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노자 편-제2회:두 거인의 만남
(사진설명: 노자의 좌상)
제2회 두 거인의 만남
낙읍에 이른 노자는 고대 중국의 국립 대학 격인 태학(太學)에 들어가 천문과 지리를 배우며 <시경(詩經)>과 <상서(尙書)>, <의례(儀禮)>, <악경(樂經)>, <주역(周易)> 등 많은 저서들을 탐독했다. 그리고 3년 후 학문정진에서 큰 성과를 거둔 노자는 오늘날의 국립 도서관 격인 수장실(守藏室)에 도서관리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 곳에 이른 노자는 용이 바다에 이른 듯, 송골매가 하늘을 나는 듯 저서를 탐닉해 학문을 넓혔다.
그로부터 또 3년이 흐르자 노자는 수장실 태사(太史)로 승진해 역사학자가 된다. 그리고 노자는 제자백가(諸子百家)들 중 한 학파인 도가(道家)를 창설해 널리 명성을 날렸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를 노자(老子)라고 불렀다. 여기서 자(子)는 당시 스승에 대한 존칭이다.
이 때 노자가 고금을 두루 통달했다는 소문을 듣고 공자(孔子)가 제자인 남궁경숙(南宮敬叔)의 배동하에 낙읍으로 노자를 찾아왔다. 노자도 공자가 유가(儒家)학파를 창설했고 세상 곳곳에 제자 3,000명과 현인 72명을 두었다는 소문을 들어 열정적으로 문밖까지 나와 영접했다. 노자는 공자를 안내해서 주 나라의 예악현장과 제례의식을 보는 등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공자는 노자에게 자신은 죽간을 연결하는 소가죽 끈이 몇 번이나 닳아 끊어 지도록 <주역>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노자가 말했다.
“그렇게 열심히 읽으셨다니 묻겠습니다만 <주역>의 골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인의(仁義)를 선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노자는 웃으며 말했다.
“인의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힙니다. 단잠을 깨우는 모기처럼 사람들에게 번거로움만 안겨줄 뿐입니다. 저 백조를 보십시오. 백조는 매일 목욕하지 않아도 깃털이 눈처럼 하얗고 저 까마귀는 매일 먹을 칠하지 않아도 칠흑처럼 검습니다. 이는 모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하늘은 원래 저렇게 높고 땅도 원래 이렇게 두텁습니다. 일월도 원래부터 빛을 뿌리고 별도 예로부터 질서 있게 줄지어 있으며 초목도 날 때부터 구별되니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 진정한 참뜻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공자가 또 말했다.
“나는 이 곳에 이르러 선왕의 제도를 보고 예악(禮樂)의 근원을 찾고 도덕의 법칙을 배우며 주(周)의 예악이 최고라고 느꼈습니다.”
노자가 말했다.
“무릇 일은 자연에 순응해야 할 것입니다. 예악을 따르는 동시에 인의도 선양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입니다. 이는 마치 북을 치고 징을 울리면서 도망간 사람을 찾는 것과 같아서 북과 징 소리가 높을수록 도망 가는 사람은 더 멀리 도망갈 것입니다.”
공자가 묵묵부답하자 이번에는 노자가 물었다.
“느끼신 바가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시경>과 <의례>, <악경>, <주역> 등 저서를 통달하고 많은 나라의 군주들을 찾아가서 선왕의 도를 선양하며 주공(周公)이 성공한 이치를 천명했으나 그들은 모두 나의 견해를 동의하지 않고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생의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께서 통달한 육경(六經)은 모두 선왕 시대의 진부한 것들이라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선생께서 제후들에게 따라 배우라고 권고한 그런 사람들은 벌써 육신이 다 썩고 그들의 말도 고서에만 남아 있습니다. 주의 예악을 회복하기는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군자는 적당한 때를 만나면 벼슬길에 오르고 때가 되지 않으면 풀처럼 바람을 따라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또 총명한 상인은 늘 누가 보지 못하도록 물건을 감추고 돈을 벌어도 부자임을 노출하지 않았다고도 들었습니다. 덕목을 갖춘 군자는 늘 어리석게 보이는데 이를 일러 대지약우(大智若愚),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 합니다. 선생께서는 교만한 기운과 들뜬 기분을 제거하고 마음 속의 욕망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노자의 말을 허심하게 받아 들이면서도 공자는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함을 느꼈다.
낙읍을 떠나는 길에 강가에 이른 공자가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시간도 눈앞의 이 강물처럼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흐릅니다.”
공자를 배웅하러 나온 노자가 대답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는 것은 천지간에 춘하추동이 바뀌는 것과 같은데 왜 그리 한탄하십니까?”
“나는 다만 삶이 짧아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못함에 탄식할 뿐입니다.”
노자가 강물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선생께서는 이 물을 따라 배움이 어떨까요? 물은 만물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그 공을 다투지 않습니다. 물은 또 비단처럼 부드럽지만 돌도 뚫습니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착함,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겠습니다.”
노자의 그 말에 깨달은 바가 큰 공자는 노자와 이별하고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공자는 연속 사흘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인 자공(子貢)이 의아해서 물었다.
“스승님, 어인 일이십니까? 노자에게서 무얼 배우셨습니까? 노자는 어떤 분이시기에 스승님께서 이렇게 달라지셨습니까? 스승님께서는 원래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어이하여 침묵을 지키시는지요?”
공자가 대답했다.
“나는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며 짐승이 달리는 것을 안다. 또 활로 날아가는 새를 잡고, 낚시로 물고기를 낚으며 그물로 짐승을 잡는 것도 안다. 하지만 구름과 안개를 타고 하늘을 나는 용은 잘 모르느니라. 노자를 만나고 나니 그가 하늘을 나는 용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도 그의 말의 깊은 이치를 깨닫는 중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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