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몽염 편-제3회: 통일국가에 표준 도로를 건설하다
(사진설명: 그림으로 보는 진시황제와 만리장성)
제3회 통일국가에 표준 도로를 건설하다
만리장성을 다 쌓기도 전에 몽염은 벌써 얼굴이 수척해지고 많이 늙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우아한 기질과 고상한 품위, 멋진 풍채를 자랑했다. 몽염이 만리장성 축조에 박차를 가할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또다시 황제의 어명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황제의 천하 순시에 필요한 치도(馳道)도로를 닦으라는 내용이었다. 치도란 황제만 사용하는 전문 도로를 말한다.
몽염과 몇몇 부하들이 본진에서 치도의 노선을 계획하고 있는데 부소가 들어왔다.
“장병들이 이미 충분하게 힘든 상황인데 왜 또 치도를 내야 한다는 말입니까? 소를 올려 간언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부소의 말에 몽염이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왜 항상 황제의 뜻을 반대하십니까? 격무로 고생하시는 황제께서 천하를 돌아보시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공자께서는 황제를 많이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 부소 공자는 사실 일반 신분이 아니었다. 시황제가 비록 아직 황후도 두지 않고 태자도 세우지 않았지만 문무관원들의 마음 속에서 공자 부소는 당연하게 나라를 이어 받을 후계자였다. 그것은 그가 시황제의 장남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자비(慈悲)와 인애(仁愛)를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시황제의 수하에서 매일 긴장에 떨고 전전긍긍하며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는 대신들은 후에 어진 황제가 나타나 조정의 문무대신들은 물론 백성들도 편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다만 승상 이사(李斯) 만이 자신의 이 어진 사위가 보위에 오르면 위엄이 결여될 것을 우려했다. 왜냐하면 이사는 법은 가혹해야 하고 황제는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었다.
부소는 자신의 부친인 황제와 자신의 장인인 승상 이사가 추진한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반대한 것으로 인해 몽염의 곁에 감군으로 파견되었다. 하지만 부소는 시황제의 속마음을 읽지 못했다.
시황제는 사실 문무를 겸비하고 충성스러운 몽염이 부소를 감독해 부소가 정치적 자본을 축적하여 정치적으로 성숙되기를 희망했으며 향후 몽염이 부소 공자를 보좌하여 군신이 한 마음으로 진나라의 위업을 더욱 든든하게 다지기를 희망했다.
다년간 함께 지내면서 부소와 몽염의 사이는 형제처럼 끈끈한 정으로 연결되고 서로 마음도 잘 맞았으며 부소는 몽염의 영향으로 변강을 지키는 것을 삶의 중요한 경력으로 삼았다. 몽염과 함께 흉노와 싸우고 장성을 쌓으면서 부소의 얼굴은 찬 바람에 갈라 터지고 마음은 소슬한 바람에 슬픔으로 넘쳤으나 고달픈 군 생활을 하면서 흉금이 넓고 안목이 있는 사나이로 성장했다.
부소는 무원칙적으로 황제에게 아부하는 이사를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치도를 건설하라는 어명에 그렇게 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황제의 어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거기다가 몽염의 말까지 듣고 나니 부소도 더는 치도 건설을 반대하지 않고 적극 동참하며 방법도 생각해 냈다.
치도 건설에 불만을 토로하는 부소에게 몽염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치도가 건설된 후 만약 북쪽 변경지대에 전쟁이 나면 군사의 수송에서든 물자 수송에서든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몽염은 장병들에게 말했다.
“구원군(九原郡)에서 감천(甘泉)까지 이르는 이 치도는 장성처럼 협곡과 산 봉우리, 강물을 피해 구불구불하게 빼면 안 됩니다. 이 도로는 반드시 아무런 거침도 없이 곧게 천 리에 이르게 해야 합니다. 때문에 산을 가르고 협곡을 메우며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2천 리의 치도를 건설하는 것은 만 리 길이의 장성을 축조하는 것보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 해야 합니다.”
그로부터 다년간의 노력을 거쳐 공사를 마친 치도의 길이는 1,800여 리에 달했다. 몽염과 부소는 모두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날 저녁, 밝고 둥근 달이 변경의 망망한 하늘에 떠올랐다.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머나먼 북쪽 변경의 높은 장성 성루에 불어오는 밤 바람은 뼈를 에는 듯 차가웠다.
몽염은 성루에 올라 고쟁을 탔다. 쟁쟁하게 울리는 맑은 고쟁소리는 듣기 좋았지만 차가운 빛을 뿌리는 달빛 아래 광막한 변경의 관문에서 들으니 그렇듯 쓸쓸하고 슬프게 들렸다.
부소가 입을 열었다.
“그만 타시지요. 마음이 찢어지는 듯 너무 슬픕니다.”
그 말에 몽염은 고쟁 타기는 멈추었지만 두 손으로는 여전히 고쟁의 현을 쓰다듬었다.
부소가 말을 이었다.
“고쟁은 원래 죽황(竹黃)으로 만들고 모양도 축(築)에 가까웠으며 현도 다섯 줄밖에 없었는데 장군께서 오동나무로 몸통을 만들고 현도 열 두 줄로 고쳐 이제는 축보다 슬(瑟)에 더 가깝습니다. 장군께서 연주하시는 것을 들으니 음률이 훨씬 더 풍부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더는 5현의 대나무 고쟁을 연주하지 않고 장군께서 만드신 12현의 고쟁을 연주할 겁니다. 장군께서 만드신 고쟁은 장군께서 만드신 붓처럼 천고에 길이 전해질 것입니다.”
“내가 진필을 위해 쓴 <필경>은 붓을 제작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치도를 다 완수하면 <고쟁보(古錚譜)>를 써서 이 12현의 고쟁도 길이 전해지게 해야 하겠습니다.”
“장군께서 만드신 진필은 승상께서도 쓰십니다. 부황(父皇)께서 봉선서(封禪書)를 써서 태산(泰山)의 바위에 새기라 명하셨는데 장군께서 만드신 좋은 붓이 없었더라면 전서(篆書)체로 된 승상의 서예가 그렇게 신묘하고 독보적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공자께서는 승상의 인품을 공감하지 않으시지만 승상의 전서체는 확실히 이 세상에 대적할 자가 없고 그의 문장도 최고를 자랑해 나는 그의 발 밑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몽염의 말에 부소가 화를 내며 대꾸했다.
“그의 <간축객서(諫逐客書)>와 태산석각은 후세에 길이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후세 사람들은 반드시 그의 인품을 경멸할 것입니다. 이제 내가 보위에 오르게 된다면 가장 먼저 장군을 중용하고 그는 집에 돌려보내서 손군들과 놀며 노후나 즐기게 할 것입니다.”
이에 몽념이 급히 부소의 말을 막았다.
“공자께서는 이런 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황제의 신뢰를 받는 승상은 재능이 뛰어나고 세운 공도 커서 그 성망이 하늘을 찌릅니다. 저는 그와 비교하지 못합니다.”
“문장과 전서만 제외하고 장군께서는 모두 그를 초과하십니다. 장군의 인품과 재능, 무공은 누가 감히 비할 수 있겠습니까? 장군께서는 변경의 평안을 십여 년이나 지키면서 흉노를 벌벌 떨게 하고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심지어 장군의 적인 흉노마저도 장군께 감탄하여 마지 않는다면서요. 그들은 장군께서 몸에 신기한 황금 공을 지녔다고 알고 있고 또 토생금(土生金)이어서 장군의 몸만 이 땅을 떠나지 않으면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장군께서 흉노의 기습을 받아 중과부적으로 군사는 전부 전사하고 장군께서도 피를 흘리며 쓰러지셨는데 흉노족들은 장군을 존경해 장군을 땅에 묻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장군의 무덤을 쌓고 머리를 드니 장군께서 늠름하고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나는 듯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이 다시 무덤을 파헤치니 과연 장군의 시신이 없었고 흉노족들은 그제서야 장군이 불사의 신임을 알았다고 하지요.”
부소의 말에 몽염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수십 년을 전장에서 싸우다 나니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은 많지만 죽었다가 다시 부활했다는 것은 전설일 뿐입니다. 저도 피와 살로 된 몸뚱아리를 가졌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가치 있는 죽음이고 나라를 위한 죽음이라면 그 죽음 또한 두려울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
부소가 감탄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몽염 장군을 천하 제일의 용사(勇士)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장군과 같은 선비다운 용사를 가진 것은 진나라의 행운입니다. 장군께서는 진나라 장성의 영혼이십니다. 장군은 제가 평생 가장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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