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손숙오 편-제1회: 신중한 자세로 재상직에 임하다
(사진설명: 손숙오의 묘)
위대한 전문가와 청렴한 관리 손숙오
손숙오(孫叔敖)는 초(楚)나라 장왕(庄王)의 요구에 따라 제 기한에 군량을 보급해 장왕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 그 능력의 비결은 손숙오가 수리시설을 통해 가뭄이 들면 관개하고 홍수가 지면 물량을 조절하면서 식량생산을 보장한 것이었다.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고도 그는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고사하고 장왕이 여러 번이나 내린 상도 번마다 거절하고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권력을 빌어 벼슬을 하는 것도 극력 반대하며 영원히 청백리로 남았다.
손숙오가 평생 장왕을 도와 나라를 관리함으로써 초 나라는 세상을 제패하는 자리에 올랐으나 손숙오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다. 한 세대의 현명한 신하가 별처럼 사라진 것이다.
위대한 전문가와 청렴한 관리 손숙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자.
제1회 신중한 자세로 재상직에 임하다
대별산(大別山)의 시냇물은 쉬지 않고 황량한 시대를 흘러 지나고 하(夏) 나라와 상(商) 나라, 주(周) 나라 세 왕조를 거쳐 천하(泉河)와 사하(史河)로 흘러 들었다. 당시 상류에는 물이 부족하고 하류에는 홍수가 났는데 다행히 손숙오가 사하의 동쪽 기슭에 수리시설을 건설해 강물을 북쪽으로 흐르게 하고 또 천하 하류의 동쪽 기슭에 인수로를 내서 동쪽으로 물이 나누어 흐르게 했다. 그로부터 두 갈래의 인수로가 사하와 천하 사이의 토지를 적셔 백 리 벌에 옥토가 펼쳐지게 되었다.
손숙오는 또 관개수로가 얼기설기한 기사피(期思陂) 수리시설을 조성해 상류에서는 살찐 땅에서 농사를 짓고 하류가 더는 홍수의 피해를 입지 않게 했다. 손숙오는 자신이 축조한 기사피 수리시설이 중국 최초의 대 규모 수리시설인 줄을 몰랐고 자신이 기적을 창조한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수리공사가 완공되는 날 초 나라 장왕이 손숙오를 조정으로 불렀다. 장왕은 손숙오에게 당시 최고의 직위인 영윤(令尹)직을 내렸다. 손숙오가 수리시설도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재상도 되자 친척과 지인들이 너도 나도 찾아와 축하했다. 손숙오의 집은 순간 사람들로 붐비게 되어 워낙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손숙오는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손숙오는 평소와 다름 없이 평정심으로 차분하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 바람에 축하하러 온 손님들은 경사의 주인공보다 자신들이 더 들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한 두 마디씩 축하말을 하고는 돌아갔다. 그제서야 손숙오는 한숨 돌리더니 또 급하게 몸을 일으켜 옷깃을 여미고 손님을 맞이하러 나갔다.
문밖에는 조문차림을 한 노옹이 서 있었다. 노옹은 상복을 입고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심지어 지팡이에도 삼노끈을 묶었다. 손숙오는 몸가짐을 바로 하고 정중하게 물었다.
“호구장인(狐丘丈人)이시죠? 어서 들어오십시오.”
호구산의 은사(隱士)인 호구장인은 평소에 손님을 만나지 않았으며 세력가를 방문하는 일은 더욱 없었다. 그런 사람이 몸소 찾아오니 손숙오가 공손히 섬기지 않을 수 없었다. 장인은 손숙오가 권하는 대로 방석에 털썩 앉은 다음 입을 열었다.
“그렇네. 나는 호구장인이네. 오늘 특별히 조문하러 왔네.”
손숙오가 허리를 굽히며 공손하게 물었다.
“저의 집에서 초상을 치르지 않았는데 조문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려고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그렇네.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네. 하나 묻겠네. 사람에게는 세 가지 후환이 있는데 아는가?”
“가르침을 구합니다.”
“사람의 관직이 높으면 질투와 원성을 불러올 것이고, 신하의 권력이 크면 군주의 혐오를 자아낼 것이고, 관록을 많이 받으면 욕망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 이 것이 바로 세 가지 우환이네.”
“알겠습니다. 관리가 되면 다른 사람의 벼슬길을 막았으니 질투를 불러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대권을 장악하면 군주는 자신의 권력과 위망이 흔들린다 생각해 싫어할 것이고, 봉록을 많이 받으면 오히려 욕망이 머리를 들어 재난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씀이시지요?”
호구장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맞네. 그래서 내가 조문하러 왔네. 자네가 이제 가면 이 세 가지 우환이 있을 터이니 자네의 목숨이 걱정스럽네.”
손숙오가 되물었다.
“직위가 높을수록 더 겸손하고, 권력이 막강할수록 더 선을 넘지 않고, 봉록을 많이 받을수록 더 청빈하게 살면서 백성을 위해 벼슬하고 사적인 마음이 하나도 없이 세상을 위한다 해도 위험할까요?”
“자네는 아주 총명하고 또 아주 어진 심성을 가졌군 그려. 사람됨의 이치도, 관리의 이치도 다 아는 듯 하니 더 긴 말 하지 않겠네.”
말을 마치자 노옹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숙오가 바삐 다가가서 부축했다. 문을 나서던 노옹은 머리를 돌려 손숙오를 쳐다보며 웃었다.
“자네 피골이 상접하고 굶주린 기색인데 이제 영윤이 되어도 얼굴에 기름을 바르지 말게.”
멀어져 가는 호구장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손숙오의 얼굴에 식은땀이 돋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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