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야학閑雲野鶴한가하게 떠도는 구름과 들에서 학이 아무런 구속이 없이 자유자재로 노니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獨有妙玉如閑雲野鶴,無拘無束.我能學他,就造化不小了. (第一百十二回)
[해석문]
단 한 사람 묘옥妙玉 스님은 한가롭게 떠다니는 구름이나 들판에서 노니는 학처럼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는데. 내가 그녀처럼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명언고사]
가모賈母의 장례를 치를 때, 석춘惜春과 왕희봉王熙鳳이 집을 지켰는데, 하필이면 이때 가부賈府는 도둑을 맞았다.
석춘은 한편으로는 자기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묘옥이 이른 새벽에 갔는데 괜찮았을까 염려가 되었다. 자기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올케가 또 자기를 싫어하여, 가모가 계셨을 때는 그래도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시고, 자기 혼자 의지할 데 없이 외롭게 남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또 영춘迎春 언니가 학대를 당하다가 죽고, 과부가 된 사상운史湘雲 언니 생각이 나고, 셋째 언니 탐춘探春도 먼 곳으로 시집가버린 것, 이 모두가 하늘이 정한 운명이 초래한 것이니, 자유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사람 묘옥妙玉 스님은 한가롭게 떠다니는 구름이나 들판에서 노니는 학처럼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생활하고 있으니, 자기가 그녀처럼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기는 명문대가의 여식인데,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 집을 지키면서 크게 잘못을 했으니, 무슨 면목으로 여기에 있겠는가! 어른들은 아마도 또 자기의 마음을 알지 못 할 텐데, 장래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자, 곧 자기 머리를 자르고 출가出家해서 비구니가 되려고 마음먹었다. 시녀 채병彩屛 등이 이런 얘기를 듣고 황급히 말렸지만, 이미 머리를 반이나 싹뚝 자른 뒤였다.
바로 이때, 묘옥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석춘은 마음이 더욱 괴로웠지만 채병 등이 여러 번 권고해서야 남아 있는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석춘은 마음속으로 오히려 이때부터 출가할 생각을 갖게 되었다.
『홍루몽紅樓夢』 원고原稿의 “정방情榜”은 유실遺失된 것일까? 홍루몽이야기
조설근曹雪芹의 소설 『홍루몽紅樓夢』 원고原稿의 맨 마지막 회回에는, 소설 전체를 총괄한 “정방情榜” 한 장張이 있는데, 거기에는 가보옥賈寶玉과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의 이름이 전부 들어있고, 각 사람에게 평어評語를 주었다. 이것은 지연재脂硯齋 비어批語(약칭 지비脂批 혹은 지평脂評이라고도 함)에서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 예를 들면 제 17, 18회 한편에 중요한 미비眉批(책이나 서류 등의 윗부분에 써넣는 평어나 주석)이 하나 있다:
“前處引十二釵,總未的確,皆系漫擬也.至未回警幻情榜,方知正,副,再副及三,四副芳諱.壬午季春,畸笏.”
전처인십이채,총미적확,개계만의야.지미회경환정방,방지정,부,재부급삼,사부방휘.임오계춘,기홀
(앞에서 안내한 십이채는 전반적으로 분명하지 않고, 모두 멋대로 추측한 것이다. 경환선고의 정방에 이르러서야, 정, 부, 재부 및 3,4 개의 부방副芳을 감췄다는 것을 알았다. 임오년 늦은 봄, 기홀)
“정, 부, 재부와 3,4부”의 몇 글자에 대한 해석은 같지 않은데, “정방情榜”에 열거된 여자의 이름이 몇 명인지에 대한 계산計算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60 명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36 명이라고 말한다. 『홍루몽』 제 5회에서 “금릉십이채”를 말할 때, 정正, 부副, 우부又副 삼책三冊만 있는데, 대략 36 명이라고 했다.
조설근은 이 36 명(혹은 60 명) 각자에게 사회상의 온갖 형상으로 심오하게 있는 힘을 다해서 평어를 주었을 것인데, 현재까지도 추측해낼 수 없다. 설사 어떤 사람은 제멋대로 “정치情痴”(정이 깊다)이라거나, “정열情烈”(정열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전반적으로 확실하지 않다. 현재의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다만 지연재비어에서 말하는 가보옥과 임대옥林黛玉 두 사람에 관한 평어가 있을 뿐이다:
“余閱此書亦愛其文字耳,實亦不能評出此二人終是何等人物.後觀‘情榜’評曰:‘寶玉情不情,黛玉情情.’此二評自在評痴之上,亦屬囫圇不解,妙甚.”
여열차서역애기문자이,실역불능평출차인종시하등인물.후관‘정방’평왈:‘보옥정부정,대옥정정.’차이평자재평치지상,역속홀륜불해,묘심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글자 애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는 두 사람이 결국은 어떤 인물인지를 평할 수가 없다. 후에 ‘정방’에 대한 평어를 보면: ‘보옥은 정부정이고, 대옥은 정정’(宝玉情不情,黛玉情情)이라고 했다. 이 두 개의 평어는 치痴로 평한 것인데, 역시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에 속하고, 심히 미묘하다)
보옥의 평어를 “정부정情不情”이라고 말한 것은 그의 “평생의 심성心性이 ‘체첩体貼’ 두 글자”라고 표현한 것에 불과하여, 세상에 대해서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정이 있기도 무정無情하기도 하고, 정을 알기도 같고 모르기도 하는 인물인데, 보옥은 자기가 가진 정情으로 모든 것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지연재의 평어에서도 밝히고 있다:
“按‘警幻情榜’,寶玉系‘情不情’.凡世間之無知無識,彼俱有一癡情去體貼.”
안‘경환정방’,보옥계‘정부정’.범세간지무지무식,피구유일치정거체첩
(‘경환정방警幻情榜’에 의거하면, 보옥은 ‘정부정’ 계열이다. 대개 세간의 무지와 무식은, 전부 이 치정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래서 제 25회에서 보옥이 홍옥紅玉을 하녀로 쓰려고 부르려다가 또 마음속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것에 관한 지비脂批가 있다:
“玉兄每‘情不情’,況有情者乎?”
옥형매‘정부정’,황유정자호?
(옥형(보옥)이 매번 ‘정부정’하는데, 정이 있는 사람이어서 인가?)
제 31회에는 보옥의 시녀 청문晴雯이 부채를 찢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앞에다 총평을 썼다:
“撕扇子是以不知情之物,供嬌嗔不知情事之人一笑,所謂‘情不情’.”
시산자시이불지정지물,공교진불지정사지인일소,소위‘정부정
(부채를 찢는 것은 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정에 대한 일을 모르는 사람을 뾰로통하게 하여 웃게 한 것으로, 소위 말하는 ‘정부정’인 것이다)
“정정情情”이란 사랑에 빠져 정情만 생각하는 대옥을 말한 것인데, 혹자는 그녀는 오직 지기知己에게만 한결같은 정을 깊게 주었다고도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감정은 오직 보옥 한 사람만 사랑했다. 지연재는 조설근의 이 평어에 대한 의도를 명백하게 했는데, 그래서 제 27회에서 대옥은 보옥에게 이렇게 말한다:
“啐!我當是誰,原來是這个艱心短命的.......”
쵀!아당시수,원래시저개간심단명적.......
(퉤! 내가 뭐나 되나요, 원래 이 괴로움으로 단명할 사람인 것을……)
이 말이 미처 다 끝나지 않았는데, 지연재는 평어를 끼워놓았다:
“‘情情’不忍也.”
‘정정’부인야
(‘정정’이라 참기 어렵구나).
제 31회에는 가보옥이 장도사張道士의 절에서 금기린金麒麟을 얻은 것을 써놓았는데, 대옥이 그와 사상운史湘雲이 연애를 할까봐 걱정하는 것에다, 또 지평脂評을 달았다:
“金玉姻緣已定,又寫一金麒麟,是間色法也.何顰兒爲其所惑,故顰兒謂‘情情’.”
금옥인연이정,우사일금기린,시간색법야.하빈아위기소혹,고빈아위‘정정’
(금옥인연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또 금기린에 대해 쓴 것은 간색間色(정색(正色)인 ‘青∙黄∙赤∙白∙黑’ 이외의 색으로 제이차색을 말함)인 것이다. 빈아(대옥)은 마침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눈물을 다 쏟아 바쳐서, 그래서 빈아를 ‘정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홍루몽』 척서본戚序本에는 그 부분에 지비脂批가 있다:
“絳珠之泪至死不干,萬苦不怨,所謂‘求仁而得仁,又何怨’,悲夫!”
강주지루지사불간,만고불원,소위‘구인이득인,우하원’,비부!
(강주의 눈물은 죽을 때까지도 마르지 않았는데, 많은 고통에도 원망은 하지 않아, 소위 ‘인을 추구하며 인을 얻었으니, 어찌 원망이 있으리오’, 슬프도다!)
애정에 전적으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눈물이 다하여 죽을 정도가 되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을 수 있으며, 고통에 겨워 죽으면서도 원망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작품 전체를 총괄하는 “경환정방警幻情榜”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대략 이런 정도이다. 조설근이 우리에게 남긴 미지수未知數는 너무나 많지만, 동시에 독자에게 광활한 연상聯想의 세계를 남겨주기도 했다.
“경환정방”에 대해 말해 본다면, 십이채정책十二釵正冊에 있는 이름이 정확하다는 것 이외에, 부책副冊에 있는 12 명은 누구누구일까? 우이저尤二姐, 우삼저尤三姐의 이름은 아마도 그 외로 나오지 않았을까? 기타其他의 사람은 누가 있을까?
녕국부寧國府와 영국부榮國府에는 이름과 성씨가 있는 시녀들이 수십 명이나 나오는데, 부책副冊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그 12 명의 이름은 또 누구일까? 원앙鴛鴦, 금천아金釧兒, 채운彩雲, 사기司棋, 천설茜雪, 홍옥紅玉, 사월麝月 등이 대체로 자격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평아平兒와 습인襲人도 아마 부책副冊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3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이 천천히 장章마다 살펴보면 뚜렷하게 구별할 수는 있겠으나, 아마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을 가진 여러 여자에 대한 평어를 한 이외에, 각 사람을 한 송이 꽃에 비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사람의 감흥을 일으키는 일이다. 왜냐하면 『홍루몽』에는 인사人事를 화사花事와 상관시킨 곳이 대단히 많은데, 이것 역시 사람들에게 기이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추측하는 것은 소설을 창작한 작자 조설근에게 당돌하지나 않은지 모르겠으나, 작품을 읽을 때 온갖 상상想象을 섭렵하며, “우귀유문牛鬼遺文”(귀신이 남긴 유언)의 유감遺憾을 위로할 수도 있겠다.
초초료사草草了事(간략하게 일을 마무리하다/대강대강 일을 끝내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 홍루몽이야기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雖說僧經道懺,上祭挂悵,絡繹不絶,終是錢銀吝嗇,誰肯踊躍,不過草草了事. (第一百一十回)
[해석문]
화상들이 경을 읽고 도사들이 참회문을 외우며, 장막을 치고 제를 올리는 등 연달아 여러 일이 계속 진행되었지만, 결국은 돈을 인색하게 썼으므로, 아무도 성의 있게 일하지 않고 대강대강 끝냈다.
[명언고사]
가모賈母가 세상을 떠나자, 가부賈府에서는 곡을 하며 애도를 표했다.
왕희봉王熙鳳은 자기의 재간을 믿고, 원래 가모의 장례를 치르면서 한 차례 성과를 내려고 생각했는데, 현재의 가부는 이미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니어서, 하인이 급속히 줄어서 남자하인 21 명에, 여자하인도 겨우 19 명뿐이어서, 사람을 골라서 일을 보내기도 어려웠다.
또 은전을 더 지출하지 않아서, 화상들이 경을 읽고 도사들이 참회문을 외우며, 장막을 치고 제를 올리는 등 연달아 여러 일이 계속 진행되었지만, 결국은 돈을 인색하게 썼으므로, 아무도 성의 있게 일하지 않고 대강대강 끝냈다.
연일 왕비王妃나 고명誥命(봉건시대에 봉호封號를 받은 부녀자)부인들이 적지 않게 왔으나, 나가서 접대를 할 수 없는 왕희봉王熙鳳으로서는, 할 수 없이 뒤에서 이것해라, 저리 가라는 등 급한 것만 부탁해서 처리하며, 아쉬운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있는 힘을 다해 해결하려고 했으나, 왕희봉은 여전히 마음은 있으나 힘에 부쳤다. 형부인邢夫人 등은 장례가 바쁘기만 하지 두서없이 혼란한 것을 보고, 왕희봉이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초초하고 조급해진 왕희봉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목구멍에서 선홍색의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조설근曹雪芹은 『홍루몽紅樓夢』 후後30회回에 어떤 내용을 썼나? 홍루몽이야기
조설근曹雪芹은 『홍루몽紅樓夢』을 비록 110회를 썼지만, 후後30회回의 원고는 유실되고 없다. 그래서 그가 이 30회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는, 다만 지연재脂硯齋의 비어批語(약칭 “지비脂批”)에서 제공하는 단편적인 말로 대강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가보옥賈寶玉:
제 1회에 진사은甄士隐이 『호료가好了歌』에 붙인 주해注解에 지연재는 비어批語를 달았다:
“金满箱,银满箱,转眼乞丐人皆谤” (진사은 주해)
금만상,은만상,전안걸개인개방
(금으로 가득한 상자, 은으로 가득 찬 상자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걸인이 되어 놀림을 당하다)
“甄玉,賈玉一干人”(지비脂批)
진옥,진옥일간인
(진옥과 가옥은 한 사람이구나!)
“寒冬噎酸虀,雪夜围破毡”(지비)
한동열산제,설야위파전
(추운 겨울 신 김치에 목이 메고, 눈 내리는 밤에 담요를 두르고 지낸다)
이런 비어와 연관을 지어 보면, 보옥은 가부가 몰락한 후 대체로 빈곤한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悬崖撤手”현애살수(낭떠러지에서 손을 놔버리다)하고, 화상和尙이 되려고 출가했다.
임대옥林黛玉:
제 22회에서 임대옥이 가보옥에게 말한 것에 대해 지연재가 비어를 단 것이 있다:
“我惱他,與你何干?” (본문)
아뇌타,여니하간?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번민하는데, 오빠는 뭘 할 수 있어요?)
“問的却極時,但未必心應.若能如此,將來泪盡夭亡,已化烏有,世間亦無此一部『紅樓夢』矣” (지비)
문적각극시,단미필심응.약능여차,장래루진요망,이화오유,세간역무차일부『홍루몽』의
(조급해하며 물었지만, 그러나 마음으로 응한 것은 아니다. 만약에 그렇지 못했다면, 장래에 눈물이 다해 요절하는 일도 어찌 있을 수 있겠으며, 세간에는 『홍루몽』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임대옥이 눈물이 말라 요절하는 것에 관해서는, 책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암시하여, 다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설보채薛寶釵:
보채가 가보옥에게 시집간 뒤, 보옥에게 간언한 것에 대해, 제 21회의 회전回前에 총비總批를 썼다:
“此回‘嬌嗔箴寶玉,軟語救賈璉’ (제 21회의 총비)
차회‘교진잠보옥,연어구가련
(이 회回에서, ‘보옥에게 불만을 충고로 말하고, 부드러운 말로 가련을 구해주다’)
‘薛寶釵借詞箴諷諫,王熙鳳知命强英雄’ (후회後回에다 쓴 지비)
설보채차사잠풍간 왕희봉지명강영웅
(설보채는 구실을 붙여서 충고를 하고, 왕희봉은 난폭한 영웅의 운명을 알고 있다)
何今日之玉猶可箴,他日之玉已不可箴耶?” (후회後回에다 쓴 지비)
하금일지옥유가잠,타일지옥이불가잠야?
(어떻게 이때에 와서도 여전히 충고를 하고 있다니, 그는 이미 이제는 충고를 듣지 않기에 이르지 않았는가?)
이 권고와 간언은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했고, 보옥은 그녀를 버려두고 출가했던 것이다. 보채도 만년의 생활을 매우 힘들게 살았다. 또 제 21회에 끼워 넣은 지연재 비어가 있다:
“故後文方有‘懸崖撒手’一回,若他人得寶釵之妻,麝月之婢,豈能棄而爲僧哉!” (지비)
고후문방유‘현애살수’일회,약타인즉보채지처,사월지비,기능기이위승재!
(그렇게 해서 후문에 ‘벼랑에서 손을 놔버리고’라는 글이 한번 나오게 된 것인데, 만약 그 자신이 보채를 아내로, 사월이를 시녀로 삼았다면, 어떻게 포기하고 중이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제 45회에 보옥이 대옥黛玉에게 말한 대목에 지연재가 비어를 단 것이 있다:
“你想吃什麽,告訴我” (본문)
니상흘십마,고소아
(너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내게 말해봐)
“直與後部寶釵之文遙遙針對” (지비)
직여후부보채지문요요전대
(바로 후문 부분에 나오는 보채에 관한 내용을 겨눈 것이다)
이것으로 설보채가 가난해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희봉王熙鳳:
후後30회回 중에 “王熙鳳知命强英雄”왕희봉지명강영웅(왕희봉은 강팍한 영웅의 운명을 안다)라는 회목回目이 있는데, 왕희봉은 이미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래도 억지로 영웅적으로 끝까지 참고 견디려고 했다.
이에 관한 비어批語는 제 21회의 앞부분에다 써놓았는데, 이 일은 가련賈璉이 사통한 다고낭多姑娘의 머리다발을 간직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예시했을 것이고, 지연재는 비어를 달았다:
“此日阿鳳英氣何如是也,他日之身微運蹇,亦何如是耶!” (지비)
차일하봉연기하여시야,타일지신미운건,역하여시야!
(이날 봉저가 아무리 재기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녀의 순탄하지 않은 운명 역시 어찌 하겠는가!)
봉저鳳姐는 가부賈府가 몰락하기 전에 이미 매우 비참한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단명短命하게 최후를 맞아 죽는다. 제 43회에서 우尤씨가 왕희봉에게 한 말에 대해 지연재는 비어를 써 놓았다:
“弄這些錢那里使去!使不了,明兒帶了棺材里使去” (본문)
농저사전나리사거!사불료,명아대료관재리사거
(이런 돈을 만들어서 어디다 쓰게요! 다 쓸 수 없을 테니, 이다음에 관이나 사는데 쓰세요)
“此言不假,伏下後文短命”(지비)
차언불가,복하후문단명
(그 말은 거짓이 아니고, 복선을 둔 것으로 후문에서 요절한다)
사상운史湘雲:
갑술본甲戌本 제 26회의 비어批語와 경진본庚辰本 제 31회의 비어를 대조해 본다:
“惜衛若蘭射圃文字迷失無稿.嘆嘆!”(갑술본 지비)
석위약란사포문자미실무고.탄탄!
(안타깝게도 위약란이 활을 쏘고 채마밭을 가꾸는 내용은 잃어버려서 원고가 없다. 한탄스럽도다!)
“後數十回若蘭在射圃所佩之麒麟,正此麒麟也.提綱伏此回中,所謂草蛇灰線在千里之外”(경진본 지비)
후수십회약란재사포소패지기린,정차기린야.제강복차회중,소위초사회선재천리지외
(후後몇십회回에서 약란은 기린을 허리에 차고 활을 쏘고 채마밭을 가꾸는데, 바로 그 기린인 것이다. 제요提要에서 이 회에다 복선을 깔아놓았다는 것은, 소위 풀에 뱀을 숨긴 회색빛 복선을 멀리 떨어진 뒤에다 깔아 놓았다는 것이다)
사상운은 아마도 위약란이라는 왕손공자王孫公子에게 시집갔을 것이다 (이 사람은 제 14회에서 출현했다).
유할멈(劉姥姥)과 교저巧姐:
왕희봉이 “옥신묘獄神廟”에 갇혀 있을 때에, 유할멈이 그녀에게 면회를 간 적이 있다. 정본靖本 제 42회에서 유할멈이 교저의 이름을 지어준 것에 대한 비어가 있다:
“獄廟相逢之日,始知‘遇難成祥,逢凶化吉’,實伏線于千里.哀哉傷哉!此後文字不忍卒讀” (정본靖本 지비)
옥묘상봉지일,시지‘우난성상,봉흉화길’,실복선우천리.애재상재!차후문자불인졸독
(옥신묘에서 상봉하는 날, ‘재난을 만났지만,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실제로는 복선을 대단히 먼 곳에다 쳐놓았다. 애처롭고 슬프구나! 이후의 내용은 차마 끝까지 읽지 못하겠다)
교저는 훗날 판아板兒에게 시집을 가는데, 제 41회에서 지연재는 비어로 암시한 바 있다.
“那大姐兒因抱着个大柚子玩的,忽見板兒抱着个佛手,便也要佛手” (본문)
나대저아인포착개대유자완적,홀견판아포착개불수,변야요불수
(그 대저아는 안겨서 커다란 유자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판아가 불수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달라고 했다)
“小兒常情,遂成千里伏線” (지비)
소아상정,수성천리복선
(어린아이에게 흔히 있는 일인데, 천리 밖에다 복선을 만들어두었다)
또 제 6회에 유할멈이 봉저를 처음 만나서 돈을 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只得忍耻說道” (본문)
지득인치설도
(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했다)
“老嫗有忍耻之心,故後有招大姐之事,作者幷非泛寫” (지비)
노구유인치지심,고후유초대저지사,작자병비범사
(할멈이 수치심을 참고 견뎌서, 그러므로 후문에서 대저의 일에 관여하게 되는데, 작가는 드러나지 않게 서술했다)
습인襲人:
습인은 보옥寶玉이 출가出家하기 전에 이미 장옥함張玉菡에게 시집을 갔는데, 이것은 제 20회에 써 놓은 지연재 비어에서 알 수 있다:
“襲人出稼後云‘好夕留着麝月’一語,寶玉便依從此話” (지비)
습인출가후운‘호석유착사월’일어,보옥변의종차화
(습인이 시집가면서 ‘어쨌든 사월이를 남겨 두라고’ 말했는데, 보옥은 그 말대로 따랐다)
보옥이 그녀를 시집가게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후문後文 중에 회목回目 “花襲人有始有終”화습인유시유종(화습인이 유종의 미를 거두다)에서는, 그녀와 장옥함張玉菡이 보옥을 공양供養했다고 쓰여 있는데, 이 공양은 다만 위패를 만들어, 분향만 하는 공양이었을 것으로, 아마도 실제로 보옥을 보살펴 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허공에 걸려 있는 난초처럼 권력과 이익을 쫓던 시녀 습인이 보옥이 추운 겨울에 신 김치를 먹고, 눈 내리는 밤에 담요로 몸을 가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떠난 것 같은데, 단언하기는 어렵다.
사월麝月:
제 63회에서 꽃을 그린 화첨花簽(첨은 가늘고 긴 대나무 조각이나 나무 막대기에 문자나 부호 따위를 새겨 만들 제비)놀이로 제비를 뽑을 때에, 사월은 “开到荼縻花事了”개도도미화사료(도마화가 피어나니 일이 끝나다)를 뽑았는데, 그녀는 대관원大觀院에서 생활하던 박명薄命한 여자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결말을 맞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월은 최후까지 보옥의 신변에 시녀로서 남아 있다가 보옥의 첩이 된다. 관련되는 내용은 이미 위에 나온 “습인”에 관한 지연재의 비어에 나온 바 있다.
그리고 후後30회回에 중의 매우 중요한 것으로는, 즉 천설茜雪, 홍옥紅玉과 가운賈芸이 옥신묘에 보옥을 면회온 내용이 있는데, 그 줄거리는 다른 내용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지연재는 비어로 지적을 한 것도 있다:
“訓有方,保不定日後作强梁” (본문)
훈유방,보부정일후작강량
(훈계가 적절했다면, 나중에 횡포를 부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柳湘蓮一干人” (지비)
유상련일간인
(유상련 같은 사람이다)
因嫌紗帽小,致使鎖枷扛” (본문):
인혐사모소,치사쇄가강
(관직을 하찮게 여기다가, 목에 형틀을 차는 길로 들어섰다)
“賈赦,賈雨村一干人” (지비)
가사,가우촌일간인
(가사와 가우촌 같은 사람들이다)
“昨憐破襖寒,今嫌紫蟒長”작련파오한,금혐자망장(어제는 헤진 적삼이 춥다고 하더니, 오늘은 자주빛 관복이 길다고 하는구나) (본문):
“賈蘭賈菌一干人” (지비)
가람가균일간인
(가란과 가균과 같은 아이들이다)
“起用葫蘆字樣,收用葫蘆字樣” (지비)
이급기용호로양,수용호로자양
(글자를 그대로 갖다가 쓰고, 똑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글을 마무리한다),
“用中秋詩起,用中秋詩收” (지비)
용중추시기,용중추시수
(중추를 사용하여 시를 지을 때에, 중추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시를 지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비어를 달았는데, 말이 모두 자세하지 않고 너무 간단해서, 지금으로서는 그 내용을 추측하여 생각할 방법이 없다.
후 30회에는, “花襲人有始有終”화습인유시유종(화습인이 유종의 미를 거두다) 등 세 개의 회목回目 이외에, 단지 제 26회에만 소상관의 대나무를 여덟 글자로 묘사한 것이 있다:
“鳳尾森森,龍吟细细” (본문)
봉미삼삼,용음세세
(봉황 꼬리는 무성한데, 용의 신음소리는 들릴락 말락 하네)
“與後文‘落葉蕭蕭,寒烟漠漠’一對,可傷可嘆” (지비)
여후문‘낙엽소소,한연막막’일대,가상가탄
(후문에 나오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찬 연기가 짙게 드리웠다’와 한 쌍이니, 너무 슬프고 정말 한탄스럽구나)
『홍루몽紅樓夢』의 작자 조설근曹雪芹은 그 당시에 서산西山 부근의 황엽촌黃葉村에서 붓으로 휘호揮毫를 써주며, 30 회回의 방대한 문장을 거침없이 척척 써내려가서, 신비롭고 조화로운 필치를 얼마나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찌하랴! 글의 운명이 다하여, 사람을 좋아하는 이매魑魅(전설 속에 나오는 사람을 해치는 괴물)가 데리고 가버리고. 지금은 “낙엽소소, 한연막막”이라는 여덟 글자만 남았으니, 슬프지 않을 수가 없고, 탄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재모쌍전才貌雙全(재능과 용모를 다 갖추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 홍루몽이야기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紅樓夢』 본문]
(湘雲)想起賈母素日疼他,又想到自己命苦,剛配了一个才貌雙全的男人,性情又好,偏偏的得了寃孽症候,不過挨日子罷了.于是更加悲痛,直哭了半夜. (第一百一十回)
[해석문]
상운湘雲은 평소에 가모賈母가 그녀를 아껴준 것을 생각하면서, 또 자기의 고된 운명을 떠올렸는데, 재능과 용모를 다 갖추고 성격도 좋은 남자에게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하필이면 고질병이 되어서, 내내 고생스런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더욱 비통해져서 밤이 깊도록 목놓아 통곡했다. (제 110회)
[명언고사]
사상운史湘雲은 가모賈母의 종손녀이다. 비록 부와 재력이 있는 집안의 따님으로 태어났지만,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숙부叔父 사정史鼎이 맡아서 길렀다. 숙모가 그녀에게 잘 대해주지 않아서, 그녀는 숙부 집에서 조금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고, 때때로 바느질을 한밤중까지 해야만 했다.
그녀의 신세는 임대옥林黛玉과 약간은 비슷한 데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성격이 시원스럽고 솔직하여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성정性情이 호쾌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했다. 심지어 술에 취한 뒤에 대관원大觀院 정원 안에 있는 청석靑石 위에 누워 깊이 잠들기까지 했지만, 사사로이 남녀 간의 정情을 마음에 둔 적은 없었다.
나중에 사상운은 위약란衛若蘭에게 시집을 갔다.
가모는 병세가 날로 위중해지자, 손녀 중에서 영춘迎春은 죽고, 탐춘探春은 먼 곳으로 시집간 것을 생각하고, 사람을 보내 상운을 불러오라고 했는데, 데리러 간 사람은 그때 사상운이 대단히 상심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운은 노마님이 병이 나셨다는 것을 알고 마음은 조급했지만, 문안인사도 드리러 갈 수가 없었고, 또 집안에서도 가부에서 알게 되면 노마님이 안타까워하실 까봐 그녀의 사정을 알리지 않기를 바랬다.
사상운의 남편 위약란이 얻은 병에 대해서, 의원은 이 병은 치료하기가 좋지 않은데, 만약 폐병으로 변하게 되면, 그래도 4,5년은 견딜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얼마 뒤에 가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 영구를 보낼 때가 되었을 때, 상운은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모의 영전에 엎드린 상운은 가모께서 내내 자기를 사랑해 준 것을 떠올리고, 또 재모쌍전才貌雙全(재능과 용모를 다 갖추다)하고, 성정도 좋은 남자에게 막 시집갔는데, 하필이면 남편이 이런 폐병을 앓으면서 생활해야 하는 자기의 박한 운명에 생각이 미치자, 더욱 비통해져서, 밤이 깊도록 내내 통곡했다.
위약란은 결국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사상운은 평생토록 수절하겠다고 마음에 다짐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인품이 고상하고 도량이 넓으며 쾌활한 심경을 가져서 남자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 호방한 가인佳人도 박명사薄命司 중의 일원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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