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홍루몽 제2권 리뷰 (2)

一字師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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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제2권 리뷰 2)

 

1권은 가씨 집안을 통한 무한한 셰계를 그려 볼 수 있었다면 2권은 좀 더 가씨 집안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시간이였던 것 같다. 우선 죽음의 장이라고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죽음이 많았고 그 만큼의 세대교체와 인물의 변화를 예감할 수 있었다. 가옥의 형수인 진가경이 죽고(책에서 진짜 이유는 나와 있지 않고 시아버지 가진과의 불륜으로 죽는다는 설명이 되어 있다.), 가옥의 글방 친구였던 진종과 그의 아버지도 죽고, 보옥의 아버지도 죽고, 희봉의 계락으로 가서도 죽는 그야말로 죽음은 순식간이였고 허무할 정도였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죽음의 묘사도 없이 황천길로 떠나는 그들을 무덤덤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기에 죽음이라는 것이 일상사처럼 느껴졌고 안타까움은 더더욱 느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묘사는 책을 즐겁게 읽을 수는 있으되 관찰자로써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동떨어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건 아마 가씨 집안의 세세함을 엿보았기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죽음으로 인한 허무함이 컸지만 그에 반해 또 다른 변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미에 빠져 들었다는 것이다. 희봉이 가경의 죽음으로 잠시 집안 살림을 맡으며 펼쳐보이는 큰 집 살림의 진풍경과 별채에서 벌어지는 가옥의 글재주를 묘사한 부분은 특히 재미나게 읽었다. 가씨 집안의 살림도 엄청나고 집도 크다보니 집안에서만도 일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런 집안이 심심하다며 보옥은 늘 집을 벗어나 놀 궁리만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집안의 움직임이 기울어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그 가운데 보옥의 누나 원춘이 귀비로 발탁이 된다. 그래서 귀비가 올 날을 맞아 집안에서는 별채를 짓고 그 집을 돌아 보면서 보옥의 아버지 가정은 편액 짓기를 시켜 보며 보옥의 공부를 시험해 보는 것이다. 가정은 보옥의 교육에 대해 크게 신경 써주지는 않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과연 공부하는 방법도 길을 열어갈 가능성도 재물이 있는 집에서는 다를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큰 대관원을 둘러 보면서 편액짓기를 시키는 가정은 잠깐의 관심일 수도 있으나 그걸 지켜보는 독자는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꼭 그렇게 해야 큰 사람이 되며 지식이 쌓인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좀 더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도 이제 어느정도 가씨 집안에 익숙해졌고 저자의 문체에도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자잘한 모습에 관심을 갖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인물과 가씨 집안을 통한 인간사에 좀 더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은 멋쩍긴 하지만 그래도 그러한 재미 또한 쏠쏠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예를 들어 보자면 어디에나 부패가 없겠냐만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일처리 하는게 평준화 되어 있는 것과 차마시기를 좋아하는 모습, 좋은일이든 슬픈 일이든 잔치를 벌이며 나누는 모습등을 통해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였다.

 

우리의 고전이라면 그래도 어디선가 보고 들은 기억이 있어 생경해도 낯설지가 않은데 홍루몽에서 중국의 옛 모습은 낯설지만 호기심이 가는 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인물사전에 요약된 그들의 행보를 어느 정도 알다보니 긴장감이 조금 없어지는 면도 있었고 장편이다 보니 한사람 정도의 듬직한 면을 따르고 의지할 자가 없어서 그게 조금 아쉽다. 주인공은 보옥이지만 보옥을 믿고 따르기엔 아직 어리고 그의 기질은 제멋대로여서 마음이 조금 헛헛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서 관찰자의 입장이라는 면이 부각되는 것 같다.

 

또한 대옥과의 뚜렷한 면이 아직은 없지만 설보채와 가옥, 대옥은 어쩔 수 없는 묘한 사이일 수 밖에 없고 그 가운데 대옥은 가옥의 마음을 믿지 못해 변덕스러운 면을 보이는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기도 한다. 그들의 운명을 알고 있지만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진전 될지 주목하는 바이다.

 

이제 2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며, 이끌며 12권까지 써내려간 저자의 역량에 조금씩 기가 질리기도 하다. 꾸며 낼 이야기가 없을 법도 한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씨 집안의 안과 밖의 이야기는 타고난 이야기 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끝을 향해 나도 서서히 발돋움 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끝까지 따라 가보려 한다.

 

홍루몽 1권에서는 주로 집안 가계도와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서 나왔다면 2권에서는 주인공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의 특별한 삼각구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주로 주변인물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보옥과 금릉십이채의 이야기이다 보니 주 사건들의 중심에 여인들이 나오고 있어서 좀 더 재미가 있어지고 있다.

 

금릉십이채 중의 한 여인인 진가경의 죽음을 시작으로 진업, 진종 등 여러 주변인물들이 눈을 감는다. 진가경이 너무 빨리 죽는 것이 좀 안타깝기도 했지만 당찬 여인 왕희봉의 활약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가보옥의 누나 가원춘이 귀비가 되면서 그녀를 위한 대관원을 단장하게 되면서 끝없이 건물들에 대해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역시 큰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편에서보다 더 많은 싯구들이 등장하고 여기서 장난만 할 줄 알고 어리게만 생각되었던 주인공 가보옥의 시문실력이 한껏 발휘된다.

 

2권에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 부분은 소극적인 여인의 모습이 아닌 적극적이고 남자들보다 더 리더쉽이 독보이는 왕희봉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이었다. 항상 남자 뒤에 다소곳이 서 있는 얌전한 여인네의 모습이 아닌 대장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그녀가 홍루몽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졌다. 여전히 2권에서도 뒷장의 가계도를 열어보면서 읽어나가야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고 있고 또 주인공들의 성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서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홍루몽 그 두번째 이야기는 1권에 이어 여전히 많은 인물들과 많은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 굵직굵직한 사건들 몇개가 확실히 눈에 띈다. 우선, 1권 말미에서 갑자기 병을 얻어 힘들어하던 진가경의 죽음이 첫번째 사건인데,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인덕과 신망을 쌓아서 더 그런지 그녀의 죽음은 읽는이도 안타까운 느낌이 들 정도였다.

 

두번째로는 진가경의 죽음 이후 왕희봉의 등장에 많은 비중을 두었는데, 집안 살림을 도맡아 똑부러지게 처리하는 그녀의 모습이 기존의 느슨하고 대충대충 일처리하는 분위기에 일대혁신을 일으키게 된다. 그런 분위기로 인해 하인들도 제각기 맡은 소임을 다하게 되고, 집안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홍루몽 소설의 큰 줄거리 중의 하나인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채의 미묘한 애정관계, 감정표현들이 소설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 그들의 대화나 관계를 통해서 다음편이 계속 기대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말은 임대옥이 가보옥과 설보채의 관계를 질투하는 장면에서 가보옥이 임대옥에게 한 말인데, '친한 사이는 관계가 먼 사람 때문에 멀어지는 일이 없고, 먼저 사귄 사이는 후에 사귄 사람때문에 방해되는 일이 없다.' 라는 문구였다. 이것 역시 나의 인간관계의 철학 중의 하나인데, 사람은 서로의 관계가 오래될수록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하고 또한 더욱 존중해줘야한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홍루몽 그 세번째 이야기는 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홍루몽 1권은 노력과 진을 초반에 빼서 그런지, 진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보통 톨스토이 등의 장편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서두의 누구는 누구의 자식이고, 그는 어떻고, 저떻고 이런식으로 장황한 한 집안의 가계나 전체 스토리를 위한 배경을 설명하는 식의 장황함이 홍루몽 1권에서도 있었다.

 

나는 심지어 가계도를 직접 그려가면서, 책을 읽었다. 역시 그런 노력의 보람은 있기 마련.... 홍루몽 2권은 책을 든지 이틀만에 아니 정확히 말해, 저녁시간 2번 투자로 모두 읽었다. 슬슬 홍루몽에 대한 재미가 솔솔해 지기 시작한것이다.

 

우선 전편인 1권에 비해 사건의 전개가 빠르다. 1편 후반부에 아프기 시작한 진가경의 죽음을 시작으로, 진업과 진종의 죽음이 초반을 장식하였다. 진가경의 죽은 후 왕희봉을 꿈에 찾아와 가문의 흥함이 곧 기울것을 이르고 떠나, 전체 스토리에 대한 암시를 전하였다. 화려한 진가경의 장례식을 보면서, 허례허식의 극치를 보는 듯 하였고, 역시 죽은이는 죽인이 일뿐 살아있는 사람들은 바쁘구나~ 라는 허무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전편 왕희봉에 대한 똑똑함과 현명함이 빛을 발하게 되는 장례식에서의 안주인 역할 및, 철함사에서의 응변에 여장부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허무하게, 진가경의 장례행렬에서 지능이라는 보살과 눈이 맞는 진가경의 동생 진종은 좀 한심하였고, 덕분에 아버지를 보내고, 결국 자기또한 저승으로 떠나였다.

 

역시,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 보옥의 마음처럼 가엽기도 하였다. 이 장면에서 매우 놀라운것은 보옥을 겁내는 재삼염라국 귀졸들이었다. 보옥의 행동거지며, 생각들로 미루어 귀졸들이 겁내야 할 정도로 지체높은 분이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는 타고난 운명같은 것을 느끼게 하여, 역시 팔자나 운명은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부분은 어느정도 중국과 한국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가원춘은 궁으로 가서 비가 되어, 친정에 오고, 가씨 집안의 바깥분들 즉, 사내들은 대관원이라는 정원을 가원춘에게 보이기 위해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대관원은 가씨 집안의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허세와 세속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이고, 이것은 즉 가씨집안의 망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관원의 곳곳의 마치 산수화를 보듯 읊어 놓아, 산이며, 호수며, 꽃밭이며 정자며, 그 멋과 아름다음을 책에 가득 뿌려놓았다.

 

1권에 가부및 대관원 평면도가 왜 있나 싶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그외에 가서라는 허무 맹랑하며, 사욕에 눈이 멀어 결국 죽음을 맞는 인간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도 등장하며, 보옥과 대옥 그리고, 보채와 상운의 관계가 마지막에 얽혔다. 세상에는 변덕 부리는 사람, 여장부 같은 사람,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며, 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우리를 반영할 수 있었다.

 

1권보다 두께가 조금 얇아져서 읽기가 수월했다.앞으로 쭉 부담이 없는 양이 었으면 좋겠는데...ㅎㅎ희봉의 아름다운 도도함이 돋보이는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강한 여자가 예쁘기도 한가보다.가서가 형수인 희봉을 탐하려고 하는 맘을 희봉에게 감잡히고 말았다.

 

"형수님이 젊으신 몸이라 저를 만나 주시지 않을까 봐 망설이고 있었지요" 희봉은 웃어 보이며 "원 별말씀을 다하세요 남도 아닌 한집안 사이인데 젊고 안젊고가 무슨 상관이예요?" 어서 자리로 돌아가라는 희봉의 말에 아쉬워하는 가서의 퀭한 눈빛이 떠올랐다. 저려드는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는게 어떤 맘일까???

 

변희봉이라는 배우 이름이 자꾸 떠올라 접근하기가 힘들었다^^ 희봉이 영리하다기 보다 늙은 여우 같은 인상을 받았다.남자들의 맘을 사로잡고 이용할줄 아는 간악한 캐릭터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대옥과 보옥의 사랑싸움?은 정말 닭살이었다. 우리 70~80년대 신성일과 엄앵란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정도의 대사는 압권이다.

 

"대옥이 이것만은 참아!" "저리 비켜요 내가 어떻다고 그렇게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는거예요?" 앵돌아진 대옥은 벽을 향해 누워 훌쩍훌쩍 울었다. 대옥이 밖으로나가려 하자 보옥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러면 나도 가지! 어디든지 나는 대옥이가 가는데를 따라갈 테야!" ㅋㅋㅋ넘 귀엽다

 

대부인이 보옥이 어디갔냐고 묻자 유모와 시녀의 대답이 정말 묘하게 웃겼다^^ " 대옥 아가씨 방에서 놀고 있어요" 크~이 중국스러움에 홍루몽이 점점 흥미진진하다.이런 사랑싸움 같은 말다툼과 장난이 심각한 내용을 덮고 넘어가는 것 같다. 보옥과의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처자들인 대옥과 습인과의 말을 살펴보면 보옥이 매력적이다가도 정내미가 떨어질때가 있다.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바람끼를 주체할수가 없나보다. 끼가 너무나 많아...보옥이 대옥의 처소에 들어가 놀고~^^있는 장면은 눈꼴 시려워서 못 봐주겠다.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가보옥 임대옥과 얽히고 설킨 다른 등장인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홍루몽도 여느 대하소설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의 아들 ○○, ○○의 딸 ○○, ○○와 ○○는 부부이며, 이하 가문 및 친인척 관계를 설명하고, 어디 출신인지, 그리고 신분 계층이 뭐고... 하지만 여느 대하소설과 달리 홍루몽은 스케일이 워낙 방대하여 무려 400여명이나 되는 인물들이 등장해 독자들의 혼을 빼 놓겠지만 내용의 흐름이 시나리오적으로 전개되어 머릿속에 그대로 장면이 전달된다. 특히 2권이 그러한데...2권은 진가경의 생일잔치에서 시작된다. 그 후 나오는 며느리의 장례식 장면도 얼마나 화려하던지... 당시의 귀족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진가경의 죽음, 이어 우씨부인이 충격을 받아 자리에 눕자 가진의 부탁으로 왕희봉은 집안일을 맡는다. 왕희봉의 활약상...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당시에서 보면) 수완가 기질이 다분하다. 당차고 똑똑하며 그런 이유로 계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탓할 마음은 없지만 권력에 눈독 들이는 왕희봉이 안쓰럽다. 이어 앞으로 내용을 이끌어가게 되는 - 가보옥의 누나인 가원춘이 황제의 귀비에 책봉되는 큰 경사가 난다. 그리고 원춘의 친정 나들이를 위해 준공된 대관원을 중심으로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3권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을지 기대된다. 서서히 등장하는 보옥과 대옥의 러브스토리도 함께... 진가경의 죽음,

 

2권 서평

이제 슬슬 재미에 불이 붙었다~! 가서가 죽었다. 의미 심장하게. 거울의 뒷면을 보지 몰라는 도사의 말을 어기고, 금기의 뒷면을 보고야 말았다. 마치 저승길에 아내를 찾으러 가서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아내를 주겠다는 하데스의 말을 못 믿고 뒤를 돌아봤다가 아내를 잃어버린 오르페우스처럼. 그도 금기의 뒷편을 보고야 말았다.

 

죽어가면서 그는 희봉을 본다. 그렇게나 간절히 원했던 희봉을. 비록 그녀는 진짜가 아닌 가짜였지만 현실의 그녀보다 따뜻한 여자였다. 거울때문에 죽은 가서의 부모들은 거울을 없애려고 한다. 그때 거울이 말한다. "누가 앞면을 보랬나요? 당신들이 스스로 가짜를 진짜로 받아들이고선 공연히 나를 태워버리려 할 건 뭐에요."(p47) 그런데 어느새 나도 가짜를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홍루몽이 보여주는 가짜의 세계가 점점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 대사에서 왠지 암시가 느껴지는 것이 심상치 않은 대사다.

 

2권은 희봉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괜찮겠다. 희봉의 활약이 눈부시다. 당차고 씩씩하고 뭇사람들을 휘어잡는 그녀는 아름다우며 영리하다. 다분히 계산적이기도 하다. 점점 더 권력의 맛을 알아간다. 과연 희봉이 가서가 죽으면서 꿈에 남긴 메시지를 권력의 늪에 빠지지않고 잘 지켜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역시 2권의 주인공은 보옥이다. 보옥의 재능이 여과없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시를 참 좋아하나 보다. 중국 사람이랑 친해지려면 이백의 시조 한 수 읊으면 된다고 하더니 보옥의 재능은 온통 시적인 부분에서 발휘된다. 거기다 나머지 여주인공 둘도 특출나게 글재주가 뛰어나다.

 

내가 시를 이해할 수 있으면(한자시를^^) 더 많이 홍루몽을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어떤 시가 좋다, 나쁘다 하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공부 좀 해야겠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 돈을 너무 펑펑 쓴다는 점이다. 중국 소설답게 스케일이 크구나. 중국 영화들도 하나같이 손이 큰던데... 귀비가 돌아와서 눈을 살짝 찌푸릴 정도면, 이 집이 얼마나 낭비를 하고 있다는 거야. 그러다가 부도난다~!

 

드디어 3권이다. 많은 등장인물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그런대로 묻어가는 분위기랄까 적응이 확실이 된거 같다. 반전 아닌 반전도 거듭되면서 다시 되돌이표를 쓴다고나 할까? 넘 재밌다.

 

보옥은 소홍을 자기 시중을 들게 했으면 하고 고민을 한다. 그러나 습인들의 시샘과 소홍이를 잘 알 수가 없음에 갈등하며 우울해진다. 그러다 왕부인을 찾는다. 왕부인은 술기운이 남아 있는 보옥을 보고 자리를 펴주라 채하에게 시킨다. 그러나 보옥은 채하에게 마음이 있던터라 채하의 손목을 잡으며 말장난을 치는데 채하는 뿌리친다. 옆에서 듣던 가환은 보옥의 그런행동에 속이 뒤틀리고 일부러 촛농을 보옥의 얼굴을 쓰러뜨려 버리는데 .. "앗!뜨거!"

 

보옥이 비명을 지르자 모두들 놀라 까무러친다. 보옥의 얼굴은 촛농투성이가 되어있고 왕부인은 가환을 호되게 꾸짖는다. 왕부인은 가정의 첩 조씨를 불러 또 야단을 친다. 평소에 왕부인과 희봉이 보옥이까지도 미워하던 조씨는 마도파에게 이들을 죽일 수 있는 방도를 묻게 된다. 보옥의 수양어멈인 마도파은 보옥의 얼굴을 보고 놀란다. 대부인과 이야기가 끝나고 여러 부인과 아씨들의 집을 돌아다니다가 조씨의 방으로 간다. 조씨는 온갖 재물로 마도파를 꼬드겨 마도파는 마침내 죽일 수 있는 방도를 가르쳐 주는데..

 

"두 사람의 생년월일을 이 두 인형에다 적어 넣고 이 귀신들을 한 사람 앞에 다섯 개씩 나누어 인형과 함께 두 사람의 침상 밑에 넣어두면 되는 거예요. 나는 돌아가 집에서 굿을 하며 빌 거예요. 틀림없이 영험이 있을 거예요..." 갑자기 잔인한 사극이 떠올라 숨조이며 읽어야했다.

 

그런데..그 마도파의 방도가 맞았던 것일까? 보옥이 아프기 시작했고 희봉이도 덩달아 아프기 시작하는데..조씨는 그들의 숨을 도와주자는 말에 대부인은 펄펄 뛰며 조씨를 향해 욕을 한다. 그 순간 "남무해원얼보살"! 병으로 죽게 된 사람이나 재산을 탕진하여 몰락한 사람이나 재액을 만나고 악귀에게 뒤쫓기는 사람이 있으면 구원해 드리오리다." 중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며 가정에게 말하자 가정은 태어날 때 옥돌하나늘 물고 나왔는데 재앙을 물리친다는 글자까지 새겨있었다는 말을 하자 중은 그 구슬을 더럽히지 말고 침실의 대들보 위에 잘 걸어놓으라는 것과 할머니들 외에는 출입을 삼가라는 말을 하며 물러간다. 헤리포터를 읽는 그런 기분을 알려나 모르겠다.

 

대옥과 보옥은 간질나게 다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대옥은 외로움에 지쳐 시를 읊조리며 눈물 흘리고 보옥은 그런 대옥을 이해하면서도 표현을 잘 하지를 못해 서로에게 몽울이 맺혀있던것들을 조금 풀려는것 같기도 하고 암튼 남녀관계는 알 수가 없다 도대체가..사소함으로 불거져 일어나는것이 모아져서 언쟁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3편 너무 재미있었다는 말과 함께~~

 

이번 권의 중심인물은 단연코 가보옥이었다. 아버지 가정과 함께 대관원을 돌며 편액과 시를 짓는데 왜 가정이 겉으로 그를 나무라는데 내가 다 초조하고 떨리던지. 아버지들은 시대가 변해도 비슷한 것 같다. 속으론 흐믓하고 마음에 들어도 겉에선 어찌나 냉정하게 혼을 내던지. 부러 보옥에게 짓게하고선 나름 잘 짓는것 같은데도 '틀렸다 틀렸어'를 연발하는데 가정의 심사를 알듯하면서도 '그래도 그렇게 아들 기를 꺽을 것 까지야 뭐 있어! 아들이 잘하면 잘한다고 솔직하게 속 시원히 하지!!'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려서 아버지가 엄해서 매번 주눅이 들어 말도 잘 못하고 얼버무리고 모든 것이든 아버지가 알면 안될까봐 전전긍긍해 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더 그랬으리라. 앞으론 습인과 한 약속대로 공부에 치중하지 않을까 하여 그가 성장할 모습에 기대가 높다.

 

귀비가 된 원춘의 성친을 위해 지은 대관원을 묘사하는데 어찌나 규모가 크던지. 처음엔 그냥 좀 넓은 정원에 누각하나를 짓는 줄로만 알았는데 뚜껑을 열고보니 왠만한 촌 규모. .역시 지체높은 대감댁(게다가 왕족) 인데다 뭐든 크고 웅대하게 만드는 중국인의 면모를 엿볼수 있었다. 직접보지 않고선 상상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했기에 '이쯤에서 대돈방의 삽화가 하나 둘쯤은 있었으면 좋으련만.'하고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또, 이번권엔 유난히 시가 많았는데, 수업시간에 배운 오언절구와 칠언절구는 아련하기만하고 이런 문을 보면 척척 해석할줄 아는 친구를 보려니 너무도 얕은 나의 공부가 간절해졌다. 이젠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한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보옥, 새침떼기 대옥, 콧대높은 희봉...

 

진가경과 진종이 초반에 죽어서 좀 의외였지만 3권에서 보여질 이야기들. 특히 보옥과 대옥의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진다. 지금도 사랑싸움과 다를바 없지만 말이다. 이제 다음권을 펼치러 간다.

 

이홍쾌록(붉은 빛 즐기고 푸른빛 탐나네)

 

깊숙한 뜨락의 고요한 햇빛 아래

쌍쌍이 드러낸 예쁜 자태여

푸른 밀랍인 양 오므라진 파초잎 봄꿈을 꾸고

빨간 단장의 해당화는 밤에도 잠들 줄 몰라라

난간에 기대어 소매를 드리우고

바위에 붙어서서 푸른 연기 지키나니

봄바람 맞으며 마주섰는 너희들을

주인은 무척도 사랑하리라 -보옥-

 

이번 2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편액과 오언율시를 짓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보옥의 큰 누나가 귀비로 책정되고,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집을 방문하면서, 영국부 집안에선 귀비를 위해 대관원을 새로 정비하게 된다. 대관원은 보통이 생각하는 집 정원이 아니라, 아주 넓은 정원을 생각하면 되겠다. 그 정원 곳곳에 새로운 정자나 바위가 들어오게 되고, 거기에 걸맞은 이름을 새로 짓게 되는데, 이걸 편액이라고 하고, 그 곳 빼어난 경치를 가족친지가 모여 읊게 되는데, 이를 오언율시로 짓게 된다.

 

2권에선 점점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고, 보옥과 대옥, 그리고 보채의 삼각관계 애정전선이 서서히 생겨난다. 그리고, 희봉의 권력이 점점 커져만 가고...진종과 진가경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그리고, 주인공들의 성격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역시 중국소설 다운 화려함과 섬세함은 읽는동안 늘 놀라게 한다.

 

집안에 귀비가 나왔다고 해서 그 넓디 넓은 정원을 새로 꾸며주고, 며느리의 장례를 분에 넘치게 화려하게 하는 점등을 보며,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늘 시녀들과 장난만 치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주인공 보옥이 편액과 오언율시를 짓는 장면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고, 1권에서 말했듯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난 아이라 비범함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점점 보옥의 캐릭터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보옥의 삼각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제 2권을 읽고 있는 지금 결말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졌다. 물론, 1권에서 10권까지의 제목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대략의 내용은 알듯도 하지만, 점점 사람들간의 관계가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뒷 내용들을 빨리 보고 싶어졌다. 궁금하다. 다음회가.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 집안 시동생인 가서가 형수인 희봉에게 흑심을 품어 몹쓸일을 당하며 조부에게 매를 맞고 풍월도감이 적힌 요상한 거울을 보며 병들어 죽는 장면에서는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 왜 집안 형수에게 흑심을 품으며, 주인공인보옥과 대옥 보체 역시 사촌간인데 사촌간의 사랑 얘기가 있을법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돈다. 이것역시 중국의 한 문화란 말인가

 

가진의 며느리 가용의 처인 진가경의 시름시름앓다가 죽게된다. 가경이 죽음에 이르기전 숙모인 왕희봉의 꿈에 나타나 앞으로의 가문의 흥함에 있어 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말을 내 비친다. "좋은 운이 있으면 곧 나쁜 운이 오고, 흥망성쇠는 예로부터 돌고 돈다"라며.. 앞으로 닥힐 위기를 위해 대비를 하라고..곧 커다란 경사도 있다는 말과 함께... 커다란 경사는 보옥의 누이가 왕궁에 들어가 비가 되는 것이며, 이제껏 흥했으니.. 곧 가문의 위기가 온다는 얘기인듯하다.

 

중국의 4대 집안의 하나인 가씨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 얼만큼 부유한지 알 수 있었다. 가경의 장례가 49일동안 드나드는 인원도 어마어마 했으며 장례행렬이 3~4리도 넘고 가마만 백수십채가 된다는 말에 그 그림을 회상해보니 정말 어마어마 하다. 대관원을 준공함에 있어서도 정말 큰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국땅이 정말 넓기 넓은가 보다. 하지만 진가경의 예언처럼 언제 가씨 집안이 망하게 될지 벌써 부터 궁금하다.

 

대관원의 준공과 더불어 보옥의 아비 가정은 보옥을 편액의 글을 시험하고, 귀비 원춘과 함께 편액의 글과 시를 주고 받는 집안 형제 자매들을 보면서 중국이나 우리나라 옛선인들은 시쓰기를 즐겨했으며 자연하나를 보더라도 얼마나 멋지게 은유했나 알 수 있다.

 

 

 

책속에서 주인공 보옥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의 역할은 별로 없고 금릉12채의 인물인 여자들 이야기가 주로 이룬다. 그래서 홍루몽이겠지만. 주인공 보옥은 아직 습인. 대옥. 보채 어느 누구를 택하고 있지는 않지만,벌써부터 대옥의 질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다음내용이 궁금하다~~

 

요즘은 홍루몽속의 대관원을 복원한 곳이 중국의 여행지로 손꼽힌다고 한다. 중국에 가게 되면 얼마나 거대한지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2권에서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경이 생일을 맞이하고 진가경이 병을 얻어서 세상을 떠나고 진가경도 죽고 ~읽는동안은 정리가 잘 되다가 책을 덮으면 암흑이다. 수도없이 등장하는 인물들로 정리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기억에 가장 남는건 며느리 희봉의 등장이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된 희봉은 채명이를 시켜 장부책을 가져오게 하고 내승의 아내를 불러 하인들의 명부를 확인하고 눈도장을 한명씩 다 찍어두고 하인들에게 부서까지 다 정해주며 자기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게끔 일거리를 제공해 준다. 예전에는 서로 힘든일은 하지 않으려고 뒷걸음질 치던 사람들이 책임을 주니 그러한 행동들이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도 희봉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아마도 그 이유는 희봉의 똑소리나는 성격에 반격할 그 무엇이 없었던건 아니었을까?

 

우리의 맏며느리의 애환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거 같으면서도 이 책에서의 다른점이라면 즐겁게 일한다는것이다. 큰 살림을 한다는것이 그리 쉽지 않을텐데..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희봉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길이 없다. 그러다 대옥의 아버지가 죽게 되면서 대옥이 보옥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진가경의 장례는 그야말로 성대하다. 죽어서도 부러움을 산다는 말..이런말 하면~

 

둑 위의 버들개지는 물속의 상앗대를 푸르게 물들이고

언덕 너머 꽃밭에서는 싱그러운 꽃향기 흘러오누나~

-- 이홍쾌록 <怡紅快綠 : 붉은빛 즐기고 푸른빛 탐내네>

 

깊숙한 뜨락의 고요한 햇빛 아래

쌍쌍이 드러낸 예쁜 자태여

푸른 밀랍인 양 오므라진 파초잎 봄꿈을 꾸고

빨간 단장의 해당화는 밤에도 잠들 줄 몰라라

난간에 기대어 소매를 드리우고

바위게 붙어서서 푸른 연기 지키나니

봄바람 맞으며 마주섰는 너희들을

주인은 무척도 사랑하리라..

 

이 책의 묘미는 읽히지 않는듯 하면서 어느순간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을 싯구를 통해 표현해내는 그들에게는 그 무언가가 느껴지곤 한다. 슬프면 슬프다고, 싫으면 싫다고를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표현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온유해진다고 할까? 보옥..보채..대옥 이들의 행로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다음회를 기대하시라~

 

홍루몽 1권에서는 홍루몽의 큰 흐름에 관해서 알았다면 2권에서는 각 인물의 성격에 대해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보옥과 대옥의 사랑이야기가 서서히 등장했다. 병이 들어 힘들어하던 진가경에게 생일을 맞아 온 식구가 녕국부에 모이고 힘들어하는 가경이에게 희봉은 위로를 한다. 하지만 집안 식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가경은 결국 죽고 만다. 며느리의 죽음으로 우씨 부인은 충격을 받고 자리에 누워버리자 집안 일 할 사람이 없어 가진은 희봉에게 부탁하여 한 달 동안만이라도 우씨부인 대신 집안일을 맞아달라고 부탁한다. 활동적인 희봉은 녕국부의 집안일을 잘 처리하고 진가경의 장례식도 호화롭고 성대하게 치러낸다.

 

이런 희봉을 시로 표현했는데

 

문무백관 우글거려도 나랏일만 망쳐 먹는데

아녀자의 여린 손에서 집안일에 똑소리가 나네

 

라고 하니 희봉의 수완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때쯤에 대옥의 아버지 임여해는 깊은 중병에 걸리게 되고 대옥은 가련과 함께 아버지께로 간다. 하지만 병이 깊어서 세상을 뜨고 만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대옥에게 집안사람들은 위로를 해준다.

 

얼마 후 보옥의 누나인 가원춘은 봉조궁의 귀비로 발탁이 되는 큰 경사가 난다. 하지만 그때 보옥의 친구 진종이 병이 나서 세상을 뜨자 보옥은 누이가 귀비로 발탁되었다는 기쁨보다 친한 친구 진종을 잃었다는 사실에 더 가슴아파한다. 하지만 어쩌랴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는 일인데...

 

지극한 효자인 황제는 귀비들이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 달에 한번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영국부에서는 귀비를 모실 수 있도록 대관원을 꾸민다. 대관원을 거의 꾸몄을 무렵 가정은 문객들과 함께 편액을 짓기 위해 대관원으로 가고 그곳에서 보옥은 아버지 가정과 마주친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된 보옥은 아버지와 문객들 앞에서 편액의 글을 지어 재주를 보이지만 가정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비가 동생인 보옥을 예뻐해서 보옥이 지은 글을 쓰게 된다.

 

귀비가 도착하는 날 온 집 안 사람들이 다 나온 가운데 귀비가 도착하고 가족들은 오랜만에 귀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권의 이야기 중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죽은 것 같다. 금릉십이채정책 중 한사람인 진가경의 죽음, 보옥의 친구 진종의 죽음, 그리고 대옥의 아버지 죽음이 줄을 잇고 있다. 그리고 보옥과 대옥이 다투고 서로 위해주면서 사랑을 조금씩 마음속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나중에 얼마나 서로를 위해 아파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3권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을지 정말 기대된다.

 

홍루몽 제 2권은 가경의 생일을 맞은 녕국부의 잔치에서 시작된다. 중국 귀족 가문답게 잔치의 규모나 준비하는 인원의 구성 그리고 활약상은 무척이나 대담하고 정겹기만 하다. 특히 2권 전반부의 대부분은 며느리 희봉의 역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 집안의 힘과 권력을 나타내며 진정한 중국 가정의 모습들이 세세하게 인물중심으로 펼쳐져 나간다. 특히 진가경의 죽음을 중심으로 영국부의 일까지 도맡아 하는 희봉의 모습에선 절대적인 중국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녕국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희봉,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집안의 모든 행사를 관장하며 내외적인 집안사람들의 방식을 바꾸어 놓는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그녀는 특유의 지략과 미모로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중국 귀족의 실질적인 모습을 발견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대관원의 준공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보옥과 대옥 그리고 보채의 애끓는 사랑 이야기는 시작 되지 않았지만 보옥의 누나 가원춘의 귀비 발탁은 대관원의 준공과 보옥의 글솜씨를 뽐내는 멋진 계기가 된다.

 

홍루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문장이 눈에 띈다.

 

‘가짜가 진짜가 될 때는 진짜 또한 가짜요

없음이 있음이 되는 곳엔 있음 또한 없음이로다’

불교의 색과 공을 비슷하게 표현 한 말인가?

태허환경에 쓰여져 있는 문장이다.

 

홍루몽의 성격을 말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수박 곁만 맛보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껏 접하지 못했던 중국 여성 규방 문화가 그리 이질적이지 않았으며 금릉 가씨 집안의대가족 문화는 오래지 않은 우리의 양반 정서와 틀리지 않았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중국은 어디까지 일까?

 

조선 사대부에 관한 소설이 별로 없듯이 홍루몽 역시 가뜩이나 중국 귀족문화에 목말라하던 독자에겐 단비와도 같은 소중한 소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자 이제 다음 회를 보시라.~~

 

홍루몽의 배경은 다른 대하소설과는 좀 다르다. 그 배경 자체가 남자들이 아니라, (물론 주인공은 남자라고 볼 수 있지만) 깊은 규중 속의 여인들이다. 집안을 이끌어 가는 당찬 며느리인 "왕희봉", 귀비로 책봉되어 귀한 신분이 되는 "가원춘", 모두의 사랑을 받으나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진가경". 아직까지 주인공인 "가보옥","임대옥","설보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홍루몽 두번째 이야기의 커다란 사건이라 함은 진가경의 죽음에 따른 왕희봉의 활약상, 가보옥과의 우정이 깊었던 진종의 사망, 그리고, 귀비가 된 가원춘의 성친에 따른 대관원 신축이 그것이다. 특히나, 2권은 왕희봉의 이야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왕희봉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사실 왕희봉은 전형적인 "리더형" 인물이다.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처결하고자 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허투로 처리하려 하지 않으며, 남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싫어하고, 공명심에 들떠있다. 그러한 성품이 오히려 상승작용을 하여 주변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훌륭한 성과를 내게 된다.

 

홍루몽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마치 시트콤 느낌이다. 매 회마다 이야기가 이어지긴 하지만, 두 세 회를 지나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주요 인물 이외에는 매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여, 읽으면서 내내 등장 인물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덕분에 책 뒤편의 가계도를 수시로 열어보게 된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주요 인물들의 성향을 모자이크처럼 맞춰나가는 맛이 홍루몽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마치 머릿속에 여러 인물의 이미지가 희미하게 만들어지고, 내용이 전개될 때마다 그 이미지가 조금씩 진해지는 듯 하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여러 싯구들이 등장한다. 대관원을 신축하면서 문인들을 초청해 문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시문 실력도 발휘되고, 귀비의 성친시에 주요 인물들의 시문들도 다른 소설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맛이다. 물론 시 라는 것이 원래 그 언어를 제대로 알아야 그 참맛을 알 수 있지만.. 한글로 옮겨진 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소설 속 중국인들의 그런 모습에서 풍류가 진정 무엇인지, 또 당시의 귀족 문화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듯 하다.

 

3人의 주인공들의 개성이 조금씩 드러나고, 그 외의 조연(?)들의 모습도 윤곽을 갖춰나가기 시작한다. 금릉십이채 중 1인인 진가경은 이미 세상을 저버렸고, 나머지 인물들의 운명은 또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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