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아이콘 이규는 어떻게 세 번이나 살아남았는가?
글: 유아주(劉亞洲)
어떤 조직이든 조직이기만하면 크든 작든 모두 규율, 규정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모래알이 되고 성장할 수가 없다.
조직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하고 나면, 반드시 법률, 법규가 필요하다. 심지어 조직이 성장하는 특수한 시기에는 규율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조직지도자는 심지어 사건을 만들어 법규를 수립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국연의를 읽어본 사람이면 모두 알 것이다.
조조는 군대가 농민의 논밭을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자신이 탄 말을 농지로 뛰어들게 한 후에, 자신이 아끼는 수염을 잘라버리는 징벌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은 마속이 가정을 잃었으므로, 부득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아끼는 장수의 목을 베게 된다.
수호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가 있다. 양웅(楊雄), 석수(石秀)가 양산에 투신한 후, 양산의 당시 천왕인 조개(晁蓋)는 두 대영웅을 받아들이는데 동의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두 사람을 참하려고까지 하였다. 당시 양산은 젊은 장수가 부족하였으므로, 영웅이 스스로 찾아와서 몸을 맡기겠다는데 그 보다 좋은 일은 없다. 조개의 재주가 송강만은 못하다고 하더라도, 인재를 끌어들이고 인재를 받아들이는 흉금은 있다. 그러면 그는 왜 양웅, 석수등을 죽이자고 주장했을까?
왜나하면 양웅, 석수는 강호의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다. 축가장의 보효계(報曉鷄)를 몰래 훔쳐서 잡아먹었다. 강호조직은 드러내놓고 창을 쓸 수는 있다(明槍). 그러나, 남몰래 도둑질하여서는 안된다. 도둑질은 소인배가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강호의 영웅들로부터 멸시받을 행동이다.
조개는 당연히 양웅, 석수를 죽이지 못했다.
양산의 조직규율은 상당히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송강이 이어받은 후에는 양산이 하늘을 대신하여 올바른 일을 한다는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규율을 더욱 엄격히 함으로써 다른 강호조직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양산박의 모든 영웅이 표리가 일치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송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송강의 이념에 도전하고 부딛치는 사람은 존재했을 뿐 아니라 아주 많았다. 이규(李逵)도 그 중의 한 명이다.
양산에서 송강에게 미움 받을 짓을 가장 심하게 하고, 가장 횟수도 많은 사람이 바로 이규이다. 그중 최소한 세 번의 미움 받을 짓은 양산박의 법과 군율(軍律)에 따르면 모두 죽을 죄였다. 그러나, 송강은 이규를 죽이지 않았다.
아마도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규李逵는 강주에 있을 때 송강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송강이 어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소제를 죽인단 말인가?
그 말도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그러했을까? 송강은 정말 그렇게 단점을 덮어주는 사람이었을까?
이규가 첫 번째로 범한 큰 과실은 양산에 공로가 있는 호삼람의 일가족을 죽인 것이다. 당시, 양산은 모든 역량을 모아서 축가장을 치고 있었다. 실력이 모자라서 세 번이나 공격했으나 모두 실패한다. 중요한 순간에, 호가, 이가에서는 사람은 나왔지만 힘을 보태주지는 않았다. 원래, 축, 호, 이의 세가문은 손을 잡고 대항하던 진영이었는데, 축가만 혼자서 양산에 대항하게 된다.
이규는 부하를 이끌고 호삼랑의 집안에서 대거 살인을 저지른다. 호삼랑의 오빠인 호성은 무공이 뛰어나서 도망쳤지만, 호씨집안의 사람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죽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악영향을 가져온다. 하나는 호가는 축가장과의 삼차에 걸친 전투에서 공로는 있지만 과실은 없었다.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양산이 은원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호씨형제는 모두 무공의 고수여서, 양산박에 인재가 필요할 때 호씨일가를 죽임으로써, 양산으로 오는 인재들의 길을 막은 꼴이 되었다.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으니, 송강은 당연히 이규의 죄를 물어야 했다. 이규는 송강과 목숨을 구해준 바 있는 형제이다. 이것은 영웅들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규가 범한 잘못은 조직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송강이 양산을 해산하지 않는다면 이규를 용서할 수 없다. 사실 이규도 마음속으로 잘 알았다. 살인이 지나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규는 심각하게 반성한다: 내가 사람을 죽인 것은 잘못되었다. 죽이든 말든 형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그러나 나도 말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바로 형님이 스스로 마누라를 빼앗아오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호씨집안사람들을 죽인 것입니다.
송강은 즉시 해명한다. 헛소리 마라. 내가 언제 그 부인을 가지려고 했느냐. 보라. 조폭의 두목이 이규의 말 한마디에 어쩔 줄을 모르고, 스스로 변명이나 하고 있다. 이규는 정말 대단한 자이다.
송강이 왜 변명해야 했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송강은 큰 일을 해내려는 이상을 품고 있다는 것을. 큰 일을 하려면 큰 일을 하는 법도가 있다. 절대로 여자를 빼앗는 것과 같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아마도 아무렇게나 한 말인지는 몰라도, 이규의 한 마디 말에서 송강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군기를 엄정히 하고 법도를 명확히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송강은 말로만 이규를 책망하였다.
마음 속으로는 아마도 이규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위하여 명확히 할 기회를 준 것이다. 송강은 나중에 호삼랑을 왕영에게 시집보낸다. 양산이 다름에 성을 공격할 때 여자를 빼앗는 것과 같은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은 모두 이때의 변론과 관련된다. 즉, 이규는 함부로 살인한 것을 반성하면서, 간접적으로 송강에게 군기를 엄정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위기를 벗어난다.
이규의 두번째 미움살 짓은 양산의 서열을 정한 후, 송강이 자신의 초안(招安)이상을 밝히자, 무송이 구두로 반대하고, 이규는 술상을 뒤집으며 항의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이처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다니, 이규는 당연히 참해야 했다. 그러나, 기괴한 일은 이규가 어떤 형식의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하였지만, 송강은 이규의 죄를 묻지 않는다. 그 원인을 따져보면, 송강의 본 뜻은 군웅들의 초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규가 술상을 뒤집은 것은 불경한 짓이기는 하지만, 간접적으로 송강을 도와준 것이다. 간접적으로 양산영웅의 초안에 대한 불만정서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하여 송강이 초안에 대한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밝힐 수 있었다. 즉, 이규가 한 일은 조금 욕하면서 크게 도와준 격이다. 최소한 송강은 이렇게 판단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술상을 뒤집었다면 최소한 재판은 해야 했고, 곤장 수십대는 맞아야할 일이었다. 당연히 무송이 먼저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법도 다수를 처리할 수는 없다는 전제도 있다.
만일, 호씨집안 사람들을 죽이고, 술상을 뒤집은 것이 객관적으로 송강이 무리를 정돈하는데 도움을 주고, 작게 욕하면서 크게 도와준 것이며, 게다가 이규는 성의 있고 적시에 반성하였다. 이규를 처벌하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 그 배후에는 죽이지 않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규의 세 번째 잘못은 확실히 죽음을 당할 일이었다.
이규의 세 번째 송강에 대한 잘못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양산에서 멀지 않은 형문진의 유태공의 딸이 다른 사람에게 붙잡혀 갔다. 그런데 양산의 송강이 잡아갔다고 이름을 남긴다. 이규李逵는 자신의 큰형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을 보고는 양산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깃발을 잘라버리고, '체천행도'의 깃발을 찢어버린다. 나중에 여러 측면에서 조사해본 결과, 송강이 이런 짓을 벌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번에는 이규가 스스로 죽을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때, 이규의 양산에서의 가장 좋은 단짝인 연청이 이규에게 말한다. 형님 일이 커졌는데 스스로 부형청죄(負荊請罪)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부형청죄라니 도대체 그게 뭔 개소리인가. 그러나, 연청이 자세히 설명해주자 이규는 즉시 양산박 유사이래 최고의 행위예술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단단히 묶고, 등에 가시나무를 지고, 부형청죄의 방식으로 송강에게 자신을 죽여서 군기를 엄명히 해달라고 요청한다.
송강은 마음 속으로 화가나면서도 웃겼다. 이규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반성하는 방식도 이처럼 기괴했다. 게다가 여러 군웅들이 용서해주라고 하니, 어찌 죽일 수 있겠는가? 당연히 어떤 때는 살인이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 수 있다. 즉, 어떤 때는 죽이지 않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큰 작용을 할 수 있다. 이규의 반성방식은 이미 강호의 이름을 떨치는 영웅인물이 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수준의 사과이자 반성방식이었다. 송강이 이규를 죽인다면 그 효과는 죽이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그리하여, 송강은 이규에게 공로로서 죄를 씻으라고 말한다. 가짜송강을 잡아서 양산박의 명예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이규는 나중에 임무를 완성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
이규의 세번에 걸친 잘못을 반성하는 행위를 보면, 첫번째는 지도자의 의도를 오해한 것이고, 두번째는 민의를 대표하여 나타낸 것이고, 세번째는 양산의 멋있는 이미지를 유지해준 것이다. 모두 사리사욕을 취하고자 한 것이나 개인적인 화풀이가 아니다. 처벌받아야 할 자가 스스로 벌을 받겠다고 하여 매번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계시를 준다. 어떤 때는 주관적으로 조직에 좋고, 회사에 좋고, 지도자에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무례하고 지나친 행위를 했지만, 적시에 반성하였다. 행동이 거칠지만 이규는 거칠면서도 세심하였다. 중요한 순간에는 아주 뛰어났다. 보라 그의 잘못에 대한 변명, 시정. 얼마나 전형적인 모범사례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뜻이 있다면, 새로 이규를 해석해도 괜찮을 것이다.
『수호전』에서 李逵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일면 순박하고 진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며 천진한 웃음을 줄 때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여 섬뜩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수호전』을 통틀어 황제의 절대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하며 양산박의 군율도 대수롭지 않게 위반하는 인물은 이규가 유일하다. 독자들은 이규 특유의 순박성에 묵시적으로 친근감을 느꼈지만, 무자비한 부도덕성 탓에 드러내놓고 그를 좋아하지는 못했다.
이규에 대한 감정이나 평가는 그 시기 동아시아 사회를 지배했으며 그 구성원들에게 내면화되었던 유교적 도덕체계와의 관련 속에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金聖嘆은 유교적 도덕체계에 구속되지 않고 매우 적극적으로 이규를 평가하고 호의를 보냈던 비평가이다. 그는 독특하게 ‘위선적인 가식’과 ‘폭력적인 진실’ 사이의 대결로 『수호전』의 구조를 파악했는데, 宋江과 李逵는 이 대결의 양쪽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성탄에 따르면 이규와 그의 쌍도끼는 유교적 도덕체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힘의 상징이다. 『수호전』에서 李逵의 성격과 기능,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명하는 작업은 형식적인 소설미학의 영역을 벗어난다. 李逵라는 인물은 현실의 법질서를 해치고 절대권력에 도전하는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동아시아 사회를 통제하고 그 구성원들을 동화시킨 유교적 도덕체계를 부정하는 힘의 표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것을 발견하고 조장하고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사람이 김성탄이었고, 이규의 본성과 김성탄의 시선을 모두 수용한 사람은 조선의 李彦瑱이다.
호걸 송강(宋江)과 대종(戴宗)이 이규(李逵)를 청해 정자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주막에는 신선한 물고기가 없었다. 그러자 이규는 "제가 얼른 고기를 잡아 형님들께 술안주로 올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냉큼 일어섰다. 이규의 불같은 성질을 잘 알고 있는 대종은 사고라도 칠가봐 얼른 나서서 말리려 했으나 이규는 이미 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규는 한 작은 어선에 뛰어올라 얼른 고기 두 마리를 잡아달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어민은 주인이 오기 전에 마음대로 선창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이규한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자 이규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서 손을 뻗어 고기를 담아놓은 그물망태기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부주의로 그 속에 있던 고기를 모두 놓쳐버리게 되었다. 고기를 얻지 못하게 되자 그는 또 다른 배에 올라탔다. 잇달아 수십 마리의 고기들을 놓쳐버린 그는 어민들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대노한 어민들은 이규를 쫓아가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이규는 어민들과 맞서 싸웠다.
이규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고기배의 주인 장순(张顺)은 이규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강을 옆에 두고 자란 장순은 수영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물속에서 이규는 근본 장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화가 난 장순은 "너를 때리기 전에 물로 너의 배를 채워주겠다"고 말하면서 이규의 머리를 물속에 거꾸로 처박았다. 이규는 물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발악했다.
그때 마침 강가에 도달하여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대종이 어서 그 사람을 살려달라고 하면서 얼른 올라와서 송강을 뵈라고 웨쳤다. 원래 장순과 대종은 일찍부터 아는 사이였다. 그들은 모두 송강을 경모하고 있었다. 대종의 웨침을 들은 장순은 얼른 이규를 물속에서 꺼내고 강기슭까지 헤엄쳐 나와 송강에게 절을 올렸다.
대종은 장순에게 이규는 자기의 형제라며 소개를 했다. 그러자 장순은 몰라 뵜다며 멋쩍게 웃었다. 장순 때문에 물을 가득 먹은 이규는 고통스러워 죽을 번했다며 성을 냈다. 그러자 장순도 웃으면서 "형님도 저를 아프게 때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대종은 "싸움 끝에 정이 드는 법이지, 오늘부터 자네들은 친구가 된걸세"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강가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장순은 "갑시다, 형님하고 제가 가서 물고기를 가져옵시다"라고 말하며 이규의 손을 잡아끌었다.
장순은 어민들한테 "누구한테 먹음직한 잉어가 있으면 몇 마리 보내주시오"라고 웨쳤다. 그러자 어민들은 저마다 잉어를 들고 왔고 장순은 가장 큰 네 마리의 잉어를 골라 가져왔다.
그들은 정자에서 오래도록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不打不成相识: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성구로 "싸움 끝에 정이 든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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