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장자 편-제1회: 자유로운 거북이
(사진설명: 장자 문화원의 일각)
속세를 초탈한 장자
재질이 좋지 않은 나무는 그로 인해 벌목을 피할 수 있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고, 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로 인해 징병을 면함으로 전사하지 않았다. 이에 장자(莊子)는 모든 사물은 절대적인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무용지물도 없다고 보았다.
전국(戰國)시기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며 문학가인 장자의 사상은 수천년 동안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묘함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 장자는 중국에서 가장 활달한 사람이며 가장 영성이 있는 철학자이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청정무위(淸淨無爲)’를 주장하는 장자의 대표작 <장자(莊子)>는 풍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우화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동시에 짙은 낭만주의 색채를 띠기도 하며 후세의 중국문학에 심원한 영향을 끼쳤다.
속세를 초탈한 장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자유로운 거북이
장자는 자신이 공중에 둥둥 떠서 천자만홍의 꽃밭을 날아 다니는 감을 느꼈다. 그는 만개한 하얀 장미꽃을 보자 저도 모르게 그 곳으로 날아가서 꽃술에 내려 앉아 달디단 꽃 꿀을 맛보고 향기로운 꽃 가루를 묻힌 다음 계속해서 꽃들 사이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갈증을 느낀 그는 맑은 시냇물로 날아가서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시냇물이 비낀 자신을 본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검은 무늬가 아롱진 하얀 날개를 나풀거리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비임을 알았다.
장자는 심정이 더 없이 즐거웠다.
“원래 나는 나비였구나. 이렇게 여유롭고 이렇게 한가하게 살다니, 인간으로 살기보다 훨씬 좋구나.”
“뚜루루루~뚜루루루~뚜루루루…”
유럽울새의 울음소리에 장자는 잠에서 깼다. 장자가 눈을 뜨니 자신은 짚 더미에 누워 있었고 몸에는 양가죽 한 장이 덮여 있었다. 장자는 한숨을 쉬었다.
“아, 나는 여전히 장자구나. 나는 꿈속에서 나비로 변한 것인가?”
한 번 몸을 뒤척인 장자는 갑자기 의혹에 휩싸였다.
“내가 나비로 변한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장자는 저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와 나비는 절대로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꿈속에서 서로 변하는 거지? 설마 이 세상 만물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는 것인가? 아, 이것이 아마도 물아합일(物我合一)인가보다!”
장자가 침상에 누워서 우주와 인생의 철학적 명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절친인 혜시(惠施)가 들어왔다.
“자네 아직도 안 일어났는가? 자네 아내 누시화(樓柴火)는 벌써 땔나무를 베어 가지고 돌아왔고 산나물 죽도 다 식었네.”
그 말에 장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옷을 입고 입을 열었다.
“나는 나비가 꿈에 나로 변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네. 하하하. 자네도 나비의 꿈에 들어온 것인가?”
“무슨 헛소리인가? 얼른 산나물 죽을 먹고 우리 함께 나가서 좀 걸읍세.”
산나물 죽 한 그릇을 먹은 장자는 혜시와 함께 호수(濠水) 강 기슭에 이르렀다. 다리에 올라서서 물고기들이 맑은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어 다니는 것을 본 장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보게. 가을의 강물이 얼마나 맑고 물속의 물고기들은 또 얼마나 한가하고 자유로운가. 저 물고기들은 아주 즐거울 것이네!”
혜시가 웃었다.
“자네 또 헛소리를 시작하네 그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닐진대 물고기가 즐거운지를 어떻게 아는가?”
“자네는 내가 아닐진대 내가 물고기의 즐거운지 여부를 아는지 모르는지를 어떻게 아는가?”
혜시가 또 웃었다.
“나는 자네가 아니니 자네가 즐거운지 여부를 정말 알지 못하네. 마찬가지로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가 즐거운지 여부를 알지 못할 것이네!”
혜시의 그 말에 장자는 잠깐 침묵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다시 첫 번째 화두로 돌아가서 내가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았는지를 말하자면, 나는 다리 위에서 알았네.”
혜시는 더는 호수의 가을 물을 말하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
“오늘 나는 자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네. 양왕(梁王)이 나를 상국(相國)으로 임명했네. 내일 부임하러 가야 하네.”
“이게 무슨 좋은 소식인가? 자네가 원하면 가면 되지 왜 나에게 알리는가?”
“자네도 이 상국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양왕도 자네를 높이 본다고 들었네. 내가 자네에게 이 소식을 알리는 것은 우리 둘이 서로 이 자리를 다투어 우리 사이가 벌어지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네.”
그 말에 장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농담 그만하겠네. 이야기 하나 들려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네.”
놀라서 두 눈을 둥그렇게 뜬 혜시를 보며 장자가 말을 이었다.
“남쪽 나라의 원추(鵷雏)라는 새가 남해(南海)에서 출발해 북해(北海)로 향했네. 남해에서 북해를 향해 나는 도중에 원추새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앉아 쉬지 않고 멀구슬나무씨가 아니면 먹지 않았으며 달콤한 샘물이 아니면 마시지 않았네. 그러는 중에 원추새는 부엉이 한 마리가 죽은 쥐를 먹는 것을 보았네. 원추새가 그 위를 날아 지나려고 하는데 부엉이는 원추새가 죽은 쥐를 빼앗으려고 날아오는 줄 알고 큰 소리를 내서 겁을 주었네. 우습지 않는가? 설마 자네도 양나라 상국의 자리로 나를 겁주려는 것인가?”
말을 마친 장자는 집으로 가버렸다. 하지만 얼굴이 붉그락푸르락해진 혜시는 장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장자는 낚싯대를 가지고 복수(濮水)강에 낚시하러 가려고 준비했다. 아름다운 경치의 복수강에서 낚시를 하면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고요속에서 철학문제도 생각할 수 있어 장자는 그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느낌을 아주 좋아했다.
장자가 막 잉어 한 마리를 낚았는데 초(楚)나라 위왕(威王)의 두 대부(大夫)가 그를 찾아왔다.
“장자선생께 감축 드립니다. 우리 대왕께서 선생을 영윤(令尹)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이미 천금의 후한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얼른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화려한 마차가 선생의 댁 문 앞에서 선생을 기다리고 눈부신 초나라 궁전이 선생의 왕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자는 자리에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여전히 낚시를 하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초나라에 신비한 거북이가 있었는데 그가 잡힐 때 이미 3천년을 살았다고 들었소. 초나라 왕은 사람을 시켜 그 거북이를 잡아서 익힌 다음 귀중한 제기(祭器)에 담고 화려한 비단을 덮어 사당에 공양해서 조상에 제를 지내게 했소. 대부, 하나 물읍시다. 이 거북이로 말하면 죽어서 예우를 받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살아서 흙탕물에서 꼬리를 흔들며 기어 다니는 것이 좋겠소?”
두 대부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물론 살아서 흙탕물에서 꼬리를 흔들면 기어다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지 않습니까.”
장자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돌아가서 나는 흙탕물에서 꼬리를 흔들며 기어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왕께 아뢰시오.”
초나라 대부들은 초왕에게 사실대로 말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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