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인물로 경물景物을 구상하다 대관원大觀院

一字師 2023. 10. 6.
반응형

인물로 경물景物을 구상하다 대관원大觀院

 

 

소설 『홍루몽紅樓夢』에서, 대관원大觀院에 있는 각각의 경물景物은 모두 작가가 세심하게 마음을 써서 만든 것인데, 특히 그 안에 있는 각 인물의 거처가 그러한데, 모두 각 개인의 품격과 수양을 가늠해서 만든 것이다. 이런 경물에는 인물의 성격과 명운이 상호 간에 호응하여, 서로의 장점을 상부상조하여 더욱 돋보이게 드러냈다.

 

인물의 거처 소새-홍루몽 도해본

 

有鳳來儀유봉래의 (봉황이 온다는 풍속) --- 소상관瀟湘館

소상관瀟湘館은 임대옥林黛玉이 거주하는 장소인데, 그래서 그녀는 시사詩社(시인들이 조직하는 문학적 단체) 모임에서 “소상비자瀟湘妃子”라는 아호雅號를 취했다.

 

전설에 의하면, 소상비자는 즉 순舜임금의 두 왕비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인데, 순임금이 순유巡遊를 나갔다가 창오蒼梧에서 세상을 떠나자, 그 두 왕비는 구의산九嶷山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통곡했는데, 그 눈물이 대나무에 떨어져 반점斑點이 되었고, 나중에 눈물이 다하자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소상관”이라는 이름은 바로 “有千百竿翠竹遮映”유천백간취죽차영(수많은 푸른 참대나무로 가려져 있다)에서 얻은 것을 알 수 있다. 반죽斑竹의 전설을, 한쪽으로는 대옥이 눈물을 흘려서 은혜를 갚는 것에다 합치시키고, 다른 쪽으로는 그녀의 결말이 죽을 운명일 것을 암시했는데, 소상관의 경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後園有大株梨花”

(후원後園에 한 그루의 큰 배나무가 있다)

 

“後院墻下忽開一隙,得泉一派,開溝尺許,灌入墻內,繞階緣屋至前院,盤旋竹下而出.”

(대관원 뒤 담 밑의 구멍으로, 도랑물이 흐르는데, 넓이가 1 척 정도이고, 그곳으로 도랑물이 흘러 담 안으로 들어가, 집 가장자리 섬돌을 휘돌아 대관원 앞에 이르러, 대나무 밑으로 선회해서 흘러나간다)

 

동산 안에 심은 “이梨”(lí 배나무)는 즉 “이離”(lí 떠나다)인데, 이 해음諧音(한자에서 같거나 비슷한 음)으로 거처의 주인 임대옥은 어려서 부모를 떠나와, 게다가 청춘에 요절하여 세상을 떠나는 비참한 신세를 암시한 것이다.

 

본래 강주선초絳珠仙草인 대옥이 여자로 다시 태어난 것은 --- 본래 신영시자神瑛侍子인 보옥寶玉이 자기에게 물을 준 은혜에 눈물로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 섬돌을 돌아 집 가장자리에 이르는 물은 오랫동안 흘리는 그녀의 눈물을 상징한 것이기도 한데, 이 물이 대나무 아래를 휘돌아 나가는 것은, 즉 눈물로 “千百竿翠竹”(수많은 푸른참대나무)에 물을 주어서 반죽斑竹으로 변하게 하려는 것이다.

 

  北京大观园位于北京市区西南隅护城河畔,原址为明清两代皇家菜园,明代曾在此设“嘉疏署”,是中国3A级景区。1984年为拍摄电视剧《红楼梦》而建造的极富特色的仿古园林。 大观园占地13公顷,有庭院景区五处、自然景区三处、佛寺景区一处、殿宇景区一处,共有景点四十多个。园中的园林建筑、山形水系、植物造景、小品点缀等,均力图忠实于原著的时代风尚和细节描写。

         秋天的北京大观园,景色迷人!

 

北京大观园秋色迷人

 

www.meipian.cn

 

전고典故: 有鳳來儀유봉래의

『상서尙書·익직益稷』에는 “簫韶九成,鳳凰來儀”소소구성,봉황래의 (소소를 아홉 번 연주하면, 봉황이 온다는 풍속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소소簫韶는 순舜임금이 만든 음악으로, 구성九成은 말하자면 9 번의 연주를 말하는데, 『소소簫韶』의 악장이 9 장章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그래서 『소소』는 또 『구소九韶』라는 호칭으로도 불린다.

 

모든 구절의 뜻은 바로 소소簫韶의 곡曲을 연속해서 연주하면, 봉황도 이끌려온다는 것인데, 또 음악소리에 맞추어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어서, 이 때문에 이 음악이 미묘한 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선진시기先秦時期에 『소소』는 확실히 각 계층의 추앙을 받았다. 『논어論語』에는 공자孔子가 『소소』의 음악을 들은 뒤에 3 개월 동안 육미肉味를 느끼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봉황은 전설에 나오는 조류의 왕으로, 봉황이 임한다는 것은 옛날에는 상서로운 징조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鳳凰來儀”는 나중에 성군聖君의 덕이 지극至極하여, 그래서 “봉황래의”라는 “서응瑞應”(임금의 인정仁政에 하늘이 감응하여 나타난 길한 조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이곳에 편액을 만든 것은 성군을 칭송하기 위해서였다.

 

그밖에, 옛사람은 봉황의 외형적 특징을 기재하기를 “닭 머리, 뱀의 목, 제비의 턱, 거북의 등, 물고기의 꼬리, 오색五色, 키가 6 척尺이나 된다”라고 했는데, 후세사람은 봉황을 후비后妃(임금의 아내)를 비유하는데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봉황이 이곳에 와서 서식한다고 말한 것인데, 이런 제영題詠(제목을 붙여 시를 읊음)은 바로 가비賈妃가 성친成親(귀성歸省하여 부모를 문안하러오다)라는 일을 칭송한 것으로, 대단히 합당하다.

 

또 『장자莊子·외물外物』에 나오는 전설에 의하면, 봉황은 실제로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고 한다. 제영을 한 이곳 소상관은 대나무가 매우 많이 있고, 또 대관원 전체에서 유일하게 대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중에 여기에 대옥이 거주한 것은, 한편으로는 대나무의 풍골風骨로 대옥을 은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人中之鳳”인중지봉 (사람들 중의 봉황)이라고 칭송하려는 의미도 있다.

 

蘅芷淸芬형지청분 (족두리풀 구릿대가 맑고 향기로운) --- 형무원蘅蕪苑

형무원蘅蕪苑은 설보채薛寶釵의 거처로, 그녀가 거주하는 곳이 “一株花木皆無,只見許多異草” (꽃과 나무는 한 그루도 없이, 기이한 풀만 보인다)고 해서 얻은 이름인데, 그 전체의 구조를 이렇게 표현했다.

 

“大主山小分之眽皆穿墻而過”

(큰 산의 작게 나뉜 줄기가 모두 벽을 꿰뚫고 지나간다)

 

“(門內)忽迎面突出揷天的大玲瓏山石來,四面群繞各式石塊,竟把里面所有房屋悉皆遮住.”

((문 안에) 홀연히 정교하고 아름다운 산석山石이 나타나 마주하게 되는데, 사면에는 각종 바위들이 둘러싸고 있어, 안에 있는 모든 건물을 다 가로막고 있다)

 

“(那些異草)或有牽藤的,或有引蔓的,或垂山巓,或穿石隙,甚至垂檐繞柱,縈砌盤階” ......

((그런 기이한 풀은) 혹은 등나무를 감고 기어오르거나, 혹은 끌어당기거나, 혹은 산꼭대기에서 늘어지거나, 혹은 돌 틈을 관통하거나, 심지어 처마에 드리워서 기둥을 감거나, 섬돌을 에워싸고 계단을 둘둘 휘감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기이한 원림園林의 포석은 전적으로 “冷美人냉미인” 설보채를 위해 설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穿墻而過”천장이과(벽을 관통하여 지나가는)의 “大主山”대주산 (도읍·무덤·집터 뒤쪽에 있는 큰 산)은 바로 가부賈府에서 권력의 맥脈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그녀는 대관원이라는 주산맥에 있는 등나무에 의지하여 기어오르는 기이한 덩굴풀인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감동시킬만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어서, 미녀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했지만, 그러나 한낮 풀에 지나지 않았다. “화려한 꼬리를 가진 봉황이 있고, 용의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들리는” 고결한 품격과 깊은 정취가 있는 우아한 대나무 숲과는 손색이 있고 거리가 멀었다.

 

이곳은 “형무蘅蕪”라는 이름을 취했는데, “형蘅”은 족두리풀(杜蘅)이라는 일종의 향초香草로, 또 고엽세신苦葉細辛(세신은 족두리풀이나 민족두리풀의 뿌리로 한약재로 쓰임), 남세신南細辛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무蕪”는 황무지로, 즉 잡초가 떼를 지어 자라는 곳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이곳 주인이 “고엽苦葉”(쓴 맛 나는 잎사귀)의 향초香草이면서, 또 감정상으로는 황무지인 것을 암시한 것이다. 그리고 보채 본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혼인이 그녀에게 가져온 것은 다만 “苦味”(쓴 맛)뿐이라는 것이다.

 

怡紅快綠이홍쾌록 (아가씨는 기쁘고 도련님은 즐거운) --- 이홍원怡紅院

이홍원怡紅院은 가보옥賈寶玉의 처소인데, 이곳은 한쪽에는 해당화 한 그루가 심겨져 있고, 다른 한쪽에는 파초 한 그루가 심겨져 있어서, 그래서 보옥은 여기에다 “홍향녹옥紅香綠玉”이라고 편액을 걸었다.

 

가비賈妃 원춘元春은 성친省親을 왔을 때, 그곳 편액을 “이홍쾌록怡紅快綠”으로 고치게 했고, 가부 사람들은 습관상 “이홍원”이라고 불렀다. 이홍원은 하얀 백회를 바른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푸른 버드나무가 그 주위에 드리워져 있다. 세 칸 크기의 수화문루垂花門樓, 다른 건물에 연결되는 긴 복도가 있고, 정면에는 다섯 칸짜리 포하抱廈(뒤채를 가리키는데, 정방正房의 뒤에 있고, 손님 접대 또는 서재로 쓰이는 장소)가 있는데, 이홍원 안을 서로 잇는 용로甬路에는 산석山石으로 장식했다.

 

후원에는 장미꽃이 가득한 선반이 있고, 그 일대는 연못으로, 심방계沁芳溪는 여기에서 합쳐져서 대관원大觀園을 빠져나가는데, 또 백석白石을 깔아 만든 심방계의 길은 맞은편 기슭으로 통하게 되어 있다. 이곳은 대관원大觀園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당당한 성대한 정원으로, 신영시자는 번화하고 즐기기 좋고, 온유하고 부귀한 이곳 가부賈府에 인간으로 다시 환생한 것이다.

 

가보옥은 선계仙界에 있을 때에는 즉 “시자侍者”의 신분으로, 경환선자警幻仙子 등의 여자를 섬겼다. 대관원에서, 그는 “이홍공자怡紅公子”라는 아호雅號를 갖게 되었다. “홍紅”은 비록 이홍원에 있는 그 해당화를 가리킨 것이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대관원 안에 있는 모든 아가씨를 대표한 말이다. 보옥의 직책은 바로 “이홍怡紅” --- 즉 딸들을 즐겁게 하는 것인데, 그 자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我爲你們操碎了心!

(나는 그대들 때문에 마음이 부서졌어요!)

 

杏帘在望행렴재망 (살구나무 깃발이 보이는) --- 도향촌稻香村

도향촌稻香村은 이환李紈이 청춘에 과부가 되어 수절하고 있는 곳인데, 정원의 측면 대주산大主山이 남쪽으로 뻗어있는 가운데에 있다.

 

“這里有幾百株杏花,里面幾間茅屋,外面却是桑,楡,槿,柘,各色樹稚新條,隨其曲折,編就兩溜靑蘺.蘺外山坡之下有一土井,還有各種佳蔬菜花,分畦列亩,漫無邊際.”

(이곳은 수백 그루의 살구나무가 있는데, 그 안에는 방 몇 칸이 있는 초가집이 있다. 그리고 밖에는 뽕나무, 느릅나무, 무궁화, 산뽕나무 등 갖가지 나무에서 파릇파릇하게 새로 나온 가지들을 형세대로 구부려 엮어서 구불구불하게 둘레를 따라 두 겹으로 푸른 울타리를 만들었다. 울타리 밖 산기슭에는 우물이 하나 있고, 또 각종 채소와 꽃이 잘 자라고 있고, 아래 쪽 밭에는 네모진 이랑에 열을 지어 있는데, 그 끝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요컨대, 여기는 전형적인 산과 들이 있는 전원田園의 풍광이다. 이런 전형적이 환경은 바로 수절하여 욕망을 절제하고 있는 이환의 성격과 부합되는데, 어려서부터 봉건封建적인 부덕婦德을 교육받은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桐剪秋風동전추풍 (오동나무를 가르는 가을바람) --- 추상재秋爽在

추상재秋爽在는 가탐춘賈探春이 사는 곳으로, 건물 안에는 정방正房이 세 칸 있고, 방 앞에는 파초芭蕉가 있다. 방 뒤쪽에는 오동나무가 있는데, 가비賈妃 원춘元春은 성친을 왔을 때, 바로 “동전추풍桐剪秋風”을 제목으로 한 편액을 이곳에 하사한 바 있다.

 

본래 활발하고 쾌활한 탐춘은 정방 세 칸에 칸막이를 두지 않고, 방 안 중간에다 배나무 무늬가 있는 대리석 탁자를 놓았다. 그 위에는 명인名人의 서첩書帖, 보연寶硯(벼루), 필통, 화양花襄이 놓여 있고, 또 미양양米襄陽의 그림과 안진경顔眞卿의 서화도 걸어 놓았다. 이런 것을 곳곳에 진설陳設하여 배치한 것으로 보아, 탐춘은 비록 장신구로 단장하는 여성이지만, 수염이 있는 호방한 남성에 비할 만한 면모가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밖에 가영춘賈迎春의 거처 철금루綴錦樓는 여귀꽃이 무성한 자릉주紫菱洲에 있다. 가석춘賈惜春이 사는 곳은 요풍헌蓼風軒이고, 바로 가까이 이웃에는 우향사藕香榭가 있다.

 

심방계沁芳溪에 흘러내려가는 붉은 꽃잎은 무엇을 암시했나?

대관원大觀院에는 “심방沁芳”이라고 이름을 지은 곳이 많은데, 예를 들면 심방정沁芳亭, 심방계沁芳溪, 심방교沁芳橋, 심방갑沁芳閘이 있다. “심방”이라는 두 글자는 청아淸雅할 뿐만 아니라, 게다가 거대한 상징적 의의意義를 암시하고 있다.

 

대관원 안에 아름다운 나무가 무성하고, 기화요초가 만발해 있는 그 일대에는 맑은 물이 꽃과 나무 사이와 깊은 돌 틈 아래로 물이 쏟아져 흘러내렸는데, 보옥寶玉은 이 시냇물을 “심방계沁芳溪”라고 이름을 지었다.

 

대관원 안을 흐르는 시냇물 심방계-홍루몽도해본에서

가부賈府에 성친省親을 와서 부모를 문안하고 궁으로 돌아간 원비元妃는 아가씨들과 보옥을 대관원으로 거처를 옮겨와 거처하게 했는데, 작가는 바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일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때는 바로 3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는데, 보옥은 『회진기會眞記』(즉 서상기西廂記는 당唐나라 원진元禛의 전기소설 『앵앵전鶯鶯傳』을 바탕으로 한 희곡인데, 남녀 주인공 장생張生과 쵀앵앵崔鶯鶯의 연애이야기로 유명하다) 한 세트를 휴대하고 심방갑 다리에 있는 복숭아꽃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서, 처음부터 자세히 읽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나무 위에 있던 복숭아꽃이 태반이나 바람에 날려 그의 몸과 책 위로 한가득 떨어져 내렸다.

 

보옥은 그 꽃잎들을 싸서, 연못 가장자리로 가서 연못 속에다 털어버렸다. 그 꽃잎들은 물위를 출렁거리며 팔랑팔랑 떠다니다가 심방갑 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바로 그때 꽃을 묻어주려고 오던 대옥黛玉을 만났는데, 그녀가 보옥에게 말했다.

 

“撂在水里不好,你看這里的水干淨,只一流出去,有人家的地方臟的臭的混倒,仍舊把花糟蹋了.那畸角上我有一个花冢,如今把他掃了,裝在這絹袋里,拿土埋上,日久不過隨土化了,豈不干淨.”

(물에 갖다 버리면 안 좋아요. 자 봐요, 여기 물은 그래도 깨끗한데, 그러나 한 번 흘러가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 한참을 냄새나는 더러운 것과 섞이게 되면, 아무래도 꽃잎들이 못쓰게 될 거라고요. 저쪽 모서리에다 제가 꽃무덤을 하나 만들어놓았는데, 이제 그것들을 쓸어담아서, 여기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서, 흙으로 묻어주면, 시일이 오래 되면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니, 오히려 깨끗해지지 않겠어요)

 

저명한 홍학가紅學家 주여창周汝昌 선생은 이 장면에다 유명한 관점觀點을 제기했는데 --- 책 전체에 나오는 모든 여자 운명을 상징했다 --- 거대한 상징이라는 그의 논거論据는 이러하다.

 

첫째, 보옥寶玉은 군방群芳(많은 현자나 미녀를 비유하는 말로, 여기에서는 많은 미녀를 말함)의 불행한 결말을 다 지켜본 증인인데, 그 때문에 그가 “심방沁芳”이라는 두 글자를 제기한 것에는 필히 연고緣故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보옥이 꽃잎을 모아서 심방계에다 뿌린 일은 군방群芳, 즉 가부의 아가씨들이 대관원大觀院으로 들어와 거주한 뒤에 첫 번째로 발생한 일이다.

 

셋째, 비록 대옥黛玉은 꽃잎이 대관원 밖으로 떠내려간 뒤에는 틀림없이 못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이향원梨香院 담 밖에서 “花落水流紅”화낙수류홍 (붉은꽃이 떨어지니 붉은 물이 되어 흘러간다)라는 노래가사를 듣고, 또 “流水落花春去也”유수낙화춘거야 (흐르는 물에 붉은 꽃이 떨어지니 봄이 가누나)라는 등의 옛사람이 읊은 구절을 떠올리고, 아쉬움과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며 심히 마음이 동요되었다.

 

“심방” 두 글자는 청아하고 신기新奇한데,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로 “花落水流紅”의 일종의 다른 논조라는 것이다. 심방계에 흐르는 물은 대관원 안에 있는 정자, 다리, 건물, 수문(閘), 연못을 관통하고 있는데, 대관원의 생명천生命泉이고, 대관원 전체의 명맥命脈이기도 했다.

 

『홍루몽』에서 “落紅成陣”낙홍성진(붉은 꽃잎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 있네), “花落水流紅”, “流水落花春去也” 등의 시구詩句를 반복해서 인용하고, 태허환경太虛幻境의 경환선자警幻仙子도 “飛花遂水流”비화수수류 (바람에 날리는 꽃이 물을 따라 흐른다)라고 노래한 것은, 이 일체가 다 반복해서 독자에게 “千紅一窟(哭kū)”천호일굴(곡)(온갖 꽃이 울고), “萬艶同杯(悲bēi)”만염동배(많은 미녀가 슬퍼하다)라고 그 결말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심방沁芳”은 실제로 “침방浸芳”인데, 그것은 군방群芳(여자들)이 깊이 가라앉은 시냇물인 것이다. 대관원에 있는 아가씨들이 여기에 서로 모였다가, 마지막에는 너저분한 낙화落花처럼 물을 따라 멀리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방” 두 글자가 품고 있는 진정한 의미이다.

 

대관원이 막 준공되었을 때, 가진賈珍이 가정賈政 등을 인도하여 구경을 시켰다. 일행이 이홍원怡紅院의 후문을 나왔을 때, 홀연 맑은 시냇물에 가로 막혔는데, 사람들은 이 시냇물이 어디에서 흘러오는지 묻자, 가진은 심방갑沁芳閘을 가리켰다.

 

“原從那閘起流至那洞口,從東北山坳里引到那村莊里,又開一道坌口,引到西南上,共總流到這里,仍舊合在一處,從那墻下出去.”

(원래 저 갑문에서 흘러나와서, 저 바위동굴 입구로 들어갑니다. 동북쪽의 산기슭 사이로 해서 평지에 이르러 저 시골집 안으로 흘러와서는, 또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서남쪽으로 돌아와서, 모두 이곳으로 흘러, 하나로 전처럼 합쳐져서, 저쪽 담 아래로 흘러서 나갑니다)

 

대관원에서 넋이 흩어진 미녀로는 임대옥林黛玉, 가원춘賈元春, 가영춘賈迎春, 가탐춘賈探春, 가석춘賈惜春, 묘옥妙玉, 사상운史湘雲 등의 아가씨가 있고, 시녀로는 청문晴雯, 금천아金釧兒, 사기司棋가 있고, 설반薛蟠의 첩 향릉香菱과, 어린 연극배우 방관芳官 등이 있다.

 

풍월보감風月寶鑑의 상징적 의의意義

풍월보감風月寶鑑은 확실히 신기하여,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그것은 반은 진짜(眞)이고 반은 가짜(假)인데, 진짜이면서 가짜이고, 가짜이면서 진짜여서, 곧 보는 사람이 어떻게 보는 지에 따라 비춰진다고 했다.

 

가서賈瑞가 풍월보감을 비춰보다

풍월보감風月寶鑑의 신기함은 어디에 있는가? 왕희봉王熙鳳은 함정을 설치하여 자기를 짝사랑하는 가서賈瑞를 반죽음에 이르게 했다. 가서는 그때 돌연 절름발이 도인道人 하나가 와서 시주를 청하며, 업보로 생긴 병을 치료한다고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快請進那位菩薩來救我!”

(빨리 저 보살님을 들어오게 해서 나 좀 구해주세요!)

그 도사는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你這病非葯可醫.我有个寶貝給你,你天天看時,性命可保.”

(자네의 이 병은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네. 내게 보배 하나가 있는데 자네에게 줄 테니, 매일 그것을 보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 것이네)

 

도사는 말을 마치고는 전대 속에서 거울 하나를 꺼냈는데, 양면 모두가 사람이 비춰지는 거울로 “풍월보감風月寶鑑”이라는 4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을 가서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這物出自太虛幻境空靈殿上,警幻仙子所制,專治邪思妄動之症,有濟世保生之功.所以帶他到世上,單與那些聰明杰俊,風雅王孫等看照.千萬不可照正面,只照他的背面,要緊,要緊!三日後吾來收取,管叫你好了.”

(이 물건은 태허환경太虛幻境의 공령전空靈殿에서 나온 것인데, 경환선자警幻仙子가 만든 것으로, 그릇된 생각과 경솔하고 올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생긴 병의 증상을 치료하여, 세상을 구제하고 목숨을 보존하는 공력을 가지고 있네. 그래서 그것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서, 총명한 준걸이나 풍류 있고 우아한 왕손들만 비추는 것이네. 절대로 정면을 비추어 보지 말고, 오직 이 뒷면만 비춰봐야 하는 게, 중요하고, 중요하다네! 사흘 뒤에 내가 찾으러 올 테니, 잘 보관하고 있게나)

 

그렇게 말을 마치더니 활갯짓을 하며 성큼성큼 가버렸다. 그러면 가서는 어땠을까? 가서가 그 보감을 들어서 뒷면을 비춰보니, 그 안에는 단지 해골 하나가 보이는 것을 보자, 가서는 놀라서 얼른 감추듯이 덮어버렸다. 그리고 또 정면을 비춰보니, 봉저鳳姐(왕희봉의 별명)가 그 거울 속에서 자기를 손짓하여 부르고 있었다.

 

풍월보감-홍루몽도해

가서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얼른 거울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봉저와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렇게 연달아 3,4 차례를 거울 속으로 들락날락하다가, 마침내 거울 속에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두 사람이 나타나더니 그를 쇠사슬로 묶어서 끌고 갔다.

 

“讓我拿了鏡子再走!”

(내가 거울을 가져갈 수 있게 해줘요!)

가서가 발버둥을 치며 소리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달려들어 보니, 이미 숨이 넘어간 뒤였다.

 

풍월보감의 상징적 의의

풍월보감은 그 양면兩面에 비춰지는 영상影像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데, 뒷면에서 비춰져서 나오는 것은 해골이고, 정면에는 종욕縱欲(육욕에 빠져 절제하지 않음)이 비춰져 나온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가 진짜이고, 어느 곳이 가짜인가? 당연히 뒷면이 진짜이고, 정면은 가짜이다. 비록 뒷면의 해골은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모든 사람이 죽은 뒤에 변하게 되는 모양이고, 정면에 비춰진 미인은 비록 사람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사람들을 사망으로 향하도록 유혹하고, 또 마지막에는 보기 싫은 백골로 변하게 한다. 사람의 본래의 면모를 반영한 해골로 말할 것 같으면, 죽지는 않았으나 사망으로 이르고 있어 피부가 부실하여, 확실히 일종의 비현실적인 가상假象인 셈이다.

 

풍월보감이 비춰주는 두 종류의 영상影像은, 비록 형식상으로는 자른 듯이 경계가 분명히 상반된 모양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것인데, 그것은 바로 죽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풍월보감이 비추고자하는 것이 어떠하든지 간에, 그것을 획득하여 비추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정면이든 뒷면이든 관계없이 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함정일 될 뿐이다. 이런 의의로 말하자면, 풍월보감은 그것을 비추는 사람에게 언제나 한 자루의 “풍월보검風月寶劍”을 심장에 꽂는 것과 같은 것이다.

 

풍월보감의 정반正反의 양면兩面

풍월보감의 정면과 뒷면은 천양지차가 있는데, 정면에 비취진 것은 가짜(假)인데, 죽음으로 향하는 사망의 현상現象을 보여준 것이다. 거울에 나타난 미인美人이 사망死亡의 결과를 덮어 감췄지만, 오히려 사망의 본질本質을 가속되어서, 그래서 “풍월보감을 정면을 비추면, 잠시는 좋으나 죽고 만다고 말한 것이다.

 

뒷면에 비춰진 것은 진짜(眞)인데, 이미 죽어서 해골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해골은 사망의 결과를 게시한 것이나, 반대로 사망이 도래到來하는 것을 완화시킨 것으로, 말하자면, 풍월보감을 비춰진 것에 일순간은 놀라지만 그래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풍월보감風月寶鑑』

이 소설 작품의 전면前面에서 설명한 적이 있는데, 『홍루몽』은 『풍월보감』이라는 책이름을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은 풍월지정風月之情의 망동妄動을 경계하여 끊으려는 뜻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경계로 삼기 위해서 취한 것이다.

 

“從此空空道人因空見色,由色生情,傳情入色,自色悟空,遂易名爲情僧,改『石頭記』爲『情僧錄』.東魯孔梅溪則題曰『風月寶鑑』.”

(이때부터 공공도인은 공空 때문에 색色을 보고, 색 때문에 정情을 만들어, 정을 전하여 색으로 들어가고, 결국 색으로부터 공을 깨닫게 되었으므로, 이름을 정승情僧이라고 바꾸고, 『석두기』를 『정승록』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동로東魯의 공매계가 『풍월보감』이라고 다시 제목을 달았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판사判辭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제 1 페이지: 임대옥林黛玉과 설보채薛寶釵

 

『홍루몽紅樓夢』 제 5회에서 가보옥賈寶玉은 꿈속에서 경환선자警環仙子의 안내로 태허환경太虛幻境 안에 있는 박명사薄命司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보옥은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을 보려고 펼쳤는데, 제 1 페이지의 임대옥과 설보채에서부터 마지막에 진가경秦可卿이 나오는 제 11 페이지까지 한 장씩 넘겨가며 자세하게 그림과 판사判辭를 살펴본다.

 

금릉십이채 정책正冊 첫 번째 페이지에 있는 그림에는 두 그루의 고목枯木(말라서 죽어버린 나무)에 옥대玉帶 하나가 걸려 있고, 또 나무 아래에 눈 더미에는 금잠金簪(금비녀) 하나가 꽂혀 있는데, 판사가 쓰여 있었다.

 

可嘆停機德가탄정기덕 (베틀을 멈추고 격려해준 그 부덕이 안타깝고)

堪怜咏絮才감령영서재 (버들개지를 노래한 재주가 가련하네)

玉帶林中挂옥대임중괘 (옥 허리띠는 숲 속에 걸려 있고)

金簪雪里埋금잠설리매 (금비녀는 눈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네)

 

이것은 임대옥林黛玉과 설보채薛寶釵의 판사와 그림이다. 두 그루의 고목은 바로 “임林”이고, 옥대는 즉 “대옥黛玉”인 것이다.

 

설雪(xuě)은 즉 “설薛”(Xuē), 금잠金簪은 바로 “보채寶釵”를 가리킨 것이다. 첫 구절 “可嘆停機德”가탄정기덕 (베틀을 멈추고 격려해준 그 부덕이 안타깝고)는 동한東漢 때의 악양자樂羊子가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아내가 짜고 있던 베를 가위로 잘라서, 학문을 중도에 그만두지 말라고 권고한 고사로 보채의 “부덕婦德”을 찬미한 것이다. 눈 속에 묻혀 있는 금비녀는 보채가 홀로 일생을 보내게 될 처량한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두 번째 구절의 “堪怜咏絮才”감령영서재 (버들개지를 노래한 재주가 가련하네)는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난 진晋나라 사도온謝道韞이 백설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바람에 흩날리는 버들개지를 노래한 고사인데, 대옥의 뛰어난 “才”(재능)을 칭찬한 것이다. 마른 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옥대는 대옥의 불행한 운명을 예시한 것이다.

 

임대옥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6 살에 외갓집인 가부賈府에 왔는데, 나중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그 뒤로 쭉 가부에 몸을 의탁하여 생활한다. 가보옥賈寶玉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은 사랑하는 가보옥이 설보채와 결혼하는 바로 그날, 요절하고 만다.

 

설보채는 9 살에 가부의 영국부榮國府에 왔는데, 가보옥의 모친 왕부인王夫人과는 친자매인 그녀의 모친과 오빠 설반薛蟠도 함께 들어와 산다. 남편 가보옥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출가出家하자, 독수공방하며 산다.

 

보옥신유태허환경 - 홍루몽중인에서

 

금릉십이채 정책 제 2 페이지: 가원춘賈元春

정책 두 번째 페이지에는 활이 그려져 있고, 활에는 향연香櫞이 걸려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二十年來辨是非이십년래변시비 (이십년을 시비를 분별하며)

榴花開處照宮闈류화개쳐조궁위 (붉은 석류꽃이 궁중을 환히 비췄네)

三春爭及初春景삼춘쟁급초춘경 (삼춘이 어찌 초봄 빛과 따르고)

虎兎相逢大夢歸호토상봉대몽귀 (호랑이 토끼가 서로 만나니 큰 꿈이 스러졌구나)

 

판사는 궁중에 들어갈 원춘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고 있는데, 판사에서 초춘初春은 원춘元春이고, 삼춘三春은 둘째 영춘迎春, 셋째 탐춘探春, 넷째 석춘惜春을 가리킨다. 마지막 구절에 있는 “虎兎相逢”은 강희제康熙帝가 붕어한 임인년壬寅年과 옹정제雍正帝가 즉위한 계묘년癸卯年의 정권 교체를 말했다는 주장도 있다.

 

“궁弓”(gōng)의 해음諧音(한자에서 같거나 비슷한 음)은 “궁宮”(gōng)이고, "연櫞"(yuán)의 해음은 “원元”(yuán)이므로, 여기에서는 가원춘賈元春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 어려서 입궁한 원춘은 황비皇妃가 되었으나,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3 페이지: 가탐춘賈探春

정책 세 번째 페이지의 그림은 두 사람이 연을 날리고 있는 장면이 인데, 그 뒤 멀리 큰 바다에 커다란 범선 한 척이 떠 있고, 배 안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는데, 탐춘의 운명을 암시하는 판사는 이러했다.

 

才自精明志自高재자졍명지자고 (재주 있어 총명하고 포부도 높지만)

生于末世運偏消생우말세운편소 (하필 말세에 태어나 운수가 없구나)

淸明涕送江邊望청명체송강변망 (청명절에 눈물로 강변을 떠나니)

千里東風一夢遙천리동풍일몽요 (천리 먼 길 동풍에 꿈은 아득하구나)

 

이 예언시는 가탐춘賈探春을 암시한 것인데, 그녀는 비록 서출이기는 하나, 똑똑한 재간과 높은 포부를 가지고 있고, 일처리를 세심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천리 먼 길 떨어진 해안 변방으로 시집을 가게 되어, 청명절淸明節에 집안 식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배를 타고 떠나간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4 폐이지: 사상운史湘雲

정책 네 번째 페이지의 그림에는 흘러가는 구름 몇 가닥이 떠있고, 흐르는 물 한 굽이가 그려져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富貴又何爲?부귀우하위? (부귀가 또 무슨 소용이 있나?)

襁褓之間父母違강보지간부모위 (강보에 싸였을 때 부모를 여의었네)

展眼弔斜暉정안조사휘 (눈 깜짝할 사이에 석양으로 기울어)

湘江水逝楚雲飛상강수서초운비 (상수를 따라 초의 구름이 흩날리누나)

 

“비운飛雲”과 “서수逝水”라는 단어에서, 상운湘雲을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운은 비록 출신은 부귀하나, 강보에 싸였을 때 곧바로 부모를 다 잃고 친척집에서 쓸쓸하게 자란 그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남편과도 사별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맞이하는 초췌한 신세를 암시하고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5 페이지: 묘옥妙玉

정책 다섯 번째 페이지에는 진흙 속에 아름다운 옥 한 개가 떨어져 있는 그림에 판사가 쓰여 있는데, 묘옥의 비참한 결말을 예언한 것이다.

 

欲潔何曾潔욕결하증결 (깨끗한 몸을 지니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云空未必空운공미필고 (색즉시공을 말하려 했으나 그리도 되지 못했네)

可憐金玉質가련금옥질 (금옥 같은 품격이 가련한데)

終陷淖泥中종함탁니중 (마침내 진흙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네)

 

이것은 공교롭게도 고결한 성격을 가진 묘옥과 부합되는데, 그녀는 불문에 들어가 세상과 떨어져 생활했지만, 결국은 오히려 치욕을 당하고 죽고 마는 결말에 이른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6 페이지: 가영춘賈迎春

정책 여섯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에는 흉악한 이리 한 마리가 미녀를 쫓아 돌진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판사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自系中山狼자계중산량 (너는 중산 땅에 있는 이리 같은 사람)

得志便猖狂득지변창광 (뜻을 이루자 곧바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네)

金閨花柳質금규화류질 (귀한 집 규수로 꽃과 버들 같은 사람이)

一載赴黃粱일재부황량 (일 년 만에 황량으로 가고 말았네)

 

이 그림과 판사는 바로 영춘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배은망덕한 “중산랑中山狼”의 고사를 빌어 영춘의 남편 손소조孫紹祖를 말해주는데, 통째로 먹히는 미녀는 곧 영춘迎春을 말한 것이다. 서출庶出인 영춘은 영국부榮國府 사태군史太君의 맏아들 가사賈赦가 아버지이다. 영춘을 남편에게 온갖 핍박을 당하다가 채 1년도 되지 않아 죽고 만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7 페이지: 가석춘賈惜春

정책 일곱 번째 페이지에는 오래된 사당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서 한 아름다운 여자가 불경을 읽고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勘破三春景不長감파삼춘경부장 (삼춘의 영광이 오래 갈 수 없음을 알고)

緇衣頓改昔年粧치의돈개석연장 (검은 승복을 입고 화장을 지웠네)

可憐綉戶侯門女가련수로후분여 (가련하게도 규방에서 고이 자란 규수인데)

獨臥靑燈古佛旁독와청등고불방 (부처님 곁 검은 등불 아래 외로이 누웠네)

 

불경을 읽는 이 미녀는 바로 녕국부寧國府 가경賈敬의 딸 석춘惜春인데,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집안에서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란다. “삼춘三春”--- 즉 원춘元春, 영춘迎春, 탐춘探春 --- 언니들의 불행한 결말을 보고 나자, 결국 출가出家하여 불문佛門에 들어간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8 페이지: 왕희봉王熙鳳

정책 여덟 번째 페이지는 얼음으로 뒤덮인 산 위에 봉황새 한 마리가 있는 그림인데, 판사가 쓰여 있다.

 

凡鳥偏從末世來범조편종말세래 (봉황이 어찌하여 말세에 왔는가)

都知哀慕此生才도이애모차생재 (모두 그 재간을 사랑하고 사모했네)

一從二令三人木일종이령삼인목 (잘 모시고 명령하더니 결국은 죽음을 당했네)

哭向金陵事更哀곡향금릉사경애 (울면서 금릉으로 떠나가니 더욱 슬프구나)

 

“범조凡鳥”는 바로 번체繁體 글자 “봉鳳”을 말하는데, 이것은 명백하게 왕희봉王熙鳳을 가리킨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재치와 유머가 뛰어나고 대장부 같은 기질을 지닌 그녀를 가모賈母는 “봉랄자鳳辣子”(매운 고추)라고도 불렀다.

 

일처리에도 능해서 가부賈府의 영국부榮國府 집안 살림을 관장하고, 권모술수로 가서賈瑞와 우이저尤二姐를 죽게 만드는 등 여러 악랄한 짓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그녀는 가부가 수색당할 때, 이자놀이를 한 것이 발각되어 가산을 차압당하게 만든 장본인인데, 최후에는 병이 더 위중해져 비참하게 죽어 금릉金陵에 묻히러 떠나가는 슬픈 결말을 맺는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9 페이지: 왕희봉의 딸 교저巧姐

정책 아홉 번째 페이지에는 황량한 촌집에서 한 미녀가 베를 짜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판사判辭는 이러했다.

 

勢敗休云貴세패휴운귀 (가세가 기우니 귀하다고 말하지 마라)

家亡莫論親가망막론친 (집안이 망하면 친척도 논하지 말 것이다)

偶因濟劉氏우인제유씨 (우연히 유씨 할멈의 도움이 있었으니)

巧得遇恩人교득우은인 (때마침 은인을 만났다네)

 

이 그림과 판사가 가리키는 인물은 가련賈璉과 왕희봉의 딸 가교저賈巧姐이다. 교저라는 그녀의 이름은 왕희봉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유劉할멈이 지어주었는데, 그녀 이름의 “교巧” 글자는 “화를 복으로 바꿔준다”라는 뜻이 있다.

 

가부가 몰락한 뒤, 가운賈芸, 가환賈環 등이 몰래 그녀를 팔아버리려고 했을 때, 유劉할멈의 도움으로 구출된다. 나중에는 유할멈의 중매로 결혼도 한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10 페이지: 이환李紈

정책 열 번째 페이지에는 잘 자란 난초 화분 옆에 봉황 장식의 모자를 쓰고 노을 무늬가 있는 덧옷 예복을 입은 미인이 그려져 있고, 판사가 쓰여 있었다.

 

桃李春風結子完도리춘풍결자완 (복사꽃 오얏꽃이 춘풍으로 열매를 맺었으니)

到頭誰似一盆蘭?도두수사일분란? (이제는 난초 화분만한 사람이 있겠는가?)

如氷水好空相妒여빙수호공상투 (얼음물 같은 절개에 쓸데없는 시샘이 있어)

枉與他人作笑談왕여타인작소담 (공연히 사람들의 시샘을 받았구나)

 

이것은 이환李紈의 운명을 예언한 그림과 판사인데, 그녀의 남편 가주賈珠가 아들 가란賈蘭을 남기고 일찍 죽어 청춘에 과부가 되어서, 그래서 “桃李春風結子完”도리춘풍결자완 (복사꽃 오얏꽃이 춘풍으로 열매를 맺었으니)라고 말한 것이다.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교육에 희망을 걸고 생활해 온 이환이 마침내 과거에 급제한 아들의 출세로 인해, 봉호를 받는다고 암시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 그녀의 결말은 나오지 않으나 “枉與他人作笑談”왕여타인작소담 (공연히 사람들의 시샘을 받았구나)의 구절로 짐작컨대, 귀한 신분을 오래 누리지 못하는 것을 예시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금릉십이채 정책 제 11 페이지: 진가경秦可卿

정책의 마지막 열한 번째 페이지에는 높은 누각에 한 미녀가 목을 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판사는 이러했다.

 

情天情海幻情身정천정해환정 (하늘과 바다에 가득한 정의 화신이여)

情旣相逢必主淫정기상봉필주음 (정과 정이 상봉했으니 필히 방종할 것이네)

漫言不肖皆榮出만언불초개영출 (불초한 사람은 모두 영국부에서 나왔다는 말은 터무니없고)

造畔開端實在寧조반개단실재녕 (발단은 사실은 녕국부에서 시작되었다네)

 

이 판사는 녕국부의 며느리 진가경이 시아버지 가진賈珍과의 간통 때문에, 대들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결말을 암시한 것이다. 제 7회에서 하인 초대焦大의 욕을 통해서 시아버지 가진이 며느리와 불륜관계인 것을 알 수 있고, 또 하녀의 목격 등으로 진가경이 죄책감에 자살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 판사에 대해, 가부賈府의 쇠패衰敗의 근원은 실제로 녕국부寧國府에서 시작되었다는 의견 제시는 여기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부책副冊: 향릉香菱의 판사判辭 해독解讀

 

『홍루몽紅樓夢』 제 5회에서 가보옥賈寶玉은 꿈속에서 경환선자警環仙子의 안내로 태허환경太虛幻境 안에 있는 박명사薄命司에 들어간다.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부책副冊을 펼쳐 보다가, 향릉香菱의 명운命運이 적혀 있는 예언시와 판사判辭를 보게 된다.

 

부책에서 보옥은 고작 한 페이지만 보았는데, 거기에는 계화桂花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고, 아래쪽에는 물이 마른 연못에 시들은 연뿌리가 그려져 있고, 판사가 쓰여 있었다.

 

根幷荷花一莖香근병하화일경향 (연뿌리와 연꽃 한 줄기로 향기로우나)

平生遭際實堪傷평생조제실감상 (그 평생은 실제로 상처를 참고 이겨낸 것이네)

自從兩地生孤木자종양지생고목 (두 흙더미에서 외로운 나무로 자랐는데)

致使香魂返故鄕치사향혼반고향 (아름다운 혼백은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향릉 – 홍루몽중인紅樓夢中人에서

 

“근병하화根幷荷花”는 바로 향릉香菱을 가리키고, 그녀의 애달픈 운명을 예시한 것이다. 그림 속의 계화桂花와 시구에 나오는 “두 흙더미(圭)에 나무 한 그루(木)”는 계(桂)자의 뜻인데, 이는 설반薛蟠의 정실부인 하금계夏金桂를 가리킨 것이다.

 

향릉은 본명이 진영련甄英蓮이고, 진사은甄사은의 딸인데, 어렸을 때 원소절原宵節에 하인이 업고 구경을 나왔다가, 잠시 소홀한 틈에 유괴를 당한다. 나중에 팔리는 과정에서 설반이 중간에서 가로채서 시녀로 사서 데려와, 이름도 향릉으로 바꿨다.

 

영리하고 심성이 착한 향릉은 설반의 누이동생 보채寶釵와도 잘 지내고, 임대옥임대옥에게 시도 열심히 배운다. 설반과 하금계夏金桂가 결혼한 뒤로 향릉은 내내 곧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생활하는데, 하금계는 향릉을 독살하려다 오히려 자신이 죽고만다. 향릉은 설반의 부인이 되지만, 아기를 낳다가 난산으로 죽는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반응형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