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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림이가 성복 후의 약방문과 같
은 소용없는 계책을 말할 때 소망이 저의 모사하는 재능을 김포장이 알아주기
바랄 뿐이었는데 김포장의 꾸지람 속에 저의 계책을 신통히 여기는 의사가 역연
하여 소마에 어그러지지 아니하므로 꾸지람을 듣고 속으로는 은근히 좋아하며
겉으로만 가장 황공한 체하고 “요전 선전과 행차는 소인이 미리 아옵지두 못하
였솝거니와 설사 미리 알았솝더라두 소인이 무슨 재주루 앞일을 내다보구 계책
을 생각하였사오리까. 지금 말씀 아뢴 되지 않은 계책은 선전관의 낭패 보신 이
야기를 듣자온 뒤 우연히 생각이 난 것이올시다.” 발명하는 말이 근리하여 김
포장은 역정을 더 내지 않고 “지난 일은 고만두구 이번 순경사가 나가서 꺽정
이를 잡는데 좋은 방침이 있거든 말해라.” 하고 온언순사로 말하였다. “소인의
생각을 기탄없이 아뢰오면, 강원도 순경사께서는 꺽정이의 그림자두 구경 못하
실 것이옵구 황해도 순경사께서 꺽정이를 만나실 것이온데 계책으루 잡으셔야지
힘으루 잡으시려구 하오면 먼젓번 선전관보다 더 큰 낭패를 다하시기 쉬울 것이
외다.” “꺽정이가 마산리서 어디루 도망한 것을 너는 대강 어림하느냐?”“마
산리서 도망한 곳은 아옵지 못하오나 지금 있는 곳은 청석골 일 줄로 아옵네다.
”“순경사 난 소문을 듣구두 청석골에 가만히 있을까. 어디 다른 데루 도주하
지 않구?”“소인의 욜야에는 다른 데루 도주할 리 없을 듯하외다.”“전에 황
해도서 체포하려구 하면 으레 강원도나 평안도루 도주한다는 놈이 어째 이번에
는 도주하지 않겠느냐?”“꺽정이는 전에두 항상 도망할 생각보다 항거할 생각
이 많았사옵는데 더구나 지난번에 칠팔 명 적은 수효루 관군 오백여 명을 대적
한 끝이오라 기가 높아져서 도망할 생각은 염두에두 둘 리 없을 듯하외다. 어제
사관청
에서 여럿의 말이 순경사 두 분께서 나가시면 황해도,강원도 각군을 순행합시리
라구 하옵기에 소인이 그 이유를 묻사온즉 꺽정이가 목하 어느곳에 가 숨어 있
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설령 청석골에 돌아와 있다손 잡더라두 순경사들 나가신
다는 선성을 들으면 거처없이 도망할 터이니까 순경사께서는 각군을 순행하시며
종적을 염탐하실 수밖에 없으리구 하옵디다. 청석골내성과 꺽정이의 성정을 모
르오면 누구든지 이렇게 생각하기 쉽사외다. 그러나 황해도 순경사 이병사 영감
께서 황해도초입 금교역말에 가서 유진하시구 황해도 각군에 관자하셔서 군사를
조발하여다가 청석골을 들이치시면 꺽정이를 잡구 못잡는 것이 여기서 판단이
나올 줄루 소인은 생각하옵네다.”“청석골 적굴이 첩첩산중이라지. 통로가 험하
겠구나.”“통로라구 길다운 길이 없사온 까닭에 목표를 모르구 들어가오면 첩
경 산속에서 헤매기가 쉽사외다.”“도둑놈들이 도망할 틈이 없두룩 적굴을 웨
워싸구 들이치자면 군사가 대개 얼마나 들겠느냐?”“군사를 잘 쓰오면 삼사백
명으루 넉넉하옵지만 잘못 쓰옴녀 천명 이천 명두 부족할 것이외다. 지금 관군
관 꺽정이패를 비교하여 보오면 꺽정이패는 거개 청석골 지리에 익숙하와 어둔
밤에 불 없이라두 드나들 수 있솝는데 관군은 그렇지 못하옵구 꺽정이패는 모두
불패천 불외지하는 것들이 되와 목숨을 아끼지 않솝는데 관군은 그렇지 못하온
즉 관군이 적굴을 철통같이 에워싸구 들어가옵더라두 꺽정이와 그 도당은 좀처
럼 잡히지 않을 듯하외다.”“아까 네 말이 계책으루 잡으면 잡을 수 있다구 했
지.”“녜.”“네가 생각한 계책이 있거든 말해라. 어디 들어보자.”“꺽정이와
그 도당보다 그놈들의 처자를 먼저 잡는 것이 한계책이 될 듯합네다.”“여러
놈의 처속은 청석골에 있지 않구 다른 데 있느냐?”“아니올시다. 청석골 안에
같이들 있소이다.”“같이들 있으면 먼저 잡구 나중 잡구 할 것 없지 않으냐?”
“청석골을 쳐들어가올 때 개성부 가까운 동쪽이나 남쪽 일면은 튀워두옵구 군
사를 9대나 10대에 나누어서 사면 중 삼면으루 쳐들어가온면 꺽정이 이하 두령
이란 것은 거의 다 출동하게 될 터이온데 각대에서 다같이 지는 체 쫓기는 체하
와 아무쪼록 멀리 끌어내 가게 하옵구 그 틈에 틔워둔 쪽으루 정병 일대를 쫓아
들여보내와 소굴에 남아 있는 그처자들을 몰수히 잡아다가 개성부 옥중에 가둬
두오면 꺽정이가 반드시 개성부를 침범하러 올 것이옵구 개성부를 침범할 때 만
일 잡지 못하구 놓치옵거든 그 처자들을 서울 전옥에 갖다 가둬 두면 꺽정이가
필시전일의 무모한 계획을 되풀이하러 올 것이온즉 그때 서울서 잡기는 용이할
것이올시다.” 서림이의 꺽정이 잡을 새 계책을 김포장이 신통하다고 칭찬하는
말은 없을망정 역시 신통하게 여기는 듯 듣고 나서 고개까지 몇 번 끄덕이었다.
4 김포장이 서림이에게 “너를 황해도에보내구 안 보내는 것은 내가 이순경사
영감과 상의해서 작정할 테니 그리 알구 있거라.”하고 말을 일러두고 그이튿날
포청 공사를 마친 뒤 황해도 순경사 이사증을 만나러 그 집으로 찾아왔었다. 순
경사들이 이날 사폐하고 다음날 발정하기로 작정이 되어서 이순경사 사랑에 작
별하러 온 손들이 많았었는데 김포장이 오는 것을 보고 일어서 가는 손도 더러
있었으나 김포장과 친분이나 면분이 있는 손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자리가조
용치 못하였다. 김포장이 다른 손들 가기를 기다리다 못하여 주인을 보고 “여
보 영감, 내가 포도 공사에 관해서 조용히 사의할 일이 있소.”하고 말을 내었
다. 다른 손들이 일제히 일어나려고 하는 중에 이순경사가 김포장더러 “강원도
순경사가 떠나기 전에 의논해둘 일이 있어 온다구 했으니 오거든 셋이 앉아 상
의하십시다.”하고 말하는 것을 김포장은 “김순경사하구 셋이 같이 상의해두
좋지만 주장 영감하구 상의할 일이오.”하구 대답하였다. 다른 손들은 다 가고
김포장 혼자 남아서 이순경사와 단둘이 마주 앉은 뒤 이순경사가 먼저 “상의하
실 일이 무슨 일인가요?”하고 물어서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한 수작이 시작되었
다.“영감, 이번 길이 책임이 중한데 적괴를 잡을 성산이 있소?”“아직 아무 성
산두 없소.”“적당의 모주 서림이란 자가귀순한 건 아시지?”“녜, 알지요.”
“그자가 모주 노릇하던 놈이라 모책을 내는 것이 제법입니다.”“그놈이 영감
계 무슨 헌책을 합디까?”“내가 어제 그자를 불러서 적정을 여러 가지 물어보
는중에 그자가 적괴 잡을 계책을 말하는데 그 게책이 바이 맹랑치 안을 것 같아
서 영감에게 말씀하려구 하우.”하고 말한 뒤 김포장이 서럼이의 계책을 자세히
이야기한즉 이순경사는 이야기를 다 듣고도 왈가왈부 말이 없었다. “그자의 계
책이 영감 생각엔 어떻소?”“영감은 어떻게 생각하시구 그 계책이 맹랑치 않
다시는지나는 모르겠소. 우선 청석골을 칠 대 일면은 튀워놓구 삼면으루 친다니
병법의 허실을 조금이라두 아는 놈이 있으면 틔워놓는 방면을 더 방비할 것이
구, 그렇지 않으면 그놈들 도망하기에나 편할 것이니 되지않을 말이구 또 그놈
들의 처속을 잡아다가 가둬 두면 그놈들이 빼가러 온다니 무지막지한 도둑놈들
이 무슨 인정과 의리가 있어서 저의 몸이 위태한 때 처속을 생각하겠소? 그것두
역시 되지 않을 말이오.”“지난 구월에 그놈드이 무엄 막심하게 전옥을 타파할
계획까지한 일이 었었다니 처속을 빼가러 온단 말은 근리하지 않소?”“서림이
란 놈의 횡설수설 지껄인 초사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소. 나는 그걸 순전한 거
짓부리루 아우.”“내가 알아보니가 지난 구월 초닷샛날 꺽정이패 여러 놈이 장
수 죽인 것두 사실입디다. 나는 그걸 터무니없는 거짓말루는 알지 않소.”“그것
이 거짓말인 증거를 내가 말씀할게 들어 보시우. 전옥에 갇힌 죄수는 빼가기가
어렵구 형조에 매인비자는 빼가기가 쉬운데 어려운 일을 계획했다는 들이 어째
쉬운 일은 계획하지 못하우? 그게 거짓말이 환하지 않소?” “글쎄 그렇게 의심
하면 그럴듯두 하우.” “그럴듯두 하다니 포도대장 말씀으루는 좀 모호하신데.
” 하고 이순경사가 웃어서 “포도대장이 모호해서 도적이 심한지두 모르지.”
하고 김포장도 고소로 웃었다.
5 서림이의 위인이 미덥지 못한 것은 김포장이 이순경사보다 더 잘알지만 꺽정
이를 잡는데 유용한 인물로 김포장은 확신하는 까닭에 이순경사더러 데리고 가
서 잘 조종하여 써보라고 말하러 왔더니 이순경사가 소견이 부족하여 미덥지 못
한 것만 생각하고 유용한 것은 생각지 못하는 모양인데, 게다가 고집이 세어서
자기 소견을 좀처럼 고칠 리도 없으므로 김포장은 숫제 서림이 데리고 가란 말
을 입밖에도 내지 아니하려고 생각하다가 공사를 위하여 온 본의를 돌쳐 생각
하고 “서림이 같은 적당의 재정을 잘 아는 놈이 적당을 체포할 때 소용이 될
듯한데 영감 생각엔 어떻소?” 하고 데리고 가란 운만 떼어서 물으니 이순경사
입에서 “쓰기에 달렸지만 쓸데가 있다뿐이오.” 하는 대답이 나왔다. “그럼 서
림이를 맡아가지구 계시기가 주체궂어서 내게다가 전장하실 생각이시오그려.”
이순경사는 실없은 말을 하며 웃는데 김포장은 정색하고 “나는 포도 공사루 알
구 의논하는데 영감 그게 무슨 말이오.” 하고 책망하니 이순경사가 잠시 무료
하다가 곧 얼굴빛을 고치고 “내가 가봐서 서림이를 쓸데가 있으면 곧 영감께루
기별할 테니 그때 보내주시우.” 하고 말하였다. 김포장이 상의하러 온 일은 이
로 끝을 막고 작별 인사나 하고 일어서려고 “영감 내일 어느때쯤 떠나시겠소?
” 하고 물었다. “우리는 오늘 곧 떠나두 좋겠는데 병조에서 군사 겨우 오십
명 주는 것을 오늘 해전에나 뽑아주겠다구 해서 못 떠났으니까 내일은 일찍 떠
나게 되겠지요.” “내일 일찍 떠나시면 모레는 금교역을 들어가시겠소.” “먼
저 해주 가서 황해감사하구 대개 방침을 의논해 놓구 그러구 각군을 순력 할 작
정이오.” “먼저 금교역에 가 앉아서 적괴가 청석골 소굴에 있구 없는 것부터
기찰을 시키는 게 득책이 아니겠소?” “그놈이 타도루 내빼지 않구 황해도 경
내에만 있으면 설마하니 못 잡겠소.. 소굴에 들어 엎드렸으면 들어가서 잡을 테
구 다른 곳에 가 파묻혔으면 그곳을 쫓아가서 잡을 테니까 감사를 만나보구 수
탐하기 시작해두 늦지 않을 것이오.” “영감이 어련히 잘 생각하셨겠소. 어떻게
하든지 정선전이 끼쳐놓은 국가의 수치를 영감이 쾌히 설치하구 오시우.” “해
서 적환을 평정해서 특별히 위임하신 상의를 만분 일이라두 보답할까 생각하우.
” “양도 순경사가 일시에 동서루 떠나는데 누구는 나가 보구 누구는 안 나가
볼 수 없어 전송하러 나가지 않을 테니까 오늘 이렇게 작별하겠소.” “영감, 약
주 한잔 잡수시려우?” “아니, 나는 곧 이렁나야겟소.” “왜 어느새 가시려구
그러시우?” “가다가 김순경사를 좀 보구 가겠소.” “좀더 기시다가 김순경사
가 오거든 아주 보구 가시구려.” “떠날 때 전송두 못할 텐데 집에까지 안 가
볼 수야 있소.” 김포장은 이순경사 집에서 김순경사에게로 오고 김순경사는 자
기 집에서 이순경사에게로 가다가 서로 만나서 둘이 다같이 탔던 말 위에서 내
려 노상에 서서 수어 수작하고 이내 작별 인사까지 주고받고 서로 헤어졌다. 김
포장이 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간 것은 다시 말할 것 없고 김순경사가 이순경사
에게 왔을 때 좌정도 채 하기 전에 이순경사가 “좌포장이 영감께루 간다구 지
금 막 갔는데 길에서 교위가 된 모양이구려.” 하고 말하여 “지금 오다가 노상
에서 잠깐 만났소.” 하고 김순경사는 대답하였다. “포도 공사루 상의할 일이
있다구 다른 손들까지 쫓아놓구 급히 말하는 것은 꺽정이의 모주 노릇하던 서림
이란 놈을 나더러 데리구 가란 말입디다.” “그래 그놈을 데리구 가기루 했
소?” “데리구 가고 싶은 생각이 적어서 고만두었소.” “왜 데리구 가고 싶지
않소?” “그놈이 말할 수 없는 반복소인이라는데 그놈을 데리구 갔다가 도둑놈
들의 내응이나 해주면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격 아니오?” 김순경사는 이순경사
와 소견이 달라서 적당의 내정을 샅샅이 잘아는 서림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
을 줄로 생각이 들었으나 김포장이 하후하박으로 이순경사에게만 말을 하고 자
기에게는 말을 안한 데 심사가 틀려서 서림이 안 데리고 가는 것이 잘한 일이라
고 이순경사의 소견을 찬동하여 말하였다. 이러한 곡절이 잇어서 서림이가 순
경사들 나갈 때 수행하지 못하고 좌포장 수하에 그대로 있게 되었었다. 이것이
청석골 꺽정이패에게는 한 가지 불행중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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