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전에 나오는 주점酒店의 서비스 인원들의 명칭과 신분에 대한 관찰
글: 왕빈(王彬)
1. 주보(酒保)
중국고대의 백화소설(白話小說)에서 주점이 언급되는 곳이면 거의 모두 주보(酒保)가 등장한다. 주보는 우리가 가장 익숙한 이 업계의 대표인물이다. 주보는 2가지 신분으로 나뉜다.
(1) 술을 파는 사람.
(2) 술집의 일꾼. 술을 파는 사람으로써 주보의 신분은 독립적인 것이다. 일꾼으로서 주보는 피고용노동자이다.
옛소설의 주보는 대부분 후자의 신분이다. 말할 것도 없이 신분이 비천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역사상 유명한 인물들이 일찌기 이 일을 했다고 하여 배척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서한의 공신 팽월은 <<한서.난포전>>에 따르면, 가난했을 때, "위주가보(爲酒家保)"를 했다고 되어 있다.
'주가보'라는 세 글자는 안사고의 고증에 따를 때, 바로 술집에서 일하는 일꾼이며, 술집의 피고용인이라고 한다. 주보는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수호전>>을 읽을 때 나오는 주보는 대부분 이런 신분이다. 당연히 술파는 사람이 1명뿐이라면, 혹은 술집의 일꾼이 술도 파는 사람이라면, 두가지 신분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그는 주인이며 일꾼이 된다. 예를 들어, 제10회 임충이 창주로 유배갈 때 만난 주생아(酒生兒) 이소삼(李小三)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주생아'는 바로 '주보'이다. 수호전에서는 여기서 단 한번 언급된다.
2. 양주인(量酒人)
역시 주보이다. 옛날에 술집에서 술을 마실 때, 주보는 술의 양을 재는 도구를 이용하여 양을 쟀다. 양주인은 '양주(量酒)'라고도 부르고, '양주박사(量酒博士)'라고도 부른다.
양주인에 관하여 <<수호전>>에 두번 언급된다. 제19회, 유당이 조개의 명을 받아 송강에게 감사하러 갈 때, 기밀에 관련된 일이어서 송강이 유당을 골목내의 주점으로 데려가서 조용한 방안에서 '양주를 불러 술을 가져오게 하고, 고기를 크게 썰어서 한 접시 가져오게 하며, 다과등을 차린 다음, 양주인에게 술을 골라서 유당에게 마시게 했다'는 내요잉 있고, 제25회, 무송이 무대의 죽음이 이상하다고 여길 때, 단두(團頭) 하구숙이 '골목입구의 주점에 앉아서, 양주인에게 2각(角)의 술을 가져오도록 시켰다" 옛날에는 동물뿔에 술을 담았다. 송나라때는 더 이상 동물뿔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각'이라는 명칭은 남아있었고, 둘을 담는 도구라는 명칭으로 쓰였다.
3. 과매(過賣)
주점에서 물건을 파는 일꾼이다. 이것도 주보로 이해할 수 있다. <<수호전>> 제38회에 이규가 손가락으로 노래부르는 가녀를 눌러 쓰러뜨리자, '주인이 어쩔줄 몰라하며, 주보, 과매를 모두 불러서 그녀를 구하게 하였다' 여기서, 주보와 과매는 구분되었다. <<몽량록>>에도, "손님이 자리에 좌정하면, 과매 한 명이 와서 젓가락을 집고 좌객에게 물었다." 여기서 과매는 국수집의 일꾼이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의 활동범위는 주점에 한정되지 않았다.
4. 장가(庄家)
제3회에 노지심이 한 주점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장가'가 그를 보고는 말했다: "스님 어디서 옵니까?" 노지심이 말한다: "나는 행각승이오. 이곳을 지나가는 길인데, 술을 사서 마시려고 합니다."
여기서 '장가'에 대하여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1) 농사꾼. (2) 가게주인. 여기서는 가게주인을 장가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여기의 주점은 술을 팔면서도 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5. 주인가(主人家)
즉, 가게주인이다. 이 칭호는 주점에 들어가서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이 부르는 것이다. 술을 마시려는 사람은 가게주인을 '주인가'라고 부른다. 가게주인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손님(客人)'이라고 부른다. <<수호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22회, 무송이 경양강주점에서, 가게주인을 부르는 칭호는 '주인장 술을 가져오시오'이다. 가게주인은 '손님 몇각의 술을 드릴까요"이다.
이상이 바로 주점의 주요한 서비스인원이다. 가게주인 - 주인가, 피고용인 - 주보, 과매, 양주인. 주점의 규모가 적어서 1명이거나 부부 2명이면, 점주와 피고용인은 합쳐진다.
주점에는 이들 고정인원이외에 유동인원도 있다.
6. 작주좌(綽酒座).
'간좌자(赶座子)라고도 부른다. <<묵아소록>>에서는 '간주좌(赶酒座)'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술집안에서 좌석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는 가녀(歌女)를 말한다.
<<수호전>. 제2회에 노지심과 사진, 이충이 반가주점에서 술을 마실 때, 곁에 있는 방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노지심이 접시와 잔을 바닥에 던진다. 주보가 금히 다가와서 말했다: '어르신 진정하십시오...울고 있는 것은 '작주좌'의 부녀 두 사람입니다.' 이 '작주좌'는 바로 노지심으로 하여금 정도를 때려죽이게 만든 김취련, 즉 자칭 '이 술집에 온 간좌자'이다. 노지심은 김취련 부녀에게 동정화 협의로 대하지만, 이규는 전혀 아끼는 마음이 없다.
제37회에서 송강, 대종, 장순, 이규가 비파정에서 술을 마시는데 돌연 한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나이는 이팔이고, 사의(紗衣)를 걸치고, 앞으로 다가와서 복받으라고 네번 예기한 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규는 마침 자신이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던 호걸로서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망쳐지고, 세 사람이 모두 노래를 들으려고 하며, 그가 말하는 것을 막자. 이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벌떡 일어나서, 두 손가락으로 그 여자아이의 이마를 눌렀고, 그 여자아이는 소리를 꽥지르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여러 사람이 다가와서 보니, 여자아이는 뺨이 흙색이었고, 말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물을 뿌려서 깨어나게 했는데, 이마에 피부가 벗겨졌다.
이규의 행동을 <<수호전>>의 작가는 학을 삶아먹고, 거문고(琴)로 불을 때는 것과 같다(煮鶴焚琴)고 조조하지만, 흑선풍 이규때문에, 작주좌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동경몽화록>>에는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와서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떠나갈 때 돈이나 물건을 받고 간다. 이를 찰객(札客)이라고도 부르고, '타주좌(打酒座)'라고도 부른다.'
7. 분두(粉頭)
<<수호전>> 제25회에는 무송이 사자루로 서문경을 찾아간다. "서문경이 주인자리에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손님이 앉아있고, 두 명의 노래부르는 분두가 양 곁에 앉아 있다." 분두는 얼굴에 분칠을 한 여인을 말하는데, 나중에는 기녀(妓女)를 의미하는 것으로 많이 쓰인다.
점소이(店小二)
여관(旅店), 식당, 찻집, 술집 등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종업원으로 사환의 다른 명칭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옛말이다.
조선시대에도 중노미라고 종놈이 뜻이 거의 똑같은 단어가 있었으나 역시 현대에는 쓰이지 않는다. 주막이나 선술집에서 일하던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소이(小二)'는 무조건 남자라는 식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사실 성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가게 내의 서열을 나타내는 단어일 뿐이다. 가게(店) 사장은 '점로대(店老大)'로 통하고 종업원은 그 다음 서열인 '점소이(店小二)'이인자인 것이다. 과거에는 여자보다는 남자의 사회 활동이 일반적이었으며 진상들에게 얕보이거나 성희롱, 성추행 등 불필요한 충돌 및 성범죄를 피할 수 있었기에 '점소이는 남자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소이가(小二哥)'는 남자를 의미하는 '哥(형, 오빠, 친근하게 또래 남자를 부를 때)'가 붙어서 점소이를 뜻하거나 넓게는 거리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를 부르는 말이다.
워낙 사극, 시대극 등에서 많이 쓰이는 호칭인 데다 약간 격식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조금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작품이나 큰 요정에서는 포당(跑堂)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호지》 등의 다른 고전문학에서는 '사환'이라는 명칭을 더 자주 사용하며 이 용어는 현재 무협지, 동양 판타지에나 나오는 점소이와는 달리 현재도 간혹 사용하기도 하는 단어이다.
당시 메뉴판을 쓰지 않았기에 점소이들이 가게의 메뉴들을 외워두고 손님에게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주문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당시 문화에서 부유한 손님에게 저렴한 메뉴를 추천하는 것이나, 가난한 손님에게 비싼 메뉴를 추천해서 주문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체면을 상하게 하는 일로 여겨졌기에, 점소이들은 손님의 옷차림이랑 행색 등을 보고 주머니 사정을 파악해서 적절한 가격대의 메뉴를 추천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또 식재료 재고 사정을 파악해서 품절 여부도 실시간으로 알아야 했다. 가게가 잘 되려면 이런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점소이가 필수적으로 필요했고, 정말 뛰어난 점소이는 요리사보다 좋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무수히 많은 무협소설에 단골직으로 그 이름(?)을 드러낸다. 주인공을 맡는 작품은 거의 없으나, 거의 대부분의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 주인공이나 히로인을 제외한 조연 단역들은 점소이의 허름한 외모와 비굴한 태도를 보고 늘 무심코 지나치던가 홀대하는 것이 클리셰. 또한 점소이도 분명히 여러 번 만나는데도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인물과 특별히 아는 척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이나 여타 등장인물이 그 어디를 가든지 객잔에는 반드시 점소이가 나타난다. 때때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악당에게 끔살 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송대를 다룬 무협소설에서 명나라·청나라를 다룬 무협소설에 이르기까지 점소이가 등장한다.
대한민국의 무협소설에서 점소이는 소위 무림이라 불리는 뒷세계에서 거지·기생이랑 같은 최하층의 저변 직업으로 간주된다. 살인과 치명상이 비일비재한 강호에서 표국의 직원인 표사와 함께 툭하면, 그것도 자신이 원치 않게도 칼부림에 얽히는 심각한 비운의 3D 직종.
평범한 경우에는 보통 짤막하게 등장하거나, 주인공의 명성 혹은 히로인의 미모 및 대인배적 품성을 부각하는 단역인 경우로 묘사된다. 종종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게 금전을 받고 소문이나 정보를 파는 경우도 있는데, 한번 씩 깐죽거리거나 금전을 더 요구하여 타박이나 협박 및 역관광[2]을 받는 경우도 잦다. 아예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 하오문의 소속인 경우도 잦다.
무림인이 소동을 피우고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휘말리기도 하는 폭력, 살인이 벌어질 위기가 산재한 주루와 객잔에서 일하는 점소이들은 약한 자의 비굴함과 설움을 벗삼는 현대 직장인 독자들이 공감하기 딱 좋은 업종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대한민국 무협소설 뿐 아니라 중국의 무협소설에서도 점소이는 무림인의 횡포에 당하는 역할이 잦다. 천룡팔부에서 아자가 소봉이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자 심술이 나서 일부러 점소이를 중독시키고 혀를 자르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소이 클리셰에 반발하여 무공을 익힌 힘 있는 점소이를 주역으로 삼은 무협소설도 가끔 나온다.
이 경우에는 거의 점소이로 서러움을 받고 자란 복수물이나 실력을 숨기는 힘숨찐 혹은 개그물로 전개가 되는 게 태반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워낙 다양한 손님이 오고 가는 곳인 만큼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점소이로 일하는 것만큼 좋은 직종이 없다. 보통 개방이나 기타 무림 문파에서 점소이를 매수하던가 아예 문파에 훈련받은 인물들을 점소이로 넣기도 하고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그런 객잔은 아예 비밀리에 무림 문파에서 운영하거나 뒷배를 봐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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