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모허를 방문하면 눈 덮인 아름다운 다싱안링 숲을 볼 수 있다. 사진/추푸차오(褚福超)
베이지(北極)촌의 광활한 대지에는 자작나무와 순록과 공생하는 민족인 어원커(鄂溫克)족이 살고 있다. 그들은 하얀 자작나무 껍질을 화폭으로 삼아 독특하고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자작나무 껍질그림을 탄생시켰다. 이들 작품은 자연을 경외하는 어원커인들의 마음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계승하는 태도도 보여준다. 순록은 교통, 사냥, 결혼 등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도구로 어원커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원커인은 대대로 이 숲의 ‘정령’을 수호하고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면서 소박하고 성실한 삶의 방식을 지켜왔다.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그림
베이지촌의 치싱(七星)산 자락에 배산임수로 지어진 무커렁(木刻楞) 건물이 있다. 안에는 소박하고 독특한 색감의 ‘자작나무 껍질그림’이 장식돼 있다. 수년 전 자작나무 껍질그림 예술가 류수양(劉書洋)은 이곳에 정착하고 베이지촌의 검은 땅과 빽빽한 자작나무 숲에서 창작 소재를 얻었다.
다싱안링 숲에는 수천수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검은 땅에 꼿꼿이 서 있는 보초병처럼 보인다. 과거 이곳에서 생활한 오래된 유렵(遊獵)민족인 어원커족에게 자작나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들은 자작나무 껍질 색깔의 농도와 무늬를 보고 방향을 판단할 수 있고 자작나무로 다양한 생활 도구와 공예품을 만든다. 어원커인은 자작나무 껍질을 재료로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자작나무 껍질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자르고, 새기고, 조각하고, 지지고, 그리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겨 살균, 표백, 박피 등 여러 가공 공정을 거쳐 사용한다. 주로 인두로 지져서 색을 내 잘 퇴색되지 않아 소장용으로 적합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류수양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어원커족이 거주하는 마을로 왔다. 그때 자작나무 껍질그림을 접하고 지금까지 수십 년이 흘렀고 이제 자작나무 껍질그림은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이 땅이 나를 키웠고 수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고희에 가까운 류수양은 여전히 조각 칼을 잡고 있다. 오래전 유렵민족의 생활에서 영감을 받기 위해 류수양은 숲 속에 ‘춰뤄쯔(撮羅子)’를 지었다. 춰뤄쯔는 어원커족 등 동북지역 유렵민족이 거주했던 원추형 ‘집’으로 ‘통나무로 지은 뾰족한 지붕 집’이라는 뜻이다. 인두와 조각 칼을 들고 류수양은 자신의 방식으로 오래된 다싱안링 유렵민족의 문화를 보호하고 계승하고 있다.
어원커족 순록원에는 온순하고 인간과 친근한 순록들이 살고 있다. 사진/VCG
대대로 수호하는 ‘숲의 정령’ 순록
어원커족의 일상생활에서 자작나무를 빼놓을 수 없듯이 숲 속에 있는 순록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쓰친투야(斯琴圖雅)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베이지촌의 어원커족 사람으로 어릴 때 어른들에게 어원커족과 순록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냥하다가 동물을 한 마리 잡았는데 생김새가 들개도 아니고 사슴도 아닌 것이 말보다는 작고 나귀보다는 컸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 동물에게 ‘사불상(四不像)’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불상의 학명이 바로 순록이다. 길들인 순록은 높은 산에도 올라가고 밀림도 통과하며 사람들이 사냥한 사냥감도 막사로 옮겨주어 우리 어원커족의 중요한 교통 수단이 됐다.”
순록은 가둬 키울 수 없어 어원커족은 순록 떼를 따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유렵 생활을 했다. 시간이 흘러 어원커족은 순록에게 깊은 정이 생겼고 순록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게 됐다. 순록의 특징에 따라 이름을 붙여주었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살뜰하게 보살폈다. 명절이 되면 자기 딸을 치장하듯 순록에게 붉은 비단과 오색 천을 걸쳐주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동 자물쇠도 걸어주었다. 순록이 죽으면 목놓아 울었다.
과거 풍습에 따르면 순록은 어원커인의 결혼 예물이기도 했다. 신랑 측은 크고 아름다운 순록 몇 마리를 끌고 와서 구혼하고, 신부 측은 결혼할 때 비슷한 수나 더 많은 수의 순록을 가지고 갔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순록을 끌고 새로 지은 천막 주위를 몇 바퀴 돌면서 사람이 번창하고 순록이 건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 쓰친투야의 작은 아버지가 산 속에서 순록을 키우며 이 숲의 ‘정령’을 수호하고 있다.
베이지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원커족의 순록원이 있다. 순록원에는 자연 방사된 순록이 숲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관광객은 순록원에서 제공하는 순록이 좋아하는 이끼를 먹이로 주면서 인간과 친한 이 귀여운 ‘정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베이지촌에서 뜨끈뜨끈한 동북 찜 요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열정적인 촌민이든, 숲을 사랑하고 대대로 자연과 공생한 어원커족이든, 그들은 모두 모허처럼 순박하고 성실하다. 오로라는 만날 수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늘 이곳에 있다. 이곳은 날씨는 춥지만 인정은 따뜻하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중국 최북단 도시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베이지(北極)촌의 광활한 대지에는 자작나무와 순록과 공생하는 민족인 어원커(鄂溫克)족이 살고 있다. 그들은 하얀 자작나무 껍질을 화폭으로 삼아 독특하고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자작나무 껍질그림을 탄생시켰다. 이들 작품은 자연을 경외하는 어원커인들의 마음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계승하는 태도도 보여준다. 순록은 교통, 사냥, 결혼 등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도구로 어원커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원커인은 대대로 이 숲의 ‘정령’을 수호하고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면서 소박하고 성실한 삶의 방식을 지켜왔다.
영원히 퇴색되지 않는 그림
베이지촌의 치싱(七星)산 자락에 배산임수로 지어진 무커렁(木刻楞) 건물이 있다. 안에는 소박하고 독특한 색감의 ‘자작나무 껍질그림’이 장식돼 있다. 수년 전 자작나무 껍질그림 예술가 류수양(劉書洋)은 이곳에 정착하고 베이지촌의 검은 땅과 빽빽한 자작나무 숲에서 창작 소재를 얻었다.
다싱안링 숲에는 수천수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검은 땅에 꼿꼿이 서 있는 보초병처럼 보인다. 과거 이곳에서 생활한 오래된 유렵(遊獵)민족인 어원커족에게 자작나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들은 자작나무 껍질 색깔의 농도와 무늬를 보고 방향을 판단할 수 있고 자작나무로 다양한 생활 도구와 공예품을 만든다. 어원커인은 자작나무 껍질을 재료로 자신들의 일상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자작나무 껍질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자르고, 새기고, 조각하고, 지지고, 그리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자작나무의 껍질을 벗겨 살균, 표백, 박피 등 여러 가공 공정을 거쳐 사용한다. 주로 인두로 지져서 색을 내 잘 퇴색되지 않아 소장용으로 적합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류수양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어원커족이 거주하는 마을로 왔다. 그때 자작나무 껍질그림을 접하고 지금까지 수십 년이 흘렀고 이제 자작나무 껍질그림은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이 땅이 나를 키웠고 수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고희에 가까운 류수양은 여전히 조각 칼을 잡고 있다. 오래전 유렵민족의 생활에서 영감을 받기 위해 류수양은 숲 속에 ‘춰뤄쯔(撮羅子)’를 지었다. 춰뤄쯔는 어원커족 등 동북지역 유렵민족이 거주했던 원추형 ‘집’으로 ‘통나무로 지은 뾰족한 지붕 집’이라는 뜻이다. 인두와 조각 칼을 들고 류수양은 자신의 방식으로 오래된 다싱안링 유렵민족의 문화를 보호하고 계승하고 있다.
대대로 수호하는 ‘숲의 정령’ 순록
어원커족의 일상생활에서 자작나무를 빼놓을 수 없듯이 숲 속에 있는 순록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쓰친투야(斯琴圖雅)는 부모님과 같이 사는 베이지촌의 어원커족 사람으로 어릴 때 어른들에게 어원커족과 순록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냥하다가 동물을 한 마리 잡았는데 생김새가 들개도 아니고 사슴도 아닌 것이 말보다는 작고 나귀보다는 컸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 동물에게 ‘사불상(四不像)’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불상의 학명이 바로 순록이다. 길들인 순록은 높은 산에도 올라가고 밀림도 통과하며 사람들이 사냥한 사냥감도 막사로 옮겨주어 우리 어원커족의 중요한 교통 수단이 됐다.”
순록은 가둬 키울 수 없어 어원커족은 순록 떼를 따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유렵 생활을 했다. 시간이 흘러 어원커족은 순록에게 깊은 정이 생겼고 순록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게 됐다. 순록의 특징에 따라 이름을 붙여주었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살뜰하게 보살폈다. 명절이 되면 자기 딸을 치장하듯 순록에게 붉은 비단과 오색 천을 걸쳐주고 반짝반짝 빛나는 청동 자물쇠도 걸어주었다. 순록이 죽으면 목놓아 울었다.
과거 풍습에 따르면 순록은 어원커인의 결혼 예물이기도 했다. 신랑 측은 크고 아름다운 순록 몇 마리를 끌고 와서 구혼하고, 신부 측은 결혼할 때 비슷한 수나 더 많은 수의 순록을 가지고 갔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순록을 끌고 새로 지은 천막 주위를 몇 바퀴 돌면서 사람이 번창하고 순록이 건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재 쓰친투야의 작은 아버지가 산 속에서 순록을 키우며 이 숲의 ‘정령’을 수호하고 있다.
베이지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원커족의 순록원이 있다. 순록원에는 자연 방사된 순록이 숲 속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 관광객은 순록원에서 제공하는 순록이 좋아하는 이끼를 먹이로 주면서 인간과 친한 이 귀여운 ‘정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베이지촌에서 뜨끈뜨끈한 동북 찜 요리로 손님을 맞이하는 열정적인 촌민이든, 숲을 사랑하고 대대로 자연과 공생한 어원커족이든, 그들은 모두 모허처럼 순박하고 성실하다. 오로라는 만날 수도, 못 만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늘 이곳에 있다. 이곳은 날씨는 춥지만 인정은 따뜻하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중국 최북단 도시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글 | 차이멍야오(蔡夢瑤)
자작나무·순록과 공생하는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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