瑤池鏡---風土地理

헤이룽장 모허, 겨울 동화와 만나는 오로라 마을

一字師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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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뿌려 얼음 만들기’는 모허에서 꼭 해봐야 할 놀이다. 사진/VCG

 

중국에서 유일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도시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모허(漠河)는 북위 53도 근처, 다싱안링(大興安嶺) 산맥 북측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쪽으로 러시아와 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독특한 지리적 위치는 ‘백야(白夜)’와 ‘극야(極夜)’, ‘오로라’ 같은 자연현상을 만들었고, 모허만의 독특한 풍습과 문화를 형성했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최북단의 도시, 모허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차이멍야오(蔡夢瑤)

헤이룽장 모허, 겨울 동화와 만나는 오로라 마을

 

인민화보-한국어-헤이룽장 모허, 겨울 동화와 만나는 오로라 마을

‘물 뿌려 얼음 만들기’는 모허에서 꼭 해봐야 할 놀이다. 사진/VCG 중국에서 유일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도시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모허(漠河)는 북위 53도 근처, 다싱안링(大興安嶺)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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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중국 최북단에 위치한 모허는 기온이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지만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극한을 체험한다. 사진/IC

 

흰 눈으로 뒤덮인 숲과 설원을 지나고, 열차가 중국의 최북단 도시인 모허(漠河)로 천천히 들어간다.

 

모허로 가는 교통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은 녹색 도장을 한 기차(중국에서 운행 속도가 가장 느린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하얼빈(哈爾濱)에서 모허까지 가는 기차를 사람들은 친근하게 ‘설국열차’라고 부른다. 18시간에 가까운 여정 동안 승객들은 따뜻한 기차 안 침대에 누워 살얼음이 낀 창문 너머 하얗게 변한 다싱안링(大興安嶺)의 숲과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중국 최북단만이 가진 아득함과 광활함을 느낄 수 있다.

 

모허 거리에서 동북지역 특산물인 냉동 배와 냉동 감을 팔고 있다. 사진/VCG

 

 

눈과 얼음이 주는 독특한 체험

모허의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최저 기온은 영하 50도 이하로 내려간다. 겨울철 실외는 거대한 ‘천연 냉장고’ 같다. 모허 거리를 걷다 보면 아이스크림을 실외에 그냥 내놓고 파는 진귀한 모습과 길가에 놓인 냉동 배, 냉동 감, 냉동 블루베리 등 다양한 ‘냉동 과일’을 볼 수 있다. 다싱안링의 블루베리는 모허 근처에서 유명한 특산품이다. 착즙과 양조에 사용되는 것은 모두 최상품이며 냉동 후 식감이 특히 좋다.

 

야외에서 관광객들이 모허의 전통 놀이인 ‘물 뿌려 얼음 만들기’를 한다. 뜨거운 물을 공중에 뿌리면 물방울이 즉시 얼음으로 얼어 마치 허공에 하얀 불꽃이 핀 것 같다. 사람들은 낭만적이고 신기한 장면을 열심히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 경험을 하려고 중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날씨가 너무 추워 자동차는 시동 걸기가 어렵고, 노면에는 눈이 높이 쌓여 있어 외출을 가로막는다. 이럴 때 모허 사람들의 오래된 교통 수단인 ‘말 썰매’가 진가를 발휘한다.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자작나무로 만든 ‘썰매’에 오른 다음, 동북지역 특색이 강한 큰 꽃무늬 솜이불을 머리부터 발끌까지 잘 덮는다. 말 썰매 마부가 고함을 치면 말이 베이지촌을 향해 출발한다. 길 옆에 늘어선 하얀 자작나무 가지 끝으로 쏟아진 햇살이 눈송이를 털어대는 말꼬리로 떨어지고, 썰매를 모는 마부가 모허의 풍경과 인정을 소개하면 추운 겨울 여행에 따뜻한 색채가 더해진다.

 

2023년 11월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모허에서 붉은색과 녹색이 교차된 아름다운 오로라가 나타났다. 사진/모허 미디어 컨버전스 센터

오로라가 나타나는 마을

베이지촌은 이름 그대로 모허의 ‘북극’으로 중국에서 유일하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마을이다. 말 썰매 마부는 “2023년 9월 수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이곳에서 신기하고 아름다운 붉은색 오로라를 촬영했다”고 소개했다.

 

말 썰매가 치싱(七星)산 자락에 있는 독특한 외관의 통나무집 앞에서 천천히 멈춘다. 이곳은 ‘무커렁(木刻楞)’이라고 하는 현지의 전통 건축물이다. 건물 전체를 나무로 만들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마을의 모든 건물 지붕에는 눈이 쌓여 있고 처마에는 붉은 초롱이 걸려 있다. 벽에 고추나 마늘을 타래로 걸어놓은 집도 있어 평화로운 농촌의 정취를 더한다.

 

춥고 꽁꽁 얼어붙은 실외에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뜨끈하게 달궈진 온돌과 20도가 넘은 실내 온도에 사람들은 곧장 두꺼운 외투를 벗는다. 주인이 생선탕과 현지 토종 정취가 가득한 ‘샤오번지둔모구(小笨雞燉蘑菇, 버섯과 자연 방목 재래닭을 함께 조린 찜 요리)’와 ‘번주러우둔펀탸오(笨豬肉燉粉條, 당면과 재래종 돼지를 같이 조린 찜요리)’ 등을 한상 가득 내온다. 동북지역에서 ‘번(笨)’ 자가 붙은 고기 요리는 보통 ‘방목’ 방식으로 키워 육질과 식감이 더 좋다. 버섯은 다싱안링에서 채취한 야생 버섯이고, 생선은 헤이룽장에서 갓 잡은 냉수어다. 천연 식재료를 동북지역 요리에서 가장 흔한 조리법인 ‘찜’으로 요리해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동북지역 각 가정의 필수품인 뜨뜻한 온돌에서 뜨끈뜨끈한 찜 요리를 먹으면 따뜻한 기운이 위에서부터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판징즈(潘景志)는 베이지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촌 주임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신의 농촌 민박을 운영해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는 베이지촌의 민속과 특산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판징즈는 “매년 6월 21일은 우리 베이지촌의 오로라절로 낮이 제일 길고 밤이 제일 짧다. 밤 10시 30분이면 어둠이 내려앉고 새벽 1시가 되면 날이 밝기 시작해 2시 정도면 해가 뜬다. 백야가 나타나는 하지 전후가 일 년 중 오로라를 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16-17세에 처음으로 오로라를 봤다”며 “하늘가가 서서히 밝아지고 소라의 나선처럼 한 겹 한 겹 빙글빙글 돌면서 점점 커지더니 하늘의 절반을 집어삼켰다가 마지막엔 안개처럼 흩어졌다”고 말했다.

 

먼 길을 마다하고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평생에 한 번이라도 오로라를 보고 싶어서다. 베이지촌의 밤하늘에는 고층 빌딩의 네온사인 불빛의 방해가 없어 오로라를 못 봐도 청명한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어 괜히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동지절은 베이지촌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명절이다. 이날 모허는 중국에서 밤이 제일 길어 일출에서 일몰까지 단지 6~7시간 정도다. 과거 이런 극단적으로 낮이 짧고 밤이 긴 날이면 사람들은 온돌에 모여 앉아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전설을 이야기했다.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를 먹고 술을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창 밖 낮게 뜬 태양을 보면서 봄에 할 일을 계획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빙설 여행이 유행하면서 동지절은 베이지촌 사람들만의 명절이 아니게 됐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이 치싱산 자락의 베이지촌을 찾아 설원에 피운 거대한 모닥불 앞에서 춤 추고 노래를 부른다. 긴 밤, 춥고 삭막했던 마을에 웃음꽃이 피고 한껏 떠들썩해진다.

 

베이지촌 특색이 가득한 ‘무커렁’ 건물 사진/VCG

‘북’을 찾았다

베이지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오로라를 보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북(北)을 찾는다. 중국어에는 ‘북을 찾을 수 없다’라는 뜻의 ‘자오부다오베이(找不到北)’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일의 갈피를 못 잡고 방향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베이지촌에서는 곳곳에서 ‘북을 찾을 수 있다’. 지도 위 중국의 모습을 목청껏 소리지르는 수탉에 비유한다면 베이지촌은 ‘닭 볏’ 위치에 있어 ‘금계지관(金雞之冠)’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많은 건물이 ‘중국 최북단’을 자랑한다. 베이지촌의 헤이룽장다제(大街)와 베이지다제, 두 개의 메인 도로에 ‘최북단 우체국’과 ‘최북단 학교’, ‘최북단 병원’이 위치하며, 강변 도로에는 ‘최북단 가정집’, ‘최북단 여관’ 등도 있다.

 

베이지촌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최북단 우체국’에 가는 것이다. 중국 최북단에 있는 우체국에서 베이지촌의 사계절 풍경이 담긴 엽서를 사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안부 편지를 쓰면서 마지막에 “나 북을 찾았어!”라는 말을 덧붙인다.

글 | 차이멍야오(蔡夢瑤)

모허 베이지(北極)촌에서 ‘북(北)을 찾다’

 

인민화보-한국어-모허 베이지(北極)촌에서 ‘북(北)을 찾다’

겨울, 중국 최북단에 위치한 모허는 기온이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지만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극한을 체험한다. 사진/IC 흰 눈으로 뒤덮인 숲과 설원을 지나고, 열차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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