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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山集 上卷 (1~251) 水山 趙鏞旭

一字師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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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山集 上卷 (1~251) 水山 趙鏞旭

水山集- Top 100件水山集- 2024年6月更新- Taobao

水山集 上卷 (1∼251)

水山 趙鏞旭(壬戌1922.3.29∼庚寅2010.6.23)

 

我齡八十又三兮 내 나이 팔십하고도 셋이네

手戰眼昏神亦迷 손 떨려 눈 어두워 정신마저 헤매이네

意慾不勝遺翰跡 뜻은 넘쳐 이기지 못해 적은 글을 남기네

雖勤字劃亂無齊 글자 부지런히 긋는데 가지런함 없고 어지럽네

 

自初步(五十代初)順記 첫 걸음(50대초)으로부터 순서대로 적어

至于今故可考詩之 지금에 이르니 그래 살펴볼 수 있을 터 시로

發達並移住跡矣 피어나감에 아울러 옮겨 산 자취를

 

 

1. 辨水山(壬子) 수산(호)을 밝힌다 壬子 1972년 51歲

士樂元來水又山 선비 좋아함에 으뜸 쳐 옴은 물이며 산이라

凡夫共趣孰相關 여느 사람 같이 즐겨 누가 뭐라 하리요

恒思餘慶富疆土 늘 생각에 경사 남아돌고 나라 잘살기를

且勉知仁法水山 또한 힘써 어짊 깨치니 산수가 법이로다

汨沒世塵應果報 세상일에 빠져 묻혀 인과응보 마땅하고

辛酸荊棘是非患 신산형극 고생함을 걱정하지 않음이다

振衣濯足眞吾意 옷을 털고 발을 씻음 참으로 내 뜻이니

望也優遊老彼間 바라건대 잘 지내기 늘그막에는

 

 

2. 辨水山(壬戌) 수산(호)을 밝힌다 壬戌 1982년 61歲

註 壬戌生朝改吟 임술년 아침에 고쳐 읊다

士樂元來水又山 선비 좋아함에 으뜸 쳐 옴은 물이며 산이라

凡夫共趣孰相關 여느 사람 같이 즐겨 누가 뭐라 하리요

至誠勤勉爲家訓 지성으로 근면 하라 집안 위해 가르치고

學智行仁訂性頑 슬기 배워 어짊 행해 꽉 막힘을 고치리라

汨沒世塵應果報 세상일에 빠져 묻혀 인과응보 마땅하고

辛酸荊棘是非患 신산형극 고생함을 걱정하지 않음이다

振衣濯足眞吾意 옷을 털고 발을 씻음 참으로 내 뜻이니

望也優遊老彼間 바라건대 잘 지내기 늘그막에는

 

 

3. 癸丑初夏 계축 첫여름 癸丑 1973년 초여름 52歲

仲兄患稍瘉 작은 형님 병환이 조금 나아지네

何伯一無書 어찌해 큰형님은 글 한줄 없나

春送看雲裡 봄을 보내며 뜬 구름을 보네

更添數皺虛 다시 더한 주름 몇에 허전하기만

 

 

4. 與南相敦敎授 남상돈 교수에게 주다 癸丑 1973년 52歲

秋江後裔漁溪孫 추강 후예와 어계 손자가

隣住四時烏鷺鬪 이웃해 살며 만나면 흑백다툼(오롯 싸움, 바둑)

同志古賢守節忠 뜻 같은 옛 선현 절개 지킨 충신인데

今人何事好相鬪 오늘사람 어떻게 서로 싸움 좋아하나

註 生六臣(秋江 南孝溫 漁溪 趙旅 金時習 成聘壽 元昊 李孟專)

 

 

5. 偶吟 一 우음 1 癸丑 1973년 52歲

古來稱士者 예로부터 일컬어 선비라는 이

殆被害於寃 위태로워 원통한 해를 입으나

恒直容邪不 늘 곧아 어긋남을 담지 못해도

良由氣節尊 어질기에 절개로 받들게 되네

 

 

6. 偶吟 二 우음 2 癸丑 1973년 52歲

世移風變換人情 세상 옮겨 풍속 바꿔 인정마저 달라지니

時得俳優行勢榮 때를 얻은 배우들 행세 또한 대단하다

來演所聞如此輩 들려오는 소문이란 이들 무리 같아서

死生決斷啞吁聲 죽기 살기 한다하고 아우성인가

 

 

7. 韓國獨立運動巴里長書碑建立紀念詩 1973년 가을 52歲

光復以書圖達成 붓으로 광복을 이루기를 꾀하여

士林心血綴公明 선비들 심혈로 공명을 꿰매니

及傳巴里平和會 파리 평화회의 알릴 수 있었고

始布吾韓舊國名 우리대한 옛 이름을 비로소 퍼트렸다

獨立抗爭何盡說 독립위해 맞서 싸움 말로 어찌 다할까만

諸賢魂魄尙今生 여러 선현 혼백은 아직 살아 있음이라

勒功威屹獎忠麓 공적 새겨 우뚝 세워 장충록에 서리게 해

瞻仰世人恭表情 세상사람 우러러 받드는 뜻 표하리

註 巴里長書:파리세계평화회의 1909년독립청원서 유림대표 137인

 

 

8. 家尙無電視(TV) 집에 아직 TV없어 癸丑 1973년 52歲

許多播電視 많이도 테레비는 퍼져 있는데

唯獨我家無 오직 홀로 없으니 우리 집에는

世俗猶難信 세상 풍속 오히려 알리기 어렵다고

官員課稅圖 관청일 하는 이 세금 물릴 꾀겠지

 

 

9. 九月蓬山吟社韻 봉산음사 운으로 癸丑 1973년 9월 52歲

元來知淺識囊空 원래 깨침 얕아서 앎 주머니 비었고

試咏推敲佳句窮 읊어보고 고쳐 봐도 좋은 구절 못내네

經夏登山尋海水 여름 지내며 산 오르고 바다 찾으나

當秋賞月挹淸風 가을 맞으니 달도 보고 바람도 맑다

後陵荻穗加霜白 뒷동산 갈대이삭 서리 내려 하얗고

前宅石榴似火紅 집 마당 석류열매 불이 난 듯 빨갛다

無咎拙生今未熟 때 묻지 않은 저는 아직은 익지 않아도

尙存年富拾螢中 오히려 남아 햇수 채워 반짝임을 얻으리라

 

 

10. 世界女子卓球大會優勝 세계여자탁구대회우승 1973년 52歲

卓球制覇于天下 탁구로 세계를 제패함이니

地上萬邦宣國威 나라의 위세를 만방에 떨침이다

驚也大韓娘子力 놀랍구나 대한의 딸들의 힘이

爾功燦爛無窮揮 너희 공 찬란함은 무궁함이다

 

 

11. 十月吟社韻 10월 음사 운으로 癸丑 1973년 10월 52歲

此生過艾反思深 이 삶 지남 쑥일지나 도리어 생각 깊고

將樂風流欲送陰 풍류를 즐기려고 그늘짐을 보내려네

覓句沒頭憂自散 시구 찾아 머리 싸매 근심 절로 흩어지고

看書專念興難禁 책 보느라 마음 쓰니 흥을 막기 어려워라

相逢對酌怡顔發 서로 만나 마주 마셔 기쁜 얼굴 피어나고

互勸情杯執爪沉 주고받는 정든 잔에 매인 일은 가라앉네

南國小春爽氣滿 남쪽나라 작은 봄 시원함이 가득하고

一堂盛會可融心 한 집을 채운 모임 마음까지 하나일세

 

 

12. 甲寅初正 歲拜于昇洞 侇叔許一泊 歸釜時寄稿 53歲

갑인년 정월에 주지골에 세배 가서 이모부가 하루 묵게 해

부산에 돌아와서 부쳐드림

天心姨我叔 하늘같이 순진한 우리 이모 아재

屢代孤寒門 여러 대로 외로워 쓸쓸한 집안

不無曾抱負 일찍이 품은 뜻이 없지 않으나

豈有今歎怨 어찌해 한숨 원망 이제야 있나

爭怒未聞見 다툼과 화냄은 듣도 보도 못했고

篤實恒寡言 독실하여 언제나 말 수도 적었다

富貴本非願 부하고 귀함은 본디 바램 아니니

但望繁子孫 다만 바라건대 자손 번창하기를

 

 

13. 姨叔門上有大書 黙庵幽居押魚 問故則晬宴時受號

而無詩也 歸釜作寄稿 이모부 문 위에 큰 글이 있어

“말없는 암자에 그윽이 살아 물고기를 누르네.”

(∵물고기는 벙어리) 까닭을 물으니 환갑 때 호를 받았으나

시 한수 없었다하여 부산에 돌아와서 시를 지어 부쳐드렸다.

寡黙靜翁時看書 말없이 고요한 노인 글을 볼 때면

悠然自適送居諸 유유자적 살면서 보내는구나

搖籃志學唯斯地 어렸었고 배웠으니 오늘이 되었고

老大優遊亦此閭 나이 들고 지나옴에 또한 이곳이라

有事善隣間接又 일 있어 좋은 이웃 옆에다 두고

荷鋤消日或潛廬 농사일로 날 보내고 집에 들구나

孰知長抱生平願 누가 알리요 오랜 포부 평생소원을

家道洋洋德業餘 집안 앞날 넓어서 쌓은 덕이 남기를

 

 

14. 甲寅初正歲拜于藪谷姊兄時上呈 甲寅 1974년 정초 53歲

갑인년 정초에 늪실 자형께 세배하러 갔을 때 자형께 올림

人說天心子 남들 말하길 하늘마음 가진 이

篤勤我姊兄 두텁고 부지런한 우리 자형 말이다

寤思前圃種 깨면 생각이 텃밭에 무얼 심지

夢念後田耕 꿈에도 걱정에 뒷논은 언제 갈지

常處唯仁愛 가는 곳 언제나 오로지 인애이고

每謀必至誠 하는 일 마다엔 반드시 지성이니

竟通于上帝 마침내 통했구나 하느님께도

蒙惠得延生 은혜를 입으니 삶을 이어 받았구나

註 數年前 姊氏謂余曰 姊兄命壽如何 我答則不越古稀也 而現七十二才矣

몇 년 전 누나가 내게 일러 말하길 자형수명은 얼마나 되겠나 해서

내 대답이 70은 넘지 않을 거라 했는데 현재 72세이다

 

 

15. 祝紅衣將軍銅像建立寄稿 (考評優作) 乙卯 1975년 봄 54歲

홍의장군 동상 건립에 원고를 부침 (심사에서 우수작)

神策衝西電擊東 신기한 책략 서쪽을 찌르다 번쩍 동쪽을 치니

寇倭魂魄散虛空 왜적은 허공에 혼비백산 하네

赫功扶國振忠節 빛난 공훈 나라를 받치고 충절을 떨치고

偉績安民起義風 훌륭한 업적 백성은 편안하고 의풍을 일으키다

平亂任完幽物外 난리 평정에 할일 다함이 물건 밖에 숨어 있고

見危授命刻心中 위태함 보고는 사명 받음 마음 깊이 새기었다

到今建像由追慕 오늘 이르러 동상 세움은 기려 따르려 함이고

天降紅衣萬古紅 하늘이 홍의를 내림은 만고를 붉게 함이다

 

 

16. 白鷺 서울心性情硏究院韵考評優作 甲寅 1974년 8월 53歲

백로 서울 심성정연구원 운으로 심사에서 우수작

雪衣霜項化身淸 흰옷에 하얀 목에 몸이 맑구나

幾有眞知正爾生 얼마나 너희 삶을 제대로 알까

廉潔雅遊唯士貌 깨끗해 우아하니 오롯한 선비

孤高閒淡乃吾情 고고해 한가하니 그것은 내 뜻

白蓮塘上一拳足 하얀 연꽃 연못위에 발하나 들고

靑草湖邊數呌聲 푸른 풀 호숫가에 소리 몇 번 지른다

鷺鷺可憐公子象 백로는 백로라서 가련한 공자

爲君令我若何盟 그대 위해 나로 하여 어찌하란 말인가

 

 

17. 追悼陸英修女史 육영수여사를 추도함 1974년 연말 53歲

臨急若山超死生 급함에 닥쳐 산처럼 죽고 삶을 넘어서

凜然殉烈一無聲 늠름히 순열함에 소리 한번 없었다

懿模女史積功塔 아름다운 여사모습 쌓은 공은 탑이 되고

獰猛赤仇圖略城 사나운 적도 모짊 그린 꾀는 성이 되네

槿域維新知日月 나라를 새롭게 함 해와 달이 알고 있고

當身遺德感神明 당신이 남긴 덕은 신명이 느낌이라

暫休國失賢慈痛 나라 현자 잠시 그쳐 잃어버림 아픔이나

聞達萬邦揮擅名 세계만방 들려 닿아 휘날릴 이름이라

 

 

18. 又 追悼陸英修女史 육영수여사를 추도함 1974년 53歲

愛民慈善献全生 자애로운 베풂 바침 삶의 모두요

遺德謳歌擧族聲 남긴 덕을 노래하니 온 겨레 소리라

光復慶筵何汚席 광복절 경사자리 어찌 더럽히고서

凶彈挑發敢侵城 흉탄의 터뜨림을 감히 들이치는가

可憎倭助江山識 밉구나 왜인 도움 강산이 알고

當戮赤謀天下明 꼭 죽일 괴뢰 꾀함 천하가 밝힐 터

悲痛難忘乘歲月 슬프다 못 잊는다 세월이 가도

必存冥福且華名 명복에 화명까지 반드시 있으리

 

 

19. 次翠岡許政烈回婚祝詩 취강 허정렬의 회혼 축하 시로

祖宗遺德感之天 조상이 끼친 덕을 하늘이 알고

二姓合心積累年 부부가 마음 붙여 오래 쌓으니

應識如斯餘慶報 이처럼 알아서 경사를 알리고

當誇盛此晬婚筵 자랑하니 성대히 회혼잔치를

爺孃琴瑟和傳福 아버님 어머님 금슬로 복을 전하고

寶樹繁榮如續緣 보배나무 번영 열려 인연을 잇네

享有難而容學道 누림은 어려우나 도 배움은 쉬우니

平凡秘法世承連 다 아는 비법으로 세상에 이어오니

 

 

20. 祝韓國漢詩協會創立 한국 한시협회 창립을 축하하며

誕生詩協慶吾東 한시협회 탄생하니 우리나라 경사일세

盡瘁諸賢遠謝中 여러 현자 애씀 있어 감사하네 멀리나마

將見鷗盟於學海 보겠구나 갈매기 벗해 배움의 바다에서

能望紙貴與新風 바라겠네 글을 귀히 새 바람에 더불어

共崇龍德詞源易 같이 함께 덕을 높여 글의 원천 쉬워지고

相互仁知言志通 서로 마주 앎 베풀어 말도 뜻도 꿰어보자

天下愛吟同趣士 천하가 시문 아껴 선비 즐김 같이하고

養培斯會續無窮 이 모임 키워 돋아 끝도 없이 이어가길

 

 

21. 願南北統一 남북통일을 바라며 乙丑 1975년 봄 54歲

何月何時何歲年 어느 달 어느 때 어느 해에

江山南北撤藩連 강산을 남북으로 갈라 친 울을 거둘 것인가?

不觀奈死金剛景 어찌할꼬! 죽어 금강산 절경을 못 보는 것을

未訪豈生浮碧邊 어찌하면 살아 부벽루 강변을 찾지 않을까?

骨肉相殘烏有事 골육이 서로 해쳐 아! 있는 일인가!

同胞反目苟無緣 동포가 돌아 앉아 정말 이음이 없음인가!

是非成敗莫相執 옳고 그름 이루고 무너짐에 서로 지님 없음이

檀祖白衣其本然 단군시조 백의백성 그 근본이 그럴까?

 

 

22. 次回甲頌壽義石朴重勳 의석 박종훈의 회갑에 장수 기리며

仁而享壽法之天 어질고도 장수 누리니 법은 하늘이라

義石雅翁當晬年 의석 우아한 늙은이 마침 돌 되는 해네

德業行文高處士 덕 쌓는 일 글로 하는 높이 머문 선비

裕餘自適里閻仙 넉넉히 남아 절로 즐기는 마을안의 신선

洋洋家道衆羨望 넘실넘실 집안은 모든 이의 부러움 되고

藉藉孝誠世保全 깔고 깔린 효성은 세상에 제대로 지킴이라

駘蕩陽春方好節 무르익어 볕바른 봄날 바야흐로 좋은 시절

遙吟頌壽祝華筵 길게 읊어 오래 삶 기리는 멋진 잔치 벌렸다

 

 

23. 次靑岡金炯達壽韻 청강 김형달의 회갑운으로 1975년 54歲

定心修行幾經春 마음먹고 닦고 행해 봄이 몇 번 지났을까

回甲靑岡見性人 갑자 다시 돌아 청강이니 바탕 아는 사람

忠孝旌閭華閥後 충효 기리는 마을 빛난 가문 후예로서

濟生仁術潤吾身 생명 건지는 의사되니 우리 몸을 돌보네

芝蘭彩舞和香滿 향기 풀 빛깔 춤에 향기 가득 어울리고

文士頌詩雅興新 글 하는 이 시로 읊어 흥이 나게 아름답다

莫問斯翁何享壽 묻지 마소 이 사람 얼마나 오래 누릴지를

只慈仁德且兼眞 다만 사랑으로 어진 덕에 참됨도 아울렀소

 

 

24. 東岩齋記 동암재 기문 乙丑 1975년 54歲

어버이 섬김을 큼이라하고 조상봉사를 극진이 함은 자고로

이 강산의 전통양속이요 자랑인데 우리 비실 고사 察訪公 이후

여태껏 선실 없음은 실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로다.

대대로 우여곡절과 고심초사 끗에 마침내 一九七二년 묘사 때

白岩집안과 합의하여 이듬해봄 東村에 짓기로 정하니

財源이란 산중 小宗土 한필뿐이라 그 代錢은 다만 몸채

기본자재구입에 근근 충당하였고 鏞道 鏞武형제 대지를

제공하고 鏞贊都監과 목수를 전담하고 鏞燮미장 鏞大서무등

온 집안이 혼연일체 되어 오직 열과 성으로 이 역사를

감당하니 어찌 祖宗도 무심하시랴 時得人應하여 자재구입에도

절묘를 기하였으며 원근일가척당은 물론 타인까지도 물심양면의

협찬을 아끼지 않았도다.

세상에 재실도 많으나 類萬不同이라 통예격식도 없이 이나마

오직 피와 땀을 기우린 진정 貧者一燈格이요 세상변천에

儀禮改革을 참작하여 다목적으로 유서 깊은 토착지 안에

小屋을 세워 東岩이라 이름 하니 有念者 허물 말고 後生者

아껴서 가꾸어 기리 有用할지로다.

(某 文章家曰 行雲流水 天衣無縫之格也)

(모 문장가 일러 구름 가고 물 흘러 꾸밈없는 격이다)

 

屢代經營斗屋成 여러 대를 살아오며 조그만 집을 지으니

祖孫祐勉正分明 할아비 손자 도와 힘써 바른 나눔을 밝히네

豈望輪奐足於用 어찌 바래리 크고 성대함을 쓰임에 만족하면서

唯愛小齋誇所淸 오직 아끼리 작은 재실이나마 깨끗함 자랑하자

逸貌伯夷瞻仰坐 숨은 풍모 백이산을 우러러보며 자리하고

沃郊七鉢眼前橫 기름진 들 치바다를 눈앞에 가로 놓았네

看根緣故百餘載 뿌리 지켜 이어온 백년 남짓 까닭에

始見吾門漸向榮 비로소 보이네 우리집안 나아가 꽃이 필 때가

乙卯 八世後孫 鏞旭지음

註 察訪公(從六品) 21代 趙傑望(1670∼1740) 宣務郞

동암재: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소재

 

 

25. 次飛泉田先生竪碣韻 전비천선생 비석을 세움에

竪碑先文好時秋 선현의 글 비석 세움 좋은 때인 가을에

立地佳城茀峙頭 서 있는 땅 좋은 자리 풀 우거져 우뚝해

一代名儒如此顯 한 시대 이름난 선비 이처럼 드러나는데

八枝誠孝更何求 가지 여덟 모운 효성 어디서 다시 찾을까

傳聞古宅多遺跡 내림 있는 오랜 집엔 남은 자취 많은데

希望拙生暫訪遊 바래 보는 이내몸은 잠시 들러 볼 뿐이다

伏禱明堂冥福外 엎드려 빌은 명당자리 명복과는 따로이나

友情蔭德共長流 사귄 뜻도 음덕 되어 함께 길게 흐르네

 

 

26. 浦項石油湧出 포항에 석유가 솟음에 丙辰 1976년 봄 55歲

傾邦黑寶正時逢 나라 기울여 검은 보석 바로 이때 만나니

方欲現身快破封 마침 몸을 드러내려 쾌히 깨고 봉하네

富强唯存今汝産 부강함은 오직 있나니 이제 너희 나옴이고

食生只在永吾農 먹고 삶은 다만 있으니 오랜 우리 농사라

靈區浦項來儀鳳 영험한 곳 포항에서 봉황 거동 했으니

祥域大韓躍動龍 상서론 땅 대한에는 용이 솟아오르리라

積苦檀孫望總集 어려움 딛고선 단군자손 희망 모두 모우고

籲天無盡埋藏濃 하늘 부르길 다함없어 묻혀있길 가득해라

 

 

27. 偶吟 우음 子起風波苦楚勘當後 丙辰 1976년 가을 55歲

아들이 일으킨 풍파에 고초를 겪은 다음

空手來空手去兮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꺼라

浮生瞬息自忙奚 떠도는 삶 잠깐인데 바쁘다 할 껀가

一歸埋骨北邙後 한번 가서 뼈 묻어 북망에 나앉으면

寂寂空山月色迷 쓸쓸한 빈산에는 달빛마저 헤맬 꺼라

 

 

28. 挽大廳洞舍頓 대청동 사돈을 애도하며 1976년 겨울 55歲

患報每聞懇切情 환우 알리어 들을 때마다 뜻만 간절하더니

謝塵駕鶴此長程 진세 물리고 학을 타니 이는 먼 길 떠남이라

添生只禱冥福厚 삶에 붙여 다만 비나니 명복이 두텁기를…

公且蔭施自玉京 공은 앞으로 음덕 베풀어… 옥경에서나마

 

 

29. 次松岡朴在文古稀筵韻 송강 박재문의 고희연 운으로

多福松岡過古稀 복도 많아 송강은 고희를 지나네

美哉矍鑠壽增巍 아름답다 건장함 나이 더해 솟아가네

早修吾道誠心奉 일찍 닦은 우리 길에 마음 쏟아 받들어

晩好敲推趣味依 늦게도 고치길 좋아 취미라며 기대네

賢室協和供酒食 어진이 사는 집 어울리자 술 안주 내고

芝蘭養志舞斑衣 향기론 뜻 키우자 얼룩 옷에 춤을 추네

漢拏仙氣盡呑裡 한라선인 기운을 집어 삼켜 버렸으니

不老長生享莫違 늙지 않고 오래 사는 누림일랑 어김없네

 

 

30. 輓泰東安鍾宣丈 태동 안종선 어른을 애도하며

篤實先生安泰東 독실한 선생이던 안태동께서

飄然駕鶴一隅空 표연히 학을 타곤 하늘 한쪽을

曾勞光復遺奇蹟 일찍이 광복노력 놀랠 자취 남기고

晩勉績文立廣功 늦게야 글을 쌓아 넓은 공을 세웠네

失主釜咸欣慕稧 주인 잃은 부산 함안 기쁨기려 제지내고

亡燈吟社慟悲同 등불 꺼진 음사에는 비통함에 같이하네

客生無福鄕儒逸 나그네로 복이 없어 시골 선비 숨었으나

從此公儀何處逢 이를 쫓아 공의 거동 어디 가면 만날까요

 

 

31. 遊太宗臺 丁巳春 태종대에 가서 丁巳 1977년 봄 56歲

我好是臺 山水兼全 容易尋訪 能足我趣也

내가 이 대를 좋아함은 산수가 아울러 완전하고 찾아가보기

쉬워 내가 즐김에 능히 족하다

杜鵑初發節 두견새 처음으로 우는 계절에

始訪太宗臺 비로소 찾아오네 태종대산수

迷惑水山漢 아찔히 빠져드네 수산사나이

今年幾度來 올해엔 몇 번이나 오게 될는지

 

 

32. 三辰日與朋遊太宗臺 삼신일(해달별) 친구와 태종대에 가서

咆哮崖下怒濤聲 울부짖는 절벽아랜 성난 파도 소리로

狂舞轉山萬樹鳴 미쳐 날뛴 산을 돌아 나무 위의 울림이

壯景此臺唯賞得 웅장한 이곳 경관 오직 즐김 얻음에

三辰伴友太宗行 삼신날 벗 더불어 태종대를 가네

 

 

33. 又 친구와 태종대에 가서 丁巳 1977년 56歲

重建太宗寺 다시 세운 태종사(절 우두머리)

翼然新綠中 날개 편 듯 푸르름 속에

四方無塞境 사방으로 막힘없어

任訪共人風 마음대로 드나드네 사람도 바람도

 

 

34. 遊聖知谷公園 성지곡 공원에서 丁巳 1977년 봄 56歲

丁巳中伏翌日則大暑 與成陽谷炳佑尹大龍顧問

정사년 중복 다음날이 대서이다 양곡 성병우 윤대룡 고문과 함께

一入深陰自汗収 깊은 그늘 발들이니 절로 땀이 걷혔소

溪間幽景遠塵區 골짝사이 그윽한 볕 먼지세상 멀어지고

伏中仙境聖知谷 무더위 속 신선세계 성인이 아는 계곡

期約知音滌暑遊 알아주는 벗 하자고 더위 씻고 놀아요

 

 

35. 又 성지곡 공원에서 丁巳 1977년 봄 56歲

佳朋酒旨綠陰深 좋은 벗 술맛 나니 녹음이 깊어

三伏納凉滿喫今 삼복에 서늘함을 한껏 마신 이제

遊境聖知如此好 성지곡 계곡놀이 이처럼 좋아

興餘一詠恨無琴 흥겨워 시 한수 안타깝네 거문고 없어

 

 

36. 遊九德公園 구덕공원에서 晩夏與專友會一同

늦은 여름 전우회일동과 함께

遮天覆地萬喬杉 하늘 가려 땅을 엎어 삼나무는 높고 많아

仙境自成遠俗凡 선경을 절로 이뤄 세속 일이 멀어지네

專友一同遊九德 오롯한 벗 한 모임이 아홉 가지 덕에 놀아

情談餘醉篤親咸 정든 얘기 취하도록 친함이 모두 두텁구나

註 專友會: 專賣廳 근무를 같이한 이들의 모임

九德公園: 부산시 서구 대신동 소재

 

 

37. 九月專友会場突變于成陽谷家故則其生朝也卽吟而尹顧問書之與

9월 전우회장이 성양곡 집으로 갑자기 바뀌어 그날아침 즉석에서

읊어 윤 고문께 써주었다

今朝陽谷晬 오늘 아침 양곡의 환갑날이라

專友會而知 전우회 회원이 알았음이니

嗜酒天眞子 술판 벌렸네 천진난만 아이들

爲翁自此時 늙은이 위하여 오늘 이 자리에서

 

 

38. 遊泰陵 태릉에서 戊午 1978년 여름 57歲

勿失好機遊泰陵 좋은 기회 잃지 말자 태릉을 돌아보자

萬頃深綠果名勝 엄청 넓은 깊은 푸름 그야말로 이름난 곳

継妃葬㨿過多地 이은 왕비 묻혔으되 지났구나 여러 세상

活用育成邦體能 살려 쓰니 키움 이뤄 나라체육 할 수 있게

註 傍有國家選手訓練院 곁에 국가선수훈련원(태릉선수촌)이 있다

 

 

39. 祝金太甲壽筵 김태갑의 회갑을 축하하며 1978년동짓달57歲

壽星燦耀釜西頭 장수별이 빛나네 부산 서쪽 머리에

祝賀朋筵會友流 축하하는 벗 자리에 모임친구 휩쓸리네

四海蓬桑餘壯氣 사해를 품으려는 씩씩함이 남았고

一輪因果解塵愁 인생에 그래서그런 티끌 미련 풀리네

治家續孝恒爲本 다스려짐에 이은 효도 언제나 근본 되고

在世求仙自不謀 세상에 신선 찾아 스스로 꾀함 않네

愛日賢郞深善禱 날 아끼는 어진사람 참으로 잘도 빌었구나

春風無限此年遊 봄바람 끝도 없이 올해를 노다 가세

 

 

40. 斷念波頭麻雀戲 마작놀이 끊으며

一時沉誤戲 한 때 빠져 즐긴 놀이

今覺不爲常 이제야 알았으니 늘 할 게 아니라고

咀嚼詩書味 씹고 씹어 시서를 글맛 나도록

是眞吾所行 이게 바로 옳거니 내 할 바이니

 

 

41. 維歲次 己未四月癸未朔 拾八日庚辰은 西紀一九一七年

則 丁巳年에 發足한 東村貯蓄稧 紀念表石除幕日也

後孫 代表 趙鏞旭은 삼가

顯 諱 趙性字九字氏之靈 (以下 十一氏 略)

前에 一杯薄酒로 再拜 告侑曰 自古로 사람은 이름 남김이

願이라하였거늘 多幸히 갸륵하신 先祖諸位가 在世時 맺고

남겨두신 貯蓄契가 于今尙存하는지라 後生들이 當時 勤儉의

精神과 親睦之誼를 永久히 기리고저 여기 微誠을 모아

小表石을 세우고 簡略한 祭需를 올리오니 여러 尊靈께서는

生前과 같이 誼좋게 歆饗하시옵고 이 마을과 後孫들을

기리 살피소서

註 趙性九我祖而契員中最年長也

조성자구자는 내 할아버지인데 계원 중 가장 연장임

 

 

42. 己未初秋省墓兼伐草行

성묘와 아울러 벌초하러 가서 1979년 초가을 58歲

伯夷溪玉水 백이산 낙계골 맑은 산골 물

魅惑我心神 홀려 끄는구나 내 마음 홀랑

伐草歸途浴 벌초하고 가는 길 멱을 감으니

蘇生勞汗身 살아나는구나 땀 흘린 몸이

註 伯夷山 樂溪谷 : 曾祖父 曾祖母 生祖父 生祖母 墓所

 

 

43. 秀仁天然色寫眞對吟(生後六日)

수인이 칼라사진을 보고 (생후6일)

羔耶非是初生雛 새끼양인가 아니 갓난 병아리이다

造化天眞總在吾 조화로 천진함이 모두 내게 있는가

世上奇珍雖集合 세상에 진기함을 모아 붙일지라도

面之不厭外君無 바라보아 싫지 않기 요놈 밖에 없구나

 

 

44. 庚申春東岩齋落成柱聯 동암재 낙성 주련 1980년 봄 59歲

至誠勤勉種仁兼 정성 다해 부지런히 힘씀 어짊 심어 아우름

家道歡賓俎豆嚴 집안 다스려져 기쁜 손님맞이 엄숙한 제사

七鉢五峯漁祖訣 치바다 들판 다섯 봉우리 어계할아버지 비결

伯夷靈氣四時添 백이산 신령기운 사시사철 더해간다

 

 

45. 東岩齋落成告由文 동암재 낙성 고유문

累歲經營迺察訪公 여러 해 지내옴에 비로소 찰방공의

雖其貧弱祭室旣成號 비록 빈약한 제사집이나 이미 이름을

爲東岩將欲時享奉 동암이라 지어 앞으로 시향을 이 재실에서

于此齋擇卜今日 봉행하려 하옵기에 날을 받아 오늘 이로서

玆以落成伏惟尊靈 낙성을 합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존령께서는

以爲世俗應時陟降 세상시속에 맞다 여기시고 오르내리시며

以憑以休長 기대어 오래 쉬시고 먼 후손으로

使仍孫被蔭益昌 하여금 날로 번창하는 음덕을 입게 하시옵소서.

時惟晩春不勝永慕 때는 늦은 봄 길이 기림을 이기지 못해

謹以淸酌庶羞恭伸 삼가 맑은 술과 음식을 바치며

告辞尙 饗 글로 아뢰니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46. 與裵点道作號謂石軒(姨從妹弟)

배점도(이종 매제)에게 석헌이라 호를 지어 주며

石軒堅且遠 석헌은 굳건하고 원대하다

君性亦如然 그대 성품 또한 그런 것 같다

自古長存者 예로부터 오래 지키는 이는

擧皆屬此焉 다 들어도 이에 속한다.

 

 

47. 與隣家面識子(光山金哥云)

이웃집 얼굴 아는 이(광산 김가)에게 주다

丙辰居士善陰陽 병진생(1916년) 거사라 음양을 잘한다기에

問卜應談其日常 점에 대해 물으니 하는 말이 예사라

唯物世情雖物好 오직 물질 세상인정 물건만을 좋아해서야

莫忘儒子本流芳 잊지는 말라 선비의 근본 흐름 꽃다움임을

註 厥曰其業哲學家所謂廣讀漢文也 我直問一首爲乎 則對曰

可以我倍云 看得虛風然 不追窮一日餘談席 如右吟則赧面黙黙不答也

그 말이 그 업은 철학가며 이른바 한문을 넓게 읽었다한다

내가 바로 한수되게 물으니 대답이 내 곱이 되게 말하는데

보니 허풍인 것 같다 추궁하지 않고 하루는 이야기자리에서

위와 같이 읊으니 얼굴을 붉히며 묵묵히 대답이 없다

 

 

48. 祝韓松溪聖祚壽筵 송계 한성조의 회갑을 축하하며

回甲休祥自古風 회갑은 행운이라 예로부터 풍습이

同庚偕老况雙逢 동갑이 해로하니 더구나 곱절 맞네

時方向日奚將花動 때는 바야흐로 나아가 앞으론 꽃이 필터

日後前增定福豊 날지나 더해가니 반드시 복이 가득

誠孝爺孃壽母奉 효성스런 부부는 장수모친 모시고

丹衷諸子兩親崇 간절한 여러 아들 부모님을 받드네

仁家厚備廣招請 어진 집 두터워서 널리 불러 앉히니

遠近賀賓來祝融 멀고 가까운 축하손님 모여 어울린다

 

 

49. 上松溪族祖性智 三乎李仁燮 重山文泰瓘 勉軒族光濟

송계 조성지 삼호 이인섭 중산 문태관 면헌 조광제께 올림

光陰條與忽周年前 시간이 뻗어 문득 해가 돌아 앞서

愚拙等先室落成時惠蒙 어리석은 저희들이 선실 낙성 때

協援而未得尊覽 힘 합해 도와준 은혜를 입고도 모셔 살펴볼

之機下懷伏悵 기회를 드리지 못해 원망 품지 않았나합니다

時方春煦極盛之際玉體 때는 마침 봄에 따뜻함 한창인데 옥체

候伏惟淸寧 건강하신지 엎드려 생각에 세상 좋으나

仰溯不任進拜而上曰 거슬러 나아가 절 드릴 수 없어 글 올려

其當然尙以未識面 말씀드림에 당연히 오히려 얼굴 알지 못함이

如此猥濫之信上達 이 같아 외람스레 서신 올려 알림에 죄지어

而作罪逃亡無地 피할 곳이 없기에 엎드려 송구하고 엎드려

伏悚伏悚耳 就曰 송구할 뿐입니다. 드릴 말씀은

卜渠三月望日(陽四月十九日) 오는 3월 보름날(양력 4월 19일)

卽吾等東岩契日也故玆以 곧 우리 동암 곗날이라 그래서 이로

奉邀限定寄稿 받들어 맞아 부친 원고에 한정해 여섯 어진이로

六賢而欲送一春宵也 하루 봄밤을 보내고자 하오니 부디 높은

而仰請高敎並一室 가르침을 청하며 아울러 한 방에 우의로

誼集菲酌情談則生光 모여 약주 한잔에 정담을 나누면 자리

無比耳已 時可謂 빛남이 견줄 데 없을 따름입니다. 때가

杖屨之節也 나들이 철이라 할 수 있으니

惟伏乞幸 생각건대 엎드려 다행히

賜光臨之榮而已 찾아주시는 영광을 주시기를 빌 따름입니다.

森羅萬象變無違 삼라만상 바뀜이란 어김없어서

能識當春造化威 알만하게 봄을 맞아 조화의 위엄

雖醉謳歌逢好世 비록 취해 노래하네 좋은 세상 만남이라

但嘆吾道向微美 다만 한숨 우리 도 나아갈 길 보잘 것 없어

 

 

50. 又

송계 조성지 삼호 이인섭 중산 문태관 면헌 조광제에게 올림

速賓寒待禮儀違 후다닥 손님 차갑게 맞음 예의 어긋나

伏願僉尊施德威 엎드려 바래 모든 어른께 위덕보임을

耆宿惠詩皆是寶 어르신 베푸는 시 모두가 보배인데

板懸屋陋筆尤微 현판 걸린 집 누추해 붓대 더욱 자잘해

 

 

51. 與金元基 김원기에게 주다

同館之情兄弟誼 같이 묵는 뜻이란 형제로 옳음이다

也逢瞬息雙流淚 만나도 짧음이라 두 줄 눈물 흐른다

相思苦待幾何年 서로가 생각만이 언제 또 만나나

縮地鵬來如此易 길 줄여 붕새 날기 이같이 쉬울까

 

 

52. 又 김원기에게 주다

喜逢同館是何經 기쁜 만남 같은 객사 이 얼마나 지났나

惜往紅顔今老齡 아까워라 홍안 없고 이젠 늙어버렸네

浩劫變桑人世事 인간 재난 큰 변고 사람세상 일이라

雍容動止若前形 온화한 모습일랑 마치 예전 같구나

 

 

53. 又 送別後與 김원기를 보내고 헤어진 다음에 주다

鵬來鵬去間 붕새 오고 붕새 가는 사이에나마

只禱專無恙 다만 빌어 오로지 걱정 없기를 근심양

祖國血流情 우리나라 피 흐르는 뜻이라는 건

豈忘今始訪 어찌 잊어 이제야 비로소 찾으니

 

 

54. 又 김원기를 보내고 헤어진 다음에 주다

小人閑食望 소인이 한가하니 먹을 것 없나

天怒如斯事 하늘이 성을 내니 이 같은 일을

坐受汗勤錢 앉아 받으니 땀 흘려 번 돈을

罪其何可避 죄를 그 어찌 피할 것인가

 

 

55. 遊表忠寺次板上韻 표충사에 가서 현판의 운을 따서

綿綿傳鉢險而荒 이어이어 물린 바리 험하고 거칠어서

是刹由來似溯航 이 절 내림 거슬러서 올라감 같아라

讀眈板墨割時短 현판 글 노려 읽어 갈라짐이 단점이고

沈賞柱聯感興長 주련을 한참 보니 느낌 읾이 장점이다

觀過騷亂閭閻輩 본다며 스쳐가는 시끄러운 여염무리

嚴立輝煌寶殿堂 우뚝 서서 광채 나는 보배론 전각법당

表忠名寺漫遊客 표충 이름난 절 놀자 손님 넘쳐나고

參拜感餘吟拙章 참배 느낌 있어 시를 한 번 읊어본다

 

 

56. 又 표충사에 가서 현판의 운을 따서

欲拜表忠寺 표충사 참배하러

始尋已老來 찾으매 이미 늙어

玉溪新綠醉 옥계에 신록에 취해

賞刹竟遲回 절 보느라 끝내 늦네

 

 

57. 輓省堂處士族兄鏞述 성당처사 조용술을 애도하며

省堂耆宿竟爲仙 성당은 명망 있어 마침내 신선이 되었으리

必是蒙招登用天 이는 필히 부름입어 하늘자리에 올랐으리

望九遐齡雖䍐壽 구십 바라보는 오랜 삶은 비록 드문 장수이나

未充斯世所希全 채우지 못할 이 세상에 바라는바 온전함이니

 

 

58. 又 성당처사 조용술을 애도하며

省惟言行或無愆 말과 행동 살펴봄에 어쩌면 허물없나

常接俗人解者鮮 세상사람 늘 대해 나눔이 뚜렷하네

莫說沒知於産業 모르거든 말을 마라 하는 일 무엇이라

古今君子殆如然 예나 이제나 군자란 위태함이 그랬으니

 

 

59. 又 성당처사 조용술을 애도하며

林捿一代業 수풀에 깃들어서 한평생 살아

鴻爪雪裏餘 큰기러기 앉은 자리 눈 속에 남아

祖道許多客 먼 길 가는 많기도 한 길손 속에도

那稀今挽書 어째 드물 꺼라 이제 만장을 거네

 

 

60. 又 성당처사 조용술을 애도하며

命理殘籌幾 운명이치에 남겨진 기틀

應終水旺時 마침 마쳤네 물이 물을 때

如斯問答事 이처럼 묻고 답하던 일이

只是公吾知 다만 공이니 나는 알지요

 

 

61. 東岩齋春享文 동암재 봄 제사 축문

歲序遷易東岩稧日 해는 돌아 옮겨 바뀌니 동암 곗날이라

玆以復至耳孫會同 이에 다시 이르니 이손이 같이 모여

追遠感時崇德永慕 멀리 좇아 느끼니 덕을 받들어 길이 기리며

且餘談笑鳧藻婣睦 또 이야기로 웃고 기뻐 떠드니 집안 사위도 화목합니다.

伏惟尊靈以此雅容 엎드려 생각하니 존령께서 이 같이 멋을 받아들임이라

今玆佳辰酒果用薦 오늘 이렇게 좋은날 술과 과일을 마련하여 올리며

告辭尙 饗 글로 아뢰니 부디 흠향하시옵소서.

 

 

62. 挽退江宗孫 퇴강 종손을 애도하며

胸襟溫似玉 가슴속 따뜻하기 옥과 같았고

語黙重於山 말없이 무겁기는 산보다 더해

養德雲林下 덕을 기르니 구름 낀 숲 아래

※雲林:구름이 끼어 있는 숲 雲孫:먼 후손

布情花樹間 정을 베푸니 꽃핀 나무 사이

※花樹:꽃이 핀 나무, 동성동본의 일가 花樹會

吾門失長者 우리 집안은 맏이를 잃었는데

玄圃加仙班 신선 사는 곳 양반을 더했구나

萍水違臨壙 부평인생 어기어 광중에 대였는데

如何免罪顔 어찌해 얼굴은 허물도 벗었는가

 

 

63. 次夷東族兄鏞懿幽居韻 이동 조용의 세상피해 살아

野翁稱號則夷東 물러난 노인 불러 일컫길 이동이라고

不諼先徽崇祖通 속일 수 없는 아름다움 조상님과 통하니

刻苦生涯餘壯氣 어려움 겪어 평생을 살며 씩씩함이 넘쳤고

優遊老去抱薰風 멋스레 노닒 늙어가며 훈풍을 안았네

承賢敎子眞頤裏 이은 어짊 자식교육 참 봉양 속에서

沽酒懽賓樂性中 술 받아 손님환대 즐김 바탕 가운데

欲梓託孫收錄稿 조상 기림 맡은 자손 유고를 펴내

留名人後與人同 이름 남겨 사람가도 사람 함께 같이하네

 

 

64. 告由辭 고유사 壬戌 1982년 봄 61歲

維歲次 壬戌三月三日에 존경하옵는 鼎東先生 咸安趙公의

追念碑除幕式에 즈음하여 吾等共新契員一同은 삼가 靈前에

一杯菲酒로 再拜告侑하옵나니 덧없이 짧은 人生에 業蹟마저

눈(雪)에 새겨진 기러기 발자국과 같이 連해 없어진다고

하였거늘 生前에 奮起하신 憂國的 活躍은 勿論 鄕里文化

事業과 後進들에게 베푸신 薰陶와 恩德을 어찌 감히 잊어오리까

晩時之感이나마 追慕의 情을 억누르지 못하고 誠意를 모아

先生의 杖屨地인 이곳에 大家의 글을 받고 記念碑를 세워

遺德을 永久히 기리고저 하오니 尊靈께서는 降臨하시여

簡羞이나마 歆饗하시옵고 素志와 같이 國家社會뿐만아니라

이 故庄을 살피고 돌보아 주소서

 

 

65. 告侑文(路祭) 노제 고유문 姊兄 沈

維歲次 壬戌三月丁未朔 유세차 임술년 3월 정미 초하루

初四日庚戌迺我姉兄 초나흘 경술일 이에 우리 자형 청송 심공

靑松沈公永歸幽宅之日也 영원히 유택에 돌아가는 날이라

姻弟咸安趙鏞旭은 처남 함안 조용욱은 삼가 한잔 술 올려

謹以一杯菲薄之酒再拜致祭 재배하며 상여아래에서제사 드려

于靈輀之下哭告侑曰鳴呼公兮 울어 알립니다. 아! 공이여

茫茫此行至于何處 끝없는 이 길에 어디로가십니까?

紫雲爲蓋飛龍爲馭 보라구름 덮여있고 나는 용이 몰던 가요

八旬以德全軆歸之 덕으로 80을 온전한 몸 돌아가니

恭惟我公天賦 받들어 생각하면 우리 자형 원래 품성 온후하고

溫淳篤實至誠刻苦 순박하고 독실하고 지성으로 각고로

一生成業立家 한 평생이라 일 이루고 집안 세워

有子有孫壽考 아들 있고 손자 있어 오래 삶을 살필 강녕함이

康寧胡爲一疾奄忽不祥 어찌 병 하나로 지난 봄 갑자기

往在晩春公訪我巢 상서롭지 않게 되어버림인가 공이 내 집을

同遊海邊盡日逍遙 찾아 같이 바닷가에 가서 온종일 거닐며

交歡互情載笑 정을 서로 나누었는데 웃음을 실어 말을 실어

載言如如昨日 그랬던 것이 어제 같기만 합니다.

昔日姉氏有問於我 지난날 누나가 묻길 내게 공의 수가

公壽如何拙解愚答 어떠할지 저의 풀이가 어리석어 답하길

不踰古稀 고희(70)를 넘기지 않을 거라고

雖然何測帝意 비록 어떻게 하느님 뜻을 알겠습니까.

那邊健在無恙深賀 그렇게 건재하며 걱정 없음을 깊이 축하하며

延壽吟以一律 나이 이어짐을 율시 한 수로 읊었는데

仁善生涯通于上帝 어질고 착한 삶이 하느님께 통해

蒙得延生 公素 삶 이음 얻음을 입게 되었다고. 공이 평소

使我懷如同氣諄諄 나로 하여금 형제처럼 생각하도록 타이르고

溫情感應不啻 타일러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었을 뿐 아니라

致産餘力爲我寒家 재산을 돌봄에 남는 힘을 나를 위해

別有其誠豈敢忘却 가난하다며 따로 정성이 있었으니 어찌 잊을

但慚不報 수가 있으며 갚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蔞翣暝暝䔨露凄凄 운삽 앞세운 길 어둡고 이슬져 쓸쓸한데

何時湖海更說平生 언제 호수바다에서 다시 평생을 얘기 합니까

靈其有知亮鑑此誠 혼령은 앎이 있다하니 이 마음을 밝게 살펴주소서

 

 

66. 偶時意 뜻하지 않은 때의 뜻

徹天仇敵正渠倭 하늘 뚫을 원수 적 바로 왜인이리

古往今來行悖多 옛날에도 이제서도 행패 이만저만

若有雪途令我可 만일 씻을 길 있어 내게 시켜준다면

九泉焉謝且爲魔 구천인들 어찌 마다할까 악마라도 되리

 

 

67. 又 뜻하지 않은 때의 뜻

世人恒語福云云 세상사람 늘 말해 복이 어떠하다고

可笑無知不足聞 우습구나 알지 못해 들음이 많질 않아

天瞰地聽誰幾善 하늘이 보고 땅이 듣네 누구 얼마 착한지

恒於利窟度其勳 이끗 쏠려 있기보다 그 공을 헤아리세

 

 

68. 生朝有感(排律) 새아침의 느낌을

世俗播多環甲風 세상에 파다한 것 환갑이란 풍습이

於吾且到與人同 나에게도 이르렀네 남들과 같이

擧皆搖亂自他祝 다들 요란스레 저도 남도 축하라

我獨寂寥孤意窮 나 혼자 고요하니 외로운 뜻 궁함이

誤步蹉跎哀惜事 잘못 걸어 넘어져 헛디뎌 애석한 일

惟書消遣慰和衷 오직 글에 기분 풀려 마음을 달래네

蘭皐不怨平生浪 난고 원망 안 해 평생을 떠돌아도 蘭皐 金炳淵

項羽竟尤運數恫 항우 끝내 탓을 하네 운이 다됨을

誹謗老莊何合理 노자 장자 헐뜯어 어찌 이치에 맞고

是眞孔孟亦非公 공자 맹자 이게 참 또한 옳음 아니지

極除設宴懺先祖 한껏 차려 잔치 벌임 선조께 뉘우치고

愼懿操身謝考翁 삼가 바른 몸가짐에 선고께 감사해야

誰識霜凋中折恨 누가 아랴 서리에 시듦 하다 꺾인 한을

願言天赦更榮隆 바램 말 하늘이 봐주면 다시 활짝 키우리

無違日月長回轉 어김없는 해와 달은 오래도 돌고 돌아

凝視悽然彼太空 바라보며 젖어드네 저 먼 하늘을

 

 

69. 又 새아침의 느낌을

嗟呼知我者其誰 그럴 테지 날 아는 이 그 누군가는

輕率莫稱幸運兒 가벼이 일컫지 마소 행운아라고

不絶薪憂由懶惰 끊임없는 땔감걱정 게으른 때문

連譏拙涉似天痴 잇단 나무람 서툰 건넘 어리석은 듯

未完文務望丘首 이루지 못한 글 짓는 일 근본을 바래

何忍子誠受進巵 어찌 참나 자식 정성 잔을 나서 받을까

强廢設筵慚愧祖 억지로 관둔 잔치 조상님께 부끄럽고

生平挽運百千思 평생을 말린 행운 백번 천 번 생각만

 

 

70. 時遊洛江邊 때맞추어 낙동강 강가 거닐며

初夏長堤草綠新 초여름 긴 둑방 풀 푸름에 새롭고

逍遙十里趣閒身 십리를 거닐어도 느긋함 즐기는 몸

夕陽强射醺人頂 빗긴 햇살 내리쬐니 훈훈해 내 머리

陶醉風光數息濱 흠뻑 취해 풍광에 몇 번 쉬네 물가에서

 

 

71. 孔雀花 공작꽃

孔雀窓前開 공작이 창 앞에 펼쳐있구나

大花如喇叺 커다란 꽃잎 喇叭같구나 가마니입

若使見閑良 한량 되라고 시킨 것같이

艶妝能惱殺 곱게 꾸미니 죽이는구나 ※惱殺

 

 

72. 我家 우리 집 壬戌 1982년 여름 61歲

此家寄寓已多年 이 집에서 산지도 이미 여러 해

慣定身平正自憐 버릇이 돼 몸은 편해 그런데 가련

萬里風淸疏豁戶 만 리 바람 시원한 탁 트인 집

四層吾住逸居仙 사층 올라 내 삶터 숨어사는 선인

人皆滌暑徒騷亂 사람이면 더위 씻자 모두 난린데

我獨納凉只泰然 나는 혼자 서늘해서 태연하기만

春夏秋冬如別業 봄여름 가을겨울 다른 일같이

無端賣却願言遷 무단히 팔았구나 서울(시골) 간다고

註 信友住宅 :부산항이 보이는 큰길가 5층 아파트의 4층

 

 

73. 上槿坡安鍾禧丈 근파 안종희 어른께 올리는 글

稽顙上言小生以一同鄕 머리 숙여 말씀 올리니 저는 동향으로

且尙未拜謁者敢 오히려 뵙지 않고 감히 이같이

如斯寸楮上達耳 짧은 편지를 올립니다.

偶見紙上所載尊影並 우연히 지상에 실린 존영과 아울러

記事而有所感銘者也 기사를 보고 느낀바 새겨짐이 있었습니다.

小生則壬戌生而昨今 저는 임술생으로 어제오늘 간절한 바램이

懇望落鄕欲守先山 시골에 가서 선산을 지키고 제사를

祭室而未得賣陋巢 받들려 하는데 아직 집을 팔지 못한 까닭에

故悶悶者也人之所望多樣 번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바라는바

而於今公快 여러 모습이나 오늘에 공께서 쾌히 평생의 큰일을

成生平一業焉唯以一鄕生 이루었으니 오직 한 고향사람으로

仰賀且祝已耳 우러러 축하드릴 따름입니다.

然日後或晉拜之餘 그래서 며칠 뒤라도 혹 나아가 절함이 남아

奉覽槿坡集可耶 근파집을 받들어 볼 수 있겠는지요

 

 

74. 添一絶 절구 하나 붙임

鄕儒大耋必蓍龜 고향 선비 큰 어르신 반드시 명리 알 터

欲拜隨時訂誤知 때마다 만나 뵈어 그릇 앎을 고치고자

現世猶存先世習 요즘 세상 아직 있어 앞선 세상 했던 일이

不無追慕古人期 따르고 기림 없지 않아 옛사람을 바라네

 

 

75. 秋夕 추석

槿域嘉排歲歲逢 무궁화 나라 한가위 해마다 만나는데

最爲名節渾民從 가장 으뜸 명절로 온 백성이 좇는구나

鬯餘竟醉憑欄佇 울창주 남았다고 끝내 취해 난간기대

月滿仍迷覓兎舂 달이 꽉 차 몰랐다가 토끼방아 찾았네

東作奏功望實廩 동쪽 공덕 지음에 희망하는 실한 고방

西成豊足感祥農 서쪽 풍요 이룸에 감사하는 복된 농사

一堂期會團欒際 한집에 모였으니 둘러앉은 가운데

未罷聞來夜半鍾 아니 그쳐 들려오네 밤을 새운 술잔에

 

 

76. 重陽 음력 9월 9일 중양절

逢節陵楓似錦城 명절 맞은 단풍동산 비단 성인가

重陽今日倍光生 양이 겹친 오늘은 빛남이 곱절이네

霜催白雁鄕愁暗 서리 부르는 흰기러기 고향생각 빠져선

人愛黃花賦想明 사람사랑 노란 들국 시상이 떠오르네

看卷九秋虛送愧 책 본다 구월가을 그냥 보냄 부끄러

作詩一句慰之情 시 짓자 한 구라도 뜻이나마 달래려

佩茱泛菊閑杯擧 수유 달고 국화 띄워 느긋이 잔을 들자

此味料知問幾名 이 맛을 알아 헤인 몇몇 이름 물어보자

 

 

77. 秋日訪河東洲鎭奎精舍 가을날 동주 하진규 집을 찾아

秋遊歸路別途開 가을놀이 귀로에 다른 딴길 들었네

隨友不期玆到來 벗을 따라 기약 않은 여기에 이르렀네

呼韻錚錚皆練句 운을 불러 쟁쟁히 모두 시구 만드는데

無能黙黙獨羞杯 할 수 없어 묵묵히 혼자 잔을 드리네

臨堂遺習四時滿 임당으로 이은 익힘 사시에 가득해

舍主施仁衆病回 집주인 인술 베풂 많은 질병 회복해

交誼得深蒙厚待 사귀는 뜻 깊어서 후한 대접 받았네

勝於豪版訪樓臺 커다란 현판보다 누대 찾음이 나앗네

註 東洲先丈號臨堂而名儒也 동주 어른은 호가 임당이고 이름난 유학자이다

 

 

78. 秋日遊海印寺訪籠山亭謹次孤雲先生韻

가을날 해인사에 가서 농산정에 들러 삼가 고운선생의 운을 빌어

海印寺邊疊遶巒 해인사 가에는 겹겹 둘러 봉우리가

奇岩玉水帶其間 튀는 바위 맑은 물 두루 돌아 그 사이를

如斯絶景好天地 이 같은 절경 속에 하늘도 땅도 좋아선지

終使高人籠此山 마침내 사람 높여 이 산 삼태기(농산정)가

 

 

79. 上石亭鄭宗和學長 석정 정종화 학장께 올리는 글

頓首上言素積阻之 머리 조아려 말씀 올립니다 평소 격조했던

罪逃逭無地伏悚伏悚矣 죄로 도망가려해도 갈 곳 없어 엎드려

去年無不聞先生發展消息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지난해 선생께서

발전된 소식을 듣지 못함이 없으나 나서서

而逸失進賀之機 축하드릴 기회를 잃어 버렸었고 끌어오다

而延延今日也 苟冒赧 오늘이 되었습니다 구차히도 부끄럼을

玆仰賀健勝之地耳 무릅쓰고 이에 건승하심을 앙축드립니다

拙生其間以賣却弊巢 졸생이 그 사이 저희 집을 매각하는 일로

事悶悶中幸成就 번민하던 중에 다행히 이루어져 며칠

不日內서울向發爲計也 아닌 안으로 서울에 갈 계획입니다

缺躬晋之禮更謝 몸소 나아가 예 올림을 빠뜨려 다시

更謝以此寸楮怱怱上達耳 사죄드리며 사죄드립니다 이 짤막한 글로

바삐바삐 말씀 올릴 따름입니다.

蘭姿薑性石亭翁 난초자태 생강성품 석정 옹께선

愛酒愛碁餘氣雄 술 즐겨 바둑 즐겨 힘 남는 영웅일세

今別願言唯矍鑠 오늘 떠나며 하고픈 말 오직 건장하십니다

更期頌壽是眞衷 다시 만나 장수칭송 바로 진짜 속내입니다

追伸 日後二年間留京 추신 며칠 뒤 2년간 서울에 머물다

欲還鄕 咸安郡郡北面 시골에 갈까합니다

元東村里永住爲計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쭉 살 계획입니다

故其時再次上信矣 그래서 그때 다시 서신 올리겠습니다.

 

 

80. 寄專友會員僉位(上京後)

전우회원 모두에게 보내다(서울에 와서)

愚拙生平固陋人 어리석고 서툴러 평생을 고루한 이

其間友誼過吾身 그동안 벗 삼음은 나에겐 지나쳤소

由來專賣當天職 오로지 판다는 것 참 천직이었지

白骨難忘此會親 죽어도 잊지 못할 이 모임 가까웠소

 

 

81. 臘梅 섣달 매화(늦겨울 이른 매화)

以君爲首四連盟 사군자 머리되어 넷을 이은 모둠이

所貴何須用舌耕 귀하다고 어찌 꼭 말로만 키울 건가

玉蘂凌寒當臘破 앳된 꽃술 추위 들어 납월엔 떨어지고

瓊枝雖瘠待春迎 고운가지 여위어서 봄맞이 기다려야

素淡頸節眞人像 소담한 굳센 절개 참사람 닮음이고

淸興幽香雅韻成 맑은 흥 그윽한 향 운치 글 이룸이다

世變如今難踏趣 세상 바뀜 오늘처럼 어려움 밟아 즐기니

賞梅無路自歎聲 매화 감상 길이 없어 절로탄식 소리가

 

 

82. 登忘憂溪邊同樂泉 망우산을 올라 시냇가 동락천

天惠此山同樂泉 하늘이 베푼 이산 같이 즐길 샘

爭登可飮爲身全 다퉈 올라 마신다고 몸에 좋다고

忘憂淨域千秋遶 걱정 잊는 깨끗한 곳 천년을 에워싸

昕夕須尋世世傳 아침저녁 꼭 찾아 다음세상 전하세

 

 

83. 一.仲春雅會 上京後初叅金曜會 癸亥 1983년 봄 62歲

한창 봄의 시 모임. 서울에 온 다음 처음으로 금요회에 참석했다

初尋適値斗杓東 처음 찾은 그때 보니 북두자루 동쪽이네

愚拙唯欣此會同 어리석어 서툴러도 좋아 이 모임 같이 하네

勇躍上京飛亂雪 날래 뛰어 서울오니 날리는 눈 어지럽고

猥叅陪席挹淸風 함부로 끼어 자리해도 맑은 바람 언뜻 분다

山容半變鋪春色 산 모습 반을 바꿔 펴 벌인 봄 때깔로

柳縷將姘潤雨功 버들가지 꼬이려네 촉촉한 봄비 공이

想到嶠南花信早 생각 닿는 산 너머 꽃소식이 일러서

遠遊身在意無窮 멀리 와서 몸 둔 곳 뜻은 다함없어라

 

 

84. 春日登忘憂山 봄날 망우산을 올라

獨上忘憂箕坐瞰 혼자 오른 망우산 동방을 보네

遲遲春日乃將斜 더디고 더딘 봄날 이내 기울려 하네

栽誠爛漫墳前笑 정성으로 가꾼 꽃밭 무덤 앞에 웃음을

散見斑斑御賜花 흩어진 알록달록 임금이 내린 꽃다발 ※御史花

註 24宿 東方 角亢氐房心尾箕

 

 

85. 又 봄날 망우산을 올라

晒浴眈冥想 볕을 쬐다 멀리 명상에 젖다

忽然發破聲 갑작스런 폭발 돌 깨는 소리

空山失靜寂 댕그라니 산은 정적을 잃고

人雉同時驚 사람 따라 꿩도 같이 놀랜다

 

 

86. 二.續韻 중춘아회 운을 이어서

今日初登萬丈峯 오늘 처음 오르네 만장봉에를

名區景色眼前濃 이름난 곳 경관 색 눈앞이 짙어

溪楊裊裊迎新態 시내버들 간들간들 꼴이 새롭나

谷水潺潺保古容 골짝 물 졸졸졸 옛 모습일 테지

若愛拙生令自勉 날 아껴선지 스스로 힘쓰게 했네

當鞭諸友頂吾慵 여러 친구 오른다고 난 올라 쉬는데

雌黃活計如塵芥 살자 꾀해 고치기는 쓰레기 같아

欲樂吟風喜舊逢 음풍농월 즐기려면 친구 만나 기뻐야지

 

 

87. 道峯書院春享有感 도봉서원 봄 제사에서 느낌

追尊典祀久傳邦 높이 받든 법 제사 오래 내려온 나라 不遷之位

配享雙賢諡亦雙 두 현인 모시니 시호 또한 둘이다

未現聖治終玉體 성인 덕치 못 보이고 옥체를 마쳤으나

永崇遺德設香缸 끼친 덕 오래도록 향로잔대 차리네

虛歸雪北無人續 헛돌린 북쪽 설욕 이을 사람 없어

欲化嶺西任鼎扛 영서로 바꾸려 마음대로 솥을 들었네

肅拜祠庭神若在 숙연한 절 올린 사당 뜰 신이 계신 듯

庶其歆格降書窓 신명께서 응하시어 서재에 내리시네

 

 

88. 又 도봉서원 봄 제사에서 느낌

叨參春享勝花時 가봐야지 봄 제사에 꽃이 좋을 때

邃景道峯始訪知 깊은 경치 도봉서원 찾아 알았네

卜據丹靑端正廟 그려놓은 단청이 단정한 사당

滿邊紅綠染盈枝 붉음 푸름 꽉 찬 곁에 가지 가득 물드네

東皇讓節傳遑急 청제께서 보낸 계절 갑자기 알아 ※東皇 靑帝

南客耽風返太遲 남녘나그네 풍경 즐겨 놓아줌이 꽤 늦었네

駘蕩長長殘日足 봄날 화창 오래오래 남은 해 많아

詞鏠欲試乃場移 글짓기 해보자며 이내 발길 옮기네

 

 

89. 遊山井湖水(淸風會) 산정호수에 가서 (청풍회)

勝日隨遊欲餞春 좋은 날씨 따라 간다 봄을 보내려

貰車身託脫囂塵 전세버스 몸을 맡겨 도시를 빠져

佳山麗水其何處 멋진 산 고운 물은 그 어디 있나

山井湖邊可謂眞 산정호 빙 둘러서 정말 있구나

 

 

90. 餞春迎夏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아

二氣運行知隱微 두 기운이 오고가니 은미롬 알고

花開如昨送斜暉 꽃은 피네 어제처럼 빗긴 빛내며

邃林黃鳥驕矜節 깊은 숲 꾀꼬리가 자랑 떠는 철

勝地騷人度外機 빼난 곳 떠드는 이 정도 넘는 때

造化溪山新綠膩 빚어 만든 골짝산 새 푸름에 매끈하고

繁華田野麥芒肥 짓어 채운 들녘엔 보리줄기 틈실하다

周年總會相歡席 해 돌아 모두 모임 서로 기쁜 자리

盡日吟觴抵暮歸 날 다해 읊고 마셔 돌아갈 줄 몰라

 

 

91. 又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아

木帝衰威火帝初 청제 떨침 여위니 적제 비롯해

循環節序一如如 돌고 도는 계절이음 하나같이 같아

奇岩曲水淸無比 돋은 바위 굽이진 물 맑음이 댈 데 없고

亂絮深林賞有餘 솜 날리는 깊은 숲 볼만함은 남김 있네

韶景欲收稀撲蝶 멋진 경치 갖자고 나비잡기 어렵겠고

野遊方盛貴賒車 들놀이 마침 한창 차 빌리기 어려웠다

登場總會囂塵隔 모두모인 자리 올라 시끌 티끌 멀어지니

淑氣仙區滿太虛 맑은 기운 신선의 땅 큰 비움이 가득 차네

 

 

92. 祝次忠平公靜軒先生 取義碑竪立(南陽洪氏)

충평공 정헌선생의 취의비 세움을 축하하며 ※남양 홍씨

崇碑修孝乃完成 비석 받듦 효성으로 이내 이루고

藉藉令名且頌聲 자자한 이름 되니 기리는 소리

生死關頭難義勇 살고 죽고 매이니 옳은 용기 어렵고

見危授命最仁誠 위기에서 해야 할일 어진 정성뿐이다

威哉往昔忠平烈 두렵구나 지난 옛날 충평공 의열

赫也無窮與日明 빛나도다 무궁하니 해와 함께 밝으리

再竪玆祠經曲折 이곳에 다시 세움 곡절을 겪고

暗雲南北只傷情 남북 어둔 그림자 다만 아픈 뜻이

 

 

93. 綠陰佳辰遊南漢山城 푸른 그늘 좋은 날 남한산성에 가서

得瞰城南市 성남시를 내려다보니

轉頭洛入眸 머리 돌려 서울 드는 눈

將臺知往事 장대에서 지난일 알아

如說閱恩讎 말과 같이 은인과 원수

 

 

94. 端陽雅會 단양(단옷날) 시모임

端陽雅會二難俱 단양 시모임 어려움 두 가지 갖춤

京洛衣冠不待呼 서울 의관 준비 않고 호통을 맞네

蒲浴遺風何處覓 창포목욕 단오풍습 어디서 찾나

鞦韆淳俗有誰圖 그네뛰기 멋진 습속 누가 하려나

東西文物元來別 동서양 문화 산물 원래 다르고

南北人情本未殊 남북한 사람 마음 근본 같아서

幸賴名區泉石好 행여 기대 이름난 곳 산수가 좋아

歸程步步互相扶 돌아가는 길 걸음걸음 서로 붙드네

 

 

95. 又 단양(단옷날) 시모임

吟席諸賢文德齊 시 자리 여러 어른 글 덕을 갖춰

菲才愧我自姿低 엷은 재주 부끄러워 저절로 낮춰

僥希佳作磨廉唱 좋은 작품 바라며 굳이 자꾸 부른다

盡瘁推敲練韵題 고쳐감에 애태우며 운을 만져 짓는다

黃鳥嬌音盈響谷 꾀꼬리 아리따움 온 골짝을 울리고

榴花吐燄映淸溪 석류꽃 붉은 뱉음 시내 비쳐 맑힌다

天中佳節浴蘭醉 하늘가운데 좋은 시절 난초 씻어 취하고

艾酒加添歸路迷 쑥 술로 더 보태 돌아오며 헤매었다

 

 

96. 一燦百日寫眞銘

일찬이 백일사진을 보고 ※여섯째 손자(1982년 壬戌生)

案頭朝夕笑 책상머리 아침저녁 웃음을 띠네

寤寐喜相從 자나 깨나 기쁘게 서로 만나네

何者祖孫誼 무엇으로 할아비 손자 맺음이 길래

面之則解容 쳐다보면 풀어져 받아들이네

 

 

97. 道峯納涼 도봉산은 시원해

道峯長夏綠陰佳 도봉산 긴 여름 푸른 그늘이 좋아

耐暑何煩伏巷街 더위참기 무슨 고생 거리는 복날

幽臥甘眠淸夢界 그윽이 누워 단잠 꿈결이 맑고

逍遙逸樂勝登槐 거닐어 숨은 낙원 걸터오름 좋다

淑如遊客收流汗 맑음은 길손인양 흐른 땀을 거두고

靜使騷人展賦懷 고요함은 시인더러 품은 시 펴게 한다

智水仁山兼此地 슬기는 물 어짊은 산 여긴 아울러

閒居欲老我生涯 한가하게 늙으려네 내 한 생애

 

 

98. 遊東九陵 동구릉에 가서

巨創陵陵膏血成 크게 만든 언덕무덤 고혈로 이뤄

可知黎庶被犧牲 알겠구나 백성 여럿 희생됐으리

星移今日我能蔑 세월 옮겨 오늘에 내 능멸하는데

幾有同調如此評 몇이나 뜻 같을까 이 같은 품평

 

 

99. 中伏節泛舟漢江 중복날 한강에 배를 띄우고

庚之間也最蒸辰 삼복에도 한가운데 가장 찌는 날

掃鬱船遊趣又新 답답함 쓸고 뱃놀이 재미 새롭다

呼客旗亭營汲汲 깃발 꽂아 손님 불러 영업이 급급하고

乘舟社友興津津 배에 오른 시사 친구 흥미가 진진하다

一江烟景會心醉 강 하나로 뿌연 경치 회원마음 취해서

滿目風光忘志伸 눈길마다 풍광에 뜻 펼침을 잊었네

欲賞淸流如以往 즐길만한 맑음이 가는 만큼 흘러서

那何侵此亦囂塵 어찌 무얼 쳐들어 또한 시끄런 티끌

 

 

100. 又 중복날 한강에 배를 띄우고

每接高朋愈每欣 고상한 벗 만남엔 기쁨마다 나음이

江亭滌暑喜杯醺 강가 앉아 더위 씻어 기쁜 술에 취함이

沛然驟雨走蒼岸 후다닥 몰아친 비 푸른 언덕 달려서

彷彿水天連暗雲 강물이나 하늘이나 이어진 먹구름

朗朗嬌歌從妓出 또랑또랑 고운노래 가수까지 나오고

怡怡長短自儒聞 좋아좋아 장단 맞춰 선비에서 들리네

泛舟逸樂風流是 배 띄워 기쁘게 즐김 풍류란 이런 것이

願諒靑春男女群 바라건대 이해해야 청춘남녀를

 

 

101. 扇風機 선풍기 癸亥 1983년 여름 62歲

酷暑如今夏 혹독한 더위 올여름같이

生平我未知 평생을 나는 알지 못했네

若無蒙爾力 너의 힘을 입지 않았다면

安得體維持 어떻게 몸을 유지했을까

 

 

102. 又 선풍기 癸亥 1983년 여름 62歲

酷暑如今夏 혹독한 더위 올여름같이

支撑敢有誰 감히 누 있어 버텨냈을까

涼風無限送 시원한 바람 끝없이 나와

爾價乃眞知 너의 가치 진작 바로 알았지

 

 

103. 七月旣望泛舟漢江(評優作)

음력 7월16일 한강에 배 띄워 (평해 우수작)

泛舟蘓子是淵源 배 띄움은 소동파에 연원이 있어 ※赤壁賦

欲擬文章會纛原 문장을 헤아리려 뚝섬에 모였다

白帝太虛銀露下 가을 임금 큰 비움에 은 이슬 내리고

金風沿岸酒旗翻 소슬바람 강 언덕에 술집 깃발 펄럭인다

擧帆江靜將昇月 돛을 올려 강 고요해 달 뜨려하고

携手朋欣已載樽 손을 끌어 벗 기뻐서 술 들려있네

一座吟觴同樂際 한 자리 읊고 마셔 같이 즐길 즈음에

興餘不覺旣過昏 흥이 남아 몰랐네 한참 지나 어두운줄

 

 

104. 又 한강에 배 띄워

晩近詩心乍少寬 늦게 다가간 시심 잠시 좀 누그러져

且生遇景賞於看 살아가며 광경만나 보기보다 즐김이

新秋玉宇低雲雨 새 가을 화려한 집 구름아래 비 밑이며

旣望蒼江起細瀾 이미 보는 푸른 강 물결 살짝 일렁인다

放恣蜻蛉水上舞 제멋대로 잠자리 물위에서 춤추고

破顔騷客舟中歡 맘껏 웃어 시끄런 객 배안에서 즐겁다

風流可肯是爲幸 풍류 옳다하니 이건 참 다행이고

勝地從遊胸次安 빼난 곳 좇아 놀아 가슴속이 후련하다

 

 

105. 仲秋佳節 중추가절

未曾有稔溢江山 일찍이 없던 곡식 익어 강산에 넘쳐

名節豊饒裕世間 명절이라 풍요로 넉넉한 세간

玉宇碧淸華槿域 예쁜 집 파란 맑음 화려한 근역

孩提飾麗刺文寰 어린아이 꾸며 고운 수놓인 나라

禮餘歡狎傳承樂 예절 남는 기쁜 친함 내려오는 환락이요

酹畢仍醺太古閒 부어 마쳐 거듭 취해 먼 옛날 한가로움

皓月娟娟迷我魄 하얀 달은 예뻐서 내 넋을 놓게 하고

空然愛惜仄其還 공연이 아끼다가 기울었다 가버리네

 

 

106. 又 중추가절

剝棗金風八月天 대추떨이 가을바람 팔월의 하늘

豊登四野泰平年 풍년든 사방 들녘 태평가의 해

初尋佳節一乘寺 처음 찾아 좋은 철에 한번 가본 절

例會騷壇三益筵 하던 모임 시 짓는 친구 셋 잔치 ※益者三友

東作奏功將廩實 동쪽 지음 공덕에 고방 채울 터

西成洽足乃情圓 서쪽 이룸 넉넉해 느낌 둥글지

滋甘供養房閒寂 멋지고 맛난 공양 방은 아늑해

盡日從遊意快然 날 다해 따라 놀다 뜻은 상쾌해

 

 

107. 次姜小泉信友被選秀作 暑中韻

강소천 친구 수작에 뽑힌 더위에서 운으로

聞蜩畏日納涼咸 매미소리 해 두려워 서늘함이 모두

眞價發揮吾苧衫 참값어치 떨치니 내 모시적삼

言志必模於李杜 뜻을 말함 본보기는 李白과 杜甫

綠陰須覓下松杉 푸른 그늘 찾는다면 소나무 삼나무

小泉居士本吟淺 소천거사 본래는 시 읊음 얕았는데

詩社海東原韻醎 해동시사 원래로 운 놓음 짬에도

廣募投章當秀作 널리 모아들인 글에 당당히 수작이라

其才與筆奈稱凡 그 글 재 필력하며 어찌 범상타 하리

 

 

108. 統一祈願 통일을 빌어 바래

千禱萬祈迎籲天 천번 만번 빌고 빌어 하늘부름 맞아

願言統一幾何年 바라노니 통일이 언제쯤일까

眼前歷歷金剛界 눈앞에 뚜렷한데 금강산 일대

夢裏依依鴨綠邊 꿈길에 오고 가네 압록 강가를

骨肉相殘烏有事 뼈와 살이 서로 해쳐 어찌 일되랴

同胞反目苟無緣 같이 얼싸 눈 돌리니 정말 끈 없어

檀孫純粹且淳朴 단군자손 순수하고 또한 순박해

護祐神明令保全 신명님 지켜 도와 보전케 하소서

 

 

109. 仲秋淸風會遊水落山度岸寺

중추에 청풍회에서 수락산 도안사에 가서

初登度岸寺 처음 오르네 도안사 절을

南對佛岩山 남쪽 마주한 불암산 있어

一帶多精宇 일대에 많은 정갈한 집이

領居送磬閑 길목에 살며 풍경소리로

 

 

110. 遊幸州山城 행주산성에서

長江悠久挾山城 긴 강 흘러 오래되니 산성을 끼고

城秘龍蛇大捷情 성터비밀 꿈틀하니 크게 이긴 뜻 ※龍蛇飛騰

感古沒頭誰讀碣 옛 비문에 생각 빠져 누가 읽을까

斯文季世一儒生 이 글은 쇠퇴시대 한 유생이니

 

 

111. 雪天卽事 눈 오는 날 그 자리에서

大雪連霏滿太淸 큰 눈이 펄펄 이어 온 하늘을 채우니

擁爐野老念豊情 난로 가에 늙은이 풍년들까 생각하네

看書窓下我沈靜 책 펼친 창문아래 나는 잠겨 고요한데

閒巷門前兒戲聲 골목 넓어 문 앞에 애들 놀아 소리 나네

短日飄飄來訖暮 짧은 해는 획 지나 저녁이 오고

長宵密密止平明 기나긴 밤 그윽하게 새벽녘에 멎네

皚然天地萬塵沒 하얗게 하늘땅이 모든 티끌 사라졌나

玉樹瓊花枝不輕 나무 곱게 눈꽃이 나뭇가지 가벼울까

 

 

112. 次余月浦丈八旬韻 월포 여동한 어른의 팔순운으로

適値八旬誠讌成 팔순이 되었음에 정성잔치 벌였네

南天三月壽星明 남녘하늘 삼월이니 장수별이 밝았네

浦翁翰墨文壇識 월포노인 지은 글 문단에서 알아주고

孝子稱觴愛日情 아들 효도 일컫는 잔 날을 아껴 느껴보세

浩刼風霜如夢去 인간재난 풍상은 꿈결같이 사라지고

無窮茀祿似雲生 무궁한 복록은 구름처럼 피어난다

漑根食實元由理 뿌리 물대 열매따니 원래 이치라서

應報當然永且平 인과응보 당연하니 길이 평안하리라

 

 

113. 次安錦雲商燮七旬韻 금운 안상섭의 칠순 운을 따서

偕老康寧七十春 같이 늙어 건강안녕 칠십의 봄에

福田耆宿近聞新 복을 가꿔 명망 얻고 새로움 듣네

垂模敎子貽謀確 모범 보여 자식 길러 굳힘 꾀하고

爲樂修身養德眞 즐겨하며 몸을 닦아 참된 덕 키움

實踐斯文儔類少 이 글을 실천하니 짝할 이 적고

闡揚吾道頌聲頻 우리 도 천양하여 칭송은 잦아

騷壇筆苑誰其敵 시 짓고 글을 씀에 누가 그 만해

矜式儒林在此人 자랑삼기 유림에 이 사람 있어

 

 

114. 成江代作余月浦八旬韻 성강 대신 지은 월포 팔순 운

滿堂精彩百和成 집안 가득 정성어려 온갖 어울림 이루네

天降南星是自明 하늘에서 내려온 남녘별임을 절로 밝히네

賓客題詩無限頌 손님들 시를 지어 칭송이 끝이 없고

賢郞飾喜有餘情 어진 아들 상차림 인정이 남음 있네

四時風月唫三昧 네 계절 풍월 읊다 입 다물면 독서삼매

五子菁莪費一生 다섯 아들 인재교육 한 평생을 보냈구나

祇願延年尤種德 평안바래 해를 끌고 더욱더 덕을 심어

八旬讌後永家平 팔순잔치 다음에도 길이 집안 평안하리

 

 

115. 爲河村姜鎬贊姑從作號 使兒傍書一絶送之

하촌 강호찬 고종사촌을 위해 호를 지어 아들에게 곁에서

쓰게 해서 절구 하나를 보냄

姜水淵源爲姓初 강수에 살았기에 비롯한 성씨 ※신농씨

河邊柳等我鄕閭 물가에 버들들이 내 고향마을

村庄還老生來願 시골집 환갑노인 살아온 바램

歸去忘機樂逸居 돌아가기 잊고서 숨어사는 낙

 

 

116. 新春雅會 새로운 봄 시 모임 甲子 1984년 봄 63歲

不願吾齡又再增 원치 않는 내 나이 또 다시 더해

無情歲月奈何憎 정도 없는 세월은 어찌 이래 미운지

春來斗屋粘祥帖 봄이 와서 집에다 입춘첩 붙이고

朝禱諸天伏獻燈 아침 치성 하늘에 불 밝혀 엎드린다

甲子今當應統一 갑자년 올해에는 통일을 맞으려나

東君已到自溶氷 봄의 임금 이미 왔네 얼음을 녹여

年初雅會怡顔拜 올해 첫 시 모임은 기쁜 얼굴 인사로

尤感從遊列逸朋 따라 놀다 더 느끼네 줄짓는 기쁜 벗에

 

 

117. 鷺江書院春享餘憾 노강서원 봄 제사에 서운함이 남아

廟祠得地翼然居 사당은 자리 얻어 날개 벌려 있는데

追慕先賢慥慥如 추모할 선현께선 성급히 서둘렀네

叨竊奉爐身外分 움켜 집은 받들음이 몸 밖에 분수라

難成唫感本無書 이룸 못해 입 다무니 본래 글 없어

令辰安享日和暢 날 잡아 제사 드려 날은 화창하다만

從笏嚴修庭靜虛 홀 따라 엄숙함에 뜰이 빈듯하구나

文烈忠魂玆肅拜 문열공 충혼 앞에 숙연하게 절 올리며

嶠南縫掖懇誠餘 영남선비 도포입고 간절함이 남았네

 

 

118. 春日漸暢 봄날은 날로 화창해

探春嗜癖漸春深 봄을 찾아 즐긴 버릇 봄이 더해 깊어가네

竊喜長安多處尋 몰래 기쁨 서울에서 많은 곳을 찾았었다

習習微風生柳眼 산들산들 가는 바람 버들눈이 돋아나고

遲遲杲日展花心 더뎌 더딘 높은 해 꽃술에 펼쳐진다

韶光暢達任天道 환한 빛 펴서 이룸 하늘 길에 맡기고

寰俗橫行樂酒林 세상풍속 가로지름 술판이나 즐김이다

晝永書窓忘倦趣 낮에 오래 책 읽으며 싫증 잊고 즐기다

推敲一律獨呻吟 율시 한 수 고치느라 홀로 끙끙 앓는다

 

 

119. 靑帝禪位 푸름의 임금 자리를 물려

紫陌春遲芳草纖 두렁 붉으레 봄은 더뎌 꽃다운 풀 부드럽고

淸和風雨恐來添 맑게 어울린 바람도 비도 더해올까 두렵다

落花蓋水暫留坎 꽃 떨어져 물을 덮으니 잠시 구덩이 남겨놓고

飛絮橫溪初入簾 날리는 풀솜 시내 가로져 처음 발을 드리운다

山野艶靑方有泰 산도 들도 곱게 푸르러 바야흐로 느긋하고

枝條增綠望無尖 가지잔가지 더한 푸름에 뾰족함을 볼 데 없네

相從彌月玆名勝 서로 좇아 달을 넘기니 이것이라 이름난 절경

秩宕吟觴共鼓髥 아무렇게나 읊고 마셔 다함께 어른 부추기세

 

 

120. 祝方壺亭重修落成 방호정 중수 낙성을 축하하며

名亭頹落已多年 이름난 정자 무너진 지 이미 많은 해

官裔合心修保全 관청 후손 마음 맞춰 보전도록 고치네

風樹遺徵輝扁露 풍수지탄 남긴 부름 빛난 편액에 드러나고

方壺往跡語臺傳 방호정 지난 자취 말씀으로 전해지네

赴危黽勉盡忠節 위험에 나아가 힘을 쓰니 충절을 다함이고

卜勝徜徉終樂天 살만한 빼난 곳 노닐어 낙천으로 맺음이다

燕賀重新鄕黨集 제비축하 다시 새로워 온 고을이 모이고

當年憶昔總居然 이제 와 옛 생각하니 모든 것이 뚜렷하네

 

 

121. 上芝嶽公冑孫錫濟氏文 甲子淸和節與東濟遊 1984년 63歲

지악공 주손 석제씨께 올리는 글 갑자년 청화절(음력 4월 초하루)에

동제와 함께 가서

日來道軆淸寧之地 날이 되니 도의 본체 맑고 평화스런 땅이다

仰祝不已以千載一時 미리 앙축 못 드려 천년에 한 때를

幸得遊覽勝地名所 요행히 얻어 승지를 유람하니 명소일 뿐

不啻徒蒙僉位之極盡 아니라 모두의 극진한 따뜻한 대접을 입어

情待寔悚懼不堪也 송구함을 견딜 수 없어

而生平銘膚已矣 평생 새기겠습니다.

就白歸京卽時覓稿 나아가 서울에 돌아가면 바로 원고

則芝嶽公事紀也 즉 지악공사기를 찾아 아뢰겠습니다.

不過一百六十餘字 일백육십 남짓한 글자에 지나지 않아

而拔抄於江北所撰遺事 강북에서 지어진바 초를 뽑아 유사

中云其悉在於芝嶽先生 가운데 일러 그 모두가 지악선생의

實記中事也於今冑孫 실기 가운데 일이라 오늘에 주손이

不知事更豈有 알지 못하는 일이 다시 어찌 있겠습니까.

他敲手哉愚族輕率 다른 이가 손을 보았는지 우매한 일족의

之言唯有海諒伏望 경솔한 말이니 널리 헤아림 있기를 엎드려

而已耳然奉受之瓊篇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옥 같은 책을

此後熟讀以爲學業之資 받들어 받아 이 뒤로 익히 읽어 학업의

而所重管守爲計也 밑천으로 삼고 소중히 보관할 작정입니다

玆以寸楮這時無禮 이로서 짧은 편지가 이때에 무례하오나

之狀且感荷之意敢 상황이 또 느끼는 뜻으로 감히 올립니다

上達耳 追伸 추신

同宿僉位勿論典校族兄 같이 묵은 모든 분은 물론 전교 족형

方壺冑孫前一一以書 방호 주손 앞에 하나하나 써서

陳謝當然日後或有 감사함을 펴야 당연 하오나 며칠 후 어쩌면

面接時善宜鳳傳 만나볼 때가 있을 것으로 잘 전해 주시기를

伏望伏望已 엎드려 바라고 바랍니다.

 

 

122. 道峯初夏 초여름 도봉산

閒民耽景趁西東 한가한 이 경치 즐김 여기저기 좇는데

初夏道峯眞意中 초여름 도봉산은 참으로 맘에 드네

巘帶邃幽玄圃境 봉우리 낀 깊은 그윽 신선 사는 경낸지

谷傳澄爽武陵風 골짜기 맑은 상쾌 무릉도원 모습이

林間騷客醉新綠 숲 사이 시 짓는 이 새 푸름에 취하고

葉底餘花矜艶紅 잎 아래 꽃도 있어 고운 붉음 자랑 네

探勝吟觴吾嗜癖 빼난 데 찾아 읊고 마심 내 즐기는 버릇이

傲遊此地興無窮 이곳을 활보하니 흥 일어남 끝이 없다

 

 

123. 叅廣城祭江華途中 광성제 참석차 강화도 가는 길에

要衝江華堡吾東 요충지 강화섬 우리 동방 지키니

歲久爲邦鎖鑰同 오랜 세월 나라위한 자물쇠 같았네

開花潮流時激浪 개화의 물살타고 거센 물결 들이칠 때

黎明洋擾突狂風 어두운 새벽 양요라 미친바람 몰아쳤네

永眠忠魄廣城下 길이 잠든 충혼의 넋 광성 아래 어려 있고

往赴慘情靑史中 옛날 닥친 처참한 꼴 역사 속에 남아있어

壯烈魚公昆季外 장렬하신 어재연공 먼저 나중 할 것 없이

僉靈前拜感其功 모든 영전 절을 올려 그 공을 느껴보네

註 廣城堡 인천광역시 강화군 佛恩面 所在 사적 제227호 면적61000평방m

강화해협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로 강화 12鎭堡의 하나

1871년 신미양요 때 격전지 ※魚在淵

 

 

124. 參廣城祭餘感 광성제에 참석하여 느낌이 남아

抗侵誓死噘相逢 침입 막아 죽기로 안타까움 만나서

倘棄一生無屈從 한 삶을 버렸기로 굽힘이 없었네

惟秘戰情樓下海 오직 모를 전황에 성루아랜 바다가

但知悽狀塚邊松 다만 알아 처참함 주검 가엔 소나무

禮行照日合和氣 예를 행해 날비추어 화기에 어울리고

虔奉崇碑呈麗容 굳게 받들어 숭상해 고운 모습 드리네

至暮周遊名勝界 저물도록 두루 거닌 명승의 경계를

以蒙賢冑款誠濃 끼침 입은 어진 후손 정성이 깊기에

 

 

125. 參東村親睦契 遊俗離山 동촌 친목계에서 속리산을 가다

初遊願地莠葽時 처음 가네 원하던 곳 봄풀 돋을 때

新綠江山潤膩姿 새 푸른 강산 매끄러이 윤나는 자태

走走行行山水好 달리고 지나가는 산수는 좋고

回回曲曲物華奇 돌아서 구비치는 물상도 야릇

俗離山境滿塵客 속리산 경내에는 속세손님 가득하고

法住寺邊奔蕩兒 법주사 절가에는 방탕아 멋 대로다

莫恣乘饒耽樂子 넉넉함에 멋대로 마소 낙을 찾는 이들아

先思興盡後來悲 흥을 다할 생각 했다 다음엔 슳을 거라

 

 

126. 又 동촌 친목계에서 속리산을 가다

也登九折羊腸峙 올라도 꾸불꾸불 길기도한 높은 산길

別有天開轉俗離 따로 있는 하늘 열려 세속 떼게 되었구나

兩便入眸皆絶景 양쪽이 눈에 들어 모두다 절경이나

以何才幹得摹移 무슨 재주 가지면 본떠서 옮길 런지

 

 

127. 又 동촌 친목계에서 속리산을 가다

報恩依邑號 보은이란 고을 이름에

陸女史鄕玆 육 여사님 고향이었지

蒙澤一圓在 은택입어 부처님 계셔

鋪裝造景施 길을 놓고 조경이루네

 

 

128. 錦雲安商燮 去臘過古稀 乃祝晬並古稀 集合編而發刊

금운 안상섭이 지난 납월에 고희를 지나 이에 환갑과 아울러

고희를 축하 하는 글을 모아

錦雲年誌也 期文友社例會配付 而設宴參與以一律則

금운년지를 펴내 문우사 모임이 되자 나누어주고 잔치를 벌여

율시 한수로 참여하니 곧

追慕晦軒安先生

안회원 선생을 추모함이다 ※安珦(1243∼1306.9.12)

吾道未伸崇佛時 우리 도를 못 폈으니 불교를 숭상할 때

先生盡瘁起儒儀 선생은 애를 써서 유학 모범 일으켰네

宗師聖廟建營創 으뜸 원조 성인 사당 세워 운영 처음하고

正統程朱扶植期 옳은 이음 정주학을 받쳐 심어 기약했네

可度切懷依略紀 간절한 품은 뜻을 헤임이란 짧은 전기

難明偉績以單詩 훌륭히 드린 공을 밝힌다니 외로운 시

奉陪從祀傳追慕 제수 받들어 제사 모셔 추모함이 되니

興學遺功百世知 배움 일으켜 남긴 공을 백세토록 알려야지

 

 

129. 仲夏雅會 한여름 시모임 甲子 1984년 음6월8일 63歲

有招設宴早過江 잔치 열어 불러주니 일찍 강을 건너네

盛會來添歌好腔 성대한 모임 와서 보태 호강함 노래하네

乍鏡亭潭飛雨下 거울이던 정자 못엔 빗방울 져 날리고

似盤荷葉結珠扛 바위 같던 연꽃잎엔 구슬 들려 달린다

進秧生野捲雲影 모는 자라 커가는 들 구름그늘 앉았다가

收麥餉畦輸酒缸 보리 거둬 쌓인 두둑 술병 들고 나른다

六二五侵凶惡輩 육이오 쳐들었던 나쁘고 나쁜 무리

如何贖罪以歸降 어떻게 죄를 빌어 고향 내려 갈 런지

 

 

130. 新晴 새로 갠 날에

初訪咏壇霽日高 처음 찾는 읊는 자리 날이 개여 높아가고

境邊熙壤混撓挑 이곳 스쳐가는 이 많아 섞이어 어지럽네

連山繁茂無窮樹 이어진 산 우거짐에 나무 따로 셀 수 없고

大野秧穰萬頃濤 너른 들 심은 모가 온 들판을 일렁이네

我也藏修常例蟄 내 또한 감춰 닦아 늘 그렇게 숨었으나

知音呼出若何逃 알아주는 이 부른다면 어떻게 달아나랴

靑吾詞伯設華榻 청오 글 좋은 이 멋진 자리 베풀어서

陪飮陶然沈自豪 거듭 마셔 취함인지 절로 잠겨 호걸 되네

 

 

131. 北岳綠陰 북악의 푸른 그늘

此地囂塵自古微 이 땅은 시끄런 티끌 옛날부터 적었거니

遮天長夏綠陰圍 하늘 막고 긴 여름을 푸른 그늘 에웠으니

千尋危岳炎中立 천길 솟은 멧부리 불볕 속에 섰어도

萬里奇雲樹隙飛 만리 묘한 구름은 나무 사이 떠 간다

人畜納涼驚栗鼠 사람 축생 서늘케 함 다람쥐를 놀래 키고

林叢茂盛悅蘿衣 숲이 모두 우거짐에 이끼로 기뻐하네

溪間會酌興餘詠 골짝사이 모여 한잔 흥이 남아 시를 읊고

滌暑如斯知者稀 더위 씻음 이런 건지 아는 이 드물 거라

 

 

132. 落照 낙조

炎日頹威掛夕天 뜨거운 해 위세 잃어 저녁하늘 걸리고

殘紅强射翠微邊 남은 붉음 내리쏟고 푸르스름해지네

鎖塡大峽之淸霧 이어 매운 골짜기 맑은 안개 오락가락

直揷孤庵一縷煙 곧게 꽂은 외론 암자 한 오라기 연기가

引影荷鋤歸路下 그림자 끌며 매고 들고 돌아가는 길 아래

盈帆反照到濱前 펼쳐진 돛 되비치는 다가가는 모래밭 앞

黃昏萬象將休息 황혼 진 온갖 물상 쉴 자리 기다리고

豈乃吾生逆自然 어찌 이에 이내 삶 절로 그럼 거스를까

 

 

133. 仲秋雅會 한가을 시모임 甲子 1984년 가을 63歲

玉宇淸高氣序佳 꾸민 집 맑고 높아 기분도 따라 좋고

黃穰四野遍通涯 누런 곡식 사방들에 두루 미칠 생애에

外傭幹蠱何無信 외지 일에 몸 부대껴 어찌 믿음 없을까만

未省松楸切客懷 아직 묘역 못 살펴서 간절함 품은 객지

餘酹進杯仍惹興 제사 쓰고 남은 술에 거듭 흥을 이끄는데

尋鄕過節猝閑街 고향 찾는 명절이라 갑작 거리 한산하네

寓生晟代中秋値 머물러 삶 밝은 시대 가을에 맞춤이라

賞月吟觴豈可排 달을 즐겨 읊는 술잔 어찌 마다 하겠나

 

 

134. 挽馬晦泉丈長華 마회천 어른 오래 빛남을 애도하며

無拜於吟社 음사에서 뵙지를 못해

風儀慕每場 풍모 흠모는 갈 때마다

蘭音此竟至 난 향기 이래 끝맺음에

道軆終斯行 도의 몸도 마쳐 이 길을

耆宿失吾黨 어른 학덕을 잃은 우리

文衡招帝鄕 글 벼슬에 불려 하늘에

詩師臨壙別 시 선생 광중에 떠나니

心曲奈凄涼 마음엔 어쩔꼬 추위를

 

 

135. 西山書院落成時淸風會員一同省墓於漁溪先祖告侑文

서산서원 낙성 때 청풍회원 일동의 어계선조 성묘고유문 갑자년

甲子 1984년 9월 63歲

歲閱今値 民國治年 세월 살펴 오늘 따지니 나라 다스려짐이다

卓行高節 抱道守全 탁월한 행동 높은 절개 도 안고 온전히지켜

雲仍榮光 被蔭無邊 후손에는 영광이며 음덕 입음이 끝이 없다

世道升沈 有數宛然 세상의 도 오르고 잠겨 운수 있음이 완연해

西山書院 復元爲銓 서산서원을 복원함에 저울질을 하니

往在光廟 府君之傳 옛날에 있던 빛난 사당 부군당의 물림이라

流芳千古 扶綱連綿 천고에 남긴명예 떠받쳐 넓게펴 끊임없음에

只慕羹墻 追感遠天 다만 그려 우러러 좇아 느낌이 먼 하늘이라

興敎崇禮 溫古尙賢 가르침일으켜 예받들고 옛 캐알고 어짊높여

以文化財 于官迺宣 문화재로 관청에서 이에 베풀어

官援孫勉 傾物心專 관원은 돕고 후손 애써 물자 들여 마음쏟아

寢于重建 乃燕賀焉 다시 세움에 푹 빠졌다가 남 축하 받음이다

明日重陽 奉安卜便 내일이 중양이라 받들어 모심 날 받음 됨에

在京苗裔 婣睦袂聯 서울 사는 후손들과 인척 척당까지

欲修見學 貽謀承先 보고 배우려함에 미리 받아 꾀함 미쳐

爰來爰參 落成其筵 이래와서 이래봅니다 이룸마치는 그 자리에

謹以單斝 辦香素籩 삼가 술 한 잔이나마 향을 살라 제기 놓고

伏玆幽宅 用伸告虔 이 유택에 엎드려 말씀을 아룁니다

 

 

136. 上釜大敎授李東英文 부산대학교 이동영교수께 올리는 글 甲子 1984년 63歲

謹啓 生面도 없이 敢히 拙楮를 올리게 된 것을 容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先生께서 漁溪先祖 事蹟碑文을 지어주셔서

대단히 感謝하게 생각하옵니다 拙生은 이곳 遠處에 사는 末端

子孫으로서 書院落成에 千載一遇之格으로 參拜團에 끼어 暫時

다녀오면서 碑文글자 한자가 잘못 새겨져 있기로 그냥 두어서는

아니 될 글자이기에 몇 자 적어 알리는 바입니다 實은 三日아침

八時頃에 書院에 到着하여 小案內冊子를 받고서 末席에서 祭禮에

參加中 冊子에 적혀있는 該碑文글을 읽고 駭怪하다 생각하고

團體스케주을에 依하여 知事初献이 끝나자 撤收하게되어

나오면서 除幕前 碑石글을 確認하여 보았습니다 問題의 글자는

引用된 南秋江先生詩句 虎渡淸冷浦趙翁歛魯山 中에 冷字가

泠字라야 되는데 誤傳된 文献을 보셨는지 書刻의 過程에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고 또 除幕朗讀過程에서 發見되어

只今쯤 訂正 돼있는지도 모름니다 地名이 淸泠浦가 分明한 것을

궂이 冷字를 쓸 理가 없고 五言詩中의 한짝 글이라 冷字로서는

簾이 맞지 않으니 秋江先生이 썼을 理가 없고 이 글자는 詩를

모르는 사람들이 混用하기 쉬운 글자이므로 誤傳된 文献을

보셨을 줄 압니다 저 豆滿江流飮馬無를 豆滿江水로 訛傳되어

膾炙되는 것도 이런 部類에 속할 것입니다 理由야 어떻든

그냥 둘 경우 어찌 先生만의 辱일뿐이겠습니까

此後機會 있으면 맞나 뵙고 謝罪 하겠아오나 우선 唐突하게

이만 上達하나이다

十月五日 咸安 趙鏞旭 上

李東英 先生 硯北

此文得效其後以李敎授指示該字訂正焉

이 글 효과 있어 그 뒤 이교수 지시로 해당 글자가 정정 되었다

 

 

137. 賞菊 국화를 감상하며 甲子 1984년 가을 63歲

重陽賞菊趣中眞 중양절 국화감상 즐김 가운데 참이라

墻下葳蕤逐日新 담 아래 화사함이 날이 가며 새로워라

佳色層英尤浥露 멋진 빛깔 쌓은 꽃이 이슬까지 머금어

淸香滿砌不侵塵 맑은 향기 가득한 뜰 먼지 어디 붙을까

掇花泛酒淵明興 꽃을 주워 술에 띄워 도연명이 되었다가 陶潛

玩景詩情子美伸 경치 즐겨 시정 느껴 두자미도 되는구나 杜甫

半笑籬邊昕夕對 살짝 웃는 울타리 옆 아침저녁 맞을 때면

凌霜馥馥正迷人 서리 맞은 향내 솔솔 정말 사람 홀리누나

 

 

138. 慶祝開天節 개천절을 경축하며 甲子 1984년 가을 63歲

肇國生民聖祖勳 나라 열어 백성 살림 삼성조께서

齊齊景仰讚歌聞 모두 같이 큰 우러름 노래 부르네

手揚太極旗而敬 손에 든 태극기는 경하하자고

獨酌黃花酒乃欣 혼자서 국화주에 이내 기쁘네

遊俗場辺興喝采 놀이마당 가에선 흥에 외치고

祭天壇上繞祥雲 하늘제사 단 위엔 상서론 구름

威哉弘益人間訓 높기도 해 홍익인간 세상 가르침

爲布何慳我克勤 펼쳐보자 어찌 아껴 나도 힘쓸 터

 

 

139. 次李菊軒任器古稀韻 국헌 이임기의 고희 운으로

菊翁期百到稀年 백세 기약 국헌옹 칠십에 이르렀네

每樣溫顔似我憐 볼 때마다 따뜻한 낯 내가 가련한 듯이

飾喜賢郞誠極盡 잔치 차린 어진 아들 정성이 극진하니

養眞主老道能穿 참 으뜸 키운 노인 도를 뚫겠네

晩耕烟月閒移日 태평세월 늦게 갈아 날 보냄 한가롭고

時讀春秋勉順天 춘추를 읽을 때엔 순리 좇음 힘을 쓰네

呼應仁家招請友 어진집안이라더니 친구들 불러주네

題詩會賀勸酬筵 시 지어 축하모아 잔치자리 갚게 되네

 

 

140. 孝昌雅會 효창 시모임

成均館儒道會 龍山支部 結成總會에 便乘하여 文友社員被招

並辛未洋擾 紀念事業會의 魚允源에 酒食提供과 魚忠壯公兄弟位

愛國殉節韻 卽載雙忠集受領預韻也

欲張吾道約高秋 우리 도 넓히려고 높은 가을 맺음에

濟濟衣冠遭遇樓 많고 많은 의관이 누각에서 만나네

多謝主催陳榻下 감사하네 주최 측 의자 놓인 아래로

猝爲洙泗勝區頭 갑자기 되었으니 유교성지 머리로 ※洙泗學

傲霜芳菊葳蕤笑 서리에도 꽃핀 국화 아름답게 웃고서

皓髮騷人得意遊 머리 센 글하는 이 뽐내면서 다닌다

四美二難皆具備 아름다운 넷에 어려운 둘을 다 갖추어

奈何暢敍奈何收 어떻게 늘어놓아 어떻게 그칠까

 

 

141. 輓成江聖來 성강 조성래를 애도하며

成江碩學遽何之 성강 큰 배움 갑작스레 어찌 가나

子奉晏然寧固辭 선생 받듦 늦었다고 차라리 하지말지

上帝雖招任泮宰 하느님 비록 부름 학교는 맡겠으나

邦家要問失蓍龜 나라 집안 물어볼 혜안을 잃었구나

波瀾萬丈也今畢 파란이 만장하여 이제와 마침인가

飮席一場終不期 술자리 한자리를 끝내 기약 못하네

花樹敦情無布處 화수회 두터운 정 펼 데가 없어라

鬼才豪宕竟全歸 귀재도 호탕함도 그대로 돌아가니

 

 

142. 又 성강 조성래를 애도하며

該博五車書讀人 해박 하였네 다섯 수레 책을 읽어

惜哉忽失我門珍 아까워라 문득 잃어 우리 세계 보배인데

頻逢花樹輸情厚 자주 만남 일가라서 정 두터이 나누었네

何早天皇作貴賓 일찍이도 하느님 귀한 손을 지으실까

 

 

143. 初參洛西會 낙서회에 처음 참가해 甲子 1984년 겨울 63歲

高會吟場似靜郊 높은 모임 시 읊는 곳 마치 조용한 교외

敢參白面乞遊交 백면으로 감히 나와 사귐 갖자 빌었네

老衰寒蟄須溫突 늙고 여위어 추위 피해 모름지기 온돌이라

齒豁肴杯適軟泡 이는 빠져 술안주로 무른 거품 제대로다

暮歲紛紜爭利巷 저무는 해 어지러이 이문다툼 항간에는

胡風慄烈在鳴梢 찬바람 매섭게 울고 있네 가지 끝에

團欒逸興今如罷 모여 앉아 기쁜 흥이 오늘마냥 마침에

期約明年散各巢 이듬해 기약하며 흩어지리 집으로

 

 

144. 送年會 해를 보내는 모임에서

送年雅會賴天寬 해 보내는 시모임 하늘만은 너그럽길

送舊迎新老益歡 묵음 보내 새롬 맞기 늙음에도 기쁜지

藜藿生涯甘陋巷 변변찮은 한평생 누항인들 달게 받고

斯文季世處衣冠 이런 글로 막간 세상 의관 갖춰 지낸다

淸風屋內杯肴暖 맑은 기운 집 안에는 술이 돌아 따뜻한데

萬丈峯邊雪月寒 만장봉 쌓인 눈에 달이 비쳐 달빛 차다

衰去越冬須愼攝 여위어 간 겨울나기 반드시 잘 섭생해야

擁爐深蟄最書看 난로 안고 깊이 박혀 책보기가 그만이다

 

 

145. 新年希望 새해에 바라며 乙丑 1985년 가을 64歲

宿願何忘寤寐間 오랜 바램 어찌 잊나 자나 깨나 언제나

誓天元旦果登攀 새아침 하늘맹세 붙어 잡고 오르기를

恨今風樹自低首 한은 이제 못 기다림 저절로 머리 숙고

憶昔篠驂空莞顔 옛 추억 어린동무 멍하니 웃는 얼굴

烏水夷山招我待 오곡시내 백이산이 날 불러 기다려도

松楸鄕曲促誰還 묘역에 고향곳곳 누굴 추켜 돌아가나

搖籃南國優遊地 나서 자란 남녘나라 잘도 다닌 땅이건만

歸去來兮百絆刪 돌아갈 날 올 것인가 백번 옭음 깎아야

 

 

146. 祝楊州鄕校大成殿補修丹靑및 明倫堂重建丹靑竣工落成

양주향교대성전 보수단청과 명륜당중건단청 준공낙성을 축하하며

鄕校重新賀落成 향교 거듭 새로워진 낙성을 축하하며

官民熱意正分明 관도 민도 뜨거운 뜻 정말로 분명하다

翬飛堂殿亶矜式 화려해`궁전 같음이 실로 자랑삼음이요

崇奉聖賢尤頌聲 우러러 받든 성현을 더욱 칭송함이다

州獎斯文將洽化 고을이 글 장려하니 앞으로 윤택하리라

廟修舍采乃純誠 사당 고쳐 사옥 칠해 순전히 정성이리라

弛網槿域爭鳴異 그물 늦춘 근역에서 울림 달라 다투다

痛感吾儒啓後生 아픔 느낀 우리 유림 뒷사람을 이끄네

 

 

147. 洛西詩會 一月於南山

낙서회 시모임을 남산에서 乙丑 1985년 1월 64歲

爲康體操又登高 건강 위해 체조하며 또한 산에 오르지

莫情老來筋肉勞 정도 없는 늙음이 와 근육을 지치게 해

冬節南山排雜遝 겨울철 남산에는 밀쳐 섞여 따라붙어

洛西吟客聽松濤 낙서회 시인들은 솔 물결을 듣고 있지

推敲經月作單首 고치느라 달이 흘러 딱 한수 지었는데

辛苦跨年加二毛 어려워서 해 넘기기 흰머리 더했구나

臨迫立春猶欲凍 입춘이 닥치는데 오히려 얼음 얼듯

禦寒取興最宜醪 추위 막기 흥 돋우기 막걸리가 제일이지

 

 

148. 雪厚歲寒 눈 두터운 겨울철에 乙丑 1985년 1월 64歲

雪添雪上歲寒天 눈 위에 눈이 쌓인 겨울철 날씨

事事忙中難進前 일마다 바쁨 속에 나아가기 어려워라

總選海東興鬧熱 총선이라 해동에 시끄런 열기 일고

會談南北蔽迷烟 회담이라 남북간 알지 못할 연기 끼네

苦吟呵筆歎氷硯 힘든 시 붓을 불며 언 벼루 탓하다가

屢酌釀春仍酒仙 여러 잔 빚은 봄술 신선으로 취하네

覆地皓然無谷野 땅 뒤집어 하얀 것이 골도 들도 없구나

農家竊喜稔明年 농삿집 몰래 기뻐 내년 곡식 잘될 거라

 

 

149. 春雪 봄눈 乙丑 1985년 봄 64歲

春雪飄飄繡野山 봄눈이 펄펄 나려 들과 산을 수놓는데

落而消盡寸時間 내리자 다 내림에 짧은 사이 한때구나

爲滋岸柳催黃眼 물이 불어 언덕버들 노란 눈 틔려하고

故女慮庭梅撲素顔 님 그려 뜨락 매화 말간 얼굴 수줍어라

斜照茅薝連滴濕 비껴 비친 초가처마 이어달린 방울지고

長耕麥畝宛條斑 길게 갈린 보리이랑 굽어 갈려 얼룩지네

臈前三白今同解 겨울에 내린 눈은 이젠 모두 녹았는데

兆歲遲遲向海還 세월조짐 더뎌더뎌 바다 가서 돌아오나

 

 

150. 甲子舊曆將終 十二代總選直後

갑자년 헌 달력 끝나려할 때 12대총선 직후

冒寒何事早離巢 추위 무릅쓰고 어떤 일로 일찍 집을 나서나

一念隨君樂淡交 생각만은 그대 따라 묽은 사귐 즐기려네

大政已收將穩國 큰일 치름 이미 거둬 나라 평온 하려는데

立春雖越尙荒郊 입춘 비록 지났으나 아직 들은 거칠다

迫終太歲顧虛送 한 해는 마침 닥아 돌아보니 헛보냄이

今迄每年重自嘲 이제 이른 해마다 거듭함이 쓴웃음이

但願初逢明乙丑 처음 만나 바램이란 이듬해 밝히고서

無違嗜酒亦耽肴 술 즐겨 어김없이 안주 또한 밝혀야지

 

 

151. 新春望 새봄에 바라네 乙丑 1985년 봄 64歲

荏苒春舒雨水過 들깨 우거진 봄은 펼쳐 우수도 지나가니

瘦翁安堵避寒波 파리한 노인 안도하네 추위를 벗어나서

振衣濯足生平願 옷을 털고 발을 담금 평생을 바램이라

落葉歸根老大何 떨어진 잎 뿌리에로 늙은 다음 어찌되나

鄕曲招誰催返臥 고향마을 누 부를까 누웠다가 일으키고

東風誘我故吹和 동녘바람 날 꼬드겨 가라앉네 불었다고

若能偃仰搖籃地 엎어져 될 수 있어 나고 자란 땅이니

自得吾之倘肯哦 내하기로 된다면은 옳다할 수 있을까

 

 

152. 願邦命維新 漢城文友社創立二十周年紀念募詩

나라 운명 새롭기를 바라며 한성문우사 창립 20주년 기념응모 시

政情收穩躍如春 정치정세 평온해져 봄날처럼 뛰는 듯

交易萬邦尤欲親 교역으로 모든 나라 더욱더 가까웁고

亹亹檀君冥佑在 단군임금 힘쓰니 명계에서 도움 있고

孜孜士庶發祥均 선비 서민 힘써서 좋은 일이 고루고루

秉彛奉祖承良俗 어엿한 조상 섬김 미풍양속 이어받고

垂範開來拂舊塵 홍범 내려 열어오니 묵은 티끌 떨쳐내자

坎坷白衣無故滯 때 못 만난 백의겨레 까닭 없이 막혔으나

雄飛當到欠龍伸 힘찬 오름 이르름에 용 펼침이 모자라네

 

 

153. 追慕安重根義士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며 1985년 64歲

丈夫爲國恨冲天 대장부로 나라위해 한이 하늘 찔러서

快雪於焉七七年 쾌히 씻어 어느덧 일흔일곱 해 되었네

義士振名于萬里 의로운 선비이름 떨치니 만 리 까지

元兇作鬼以雙烟 으뜸가는 흉한 죽어 세 발의 연기 속에

若無先烈献身賴 앞선 열사 몸 바침에 힘입음이 없었다면

何有後生存命全 뒤에 우리 어찌 있어 사명 지님 온전하랴

歲歲期春追慕裏 해마다 봄이 오면 추모하는 가운데

黃鷄壯擧莫忘傳 기유 그해 장한 쾌거 잊지 말고 알리자 ※1909

 

 

154. 李澤堂植先生與張谿谷維申象村欽李月沙廷龜先生

택당 이식선생은 계곡 장유 상촌 신흠 월사 이정구선생과 더불어

四大文章之一 而爲宰相人也 曾爲關東軒城縣監荏一年未滿

4대 문장의 하나이며 재상이 된 사람이다 일찍이 관동 헌성현

현감을 한지 한해도 안 되어

其功多大也 到今郡守士人合勢而埋沒之頌德碑 搜得改竪矣

그 공이 많고 컸다 오늘에 이르러 군수와 선비들이 합세하여

묻혀 있던 송덕비를 찾게 돼 다시 세웠다

澤堂相國莅杆城 이택당 정승께서 간성에 다다라서 ※강원 고성

曾詩牛刀力量明 일찍이 우도 시로 역량을 밝히셨다

擊壞高歌堯舜化 격양가 높이 불러 요순시대 되게 하고

拾螢勉學魯鄒呈 반딧불 밝힌 공부 공자맹자 드러냈다

攀轅遮道願留任 수레잡고 길을 막아 있어 달라 애원함이

竪碣羹墻傳盛名 비석 세워 사모함에 이름 채워 전해짐이

搜得失碑今更立 찾아내 잃은 비석 이제 다시 세웠으니

報恩頌德後生情 은혜 갚음 기린 덕을 뒷사람도 느낍니다

 

 

155. 春日登山 봄날 산에 올라 乙丑 1985년봄 64歲

春日登高自興歌 봄날 높이 오르니 절로 흥에 노래하다

誰嫌以我老來過 누가 날 싫어하나 늙어오며 잘못함을

海東畿內韶光早 해동에도 서울둘레 아름다운 빛 일러

萬丈峯邊俗客多 만장봉 가에는 세속손님으로 많다

驚雉忽飛衷靜寂 놀란 꿩 홀연 날아 마음속은 고요하고

遊絲飄蕩上文波 아지랑이 흔들리니 위로 글이 일렁인다

樂山奇癖何嫌巘 산이 좋은 괴팍한 병 어찌 꺼려 가파름을

無妨吟觴暖曲阿 거리낌 없는 읊고 마심 따뜻한 굽은 비탈

 

 

156. 遊塔公園 탑골공원에서 乙丑 1985년 64歲

會吟此地秘藏誇 모여 읊는 이곳에 숨긴 자랑은

己未追思歲月遐 기미년 생각 쫓아 세월도 멀다

先哲毅然曾倡檄 앞선 철인 의연히 격문 읽어서

後生閑適慢耽花 뒤에 우린 한적히 꽃을 즐긴다

不忘竹帛銘碑立 서적을 잊지 않고 돌에 새기고

依舊春風拂柳斜 봄바람 옛 그대로 버들 흔든다

傾帑新裝須問賞 돈 들여 새로 꾸며 물어 즐기고

名區雅趣一層加 이름난 곳 멋진 맛 한층 더한다

 

 

157. 江南詩社社長洪月坡競植八六旬生辰祝賀韻

강남시사 사장 월파 홍경식 팔순 육순 생신을 축하하며

人間五福係于霄 사람세상 다섯 복 하늘에 매여

欲享難追巍且遙 누리려도 쫓기 어려워 높고도 멀다

隆耋同偕相鼓瑟 대단한 노인 같이 함께 서로 어울려

諸蘭共郁好連條 여러 향기 모두 성해 좋아 잇닿네

辛酸刻苦靑春過 참기도 어려웠던 젊음을 지나

矍鑠優遊歲月消 건장하게 노닐며 세월을 보내네

觴咏賀筵多興趣 잔 들어 축하 읊어 많은 흥 일어

斜陽莫促渡江橋 해 기운다 말을 마라 강만 건네면

註 五福: 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 / 長壽 富裕 無病 息災 道德

/ 長壽 富 貴 康寧 多男

 

 

158. 遊德壽宮 덕수궁에 가서 乙丑 1985년 64歲

古宮半日醉春陽 옛궁궐 반나절에 봄볕에 취해

神自疎慵似臥鄕 정신 절로 풀어져 고향과 같네

當節遊人來逸樂 철 맞아 걸음 한 이 낙 찾아 오고

傷時往主去難忘 때 잃은 지난 주인 못 잊어 간다

九華留殿風姿壯 아홉 화려 남은 전각 모습은 웅장

一苑芳林嫩葉光 뜨락 한쪽 꽃다운 숲 어린잎 빛깔

彌月連筇期以會 달을 넘겨 지팡이들 모임이 되니

亭隅樹下好吟場 정자 곁에 나무아래 좋은 시 마당

 

 

159. 道峯賞花 도봉산 꽃을 즐김 乙丑 1985년 64歲

景色道峯無盡藏 도봉산 경관 빛은 무진장 감춤

就中此節逸花鄕 이 시절에 파묻힌 숨은 꽃 고을

境沉遨客由騷亂 폭 꺼진 땅 놀이 손님 시끄럽다고

谷蓋紅雲與暗香 골짝 덮은 붉은 구름 남모를 향기

恐以雨風開日短 비바람이 두려워 해 나옴 짧고

喜之新綠暮春長 새 푸름에 기뻐서 늦봄은 길다

移笻若賞溪邊立 죽장 옮겨 즐기는지 냇가에 서서

灼灼紛紛豈可忘 불에 살라 날던 티끌 어찌 잊을까 ※산불흔적?

 

 

160. 次李一滄康秀古稀韻 일창 이강수의 고희 운으로

康寧偕老抵稀年 함께 늙어 건강안녕 드물다는 나이에

璿派連緜殿厥先 왕가 갈래 끊임없어 그 선조 임금이라

已涉世波修壯志 세상물결 이미 건너 장한 뜻을 닦으니

晩耕烟月樂閑天 태평세월 늦게 갈아 한가한 날 즐기네

芝蘭郁郁由餘慶 지초 난초 향기로워 경사가 남아서고

茀祿陳陳豈偶然 복록은 널려있어 어찌 이게 우연일까

飾喜賢郞誠遂日 상 차린 어진 아들 정성으로 이룬 날

以斯蕪句敢參筵 이렇게 거친 글귀 감히 자리 차지했네

 

 

161. 參拜牙山顯忠祠 아산 현충사를 참배하고 1985년 64歲

花殘嫩葉節 꽃은 다 떨어지고 어린잎 돋는 계절

初拜顯忠祠 처음 찾아 절 올리니 충무공 모신 사당

聖域總驚歎 성역에 경탄함 모여

我之歡喜時 내 기쁨도 때 맞네

 

 

162. 遊揷橋防潮堤 삽교 방조제에 가서 乙丑 1985년 64歲

牙山灣岸變滄桑 아산만 물굽이가 바뀌어 밭이 되니 ※滄海桑田

今世人爲理想鄕 이 세상 사람 하기 이상세계 만들기

南北兩湖淹地表 남북에 두 호수에 땅의 거죽 담그고

中西一帶破天荒 가운데 서쪽 둘러 놀랄 일을 벌였네

防堤嚴劃臥長直 둑 막아 쭉 그으니 길게 곧게 누웠고

墾野整然鋪渺茫 메운 들판 가지런히 아득히도 펼쳤다

遝至漫遊隆代客 줄 서서 넘쳐나는 좋은 시절 손님들아

復興主役想無忘 다시 일군 주인공(朴正熙) 이상을 잊진 말자

 

 

163. 餞春 봄을 보내며 乙丑 1985년 64歲

曆序祝融雖已登 달력차례 여름의 신 오르기는 했는데

東君餞感未堪能 동녘임금 보내기가 아직 못내 안 되네

賞春遊客多相伴 봄 즐기러 놀러온 이 많이도 짝을 짓고

織柳倉庚尙喚朋 버들 엮는 꾀꼬리 오히려 벗을 찾네

麥嶺始秧回故意 보릿고개 모내기는 일부러 돌아가고

草榮繁綠瘦花徵 풀이 짙어 푸름에는 꽃 부름 별로이다

佳辰總會周旋好 좋은 날짜 모두모임 주선을 잘했구나

盡日歡娛乃點燈 하루 내 잘 노는데 이내 불이 켜진다

 

 

164. 無窮花 무궁화 乙丑 1985년 64歲

國花木槿是吾東 나라꽃 무궁화 이는 우리 동방

崇尙白衣民族同 흰옷을 좋아하는 겨레는 같아

高貴當稱其縞素 높이 받듦 마땅히 그 바탕대로

重華奈較彼桃紅 덧붙인 빛깔과 어찌 견주랴 저 빨간 붉음에

于今受難況蚜害 이제껏 받은 어려움에 하물며 진딧물까지

從此向榮應馥風 이런데도 꽃을 피워 보란 듯 향기 날리네

滿發何時齊八域 언제면 가득 필까 온 나라 고르게

籲天統一只成功 하늘에 통일 외쳐 일 이룰 테니

 

 

165. 謹次李春園禎薰丈八旬壽筵韻

삼가 춘원 이정훈 어른의 팔순잔치 운으로

春園耆宿八旬春 봄 동산 명망어른 팔순 맞는 봄

新望期頤出發新 백세 되는 새 바램 새로운 출발

矍鑠尙今餘壯志 오늘 되레 건장하니 장한 뜻 남아

雍容無變確居仁 온화 조용 변함없는 어짊에 머묾

蓮潭日暖龜呈瑞 햇살 바른 연꽃 못에 거북 (서조) 보이고

松戶風涼鶴訪隣 바람 맑은 소나무집 학이 (이웃) 찾는다

璿派古家盈茀祿 왕가 갈래 오랜 집 복록을 채워

蒙招飾喜賀佳辰 부름 입은 차린 잔치 생신축하를

 

 

166. 次魚鳴海允源古稀韻 명해 어윤원의 고희 운으로

社朋鳴海古稀年 시사 친구 어명해 고희 해 되어

飾喜賢郞新綠天 아들은 잔치 차려 새 푸른 날에

喬蔭油然忠壯後 구름 일어 높은 그늘 충장공 후예

孝誠極盡拜趨前 효성도 끝을 다해 달려와 절해

投身商界其魂士 상업계 몸담아도 혼만은 선비

從事斯文且泮員 이 글 좇아 일 보는 배움의 일원

積善之家餘慶報 착함 쌓은 집이라 경사 알림에

況招賓客此華筵 하물며 모신 손님 이 멋진 잔치

 

 

167. 魚鳴海古稀筵北岳卽事 어명해 고희잔치 북악 그 자리서

海叟稀辰却訝眞 명해노인 칠십 생신 맞음이 참되

韶顔鶴髮益淸新 밝은 얼굴 학 머리칼 더 맑아 새 롬

振振餘慶漢城裏 경사 남아 떨치네 서울 안에서

赫赫先徽江華濱 선조 명예 빛나네 강화도 물가

賀軸騷壇詠投積 축시 들고 읊조린다 시는 쌓여서 ※軸:두루마리

稱觴盛会酬酌頻 축배 들어 마셔댄다 잔을 돌려서

甘旨胤君惟子子 달게 맞는 이은 그대 늘어선 아-들

仁家所奉道親親 어진 집안 받듦은 도 가까운 벗-

 

 

168. 遊坡州花石亭 邊而次亭韻 乙丑 1985년 5월말 64歲

파주 화석정에 가서 정자 가에서 화석정 운으로

※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율곡리 화석동

訪臺周賞景 대 찾아 두루 경치 감상을 하네

望裏感無窮 바라보는 마음 느낌 다함이 없네

今榭治裝綠 오늘 정자 차림새 푸르다 만은

故人忠膽紅 옛사람 충성다짐 붉었으리라 ※李栗谷

臨津肆旨煮 나루에서(임진강, 임진년) 방자한 짓 삶아서인지

花石亭涼風 화석정 정자에는 서늘한 바람

六二五悽絶 육이오 그날 전쟁 슬픔도 끊어

廢橋江水中 버려진 다리발은 강물에 섰나

註 1443년 이명신(율곡5대조) 건립 1478년 이의석 보수 이숙함 명명

1592년 임진왜란 불탐

1673년 이율곡후손재건 1950년 6.25 불탐 1966년 파주유림 복원

1973년 율곡유적정화단청

 

 

169. 辛未洋擾有感 신미양요 느낌을 ※辛未 1871년

多難國家開化頭 어려움 많던 나라 개화할 즈음

洋擾辛未不忘秋 양요로 신미년에 못 잊을 가을 /천추 /역사

徒敎將來齎犧恨 헛 가르쳐 다가와 희생할 한이

無奈京師運局愁 어찌 없나 서울선생 운도는 시름

列强橫行爭奪劇 열강이라 횡행하며 쟁탈극 벌여

一朝陷沒要衝樓 하루아침 함락몰락 요충지누대

散華五十六忠烈 꽃으로 흩어져간 쉰여섯 충렬

永慕慰靈江島洲 길이 기려 영을 달래 강화도 섬에

 

 

170. 夏至文友社雅會 하지에 문우사 시모임 乙丑 1985년 64歲

社朋雅會席靑襟 시사친구 시모임 배움의 자리

勝地聞鳴林下禽 빼난 곳 듣는 울림 산새 숲 밑에

閒訪涼亭槐影密 한가로이 찾는 정자 빽빽한 그늘

從知疆土綠陰深 쫓아가며 아는 강토 녹음에 깊어

何忘盡瘁攸刊集 어찌 잊나 애써 여윈 시집 발간에

却喜淸遊可醵金 기쁨 물려 맑은 놀이 돈 거뒀다고

騷客暮年能所樂 시인은 해가 가도 즐기며 살아

無他探景任觴吟 달리 없이 경치 찾아 마시고 읊어

 

 

171. 憂過夏 여름지낼 걱정 乙丑 1985년 여름 64歲

苦雨炎蒸恣作朋 괴로운 비 뜨거운 찜 멋대로 친구하자

如吾病夏豈堪能 나로서는 아픈 여름 어찌 견딜지

時哉每戶多忙扇 때인가 집집마다 부채손길 바쁘고

間或街廛貴品氷 어쩌다 거리가게 얼음대접 귀하네

無努自悀肢體重 일없이 절로 화나 이내몸만 무겁고

空然陶鬱下人憎 괜스레 답답하여 아랫사람 나무라네

解霖臨迫流金伏 장마라도 물러나면 닥칠 것은 삼복더위 ※庚伏

慼慼憂心奈益增 근심걱정 어둔 마음 어찌하여 더해가나

 

 

172. 期待于十二代國會議員 12대 국회의원에게 바라며

選良議政驗充過 뽑힌 양심 의정활동 경험 충분해

十二代今期待多 십이 대 이번 국회 기대도 많아

尸位素餐忘義務 자리차고 돈만 받아 할 일 잊을까 ※尸位素餐

挾權征利惹風波 권력 끼고 이끗 챙겨 풍파 이끌까

尙惟吾道道興作 바라건대 우리 도 도 일게 하고

收以衆論論總和 모든 이 의논 따라 뜻 모아 함께

經世濟民功績外 세상경륜 국민구제 그 밖의 공적

爲成統一獻身何 통일성취 위해서 몸 바침이 어떠한가

 

 

173. 國會議員金海金公墓碣文

국회의원 김해 김공 묘갈문 乙丑 1985년 64歲

公의 이름은 敎中 號는 大溪요 文章節行으로 有名한 文愍公

馹孫을 遠祖로 하고 其約百年後 壬辰亂에 倡義蹶起하여 殉節한

判司公 彦慶을 派祖로 한다 十世後 倭政前後에 名儒와 成均館

講士로 이름을 떨친 竹齋先生東振은 祖요 宜岡公容鶴은 父이니

辛亥正月九日에 태어나다

公이 少時부터 英特함에 서울 第一高普를 優等卒業하고 歸鄕

數箇郡에 公職을 歷任하다가 解放後 道에서 南原郡守를 委囑

하였으나 高齡인 祖父와 父主膝下를 떠날 수 없다하여 辭退하니

在職에 淸廉耿介 하여 그 高邁한 人格은 多士의 模範이였다

獨立國家로서 制憲議員選擧時 鄕里各團体의 推戴에 못 이겨

立候補하니 人氣絶頂이라 他의 猛烈한 挑戰에도 六人을 다

물리치고 當選의 榮光을 얻었으나 經世濟民의 抱負를 미처펴지도

못하고 六二五動亂이라 이윽고 共匪의 魔手에 걸려 被殺되니

그 때 不過 四十歲라 國家의 支柱요 家門의 巨木이 中途에

꺾겼으니 어찌 아깝다 아니하랴 정녕 共徒는 나라와 家門의

一大怨讎이더라

室令夫人은 河東鄭氏요 郡守鍾振의 딸로 賢淑謙德하여 內助는

勿論 夫君殉節을 庚寅八月十六日 全州에 가서 비로소 알고

寃痛을 참아 홀로 群屍中에서 遺骸를 搜得安葬케 했으며 그 후

오직 四男二女 養育에 汨沒했으니 어찌 賢母良妻라 아니하랴

長男鎭奭 次男鎭喆 三男振贊 四男鎭甌 一女全州李承煥 二女

坡平尹弘植은 다 振振하다

乙丑(一九八五年) 七月 上旬에 三男振贊이 携帶派譜하여 墓碑文을

懇請하므로 所載된 實記中에서 要點만 가려쓰노라

 

 

174. 謹次篁岡齋重修韻 삼가 황강재 중수에 붙여

肯構保存難累年 받아 이룸 지녀옴에 어려운 해 여럿

重新今日勝於先 새로워진 오늘이 먼저보다 나아

松楸更悅場岩上 묘역 다시 기쁘니 바위 위 자리해

風月尤淸鼎水邊 풍월 더욱 맑으니 정?? 물가라

季世異端雖跋扈 말세라며 이단이 설친다 하는데

吾宗斯道尙流連 우리 종교 이 도는 머물러만 있나

篁齋爲始團欒裏 황강재로 비롯된 모여앉아 즐김

忠孝家聲眷眷傳 충효로 집안소리 모두에 알려야

 

 

175. 光復節有感 광복절 느낌

儒林會報社應募參榜也 유림회보사 응모 이름 오름

熱狂歡喜外無加 뜨거움 미침 기뻐함 기쁨 그 밖에는 덧붙일 것이 없다

光復眞情擧族誇 빛을 되돌리니 참뜻은 온 민족이 들고 일어난 자랑이다

要想捐軀伊義烈 몸뚱이 던져버린 저 의로운 선열을 반드시 생각하고

奈忘蒙難我邦家 어려움을 입은 우리의 나라와 집안을 어떻게 잊겠는가

內訌曾致攸倭掠 안으로 옥신각신 일찍이 있어 왜적이 쳐들어옴이 되고

外患如消必國華 밖으로 근심걱정 사라짐 같이 꼭 나라는 영화로우리니

以若當時銘感激 그날 그 당시인 것처럼 치솟던 느낌을 마음에 새겨서

白衣統一豈爲賖 흰옷입는 겨레하나로 함인데 어찌 미리 얼버무리려하나

 

 

176. 遊八堂 팔당에 놀러가서 乙丑 1985년 가을 64歲

晩近八堂稱勝區 늦게야 찾은 팔당 일컫길 빼난 경치

碧江通地映雲樓 파란 강물 땅을 꿰어 비치니 구름누각

雁傳烏兔怱怱去 기러기알림에 해(까마귀)도 달(토끼)도 바삐 가고

水載金風滾滾流 가을바람 실린 물이 넘실넘실 흐른다

天作寬閒煩鐵馬 하늘은 성가신 철마에도 너그러운데

人爲擅恣逐沙鷗 사람은 제멋대로 갈매기를 쫓는다

洛西騷客例行樂 낙서모임 사람들은 나름대로 즐기는데

欲滌老炎尋此遊 여기 찾느라 묵힌 더위 씻기만 하리

 

 

177. 崇慕國祖檀君 단군할아버지 우러러 그리며

崇慕檀君似太陽 우러러 국조단군 태양이시니

良由肇國布慈祥 어짊에 나라 열어 사랑을 베푸시고

降持天印權威重 하늘 인끈 지니시어 권위는 무겁고

弘益人間理念光 세상 널리 이롭게 이념이 빛났다

熙皡白衣承化貫 빛남은 밝아서 흰옷입어 이어받고

菁華槿域惠恩長 꽃피는 근역에 은혜는 오래가니

時哉聖殿宜當建 때가 되었는가? 마땅히 성전 세워

尤奉令氓永不忘 더욱 받들어 잊지 않게 하소서

 

 

178. 祝梅谿精舍落成 매계정사 낙성을 축하하면서

梅谿精舍卜閒區 매계정사 집터는 미리 정한 좋은 땅

蕭灑勝於輪奐樓 산뜻함은 더 나아 장대한 누각보다

綠野事情橫戶入 푸른들 사정하며(일있다며) 문을 질러 들어오고

淸江如練對楣流 맑은강 연습삼아(익히느라) 문미 맞대 흘러간다

主翁數釣忘塵界 주인 양반 낚시 자주 티끌세상 잊는다네

漁父時撈逐戲鷗 어부 고기 잡을 때면 갈매기도 몰아가네

平地神仙何所樂 낮은 땅에 신선이라 즐김이 무엇인가

惟耕烟月沒優遊 태평세월 갈고 일궈 멋진 노닒 빠져야지

 

 

179. 秋風漸緊 가을바람 썰렁해져 乙丑 1985년 가을 64歲

喘蒸如昨已涼窓 헐떡이던 어제더위 서늘한 창가

窓外天高雁影雙 창밖엔 하늘 높아 기러기 날고 ※天高馬肥

疎雨迄宵催染葉 가랑비에 이르른 밤 물드는 잎새

蛩聲未暮奏淸腔 귀뚜라미 잠도 안자 소린 맑아서

時和黃茂盈倉廩 때 어울린 누런 풍요 곳간 채우고

節熟金風繡槿邦 철은 들어 가을바람 수놓는 강산 ※錦繡江山

備冷添衣秋夜坐 추위 탈까 옷 껴입고 가을밤과 앉아

好書在案可親釭 좋은 책 놓인 책상 등불도 가까워 ※燈火可親

 

 

180. 遊仁川自由公園 인천 자유공원에 가서 乙丑 1985년 64歲

淸秋行樂快轟音 맑은 가을 놀러가니 굉음도 상쾌

爽矣走郊如鼓琴 시원구나 들을 달려 거문고 타듯

古港名園千樹薄 오랜 항구 유명공원 나무도 많아

長安騷客一場吟 서울 사는 시인들 한바탕 읊네

救邦將像凌虛聳 나라 건진 장군 동상 허세 눌러 우뚝 ※맥아더

探景閒儒感古深 경치 찾아 노는 선비 옛날 느낌 물씬

脫出塵寰凉玉宇 티끌 땅을 벗어나니 서늘한 집이

傲遊養性値黃金 실컷 다녀 심성 길러 황금 값어치

 

 

181. 日迎川遊 일영천 놀이 乙丑 1985년 64歲

迥出塵寰秋野開 티끌 땅을 멀리 나와 가을들이 열린다

日迎川獵逐朋來 일영천 냇가사냥 친구 쫓아 나온다

有投細網無慈獲 가는 투망 던지자니 자비 없는 빼앗음이

或釣銀鱗逸興催 낚시로도 은빛고기 숨은 흥을 일깨운다

當午傾籠分鼎俎 오시되자 한바구니 솥에 나눠 도마에로

淸天吟席擧匙杯 맑은 날씨 시 읊다가 숟가락에 잔도 들고

一江滋味喉中滿 강 흘러 맛도 넘쳐 목을 넘겨 채웠는데

也暮同行共惜回 날 저물자 같이하다 돌아오며 아쉬워라

 

 

182. 重陽隔宵 중양절 밤에 乙丑 1985년 중양 64歲

節移雖感日常微 계절 옮겨 느낌은 날마다 조금이나

冷氣於焉朝夕圍 썰렁함이 어느새 아침저녁 두르네

凋葉衰荷傾露落 시든 잎 늙은 연잎 이슬짐에 기울고

催霜新雁按天飛 서리 재촉하는 기러기 하늘 당겨 날은다

賞香採菊添加酒 국화꽃 향을 따다 술에 띄우고

保暖言妻改著衣 따뜻이 하소 아내 말에 다시 옷을 매만진다

重九隔宵文友會 구월구일 밤에 글 친구 모임에

欲過逸興出寒扉 기쁨을 나누자고 차가운 문 나선다

 

 

183. 遊島山公園 도산공원에서 當日此詩壯元也 그날 이 시가 장원

先生被檢竟於菴 선생께서 조사받아 끝내 암자에

未遂雄圖奇遇男 못다 이룬 큰 그림 사내로 나서

救國生涯何盡說 나라 건짐 한평생 어찌 말로서

腐儒季世謾空談 썩은 유생 막 세상 헐뜯는 빈말

抗爭賢哲波瀾苦 맞서 싸운 어진 밝음 고통의 파란

以賴吾儕枕夢甘 이에 기댄 우리 모두 달콤한 꿈에

崇慕造成園墓域 높이 기려 지어세운 묘역 동산에

大魂永妥漢之南 큰 영령 영원토록 서울 남산에

 

 

184. 謹次淡溪李先生偕老筵韻

삼가 담계 이선생의 해로잔치 운을 따서

華門世世種仁多 번창 가문 대대로 어짊을 많이 심어

望九稀年偕老過 여든하나 드문 나이 함께 늙어 지낸다

飾喜盛筵盈逸客 아들 차린 큰 잔치에 기쁜 손님 가득하고

天恩福宅却時魔 하늘 은혜 복된 집은 나쁜 날씨 물리치네

兩親共苦流餘善 어버이 같은 고민 남은 착함 흘려보냄

五子分甘被德波 다섯 아들 달게 여겨 덕이 밀려 입음이

平地神仙唯所樂 낮은 땅에 신선이라 즐김이 오직이니

欲耕風月訪吟窩 풍월도 일구려고 시 읊음 찾았으리

 

 

185. 高麗忠烈王朝文科晋陽府院君輸忠協謀佐理功臣寶文閣

고려 충렬왕조 문과 진양부원군 수충 협모 좌리공신 보문각

大提學諱鄭需文英公大宗會齋閣遠慕齋落成式紀念韻

대제학 휘 정수 문영공 대종회재각 원모재 낙성식 기념 운으로

遷薦佳城卜谷陽 좋은 성 들어 바쳐 쓰일 곡양 땅

復元寢宇共仙鄕 모신 집 원래대로 신선도 살게

文英公顯加前最 문영공 드러나니 전보다 훨씬

遠慕齋煌倍舊良 원모재 빛이나니 좋던 옛날 곱

嚴也奉安芬豆潔 근엄히도 모셨구나 제기 깨끗이

盛兮餘興樂歌芳 성대하다 남은 흥도 음악 꽃다워

賢仍主管通邦事 어질기도 알아 척척 뚫은 나랏일

敢祝迂儒以拙章 감히 축하 먼 선비 서툰 글 갖고

 

 

186. 談溪丈偕老筵韻 續 담계 어른 해로잔치에 이어

淡溪茀祿世稀儔 담계어른 복록은 세상에 짝이 없어

偕壽崔巍難可籌 해로장수 가장 높아 알기도 어려워라

晩振騷壇專卛社 늦게껏 떨친 읊음 오롯한 시사사람

今饒衣食本肥疇 넉넉히 입고 먹고 바탕이 살진 논밭

文章會友誠吟賀 글 하는 모임친구 정성이 읊은 경하

怡色街仙懇進醻 기쁜 낯 거리신선 힘쓰니 잔 돌림을

仰祝無瑕於五福 우러러 빌어드림 오복에 티도 없길

仁家恒繞瑞雲幬 어진 집안 늘 둘러 상서로운 구름휘장

註 목숨수자 6개 목숨수자 운이라 하겠다

 

 

187. 南山洛西雅會 남산 낙서 아회 乙丑 1985년 64歲

氣寒從此漸加嚴 공기가 차갑다 이렇게 매서움이 더해만 갈 것인가

愼攝諸賢恙莫兼 삼가며 지키는 여러 어진 이는 걱정도 말라하네

熙皡齎來消赤傀 화락하게 잘 지내 지켜 왔으니 빨갱이도 사라지고

嘉吟善策訪靑帘 아름다움 읊조린 착한 마음에 푸른 술집 가볼지도

異端跋扈禮儀濁 다름에도 설치고 따라하니 예절도 절의도 흐려지고

農者衰稱牛價廉 농사일은 줄었다 떠드는데 소는 어째 값이 싸지나

老去縮腸充足幾 늙어가며 창자도 줄었나 몇 숟가락이면 배가 차고

點心添酒片肴饜 점심을 먹다가 붙인 술에 조각안주마저 물리구나

 

 

188. 秋雁 가을기러기 乙丑 1985년 가을 64歲

數聲嘹喨自淸天 몇 차례 맑게 울어 맑은 하늘에

報候征賓白帝邊 날씨 좋아 손님 얻는 가을언저리

整陣一行過洞壑 가지런히 줄지어 골짝 지나고

悠然幾點入雲烟 머얼리 몇몇점점 구름에 든다

有緣離散望消息 알면서 떼어 흩여 소식 바램에 ※雁書 雁信 雁帛

無信群來愧宿眠 못 믿어 떼로 오나 잠듦을 탓해

爾性於人爲法度 너의 심성 사람보다 도리에 맞아

序嚴絃合古今傳 차례 엄수 줄을 고름 예나이제나

 

 

189. 祝東湖公墓碑除幕 동호공 묘비 제막을 축하하며

豪傑風儀炯眼光 호걸의 풍모 절의 빛난 눈초리

公承先血處身當 조상 피 이어받아 몸가짐 당당

一刀兩斷臨盤錯 한 칼에 둘을 끊네 얽힘 섞임에

無敵群交自少長 적 없는 두루 사귐 어려 자랄 때

鴻爪難亡銘墓表 발자국 잃지 않게 묘비에 새겨

諸昆和合竭羹墻 여러 자손 어울러 우러름 다해

安眠百日紅原裏 편히 잠듦 백일홍 벌판 속에서

蔭佑枝孫使永昌 벌인 후손 보살펴 길이 번창케

 

 

190. 西山書院復元落成韻 서산서원 복원 낙성에

六賢寢宇復元成 생육신 모신사당 원래대로 이룸은

摠是官民苗裔誠 관청 군민 후손 모든 정성 모여서

靖奉忠魂香火馥 편안히 받든 충혼 향불 사른 향내에

翬飛鳥革柱楣明 화려해 휘치 날아`기둥 문미 밝기도`※꿩

見危授命先稱死 위기에 목숨 버림 먼저 일러 사육신

守節輝名後擧生 절개로 이름 빛냄 나중 들어 생육신

靈界寧咸無邇遠 저승에 영월 함안 멀다 가깝다 하랴

君臣夜夜樂歡聲 임금 신하 밤이면 밤 기뻐하며 즐기지

註 寧越 咸安也 ※서산서원: 경남 함안 군북면소재 생육신을 모심

 

 

191. 洛西詩社南山雅會 낙서시사 남산아회 乙丑 1985년 64歲

恤隣歲暮好參咸 이웃도움 해 보내며 좋아 참석 다하니

若唱獻身何謂凡 노래하듯 몸을 던짐 누구라 할 것 있나

吟會騷人心事淡 읊는 모임 시인은 마음가짐 담담한데

旗亭需物價呼醎 공원가게 살 물건 값 불러 짜기만 해

荒寒遊境蕭蕭客 추위 속을 거닐어 쓸쓸한 나그네

晩翠南山落落杉 늦게도 푸른 남산 높다란 삼나무

反映世情街路見 비춰 보일 세상 뜻 길거리를 보자니

難分貪富色多衫 알 수 없네 빈부는 색도 많아 걸친 옷

 

 

192. 歲暮 해는 저물어 乙丑 1985년 연말 64歲

喜參年暮恤隣皆 기쁜 참석 가는 한해 이웃돕기 다같이

看取靑丘禮義佳 우리나라 보자면 야 예의도 아름답지

臘市奔忙多易物 섣달 장 바쁘다네 많이도 팔고사고

野人閒蟄少移鞋 물러나 틀어박혀 걸음 적게 옮기지

已經放浪歸蝴夢 나다니기 했으니 돌아가서 봄꿈을 ※胡蝶之夢

未就還鄕慰酒懷 못 이룬 고향살기 달래려 술기운에 ※타향살이

負債邦家輸出苦 빚을 진 나라살림 수출한다 힘들어

豪奢過歲各當排 호화사치 해를 보낸 따로 놂 밀어내세

 

 

193. 臘月雅會 섣달 아회 乙丑 1985년 연말 64歲

老來標榜樂天眞 늙어오며 내세우기 천진함을 즐긴다고

舊態依然歲欲新 낡은 모습 그대론데 해는 다시 새로우려

寒士早朝離陋巷 추운선비 이른 아침 골목길을 나서서

名區大暮得騷人 이름난 곳 한해갈 때 시인들을 만나네

骨高山色凄飛雪 앙상 높은 산 빛에다 쓸쓸히 눈 날리고

氷底溪聲冷入神 얼음아래 개울소리 차가워 정신 깬다

今別未幾迎上日 오늘 헤져 얼마 아니 새날을 맞으리니

願言諸彦遠風塵 하고픈 말 여러 선비 먼지티끌 멀리하길

 

 

194. 年頭有感 陰未新年是年狀有亞洲競技大會 1986년 65歲

새해를 맞이하며 느낌이 있어 음력으로 새해는 아니다 올해엔 아시안게임이 있다

尙未過年慣海東 아직 아니 해를 보내 우리나라 관습으론

歲頭實感一隅空 새해머리 느낌정말 하늘한쪽 한편에선

世情雖變無男女 세상사정 비록 바껴 남녀유별 없어지고

人本望持有老紅 사람 본디 지닌 바램 늙어 붉음 가지려네

安保國和先務裏 안전보장 나라평화 먼저 할일 가운데에

竭誠亞競課題中 정성 쏟아 아주경기 맡겨진 일 가운데서

元朝誓願成圓滿 새해아침 바램 다짐 원만하게 이루기를

春夏秋冬只貫通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만 꿰어 뚫어야지

 

 

195. 爲國會議員鄭好根作號而一絶附之供其額子則松坡也

국회의원 정호근을 위해 호를 지어 절구 한수를 붙여주니 그 액자가 곧 송파이다

松坡四節翠 솔 고개 사시사철 푸르른 것은

逸景此江山 숨은 광경 이것이 강산이라네

我好根源處 나는 좋아하네 근원인 곳을

望歸老彼間 바라며 돌아가리 늘그막에는

 

 

196. 丙寅二月南山雅會 남산아회 丙寅 1986년 2월 65歲

始會新春曳健筇 모임 처음 새봄에 지팡이 짚음 힘차

靑眸執手展蘭胸 애정어려 잡은 손 따뜻함 열려 퍼져

世機已忘惜陰促 세상기회 이미 잊어 아쉬운 빛 보임이

丘首未成虛夢重 고향바램 못 이루니 헛꿈만이 누름이

乘候女裝華稍薄 철따라 여인차림 화사함에 엷어가고

向陽麥色綠初濃 해 보며 보리자라 푸르름 막 짙어간다

難凌寒氣猶風酷 무시 못 할 찬 기운에 오히려 더한 바람

躁急花心杪杪鍾 못 기다릴 꽃술이라 뜨듯이 모인다

 

 

197. 春風漸佳 봄바람 좋아지다 丙寅 1986년 봄 65歲

欲賞春風逈出門 봄바람 즐기려고 머얼리 문을 나서

遠來名境避塵喧 먼데 왔네 이름난 곳 티끌날림 벗어나

故穿衫袖無關軆 저고리 소매 뚫어 몸이란 닫힘 없고

吹誘花心有足園 불어서 꽃술 꾀니 동산엔 채움 있네

谷澗遲遲看解凍 골짝시내 꼴짝꼴짝 녹아풀림 보는데

柳枝習習示粧痕 버들가지 새록새록 꾸민 자죽 보인다 ※자국

賴恩如曬陽窓下 은혜로 쬐는 햇살 볕 바른 창 아래

睡掩朦膿脫我魂 졸음에 몽롱하네 내 혼을 빼려나

 

 

198. 全大統領國政演說有感 전 대통령 국정연설에 1986년 초

大政年初說普覃 대통령 해 비롯해 널리 미칠 말씀이

諄諄披瀝訴同擔 타일러 털어놓고 같이 메자 호소도

亮然爲國窮良計 밝게도 나라위해 좋은 계책 다함이

何敢營私介險談 어찌 감히 개인위해 험한 말로 껴들까

百尺竿頭邦步賭 위태한 어려움에 나라앞길 걸고라도

萬機籌裏石腸含 모든 기회 헤아림에 굳은 의지 머금었네

乾坤一擲白衣運 흥망 건 한판승부 흰옷겨레 운명인가

徙木皆依盍忍堪 속임 없음 다 믿어 어찌 못 견뎌내랴 徙木之信

 

 

199. 趙乙濟(散員公派)迎壻請牒而其一週後英哲婚日也故以一絶表謝

조을제(산원공파) 사위 봄에 청첩하나 그 일주일 뒤

영철 결혼 날이라 절구로 못 감을 표현

秦晋約成裏 혼인맺음 이루어짐 ※秦晋之誼

桃夭慶幾何 혼례잔치 몇몇일까 ※桃夭之化

身縈難進賀 내 몸도 얽혀있어 가보긴 어려우니

我亦朱陳歌 나 또한 예식 벌여 노래하리니 ※朱陳之好

 

 

200. 丙寅初春登冠岳山与淸風會員七人則台奎鍾來世濟鏞歡舜奎

鏞可一濟也 每日數千名登山云 병인년(1986년) 이른 봄에

청풍회원 7명과 더불어 관악산에 오름 회원(태규 종래 세제 용환

순규 용가 일제) 날마다 몇 천 명이 산에 오른다함

春登冠岳山 봄에 관악산에 올라

雪殘春岳衆多登 눈 남은 봄철 관악 많은 사람 오르니

一路溪邊似繡綾 길 한줄 시내 따라 마치 비단 수놓듯

步逐鞭軀勞可測 걸음 좇아 몸을 쫓아 힘든 줄 알 만하고

名傳戀主感難勝 이름 전해 임금 그림 느낌에 못 이겨서

鎭宮鎭坐歲華久 궁을 눌러 자리 잡아 세월 좋게 오래가고

變世變遷人氣增 세상 바껴 세월 가도 사람 좋다 더해간다

應殿漂漂崖壁上 전각 마주 떠돌아서 벼랑 절벽 올라가니

長安入眼烟中凝 서울이 눈에 들어 연기 속에 서려있다

 

 

201. 丙寅春寧越端宗文化祭題 此地鵑聲不忍聞 1986년 65歲

병인년 봄 영월 단종문화제를 제목으로. 이 곳 두견새소리 차마 듣지 못하겠다.

※歸蜀道 子規 杜鵑 소쩍새

端廟悲哀史話明 단종임금 슬픈 역사 이야기로 밝히니

傳乘追慕感心生 전해내려 쫓아 기려 느낀 마음 일으켜

蒙犧義士沖天恨 희생 입은 충의 선비 빈 하늘에 한으로

遁跡忠臣戀主情 자취 숨긴 충성 신하 임금 그린 정으로

魚水和同冬乙夜 물과 고기 어우러진 겨울철 밤이 옴에 ※二更

蜀魂啼呼子規城 두견새 우는구나 슬픈 자규 성에서

千秋慷慨魯陵事 천년을 슬프도록 노산군 묻은 일에 ※魯山君

此地典崇何偶成 이 땅에 모신 법을 어찌 짝해 이룰려

 

 

202. 漢陽趙忠武公神道碑及墓庭碑改竪

한양 조충무공 신도비와 묘정비 세움

赫祖流芳盛裔源 빛난 조상 이름 남김 번성한 후손근원

漢陽華閥趙家門 서울에 번화 문벌 한양 조씨 집안이

威功使國安基礎 두려운 공 나라에다 기틀을 다져놓고

餘德於民享樂村 남은 덕 백성에게 마을엔 즐김 누려

忠武賜牌修禮葬 충무라 내린 시호 장례를 치러주고

太祠配食列追尊 태사에 배향 받아 추존돼 벌여있어

玉碑改竪致誠切 옥 비석 다시 세워 간절히 정성 드려

多士頌聲傳厥孫 많은 선비 칭송소리 후손에 전해지네

 

 

203. 木覓山消搖 목멱산을 거닐며 다니다 丙寅 1986년 65歲

木覓消搖以友從 목멱산을 거닐었네 벗으로 따르자고 ※남산

乃欣多士識荊逢 이에 기쁜 많은 선비 알아보나 힘든 만남

成蒼柳幕鳴黃鳥 푸름 이룬 버들장막 우짖는 노란새에 ※꾀꼬리

美化池塘泛紫蓉 아름답게 연못에 떠있는 보라연꽃

老上千階笻數息 늙어 오른 일천 계단 지팡이도 자주 쉬고

風來萬杪葉忙舂 바람 부는 가지마다 나뭇잎은 바삐 찧네

優遊自適泰和裡 멋진 다님 절로 맞아 마음도 느긋한데

須驚赤徒懷擧烽 마침 놀라 붉은 무리 품음이 난린지라 ※?

 

 

204. 登三角山白雲臺 五言排律 삼각산 백운대에 올라

欲登同議處 같이 의논할 곳을 오르려하네

新綠白雲臺 백운대는 새롭게 푸르러구나.

流汗何攀勉 땀이 흘러 어떻게 오르게 하나

尋山只好哉 산을 찾아 다만이 좋아만할까.

有峯嵬咫尺 봉우리는 있어서 높다란 지척

無我望雄恢 나를 잊고 웅지를 넓히길 바래.

崖壁豎多冒 벼랑 벽엔 여럿이 무릅씀으로

谷林客衆來 골짝 숲엔 무리로 몰려옴으로.

雖呑盡淑氣 말간 기운 비록 다 삼켜버려서

莫葉一塵埃 잎에는 티끌하나 남김이 없다.

仙界景觀歎 신선세계 경관은 놀랄만하여

中天詩想催 하늘에 한가운데 시상이 뜬다.

可憎汚玉水 깨끗한 물 더럽혀 밉기만 하고

愛惜沒蒼苔 푸른 이끼 없애니 아깝기만 해.

終日樹間在 하루 내 나무사이 있었음이고

滿邊石徑回 온 델 가도 돌길을 돌았음이네.

殘倭其惡迹 떨어진 왜적잔당 그 나쁜 자국

坐郭互情杯 둘러앉아 서로 정 잔을 나누고.

今世於人用 이제야 사람에게 쓰임이 되니

古城歲月堆 옛 성에는 세월이 쌓였었구나.

註 頂上岩盤有惡迹 정상의 바위에 나쁜 짓한 자국이 있다

 

 

205. 龍門寺途中 용문사 가는 길에 丙寅 1986년 65歲

伴妻遊玩龍門寺 처와 함께 놀러가는 용문사 가는 길에

初夏薰風勝綠時 첫여름 바람향내 푸름보다 나을 때

沿道湖山裝膩麗 길 따라 호수와 산 매끈히 곱게 꾸며

脫寰輕快爽車馳 도시 벗어 경쾌함 차는 달려 시원함

 

 

206. 遊龍門寺 용문사에 가서 丙寅 1986년 65歲

千古龍門寺 천년 세월 용문사

鉢傳彌智山 절을 지킨 미지산

神奇啄木現 신기로운 나무쪼움

卓絶公孫閒 높이 우뚝 은행나무 ※公孫 : 은행나무

谷坎淸魚息 패인 골짝 말간 물에 고기는 쉬고

幽溪玉水潺 깊은 시내 옥이 굴러 물소리 잔잔

沙蔘別味酒 사삼주는 또 다른 맛

竟醉陶然還 마침내 흠뻑 취해 돌아가는 길

 

 

207. 松島泛舟(仁川) 인천송도에 배를 띄우고 1986년 65歲

傲遊臨海適時機 멋진 놀이 바다 가니 때맞춘 기회

松島舟中暑氣微 소나무섬 배를 타니 더움은 어데

任興吟觴人已醉 흥대로 읊고 마셔 사람도 취해

隨潮驕佚鱖將肥 물결 따라 제멋대로 쏘가린 살쪄

伴鷗閑綽無憎愛 갈매기 같이 날아 밉고 예쁨 없어도

利窟繽紛有是非 이끗에 이리저리 시비는 있어

一粟測蠡誰昔謂 한 톨 좁쌀 좀먹음 누 아까우랴 ※惜

滄茫望裡想依稀 아득한 바램 속에 생각만 멀리

 

 

208. 次李翠松古稀韻 이취송 고희 운으로 丙寅 1986년 65歲

同庚回巹到稀年 동갑에 회혼이라 칠십 고희에

天降人家茀祿全 하늘신선 사람 집에 복록도 온전

繞膝兒孫騰彩舞 무릎 둘러 손자아이 구름 탄 춤을

滿棚賓友頌瓊連 누각 채운 손님친구 이어진 칭송

公勤雅操資爲範 공직생활 바른 지조 바탕은 모범

我情愚駑荷接緣 내 바탕 어리석어 짐 진 연닿음

德水閥門餘慶溢 덕수이씨 명 문벌 경사로 넘쳐

賢郞飾喜賀華筵 아드님 차린 잔치 축하로 만발

 

 

209. 爲他人作則培明校長鏞九族兄贈金校長炳之 1986년 65歲

다른 사람을 위해 지으니 곧 배명고등학교 교장 용구 족형이

김병지 교장께 보내는 시이다

桑蓬壯志一身藏 대장부로 장한 뜻 한 몸 물림에

耳順于今尙布張 육십년 오늘까지 높이 베풂이

磨劍孜孜滄變苦 칼 갈아 힘을 씀에 고달픔 겪고

赴兵赳赳國齎康 군에선 씩씩함에 나라 튼튼히

暫從施政經綸發 잠시 좇은 정치에 경륜 피움이

竟任菁莪抱負光 마침 맡은 인재교육 포부 빛냄이

以士生平何所業 선비로 한평생을 얼마나 일을

至誠貢獻乃流芳 끝닿는 정성 바침 명예 남기리

 

 

210. 夏日行樂 여름날 즐기며 丙寅 1986년 여름 65歲

庚伏蒸炎豈伏廬 삼복찜통 불볕에 어찌 집에만

託車逈出正欣如 차에 맡겨 멀리 나서 참으로 기뻐

造成遊境南怡島 꾸며놓은 놀이터전 남이섬으로

亦是桃源玉尺魚 역시나 무릉도원 옥척물고기

與彼納涼徒用扇 저들 함께 시원함에 부챈 뭣하나

寧玆避暑欲看書 어찌 이런 벗은 더위 책을 봐야지

逍遙一日湖山際 거닐면서 하루를 호수 산 사이

盛夏裝中綠染裾 한여름 한창 속에 푸른 물들어

 

 

211. 上梁悠堂丈兌錫 유당 양태석 어른께 올립니다

悠堂耆宿降悠年 유당어른 명망은 먼 해를 내려가리

矍鑠而今大耋邊 건장하니 오늘도 큰 어른 곁에 한다

孝順兒孫圍膝足 효를 따른 아이손자 무릎을 에워싸고

善餘茀祿滿家全 착함 남아 복록으로 집을 모두 채웠다

超然天下熙攘世 뛰어넘은 천하는 오가기 바쁜 세상

舊態生平翰墨筵 옛 모습 한평생은 붓과 먹 펴 논 자리

高蹈烟霞何處是 높이 밟은 산수경치 어디가 여기만 해

卜居仙洞養居仙 살만한 곳 신선골 살아 머문 신선이

 

 

212. 自慰 스스로 달램 丙寅 1986년 늦여름 65歲

老炎頑强苟煩吾 늦더위 굳건함이 참으로 날 괴롭혀

病夏微軀失處隅 여름타는 이내몸 있을 데도 잃어서

體瘦心愚非適武 몸은 말라 마음어둠 武人에 맞지 않고

才庸性惰未爲儒 재주 적어 바탕 느릿 선비 됨이 아직은

乃成養六慶如有 이에 이룸 여섯 길러 慶事는 있었던 듯

今與偕雙祥不無 오늘같이 함께한 짝 祥瑞로움 없지 않아

碌碌生涯殘命願 돌도 많은 삶에 있어 남은 명 바램이란

莫遺餘惡上冥途 죄악남아 남김없이 저승길을 오름이다

 

 

213. 洛西社菊秋雅會 낙서사 국화 꽃 가을 아회 1986년 65歲

菊秋到處氣風佳 국화가을 발 닿는 곳 기풍이 아름다워

可玩染楓層斷崖 즐길 만큼 물든 단풍 잘린 벼랑 층층이

觴詠方欣淸興榻 잔 들고 읊기 기뻐 맑은 흥 이는 자리

巷騷何惱亂淫蛙 거리 떠듦 무슨 괴롬 어지러운 방탕노래

人爲政事鬧邦內 사람 하는 정치 일 시끄럽네 나라 안

天佑槿威揮海涯 하늘 돕는 나라위세 떨치네 바다 둘러

眠食優遊任此土 먹고 자고 잘 놀아 이 강산 되는대로

無憂無病感常懷 걱정 없고 탈도 없어 늘 품는 느낌인가

 

 

214. 鴨谷堂叔母路祭文代用 長患後卒 享年九十一才 1986년

압실 당숙모 노제 글에 대신해 쓰다 오래 앓은 뒤 돌아가셨으니 향년91세이시다

猗歟從叔母 아! 아지매

竟去此秋風 끝내 가십니까? 이 가을바람에

祖道單杯哭 보내는 길 잔 올려 소리 내 울어

幽明是意通 이승에 저승도 뚫는 뜻입니다

 

 

215. 洛西雅會於江南圖書館 十一月 낙서아회 강남도서관에서

今吟會處擬名臺 오늘 읊음 모인 곳 이름난 누대 본떠

詩想油然別段開 시 펼침 절로 일어 다른 단계 열리려

韞櫝室藏多有卷 장에 꽂혀 방에 실려 많이도 갖춘 책들

裝階石潤少無苔 꾸민 층계 돌엔 윤이 조금도 때 낌 없다

傍亭國技修能力 저 정자 나라재주 능력을 닦아가고

此館圖書養秀才 이 건물 도서책자 수재를 키워간다

隬月佳遊猶未盡 隬月 좋은 유람 오히려 못 다하니

非情冬日欲斜催 정도 없는 겨울 해 비껴 비춰 지려네

 

 

216. 次金南皋廷柱年賀韻 남고 김정주의 연하장 운을 따서

旭日呈祥堂益新 해 솟아 상서로움 집안 날로 새로워

未幾靑帝德添陳 얼마 안 가 봄 임금 덕 펼침 더해가리

賀詞絶妙其情極 축하 말 절묘하니 그 뜻함 극치로세 /心情

感荷無窮此意眞 짐 진 느낌 끝없어 이 뜻도 참이라네 /情意

結義潘楊深世誼 의 맺어 오랜 교분 깊은 세상 우애며

許交芻豎淺人倫 사귀어 쓰고 버림 얕은 사람 윤리라 ※芻狗?

但望行樂燃犀照 다만 바램 즐겨가며 어둠을 밝게 비춰

待也風和浩蕩春 기다렸다 따뜻하면 봄을 맘껏 즐기세

註 昔漁溪與復陽齋結義兄弟 옛날 어계와 복양재가 의형제를 맺다

 

 

217. 賀趙星菴熙回婚韻 성암 조희의 회혼 운으로 축하함

白川名閥住雙仙 배천 조씨 명문가에 신선 둘이 머물렀네

丁卯早春回巹年 정묘년 이른 봄에 잔 올린 해 돌아왔네

偸得天桃甘養志 하늘복숭 훔쳐 놓는 뜻을 길러 달콤하고

輸來火棗盛開筵 붉은 대추 갖다놓아 잔치 벌임 성대하다

宋朝璿派曾分脈 송나라 왕가에서 일찍 맥을 나누었고

文烈旌門久照緣 세찬 글 정문 세워 오래 비춘 까닭이다

享壽由仁餘善慶 오래 삶은 어질어서 좋은 경사 남아나고

賀詞何吝獻堂前 축하의 글 어찌 아껴 그대 앞에 바칩니다

 

 

218. 又 代作 성암 조희의 회혼 운으로 축하함 바꿔 지음

星翁老大里閻仙 성암옹 늙어가며 마을 사는 신선이

壽福兼全回巹年 수와 복을 다 아울러 회혼 해가 되었네

浩劫風霜過日夢 오랜 세상 세월을 하루 꿈에 지나고

溫情春酒是辰筵 따뜻한 정 봄 술로 잔칫날이로구나

各同造父姓來歷 따로 같기 지은 아비 성씨 받은 내력이

尊則宋朝枝出緣 조상 받듦 송나라 왕 갈려나온 인연이

天報善餘如此慶 하늘 베풂 착함 남아 이와 같은 경사에

芻蕘何足賀處前 이런 글로 족할까만 축하자리 놓습니다

 

 

219. 次海州吳氏始祖設壇韻 해주오씨 시조 제단차림의 운으로

慕祖雲仍一集誠 시조 그린 먼 후손 한 무더기 정성이

發祥紀念祭壇成 첫 피움 생각하며 제사단상 차리네

如今澆俗禮儀薄 오늘날의 얇은 풍속 예절의례 가볍고

復古斯文仁孝盈 옛 되살린 이 글에 어짊 효도 가득해

盛宋玉堂歸化立 송나라 翰林으로 나라 건너 세웠음에

麗朝筆陣失踪情 고려조 웅건 시문 자취 잃은 뜻함을

海州吳氏此春擧 해주에 오씨 성씨 이봄에 거행하니

興敎學林加照明 교 일으켜 배움에 비춤 더해 밝힌다

 

 

220. 丁卯驚蟄頭 獨遊江陵途中 四絶 丁卯 1987년 봄 66歲

정묘년 경칩머리에 혼자 강릉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절구 네 수

欲尋名勝不時猷 이름난 곳 찾아서 때 없이 길을 나서,

輒發無思節可不 문득 떠오른 생각 없음에 시절은 아닐까?

稀罕世間生寓客 세상에 드무나니 사서 길손 머물기…

江陵千里暮還遊 강릉이라 천리 길 돌아오면 저물겠네!

 

 

221. 又 혼자 강릉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丁卯 1987년 봄 66歲

千曲羊腸道 천 번 굽어 꾸불꾸불 길을 따라서

走穿疆土橫 뚫고 달려 나라 땅을 가로질러서

嶺西猶半雪 백두줄기 서쪽에는 아직 반이 눈

東也總皚成 동쪽 오자 모조리 눈의 빛으로

 

 

222. 又 혼자 강릉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丁卯 1987년 봄 66歲

大關嶺上赤松林 대관령 꼭대기 붉은 솔숲이

落落莊嚴數十尋 높게도 장엄히 몇 십 길이나

雖直齊傾東向故 비록 곧아 나란히 동쪽 뻗친 까닭은

恒風西打是何禁 바람 늘 서쪽 때려 어찌 못해서라오

 

 

223. 又 혼자 강릉을 돌아보러 가는 길에 丁卯 1987년 봄 66歲

雪山萬樹入眸來 눈 덮인 산 많은 나무 눈엔 들어 오는데

仙境嶺邊怱展開 신선세계 고개 주변 바삐 열어 펼쳐서

怪石奇岩無盡谷 야릇한 돌 튀는 바위 끝이 없는 골짜기

早春澗水冷寒催 이른 봄 골짝 물은 차기만 할 것 같애

 

 

224. 洛西社仲春雅會 낙서사 중춘 아회 丁卯 1987년 봄 66歲

不候諸賢只杜門 여러 어짊 안부 몰라 다만 집에 있음인지

於焉越歲悚無言 어느덧 해를 넘겨 말없음이 두려워라

名區將誘未空橐 이름난 곳 꾐 있어 빈 털털이 아니라면

春服旣成當出軒 만들어진 봄옷 입고 집을 나섬 마땅한데

暖逼花脣仍綻苦 따뜻함 닥친 꽃잎 터트림이 쓰라린지

事閒野老欲吟煩 일없는 물린 노인 시 읊으려 귀찮은가

還鄕宿願何時逐 고향살기 오랜 바램 언젠가 좇을 텐데

尤切東風夢踏村 더욱 절실 동풍에 꿈엔 밟아 마을을

 

 

225. 次吳錦石古稀宴韻 오금석 칠순잔치 운으로 1987년 66歲

春去春來又値春 봄이 가고 봄이 오고 또 봄은 되었고

古稀錦石晬辰春 고희 맞는 오금석 생일날이 봄이다

凌雲筆法吟兼壯 구름 가듯 필법에 시 아우른 씩씩함

頎仰風儀氣尙春 우러를 풍모 거동 기질은 오히려 봄

其飾喜筵開好節 그 아들 차린 잔치 좋은 시절 열어서

於詩墨展設宜春 시와 묵 전시에도 베풂 마땅 봄이로다

交驩長記三人共 사귐 기쁨 길게 적어 세 사람이 같이한

德壽宮遊乙丑春 덕수궁에 노닐어 도 을축년 봄이구나

 

 

226. 暮春獨遊昭陽땜 늦은 봄 홀로 소양댐을 찾아서 1987년

也探昭陽堰 또다시 찾아서 소양댐으로

滄桑正是焉 차가운 뽕나무밭 바로 여기 있어 ※桑田碧海 滄海桑田

試乘快速艇 타보자 빨라서 상쾌한 배를

莫笑我窮錢 날더러 돈이 없다 웃지를 마라

 

 

227. 遊落星垈(姜邯贊史蹟地) 낙성대에서 (강감찬장군 사적지)

威業齎安國 엄청난 업적 나라 안정이

奉崇安國祠 받들어 모심 안국사에서

自持高我首 스스로 긍지 높은 우리들

仁憲公前垂 인헌공 앞에 고개 숙인다

註 姜邯贊(948∼1031) 거란 10만대군 무찌름 龜州大捷

落星垈: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장군 출생지

安國祠 仁憲祭: 강감찬 장군 추모제

 

 

228. 南山綠陰 남산 푸른 숲 丁卯 1987년 초여름 66歲

綠陰初夏溢南山 푸른 그늘 초여름 남산에는 널려서

淨化囂塵大巷間 깨끗이 들뜬 먼지 큰 골목 사이에도

布穀秧歌鳴野外 뻐꾸기도 모내기 들 밖 노래 울리고

柿花麥浪想鄕關 감꽃에 보리물결 고향마을 생각나

倉庚隔葉音驕慢 꾀꼬리는 잎 너머 소리를 뽐내는데

騷客移笻步自閑 시인은 지팡이에 걸음`절로 한가하다

一座吟觴兼樹浴 한자리 읊어 든 잔 아울러 삼림욕도

養神無上乃忘還 더없는 정신기름 돌아가길 잊는다

 

 

229. 又 남산 푸른 숲 丁卯 1987년 초여름 66歲

會吟殘五友 모여 읊다 남으니 다섯 친구라

探綠世愁忘 푸름 찾아 잊으니 세상근심을

登憩暫驩處 오르다 쉬는 자리 잠시 기쁜 곳

薰風自遠方 향기로운 바람이 멀리서부터

註 五友則 金南皐 申龍波 李一滄 李三和 外余

 

 

230. 遊奉恩寺 봉은사에 가서 丁卯 1987년 66歲

此寺由來屢幾朝 이 절이 내려옴에 여러 왕조가

一如佛像靜幽寥 하나같은 부처상 고요로 쓸쓸

慈悲菩薩恩無限 사랑해 슬픈 보살 은혜 끝없어

祈願人間慾未消 바램 비는 사람은 욕심 못 없애

秋史揮毫雄殿燦 추사 글씨 현판에 전각이 빛나 /板殿은 雄魂이

頌碑列座刻石驕 송덕비는 줄지어 새긴 돌 뽐내

禪宗大刹中原在 도 닦는 큰 사찰이 중원에 있어 ※禪宗(曹溪宗)

自古權威上比僚 예로부터 권위는 비할 데 없다

註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소재 794년 신라 원성왕 10년 창건

秋史 金正喜(1786∼1856) 돌아가시기 3일전 글씨 板殿

(화엄경소 등 목판본 보관 殿閣)

 

 

231. 觀漢江開發 한강개발을 보고 丁卯 1987년 66歲

漢水悠悠乳我東 한강물 멀리멀리 우리 동방 젖줄이

以開發展白衣同 개발돼 발전함이 백의겨레 함께해

四時演出瀟湘景 네 계절 드러남이 소상강 경관이며 瀟湘:호남성

一岸徐來赤壁風 한 기슭 스쳐 옴은 적벽연안 풍치라

載客船閑浮鏡面 손님 싣고 배 한가히 거울 면을 떠가고

從竿鱗急躍江中 낚시 쫓아 고기 급히 강물 속을 뛰누나

相先保護今遺績 서로 나서 지킴에 오늘 공을 남기면

後世皆稱擬禹功 뒤 세상 모두 일러 옛날 우왕 여기리 ※夏禹氏

 

 

232. 又 한강개발을 보고 丁卯 1987년 66歲

漢江奇蹟起吾東 한강의 기적이라 우리 동방 일어남이

開發白衣前進同 개발로 백의겨레 나아감과 같아라

沿岸復興興旺氣 연안 따라 다시 흥함 흥왕한 기운이

水邊慰樂樂園風 물가이어 달래는 낙 낙원의 풍경이

一新面貌名天下 확 바뀐 새론 모습 천하에 이름나고

再活流光似鏡中 다시 살아 흐르는 빛 거울`안을`보는`듯

保護今人如努力 지키는 오늘사람 힘들임과 같음이

子孫被澤祖先功 혜택 입는 자손들 조상공덕 알음이

 

 

233. 又 한강개발을 보고 丁卯 1987년 66歲

漢水白衣來海東 한강물 백의겨레 우리나라 흘러서

賴相惠澤向前同 서로기대 은혜은택 옛날앞날 같아서

挾江刮目新興氣 강을 끼고 눈 비벼 새로 흥할 기세에 刮目相對

從岸裝身慰樂風 둑을 따라 몸을 꾸며 달래 즐길 바람이

船客沒觀閑鏡面 배탄 손님 빠져드니 한가로운 거울 면에

銀鱗自在活流中 은빛비늘 제멋대로 살며 놀며 흐름 속에

大成開發斯奇蹟 크게 이룬 개발이란 이렇듯 기적이라

世上何稱孰與功 세상에 어찌 일러 누가내린 공이라고

 

 

234. 漫吟 八二六於三淸公園会以六二九盧泰愚宣言自由化潮最高而新憲法

만음 자유화물결이 너무 커 새 헌법 되는 노태우 6.29선언으로 8월26일에

삼청공원에 모임

舒懷於屋或於郊 집에서 품은 뜻 펴 어쩌면 밖에서

文會洛西文杏巢 모임 낙서시사 배우는 곳

世已換情斯道絶 세상 이미 바뀐 인정 이 도는 끊겨

儒纔保命詠詩交 유학 겨우 명 붙어 시 읊어 사귐

新裁輿望祈安産 새로 키운 세상 기대 잘 낳길 빌어

舊殼何需要快抛 낡은 껍질 어찌 쓰여 빨리 버려야

民主滿開如主食 백성인 활짝 열림 食이라면

因由飽喫自由肴 마음껏 마시기란 按酒

 

 

235. 又 만음 丁卯 1987년 66歲

欲訪三淸數卷過 삼청공원 가잔다 자주 책을 지나친다

覓遊仙境豈無哦 선경을 찾아 놀아 어찌 놀람 없을까

王蟬絶叫爽傳曲 왕매미 째는 울음 시원함 알림 곡조

老樹鬱蒼深作波 늙은 나무 막힌 푸름 깊게도 짓는 물결

滿酌勸酬難可拒 가득 딸아 권한 잔 아니 받기 어려워

達吟呼韻是如何 잘 읊어 운을 불러 이것이 어떠한가

老炎雅集納涼客 늦더위 시모임을 시원하게 하는 손님

傍戲奇聲煩腦多 곁에 놀이 모를 소리 괴롭힘도 많구나 ※腦=惱

 

 

236. 恨窩文稿 叙 한와문고 서문

公의 遺稿를 生面없는 이 妻侄이 只今 熟讀하니 自號 恨窩의

實情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 實로 恨많은 八十平生은

凄涼하다못해 憐憫之情을 禁치못하는도다

俗談에 이르기를 王竹田에 王竹生이라 그 波瀾萬丈과 辛酸荊棘之

中이라도 隱隱이 빛나는 것은 天賦之文才라 생각건대 代代로

文翰家의 血統에 特히 曾祖 防山公을 校理 李公이 祖 淸灘公을

參判 鄭公佑黙이 考 晩翠堂을 深齋曺公兢燮이 質과 文을 各己

極贊하였을뿐만 아니라 深齋巨儒는 晩翠堂의 글을 千秋不朽의

文字니 王佐之識이니 하였으니 그 承繼之素質이야 不問可知로다

公의 咳唾之詩賦는 字字珠玉이요 文章은 行雲流水라 또한 家狀

行狀에 나타나 있듯이 自少로 言語動止며 精神所向이 斯文之

楷法이라 後生亦私淑하고도 남음이로다 더욱이 後昆에게 남기신

家屛六十六戒詩와 附記는 渡世之玉科金條요 懷胞요

또한 公의哲學으로 毅然하고도 孤高한 意志를 엿볼 수 있으니

後昆에게나마 一縷의 雪恨之望일 것이리라 如今世上이 斯文을

忌避賤待할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좋은 글을 解得하는 사람도

드물지마는 그래도 헛되이 箱子 속에 썩힐 수 없어 몇몇 親知와

一家親戚만이라도 上梓分頒코저 비록 芻蕘之글이나마 弁言이

될 터니 數十年만에 邂逅하였음을 奇貨로 白面資格도 없는

余에게 內從兄 秉業氏가 懇請하는지라 拒絶못하고 아무가 보아도

알기쉽게 趣旨要領만으로 公의 家系來歷과 平生履歷은 行狀

遺稿에 昭詳하니 約하고 公을 追慕하니 저절로 落淚를 禁치

못하면서 이만 賤詞로서 머리말로 함

 

 

237. 浦項 處士公派 根來來托內 其銀峯齋後 新建 五代祖 高祖祠堂

而自今秋以後 奉行墓祭云 奉安文 墓祭祝文 銀峯齋柱聯等 如左

포항 처사공파 근래가 와서 안으로 밀어 그 은봉재 뒤에 새로 5대조와

고조사당을 세우고 올 가을 뒤로부터 묘제를 모신다하여

봉안문 묘제축문 은봉재주련 등은 다음과 같다

奉安文 봉안문

治富民國 風情倏變 백성 다스려 나라 부강케 풍속과 인정 갑자기 변해

於歲一薦 墓前難堪 해에 맞춰 한번 바침에 묘에 차림이 어려움 있어

如世推移 不可不謀 세상과 같이 옮아감이라 꾀하지 않을 수 없어

乃搆祀宇 銀峯齋北 이에 제사모실 집을 꾸며 은봉재 뒤로하여

將行墓祭 於玆祀堂 앞으로 묘제를 올리려 하와 이 제사 집에서

今卜佳辰 落成於是 오늘 받아놓은 좋은날 이로서 낙성을 합니다

山川增彩 於穆新廟 산천이 더욱 아름다워 새 사당에 어울림에

擧奉安禮 謹薦酒果 받들어 모시는 예 하게 돼 삼가 술과 과일을 올리니

尊靈如在 是歆是寧 존령께서 계신 것처럼 받아주시옵고 편안 하옵소서

 

 

238. 墓祭祝 묘제 축문

氣序流易 霜露旣降 기운 차례로 흘러 바뀌어 서리 이슬 이미 내리니

遵禮歲薦 于此齋廟 예를 좇아 해에 바침을 이 재실 묘당에서 올립니다.

想望幽宅 不勝感慕 유택을 생각해 바라오니 그리운 느낌을 이기지 못해

謹以淸酌 庶羞祗奉 삼가 맑은 술 딸아 여러 음식을 공경으로 받듭니다.

常事尙 饗 늘 있은 일이오니 바라건대 흠향하시옵소서.

 

 

239. 銀峯齋柱聯 은봉재 주련

銀谷靑山如畵張 은빛 골 푸른 산이 그림처럼 펼쳤네

巍然一閣翼然光 높다랗게 한 재각 날개 벌려 빛나네

雲仍齋宿敦親裏 먼 후손 재실 묵어 도타운 친밀 속에

歲歲修誠薦苾芳 해마다 정성 닦아 바쳐 올림 꽃다워라

 

 

240. 與日本同期生岸根登志男 일본 동기생 이와네도시오에게

碌碌生涯身欲衰 울퉁불퉁 사람살이 몸은 늙어 가는데

夢魂半世紀前馳 꿈길에도 아련한 반세기 앞 달려간다

手城灣岸篠驂戲 수성만 기슭 대밭 곁에 두고 놀았고

三吉町頭黌學知 삼길정 머리 학교 배우며 알았다

蘆水不忘辛敎練 노수물 잊지 않네 군사훈련 힘들었고

熊峯回憶樂攀追 웅봉산 떠올리네 등반할 땐 즐거웠다

當時師友今何在 그 때 스승 친구들은 이제 어디 있는가

萬里他鄕怨定離 멀고먼 다른 땅에 떼놓음이 미울밖에…

 

 

241. 望楸齋 落成告由文 망추재 낙성 고유문

往昔三代 裕餘御家 지난 옛날 삼대 걸쳐 넉넉하게 지낸 집안

楷模遺德 贈資重厚 모범 되는 도덕에다 바탕 불어 무게 있고

後昆何忘 于今累代 후손 되어 어찌 잊어 오늘까지 여러 대를

報本多闕 先具墓碑 근본 갚는 많은 건물 먼저 갖춘 묘비명에

今營齋室 于歲一薦 오늘 가진 재실에서 한해에 한번 바쳐

可以齋宿 將尤感慕 재실에 잘 수 있어 앞으로 더욱 기림 느껴

有時設講 花樹敦親 때로는 강론 열어 집안 간에 친밀하고

且期有用 庶幾冥佑 또한 쓰임새 만들어 바라건대 조상님 도움

今卜佳辰 告由落成 오늘 받은 날 좋은 날 낙성을 알려드림에

謹以酒果 用伸虔告 삼가 술과 과일로 정성껏 알리려 펴 써서

謹 告 삼가 아룁니다

 

 

242. 望楸齋記 망추재 기문 丁卯 1987년 5월 상순 66歲

三百餘年前부터 傍先祖執義公의 六代孫諱溥五衛都總府副總管

工曹參判公을 爲始하여 七代孫諱景杺中樞府事公 八代孫諱千輝

刑曹參判公의 三代가 先代의 蔭德으로 享福偃仰하신 이 곳에

後昆이 世居하여 터주가 되고 梓鄕이 된바 其間離鄕도 많았으나

世態는 變하여도 祖上奉祀의 傳統良俗이야 어찌 變할손가

近年에 爲先事業으로 誠을 모아 前記三代墓碑를 先塋辺大路가에

세우더니 不足하여 昨今年에 松川宗山松楸를 건너보고 稀貴水草

自生으로 天下에 이름난 大坪藪를 사이로 世居地 높은 곳에

多財를 드려 先室을 세우니 遠近이 다 그 誠孝를 稱頌하지

않으랴 俗談에 好事多魔라 하듯이 齋室建立發議는 쉬워도 巨額

鳩財之策은 至難之事라 子孫이 비록 많다고는 하나 別다른

富者가 있는 것도 않이니 特志없이 어찌 이러한 擧事美擧가

이루어지겠는가 六代支宗孫인 榮濟가 適切垈地提供을 先唱하니

其仲父鏞德 叔父鏞樂 季父鏞可三兄弟와 一家大小의 協力으로

建立이 可能하게 되고 特히 鏞可甫가 經費大部分을 獨擔하겠다고

하니 이 또한 一大快擧라 더욱 起工지後에는 從叔鏞華鏞權兄弟가

알뜰히 都監하니 마침내 充實輝煌한 竣工이라 翼然松楸를

바라보니 祖上이 반기는 듯 어찌 祖上만 좋아하시랴 제비와

참새마저 기뻐하는도다 서울서 相從하는 族弟 鏞可甫가 一日

걱정해하는 말이 故鄕에 六七八代祖齋室을 무작정 지었으나

뒷處理를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하기로 大略 경위를 들은바

平素 甫의 사람들이 誠實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떼돈을 버는

사람도 않인데 그 남다른 壯한 일을 稱讚하고 아마도 이 時代에

祖上이 甫를 하여금 이 일을 勘當케 하였으리라 激勵한 後

餘暇를 내어 實地踏査를 하고서 宗山先塋을 바라보며 祖上을

기린다는 뜻으로 望楸齋라 이름하고 그런 뜻으로 柱聯絶句를

짓고 菊秋佳節에 落成토록 擇日하도다 뿌리 培養에 이토록

盡力하니 枝葉이야 어찌 茂盛하지않겠는가 落成한 後 기리기리

祖佑孫榮하여 家風이 빛나도록 一族으로서 祈願하며 짧은 글이

나마 記文에 代하노라

西紀 一九八七년 五月上旬

大門名 薰風門

 

 

243. 柱聯 주련

松楸歲歲鬱然靑 묘역 둘러 해마다 울창함이 푸르러

望裏雲仍繁衍經 바램 속에 후손은 많아 넘쳐 오고가

時講敦親花樹樂 강론 때면 도타워 집안 간에 즐김이

羹牆承誨誓斯庭 우러름을 가르치니 다짐하네 이 뜰 안

 

 

244. 賀玄山族兄鏞斗米壽筵 현산 조용두의 미수연을 축하하며

居仁天報錫長生 어진 삶에 하늘이 갚아 오래 삶을 내리네

米壽康寧益證明 여든 여덟 건강과 안녕 그리 밝힘 더하네

偸得蟠桃甘養志 훔쳐놓은 하늘복숭 뜻 기름에 달갑고

輸來火棗奉精誠 옮겨놓은 붉은 대추 정성으로 받듦이

滄桑浩劫一場夢 땅도 바뀔 오래갈 세월 한바탕 꿈이며

蘭竹繁榮千歲情 절개 지녀 번성과 번영 천년세월 뜻이라

節度華孫悠久繼 절도공 꽃피울 자손 오래도록 이어서

承承先誨保家聲 조상님 가르침 받아 집안 지킴 소리가

 

 

245. 過寒溪嶺 한계령을 지나며

始訪寒溪嶺 처음 찾은 한계령

中秋妻子同 가을 맞춰 처자 함께

惜乎車過賞 아뿔사 차 지나쳐

谷谷回回楓 골짝마다 돌때마다 단풍인 것을

 

 

246. 洛西戊辰年頭會 낙서 무진년 연두회 1988년 연초 67歲

如今歲慕且年頭 오늘 같던 해는 지고 또다시 새해 머리

世態頻行賣酒樓 세상 꼴에 자주 가네 술파는 술집에로

丁卯辛酸藏已去 정묘년 어렵던 일 감추고 가버렸고

戊辰希望裏初流 무진년 바램들로 첫 달은 흘러간다

貪求彼俗利身走 탐내 찾는 저 속됨에 이롭다 매달리고

瀟灑玆儒超物遊 산뜻 깨끗 이 유학은 딴 데일 유물만이

穹壞居諸無限運 하늘 무너져 머무를 데 끝없는 행운이나

微躬塵內豈留愁 미미한 몸 먼지 속에 어찌 남을 걱정을

 

 

247. 次林重山仁煥兩世影幀奉安韻

중산 임인환 두 분 영정 봉안 운으로

重翁翰墨至于生 중산옹 붓글 묵화 살아서 다다르니

三世箕裘家道成 삼대가업 이어서 가도가 이뤄지네

一孝斯文隨指學 한번 효도 이 글에 배움에로 따름이

兩仙影幀奉修誠 두 분 신선 영정을 정성 쏟아 받듦이

瞻而孺慕羹牆睹 쳐다보며 자모 기려 사모하여 보노니

想則嚴威咳唾聲 생각하면 엄부 위엄 기침소리 듣나니

澆季明燈遵古禮 물 대어 밝힌 등불 옛날 예를 좇아서

殘儒雅望是眞情 남은 유림 바른 바램 참뜻이 이것이라

 

 

248. 次張鵂巖聖知退任韻 휴암 장성지 퇴임 운으로

菁莪其業獻生人 인재양성 그 일에 삶을 다 바친 사람

八八當年乃退辰 팔십 팔년 올해로 이에 물러나는 날

蒼髮于今臯比篤 푸른머리 오늘까지 밝음 비해 도탑고

性根自少墨帷親 성품바탕 젊어서도 까만 휘장 가까웠지

不羈到處探花鳥 굴레 없이 이르는 곳 꽃과 새를 찾으며

高臥鄕山度錦春 높이 누워 고향 산에 비단 봄날 헤아리지

老大鵂巖何所樂 나이 먹은 휴암은 즐김이 무엇이오

吟風佚宕且居仁 세월 읊고 방탕해서 어질게 산다하리

 

 

249. 戊辰賀正(與金鍾㳍外五人)

무진년 새해인사(김종포외 5인에게 보내다)

元旦旭光呈瑞新 설날아침 햇빛 솟아 상서로움 새롭다

高堂百福賀詞陳 높은 집 백가지 복 축하인사 펼친다

願邦大事達成實 나라바램 커다란 일 이루어짐 참하게

於我小望精進伸 나에게도 작은 바램 나아가 펼쳐지길

季世斯文嘆退道 막 세상 이런 글은 도 꺼져감 한숨지음

將來微力献回倫 다가올 날 조그만 힘 인륜 깨워 바친다

屠蘓杯際懷如此 고기 잡아 잔을 듦에 이 같은 마음으로

素朴思惟一野人 소박한 생각들로 나앉은 한사람이

 

 

250. 賀時局安定 시국안정을 축하하며 戊辰 1988년 67歲

時來槿域散妖陰 우리나라 오면서 도깨비 난리 펴다

政局如春安定深 봄날같이 정국은 안정으로 깊어가네

六次共和明日發 여섯째 공화국이 내일로 출발하니

列邦賀節繼蹤臨 줄선 나라 축하사절 발길이어 닿았네

舞鳳儀裏南將慶 춤추는 봉황 거닒 남녘 장차 경사가

圍楚歌中北奈侵 에워싼 사면초가 북녘 어찌 침략을 ※四面楚歌

雖老吾儒無用物 비록 늙어 우리 유림 쓸데없는 물건이

傲遊逸樂勝區尋 잘 놀아 기쁨 즐겨 빼난 곳을 찾는다오

 

 

251. 松峴齋記 송현재 기문

防禦山一脈을 東北에 지고 한 아담한 村落이 있으니 이름하여

淸源巨谷이라 自古로 살기 좋은 고장이라서 凶年에 주림없고

禮節바른 班村이 載寧李氏의 于今껏 十餘代를 살아온 梓鄕인바

冑孫秉琪甫의 九代祖 諱亨奎公이 일찍 武科에 及第하고도 當時

世態를 싫어하여 벼슬에 나가지 않고 所謂 先達로 一生을

마쳤으나 子孫된 道理로 그 遺德을 기리고 歲薦에 齋宿之誠을

다하기 爲하여 先室經營을 累代에 걸쳐 提唱하다가 마침내

四年前 後孫들의 熟議를 거쳐 이곳에 세우게 되었고 特히 冑孫이

物心兩面에 献身的인 努力을 기우려 거의 完成段階에 不幸히도

不意의 廢疾에 걸려 工事기 一時中斷 되었다가 다시 後孫의

合心協力으로 비록 華麗한 大閣은 아니라도 規模있는 屋室을

完工케되었도다

一日 이곳 서울에 사는 內從兄 李秉業氏가 찾아와서 말하기를

가까운 同派門中事이나 옛날같이 格式은 다 갖추지 못하여도

記文만은 있어야겠기에 事情上後孫을 代身하여 付託하노라기에

情請을 拒絶 못하고 大略 實情을 들은바 子孫들이 數十戶라도

別다른 有力者나 財産家도 없이 오직 誠孝만으로 이룩했으니

어찌 이 江山의 傳統良俗을 尊崇하는 余로서 稱頌하지 않으랴

于先 先塋地名을 따서 松峴齋라 이름하고

絶句柱聯 주련 절구

松峴松楸依舊靑 솔 고개 묘지 두루 옛날처럼 푸르러

因知先祖妥於冥 조상님 알고 있어 저승서도 편안해

雲仍時講且親篤 후손들 강론할 때 가깝고 도타워서

歲薦修誠樽苾馨 해 바침 정성들여 잔술 향 향기로워

과 더불어 그간 經緯를 적어 이만 記文에 代하노라

 

大門名 誠之門 대문이름 성지문(정성을 다하려는 문)

※中庸 : 所在 晋陽郡 寺奉面 鳳谷里 巨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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