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讀書)와 감상문(感想文)에 대하여
'책(冊)은 게으른 자에겐 파지(破紙)다'라고 한 말은, 시간이 딸려 책 읽을 겨를 없다고 핑계 대는 사람, 이 책이고 저 책이고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고 투덜대는 사람, 제 좋은 말만 골라 썼다고 쓴 소리하는 사람, 지금 어느 때인데 책 읽어하며 콧방귀 뀌는 사람을 지칭(指稱)한 한 말인 것 같다.
또 '책은 허풍 떠는 자에게는 장식품(裝飾品)이다'고 한 말은, 시간 없어 책 읽지 못한다는 사람은 기실 시간이 남아돌아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신문(新聞)을 두루 욕하면서도 신문을 보는 사람에게, 요즘 볼 책이 없다고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 독서는 안 해도 취미로 장서(藏書)하는 사람에게 해당(該當)하는 말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허물을 감추고 글 내용만 문제 삼는 사람이다.
따라서 '책은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무상의 보배(寶貝)다'고 한 말은, 책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읽는다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권(一券)의 책을 읽으면 그만큼 지식(知識)이 점차 쌓여간다. 본래 책은 사람을 수요하지 않지만 사람은 책이 수요 되기에 수 천 수 만권의 ‘책’을 꾸준히 읽어간다. 책이란 읽는 사람의 입장(立場)에서 책을 읽기에, 책을 이해하는 수준(水準)과 깊이 심지어 책의 내용까지 각자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즉 책은 책 읽는 사람에 의해 완벽(完璧)하게 탐독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되풀이해 강조(强調)하면 어떤 책을 읽는 가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과 인격(人格)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감수(甘受)를 받고 있는가? 과연 당신은 정말 당신 자신을 잘 읽어 가는가?
독서는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 독서문화가 꽃핀 것은 성리학이 들어온 후이다. 박지원(朴趾源)은 “독서를 하면 사(士)요, 정치에 종사하면 대부(大夫)이다.”라고 하였다. 사대부들은 평소 유가경전과 시문, 사서(史書) 등을 읽으며 교양을 쌓다가, 기회가 닿으면 나아가 정치활동을 하였다. 조선 시대는 중국에서 많은 서적이 수입되고, 국가적 편찬사업도 활발히 추진되었다. 또한 집현전(集賢殿), 홍문관(弘文館), 규장각(奎章閣) 같은 도서관 시설을 설치하여 관료 지식인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찍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였다. 집을 나가서는 천하의 뜻 있는 벗들과 사귀고, 집에 들어와서는 옛 성현(聖賢)들의 책을 읽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알다시피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오늘 읽은 책이 너의 미래다’라는 말도 있다. 자신의 소질(素質)이나 성향(性向)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다양한 경험치를 쌓으면 쌓을수록 더 수월해지고 정확해진다. 그런데 정작 20대 이전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직접 경험을 다양하게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독서는 수많은 간접 경험(經驗)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세상과 사람에 대해 깨닫고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내심(忍耐心)을 가지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의 문맥을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행간(行間)과 행간사이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 책읽기를 좋아했던 나도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인문학 서적을 만난 순간 멘붕에 빠졌다. 한글로 된 책을 읽는데도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문맥(文脈)을 파악할 수 없었다. '난독증(難讀症)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너 페이지를 붙들고 하루 종일 씨름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때 ‘책읽기’가 간단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맥을 이해할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도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독서(讀書)는 책이나 글 등을 읽는 행위.
독서는 사회적 소통 행위와 지식 창출 행위, 이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누어진다. 사회적 소통 행위로서의 독서는 독자가 글쓴이와 대화를 하는 것인 반면, 지식 창출 행위로서의 독서는 지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이만수(2001)는 비슷하게 독자의 내면세계에 변화를 가져와야만 바람직한 독서라고 주장했다. 영상 매체조차 구현(具顯)해낼 수 없었던 과거에는 문자와 필기구 등을 이용하여 책 형태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기 위해 강조되었다. 때문에 과거 문인들에게는 필수적인 행위였다.
책을 읽는 방법은 읽기의 목적을 적절히 생각하여 과정을 점검 및 조정(調整)하면서 글을 읽어야 한다. 글을 읽는 목적(目的)이나 글의 특성 등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독자는 읽기 목적에 맞게 읽는 방법은 무엇인지 적절하게 생각해보고 선택하여 읽기의 모든 과정에서 적당한 읽기 방법을 사용했는지 점검(點檢)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책을 읽는 방법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등의 각종 영상(視聽覺) 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독서 이외에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점점 책과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대비책(對備策)으로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책을 읽은 뒤 독서 감상문을 쓰게 하도록 하거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각종 서적을 전자 데이터화한 '전자 서적(電子書籍)'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를 교육이나 치료에 이용하는 경향(傾向)이 늘고 있다. 이 중 독서 교육은 독서를 통해 필요한 지식이나 능력, 태도를 익히는 것으로 독서를 통한 생활지도(生活指導)와 같으며, 독서지도는 독서 태도, 기술, 능력 등 독서하는 것 자체에 대해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둘을 흔히 혼용(混用)하여 쓴다. 그리고 독서상담이란 것도 있는데, 독서상담은 단순히 독서에 필요한 정보제공에서부터 독서를 통한 심리치유까지 포함한다.
유달리 독서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을 독서문제독자(讀書問題讀者)라 하는데 황백현은 독서문제독자를 문자 자체를 잘 읽지 못하는 독서곤란독자(讀書困難讀者)와 독해는 가능하나 독서 활동에 문제가 있는 독서이상독자로 나누었다. 이를 다시 분류하면 읽기곤란독자는 전체적인 지능저하로 인한 읽기지친독자와 지능은 문제없는데 독해력(讀解力)만 떨어지는 읽기부진독자로 나뉘고, 독서이상독자는 독서에 흥미와 관심이 유달리 없으면 독서무관심독자(讀書無關心讀者)로, 흥미와 관심은 정상이나 방법과 태도에 문제가 있으면 독서태도이상독자(讀書態度異常讀者)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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