 스무 며칠날인가?”  “스무이튿날인가 봅
니다.” “그때 편지를 주구 전해 달라구 부탁하던가?” “아니올시다. 엊그저께 
스무나흗날 다 저녁때  편지와 노자를 저 있는 움퍼리루 보냈습디다.  제 움퍼리
는 스무이튿날 만날 때 보구 가셨지요. 편지  가지구 오는 사람에게 전갈해 보낸 
말씀이 이 편지를  청석골 탑고개 동네에 사는 손서방에게 갖다  전하는데, 한시
각이라두 빨리 전해야만  첫째 그대의 주인이 낭패를  면하게 될테니 곧 떠나서 
밤 도와  가라구 합디다. 다른 사람의  일두 아니구 상제님 일이라는  걸 밤길이 
고생된다구 안  올 수 있습니까. 그래서  하룻밤 하루낮에 어제 송도  와서 자구 
지금 탑고개루 나가는 길인데 천행으루 이렇게  길에서 만나뵙게 됐습니다.” “
내가 낭패를 면하게 될 일이 무어야?” “상제님께서 서울 오실 때 최가의 집으
루 오시지 말란 통지가 아닐까요? 제 어림에는  그런 듯싶습니다.” “최가란 게 
누군가?” “댁에 있던 서사 최갑지요.” “최서방이  그저 그전 집에서 살지?” 
“수표교 천변의 좋은  기와집을 사가지구 이사했습니다.” “누가  집값을 대줘
서 좋은 기와를 사들었어?” 최가가 주인의 재물을 제 것같이 쓰고 좌포청의 포
교와 형제같이 지내는 것을 개미치가 신이야  넋이야 이야기하는데, 한온이는 기
가 막혀서 한참 동안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다가 “그런 이야기는 나중 자세
히 들을 셈  잡구 우선 편지나 이리  내게. 어디 보세.”하고 개미치의 이야기를 
가로막았다. 개미치가 괴나리봇짐에서  꺼내 주는 손가에게 가는  편지를 한온이
가 중간에서 뜯어보았다. 그 편지봉 속에 동봉한  편지가 두 장이 들었으나 겉봉 
쓴 것을 보니 한 장은  ‘수남모친께 부치노라’요 또 한 장은 ‘오두령 개탁’
이요, 한온이 자기에게 오는 편지는 없었다. 손가 보라고 적은 사연은 간단한 안
부 외에  동봉한 편지들을 분전하라는 부탁뿐인데  수남어머니에게 가는 편지를 
아무도 모르게 갖다주라는 당부가 좀 수상스러웠다.
  ‘오두령 개탁’속에는 무슨  말이 있나 하고 한온이가 먼저 뜯어본즉,  그 사
연의 대개는 처남을 포청에서  빼내왔으나 병이 위중하여 가위 명재경각이라 인
정상 차마 객지에  혼자 두고 갈 수 없으니  장모 되는 노인을 삯마라도 태워서 
하루바삐 김치선이 객주로 보내주고, 또 병인이 죽기  전 저의 누님을 한번 만나
보아지라고 하여 천륜의  정을 막을 수 없어  허락하였으니 안해를 장모와 같이 
보내주기 바란다는 뜻이고, 그 외에는 장모와 안해가  오는 것을 보고 자기는 곧 
회정하겠다는 말과  이십사일 기한을 어기게 된  사정은 만나서 이야기하겠다는 
말과 대장께  죄책을 당할 일이  걱정이란 말을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한온이가 
그 편지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하니 자기에게 낭패될 일이란 것이 우선 허무맹랑
한 말이고  김치선이 기별에 스무사흗날 포청에  잡혀갔다는 사람이 스무나흗날 
편지를 부쳤다는 것은 거의 천변지이와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편지 글씨가 
서림이의 필적이고 편지 끝에 연월일이 십일월 이십사일인즉 김치선이의 기별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데, 김치선이가 병풍 상성한 사람이  아닌 바에 삼백 리 전도
에 잇속 없는 거짓  기별을 할 까닭이 없다. 한온이는 아무리  생각해야 일을 대
중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안해에게 전하란 편지를  한온이가 궁금
한 마음에 마거  뜯어보고 싶으나, 남의 내외간의 하는 편지를  몰래 뜯어보기가 
점직하여 뜯어볼까말까 편지봉을 손에 들고 만작만작하다가 마침내 궁금한 마음
을 못 이겨서 곱게 뜯어서  훔쳐보려고 생각한 것이 봉하기를 하도 단단히 하여 
생재기가 찢기는 까닭에  얼없이 다시 봉할 수  없을 바엔 마찬가지라고 그대로 
북북 뜯었다. “긴 말쌈 줄이노라. 오두령이 지금 도중일을 주장 알음할 듯 오두
령에게 게서 모녀분을 치송하여 달라 부탁하였노라.  수남 남매는 부탁하지 아니
하였으나 만일 떼어놓고 오시면  큰일이니 게서 오두령을 보시고 미거한 것들을 
두고 갈 수 없다든지 그것들이  같이 가고자 한다든지 잘 꾸며 말쌈하면 오두령
은 이곳과 정분이  두텁고 또 마음이 서그러져서  공연히 까다로이 굴지 아니할 
듯 수남 남매 다  데리고 수이 좋이 오시기 믿고 바라노라. 이 글월  보고 곧 불
에 넣어 태우시라.” 한온이가 이 편지를 보고는 서림이를 의심 안할 수 없었다. 
‘타처루 도망할 준비가 아니면 조정에 귀순한  모양이다. 귀순을 조정에서 그렇
게 쉽사리 받아줄까.  자현두 아니구 잡혔다는데. 옳지 옳지,  자현하면 무사하게 
될 길을 뒤루  뚫어놓구 남의 눈가림으루 잡혀간 게로구나.’ 이런  의심이 들며 
곧 입에서 “큰일났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서울을 가더라도 들어가서 상의하
고 다시 나오리라 생각하고  한온이는 별배와 교군꾼들을 불러서 도로 들어가자
고 이르고, 또 개미치더러 뒤를 따라오라고 일렀다.
  한온이가 산에 들어오는 길로  바로 박유복이의 집에를 오니 박유복이는 안방
에서 쫓아나오며 급한  말로 “웬일인가?”하고 묻고 오가는 건넌방에서 나오며 
실없는 말투로 “김치선이게서 또 기별이  왔나?”하고 물었다. 건넌방으로 들어
와서 셋이 솔발같이 앉은 뒤  한온이가 개미치의 가지고 온 편지들을 내서 사연
을 읽어 들리고 끝으로 자기의 의심까지 말하니 박유복이는 말없이 한숨만 뒤고 
오가는 “글쎄.”하고 고개를 비틀었다. “내가 의심하는 게 잘못이오?” “나는 
그런 의심이 들지  않는걸.” “서종사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구  믿으시우?” “
사람을 믿는 게 아니라  일이 그렇게 될 수가 없을 것  같애. 우리가 ‘귀순하겠
소’하면 조정에서 ‘오냐’하구 받아 줄까. 그럴 리 만무할걸.” “뒤루 주선을 
잘했으면 혹시 누가 아우?” “서종사가 서울 가 누워서 일년 이태 근사를 모았
다구 하더라두 잘될 것 같지 않은데 더구나 서울 간 지 불과 오륙 일에 무슨 용
뺄 재주루 그런 주선을 해낸단 말인가. 자네가  서울 반연 많기루 말하면 서종사 
따위룬 어림없지. 그렇지만  지금 자네더러 열흘이나 보름 안에 그런  주선을 하
라면 할 수  있겠나? 생각해 보게. 그러구 또 조정에서  우리네 귀순을 받아준다
구 잡더라두 적어두  한번 원악도쯤은 구경시킬 테지. 서울 안에  처자를 모아가
지구 편히 살게 두겠나.”하는 오가의 말에는 한온이도 대답이 막히었다.
  서림이가 간 속에 갇혀서 하룻밤을  지낸 뒤 포도대장께 급히 아뢸 말씀이 있
으니 또 한번 보입게 하여  달라고 누누이 청하여 김순고가 궐내에서 나와서 포
청의 대무한 일을 다 보살피고 서림이를  데려내다가 물어보게 되었는데, 서림이
의 급한 할  말이란 별것이 아니고 꺽정이가  마산리에서 잡히지 않고 도망하면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도망을  못하고 잡히더라도 청석골에 있는 저의 처자는 적
당의 손에 죽게 될 터이니  하해 같은 덕택으로 살려내오게 하여 달란 애걸이었
다. 김순고가 서림이의 애걸을  들을 때 서림이 장래 처치에 처속  있는 것이 혈
혈단신보다 낫거니  생각하여 가까이 있는 포도대장  하나를 돌아보고 서림이의 
말을 들어서 그  처자 빼내올 방편을 차려주라고 분부하였다. 그  부장이 대장의 
분부를 드디어서 서림이의  말하는 대로 편지들을 쓰게  하여 편지에 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전날 압수하여 온 서림이 행구 중에 있는 상목으로 편지에 노자
를 얹어서 서림이가 말하는 개미치란  자를 갖다 주라고 포청 사령 하나를 부리
려고 한즉, 서림이 말이 사령 복색이 개미치의  의심을 사면 일이 와해라고 하여 
사령 대신으로 부장 자기 집 하인을 부리었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삼백  리 밖에 앉은 한온이가 귀신이 아닌 다음에 알 까
닭이 없었다. 오가가  한온이를 보고 “나더러 의심하라면 외려 이런  의심을 하
겠네.”하고 말머리를 내놓고  무슨 의심이냐고 한온이가 묻기를  기다려서 “포
청에서 서종사를 잡아놓구  그 처까지 마저 잡으려구 꾸민 놀음이  아닐까. 우격
다짐으루 편지를 씌울 수구 있구 글씨체를 본떠서 어주편지를 쓸 수두 있으니까 
나는 그  편지를 의심하구 싶어.”하고  말하니 한온이는 대번  고개를 내흔들며 
“그건 당치 않은 의심이오. 그것두 대장이나  우리들을 서울루 꾀여다가 잡으려
구 한다면 혹시  모르지만 서종사의 처자를 잡으려구  그런 놀음을 꾸밀 까닭이 
무어요? 관비가 지금 부족해서 수남이 어머니를  잡아가구 장래 관노, 관비를 기
르기가 급해서 수남이 남매를 잡아간단 말이오? 포청에서  할 일두 없든가 보우.
”하고 오가의 말을 여지없이 반박하였다. “자네 말을  듣구 보니 참말 그런 의
심두 할 수  없네.” “김치선이 기별이 어제  오지 않구 또 오늘 이  편지가 내 
손에 떨어지지 않았더면  우리가 꾀에 빠지는 줄두  모르구 서종사의 식구를 다 
보내주었을 것 아니오?  서종사가 서울서 무슨 짓을 하는지  그건 알 수 없으나 
좌우간 딴맘 먹구  식구를 데려가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  같소.” 이때
까지 두 사람의  수작을 듣기만 하고 말  한마디 아니하던 박유복이가 한온이를 
보고 “편지 글씨는  분명히 서종사의 필적인가?”하고 물어서 “진서구 문언이
구 필적은 조금두  의심없소.”하고 한온이가 대답하였다. “그 편지가 스무나흗
날 난 게라지? 그러면  스무나흗날 잡혔다는 건 헛말 아니겠나?” “스무나흗날 
잡혀갔더라두 곧  놓여나왔기에 스무나흗날  편지를 부쳤겠지요.” “포청  안에 
잡혀 갇혔으면 편지는 부칠  수 없겠지?” “친한 포교가 있으면 끼구서 편지쯤 
부칠 수가 있겠지만 잡혀  갇힌 사람이 식구를 보내달랄 리가 있소?” “서종사
의 식구를 어떡하면 좋을까. 보내 달라는 대루 보내주는게 좋을까.” “서종사가 
우리 도중을 배반하구  간다면 그 식구를 볼모루 잡아  두는 게 좋을 텐데 그걸 
왜 보내준단 말이오?” 한온이의 말을 박유복이가 가타부타 말하기 전에 오가가 
나서서 “서종사가 우리 도중을 배반하구 간다면 그 식구를 되려 선뜻 보내주는 
게 득책일세.”하고  말하여 “무엇이 득책이란 말이오?”하고  한온이가 뒤받았
다. “옛 성현네 말씀에 남은 나를 저버리더라두  나는 남을 저버리지 말란 말씀
이 있다네. 주체궂은 남의 식구를 맡아두어 무어하겠나. 성현네 말씀대루 우리는 
저버리지 않는다는  표나 내지.” 한온이가 말  같지 않은 말 듣기  싫다는 듯이 
오가의 말을 듣는 체 만 체하고 박유복이를 돌아보며 “서종사의 식구를 보내든
지 안 보내든지  대장 오신 뒤에 품하구 작정합시다.”하고 말하니  오가가 증을 
내면서 “대장 안 기신  동안에 우리는 무슨 일이 있든지 처리하지 못하나?”하
고 탄하였다. “누가  처리 못한다우? 급한 일이 아니니 대장  오신 뒤에 처리하
잔 말이지.” “서종사 편지에 식구를  급히 보내달랬다며?” “서종사가 급하다
는 것이야 우리가 알 까닭이  있소.” “대장이 가시면 우리는 부하(부하란 말에 
오가는 힘을  주었다)니까 무슨 일이든지 자의루  처리 못하겠지만 지금  대장이 
안 기시구 안 기신 동안  일처리를 우리게 맡기셨으니까 이만 일은 우리끼리 처
리해두 좋지 않은가.” “글쎄, 누가 처리 못한다우? 아직 보내지 않기루 처리해 
둡시다그려.” “아니, 나는 두구 볼  것 없이 곧 보내구 또 수남이 남매까지 다 
보내기루 주장하네.”  “그런 주장을 나는 찬동할  수 없소.” 한온이가 오가와 
말다툼을 하는 중에 “서울  가다 말구 왜 왔나?”하고 소리치며 곽오주가 방으
로 들어왔다. 한온이는 오가의 객기 부리는  것이 속상하고 박유복이의 우물쭈물
하는 것이  답답하던 차에, 서림이와 앙숙인  곽오주가 와서 자기 말의  편역 들 
사람이 생긴 것을 든든하게 생각하여 얼른 자리까지 비켜주며 “어서 이리 와서 
앉게.”하고 곽오주를 자기 옆에 앉힌 뒤에 서림이의  편지 석 장 사연을 낱낱이 
일러 들리니 곽오주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다가 홀저에  껄껄 웃었다. “무에 우스
운가?” “그 불여우에게 속은 사람들이 우습지 않아? 대장 성님이 지금 있으면 
펄펄 뛰며 야단법석을  했을걸.”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히면 누구는  분하지 않
겠나.” “불여우에게 오장  빼먹힌 걸 생각하면 도끼에 발을 백번  찍혀두 분할 
것 없겠네.” “그런데  여보게, 지금 서종사의 식구들......” “지금두 서종사야? 
서가놈이면 알아봤지.” “아따  자네 말대루 서가놈의 식구를  어떻게 처치할까 
의논이 났는데,  오두령은 보내달라는 대로  다 보내주자구 하구  나는 보내주지 
말구 보내주더라두 대장 오신 뒤에 말씀이나 들어보구 보내주자구 했네. 
자네 생각엔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하고  한온이가 곽오주에게 물을 때, 곽오
주는 보내주자는 것이 쓸개  빠진 소리라고 오가를 면박이라도 하려니 생각하고 
물었는데 “제 기집 제  자식 보내달라는 걸 우리가 안 보내줄  턱이 있나. 보내
주는 게 좋지.”하고 곽오주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와서 자기 편으로 헛 믿은 
한온이가 어이가  없었다. 곽오주 생각에는  서림이의 떨거지를 얼른  다 보내서 
서림이의 관계를 단결에  끊어버리는 것이 아주 시원하여  오가의 편을 들게 된 
것인데, 한온이는 미련한 곽오주가 생각이 미처 잘  돌지 못한 줄로 짐작하고 “
이 사람아, 서가놈이  우리 도중을 배반하구 나가면 처자를 볼모루  잡아두구 애
를 태워 줄  텐데 그걸 왜 보내준단 말인가?”하고 깨우쳐  주듯 말한즉, 곽오주
가 눈을 부릅뜨고  “그놈이 배반하구 나가서 우리게  해를 부치면 그놈은 우리 
도중의 역적놈이니까 그놈을 어디 가서든지 잡아죽이지,  그까짓 기집 자식을 잡
아두었다가 대신 죽일 텐가?”하고 도리어  한온이를 핀잔주러 들었다. 서림이를 
미워하는 곽오주가 서림이에게 두남두는  오가와 합세하는데, 한온이는 독불장군
이 되어서  속이 버쩍 더 상하여  박유복이를 보고 “나는 모르겠소.  박두령 잘 
생각해서 오두령하구 처리하시우.”하고  퉁명스럽게 말한 뒤 집으로  가려고 일
어섰다. 박유복이가  치어다보며 “어딜 갈라구 일어서나?”하고  물어서 한온이
는 핑계로 “골치가  아파서 바람을 좀 꼬여야겠소.”하고 대답하였다. “앉아서 
내 말 좀 듣게.” “무슨 말이오?” “글쎄 앉아.” 한온이가 다시 앉은 뒤 박유
복이가 한온이더러 “내 생각엔  오두령께 온 편지대루 수남이 어머니 모녀만은 
곧 보내주구 수남이 남매는 두었다가  나중 서울 소식을 자세히 들은 뒤 어떻게
든지 처치하는  게 좋을 것 같애.”하고  말하며 오가와 곽오주까지 돌아보았다. 
서림이 장모까지 보내지 말자던  한온이과 수남이 남매까지 다 보내자던 오가는 
다같이 조금씩 주장을 굽히어서 박유복이의 말을  좋다고 찬동들 하였으나, 곽오
주만은 한꺼번에 다 보내버리자고 내처 고집을 세우다가 박유복이에게 꾸지람을 
받고 겨우 수그러졌다.
  서림이 안해에게 편지는 주지 않기로 작정들 하여 오가가 서림이 안해를 가서 
보고 서울서 이러이러한 기별이 왔는데  모녀분이 같이 간다면 삯마 두 필을 얻
어주마고 말로 일렀다.
  금교역말에 사람을 보내서 삯마를 얻어왔을  때 해가 거의 저녁 때가 다 되었
었는데, 서림이 안해보다도  서림이 장모가 몸이 달아서 단 십리라도  가다 잔다
고 곧 떠나기로 하여 오가와 박유복이가 와서  떠나는 것을 보았다. 아들아이 수
남이는 열댓 살 먹은  값을 하느라고 가장 씁쓸한 체하나, 나이  어린 딸 복례는 
그 어머니를 차마 못 떨어져서 어머니 치마꼬리에 매어달리며 울고불고 하여 서
림이 안해가 좀처럼 말을  탈 수 가 없었다. 오가가 이것을  보고 “복례까지 보
내주는 게 어떤가?” 하고 귓속말로 박유복이에게 의논하니 박유복이는 처음 작
정을 변하기 어려워서 자저하다가  어머니는 떼어놓으려고 달래고 딸은 안 떨어
지려고 악지부리는 광경을 보다가 못하여 오가에게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
였다. 오가가 복례를 데리고 가라고 말하여 그  외조모가 말 위의 의지성삼아 안
고 타고 가게 되었다.  꺽정이 일행은 떠나는 날 당일 마산리를  대가려고 한 것
이 김치선이 기별로 의외에 지체하고  늦게 떠난 까닭에 어둡기 전에 대갈 가망
이 없었다. 온천으로 작로가 되어서 온천에 오니 해가 벌써 다 저녁때라, 과화숙
식으로 목욕하고 자고  가자고 꺽정이가 말을 내었다. 온천 동네  여러집은 모두 
농가들이나 봄가을 난데서  온천하러 오는 사람이 많을 때, 점잖은  행차의 사처
할 만한 집이 더러 있으므로  그중에서도 깨끗한 집을 골라서 주인을 잡고 저녁
밥을 시킨  뒤 바로 주인집 아이를  앞세우고 탕으로 목욕들을 하러  왔다. 날이 
찬 까닭에 올라오는  김이 안개같이 자욱하여 처음에는  주위에 돌난간 친 것도 
잘 보이지 않더니 난간 앞에들  와서 섰는 동안에 탕 안에 물 고인 것이 내려다
보이었다. 그러나 물이 정한지 더러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봉학이가 들떼어놓고 
“물에 옴딱지나  없을까? 옴딱지가 있으면 께름칙해  목욕을 할 수  있나. 물을 
좀 치구서 들어가야지.”  하고 말하는 것을 주인집 아이가 듣고  “요새는 물이 
정합니다. 봄철이나 가을철  같으면 옴쟁이두 많이오구 절름발이두  많이 모이지
만 요새는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탕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모여서 떨어지
는 목에 삿자리로 둘러막은 곳이 있어서 꺽정이가 그곳을 가리키며 “저기는 무
어하는 데냐?” 하고  그 아이더러 물었다. “거기는 빨래텁니다. 사내들 목욕할 
때 아낙네 빨래하기  좋으라구 가려 막은 겝니다.” “이 동네  여편네들은 겨울
에 빨래하는데 손이 안 시려서 좋겠다.” “이 동네뿐 아닙니다. 겨울에는 십 리 
이십 리 밖에서두  이리 빨래하러 옵니다. 그래서 요새는 종일  방망이질 소리에 
귀가 따겁지요.” 그 아이가 촌생장이라도 손님에  치어나서 말대답하는 것이 소
명하였다. 꺽정이가 두령  네 사람과 같이 갓, 망건, 옷을  돌난간 앞에 벗어놓고 
내려가서 더운물에 종일 언 몸들을 담갔다. 탕안의  물이 철철 전을 넘어서 밖으
로 츨러나가는데 깨끗하기가  옥수 같았다. 탕에 들어올 때는 아직  환하던 것이 
어느 사이에  서로 얼굴들이 분명히  보이지 않도록 침침하였다.  목욕들을 실컷 
할 작정하고 혹은 몸을 씻고 혹은 머리들 감고 혹은 옆의 사람에게 등을 밀리고 
혹은 노독을 푼다고 물속에  진득하니 앉았는 중에 빨래터에서 찰싹찰싹 방망이
질하는 소리가 났다.  “해진 뒤에 방망이질 소리가 웬일이야?”  하고 이봉학이 
말에 “아마 도깨빈가 보우.  사람이 어둔데 무슨 빨래를 하겠소.” 하고 배돌석
이가 뒤를 잇자  “도깨빈가 내 좀 가보구 오리다.” 하고  길막봉이가 일어나서 
성큼성클 위로 올라갔다.   동네 젊은 여편네 하나가 남이 보는  데서 빨기 난중
한 더러운 걸레를 빨래꾼 없을  때 빨라고 나온 것을 길막봉이는 도개비로 여기
고 벌거숭이 몸으로  가까이 오며 에헴 하고 큰기침을 하니  “아이구머니!” 하
고 여편네가 방망이를  내던지고 천방지축 도망하였다. 길막봉이가  빨랫돌에 가
서 빨래를 들고 보니 비린내가 코를 거슬르는 여편네의 개짐이라 도로 내던지고 
탕에 돌아와서 “예 여보,  공연히 도깨비라구 해서 나는 망신했소.” 하고 배돌
석이를 매원하였다.  “누가 자네더러  쫓아가랬어?” “도개비라니까  구경하러 
갔지.” “그래 인도깨비든가?”  “젊은 여편네가 나를 보구 놀라서  당장에 애
를 지웠소.”  “누구를 속일라구 거짓부리하나.” “거짓말인가  가보구려. 서답
돌에 피가  벌거니.” “자네 말대루  낙태했다구 하구 낙태한  여편네는 어떻게 
했나?” “어떻게 할 수 있소.  그대루 내버려 두구 왔지.” “여편네가 참말 그
저 빨래터에 있나?”  “사지가 붙었는지 꼼짝 못합디다.” 길막봉이가  계집 밝
히는 배돌석이를 헛걸음  한번 시키려고 능청스럽게 거짓말하는데,  꺽정이가 옆
에서 “참말이냐?” 하고 물어서 길막봉이는 껄껄 웃고 여편네가 방망이 내던지
고 도망한 것을  이야기하였다. 목욕을 다하고 주인집에 와서 저녁밥을  한 그릇
씩
 다 먹고 먹은 밥이  자위도 돌기 전에 잘 자리들을 보았다. 추운  때 길을 오고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또 시장한  끝에 밥을 먹은 까닭에  다들 곤하겠지만, 
그중의 이봉학이와 김산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면 기질이 약한 편이라 곤한 것
을 억지로 참다가 누우며 곧 속잠이 들어서 정신들을 모르고 배돌석이와 길막봉
이는 마주 누워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를 서로 씩둑꺽둑 지껄이고 꺽정이는 눈
을 감고 잠을  청하였다. 꺽정이가 잠이 오랴마랴 하는데 옆에서  지껄이는 것이 
듣기 싫어서 “고만들 지껄이구 자지.” 하고  말하여 배돌석이와 길막봉이가 일
시에 “녜” 하고 대답들 하더니 불과 잠시 동안에 길막봉이는 코를 드르렁거리
었다. 사내 주인이 밖에서  “여게 김서방, 자네 잠깐 가서 백손이 큰아버지더러 
좀 오라구 하게” 하고 머슴을 심부름시킨는 말에 귀에 들리어서 꺽정이는 속으
로 “이때까지 백손이 동명을  못 봤더니 여긴 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백손
이 이름에서 백손이를 장가들여야 할 목전 걱정과 백손이는 도적놈 소리를 듣지 
않게 해주어야 할 장래 근심으로 생각이  번져나가서 꺽정이는 잠이 번놓이었다. 
벽에 걸린 등잔은 심지가 타느라고 찌찌 소리가 나고 머리맡 문틈으로는 찬바람
이 들어와서 덜미가 서늘하였다. 삽작문께서 안방  앞으로 들어가는 신발 소리가 
나며 곧 말소리들이 들리는데 “김서방 왔나?” 하고 묻는 것은 주인이요, “녜, 
갔다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은 김서방이란 머슴이었다. “백손이 큰아버지
는 뒤에 오마든가?” “술이 억병 취해서 정신을  모릅니다.” “술 먹을 밑천은 
여일 어디서  나노? 고만 나가 자게.”  꺽정이가 그러지 않아도  술생각이 나는 
것을 참고 누웠던 차에 술소리를 듣고는 더 참을 수 없어서 벌떡 일어나 앉으니 
배돌석이가 설잠이 들었던지 눈을 떠보고 “왜 안 주무시구 일어나십니까?” 하
고 물었다. “잠이  어째 아니 오네. 술이나 좀 사다  먹세.” 꺽정이가 배돌석이
에게는  하게도 하고 해라도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였었다. 배돌석이가 일어
나서 머슴방에서 자는 졸개를 부르러 나가려고  하는데, 꺽정이가 주인을 불러서 
사다 달라고 청하라고 말하여 배돌석이가 방문을 열고 주인을 부를 때 길막봉이
도 눈을 떠보고 일어났다. 노자로 가지고 나선  상목 중에서 자투리 한끗을 주인
에게 내주고 술  한 동이를 사다가 먹게  하여 달라고 청한 뒤,   자는 사람들을 
마저 깨우는데 이봉학이는 정신이  맑은 사람이라 대번 일어나고 김산이는 잠주
정을 하여  여럿이 웃었다. 주인이 술을  데워서 내올 때 안주로  처음에 김치를 
한 그릇 내오고 나중에  다시 메밀묵 무친 것을 한 양푼  내왔다. 꺽정이가 주인
더러 술을 같이 먹자고 들어오라고 하고 사양하는 것을 길막봉이 시켜서 끌어들
이다시피 하였다. 주인이 술 한 사발을 받아먹은  뒤 “아까 여러분 목욕들 가셨
을 때 어떤 분이 빨래  나온 아낙네을 놀래신 일 없습니까?” 하고 물어서 “우
리가 그런  장난했다구 누가 말합디까?” 하고  배돌석이가 되물었다. “아니오. 
내 생각에 그럴  듯해서 여쭤보는 말씀입니다. 술집 며느리가 더러운  옷을 남몰
래 빨라구 석후에 나갔다가 온천 도깨비를 만났다구 술집 있는 윗말서 떠들더랍
니다. 도깨비는 벌거벗었는데 키는 하늘까지 닿구  몸집은 몇 아람드리라구 하더
랍니다.” 주인의 말끝에 꺽정이가  웃으며 “그 온천 도깨비가 여기 있소.” 하
고 길막봉이를 가리키니 “그러면 그렇지요.” 하고 주인은 손뼉을 쳤다. “온천
에 그런 도깨비가 있단 말은 전에두 있었소?” “전부터 일러 내려오는 말이 온
천의 주인 도깨비가  있어서 온천 효험을 내주기두 하구 안  내주기두 한답니다. 
사오 년 전에 한번 온동네가 떠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두 지금 같은 겨울인데 
새벽에 자욱눈이 온 뒤 동네 사람 하나가 일찍 온천 앞을 지나다가 탕으루 들어
간 발자국을 보구 누가 이렇게 새벽 목욕을 하러 왔나하구 탕안을 들여다보니까 
아무두 없더랍니다. 그런데  눈 위의 발자국은 들어간 것뿐이구 나온  것이 없어
서 다들 도깨비의  장난으루 믿었습니다. 나중에 알구 보니 그때  동네서 머슴살
이하던 장난꾼 하나가 탕 안에 들어가서 세수하구 나오는데 남을 속일라고 짚신
을 꺼구루 신구  들어갈 때 발자국을 다시 밟구 나왔었답니다.”  “신발을 꺼꾸
루 신으면 발이 들어갈까?”"앞총을 찌글트려 눌러 신고 들메를 하면 발에 붙지
야 않겠습니까."  "이야기 안주가 훌륭하구려. 술 한  동이 여섯이 먹기 부족하니 
한 동이만 더 사오라구 하오."   도깨비 이야기, 호랑이 이야기, 종작없는 이야기
가 술자리를 길게 하여 한밤중이 지난 뒤에  다시들 눕게 되었는데, 꺽정이는 두 
번 사온 술의 반 동이 턱을 좋이 먹고  걱정근심 다 잊어버리고 잠을 잤다. 꺽정
이 일행이 이튿날 첫새벽에 온천서 떠나서 환갑잔치집 아침밥
이 채 되기 전에 마산리를 들어왔다. 이춘동이는  꺽정이와 김산이가 전날 올 줄 
알고 기다리다가 오지 않아서 무슨  연고가 있어 못 오는가 보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꺽정이와 김산이  외의 다른 두령들까지 온 것이 마음에  고마워서 어려운 
길을 하였다고 지재지삼  치사하였다. 이춘동이가 어머니 환갑  때오리라고 하던 
박연중이는 아들아이까지 데리고 이틀  전기하여 와서 뜰아랫방에 있다고 그 방
으로 꺽정이 일행을 인도하여 꺽정이가 방안에 들어가서 박연중이를 보고  "오랜
간만에 보이니 절을 한번 해야지. 자,  절 받으시우." 하고 절하려고 하다가 “이 
사람, 망령의 소리 말구  어서 앉게.” 박연중이가 붙들어서 못하고 이봉학이 이
하 네 두령도 절인사하려는 것을 역시 못하게 밀막아서 입인사로 인사들을 마치
고 각각 좌정한  뒤, 박연중이가 한옆에 비켜섰는 아들아이더러 이  어른들께 보
이라고 꺽정이  앞에서부터 돌아가며  절하도록 시키었다. 박연중이는  외양부터 
촌보리동지가 다 되었고,  그 아들아이는 외모도 똑똑히  생겼거니와 응대진퇴에 
촌티가 없었다.  환갑잔치에 먼 데서  온 손님은 박연중이와  꺽정이 일행뿐이나 
본동, 근동에서 사람이  많이 모여서 동네집 방까지 빌렸어도 방사가  오히려 부
족하건만, 뜰아랫방에는 다른 사람을 들이지 아니하였다. 이춘동이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중에도  아침 밥상이며 점심 국수상을  뜰아랫방에 내갈 것은 낫게 
차리라고 잔소리하고  동네 노인들이 모여 앉은  바깥방보다도 뜰아랫방에 상을 
먼저 내가게  하라고 재촉하고, 또  상 심부름을 바깥방과  동네방은 일꾼들에게 
밀어 맡기고 뜰아랫방은 자기가  친히 하여 뜰아랫방 손님들을 칙사같이 떠받들
었다. 뜰아랫방 손님들이 대체 어디서 온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이춘동이 집 일
꾼들더러 물어보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일꾼들은  알고 모르고 덮어놓고 모
른다고 대답하였겠지만, 청석골대장  임꺽정이가 친히 부하 두령들을  데리고 온 
줄은 사실로 일꾼들 역시 분명히 알지 못하였었다.  먹는 빛과 떠드는 소리 속에 
경삿날 하루해가 저물었다. 근동  사람은 말할 것 없고 본동 사람도  거진 다 돌
아가서 동네방과 바깥방은  비고 뜰아랫방의 먼데 손님들만  남았다. 이춘동이가 
뜰아랫방에 들어와서 등잔불을 켜놓을 때 “벌써 불을 켜게 되었는데 이애가 이
때까지 안 오니 웬일일까?” 하는 꺽정이 말에 “알아보러 간 일을 자세히 알구 
오려구 오늘 못  오는 게지요.” 하고 이봉학이가 대답하는 것을  듣고 이춘동이
가 불을 켜놓고 와 앉아서  꺽정이와 이봉학이를 아울러 보며 “올 사람이 누구
요?” 하고 물으니 꺽정이가 “내 처남아이를 오늘 이리루 오라구 했는데 안 오
네그려.”하고 대답하였다. “일이 있는  걸 제치구 오셨소?” “일을 제치구 온
게 아니라 하러 갈라네.” “어디 다른 데루  가실 테요?” “해주땅이나 재령땅
에 잠깐 갔다가 자네게루 다시 와서 전날  말한 대루 자네하구 동행할 작정일세.
” “해주땅이나 재령땅이나 갔다온다니 그게 대체 무슨 일이오?” “일은 나중 
조용히 이야기함세.” 꺽정이  말끝에 박연중이가 슬그머니 일어나서  밖으로 나
가려고 하여 “어디  가실랍니까?” 하고 이춘동이가 물었다. “밖에  잠깐 나갈 
일이 있네.”“뒷간에 가실랍니까? 어두우니 불을 가지구 가시지요.” “아니 고
만두게.”박연중이가 밖으로 나갈 때, 그  아들아이까지 뒤를 따라나갔다. “박노
인은 형님이 자기를  꺼려서 일 이야기 안 하는  줄루 알구 자리를 피해서 나간 
모양이오.” 하고 이봉학이가  말하여 무심하였던 꺽정이도 개도가  되어서 “의
뭉스러운 늙은이가 정녕  그래서 나간 겔세.” 하고 곧 이춘동이를  내보내서 박
연중이 부자를 청하여  들인 뒤 박연중이더러 “우리가 해주, 재령  지리에 밝지 
못해서 말씀을 들어보구 일자리를 정하려구까지 생각하는데 당신을 꺼려서 이야
기 않는 줄루 아시는 건 지릅이 너무 과하시우.”말하고 웃었다. 밤이 들어서 잔
치 뒷설겆이 해주는  동네 여편네들까지 다 갔다. 낮에 사람이  북적북적하던 끝
이라 집안이 괴괴하고 쓸쓸하였다. 그러나 뜰아랫방에는  담화가 그치지 않고 떠
들썩하게 웃을 때도  간간이 있었다. 박연중이가 아들아이 눈에 잠이  가득한 것
을 보고  “졸리냐?” 하고 물어서  “아니오.”하는 대답을 듣고도  “졸리거든 
한구석에 쓰러져 자려무나.” 하고 일렀다. 이춘동이가 아이더러 “오늘 밤에 너
는 우리 어머니 방에  가서 자는 게 좋겠다.”하고 말한즉 아이는  그저 들을 만
하고 있다가 그리하라는  저의 아버지의 말을 듣고 비로소 “네.”  하고 대답하
였다. 이춘동이가 박연중이  아들을 안에 데려다 두고 나와서 청석골  두령을 보
고 아이가 신통하다고 칭찬을 시작하자, 여럿이  받고 채기로 ‘얼굴이 동탕하다
’ ‘눈에 정기가 있다.’‘열네 살로 숙성하다’‘딸 있으면 사위 삼겠다’
이런 말로 칭찬들  하여 박연중이는 입이 헤하고 벌어졌다. “자제  혼인을 어디 
정하셨소?” 꺽정이가  묻고 “아직 못 정했네,  어디 좋은 혼처있거든  한 군데 
일러주게.”박연중이가 대답하는데 묻는  사람이 무슨 유의하고 물은  것도 아니
요, 대답하는 사람 역시 지나가는 말로 대답한 것이었다.
  이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애기하구 혼인하면  좋겠소. 아주 천생배필이오. 
내가 중매를  들리까?” 하고 말하는 것을  꺽정이가 대답 아니하니 박연중이가 
꺽정이더러 “애기가 누군가, 자네 딸인가?” 하고 물었다. “내 딸이 아니고 우
리 누님 딸이오.”  “자네 매부가 누군가?” “우리 선생님이라니  동소문 안에 
사시던 양선생 말씀인가?” “그렇소.” “자네 생질녀가 이인의 손녈세그려. 그
래 자네 누님이 지금 어디서  사시나?” “우리 누님이 그애 낳던 해 과부가 되
어가지구 내게 와서  오늘날까지 같이 지내우.” “그래 자네 생질녀가  올해 몇 
살인가?” “열다섯  살이오.” “내  자식하구 자치동갑일세그려. 나이두  좋군. 
다시 더 말할 것없이 자네 생질녀를 내 며느리루 주게.” “좋은 말이오. 그러나 
급한 일이 아니니 이 다음 다시 의논합시다.”  “자네 누님의 의향을 몰라서 지
금 대답을  못하나?” “우리 누님 의향은  들으나마나지만 혼인에는 보는 것이 
많으니까 더 좀 생각해 보잔  말이오.” “보는 게 무언가, 궁합 말인가?” “생
질녀를 들여보냈다가  댁 안식구들이라두 혹 근본을  들쳐서 정가하면 재미없지 
않소.” “이인의 손녀오, 호걸의  생질녀니 친가와 외가의 혈통 좋기가 내 자식
에다 대겠나? 근본으루 정가란 게  무슨 소린가? 자네가 당치 않은 염려를 하는 
것이 아마두 전날  속에 든 은혈병이 아직두 남아 있는  모양일세.” “그런지두 
모르겠소.” “내 평생에 진정으루 우러러본 인물은  김사성 영감두 아니구 조대
헌 영감두 아니구  갖바치 노릇 하시던 양선생일세. 그 선생의  손녀를 며느리삼
게 되면 내겐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겠네.” “그러면 혼인합시다.” “혼인은 
인제 아주 완정일세.” “두말이 돼 있겠소.” “내 생각엔 개춘한 뒤 대사를 곧 
지냈으면 좋겠는데 자네  바쁘지 않겠나?” “바쁠 것 없소.”  “그럼 개춘하거
든 곧 하세.”  박연중이 말끝에 “따님은 놔두구 역혼하실랍니까?”  하고 이춘
동이가 말하여 “지금  혼인 말하는 데가 두어  군데 되니까 어디루든지 정해서 
세전에 치우겠네.” 하고 박연중이가 대답하는 것을  이봉학이가 듣고 “내가 중
신애비루 나선 김에 장래 병사 사위를 하나 중신해 드리리까?” 하고 웃으며 말
하니 박연중이는 실없은  말로 알고 “늙은 사람을 놀리려구 하는  말이오.” 하
고 불쾌스러운 내색까지 보이었다. “좋은 낭재가  있어서 중매해 드리려구 하는
데 놀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래 병사라구 말하니 장래 무엇 될 걸 
미리 어떻게 아우? 그게 실없은 말이 아니오.”  “어떤 용하다는 상쟁이가 상을 
보구 장래 병사감이라구  말하는걸 들은 까닭에 솔구이발루  그렇게 말했습니다.
” 
  이봉학이의 실없은 말 아닌 발명을 듣고 박연중이는 비로소 “그 신랑감이 어
디 있소?” 하고  물었다. “신랑감은 내 조칸데 나이는 올해  스무 살이구 인물
은 사내답게 생겼습니다.” “함씨를 지금  데리구 기시우?” 이봉학이가 꺽정이
를 가리키며 “이 형님이  데리구 기시지요. 당신 아들이니까.” 하고 말하니 박
연중이는 꺽정이를 돌아보며 “자네가 그런 장남한 아들이 있든가?” 하고 말한 
뒤 다시 이봉학이를  보고 “좋긴 좋으나 겹혼인이 재미없소.” 하고  고개를 가
로 흔들었다. “겹혼인이 왜 재미없습니까?”  하고 이봉학이가 재미없는 까닭을 
다그칠 뿐 아니라 “오뉘 바꿈이 혼인 중의 가장 재미있는 혼인인데 재미없다는 
건 모를 말씀인걸요.” 하고 배돌석이가 재미없단  말을 책까지 잡아도 박연중이
는 아무소리 않고 잠자코 있었다.
  박연중이가 마산리 오던 날  밤에 이춘동이의 청석골패에 입당할 이야기를 듣
고 청석골은 불구덩인데 타죽을 줄 모르고 들어가는 것이 정신없는 사람의 짓이
라고 이춘동이를 조만히  책망하였었다. 자기 수하에 있던 사람이 다른  데로 간
다는 데 마음이 격하여 책망한  것이 아니고 자기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니 자
연 책망이 나왔었다. 며느리는 데려오는 것이라  관계없지만 딸은 들여보내는 것
인데 불구덩이로 들여보낼 마음이 없고, 또  꺽정이의 아들은 양주팔이의 손녀같
이 옥심날 것도  없어서 박연중이가 입을 함봉하고 있었다. 이봉학이가  먼저 쩌
낸 말 뒤를 거두느라고  “연분이란 인력으루 할 수 없는 게지만,  이 다음에 조
카아이를 한번  보시면 그때는 겹혼인  못한 것을 후회하시리다.”  하고 말하는 
것을 듣고 박연중이가 어색한 말로 “장래 병사감이라구 말한 상쟁이가 마전 조
서방이란 사람이오?” 하고  물었다. “그건 어디서 들으셨나요?”  “내가 피풍
이 있어서 올  여름에 냉정 물 맞으러 갔다가  삼거리서 그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청석골 잡혀가서  죽을뻔한 일이 있다구 이야기합디다.”  “상쟁이가 그
애를 보구 만일  좋은 가문에 태어났더라면 출장입상이라두  하겠지만, 평지돌출
루 나설 테니까 병사쯤 하겠다구 말합디다.”
  박연중이가 삼거리서 상쟁이를 만났을 때  자기 상을 보이고 말이 맞는 데 반
하여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식구들의  상을 다 보이었었는데,  지금 혼인말하는 
딸을 보고 나서  풍상을 많이 겪은 뒤에 부인직첩을 받으리라고  말하였었다. 상
쟁이 말을 돌이켜  생각하니 꺽정이 아들과 연분이  있는 듯도 하여 박연중이가 
꺽정이를 보고 “내외종 사촌이라두 누이 바꿈이 재미가 없는데 자네 생각엔 어
떤가?” 하고 물은즉, 꺽정이는 두말 없이 좋다고 대답하였다. 
  혼인 두 쌍이 한 자리에 작정되어서 좌중  여러 사람이 다같이 좋아하는데, 박
연중이는 좋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궂은  고기 먹은 것 같은 생각은 없지 아
니하였다.
  이춘동이가 술을  내와서 술들을 먹는 중에  꺽정이가 박연중이에게 봉산군수 
잡아 죽일 계획을  말하고 장맞이하기 좋은 자리를 물으니, 박연중이가  듣고 함
참 있다가 “내가 자네게 할 말이 있는데 후기 없는 늙은이 말이라구 웃지 않구 
들어주겠나?” 하고 정중하게  말을 내었다. “무슨 말씀이오?”  “우리가 서루 
사돈까지 정해서 그저 친한 처지와두 다른데 진정을  기일 수가 있나. 나는 대체 
자네네 청석골  사업이 너무 큰 것을  재미없게 아는 사람일세. 우리가  압제 안 
받구 토심 안 받구 굶지 않구 벗지 않구  일생을 지내면 고만 아닌가. 그외의 더 
구할 게 무언가.  자네네 일하는 것이 나보기엔  공연한 객기의 짓이 많데. 이번 
일만 말하더라두 그게 객기  아닌가? 봉산군수를 죽이면 금이 쏟아지나 은이 쏟
아지나. 설사 금은이 쏟아지더라두  뒤에 산더미 같은 화가 올 걸  어째 생각 아
니하나? 아무리 무능한 조정이라두  지방관원을 죽인데 가만히 보구 있겠나? 말
게, 제발 말게.” “말씀은 잘 알아들었지만 이왕 작정한 일이니까 이번 일은 그
대루 할밖에 없소.” “자네가  고만두면 고만 아닌가.” “칼을 뺐다 그대루 꽂
을 수야 있소.” “잘못  뺀 칼은 그대루 꽂는 게 장살세.” “그건  할 수 없소.
”
  꺽정이가 말을 듣지 아니하여 박연중이는 길이 탄식하고 말을 그치었다. 
  이튿날 아침에 뜰아랫방  여러 사람이 겨우 소세들을 마치고 앉았을  때, 일꾼 
하나가 들어와서 밖에  손님이 왔다고 연통하자마자 “형님 나 왔소.”  하고 황
천왕동이가 소리를 앞세우고  방문 앞으로 대들었다. “어제 올 줄  알구 기다렸
다.” 하고  꺽정이가 말한 다음에 “어디서  자구 이렇게 일찍  왔나?” “밤길 
걸었나?” 
  이봉학이와 배돌석이가 연달아서 말  묻는 것을 황천왕동이는 대답 한마디 않
고 부지런히 들메 풀고 신발  벗고 방안에 들어와서 인사들도 건둥반둥 하고 주
저앉았다. 꺽정이가 박연중이를 가리키며 “이 어른께 절하구 뵈어라.” 하고 이
르는데, 박연중이가 절 말라고  손을 내젓고 “그대루 않아 인사합시다. 나는 박
연중이란 사람이오.” 하고 말을 붙이는 것을  황천왕동이는 대답도 않고 일어나
서 절을 한번 시늉내듯  하고 도로 않았다. “절을 공손히 하지  못하고 그게 무
어냐?” 하고 꺽정이가 나무라니  “이야기할 일이 급한데 언제 인사 범절을 늘
어지게 차리구 있겠소.”  하고 황천왕동이는 말대답하였다. “이야기할 일이 무
에 그리 급하냐? 이흠례가 벌써 떠났다느냐?”  “이흠례가 오늘 이리 옵니다.” 
“무어야?” 하고 소리치는  꺽정이뿐 아니라 좌중 여러 사람이  다같이 놀랐다. 
“내가 처음부터  찬찬히 이야기할게 들으시오.  그저께 봉산 가서  장인보구 온 
사연을 말하니까 장인은  자기 일이 바빠 알아봤는지 잘 알구  있습디다. 군수가 
그믐 전에 못 가구 새달 초생에 가는데  닷샛날쯤 떠나갈 모양이라구 합디다. 그
래서 나는 어제 첫새벽 떠나올라구 막 일어나 앉았을 때 별안간 관문 앞에서 취
군 나발 소리가 야단으루 나구 읍내 일판이  곧 나리 난 것같이 술렁술렁합디다. 
장인이 진둥한둥 나가서  알아본즉 서울서 선전관 하나, 군관 둘이  내려와서 불
각시루 군병을 조발하는데  평산 땅으루 청석골패를 잡으러  간다구 하더랍니다. 
우리가 평산 땅에 모이는 것을  서울서 알 까닭두 없으려니와 설혹 알았다구 하
더라두 기병하자면 평산이 있는데  봉산까지 올 까닭이 없으니까 우리를 잡으러 
오려구 기벼안단 말은 곧이가 잘 들리지 않습디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구 그대
루 올 수가 있습디까. 봉산 군사들이 어디루  가는 것이나 알구 올라구 아침때까
지 봉산 있다가 봉산군수가 서울서  온 선전관하구 같이 이백여 명 군사를 거느
리구 검수역말 길루 나갔단 말을  듣구 봉산서 떠나서 후진 뒤를 멀찍이 따라오
다가 노량으루 걷기가 갑갑증두 나구 생각해 보니 뒤따라올 맛두 없어서 샛길루 
빠져서 선봉대보다두 앞질러  왔습니다. 어제 좀 늦더라두 여기까지 대올  수 있
었지만, 봉산 군사들이 과연  이리 오나 혹 다른데루 가나 아주  보구 올라구 안
성역말쯤서 자려구 맘을  먹었더니, 봉산 군사들이 안성와서  경야한다구 선참이 
와서 집들을 치우는 중입디다. 그래서 안성을  지내놓구 총수령 넘어와서 고개밑 
동네서 잤습니다. 오늘  새벽 동트기 전, 봉산  군사들이 지나갈 때 자다가 놀라 
일어난 동네 사람들은 ‘관군이  도적 잡으러 가니 놀라지들 마시오’ 군중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구 안심이 되어서 밖에 나서  구경들 하는데, 나두 동네 사람들 
틈에 섞여서 구경하다가 그대루 나서서 진  뒤를 청처짐하게 따라왔습니다. 어수
동이란 데를 오니까  연기가 자욱한 중에 사람이  와글와글하는데 그 사람이 다 
군삽디다. 누구든지 붙잡구  말을 좀 물어보구 싶으나 군사 천지에  발을 들여놓
기가 서먹서먹해서 동네  밖 길가에서 서성거리는 중에, 마침 여편네  두엇이 동
이들을 이구 논귀  샘으루 물 길러 나가기에 쫓아가서 말을  물었습니다. 여편네
들이 말대답 잘  않는 것을 구슬려서 물어본즉 평산부사하구 어디  찰방하구, 여
편네들은 어디  찰방인지 모릅디다만, 찰방이면  금교찰방이겠지요. 어제 밤붕에 
군사 여러 백명을 끌구 나와서  동네 사람들은 건밤을 새웠다구 말하구 오늘 남
면으루 도적을 잡으러 간다는데, 도적은 아무개라구 형님 이름까지 말합디다. 여
편네들이 더 자세히 알지두 못하거니와 평산 군사가 봉산 군사하구 합세해 가지
구 남면으루 오는줄까지  안 바에는 더 물어볼  것두 없어서 여편네들이 물동이 
이구 돌아선 뒤 곧  두 주먹 불끈 쥐고 내달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길
을 묻느라구 좀 지체하구 그외에는 잠깐 쉬지두 못하구 달려왔습니다.”
  꺽정이 외 여러 사람이 놀란 얼굴로 서로 돌아보는 중에 황천왕동이의 이야기
가 끝이 났다.
  이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서림이 초사에서 일이  난 모양이오.” 하고 말하
니 꺽정이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떡이었다. 황천왕동이는  서림이 잡힌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라 “서종사 초사라니 웬 말씀이오!”  하고 물어서 이봉학
이의 이야기로 김선달에게서 기별 온  것을 알고 “그런 줄 모르구 나는 공연히 
이 집 주인을 의심했구려.”  하고 말한 뒤 곧 이춘동이를 돌아보며 “용서하게.
” 하고  치의한 것을 사과하였다.  “그까지 한담설화는 고만두구  관군이 지금 
대체 어디쯤 오나, 뒤에  곧 오나?” “나 온 뒤에 곧 진이  풀려서 풍우같이 몰
려오더라두 늦은 아침 때 전엔 여기 못 올 겔세.” 
  황천왕동이가 이춘동이와 수작하는  말을 박연중이는 미심쩍게 생각하여 “여
보, 노형이 온  뒤 진이 곧 풀렸으면 선진은 미구에  들이닥치지 않겠소?” 하고 
묻는 것을 꺽정이가 황천왕동이 대신 “저애는 걸음이 희한하게 빨라서 여느 사
람 십리쯤 갈 동안에  이삼십 리 예사루 내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희한한 
재줄세. 참 그렇겠네. 요새 같은  짜른 해에 어수동서 여기 오자면 새벽 일찍 떠
나두 한낮 거진 될  거야. 한낮이 되거나 늦은 아침때가 되거나  우리는 얼른 피
신할 도리를 차리는  게 상책일세.” “아침밥이나 재촉해 먹구 이야기합시다.” 
하고 꺽정이가 곧 이춘동이에게로 고개를 돌이키며  “여보게, 우리가 접전을 하
든지 피신을 하든지 좌우간  밥은 든든히 먹어야 할 테니 밥을  좀 많이 지라게.
” 하고 말을  일러서 이춘동이는 녜 대답하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박연중
이가 꺽정이더러 “자네가 관군을 맞아 싸워볼 생각인가?” 하고 묻는데 꺽정이
는 대답을 선뜻 아니하였다. “관군이 오륙백  ㅁㅇ이나 쏟아져 온다는데 자네네 
여닐곱이 어떻게 당할  텐가? 그런 무모한 생각 먹지 말게.  자네네가 모두 만부
부당지용이 있어서 오륙백 명을 능준히 당할 수 있더라두 이런 때야말루 삼십육
계에 주위상책일세. 두말 말구  달아나게. 공연한 객기를 부리다가 큰코 떼일 까
닭 있나. 우리 아침 먹구 흩어지세.” “나는 도망을 하더라두 관군들 오는 꼴이
나 좀 모구서  도망하구 싶소.” “그게 객기란  말이야. 그런 객기를 부리지 말
게.” “사돈  노인의 말씀을 너무  거역하면 괘씸하다구 하실  테니까 말씀대루 
아침 먹구 각각  흩어집시다.” “춘동이네 식구는 어떻게 할까?”  “내가 데리
구 가겠소.” 
  꺽정이가 박연중이의 말을 좇아서  관군 오기 전에 도망하기로 작정한 뒤에는 
아침밥을 새로 더 지을 것  없이 먼저 지은 것이 다 되었거든 곧 먹게 내오라고 
김산이를 시켜 안에 재촉하였다.
  아침밥이 끝난 뒤 박연중이는  아들아이와 데리고 왔던 심부름꾼과 셋이 먼저 
마산리서 서쪽 해주 가는 길로 떠나가고 꺽정이는 이춘동이와 안식구가 행장 다 
차리기를 ㅣ다리고 있는  중에, 김산이가 이춘동이의 짐싸는  것을 거들어주다가 
꺽정이에게 와서 “인제  생각하니 탈이 한 가지 있습니다.” 하고  말하여 “무
엇이 탈이야?” 하고 꺽정이가 물어보았다. “우리 떠난  뒤에 관군이 와서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구 우리 뒤를  쫓으면 탈 아닙니까?” “우리가 몇십 리 앞서 
간 뒤  쫓아오면 무어해? 헛걸음들 하는  꼴 좀 보게  쫓아오라지.” “우리들만 
같으면 설마 잡히겠습니까만, 춘동이 어머니하구 춘동이  안해가 걸음을 못 걸을 
테니 그래 탈입지요.”  “그러니 무엇을 태워가지구 가잔 말이냐?”  “태울 것
을 갑자기 어디서 변총합니까. 춘동이 말은  저의 안식구들을 해주 박노인에게루 
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구  합니다. 그게 어떻겠습니까?” “그럴 것 없다. 안식
구만 떠나보내구 우리는 여기 있다가 관군들 온 뒤에 도망하든지 접전하든지 형
편 봐가며 하자.” “박노인 말씀마따나 삼십육계가  우리의 상책이니까 그건 변
경하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도망을 하더라두 관군 온 뒤에 
도망하는 것이 관군 오기 전에 도망하는 것과  다르다. 오륙백 명이 몰려와서 우
리를 보구 못 잡으면 그놈들 낯바대기가 어떻게  될까 좀 생각해 봐라.” “도망
을 잘할 수 있을까요?” “접전해서 승전을 못할망정  도망이야 못하랴. 염려 마
라.”
  꺽정이가 데리고 온 졸개더러 이춘동이 집 일꾼들과 같이 안식구를 잘 보호하
고 앞서 가라고 마산리서 남쪽 온천 나가는  길로 떠나보내고, 이봉학이 이하 다
섯 두령과 마산리 근방 지리에 밝은 이춘동이를 데리고 뒤에 남아 있었다.
  마산리는 사방이 모두 산인데 동쪽, 서쪽, 남쪽은 산골길이나마 통로가 있으되 
북쪽은 통로가 없고  초군길뿐이고, 이춘동이 집은 동네 중의 서녘  끝으로 산봉
우리 밑에 외따로  있는 집인에 집 뒤  산봉우리를 바로 정면으로 기어올라가도 
못 올라갈 것은 없으나 동네 복판 뒤 산잔등과 해주 통로 뚫린 산날가지에 초군
길이나서 동쪽, 서쪽으로 오르내리게 되었었다. 이춘동이 집을 북쪽막힌 동네 중
의 제일 북쪽 막힌 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춘동이 집에 남아 있는 일곱 사
람 중의 이봉학이는  천생 총명보다도 전장 미립으로  막힌 북쪽에 도망할 길이 
있으려니 착목하고 대강 지형을 알려고 이춘동이보고  말을 물어보았다. “집 뒤 
산꼭대기에 올라서면  구 위는 어떻게 되었나?”  “앞으루 보기와 달라서 뒤는 
민틋해.” “그 뒤에  나무꾼 다니는 길이 있나?”  “있다뿐이야?” “북쪽으루 
자꾸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  “이 뒷산을 다 패어 넘어가면 산골에 동네들이 
있네.” “그 동네들은  통로가 어떻게 되었나?” “물여울이란 데루  나가면 읍
내 들어가는 큰길이  나서구 궁골이란 데루 나가면 기린역말 가는  길이 나서네. 
통로는 여기보다  외려 낫지.” “여보게, 어수동서  여기를 오자면 어느 쪽으루 
오나, 동쪽으루  오겠지?” “바루 오면  동쪽으루 들어오지만  남쪽으루 돌아서 
들어올 수두 있구 또 이 뒷산하구 자무산성 있는 큰 사하구 사이의 골짜기 길루 
빠져나오면 서쪽으루 들어올 수두 있네.” “그러면  관군이 여기를 빽 둘러싸구 
들어올 수가 있지  않은가?” “그렇지.” “북쪽으루 산을 패어  넘어가두 도망
할 길이 없겠네그려.”  “만일 둘러싸구 들어오면 도망할 길 없네.”“자무산성 
있는 큰 산은 이 뒷산에서 산을 타구 갈 수 있나?” “이 산에서 서쪽 골짜기루 
내려서서 개울  하나 건너가야 큰 산일세.”  “그 산속은 길이  어떻게 되나?” 
“그 산은 이  산과는 달라서 장산이니까 첩첩산중일세.”  “첩첩산중이라두 역
시 나무꾼 다니는  길은 있겠지?” “그 산속에는 나무꾼  다니는 길두 따루 없
네.” 
  이봉학이가 이춘동이에게 말  물어보는 것을 그치고 꺽정이더러  “형님, 관군
이 오기 전에 이 뒷산 꼭대기에 있다가  약차 하거든 큰 산속으루 들어가십시다.
”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산속에서 만일 여러 날 나오지 못
하게 되면 어떡하나? 이 엄동설한에 며칠씩들 굶구 견디겠나?” 하고 물었다. 
  “오륙백 명이  이 산골에 들어와서 무얼  먹구 며칠씩 있겠습니까? 양식들은 
가지구 온댔자 하루 이틀 양식밖에 더 가지구  오겠습니까. 우리두 한 이틀 요기
할 것은  준비해 가지구 가십시다. 어제  환갑 나머지 음식이 있거든  있는 대루 
싸가지구 가면 되지  않습니까?” “어디 자네 말대루 그렇게  해보세.” “관군
이 와서 우리가  산 위에 있는 걸 보구  쫓아올라올 때 혼뜨검을 내주자면 활이 
제일인데 활이라구는 나 가진 것밖에  없구 그나마 살이 한 벌뿐이니 그거야 함
부루 쑬 수 있세요? 돌덩이,  나무토막, 도깨그긋 깨진 것 같은 것을 많이 산 위
에 날라다 놨다가 위에서 내려치면 한번 혼뜨검은 낼 수 있을 듯합니다.” 
  길막봉이가 옆에서 “그거  좋수. 우리 얼른 벗어붙이구 날라올립시다.” 말하
고 나서는데 이봉학이는 여전히 꺽정이더러 “우리가 날라올리면 얼마나 날라올
리겠습니까? 동네 사람들을 잡아내서 울력을 시킵시다.”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가 황천왕동이는 관군이 어디  오는 것을 알러 보내고 이춘동이까지 다
섯 사람은 무기들을 들려 내보내서 동네  사람을 잡아다가 부리는데, 무기보다도 
청석골 임꺽정이란 성명에  동네 사람은 놀라고 겁이  나서 꿈쩍 못하고 시키는 
대로 다들 하였다.  덩이돌, 토막나무, 깨진 질그릇은 다시 말할  것도 없고 잿독
과 장항아리를 재 담기고 장물 담긴 채 올려가고 길막봉이의 청으로 절구통들까
지 올려갔다. 이춘동이  집의 올려갈 만한 물건은 얼추 다올려가고  동네 사람의 
집 물건까지 더러 올려가서 동네 사람들이 산 위에를 두서너 고팽이씩 오르내렸
을 때, 황천왕동이가  달려들어와서 관군의 선봉대가 십 리 밖에  왔다고 알리었
다. 꺽정이가 동네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춘동이의  땅과 세간은 너희들을 내줄 
테니 오늘 품삯으로 노놔 가져라. 그러구 지금  관군이 우리를 잡으로 오는데 만
일 동네에서 하나라두  나서서 관군을 조력하면 우리가  나중에 다시 와서 너희 
동네를 도륙을 낼  테니 그리 알아라.” 하고  일러서 흩어보낸 뒤, 일곱 사람이 
다같이 주체궂은 갓을 벗고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질끈 동이고 행세건의 웃옷도 
벗어버리고 바짓가랑이를 치키고  오굼이를 가뜬가뜬하게 동이고 미투리에 들메
를 단단히 하고 산 위로 올라들 갔다.   어수동서 내려오는 관군 오백여 명이 삿
바위란 곳에 와서 제각기 싸가지고  온 밥으로 늦은 아침에 이른 점심을 겸하여 
먹은 뒤 두 진으로 나뉘어서  한 진은 삿바위서 바로 남으로 내려오고 또 한 진
은 물여울까지 더 나가서 남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삿바위서 오는 진은 부장 연
천령이 평산 군사 오십  명을 거느리고 선봉이 되어 앞서 오고,  그 뒤에 봉산군
수 이흠례와 선전관 정수익이 봉산  군사 오백여 명을 거느리고 오니 마산리 동
쪽으로 들어올 것이고, 물여울로 오는 진은 부장  이의식이 역시 평산 군사 오십 
명을 거느리고 선봉이 되어 앞서  오고 그 뒤에 평산부사 장효범과 금교찰방 강
려가 두 진  선봉대로 나누어 주고 나머지 평산  군사 이백 명을 통솔하고 오니 
마산리 서쪽으로 돌아들어올  것이었다. 두 진의 병세 장한 품이  마산리에 있는 
도적이 수백 명이라도 하나  놓치지 않고 이잡듯 잡을 것 같았다.   동쪽으로 들
어오는 진의 선봉장 연천령이 마산리  동네에 들어서며 곧 군사를 시켜 동네 백
성 하나를 잡아내다  놓고 대장쟁이 이춘동이란 놈의 집이 어디냐,  이가놈의 집
에 아직 도둑놈들이  모여 있느냐 말을 물어본 즉  그 동네 백성이 서쪽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대장쟁이 집은 저  산 밑에 있는 외딴 집이옵구 도둑놈들은 모
두 산꼭대기로 올라갔소이다.”  하고 말하다가 손가락질하던 손을  얼른 움츠러
들이며 “산꼭대기에 일곱  놈이 섰는 게 보입니다.” 하고 말하는데  그 손가락 
끝이 가던 곳에 예닐곱 놈이 한데 뭉치오  섰는 것이 보이었다. “도둑놈 수효가 
모두 몇이냐?” “일곱 놈이올시다.” “단 일곱 놈뿐이냐?” “녜, 일곱 놈뿐이
올시다. 그런데 소인이 이렇게 말씀 여쭙는 걸  도둑놈들이 볼 테니 뒤가 걱정이
올시다.” “그건 무슨 소리냐?” “도둑놈들이 산으로 올라갈  때 이 동네 백성
들더러 말씀 한마디라두 관군에  일러바치면 나중에 와서 동네를 도륙낸다구 했
소이다.” 연천령이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도둑놈 예닐곱에게 쥐어 지낸 
동네 백성도 가련한  인생들이지만, 도둑놈 예닐곱을 잡으러 두 골  군사 오백여 
명이 쏟아져 온 것도  일 같지 않았다. 대군이 오기 전에  도둑놈들을 다 잡아치
우려고 마음을 먹고 “저 산을 어디루 올라가느냐?”  하고 길을 물었다. “동네 
뒤루두 올라가옵구 동네를  지나가서두 올라가는 길이 있소이다.”  연천령이 군
사들을 보고 “도둑놈들이 도망하기 전에 얼른 쫓아올라가서 잡아가지구 내려오
자.” 하고 소리치고 말을 채쳐 군사들의 앞을 서서 동네 뒤로 들어왔다.  눈 위
에 사람들 오르내린 발자국이 있어서 그 발자국을 따라 올라오는데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도둑놈들  있는 산꼭대기려니 생각이 들 때, 홀저에  위에서 아우성
이 나며 돌덩이와  나무 토막이 아래로 굴러내려왔다. 연천령이 큰  칼을 휘두르
며 “자, 올려밀어라!” 하고  소리치나 군사들은 돌덩이 나무토막을 피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뒤를  잘 따르지 못하였다. 연천령이 말을 잠깐  세우고 군사들을 
돌아보며 빨리빨리 올라올라고  호령할 때, 말이 별안간 껑청 뛰어서  말에서 떨
어졌다. 군사 두엇이  부장을 붙들어 주려고 쫓아오다가 그중의 군사  하나가 어
디를 얻어맞았는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구렁진  데로 떨어졌다. 연천령이 일어
나서 떨어진 칼을 집고 그  동안 아래로 뛰어간 말을 다시 잡아타려고 쫓아내려
가는 것을 군사들은 부장이 도망하는  줄로 알고 와 하고 내려 몰리는데 올라올 
때와 딴판으로 앞을  다투어 뛰었다. 연천령이 이것을 보고 화가  충천하게 나서 
군
사들을 쫓아오며 “이놈들,  왜 도망하느냐!”“게들 섰거라. 군령이다.” “군령
에 사정 없다. 모가지들이 떨어지구  싶거든 어서 내빼라!” 하고 소리소리 질러
서 겨우 군사들을  더 내려가지 못하게 제지하였으나, 벌써 먼저  올라갔던 데서 
활 한 바탕 거리나 좋이 내려 왔었다.   연천령이 창피 본 분풀이로 군사들을 죽
일 놈 살릴 놈하고 한바탕 야단친 뒤 어느 틈에 옆에 와 섰는 말을 앞으로 끌어 
내세우고 살펴본즉 앞굽 하나를 돌덩이에 짓찧인  모양인데, 그래도 굽통이라 단
단한 덕으로 아주  으스러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구렁에 떨어진  군사를 데
려오라고 군사 두엇을 보냈더니 걷지 못하여 업고 왔는데 한편 다리의 정강이뼈
가 부러졌었다. 도둑놈들이  돌덩이 나무토막을 던지는데 말탄  사람을 목표삼고 
많이 던져서 타고 앉은  말이 상하고, 붙들어 주러 오던 군사가  상한 듯하여 연
천령이 말을 타지 않을 작정으로 군사 두 명더러 하나는 상한 군사를 업고 하나
는 말을 끌고 동네로 내려가라고  한 뒤 다시 군사들을 몰고 산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그 동안 동구 밖에 와서 결진한 본진에서 퇴군하여 내려오라는 전령이 왔
었다.  연천령이  본진에 와서 승창들을 깔고 나란히 앉았는  이흠례와 정수익을 
보고 “퇴군령을 어째  놓으셨나요?” 하고 물으니 “도둑놈들을 잡으러 올라가
기 전에 먼저 준비할 일이 있소.” 하고 이흠례가 대답하였다. “준비할 일이 무
엇입니까?” “지금 이 동네 것들의 말을 들은즉 산 위에 올라가 있는 도둑놈이 
일곱 놈이라는데 일곱 놈을 모짝 다 잡지 못하구 한 놈이라두 놓치면 대군을 거
느리구 온 우리가  창피한 중에 더 창피할 테니  한 놈두 놓치지 않두룩 준비를 
차리잔 말이오.” “녜, 그럼 일시에 동서 양쪽으로 쫓아올라가잔 말씀입니까?” 
“쫓아올라가는 데두 양쪽으루 쫓아올라가려니와 그보다두 이 산을 타구 북쪽으
루 들어가면 큰길루  나갈 수가 있다니 북쪽에서  내쫓구 여기서 들이쫓구 해야 
놓칠 염려가 없겠소. 그러니 연부장은 지금 빨리  물여울서 오는 길루 가서 본쉬
보구 길루 오지 말구 산을 타구 오거나 산이 험해서 탈 수가 없거든 이 산 뒤의 
큰 길루 나가는  목을 지키라구 말씀하시우.” “군관을 하나 보내셔두  좋을 텐
데 왜 나더러 가라십니까?”  “본쉬가 주장 노릇을 톡톡히 하려구 하는 모양인
데 군관이가서 말하면 딴소리  할는지 모르니 연부장이 가시우." "도둑놈들이 그 
동안에 안 할까요?” “미련한 놈들이 관군을 항거할 생각으루 돌멩이 나무토막 
깨진 그릇 등속을 수십 짐  산위에 갖다 쌓았다니까 우리가 올려치면 저이 힘껏 
막다가 막지 못하게 돼야 도망할 것이오.” “그놈들이  항거 못할 줄 깨닫구 미
리 도망할는지 누가 압니까?” 
  정수익이 연천령더러 “그놈들이 도망할라면  벌써 도망했지 이때까지 있겠나. 
그러구 우리 둘이 여기서 봐가며  대책을 세울 테니까 그런 염려는 고만두구 어
서 가게.” 하고  말하여 연천령이 녜 하고 대답하면서도 먼저  쫓겨내려온 설치
로 댓바람 쫓아올라가서 도둑놈들을  한칼에 무짜르고 싶은 마음이 속에 가득한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이흠례와 정수익이 군사를 두  대에 나누어서 동쪽 산잔등과 서쪽 산날가지를 
각각 지키기로 의논한 뒤, 이흠례가 일대를  거느리고 서쪽으로 나오는데 연천령
도 이흠례를 따라와서  선봉대로 데리고 왔던 평산  군사를 이흠례 진에 머물러 
두려고 한즉 군사들이 타군 군사  틈에 겄여 있기가 싫든지 모두 따라가기를 원
하여 수솔군으로 데리고  나갔다. 산골에서는 큰 들이라고 할 만한  개야된 곳까
지 나와서 물여울서 오는 북쪽 산골길로 꺽이어 얼마 들어오다가 이의식의 몰고 
오는 선봉대를  만났다. 이의식이 말을  놓아 앞으로 쫓아나오며  “자네 어디루 
가나? 마산리에 도둑놈이 없든가?” 하고 물어서 연천령이 평산부사에게 약속하
러 가는  사연을 말한뒤 “막이 도둑놈  여닐굽 놈 잡는데 이게  무슨 야단인가. 
사람이 창피해  죽겠네.” 하고 한숨까지 쉬었다.  “그나마 잡지 못하구 놓치느
니.” “도둑놈을 잡지 못하구 놓치는 날이면 나는 서울 안 가겠네.” “서울 안 
가구 어디루  도망할라나?” “나 혼자서라두 적굴을  찾아갈라네.” “도둑놈들 
손에 죽구 싶어서?” “죽어두  좋지. 설마 고깃값이야 못하겠나.” “그러면 일
이 더 커졌는걸.”  “일이 더 커지다니?” “도둑놈 잡을 일에  친구 살릴 일이 
엄쳐서 더 커졌단 말이야.” “실없은 말은  고만두구 자네ㅏ 마산리 당도하거든 
곧 산으루 쫓아올라가두룩  하게. 그 동안 나는 평산부사에게 가서  말하구 같이 
뒤에서 쫓아나갈테니.”  “앞에서 둘이쫓거든 뒤에서  놓치게나 말게.” “내가 
뒤에 가 있으면 뒤에선  놓칠 리 만무하지.” “내가 뒤에 가  있으면 뒤에선 놓
칠 리 만무하지.” “내가 앞으로 가니 앞두 염려 말게.” “자, 어서 가게. 이따 
만나세.” “도둑놈을 앞에서  다 잡아놓거든 와서 구경하게.” “잡지는 못하더
라두 튀기기나 잘하라게.” 
  연천령이 이의식과 마상에서 이런 수작을 하고 남북으로 서로 갈리었다.
  연천령이 이의식을 만난 데서 한  이 마장쯤 더 와서 평산부사 장효범이 행군
하여 오는 것을 만났는데, 산골길이 좁아서 당당하게  작대는 할 수 없겠지만 뒤
죽박죽 몰려오는 꼴이 마치 패진하고 쫓겨오는  군사들과 흡사하였다. 그러나 나
팔수의 나발 부는 소리와 고수의  북치는 소리는 기세가 좋아서 양쪽 산이 찌렁
찌렁 울리었다. 연천령이 말께서 내려와 장효범  말머리에 와서 군례로 국궁하고 
도둑놈을 앞뒤로 쫓을 계책을  말하니 장효범이 시뜻하며 “내가 여러분의 강권
으루 주장노릇을 하기루 했으니  주장명색의 말이나 들어보구 계책을 정해야 하
지 않소. 각자이위대장이오.  그럼 나는 내맘대루 할 수 밖에  없소.” 하고 꿰어
진 소리를 하였다. 연천령이  비위가 상하는 품으로는 곧 “모르겠소. 맘대루 하
시구려.” 하고 내받고 싶으나,  그러면 이흠례가 군관을 안 보내고 자기를 보낸 
보람도 없거니와 그보다도 도적을 잡는데 낭패가 날는지 몰라서 비위를 참고 “
일이 급해서 오시기를 기다리지 못하구 작정했다구 정선전이 증언부언 말씀합디
다.” 하고 왕명 받고 온 사람의 무게로  장부사의 여기를 누르려고 정선전을 내
세웠다. “그 계책을  낸 사람이 이봉산이 아니구 정선전이오?”  “작정하기 전 
의논은 이봉산과 둘이 했겠지요.” “정선전으루 말하면  어명을 받잡구 온 사람
이니까 일에  혹 실수가 있더라두  용서할밖에.” 하고 장효범이  자기옆에 말을 
세우고 있는 금교찰방  강려를 돌아보았다. “우리 주의 누가 실수가  있다손 치
더라두 도적을 잡구  나서 이야기하는 게 옳지요. 빨리 군사를  돌려가지구 지금 
지나온 동네앞에까지 도루 가서  거기서 산으루 올라가든지 길목을 지키든지 작
정합시다.” “강찰방 말이 옳소.”  하고 장효범이 곧 가까이 섰는 군관을 불러
서 지금 지나 내려온 동네까지 도로 가도록  군사를 돌리라고 영을 내렸다. 연천
령은 나가서  말을 타고 다시 돌아와서  강려 옆에 말을 세웠다.  “여기서 바루 
산으루 올라가두룩  해보시지요?” “여기는 산이  험준해서 올라갈 수가  없소. 
여기서 죽 내려가며 어디 올라갈 만한 데가  있나 보시구려.” 강려가 산을 가리
키는데 연천령이 좌우 산천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길 서쪽 산기슭은 그다지 험
하지 아니하나 길  동쪽 산세는 과연 험하여  쭉쭉 미끄러지는 빙설이 아니라도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산골을 다 지나오니 조그만 동네요, 개울 건너를 바라보니 편편한 들판이었다. 
장효범이 동네 앞에 와서 진을  머무른 뒤 강려를 보고 “지키자면 어디를 지키
는 게 좋겠소?” 하고 의논하여 “저 들판을 건너가면 산새에 남쪽으루 뚫린 길
이 있다니까 그 길을 지키는 게 좋겠지요.”  하고 강려가 대답하는 것을 연천령
이 가까이 있다가 듣고 승창에  앉은 장효범 앞에 나와 서서 “산으루 올라가서 
쫓아나가지 않구 길을 지키실랍니까?” 하고  들이대듯이 물었다. “산에 올라가
서 공연히 눈 속에 싸지르느니  길목을 단단히 지키구 있는 게 좋지 않소?” “
그럼 나는 다시  마산리루 갈랍니다.” “마산리는 이부장이  갔는데 연부장마저 
갈 게 무어요?”  “서울서 여기까지 와서 남들이 도적  잡는 것 구경하구 있세
요?” “갈라거든 가우.  그러나 데리구 온 군사는 여기서 쓸테니까  다시 못 주
겠소.” “녜, 나  혼자 달려가는 게  빨라서 되려  좋습니다.” 연천령이 분연히 
돌쳐서서 말  타러 나올 때 강려가  뒤에서 “연부장 잠깐만 거기  서 기시우.” 
하고 만류한 뒤 장효범을 돌아보고 “나를 군사 백 명만 나눠 주시면 나는 연부
장하구 같이 산으루 쫓아나가구 연감은 그 나머지 군사를 데리구 길을 지키시는 
게 더 단단할 것 같은데 영감 생각엔 어떠시우?” 하고 말하니 장효ㅓㅁ이 강려
의 말은 잘 듣는 듯 “아무리나 좋두룩 합시다.” 하고 대답하였다.
  얼음 위로 개울을 건너고 눈 속으로 들판을 지나고 산 사이에 뚫린 통로에 와
서 장효범은 군사  일백사십여 명을 데리고 길을  지키고 강려와 연천령은 군사 
백 명을 거느리고  산으로 올라왔다. 백 명  중에 이 근처 길을 잘  아는 군사가 
한둘이 아니어서 그 군사들 말이  산속에도 마산리 동네 뒤로 나가는 훌륭한 초
로가 있다고 하여 그 군사들을 앞세우고  쫓아나오는데, 연천령은 도둑놈이 어디 
쫓겨나오나 하고 연해 좌우를 돌아보았다.
  꺽정이패는 돌 몇 덩이, 나무 몇 도막으로  관군 한떼를 물리치고 재미들이 나
서 동구 밖에 결진한 수백  명 관군을 안하에 내려 보고들 있는 중에 관군이 동
서로 올라오려고 준비 차리는  것을 보고 이봉학이가 꺽정이더러 “관군이 일시
에 양쪽으루 올려밀면 우리가  손이 모자라서 아까같이 막아내긴 틀렸으니 고만 
어디루 갑시다.” 하고  말하는데 길막봉이가 중간에 불쑥 나서서 “일껀  품 들
여 져올려다 놓은 걸  아깝게 내버리구 간단 말이오? 절구통이구 잿독이구 장항
아리구 하나두 남기지  말구 다 쓰구 갑시다.” 하고 말하여  이봉학이가 눈살을 
잠깐 찌푸리고 “아깝긴 무에  아깝단 말인가. 주착없는 소리 하지 말게.” 하고 
나무랐다. 그러나 꺽정이 역시 길막봉이의 의사와  대동소이하게 “아까 같은 재
미 한번만 더 보구  가세.” 하고 말하므로 이봉학이는 다시 더  말 않고 고만두
었다. 이춘동이가 이봉학이의 대를 받아서 “관군이  오륙백 명이라더니 여기 온 
것은 이삼백 명밖에  더 안될 것 같소.  그러면 절반 가량은 다른 데루  간 모양 
아니오? 북쪽에서 이 산을 에워싸구 서쪽에서 큰 산으루 건너갈 길을 막으면 우
리는 천라지망에 빠져서 빠져나갈 틈이 없소. 한 시각이라두 바삐 도망합시다.” 
하고 걱정스럽게 말하니 꺽정이는 한번 껄껄 웃고 “에워싸든지 막든지 저이 할 
수 있는 대루 다 하라게.  그래두 우리는 빠져나갈 테니 염려 말게.” 하고 이춘
동이의 어깨를 뚜덕뚜덕하였다.
  동쪽, 서쪽의 관군은 모두 아무 동정이 없고 산  위 눈 위의 바람은 혹독히 차
서 꺽정이, 질막봉이   두 사람 외의 다른 사람들은 혹  몸을 옹송그리기도 하고 
혹 발을 동동거리기도 하였다. 그 중의 김산이  같은 사람은 보기가 딱하도록 덜
덜 떨었다. 황천왕동이가  김산이를 와서 붙들고 “자네 몹시 치운  모양이니 화
톳불을 좀  놓을라나?” 하고 말을  걸었다. “여기서 무얼루 화톳불을  놓아?” 
“여기선 왜 못 놓겠나. 놓을라면  놓을 수 있지. 우리 가진 부싯깃을 모아서 한
데 뭉쳐서 절구통 우에 놓구  저기 광술 박힌 나무토막이 수두룩하게 많으니 광
술을 얇게 삣기두 하구 잘게 쪼개기두 해서 부싯깃 위에 엉성하게 덮어 놓구 부
싯깃에 불을 붙여서  그불이 광술에 옮아 달리면  나중에는 통나무 토막이 활활 
타두룩 화톳불을 놓을 수 있지 않겠나.”
  김산이가 화톳불 놓을  공론만 들어도 추위가 잊어지는  듯 떨리는 것이 적이 
진정되었다. 배돌석이는 불  붙은 나무토막으로 관군들을 덴둥이  만들어도 좋겠
다고 말하고  길막봉이는 화톳불에 떡이나 구워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여 여러 
사람이 같이 웃을때, 홀저에 북소리가 서쪽에서 나고 또 동쪽에서 났다. 양쪽 관
군이 일시에 올라오는데 계책을 서로 위논하여 정한 듯 양쪽에서 다같이 산꼭대
기를 활 한 바탕  못 남겨놓고는 산꼭대기가 바라보이는 산모퉁이에 활잡이들을 
남겨서 먼장질을 시키고 창잡이, 칼잡이들은 위로 쫓아올라왔다.
  꺽정이는 배돌석이, 황천왕동이를  데리고 동쪽 관군을 막고  이봉학이는 길막
봉이, 김산이, 이춘동이를 데리고 서쪽 관군을 막기로 작정한 뒤 각각 관군이 턱
밑에 오기를 기다리는데,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려고  나무들을 의지하고 서 있었
다. 이봉학이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는 중에 별안간  귓가에서 딱 소리가 나며 화
살 하나가 옆에  나무 밑동에 와서 박혔다. 이봉학이가 괘씸스러운  생각이 나서 
한 옆에 놓아 두었던 활을  가서 집어들고 전동에서 살을 꺼내려다가 말고 나무
에 박힌  살을 와서 흔들어 보았다.  궁력이 약한 사람의 살이든지  깊이 박히지 
아니하여 몇 번 이리저리 흔들어서  뽑아 가지고 촉을 조져서 시위에 먹여 들었
다. 관군의 활잡이 선 곳을 바라보니 활잡이들  뒤에 말탄 사람 하나가 우뚝하여 
겨냥대기 좋았다.
  이봉학이가 활을 쏘았다.  그러나 깍지손을 떼며 곧 아차 소리가  입에서 나왔
다. 겨냥댄 말탄 사람의  몸이 깍지손 떼는 순간에 움직이었던 것이다. 봉산군수 
이흠례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줄도 모르고 군사들더러  나무 앞에 나서는 놈을 
쏘라고 말을 이르려고  몸을 앞으로 굽히자마자, 상투 밑이 뜨끔하여  손이 절로 
올라가서 만져 보니 화살이 와서 꽂히었었다.  등겁하여 말께서 뛰어내려서 군사 
뒤에 숨었다.  벙거지의 모자 앞을 뚫고  상투 밑을 꿰고 모자뒤까지  나간 살이 
천하 명궁이 미간을 겨냥댄 살인 줄 알았더면,  두고 두고 등골에 찬땀을 흘렸을 
것이다. 이봉학이 손에  화살이 한 대만 더 있었더라도 이흠례는  마산리 귀신이 
되고 말았을  것인데, 첫 대는 공교하고  빗맞고 둘째 대는 손에  가지지 않아서 
이흠례가 비명의 죽음을 면하였다. 이것은 천명이랄밖에 없다.
  이 동안에 선두에 선 관군들이  벌써 턱밑에를 다 와서 길막봉이가 큼직한 돌
덩이를 내던지기  시작하여 이봉학이는 얼른  활을 전동 위에  갖다놀고 김산이, 
이춘동이와 같이 돌도  굴리고 나무도 집어던졌다. 활잡이들의  먼장질은 뜸하여
졌다. 뜸하지 않더라도 겁 날건 없는 것이  바람을 거슬려서 치쏘는 화살이 거지
반 작이  모자라서 산밑에 올라오는  관군들이 되려 상하기가  쉬웠다. 올라오는 
관군들은 돌, 나무, 깨진  그릇을 피하느라고 빨리 올라오진 못하나 그대로 일보 
일보 자꾸 올라와서 네 사람이 비록 삼두육비를 가졌더라도 도저히 막아낼 가망
이 없었다. 더구나 동쪽에는  말탄 사람이 둘인데, 하나는 활잡이들과 같이 중간
에 처지고 하나는  창잡이, 칼잡이들을 몰고 오는 까닭에 올라오는  것도 서쪽보
다 훨씬 빨랐다. 서쪽의 이봉학이가 활을 쏠 때  동쪽의 세 사람은 벌써 돌과 나
무를 던지느라고 분주하였다.  관군이 자빠지고 엎드러지는 동무들을  돌보지 않
고 올려밀어서 산꼭대기에서  과즉 예닐곱 간밖에 안 될 데까지  올라왔다. 황천
왕동이가 깨진 그릇으로 잿독의 매운 재를  퍼다가 그릇째 내던졌다. 황천완동이 
하는 것을 보고 배돌석이도 재로 대들어서 둘이  뻔질 퍼날랐다. 바람이 마침 높
새라 재를 아래로 날리는데 서쪽만  못하나 그래도 위에서 던지는  바람에 앞장
선 관군들은 눈을 뜨지  못하도록 재가 날았다. 그 관군들이 뒤로 물러내려가자, 
말탄 사람이 쫓아올라오며 내려오지  못한다고 호령호령하였다. “저놈을 내려가
서 요정내구 올까 부다.” 꺽정이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자 “가만히 기시우. 내
가 내려가리다.” 배돌석이가  왼팔에 돌주머니를 걸고 바른손에  팔맷돌을 꺼내
들며 아래로 쫓아내려갔다.
  말탄 사람이 배돌석이의 쫓아오는 것을 수상히 여기는 듯 뻔히 바라보고 있더
니 배돌석이 손이 번뜩한 뒤 몸을 한번  기우뚱하였다. 면상에 들어가 맞을 팔맷
돌이 귀 뒤로 지나갔다. 배돌석이가 이것을 보고  적지 아니 놀라서 자기의 특별
한 재주인 연주팔매를 치려고 돌주머니의 돌을 왼손에  한줌, 바른손에 한 개 꺼
내 쥐는 동안에 그 사람은 얼굴이 말갈기에 닿도록 납작 엎드리고 말을 놓아 앞
으로 쫓아왔다. 배돌석이가 사람을 놓아두고 말을 쳤다. 말이 한짝 눈에 돌을 맞
고 대가리를 번쩍 치켜들며 앞을  솟치는데 그 사람이 말에 익어서 낙마는 아니
하였으나, 말을 제지할 때  부지중 고개를 좀 쳐들었다가 앞이마에 돌을 맞았다. 
이마를 깨고 비로소 영문을 알았던지 별안간 말머리를 돌이켜서 아래로 달려 내
려갔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무예 출중한 부장 이의식이니, 눈이 밝고 
손이 재서 눈앞에 들어오는 화살을 손으로  예사 잡는다던 사람이다. 배돌석이의 
첫번 팔매를 피한 것만  보아도 그 재간을 알 수 있었다.  배돌석이가 말탄 사람
의 뒤를 쫓아 아래로  더 내려가며 돌 한 개에 군사  하나씩 넘어뜨렸다. 군사가 
대여섯 넘어지자, 여러 군사들은 와 하고 도망하였다.
  이때 서쪽에서는 길막봉이가 절구통을 내던지는 바람에 관군의 올라오는 기세
가 좀 꺽이어서 잠시 숨들을 돌리던 차에,  황천왕동이가 잿독을 끌고 와서 길막
봉이더러 관군 가까이  들고 내려가서 잿독에 남은  매운 재를 쏟으라고 가르쳤
다. 재를 쏟아서 바람 아래 관군들이 눈을 잘 뜨지 못할 때, 길막봉이가 목청 가
지껏 호통을 지르며 잿독을  내려치고 또 황천왕동이와 이춘동이가 맞들고 내려
온 장항아리가  깨지며 관군에게 장물  벼락을 들씌웠다. 관군이  도망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관군의 쏟아져  내려가는 형세가 물꼬에 마치 물을 터놓은  것 같아
서 우두머리 군관들도 제지할 힘이 없었다.
  이봉학이가 꺽정이게 와서 “형님,  인제 고만 갑시다.” 하고 말한 뒤 배돌석
이가 배를 잔뜩 내밀고 찬찬히 올라오는 것을 내려다보고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
쳤다.
  이춘동이가 음식 싸넣은  자루를 어깨에 엇매고 나설 때, 이봉학이가  그 자루
는 원력 있는 길막봉이를 주라고  하여 길막봉이는 한손에 철편 들고 한 어깨에 
자루 메고 그외의 여섯 사람은  각각 무기만 손에 들고 이춘동이를 앞세우고 산
속으로들 들어왔다.
  꺽정이패 일곱 사람이 얼마 동안 북쪽에 솟은 상봉을 바라보고 들어오다가 큰
산으로 건너가려고 서쪽을 향하고 나오는데 본래 길이 없는데 눈까지 덮여서 지
형을 잘 아는  이춘동이도 나갈 방향을 잡느라고 두리번거릴 때가  많았다. 잔등
을 높은 것 낮은 것  여렷 넘어오는 중에 김산이가 빙판진 비탈에서 미끄러져서 
한편 발목을 접질리고 그 발목을 아끼느라고  절뚝절뚝하며 잘 따라오지 못하여, 
황천왕동이가 올라오는 데는 뒤에서  밀어주고 내려오는 데는 앞에서 끌어 주었
다. 황천왕동이는 산에서  나서 산에서 자란 사람이라 산타기를 여느  사라 평지 
걷듯 하는  까닭에 김산이를 거들어  주면서도 남의 뒤에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김산이가 황천왕동이에게 딸려  오면서 “여보게 춘동이, 길까지  나가자면 얼마
나 남았나?” 하고  물으니 이춘동이가 좌우 산세를 한번  둘러보고 “반 좀 더 
왔네.”하고 대답하였다. “어디  앉아서 좀 쉬어 갔으면.” 김산이가  발목이 아
파서 쉬어 가잔 말은 내고도 다른 사람의  의향을 몰라서 말끝을 흐리었다. 일곱 
사람 중의 귀인인 이봉학이도 다리를 잠깐 쉬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던 차라 김
산이더러 “자네는 이번이  처음 경난이지? 어렵겠네.” 하고 말한  뒤 꺽정이를 
보고 “여기 어디  좀 앉아서 쉬어갑시다.”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못마땅한 것
같이 혀를 찬 뒤  고개를 끄덕거리었다. 앉아 쉴 만한 자리들을  찾는 중에 이춘
동이가 앞에 장등을 가리키며 “이 등갱이를 넘어가면 아늑한 골짜기가 나설 듯
한데 이왕 쉴바엔 잔풍한  데 가서 쉽시다.” 하고 말하여 여러  사람이 그 말을 
쫓아서 장등 하나를 더 넘어온즉 과연 조그만 골짜기가 있고 골짜기 안침 산 기
슭에 두덩진  곳이 있는데, 두덩  위에는 바윗돌이 듬성듬성  박히고 두덩가에는 
다복솔이 빽빽하여 날 따뜻할 때 길짐승들 붙기  좋을 자리였다. 일곱 사람이 두
덩 위에 와서  돌 위의 눈을 쓸고 앉아  헐각들 하는 동안에 길막봉이는 동쪽의 
관군 막은 것을 묻고 또 배돌석이는 서쪽의 관군 막은 것을 물어서 여럿이 너도 
한마디 나도 한만디 서로 받고채기로 이야기들  하는데, 김산이만은 발목 주무르
기에 골몰하여  이야기 참례도 못하였다.  이춘동이가 김산이을 이야기  한 축에 
끌어넣으려고 “산이는 관군 올라오기 전에 덜덜 떨던 사람이 관군 올라온 뒤루 
땀을 뻘뻘 흘렸으니까  관군이 산이를 어한시켜 준 셈이야.” 하고  웃으니 “관
군 덕에 어한한 사람이 나뿐일라구?” 하고 김산이는 말대꾸하며 여전히 발목을 
주물렀다. “관군이 지금쯤 쫓아오면  자네 발목두 절루 나을 걸세.” “참말 관
군이 지금  우리 뒤를 쫓아오지 않을까?”  “발목이 낫는다니까 곧 쫓아오기를 
바라나? 그렇지만 우리가 어디루 간 줄 알구  그렇게 쉽사리 쫓아오겠나.” 이춘
동이가 김산이에게 우스개하는 말을  황천왕동이가 듣고 “눈 위에 우리 발자국
이 난 것은  어떠허구?” 하고 말하니 이춘동이는 깜짝 놀라며  “참말 그래. 우
리가 이렇게 늑장 부릴  일이 아니러군.” 하고 여러 사람을 돌아보았다. 길막봉
이가 온천서 들은 이야기가 문뜩 생각이 나서 “우리가 지금부터는 모두 미투리
들을 꺼꾸루  신구 갑시다. 그러면 우리  발자국을 뒤밟아오는 관군이 간  건 온 
걸루 알고 온 건 간걸루 알지 않겠소?” 하고 말하니 황천왕동이는 온천 이야기
를 듣지 못한  사람이라 신통한 꾀라고 손뼉까지 쳤다. 꺽정이가  웃으며 신통한 
꾀를 써보자고 말하여 여럿이 다같이 미투리를 거꾸로 신고 발에서 벗겨지지 않
도록 들메를 단단히  매고 두덩에서 일어설 때  동쪽 장등에 관군의 활잡이들이 
나타났다. 서쪽  장등으로 올라가면 과녁박이  노릇을 하게 되는  까닭에 나무가 
많이 들어선 북쪽  산으로들 기어올랐는데, 산이 서쪽은 험하여 일곱  중에 가지 
못할 사람이  태반이라 하릴없이 상봉  밑을 지나서 동쪽으로  나왔다. 꺽정이가 
걸음 걷기 거북하다고 미투리들을  바로 신자고 말하여 관군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데 와서 신발등을 다시 고쳐 신고 상봉 뒤로 돌아서 서난간으로 내려갔다.
  동쪽, 서쪽 관군들이 활잡이들 섰는 곳까지 몰려내려갔을 때, 동쪽에서는 선전
관 정수익이  군사를 다시 정돈시켜서  데리고 올라 오는데  활잡이들을 창잡이, 
칼잡이보다 앞세우고, 서쪽에서는 봉산 군수 이흠례가  군사를 친히 통솔하고 올
라오는데 창잡이, 칼잡이 새새에 활잡이들을 섞어 세웠었다. 그러나 양쪽에서 다
같이 화살 한 개 쓰지 않고 산 위에를 올라왔다.
  정수익과 이흠례가 군사를 다시 합하여 가지고  도망한 도적들을 뒤쫓았다. 새 
눈 위에 박힌 발자국을 밟아서 조그만 골짜기 두덩진 곳에 와서 본즉 여러 놈이 
앉았다 간 형적은  완연하나 어디로들 나갔는지 나간 발자국이 없었다.  북쪽 산
에서 내려왔지 올라간 것이 아니었다. 정수익과  이흠례가 다같이 까닭을 몰라서 
묻는 눈치로 서로 바라보다가  정수익이 먼저 “그놈들이 이곳에 와서 승천입지
를 했기 전에야 어디루든지 나갔을 텐데 두 군데 발자국이 다 들어온 게니 이거 
괴상하지 않소.” 하고 말을  내었다. “들어오는데 두 군데루 들어왔을 리야 있
소. 한 군데루는 나갔겠지.” “옳지, 이놈들이 신발을 거꾸루 신은 게요. 발자국
으루 우리를 속이려구.”  “그러면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두 발자국에  속아 왔
는지 모르겠소.” “아까 올라가는 걸 봤다는  아이들두 있으니까 여기서 신발을 
거꾸루 신구 저 산으루  올라간 게 분명하우.” “십의 팔구 그런  듯하나 혹 우
리가 오는 중간에 다른 데루 빠져 나간 발자국이 있는 걸 살펴보지 못하구 왔는
지두 모르니 군사를  다시 나눠서 두 패루 종적을  찾아보는 게 어떻소?” “내 
생각엔 그럴 것 없을 것 같소. 우리 함께  발자국을 밟아서 저 산으루 올라가 봅
시다.” “아무리나 합시다.” 이수익과 이흠례가 군사들을 데리고 상봉 밑을 지
나서 동쪽으로 나오는데 말을 타도  고생이지만 그나마 못 탈 데가 많아서 걷느
라고 죽을 고생들을 하였다.
  안계가 제법 넓어지는  한 장등에를 올라왔을 때, 평산 군사가  북쪽에서 마산
리로 나가는 것이 바라보이어서  정수익이 이흠례와 의논하고 마산리 동네와 서
쪽 산골길을 막아 달라고  전갈하여 군관 두엇을 쫓아보냈더니 연천령이 필마단
기로 달려 와서 정수익과 이흠례를  보고 마상에서 한번 허리를 굽힌 뒤 “도둑
놈을 몇 놈이나 놓쳤소?” 하고 물어서 “아직은  한 놈두 못 잡았네.” 하고 정
수익이 대답하였다. “어떻게  하다가 일굽 놈을 다 놓쳤단  말이오?” “이야기
하자면 장황하니 나중 듣게.” “이부장은 어디 있소?”  “이마를 몹시 깨서 지
지라구 동네루 내려보냈네.” “어째 이마를 깼소, 낙마했소?” “도둑놈의 돌팔
매를 맞았다네.” “저런 변이  있나.” “여기서 보기에 평산군이 얼마 안돼 보
이니 웬일인가?” “나하구  강찰방하구 둘이 백 명을 얻어가지구  오는 길이오.
” “본쉬는 어디 다른  길루 오나?”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을 지킨다구 뒤에 
남아 있소.” “그럼  자네하구 강찰방하구 둘이 동네 앞과 서쪽  산골길을 노놔
서 지키두룩 하게.” “강찰방더러 동네앞을 지키라구  하구 나는 서쪽 산골길을 
가서 지키겠소.” “그건 자네  생각대루 하게.” “그럼 군사 여남은 명만 나를 
주시우.” “자네가 여남은만  데리구 갈 작정인가?” “여남은이면 넉넉하우.” 
정수익이 이흠례에게 말하고 사수, 살수 섞어 이십명을 뽑아서 연천령을 주었다. 
  연천령이 강려에게 와서 마산리  동네와 서쪽 산골길을 나눠 지키는데 자기가 
서쪽 산골길을 맡겠다고 말한  뒤 “도둑놈들이 지금 서쪽으루 도망한 모양이니
까 내가 빨리 가야  할 텐데 내 말이 굽이 상해서 걸음을 잘  못하우. 강찰방 말
을 좀 바꿔 탑시다.” 하고 청하였다. 강려의 말은 공골말인데 금교역말 역마 중
의 제일 좋은  말이었다. 강려가 말을 잠시라도 내놓기가 싫든지  허락을 선선히 
하지는 아니하나, 마침내  바꿔 주어서 연천령은 강려의 공골말을 타고  봉산 군
사 이십 명을 몰고 마산리 뒷산에서 자모산성 있는 큰산으로 건너가는 산골길을 
지키려고 풍우같이 달려왔다.
  연천령이 마산리 동네로 내려와서 오 리 넘는 길을 돌아오는 동안에 꺽정이패
는 상봉에서 서남간으로 과즉 이 마장 가량밖에 안되는 서쪽 산 끝에를 겨우 나
왔었다. 평지길을 오는 것이 길없는 산속으로  나오는 것과 다를뿐더러 연천령이 
닫는 말을 채질하여 군사들이 줄달음을  쳐도 뒤를 잘 따르지 못하도록 빨리 달
려왔던 것이다.
  꺽정이패는 산 끝에서  산 아랫길까지 절반 넘어 내려왔을 때,  연천령이 멀리
서 바라보고 뒤에  떨어진 군사들을 기다리지 않고  단기로 쫓아와서 말을 길에 
세우고 칼을 머리 위로 비껴들고 나무 사이에 우뚝우뚝 섰는 꺽정이패를 치어다
보며 “이놈들,  어서 내려오너라!” 하고  호통을 질렀다. 연천령은  이봉학이가 
군기시의 직장을 다닐 때  부봉사로 있던 사람이라 이봉학이가 옛날 조라동관을 
알아보고 그전 동관의 의로 양편이 다 무사하기를 바 라서 다른 사람보다 한 거
음 아래로 내려서며 “연봉사 편안하우?” 하고 인사하니 연천령이 이윽히 치어
다보다가 “이놈,  네가 이봉학잉 아니냐? 너는  조정의 벼슬 다니던  노밍 무슨 
뜻으로 조정을 배반하구 도둑놈이 됐느냐? 꺽정이 같은 백정놈늬 자식보다 네가 
더 죽일 놈이다. 너부터 빨리 내려와서 내칼을 받아라!” 하고 호령을 통통히 하
였다. 이봉학이는 부끄럽고 분하여  말을 더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데, 꺽
정이가 이봉학이 앞에 내려와서  연천령을 굽어보며 “그까진 녹슨 칼을 누구더
러 받아라 마라, 되지 못한 눔 같으니! 그 칼 가지구 네 집에서 가서 개껍질이나 
벗겨라!” 하고 조소 반, 욕설 반  꾸짖었다. “쥐 새끼 같은 도둑놈들! 한꺼번에 
다 내려오너라. 내가  너이놈 일굽을 한칼에 무찔르지 못하면 성이  연가각 아니
다.” “주제넘은 눔  큰소리 마라!” 배돌석이가 뒤에서 “대장  형님, 그깐놈하
구 아귀다툼하지 마시우. 그 따위 주둥이 다시  못 놀리두룩 내가 버릇을 가르치
리다.” 하고  말하는 것을 꺽정이가 돌아보며  “너이들은 가만 있거라.” 하고 
제지한 뒤 곧  허리에 질렀던 장광도를 빼들고  아래로 내려오다가 나무 없는데 
와서 홀정에 걸음을 멈추었다.   난데없는 화살 한 개가 왼편  전대팔에 와서 꽂
혔던 것이다. 위에 섰던  여섯 사람이 꺽정이 살 맞은 것을  보고 쫓아들 내려오
는데, 이봉학이와 배돌석이가 먼저 쫓아와서 하나는  꽂힌 살을 뽑아주고 하나는 
맞은 자리를 눌러주었다.   연천령을 따라온 군사들이 쌈하러 오지  않고 구경하
러 온 것같이 멀찍이 뭉쳐서  연부장이 가까이 오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 다행한 
양으로 여기고들 있는  중에, 활잡이 하나가 동무 군사들더러 “여기  섰지 말구 
저리들 가서 도둑놈을 잡아보세.” 하고 말을  내었다가 “꺽정이더러 자네를 잡
아가라게?” “자네가 전장 귀신이 되구 싶어서 몸이 다나?” “저리 가구 싶거
든 자네 혼자 가게.” 동무 군사들에게 핀잔을 바았다. 그 활잡이는 키가 작아서 
봉산 읍내 사정에서 땅딸보란 별명을 듣는 한량인데 호초가 작아도 맵다는 격으
로 사람도  다기지고 활도 당차게 쏘았었다.   핀잔 주던 동무  군사들이 “뒤루 
둘째 선 놈이 황갈세.”  “그놈이 우리 골 이쁜 색시를 뺏어갔지.” “쇠전거리 
백이방이 사위를  너무 유난스럽게 고르다가  뱀 봤느니.” “너무  유난떠는 걸 
부엉바위 용왕님이 밉살스럽게  여거서 도둑놈 사위를 지시한  거야.” “호장을 
얻어 하려구 애쓰는 모양이지만 사위 연좌룰  안될 겔세.” “백이방더러 사위말
을 하면 나느 딸두 없구 사위두 없는  사람이라구 펄쩍 뛴다네.” “지금 연부장 
나리하구 맞소리 지르는 놈이 누군지 자네들 아나?  저게 꺽정일세.” “지금 황
해도 이십사관 관하  백성들더러 황해감사가 무서우냐, 꺽정이가  무서우냐 물어
보면 열의 아홉은 꺽정이각 무섭달걸.” “논두럭  정기라두 정기를 타구난 놈이
야.” 하고 씩둑꺽둑 지껄일 때, 땅딸보란 한량은 입술을 잔뜩 악물고 있다가 꺽
정이가 나무 없는 데로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고 얼른 여러 군사들 앞에 나와 서
서 먼장으로 한 대 쏜 것이 꺽정이 팔에  맞았었다. 꺽정이가 화살 온 곳을 바라
보다가 “저기 조눔이  쏘았구나. 또 쏜다. 살 조심들 해아.”  하고 소리치니 이
봉학이가 웃으며 “소경살이 번번이 맞겠소. 한 대  앙갚음은 내가 하리다.” 하
고 말하며 곧 활을  앞으로 내들었다.  땅딸보란 한량이 활을  두번째 쏘고 살이 
넘고 처지는 것을 바라보느라고 고개를  젖혀들고 있는 동안에 이봉학이의 화살
이 산 멱통에서  뒷덜미까지 꿰뚫어서 섰던 자리에 고꾸라졌다.   연천령은 적괴
로 짐작이 드는 영특하게 생긴 도적이 칼 가지고 싸우러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
을 뒤로 좀 물려세우고 기다리던 중에 적괴가 살을 맞아서 뒤에 섰던 여러 도적
이 모두 쫓아내려와서 옹위하고 섰는데, 그 선  자리가 길에서 대여섯 간밖에 더 
안 되었다. 산 밑으로  두어 간 동안이 좀 가파르나 가파른  데만 지나 올라가면 
비스듬한 비탈이라  연천령이 도적들을 쫓아올라가려고 양쪽  등자로 다래 위를 
치며 고삐를 채쳐서 말을 산위로  치달렸다. 가파른 데를 다 올라오자, 돌 한 개
가 미간에 들어와 맞는데  눈의 불이 번쩍 났다. 고삐 잡은  손등으로 미간을 누
르며 앞으로 엎드릴 때 고삐가 절로 잡아당겨진 것을 말이 서란 뜻
으로 잘못 알았던지 혹 앞으로  더 나가는데 위험한 낌새를 미리 알아챘던지 빨
리 오던 걸음을 급히 그치려다가 뒤로 미끄러지고 안 미끄러지려고 애쓰다가 더
욱 미끄러져서 마침내 말은 궁둥방아 찧고 쓰러지고 사람은 재주 넘고 나가동그
라졌다.  꺽정이가 돌팔매 친 배돌석이를 가만  있으라는데 가만히 못 있다고 나
무라고 다친 팔을 동여매지도 않고 그대로  길로 뛰어내려왔다. 연천령이 나동그
라질 때 내던진  환도를 미처 다시 집기 전이라  항거도 변변히 하지 못할 터인
데, 꺽정이는 바로 해치러 들지 아니하고 “어서 칼 집어 가지구 대들어라! 네가 
칼을 얼마나 잘 쓰기에 그렇게 큰소리하나 어디  좀 보자.” 하고 불호령을 내놓
았다. 연천령이 환도를  집으며 곧 머리 위에 치켜들고 대드니  꺽정이는 가까이 
대들지 못하게 막는  것같이 칼을 앞으로 내들었다. 꺽정이의 장광도는  비수 쇰
직하게 작고 연천령의 환도는 장광도보다 곱절 넘어 커서 서로 어울리기만 하면 
꺽정이가 훨씬  불리할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둘이 서로 노려보고만  있던 끝에 
연천령이 별안간 큰소리를  지르고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머리 위의 환도를 
정면으로 내리쳤다. 꺽정이는  미리 짐작하고 기다린 것같이 슬쩍 몸을  바른 쪽
으로 틀고 몸을 트는 결로  곧 연천령의 왼쪽 허리를 가로 후펴칠 듯이 하여 연
천령이 환도를 끌어들일 새도 없이  그대로 꺽정이의 칼 든 팔을 치치려는 순간
에 꺽정이의 칼이 가로 허리를 치지 않고  위로 어깨에 떨어졌다. 날카롭기 짝이 
없는 장광도가  연천령의 왼쪽 어깨서 바른쪽  젖가슴까지 엇비슥하게 내려먹었
다. 연천령이 몸이 피투성이 된 뒤에도 악  소리를 지르며 환도를 몇번 휘두르다
가 땅바닥에 쓰러지는데 마치  밑동 썩은 나무 넘어지듯 하였다.   말이 타고 온 
사람의 임종을 하려는 것같이 우두머니 바라보고 섰는 것을 꺽정이가 와서 고삐
를 잡고 말의 아래위를  한번 훑어본 뒤에 몸을 날려 안장  위에 올라앉았다. 말
은 흉악한 사람을 등에 태우고  싶지 않은 듯 대가를 뒤흔들고 궁둥이를 들까불
고 뺑뺑 돌더니 탄 사람이  저를 다루는 폼이 생무지나 행내기가  아닌 줄을 짐
작하였던지 순하게 가만히  섰다. 꺽정이가 산에서 내려온 여섯 사람을  복 “이 
황부루가 훌륭한  말이다.” 하고 말을  칭찬하는데 여섯 사람  중 황천왕동이가 
전에 금교서 본  생각이 나서 “그거 금교찰방 타구 다니던  말이구먼요.” 하고 
말하니 “전에는 뉘 말이거나 인제 내 손에  들어왔으니 내 말이다.” 하고 꺽정
이는 마음에 만족한  듯이 우었다. 이춘동이가 앞으로 나서며 “의외로  좋은 말
까지 한 필 얻었으니  인제 고만 저 개울 건너루 건너갑시다.”  하고 가기를 재
촉하여 꺽정이가 선뜻 “가세.”  하고 대답한 뒤 두 눈 딱  부릅뜬 채 축어자빠
진 연천령을 말 위에서 다시 굽어보고 여섯 사람을 데리고 얼음 언 개울을 건너
서 또 다시 나무 많은 산으로 올라섰다. 산등갱이를 ㅎ나 넘오올 때, 뒤 쫓던 관
원들이 겨우 쫓아온 듯 길 저쪽 산위에서 여러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풍편에 들
리었다. 황천왕동이가 김산이의 손목을 잡고 오면서  백두산 이야기를 하느데 앞
서 가는 이춘동이가 뒤를  돌아보며 “백두산엔 어째 갔었나?” 하고 묻는 것을 
황천왕동이는 듣고도 못  들은 체하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여 끝을 마친 뒤에 
김산이의 손목을 놓고 이춘동이 옆에 쫓아와서 느런히 서서 오며 “내가 백두산 
정기를 타구 나신 어른이야.”  하고 웃음의 말로 뒤늦은 대답을 하였다. “자네
가 함경도 태생인가? 나는 자네 고향이 양준  줄 알았네.” “나는  백두산이 고
향일세.” “고향이라니  백두산에서 낳단 말인가?” “백두산에서  나서 백두산
에서 자란 백두산  사람일세.” “자네가 백두산 곰의 새낀가?”  “어른에게 버
릇없이 욕하지 말게.” “자네  눈에 이런 산은 산 같지두 않겠네그려.” “커두 
산이구 작아두 산이지만 이  산이 장산은 아닐세. 그저 야산이지.” “여기는 초
입이니까 야산 같지만 조금 더 가서 길  하나 건너서면 산세가 벌써 달라지네.” 
“웬 길이 또 있어?” “그  길두 소로는 소로지만 지금 지나온 길에 대면 바루 
대론데 그 길에 또 관군이 있을까 봐 겁이  나네.” 이춘동이 하는 말을 바로 뒤
에 따라오던 이봉학이가 듣고 “지금 해는 다 져가는데 관군이 어둔데 매복이나 
하구 있으면 탈일세. 어둡기 전에 그 길을  지나가두룩 지껄이지들 말구 빨리 가
세.” 하고 길을  재촉하여 황천왕동이는 뒤에 가서 다시 김산이의  손목을 잡아
주고 이춘동이는 앞에서 걸음을 재빨리 걸었다.   산속에서 또 길로 나오고 길을 
건너서 또다시 산속으로 들어오는데 앞을 가로막는 관군이 없을 뿐 아니라 뒤를 
쫓는 관군도 없었다.  해는 꼬박 다 지고   앞은 갈수록 산인데 산에  솔도 많고 
잡목도 많아서 만일 초목 무성한 여름철 같으면 대낮이라도 어둠침침할 것이나
 솔 이외 다른 나무에 잎이  없고 나무 아래 눈이 하얗게 덮여서 밤빛이 짙어가
는 중이건만, 한두 간 앞은 훤하였다. 나무 새를 새겨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중에 맨 뒤에 말타고 오는  꺽정이가 맨 앞에 가는 이춘동이를 불러서 이춘동이
가 대답하고 뒤로 돌아서니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걸음을 멈추고 꺽정이를 돌아
보았다. “여보게, 자네가 우리를  끌구 어디루 가는 셈인가? 밤새두룩 지향없이 
산중으루 들어갈  텐가? 자꾸 들어가서  무어하나. 숯장수의 숯가마나  심메꾼의 
초막이나 그렇지 않으면 굴이라두  어디 있거든 그리루 가서 앉아 이야기들이나 
하며 밤을 지내세.” 하는 꺽정이의 말에 “한참만  더 가면 산성 너덜이가 나설 
테니 산성에 가서 하룻밤 지냅시다.” 하고 이춘동이가 대답하였다. “산성 안에 
인가가 있나?” “따비밭 일어먹구  사는 사람들이 전에 서너 집 있었는데 작년 
올 흉년에 집  수효가 부쩍 늘어서 지금은 여남은 집이나  된답디다.” “산성이 
여기서 잇수 대게  먼가?” “평지길 십 리가 넘을 게요.”  “그럼 얼른 그리루 
가세.” 자모산성으로 가기로 작정하고 산성 너덜이를  찾아나오는 중에 무슨 시
퍼런 불이 여러 사람 옆에 서너 간 밖을  휙 지나 앞으로 갔다. 황천왕동이가 사
냥개같이 냄새를  맡아보고 “노린내가 호랭이야.  내일 낮에 호랭이  사냥 한번 
했으면 좋겠다.” 하고  혼잣말하여 이춘동이는 그후부터 좌우쪽을  돌아보며 가
느라고 걸음이 마냥 더디어졌다. 뒤에서 빨리 가잔  재촉이 여러 번 난뒤 이봉학
이가 이춘동이의 호랑이 조심하는  눈치를 알고 앞으로 나서서 이춘동이와 둘이 
앞장을 섰다. 가는 앞에 불과 사오간 될락말락한  데서 시퍼런 불이 흐르다 꺼졌
다 하여 이봉학이가 불을 어림삼아 화살 한 대 쏘았더니 어흥 소리 한마디가 산
골을 울리고 불은 이내  간 곳이 없이 없어졌다.  꺽정이  일행이 자모산성에 왔
을때 밤은  벌써 이슥하였다. 어둔 밤에  험한 길을 오느라고 애들을  써서 취위 
타는 김산이도 추운 줄은 몰랐고  마른 떡과 익은 고기로 군입들을 다시어서 아
침 설친 황천황동이도 허기는 지지 않았었다.   산성 한복판에 있는 집이 대여섯
인데 불빛 있는 집은 하나뿐이고  불빛은 있으되 사람은 잠들이 들었는 듯 불빛 
없는 집과 다름없이  괴괴하였다. 여름일이 바쁜 때와 달라서 들녘  농가 같으면 
이야기하는 소리도  나고 혹 책 보는  소리도 날 것이건만, 여기는  귀에 들리는 
소리란 바람 소리밖에  없었다. 집집마다 앞뒤에 호망친 것을 보니  밤에는 호환
이 무서워서 이웃간에도  놀러다니지 못하고 각기 저의  집에서 일찍 자는 것이 
일인 모양이었다. 불빛  있는 집이 그중에 제일 커서 바깥방까지  있으므로 꺽정
이가 그 집 앞에 와서 여러 사람을 돌아보고  “이 집 주인을 불러 깨워라.” 하
고 분부하니 녜 대답하는 여러 사람 중의 황천왕동이가 남보다 먼저 방 앞에 친 
새끼 그물을 들치고  들어가서 닫아걸린 방문을 잡아 흔들었다.  “그게 누구요?
” “방문  열어라!” 상투쟁이 하나가  방문 열고 내다보는 것을  황천왕동이가 
잡아나꾸듯이 끌어내었다.  “네가 주인이냐?”  “아니올시다.” “주인은 어디 
있느냐?” “안에서 잡니다.” “그럼 얼른 들어가서 깨워라.” 상투쟁이가 안으
로 들어간 뒤  “형님 형님.” 하고 부르는 소리와 “웬일이냐?”  하고 묻는 소
리가 나고 그외에는 소곤소곤  지껄이는 소리들이 나더니 얼마만에 주인이 관솔
불을 켜들고 상투쟁이와 같이 나와서  일곱 사람이 병장기들 가진 것을 보고 저
의 집을 떨러 온 줄로  알았던지 “기린역말서 지난 장날 소 파는 것을 누가 보
셨는지 모르지만 그게  저이 소가 아니구 사주리 김서방네 소올시다.  저이가 그
런 소까지 먹일 만하면 들녘으루 내려앉았지  이런 산꼭대기서 살겠습니까.” 하
고 지레 발명을  늘어놓았다. 이봉학이가 주인더러 “우리가 무어 달래러  온 게 
아니라 하룻밤  자자구 왔네.” 하고 말하니  주인은 여공불급하게 “녜, 하룻밤 
주무시러 오셨세요? 주무시구  가시지요.” 하고 대답한 뒤 곧  상투쟁이를 보고 
“너는 안에 들어와 자구  네 방을 손님네 내드려라.” 하고 분별하였다. “우리
가 저녁을 굶었으니  밥을 좀 지어 줘야겠네.” “양식이 좁쌀뿐이구  입쌀은 한 
톨두 없습니다.” “좁쌀두 좋으니 밥만 많이만 지어 주게. 그러구 말을 어디 들
여 맬 데가 없나?”  “김서방네 도지소 부리던 것을 팔아가서 오양간이 비었으
니 거기  들여매겠습니다.” “말두 먹이를 잘  주게.” 이봉학이가 주인에게 말 
이르는 동안에 상투쟁이가  자던 방을 들어가 치워놓아서  일행이 다 함께 방에 
들어와 앉았다. 반일 동안 목마른 것을 견디느라고  여러 차례 눈을 움켜먹은 사
람들이라 몸이 녹은 뒤로  물이 밥보다 더 급하였다. 주인을 몇  번 불러도 대답
이 없어서 성미 팔팔한  황천왕동이와 불똥가지 있는 길막봉이가 안으로들 쫓아
들
어왔다. 중인은 누에 보이지 않고 상투쟁이가 밥솥에  불을 넣고 앉았는 것을 황
천왕동이가 와서 잡아 일으켜 세우고 한번  보기좋게 귀때기를 우렸다. “아이구 
잘못했습니다.” “이놈이 부르는  소릴 듣구두 일부러 대답  안한 놈 아니냐!” 
“누가 저를 부르셨습니까?” “이놈아,  네가 뉘게다 생청을 붙이느냐. 그럼 네 
아가리루 잘못했다는 건 무어냐.” “무엇이든지 잘못했기에 때리시겠지요만, 제
가 무얼 잘못했는지  그건 저두 모릅니다.” 주인이 장물 떠가지고  오는 여편네
를 데리고 오다가  여편네는 봉당 호망 안에  들여세우고 쫓아와서 “이 변변치 
못한 것이 제 동생인데 무슨  말씀을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제 낯을 봐서 용서해 
주십시오. “  하고 사정하여 ”사람이  목청이 떨어지두룩 부르는데  듣구 대답 
않는 법이 어디있소?  “ 하고 황천왕동이가 주인에게 찍자를  붙었다. ”부르시
는 소릴 못 들었습니다.  “ ”안에서 바깥이 몇 천 리요? 그렇게  부르는 걸 못 
듣게. “ ”안사람  뒤따라다니느라구 못 들었습니다. “ ”뒤따라다니지 않으면 
누가 업어가우? “ ”뒤따라다니지 않으면 무서워서 꼼짝을 못하니 어떡헙니까? 
“ ”무에 무섭단 말이오? “ ”저거 못 보십니까? “ 하고 주인이 호망을 가리
켰다. 황천왕동이가 싹싹하게 풀려서 부엌 밖에  섰는 길막봉이를 내다보며 ”봐
하니 아주먼네가 우리 밥 지어주느라구 고생하시네.  우리들이 주인 형제하구 같
이 보호해 드리세. “ 하고 발론하였다.
  황천왕동이와 길막봉이가 물을 먹고  또 떠가지고 바깥방에 나가서 무서움 타
는 주인 여편네를  보호하여 준다고 말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 배돌석이도 
따라들어와서 세 사람은 밥먹고 밥먹은 뒷설겆이가 끝날 때까지 안에들 있었다.
  바깥방에서 잠자리들을 볼 때  김산이가 꼭 문바람맞이에 눕게 되어서 머리를 
안으로 두고 거꾸로 자려고 하니 한옆에 이춘동이는 마음대로 자라고 내버려 두
나, 다른 옆에 길막봉이가 누구더러 발고린내를  맡으라느냐고 거꾸로 눕지 못하
게 하였다. 김산이는  이마가 서늘하여 자지 못하겠다거니  길막봉이는 남이라고 
자랴 혼자 유난  피우지 말라거니 서로 옥신각신 말할 때,  이봉학이와 황천왕동
이의 새에 누웠던 배돌석이가  일어나서 김산이더러 “홍살문 안 사대부 출신이 
마구 자란 우리네와 같겠나. 내가 자리를 바꿔 주께 여기 와서 눕게. ” 하고 비
아냥스럽게 말한  뒤, 김산이 자리에  와서 김산이를 밀고  드러누워서 김산이는 
싫지도 않지만 싫어도 할 수 없이 자리를 바꾸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한잠이 들어서 곤히들 자는데 배돌석이는 생각이 주인 여편네 몸
에 가 실려서 잠을 이루지 못하여싸ㄷ. 나이는  젊고 얼굴은 면추하고 육기는 좋
았다. 배돌석이의 여색을 밝히는 품이 유기 없어도 싫지 않겠지만, 육기 좋은 데 
더욱 탐이 났다. 코가 간질간질하여 재채기가 연거푸  나고 재채기가 난 뒤 눈이 
점점 반들반들하였다. 배돌석이가 가만히 일어나서 돌주머니  외에 환도 한 자루
까지 손에 집어들고 살그머니 방문을 여닫고 밖에 나와서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
왔다. 안방의 등잔불은  깜박거리고 방문은 걸리었었다. “이 문 좀  열우. ” 하
고 배돌석이가 방문을 흔드니  주인이 놀란 목소리로 “누구요? ” 하고 소리질
렀다. “소리는 지르니 말구 문이나 열우. ” “바깥방 손님이십니까? ” “그렇
소. ” “웬일이십니까? ” “방에 잠깐 들어가서 이야기하겠소. ” 주인이 일어
나서 등잔불을 돋구는 듯 깜박거리는 불빛이 홀저에 환하여졌다.
  배돌석이가 방안에 들어설 때 주인은 방문 옆에 섰고 주인 여편네는 방구석에 
돌아앉았고 주인의  동생 상투쟁이는 비로소  부스스 일어 앉았다.  “무슨 일루 
주무시다 말구 들어오셨습니까? ”  하고 주인이 묻는 말에 “안에서 좀 잘라구 
들어왔소. ” 하고 배돌석이는 대답하였다. “방을 바꿔 달란 말씀입니까? ” “
아니오. 나만 이  방에서 자잔 말이오. ”  주인이 난처하게 여기는 눈치로 한참 
자저하다가 “그리하시지요.  ”하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목 안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임자네는 다른 데  가서 자구 이 방은 나를 내줘야겠소. ” “다른 
데 가서 잘 데가 없습니다.  ” “이놈아, 다른 데 가 자라면 봉당이나 부엌이나 
어디든지 가 잘  게지 무슨 잔소리냐! ”  배돌석이의 말이 곱지 못하게  나가니 
주인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쉬고 “여보게 어서 일어서게, 밖으루 나가세. ” 하
고 방구석의 여편네를 바라보았다.  “너이 형제만 나가거라. 네 기집은 여기 두
구. ” 주인이 배돌석이 말을 듣고 입을 악물고 노려보았다. “네가 나를 노려보
면 어쩔 테냐, 말루  일러서 못 나가겠으면 칼 맛을 좀 볼라느냐?  ” 하고 배돌
석이가 환도를 빼들었다.  주인의 동생이 먼저 방문을 박차고 나가고  주인이 그 
다음에 나가는데 주인 여편네가  붙어나가려고 하는 것을 배돌석이가 못 나가게 
가로막았다.
  주인이 밖에 나오며 곧 헛간에 가서 도끼를 찾아들고 그 동생더러 식칼이라도 
들고 뒤를 따르라고  이르니 “형님, 바깥방에 있는 여러 놈을  어떻게 하실랍니
까? ” 하고  그 동생이 왼고개를 쳤다.  주인이 동생의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도끼를 내던지고 바깥방으로 쫓아나와서  방문 앞에서 “손님들 
주무십니까? ” 하고 소리쳤다. 황천왕동이가  첫마디에 주인 목소리를 알아듣고 
“웬일이오, 호랑이가 왔소?  ” 하고 물었다. “손님  한 분이 안방에 들어와서 
제 처를 겁탈하려 드니  어떡허면 좋습니까? ” 황천왕동이가 주인의 말을 듣고 
일어 앉아서 문 앞에서 자던 배돌석이가 없는 것을 더듬어보고 쩟쩟 혀를 찬 뒤
에 밖에 나와서 주인더러  “나하구 같이 들어갑시다. ” 하고 말하였다. 배돌석
이가 몸부림하는 여편네를 안고 둥개는 중에  황천왕동이가 들어와서 “여보, 이
게 무슨 짓이오?  대장 형님께서 곧 나오라구  걱정하시우. ” 하고 공동하였다. 
배돌석이가 여편네를 놓고 얼빠진  사람같이 앉았는 것을 황천왕동이가 끌고 나
와서 방안에  들어설 때, 꺽정이가 누워서  “자지들 않구 웬  수선이냐? 가만히 
자빠져 자거라. ” 하고 꾸짖었다.
  이튿날 식전에 꺽정이 일행 중 가장 먼저 일어난 황천왕동이가 뒷간에 갔다오
다가 주인의 동생이 안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이 친구 식전에 어디 가나? ” 
하고 먼저 말을  붙였다. “누님 집에 갑니다.  ” “누님한테 식전 문안하러 가
나? ” “누님이 양반인가요, 문안하게.  집의 아주머니가 병이 나서 아침 밥 좀 
지어달라구 누님을 부르러 갑니다. ” “자네 아주머니가  어째서 병이 났어? ” 
“어젯밤에 놀라서 병이  났나 봅디다. ” “자네두 상투를 끌어올렸을  젠 장가
를 들었을 텐데 자네 색시는  어디 가구 없나? ” “엊그저께 친정에 다니러 갔
습니다. ” “자네  처가는 어딘데? ” “사주립니다.”  “소 임자 김서방 사는 
동넬세그려. ” “그 김서방이 우리 가시어머니의 칠촌 아저씨랍니다. ” “자네 
처가의 족지족을 다 대다간 아침밥 늦겠네. 어서 자네 누님이나 부르러 가게. ”
황천왕동이가 주인의 동생을 보내고  안을 와서 들여다보니 주인은 호망을 걷어
치우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소? ” 황천왕동이의 목소리를 듣고  주인은 반색
하고 쫓아나와서 밤  잔 인사를 다정하게 하였다. “안에서 놀라서  병이 나셨다
니 미안하우. ” “대단한 병은 아닙니다.  골치가 좀 아프답니다. ” “어젯밤에 
해거를 부린 분이 산매증이  좀 있어서 이따금 그런 실수를 하우.  그게 그의 병
이니 어찌 아지 마시우. ” “어찌 알다니 천만의 말씀을 다하십니다. ” 황천왕
동이가 인사성으로 주인과 수어 수작하고 바깥방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때가 되엇 조밥과  된장국으로 아침들을 먹은 뒤 꺽정이가 황천왕동
이더러 관군의 동정을 가서 알아오라고 하여 황천왕동이는 곧 주인의 삿갓을 얻
어 쓰고 산 아래로 내려가고  꺽정이는 다섯 사람과 같이 주인을 앞세우고 나와
서 산성 안을 돌았다.  인가는 동문 안에 너덧 집이 있고 또 서문  안에 서너 집
이 있ㅇ서 복판에 있는 집까지 모두 합하면  십여 호란 말이 틀리지 아니하였다. 
주인은 산성에서 양대째 산다는  사람이 산성 주회가 얼마인지도 자세히 모르는
데 이춘동이는 횅하게 잘 알았다. 자모산성뿐 아니라  평산 경내 다른 산성도 다 
잘 아는 듯 이것저것 비교하여 이야기까지 하였다.
  자모산성의 소재지는 평산읍에서  남으로 칠십 리요, 성벽은  석축인데 주회가 
이천사백팔십 척이요, 고가  십오척이요, 성내의 우물은 단  하나뿐이나, 다른 곳 
열 우물이 부럽지  않도록 수량이 많았다. 평산 경내 산성이  자모산성외에 태백
산성과 성황산성과 철봉산성이 있어  모두 합하여 넷인데 그중에 태백산성이 제
일 컸다. 태백산성은 황주 정방산성, 해주 수양산성, 은율 구월산성, 서흥 대현산
성, 재령 장수산성  다섯 산성과 아울러서 황해도내 육대산성으로 칠  것이라 성
이 넓고  높을뿐더러 곡성, 옹성까지  구비하여 성의 규모가  자모산성으론 견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반산성과 같은 요해처에 있는 산성이 아니므로  구경 피
난곳밖에 더 될  것이 없는데, 피난곳으로 말하면 읍에서 멀리  떨어지고 큰길에
서 깊이  들어앉은 자모산성이 성황산성이나 철봉산성보다  나은 것은 고사하고 
태백산성보다도 나으면 낫지  못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모산성을  평산 경내의 
제일 좋은 피난곳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꺽정이 이하 여섯 사람이 산성을 한 바퀴 다 돌고 주인집에 와서 들어앉은 뒤 
얼마 되지 아니하여 황천왕동이가 관군의 동정을 탐지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황천왕동이가 산성서 도평이란 벌판에 있는 동네까지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고 
도평서 마산리를 동쪽이려니 어림을  잡고 동쪽으로 꺾이어 나가다가 위아래 갈
림길 진 곳에서 윗길에 촌사람  하나가 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서 붙들고 마산리 
가는 길을 물었더니 그 사람이  대답은 않고 황천왕동이의 삿갓 밑에 얼굴을 면
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내  얼굴에 무어 묻었소? ” “임자의  차림차림은 이 
근처에서 사시는 양반 같은데 말소릴 듣든지 마산리 길 묻는 걸 보든지 근처 양
반은 아닌 모양이니 대체 어디서 오시우? ” “산성서 오우. ” “녜, 산성서 오
셔요? 산성 안에 사시우?  ” “그렇소. ” “난데서 산성으루 이사오셨구려. ” 
“봉산서 이사왔소. ”“봉산 어디서 사시다 오셨소? ” “읍내서 살다 왔소. ” 
“이사는 언제 오셨소?  ” “올 봄에 왔소. ” “봐하니  깎은선비 같은 양반이 
산성에 어떻게 사시우?  ”황천왕동이가 임시처변으로 거짓말 대답 한마디 하고 
될갈무리 하느라고 연해  거짓말로 대답하는데, 답답한 촌사람은  대답이야 참말
이든 거짓말이든 묻기만 위주하는 것같이 자꾸 물어서 황천왕동이는 거짓마릉ㄹ 
꾸며대기가 성이 가시었었다. “인제  고만 길이나 좀 가르쳐 주구려. ” “나두 
지금 마산리루 가니  같이 갑시다. ” 황천왕동이가 그 촌사람과  동행하여 가면
서 서로 통성하고  사는 곳을 물어본즉 그  사람은 마산리 사는 박서방이라는데 
도평 형의 집에  있는 늙은 어머니를 보고 간다고 말하였었다.  마산리 사람들이 
이춘동이 집 잔치에  모였을 때는 황천왕동이가 봉산서 아직 오지  않았었고, 마
산리 사람들을 꺽정이가 울력시킬  때는 황천왕동이가 관군 동정을 알러 나갔었
고, 또 울력시킨  사람들을 꺽정이가 한데 모아놓고 말을 이를  때 황천왕동이가 
마침 뒤를 보러 갔었던 까닭에 마산리에서 황천왕동이의 얼굴을 본 사람이 별로 
없었었다. “마산리에 어제 난리가 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니 참말이오? ” “
산성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소문을 들으셨소? ” “이웃 사람 하나가 어디서 소
문을 듣구 와서  이야기합디다. ”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건  헛소리지만 난리
는 났었소.  ” “난리가 대체 무슨  난리요? 마산리서 누가  역적모의를 했습디
까? ” "청석골 임꺽정이가  우리 동네 대장쟁이 이가의 집에 와서 도당을 불러
모아 가지구 무슨  공론하는 것을 우리 동네서는  몰랐는데 서울서 용하게 미리 
알구 군관들을 내려보내서 그 군관들이 평산, 봉산  두 골 원님하구 같이 오백여 
명 군사를 끌구 와서 단지 일곱 명밖에 안 되는 임꺽정이패하구 어제 우리 동네 
뒷산에서 접전이 됐었소."  "일굽  명하구 오백여 명하구 접전해서 그래 어느 편
이 승전했소? “ "오백여 명이 일굽 명을 에워싸 놓구 하나 못 잡구 곱게 다 놓
쳤소. 그저 놓치기만 했어두 오히려 났지만 관군  편에는 죽은 사람이 둘이구 상
한 사람이 여남은이나  되는데 꺽정이 편에는 털끝  하나 상한 사람두 없는갑디
다. 꺽정이가 살을 맞았단  말두 있구 꺽정이가 죽었단 말두 있지만  그건 다 멀
정한 거짓말인갑디다."  "관군들이 어디루 갔소? 마산리에  그저 있소? ” "어제 
저녁때 바루 읍내루  걷혀 들어갔소." "그럼 지금  마산리에는 관군이 하나두 없
소? “ "상한 군사들만 남아 있는데 오늘 낮에 마저 읍내루 데려 들어 간답디다. 
" 황천왕동이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본즉  마산리까지 갈 것도 없으나 퇀군이 
전혀가고 없는 것을 눈으로 보고 오려고 그대로 가는 중에 그 사람이 무슨 잊은 
말이나 갑자기 생각한 것같이 "여보 황서방, 우리 동네에 무슨 볼일이 있어 오시
우? ” 하고 물어서  황천왕동이는 먼저 한 거짓말과 동이 닿게 "나는 타향으루 
떠나왔지만 내 처가는 봉산읍내서 그저  사는데 처남 하나 있는 것이 이번 이런 
데 끌려와서 죽지나 않았나 알아 보러 오는 길이오." 하고 거짓말 참말 섞어작으
로 대답하였었다. "그럼 읍내까지 가셔야겠소. 아니 읍내 가두 소용없겠소. 봉산 
군사들이 오늘 다같이 읍내서 묵을  리 있소." "다친 사람들이 아직 마산리 있으
면 그 사람들더러 물어봐두 알겠지요. "
  그 뒤에는 마산리가  쑥밭 될 뻔한 것도  이야기하고 꺽정이패가 무서운 것도 
이야기하며 마산리를 다 와서 그  사람은 다친 군사의 묵는 처소를 가르쳐 주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황천왕동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서 나왔었다. 황천왕동
이가 이춘동이 집 앞을 지나올  때 벗어버린 의관들을 가지고 오려고 들어가 본
즉, 여러 방문이  첩첩히 닫히고 자물쇠로 잠그기까지 하여 그대로  도로 나오는
데 웬 늙은이  하나가 장정 두엇을 데리고  쫓아와서 앞을 막으며 "네가 웬놈이
냐? “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늙은이  소리지르는 것이 하도 같지 않아서 황천
왕동이가 말없이  뻔히 바라보았더니 늙은이는 곧  눈방울을 굴리며 "이  집에를 
무어하러 들어갔다 나오느냐? ” 하고 내처 소리를 질렀다. "말을 물으면 온언순
사루 묻지 못하고 누굴  작딱 얼러? 되지 못하게. " 장정 하나는 “여보,  노인께 
대해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오? ” 하고 말로 시비를  걸고 장정 또 하나는 "너 
같은 배지 못한  놈은 주먹으루 버릇을 가르쳐야겠다."  하고 주먹다짐을 하려고 
들어서 황천왕동이가 칠 수 있거든 쳐보란 듯이 당돌하게 몸을 앞으로 내밀며  "
오냐, 너희들이  내 몸에 손만 대면  마산리는 오늘 해간에 송장천지가  될 테니 
알아 해라!" 하구 얼러대었었다.  말로 시비 걸던 사람이 주먹다짐하려는 사람을 
밀어젖히며 "자네는 좀 가만 있게.  " 하고 말린 뒤 황천왕동이를 보고 "내가 지
금 말 몇 마디 물을 테니 묻는 대루 대답하우. " 하고 말하는 것을 황천왕동이는 
배리가 틀려서 대답하지  아니하였었다. "어디서 오셨소? "  "그건 알아 무어 하
우? “ "이  주인 없는 빈집에를 어째  들어갔었소? " "임자네가 무슨  까닭으루 
이 집에 들어가는  사람을 기찰하우? ” 그걸 먼저  말하면 묻는 대루 대답하리
다. " "그리하우. 어제  이 집에 대적들이 모인 것을 관군이 잡으러 나왔다가  못 
잡구 놓쳤는데 관군을  통솔하구 나오셨던 우리 골  사또께서 환관하실 때 동네 
동임들을 불러서 분부하시기를 관령 없이 집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과 이 집 
주인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은  반상 물론하구 잡아서 관가에 바치거나 잡아놓구 
관가에 보하거나 해야지, 만일 그런 사람을 모르구 못 잡거나 잡았다가
놓아주거나 하면 동임들이  중죄를 당한다구 하셨소. 지금 저 어른은  우리 동네 
일좌 영감이시구 나는 삼좌구 이 사람은 소임이오. “ "잘 알았소. 그래 지금 나
를 잡아서 관가에  바칠 작정들이오? ” "말씀을  들어봐서 딱한 사정이 있으면 
우리가 관가에를 같이 들어가서 헛고생 안 하시두룩 발명해 드릴 작정이오." "나
는 관가엘 들어갈 수가  없으니 어떡허우? " "그럼 우린 어떡허라구요? “  황천
왕동이가 큰기침을 한번 하고 "내가 누군지 너이는 모를 테지. 나는 청석골 황두
령이다. 너이 원임의 분부만 장하게  여기지 말구 내 분부두 들어라. 이 집 물건
을 훔쳐가는 사람은 관가에 잡아바치거나 말거나 너이  맘대루 하지만, 이 집 주
인을 찾아오는 사람은 너이 맘대루 잡지 못한다.  만일 그런 사람을 너이가 잡으
면 너이 동네는 도륙날 줄 알아라." 하고 말한 뒤 꿀꺽 소리도 못하고 서로 돌아
보기만 하는 동임들을 본체만체바고  몸을 빼쳐 나오는데 일좌가 삼좌와 소임을 
보고 "붙뜰게, 못  가게 붙들게." 하고 입속말로 중얼거렸으나 삼좌나  소임이 붙
들 생의도 못하는 모양이고 또 붙들 새도 없었다.
  황천왕동이의 마산리  갔다온 이야기가 끝난  뒤, 꺽정이는 곧  일행을 데리고 
산성서 떠나서  도평을 지나 마산리로  내려왔다. 꺽정이 일행이  이춘동이 집에 
와서 잠근  자물쇠를 뽑아버리고 닫힌 방문을  열어젖히고 뜰아랫방에 고스란히 
있는 의관을 찾아서  다시 모양들을 차리는 동안, 기찰한다는 동임들은  어느 쥐
구멍에가 처박혔는지 현형도 아니하였다.
  이춘동이가 평산 관가에 좋은 일을  할 까닭 없다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른다고 
하는 것을 여러 사람이 다 좋다고 찬동하고 꺽정이가 황천왕동이를 붙들라고 한 
일좌의 죄로 온동네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은 이춘동이가 한사하고 말리었다. 
이춘동이가 집에 불지를 준비로 불꾸러미를 만들 때 김산이가 옆에 와서 “동네 
사람이 관가에 들어가서  고하면 어제곡경 또 한번  치르게 될는지 모르니 빨리 
하게." 하고 재촉하니  "읍내 한번 갔다오자면 하루  해라 잔뜩 걸리네. 염려  말
게." 하고 이춘동이는  늑장부려도 좋을 줄로 말하였다. "관군이 이리  오지 않구 
우리 갈 길을 앞질러 가서 지키구 있으면 어떡허나? ” 이춘동이가 읍내 마산리 
간의 거리 먼 것만을 태평으로 믿다가 김산이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염려가 없지 
않아서 "참말루 그건 생각 못했네. 자네 대장께 가서  말씀하게." 하고 말하여 김
산이를 밖으로 내보낸  뒤, 부지런히 불꾸러미를 만들어서 불을 붙여  들고 마치 
신이나 난 사람같이 겅정겅정 뛰어 다니며 앞뒤 처마에 불을 질렀다.
  김산이의 말을 사실에  비추어 보면 빈 염려가 아니었다. 마산리  동임들이 꺽
정이패 다시 온 줄을 안 뒤, 바로 동네의  걸음 잰 사람을 읍에 들여보내서 관가
에 고하게 하였었다.
  이날 아침 전에 평산 군사들은 각각 흩어져서 집구석을 찾아가고 봉산 군사들
은 군수 이흠례가 거느리고 봉산으로 테나가고 아침 후에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은 서울로 올라가고 금교찰방 강려까지 금교로 돌아가서 평산읍내가 굿해 
먹은 집과 같았었다. 부사 장효범이 자기는 전교를  받지 아니하여 기병 안 해도 
좋을 것을 동연히 강려의 말을 듣고 기병하였다가 꺽정이 실포한 죄책을 당하게 
되었다고 못내 후회하는 중에 마산리 백성이 와서 고하는 사연을 들으니 꺽정이
를 잡아서 장공속죄할  욕심은 불현듯이 나나, 잘못하면  장공속죄커녕 죄상첨죄
하기 쉬운데다가 무참하게 죽은  연천령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나던 용기
가 제풀에 꺾이었다. "도둑놈들이  너이 동네서 오늘 묵을 모양이드냐?" "소인이 
읍에 들어오는 동안에 벌써 다른 데루 갔는지두 모르겠소이다. " “그럼 지금 언
제 기병해 가지구  쫓아가서 잡겠느냐. 그놈들이 어디루 간 것이나  알아서 다시 
보해라." 장부사가 셈평 좋게 책장을  덮어서 마산리 백성이 헛다리품만 판 까닭
으로 사산리서 청석골 가는 길은 무사태평하게 되었다.
  꺽정이 일행 말, 사람 여덟이 마산리서 떠나서  온천을 지나 솔무루란 곳에 가
까이 왔을 때 앞길에 두 사람이 이편을 향하고  마주 오는데, 그 두 사람이 박유
복이와 곽오주라 청석골에도  무슨 변고가 생긴 듯하여  여러 사람은 다들 놀랐
다. 황천왕동이가 앞으로 쫓아가더니 이야기믈 하느라고  얼른 오지 아니하여 말
을 세우고  기다리던 꺽정이가 빨리들  오라고 산이 울리도록  큰소리를 질렀다. 
박유복이와 곽오주는 줄달음을 치고  황천왕동이는 그저 재게 걸어서 여러 사람
들 섰는 곳에 와서  걸음들을 멈추자 꺽정이가 말 위에서 "너희들 웬일이냐? “ 
하고 물으니  박유복인가 가쁜 숨을 돌리고  "관군하구 접전하신단 소식을  듣구 
쫓아오는 길입니다. " 하고 대답하였다. "누가 너희들더러  청석골을 비어놓구 오
라드냐? "  "그런 소식을 듣구 어떻게 가만히 앉았습니까." "그래 너희들이 우리
를 구원해 주러 오는  모양이냐? ” "만일 불행한 일이 있으면 함께 당하기라두 
해야지요. 무어하잔 결의  맹셉니까? “ "소식은 대체  뉘게 들었느냐? 춘동이네 
식구가 서제 당일 들어 갔더냐? "  "아니오. 형님께 기별할 일이 있어서 어제 식
전에 말불이를  떠나보냈더니 중로에서 춘동이네 식구  배행하는 짝쇠를 만나서 
이야길 듣구 어제 밤중에 되돌아왔습디다. 춘동이네  식구는 어제 밤개서 잤답디
다. 오늘 오다가 만났는데 지금쯤 산에 들어갔을 겝니다.  " "말불이는 무슨 일루 
보냈드냐? ” "서림이게서 식구를 보내  달란 편지가 와서 그걸 기별했었습니다. 
" "서가가 무어라구 하구 식구를 보내달랬더냐? "  박유복이가 서림이의 편지 사
연과 서림이의 식구 보낸 곡절을  대강 다 이야기하니 꺽정이는 화를 벌컥 내며 
"너희들이 서가눔하구 부동했느냐? “  하고 호령을 내놓았다. "서림이가 형님께 
배심 먹을 줄은  꿈에두 생각 못했습니다." "내타 오란 때  오지 않은 것만 봐두 
알 것 아니냐? 네가 사람이냐, 돌부처냐! " "생각이 부족해서 일을 잘못했습니다. 
" "잘못했다면 고만일 줄  알구 일을 그 따위루 했느냐? "  이봉학이가 박유복이 
앞으로 나가서 "형님, 꾸중을 하시더라두 가서 하시지요."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박유복이의 죄송스러워하는 모양을 말없이 내려다보다가 "사람이 약지를  못해두 
분수가 있어야지." 하고  혀를몇 번 찬뒤 여러  사람을 돌아보고 "자, 고만들  가
자."  하고 말하였다.
  꺽정이 일행이  청석골까지 무사히 가고 이춘동이가  청석골서 두령 노릇하게 
된 것은 다시 더 말할 것  없고, 평산, 봉산 두 골 관군이 마산리서 퇴진하여 함
께 평산읍으로 들어온 뒤 선전관 정수 익은 평산부사 장효범과 봉산춘수 이흠례
더러 두 골에서 감영에 보장하는  사연이 자기가 서울 가서 복명할 사연과 틀리
지 않도록 자기  보는 데서 보장 초를 잡으라고  청하고,' 또 평산부사 장효범과 
금교찰방 강려더러 연천령의 시체를  입관하여 곧 서울로 운구시켜 달라고 부탁
하고 부장 이의식을 데리고 평산서 떠나서 이틀 만에 상경하였다.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이 궐하에 와서  대죄하였을 때, 위에서 정수익은 
정원으로 불러들이고 이의식은 부장청에  대죄시키란 처분이 내리었다. 승전색이 
정원에 나와서 대죄하는 연유를 물을 때, 정수익의  아뢴 사연이 대개 아래와 같
았다. "신등이 금월 이십사일에 명을 받자온 후 반나절 하룻밤 줄곧 말을 달리와 
이십오일에 황해도  경내에 들어가옵는 길루 금교찰방  강려에게 전교를 보이온
즉, 강려의  말이 나는 수하에 군사가  없는 사람이라 평산 가서  부사 장효범과 
상의하여 군사를 일으켜  바로 평산 북면 어수동으로  나갈 터이니 너희는 빨리 
봉산 가서 군수 이흠례와 같이 기병하여 가지고 와서 합하여 도적을 
토벌하도록 하아 하옵기에 신 등이  또 밤에 말을 달려 이십육일에 봉산에 득달
하옵고 이십칠일 효두에 어수동에 와서  합세하온즉 두 골 군사 수효 도합 오백
여 명이었사외다. 어수동서 행군하와 마산리에 도달하였사을  때 도적 일곱 명이 
미리 산 위에 올라가서  있사오므로 앞뒤로 에워싸고 산마루로 골짜기로 오르내
리며 쫓가다니옵는 중에 도적들이 산골 개울바닥으로 내려가서 달아나옵는 것을 
부장 연천령이 강라의 역마를 바러 타옵구 이흠례의 군사를 나눠 데리옵고 앞질
러가서 도적들의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옵다가 천령과 봉산군사 하나는 도적에
게 죽었삽고 천령의 바러 탄 말도 도적에게  뺏겼사외다. 신 등이 도적들의 종적
을 수색하여 하온즉 날은 벌써 어둡삽고 산도 또한 험하온대 수색하다가 도리어 
도적의 꾀에 빠질 염려가 적지  않사오므로 부득이 회군하와 닭 운 뒤 평산읍에
를 들어왔사외다. “  승전색이 정수익의 아뢰는 사연을 듣고 합문  안에 들어갔
다가 한동안 지나 다시 나을 때 "알았다. " 하는 간단한 전교를 물어내리었다.
  정수익이 복명하던 이튿날 병조판서 권철과 좌변포도대장 김순고가 함께 청대
하여 위에서 편전에서 인견하고 먼저 병판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하문하였다. 
"선전관 정수익과 부장 이의식은  왕명을 욕되게 하온 죄가 없지 않사온즉  치죄
하게 하옵심이 마땅하옵고 부장  연천령은 국사에 신명을 바쳤사온큭 휼전을 내
리옵심이 마땅하올 줄로 아뢰오." 권철의  말을 위에서 의윤하여 권철이 뒤로 물
러난 뒤 김순고가 어전에  나와 부복하고 "이번에 대당 꺽정이를 잡지  못하였사
오나 전자에 잡은 적당 서림이가 꺽정이 도당의 모이는 처소를 이실직고하온 것
만은 사실이온즉 전죄를  경하게 다스려서 감사정배하옴이 마땅하올지,  또는 전
죄를 아직 덮어두옵고 저의  말대로 꺽정이를 잡아서 장공속죄하게 하옴이 마땅
하올지 탑전정탈을 받자와지 라고 아뢰오.  " 하고 서림이 처치에 대하여 상의를 
품하니 위에서  “서림이를 내놓아서  꺽정이를 잡아 바치게 하는 것이 매우 좋
으나 도타하지 못하포록 조종하여야 할 것이매 경이 잘 알아 하라." 하고 윤음을 
내리어서 김순고는 황강하여  "신이 비록 무능하오나 성의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하오리다. " 하고 아뢰고 병조판서와 같이 어전에서 퇴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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