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본 수수께끼 조설근曹雪芹은 왜 홍루몽紅樓夢을 80회만 썼을까?
현존하는 지평본脂評本 『홍루몽紅樓夢』은 일부 극소수 이외에는, 모두 80 회回가 있을 뿐인데, 현재 통용본通用本으로 쓰이는 것은 120 회짜리이다.
이것으로 일련의 문제가 생기는데, 조설근曹雪芹은 정말로 80 회만 쓴 것일까? 통용본의 후後40회回는 누가 쓴 것인가? 이 후40회의 내용은 소설의 작자 조설근曹雪芹의 의도와 부합되나?
현재 전해 내려오는 조설근이 창작하고 수정한 『홍루몽』은 확실히 80회뿐이며, 이것은 현존하는 필사본이 80회만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연재(脂砚斋)(혹은 기홀수畸笏叟)의 평어評語에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갑술본甲戍本 제 1회에 있는 주석을 들 수 있다:
“壬午除夕,書未成,芹爲泪盡而逝.余嘗哭芹,泪亦待盡.每意覓埂峰再問石兄,奈不遇癩頭和尙何!令而後惟愿造化主再出一芹一脂,是書何幸,余二人亦大快遂心于九泉矣.甲午八月泪筆.”
(임오년 섣달 그믐날 저녁에,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근(芹)은 눈물이 다하여 서거했다. 늘상 울던 근은, 눈물도 다 말랐다. 매번 청경봉靑埂峰의 석형에게 뜻을 물으려 했으나, 아무래도 부스럼도사와 화상을 만나지 못하였네! 낙담스럽도다! 이때부터 근(芹)이 하나 쓰면 지(脂)가 주석을 조화롭게 달아서, 책으로서는 아주 다행인데, 남은 두 사람도 그렇게 빨리 구천으로 가버리고 말았네. 갑오년 8월에 눈물로 쓰다)
또 경진본庚辰本 제 22회의 끝에 총평總評이 달려있다.
“此回未成而芹逝矣,嘆嘆!丁亥夏,畸笏叟”(이 회를 완성하지 못하고 근芹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슬프도다! 정해년 여름, 기홀수)
두 사람은 소설의 창작자인 조설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므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말했던 것이다. 조설근은 결국 소설 전체를 창작하고 첨삭하는 작업을 다 완성하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났다. 조설근은 책 전체를 완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전前80회回 중에서도 첨삭이 미진한 곳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현존하는 필사본 제 22회에는 임대옥林黛玉이 지은 등미시燈迷詩가 없는데, 경진본의 이곳에는 “此後破失,俟再補”차후파시르의재보(그 후에 유실되어서, 다시 보충하였다)라는 평어가 달려 있다.
또 제 75회에는 회목回目(장회소설에서 매 회마다 표제를 달아, 바로 그 회의 내용을 개괄함)에 “賞中秋新詞得佳讖”상중추신사득가참(추석날 가환의 시구에 장래를 예언하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소설의 내용 에는 이런 “신사新詞”가 없다. 경진본의 회回 앞에 상세하게 주석을 달아 놓았다.
“乾隆二十一年五月初七日對淸.缺中秋詩,俟雪芹”건륭이십일년오월초칠일대청.결중추시,사설근(건륭(乾隆) 21년 5월 7일 대조해보니, 중추시中秋詩가 없어, 설근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국은 조설근이 부족한 틈새를 메워주기를 기다릴 수 없게 되었고, 소설의 부족한 시와 수수께끼 모두가 마침내 영원히 공백으로 남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조설근이 “披閱十載,增刪五次”피열십재,증산오차(10년 동안 열람하고, 다섯 차례나 첨삭을 가하다)라고 말한 것은 이 80회뿐이지만, 그것 또한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조설근은 소설 전체의 초고를 다 완성했지만, 다만 나중에 유실했던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조설근이 전80회만을 반복해서 수정하고 오히려 남아 있는 수십 회를 완성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은 결코 사리에 맞지 않고, 또한 지연재脂硯齋 비어批語(지비脂批)가 입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척서본戚序本의 제 2회 앞에 총평하기를: “以百回之大文,先以此回作兩大筆以冒之”이백회지대문,선이차회작양대필이모지(100 회의 장편으로, 먼저 여기서 큰 두 개요를 내보였다)라고 했다.
경진본庚辰本 제 25회에 평어評語 하나가 있다: “通靈玉除邪,全部百回只此一見”통령옥제사,전부백회지차일견(통령보옥은 나쁜 것을 제거할 수 있는데, 100회 전체에서 한 번만 나온다).
몽부본蒙府本 제 3회의 회말回末 곁에다 평어를 썼는데: “後百十回黛玉之泪,總不能出此二語”후백십회대옥지루,총불능출차이어(후110회에서 대옥은 눈물을 흘렸지만, 절대로 이 두 마디는 말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조설근이 처음에 쓴 것이, 결코 80회에서 그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데, 100회나 아니면 110회에 이르렀을 것이고, 110회인 것이 확실한 것 같다. 100회는 다만 대략적인데, 왜냐하면 지비脂批에서 후30회를 확실하게 언급한 곳이 있기 때문인데, 즉 제 21회 회전回前에 총평이 있다:
“安此回之文固妙,然未見後三十回,猶不見此回之妙”안차회지문고묘,연미견후삽십회,유불견차회지묘(이 회의 문장을 단호하고 절묘하게 하여 놓았지만, 후30회가 보이지 않아, 아직 이 회回의 절묘함이 보이지 않는다)
또 몇 곳에서 후수십회後數十回를 언급한 예가 있다:
제 19회에서 습인襲人이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먹은 사건에 대해 지비를 달아놓은 것이 있다.
“以此一句留與下部後數十回‘寒冬噎酸비,雪夜圍破氈’等處對看”이차일구유여하부후수십회‘한동일산비,설야위파전’등처대간(이 한마디를 남겨서 하부下部 후수십회의 ‘寒冬噎酸비,雪夜圍破氈’ 등이 잘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조설근이 그 당시에 소설 전체의 창작을 다 마친 것을 알 수 있으며, 대략 110회인데, 그러나 80회 이후의 원고는 불행하게도 유실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 또한 지비에서 증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 20회의 지비脂批가 있다:
“余只見有一次謄淸時,與獄神廟慰寶玉等五六稿,被借閱者迷失,嘆嘆!”여지견유일차등청시,여옥신묘위보옥등오륙고,피차열자미실,탄탄!(나머지는 다만 일차 정서淨書할 때는 있었는데, 옥신묘에 있는 보옥 등을 면회하는 오륙 장의 원고를 빌려간 사람이 잃어 버렸으니, 안타깝도다!)
제 26회에 있는 지비는 이러하다:
“獄神廟回有茜雪,紅玉一大回文字,惜迷失無稿.嘆嘆”옥신묘회유천설,홍옥일대회문자,석미실무고.탄탄(옥신묘의 내용이 있는 회回에는 천설茜雪과 홍옥紅玉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애석하게도 원고를 잃어버렸다. 한탄스럽도다!)
기홀수畸笏叟는 당시에 그저 후30회의 원고를 잃어버린 것을 탄식해마지 않았는데, 그러나 그는 필경 다행하게도 조설근의 소설 작품의 후30회를 본적이 있다는 것이다. 후세사람에게는 현재 이런 것조차 없으니, 탄식하며 애석한 감정은 기홀수의 몇 배가 되리라!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부지경중不知輕重(일의 경중을 모르다 분별이 없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豈料賈母病中心靜,偏偏聽見,便道:“迎丫頭要死了嗎?”王夫人便道:“沒有.婆子們不知輕重,說是這兩日有些病,恐不能就好,到這里問大夫.” (第一百零九回)
[해석문]
그런데 가모는 병중에 있으면서도 정신만은 맑아서 다 듣고 있었다.
“영춘이가 죽어간다는 거냐?”
왕부인이 얼른 대답했다.
“아니에요. 할멈들이 분별이 없어서 그런 건데, 며칠 동안 앓았던 모양인데, 아마 곧 나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리 와서 용한 의원이 있나 물으러 왔나 봐요.”(제 109회)
[명언고사]
보채寶釵의 생일에 가모賈母는 즐겁게 지내면서 과식한 탓에, 그 때문에 속병이 났는데, 날이 갈수록 위중해졌다. 의원들이 치료를 잘 하지 못해서, 오히려 설사병까지 더 생겼다.
마음이 조급해진 가정賈政은 사람을 보내 관아에 휴가를 내고, 밤낮으로 왕부인王夫人과 함께 친히 병상을 지키며 탕약을 떠먹여드렸다.
그날, 그들은 가모가 약간이나마 먹을 것을 드시자,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할멈 하나가 문밖에서 몰래 안을 기웃거리고 있기에 왕부인은 채운彩雲에게 누군지 알아보라고 했다.
채운이 가보니 그 할멈은 바로 영춘迎春이 시집갈 때 손孫씨 집에 딸려 보낸 하인이었는데, 그 노파가 말했다.
“내가 온 지 반나절이나 되었지만, 이곳의 아가씨들이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소란을 떨 수도 없고, 애만 태우면서 여기 서있었던 거라오.”
채운이, “뭐가 그리 애가 타는데요? 또 그 댁 손孫 나리께서 우리 아가씨를 못살게 구시던가요?”
노파가 대답했다.
“영춘迎春 아가씨께서 위독하세요. 그저께 서방님이 또 한바탕 난리를 부리시는 바람에 아가씨께서 밤새도록 우셨는데, 어제부터는 그만 담痰이 막혀서 숨을 잘 쉬지 못하고 계세요. 그런데도 그 집에서는 의원도 불러주지 않아서, 오늘은 더 심해지셨어요.”
안에서 그 말을 다 들은 왕부인은 가모께서 들으시면 걱정하실까봐, 얼른 채운에게 할멈을 데리고 다른 데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모는 병중에 있으면서도 정신만은 맑아서 그 소리를 다 듣고 물었다.
“영춘 아가씨가 죽게 되었다더냐?”
왕부인이 말씀드렸다.
“아니에요. 할멈들이 부지경중不知輕重(일의 경중을 모르다/ 분별이 없다) 해서요. 요 며칠 병이 났는데, 아마 바로 좋아지지 않으니까, 용한 의원이 있나 물으려고 여기까지 온 모양이에요.”
가모는, “내 병을 봐주던 의원이 병을 잘 보니까, 빨리 보내줘라”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왕부인은 채운을 불러 그 할멈더러 큰 마님(형邢부인)한테 가서 말씀드리라고 일렀다. 그리하여 할멈은 형부인 처소를 찾아갔다.
영춘迎春이 거주하던 자릉주紫菱洲의 "썰렁하고 처참"한 정경은 무엇을 예시했나?
조설근曹雪芹의 소설 『홍루몽紅樓夢』 제 79회에서, 형부인邢夫人은 가영춘賈迎春을 시집보내기 전에 그녀가 거주하던 대관원大觀院에서 나오게 한다. 보옥寶玉은 영춘이 살던 자릉주紫菱洲에 와서 그 일대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둘러본다.
높다란 창문은 적막하고, 병풍과 커튼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언덕에는 여귀꽃과 갈대가 있고, 연못 안에는 행荇(노랑어리연꽃)과 마름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데, 모두 건들건들하며 곧 지고 말 것 같아, 몹시 썰렁하고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때는 시집간 영춘의 화복禍福을 아직 예측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러나 자릉주의 스산한 가을 정취를 보고 보옥은 이미 둘째 아가씨 영춘의 비참한 운명을 어느 정도 예감한 것이다. 가부賈府의 아가씨 네 사람 중에서, 영춘의 처지가 가장 동정을 일으킨다. 서출인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에 생모가 세상을 떠났다.
성격이 유약하고 소박하며 말주변이 없는 영춘을 사람들은 “이목두二木头”라는 별명을 붙여 불렀다. 의지할 데가 없는 그녀는 친구도 없고, 스스로 줏대마저도 없었다. 부친 가사賈赦는 손소조孫紹祖에게 빌린 5,000 량兩을 갚지 않으려고, 영춘을 시집보내서, 실제로 채무를 벌충하려고 한 것이다.
그 적막한 높은 창문과 쓸쓸해 보이는 병풍과 커튼은, 가영춘이 시집가서 나서 처량하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예시한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규중에서 곱게 자란 화초 같은 가영춘은 오만하고 사치하며 음탕하고 무정한 짐승 같은 손소조의 손아귀로 떨어져 들어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선량하고 유약한 그녀는 쓸쓸하고 처량한 모습을 한 자귀꽃과 갈대 잎사귀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죽어 참담한 속세를 떠나고 말았다.
이 적막하고 처량한 정경은 대관원大觀院의 박명한 여자들의 봄날이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암시했는데, 진가경秦可卿은 이렇게 예언한 바 있다.
“三春去後諸芳盡,各自須尋各自門”삼춘거후제방진,각자수심각자문
(삼춘이 가고 나면 모든 것이 때가 다 되어, 각자가 자기의 길을 찾아 가게 되요)
이것은 기실 작자 조설근이 책 전체의 구성을 설명하면서 한번 암시한 바 있는데, “삼춘三春”인 영춘, 탐춘探春, 석춘惜春이 대관원을 떠나게 되는 것을 말한 것이다.
“食盡鳥投林”식진조투림 (먹기를 다한 새들은 숲으로 들어간다);
“樹倒猢猻散”수도호손산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은 흩어지게 된다)
바로 가부의 녕국부寧國府와 영국부榮國府 두 집의 각종 인물들도 모두 각자 자기가 돌아갈 곳으로 찾아가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이제, “삼춘” 중의 하나의 “영춘”이 이미 가버리고, 대관원의 꽃은 져서 그 붉음도 거의 끝나가고 있어, 조금 남아 있는 아름다운 날들도 머지않은 것이다. 건들거리며 떨어질 것 같은 여귀꽃과 갈대 잎사귀들은, 대관원 안의 박명한 여인들이 장차 몰락하고 죽는 조짐을 예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애석하게도 조설근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눈물이 다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에, 그가 마치 살아 있는 꽃처럼 생생하게 대관원 안의 여러 훌륭한 인물들을 떠나보내는, 여러 가지로 특색 있게 인물의 비참한 결말을 묘사했을, 그러한 필치를 볼 방법은 영원히 없게 되었다.
또한 우尤씨 자매와 시녀 사기司棋와 청문晴雯 등의 죽음과 시집가기 전에 영춘이 살던 자릉주의 소슬하고 적막한 정경으로부터, 이 모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무정한 비바람이 강렬하게 들이쳐서, 몇 대에 걸쳐 혁혁하고 자신만만하게 살아온 영국부와 녕국부 두 집안이 이미 말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설근은 오히려 그들보다도 먼저 세상을 떠나서, 세상에 말할 수 없는 유감을 남겼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방인문호傍人門戶(남에게 의지하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寶釵道:“媽媽是爲着大哥哥娶了親嚇怕的了,所以把二哥哥的事猶豫起來.据我說,很該就辦.邢姑娘是媽媽知道的,如今在這里也很苦,娶了去雖說我家窮,究竟比他傍人門戶好多着呢.” (第一百零九回)
[해석문]
보채寶釵가 말했다.
“어머니는 큰오빠를 장가들이고 혼이 나셔서 둘째오빠(설과, 보차의 어머니 설부인의 조카)의 일을 망설이시는 거군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해야 해요. 수연아가씨(설과의 약혼녀)는 어머니께서 아시다시피, 지금 이곳에서도 매우 고생하고 있잖아요. 비록 우리 집이 형편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시집오게 되면 그래도 남의 집에 얹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제 109회)
[명언고사]
설이마薛姨媽는 집안일을 상의하려고 보채의 거처에 와서, 보채에게 말했다.
“네 오라비(설반)은 금년이 지나고 폐하께서 다음번 대사면을 내리실 때가 되어서야 속죄贖罪를 받을 수 있단다. 그러니 몇 년 동안을 내가 혼자 어찌 외롭게 지낸단 말이냐! 그래서 네 둘째 오라비(설과)를 결혼시키려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머니는 큰오빠를 장가들이고 혼이 나셔서 둘째오빠(설과)의 일을 망설이시는 거군요. 제 생각에는, 그렇게 하는 게 마땅해요. 수연아가씨(설과의 약혼녀)는 어머니께서 아시다시피, 지금 이곳에서도 매우 고생하고 있잖아요. 비록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시집오게 되면 그래도 남의 집에 얹혀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그러면 네가 적당한 기회를 봐서 노마님께 우리 집에 사람이 없으니, 하루 빨리 날을 받고 싶다고 여쭈어 봐라.”
“어머니는 단지 둘째 오빠하고 상의하셔서 길일을 택하셔야 해요. 그런 다음에 할머님과 어머님(보옥의 어머니 왕부인)께 말씀드리고 혼례를 올려야 일이 온전하게 되어요. 이곳 큰 마님(형부인)께서도 하루빨리 데려가기를 바라고 계시거든요.”
“오늘 들었는데, 사史씨 아가씨(사상운)도 돌아간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노마님께서 보금(설과의 여동생)이를 며칠 여기 더 머물게 했으면 하시는 것 같아서, 그 애더러 더 있다가 오라고 했단다. 내 생각에도 그 애도 이제 머지않아 시집가게 될 아이이니, 너희 자매끼리 며칠 더 정담을 나누며 지내려무나.”
보채가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떡이자, 설이마는 잠시 더 앉았다가, 나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번천복지飜天覆地 (하늘과 땅이 뒤집히다/커다란 변화나 대소동이 일어나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那時一層子人拉那个,扯那个,正鬧得飜天覆地,又聽見一疊聲嚷說:“叫里面女眷們回避,王爺進來了!” (第一百零五回)
[해석문]
그때 상황이 그렇게 되자, 사람들은 이 물건을 꺼내랴, 저 물건을 감추랴 온 방안을 발칵 뒤집으며 대소동을 벌리고 있는데, 또 연달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있는 부인네들은 빨리 피하시오. 군왕전하께서 들어가십니다!” (제 105회)
[명언고사]
가정賈政은 강서양도江西糧道로 부임했다가 용인用人을 잘못하여 도성으로 소환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공부工部에서 직책을 맡아 근무했다.
집안사람들은 가정이 도성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모두 환영연을 열자고 했다. 가정은 곧 집에다 주연을 마련했다.
갑자기 하인 뢰대賴大가 와서 보고하기를, 금의부錦衣府 장관 조전趙全 대감이 사관司官들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이어서 서평왕西平王도 왔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을 흩어지게 한 뒤에 서평왕이 조칙詔勅을 읽었는데, 가정의 형 가사賈赦가 죄를 범하여 황제의 명을 받들어 가사의 가산家産을 조사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가정 등이 놀라서 멍하니 있을 때, 조대감은 사람들에게 조사하여 차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금의사관錦衣司官이 와서 보고하기를, 조사해보니 가사의 거처에서 금지된 물건들이 허다하게 나왔고, 가사의 아들 가련賈璉의 거처에서는 가옥과 토지의 계약서와 차용증서 등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조대감이 그 틈에 더 위엄을 부리려고 하는데, 그때 막 도착한 북정왕北靜王이 더 이상 소란을 떨지 말라고 분부했다. 가정 등이 눈물을 글썽이며 은혜를 베풀어 줄 것을 간청하자, 서평왕과 북정왕은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하며 가사 집안의 가산만 넘기겠다고 했다.
한편 노마님 가모賈母과 함께 주연을 즐기던 여인네들도 주연을 파했는데, 돌연 서평왕 등이 와서 가산을 몰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영국부榮國府의 살림을 맡고 있는 왕희봉王熙鳳은 처음에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듣고 있더니, 나중에는 몸이 바닥으로 꼬꾸라지며 혼절했다.
가모는 채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너무나 놀라서 눈물만 줄줄 흘리며 말도 한 마디 못했다. 그때 상황이 그렇게 되자, 사람들이 이 물건을 꺼내랴, 저 물건을 감추랴 온 방안을 발칵 뒤집으며 대소동을 벌리고 있는데, 또 연달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있는 부인네들은 빨리 피하시오. 군왕전하께서 들어가십니다!”
마지막에는 가부賈府에 있는 상자는 있는 대로 다 열어젖혀지고 많은 궤짝들도 마구 부서지고, 그 안에 들었던 물건들은 거의 반이나 비었다. 몰수된 물건들 모두를 일일이 다 목록에 기재하여 등록했다.
가사는 체포되고, 그 거처를 봉인하고, 하인들도 집 안에 가두었고, 가련은 거처를 조사하다가 높은 이자가 적힌 차용증서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가련도 구류를 했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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