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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오직 가을에만 미소를 짓는다

一字師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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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은 오직 가을에만 미소를 짓는다

문경새재에서 본인이 찍은 단풍

 

오, 가을의 미소이냐? 오, 미소의 가을이냐?

 

단풍(丹楓)은 미소한다. 서리 속의 단풍은 미소한다. 붉고 눌고 푸른 단풍은 미소한다. 추풍(秋風)에 낙엽 지우며, 그러나 단풍은 오직 가을에만 미소(微笑)한다.

 

저기 추운 곳, 겨울의 추운 곳, 차디찬 겨울의 냉혹(冷酷)한 추운 곳으로 단풍은, 서리 속의 단풍은, 붉고 눌고 푸른 단풍은, 바람에 불려 발가벗은 알몸의 가지를 두고 단풍은 미소하며 간다. 설한풍(雪寒風)에 해묵을 철갑(鐵甲)을 두른 줄기를 두고 단풍은 미소하며 간다. 오곡백과 향기(香氣) 그윽할 주렁주렁 열매를 남겨두고 단풍은 미소하며 간다.

 

동장군(冬將軍)의 얄궂은 추위 아래서 낙엽(落葉)이 진토(塵土) 될 단풍은 아니 죽고 미소 짓는다. 숨을 쉬지 않을 단풍은 잘 안다. -겨울 가면 봄 오거늘...

 

단풍은 후회(後悔)를 모른다. 언 땅에 몸을 묻고 차디찬 적설(積雪)에 얼어붙을 단풍은 미소 짓는다. 단풍은 언제나 침묵(沈默)한다. 묵묵히, 묵묵히 그것은 단풍이 말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숨 없이, 말없이 미소를, 밝은 미소 짓고 -새 생명 탄생 축복(祝福)하기에...

 

단풍은 미소한다. 서리 속의 단풍은 미소한다. 붉고 눌고 푸른 단풍은 미소한다. 추풍에 낙엽 지우며, 그러나 단풍은 오직 가을에만 미소한다.

 

오, 미소의 가을이냐? 오, 가을의 미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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