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 여아 집안의 영락으로 고귀한 신분이 끝난 가교저賈巧姐

一字師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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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 여아 집안의 영락으로 고귀한 신분이 끝난 가교저

 

 

교저巧姐홍루몽紅樓夢의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중에서 차지하고 있는 분량이 가장 적은 인물이다.

 

별칭이 대교아大巧兒인 교저의 배위排位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아홉 번째에 있다. 교저는 유년기에는 가부賈府가 흥성했지만, 나이가 어려서 사리事理에 어둡고 무지無知했다. 그리고 또 점차 자라서는 가부의 몰락과 모친 왕희봉의 죽음을 겪고, 또 악독한 숙부와 간교한 오빠들에게 속아서 팔려갈 뻔 했다가, 다행히도 유씨 할멈에게 구출되지만, 그 이후에 그녀는 더 이상은 신분이 부귀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가련과 왕희봉의 딸 교저의 삽화

5회에 나오는 금릉십이채 정책 중에, 황량한 시골집에서 한 미인이 베를 짜고 있는 그림이 바로 교저의 명운을 그린 것인데, 판사判辭가 이렇게 쓰여 있다.

 

勢敗休云貴세패휴운귀 (가세가 몰락하여 귀한 몸이 끝나니)

家亡莫論親가망막론친 (집안이 망하니 친함을 논하지 않네)

偶因濟劉氏우인제유씨 (우연히 유씨 할멈을 도와주어서)

巧得遇恩人교득우은인 (때마침 은인을 만날 수 있었네)

 

가련賈璉과 왕희봉王熙鳳의 무남독녀인 교저는 원래 이름을 짓지 않아서, 집안 식구들은 그녀를 대저大姐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유씨 할멈이 교저巧姐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로는 교저라고 했다. 어렸을 때, 그녀는 애지중지하며 키워서 병치레를 자주 했다. 씨 할멈이 대관원大觀院을 방문했을 때, 때마침 병이 난 대저를 위해서, 희봉은 병을 제압하려고 유씨 할멈에게 딸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유씨 할멈은 대저가 7월 초이렛날에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곧 그녀에게 교저巧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以毒攻毒,以火攻火이독공독,이화공화(으로 독을 공격하고, 로 화를 공격하다)라는 방법인데, 앞으로 혹시 어느 날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게 되더라도, 틀림없이 그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해져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니, 이것은 다 라는 글자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저는 소설 전반부에서는 근본적으로 차지하는 분량이 거의 없다. 대관원에서 여러 아가씨가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대관원의 성황盛況을 다 누리고 있을 때, 그녀는 아직은 세상을 사는 이치를 모르는 아이여서, 천연두를 앓는 등 병치레를 자주하는 부잣집 어린아이로 내내 세월을 보낸다. 그런데 그렇게 자라서 미려한 소녀가 되어, 가부의 귀한 아가씨로 부귀한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을 때, 가부의 몰락으로 이 모든 것이 눈앞에서 연기처럼 다 흩어져버리고 만다.

 

가부가 몰락한 뒤에 그녀의 모친 왕희봉이 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교저에게 이름을 지어준 유씨 할멈이 예전에 봉저가 베푼 은혜를 잊지 않고 문병을 왔는데, 봉저는 유씨 할멈에게 교저를 부탁한다.

 

봉저가 죽은 뒤, 가환賈環, 가장賈薔과 형대구邢大舅이 모의하여 교저를 속여서 연화항烟花港으로 데려가 팔아넘기려고 했는데, 운 좋게 유씨 할멈이 아슬아슬하게 교저를 구출해낸다. 그 뒤에 교저는 유씨 할멈의 중매로 재산이 100만 량이나 되고, 논밭이 1,000 (논밭의 면적 단위인데, 1 경은 1백 묘1만여 평이 됨)이나 되는 큰 재산가인 주씨네 아들에게 시집을 간다.

 

소설 홍루몽은 작자 조설근이 소설의 전80까지 쓰고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서, 고악高鶚이 그 뒤를 이어서 후40(81-120)를 써서 120를 완성했다고, 홍학紅學의 연구자들은 말하고 있다. 고악이 창작한 교저에 관한 내용으로는 유씨 할멈이 교저를 구해냈고, 또 그녀에게 대재산가 주씨의 아들을 남편으로 찾아주었다고 했지만, 이것은 작자 조설근의 원래의 의도에는 위배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교저의 결혼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제기한 연구가도 있는데, 교저를 구출한 유씨 할멈이 그녀를 자신의 외손자인 판아板兒와 부부로 맺어주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판아와 함께 교저는 길쌈을 매며 자신들의 힘으로 먹을 것을 해결하며 안정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교저가 정말로 큰 재산을 가진 집에 시집을 갔다면, 그러면 그녀는 더 이상 박명사薄命司에 그 이름이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작자 조설근이 소설 앞부분에서 이미 교저의 운명에 대해 암시한 바 있는 것을 근거로 삼아, 작가는 교저와 판아와의 인연을 일찍부터 정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첫 번째 단서로는, 어느 날 동그랗게 생긴 향기로운 유자柚子를 가지고 놀고 있던 교저가 판아가 불수佛手(불수감나무 열매)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곧 그 불수를 자기에게 달라고 졸랐다. 그리하여 유자를 판아에게 주고, 판아가 가지고 있던 불수를 교저에게 가져다주었다.

 

교저와 판아가 서로 유자와 불수를 교환한 것은, 작자 조설근이 훗날 교저와 판아의 인연을 맺게 하려는 복선을 전반부에다 매복하여 깔아 놓은 것이다.

 

이 나고 동그란() 유자는 ”(yuán)”(yuán)과 통하고, 불수佛手는 즉 틀린 방향으로 가게 될교저를 가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유씨 할멈이 구출하여 도와주게 될 것을 암시한 것이다.

 

그 두 번째 단서로는, 죽은 진가경秦可卿의 장례를 치르러가는 도중에, 가부 가족은 한 시골마을에 잠시 들리게 되는데, 그때 보옥은 우연히 그곳의 시골뜨기 여자아이 이아두二丫頭로부터 방직紡織하는 법을 배운다. 이것이 바로 교저의 미래 생활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 세 번째 단서로는, 교저는 7월 초이렛날에 출생했는데, 그날은 바로 견우(牛郞)과 직녀織女가 서로 만나는 날이어서, “방직紡織에다 일치시킨 것이다.

 

홍루몽이야기 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紅樓 여아女兒 안개에 싸인 여신 진가경秦可卿

 

진가경秦可卿홍루몽紅樓夢에 나오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중에서 가장 단명한 사람으로, 그녀는 총총히 왔다가 총총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사람들에게 쉽게 풀기 어려운 많은 의문을 남긴 인물이다.

 

진가경은 아버지 진업秦業이 양생당養生堂에서 안아서 데려와 기른 양녀養女인데, 가경의 동생 진종秦鐘도 양자로 데려와 길렀다. 평소에 가부賈府와 관계를 가지고 있던 진업은 양녀 진가경을 녕국부寧國府의 가진賈珍의 아들 가용賈蓉에게 시집보냈다.

 

진가경秦可卿의 아명은 겸미兼美, 가아可兒이고, 배위排位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11 번째에 나온다. 진가경은 자태가 산뜻하게 곱고 날씬하고 온유하고 화평하여 설보채薛寶釵와 임대옥林黛玉의 장점을 구비한 사람이다. 성정은 풍류가 있고, 또 온유하고 화평하게 일을 행하여 가부 사람들은 진가경을 다 좋아했는데, 특히 가모賈母 등 어른들에게 깊은 환심을 샀다.

 

5회에 나오는 금릉십이채정책金陵十二釵正冊의 그림과 예언시에서 그녀의 운명을 엿볼 수 있는데, 높은 다락방이 있는 곳에 아름다운 여인이 목을 매어 자살한 모습이 그려 있고, 글이 적혀 있다.

 

情天情海幻情身전천정해환정신 (하늘과 바다에 가득한 정의 화신)

情旣相逢必主淫정기상봉필주음 (기왕에 정끼리 만났으니 필히 넘칠 것이네)

漫言不肖皆榮出만언불초개영출 (못난 자손은 영국부에서 나왔다고 말하는데)

造釁開端實在寧조흔개단실재녕 (그 발단은 실제로는 녕국부로부터 나온 것이네)

 

또 제 7회에서 녕국부의 늙은 하인 초대焦大가 술을 마시고 가부 집안을 욕하는 장면을 통해서, 진가경이 시아버지 가진과 불륜관계를 맺었는데, 하녀에게 들키는 바람에 목을 매서 자결한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과 예언시로 독자는 진가경이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焦大越發連賈珍都說出來,亂嚷亂叫說:“我要往祠堂里哭太爺去.哪里承望到如今生下這些畜牲來!每日家偸狗戱鷄,爬灰的爬灰,養小叔子的養小叔子,我什麽不知道?咱們胳膊折了往袖子里藏!’”

(초대는 더욱 화가 치밀어 가진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고함을 질렀다. “내가 가문의 사당에 가서 네 놈들 할아버지 신위 앞에서 통곡을 해야겠다. 누군들 이런 개돼지 같은 후손들이 태어나길 바랐겠느냐! 날마다 하는 짓들이란 개새끼나 쫓아다니고 닭쌈이나 하는 망나니 짓거리를 하고 있잖느냐. 재 위를 기는 놈은 재 위를 기고, 시동생과 붙어먹은 년은 시동생과 붙어먹은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래도 우리는 팔이 부러지면 소매로 덮는다고 그렇게 덮어주었던 것이야!)

 

진가경의 호화로운 장례식 삽화-위키백과

 

지연재脂硯齋의 비어批語가 있는 판본版本에서 진가경이 실제로는 목매어 자결해서 죽었다고 했는데, 작가는 그 원고原稿秦可卿淫喪天香樓진가경음상천향루(진가경이 음란으로 천향루에서 목매어 죽다)라는 단락에서, 그녀와 시아버지 가진賈珍의 사이가 애매한 관계라고 묘사했지만, 그러나 주위에 있는 연장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작가는 이 부분을 삭제하고 수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초대의 술주정을 통해서 爬灰的爬灰파회적파회 (재 위를 기면 무릎이 더럽혀지는데,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욕보인다는 의미이다)라는 말로 자신이 삭제한 부분을 넌지시 암시한 것이다. 養小叔子的養小叔子양소숙자적양소숙자 (시동생과 사통하다)는 봉저와 가용이 간통한 것을 암시하여, 가부가 비록 겉으로는 아직은 버젓하게 번성한 집안이나 속으로는 심히 부패하여 장래가 암울해질 것을 예시한 것이다.

 

진가경이란 인물의 신화神話 색채色彩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하나는, 진가경의 정은 가벼웠으나 아주 기울어지지는 않았다. 보옥이 낮잠을 잘 때, 꿈속에서 그녀는 보옥을 태허환경太虛幻境으로 인도하고, 보옥이 환경幻境(환상의 경지/몽환의 경지/꿈 세계)에서 처음으로 운우雲雨의 정을 경험하게 해준 것이다.

 

어느 봄날, 가부賈府 동쪽에 있는 녕국부 화원에 매화梅花가 만개하여, 가진賈珍의 아내 우씨는 가모賈母 등에게 꽃을 감상하러 오시라고 초대했다. 한참을 즐기고 나서 보옥寶玉이 낮잠을 자려고 하자, 씨는 그를 데리고 자기 방으로 왔다. 진씨의 침상에서 막 눈을 감고 어렴풋이 잠이 든 보옥은 꿈속에서 흔들흔들 걸어서 태허환경太虛環境이라는 곳에 이르렀다.

 

자칭 경환선고警幻仙姑라는 선자仙子가 보옥을 데리고 분위기가 규방 같은 곳에 이르니, 한 여자가 그 안에 보이는데, 눈이 부시게 요염한 것이 설보채薛寶釵 같기도 하고 하늘하늘 고운 자태는 임대옥林黛玉과도 닮았다. 그런데 보옥이 자세히 보니 바로 진가경이었다.

 

경환선고가 운우雲雨의 일을 가르쳐주어, 그래서 꿈속에서 보옥은 곧 얼떨결에 경환이 가르쳐준 대로 진가경과 운우의 정을 한 차례 나누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가경이 죽음의 길을 떠나면서, 봉저鳳姐의 꿈에 나타나서 예고를 해준 것이다. 가부의 가족이 현재는 흥성하고 있지만, 장차 가씨 집안이 위험과 재난에 처하게 될 것을 봉저에게 알려주며,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진씨가 몸에 중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봉저鳳姐는 보옥과 같이 녕국부에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날 밤 봉저가 몽롱하게 어렴풋이 잠이 들었을 때, 진씨가 밖으로부터 웃으면서 걸어들어오더니, 고별인사를 하며 이렇게 당부의 말을 했다.

 

격언에 月滿則虧,水滿則溢월만즉규,수만즉익(달이 차면 이지러지고, 물이 차면 넘친다)라고 하잖아요. 지금 우리 가문이 혁혁하고 의기양양하지만, 이미 백년이나 되었으니, 언젠가는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기게 되듯이 樹倒猢猻散수도호손산(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 떼도 흩어지다)라는 속담처럼 되게 되면, 일세를 풍미하던 명문집안이라는 게 다 헛된 말이 되지 않겠어요! 지금이라도 조상님을 모신 묘소 부근에 전답과 가옥을 마련하여 조상의 제례를 지내는 비용으로 충당하고, 집안의 자제들을 공부시키는 서당도 만들어 두세요. 가령 앞으로 나라에 죄를 지어 가산이 다 차압되더라도, 제사를 모시는 데 쓰는 재산은 나라에서도 몰수하지 않거든요. 설령 가문이 망하게 되더라도, 자손들이 귀향하여 글공부하며 농사도 지을 수 있으니, 퇴로가 있는 셈이지요.”

 

또 계속해서 이런 말을 했다.

三春過後諸芳盡삼춘과후제방진 (봄날이 지나가면 꽃들도 다 흩어지고)

各自須尋各自門각자수심각자문 (모두 각기 자기 길을 찾아간다)

 

그 말을 듣고 봉저가 또 진가경에게 물어보려고 할 때, 중문中門 밖에서 집안에 일이 생기면 울리는 운판이 연달아 4 번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봉저가 놀라서 깨어보니 하인이 와서 아뢰는 소리가 들렸다.

 

동부東府 큰댁의 가용賈蓉나리의 마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소설에서 그녀는 젊은 나이에 병사한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그 시아버지 가진과 부정당한 관계를 맺은 사이여서, 하녀에게 간통을 들키자, 부끄러워 목매어 자살한 것이다.

 

진가경의 죽음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주위를 잘 분간하지 못하는 것처럼 의심스러운 점이 많이 있다. 작가는 원래의 원고 내용을 삭제했기 때문에, 초대의 입을 빌어 진가경과 시아버지의 애매한 관계를 암시했다. 그리고 시아버지 가진은 며느리 진가경의 장례에 왜 그처럼 겉치레를 했을까? 심지어 친왕親王이 쓰려고 마련해둔 수재壽材(생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관)까지 큰돈을 들여 구매하고, 장례를 치르는 중에 아들 가용에게도 관직을 거금을 들여 사주었다.

 

진가경은 도대체 어떤 여인인가? 중국의 홍루몽 연구가들은 오늘날까지도 이 신비에 싸인 여인 진가경의 출신신분, 죽음, 시아버지와의 관계 등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발표하고 있다.

 

홍루몽이야기 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紅樓 여아女兒 함외인檻外人 묘옥妙玉

 

묘옥妙玉은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중에서 유일하게 사대가족四大家族과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묘옥은 본의 아니게 가부賈府의 아들딸들과 세속적인 인연에 개입되었고, 비록 매번 스스로를 함외인檻外人이라고 자칭했지만, 그녀는 결국은 속세의 인연을 끊지 못했다.

 

본래 소주蘇州의 본토박이로 관리집안에서 태어난 묘옥은 부모가 다 사망하고, 어려서부터 병이 많아서 부득이하게 불문佛門에 귀의하여, 삭발은 하지 않고 머리를 기르고 수행하고 있었다.

 

묘옥妙玉은 그녀의 법호法號인데, 그녀는 또 스스로를 함외인檻外人이라고 불했다. 그녀의 배위排位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다섯 번째에 있다.

 

묘옥은 난초의 풍격을 풍기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에 양호한 교육까지 받았고, 장자莊子의 글을 애독했다.

 

홍루몽紅樓夢드라마에 나오는 묘옥의 모습

 

묘옥은 출가出家한 뒤에, 관세음觀世音의 유적과 패엽유문貝葉遺文(패엽은 다라수 잎으로 인도에서 불경을 새기는 데 쓰이고, 유문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지어 놓은 글)을 몸소 보기 위하여, 사부師父를 따라서 도성에 왔는데, 대관원大觀院을 낙성한 뒤에 가부賈府에서는 그녀가 고귀한 집안의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청해서 대관원 안에 있는 농취암櫳翠庵에 거주하도록 했다.

 

시의時宜에 맞지 않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인 묘옥은 청아淸雅하지만 오만하여 고고하게 고방자상孤芳自賞(자신을 고결한 인격자라고 여기며 스스로 만족해하다)하고, 결벽증 또한 대단히 남달랐다. 그녀는 가부가 부귀하기는 하나 저속한 것에 대해 대단히 멸시하고, 진귀한 물건이나 장식물을 속된 것으로 생각했다.

 

묘옥은 금옥金玉의 풍격을 지녔지만, 그녀의 명운命運은 결국은 진흙탕에 빠지고 마는 박명한 운명이었다.

 

欲潔何曾潔욕결하증결 (깨끗한 몸을 지니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云空未必空운공미필고 (색즉시공을 말하려 했으나 그리도 되지 못했네)

可憐金玉質가련금옥질 (금옥 같은 품격이 가련하네)

終陷淖泥中종함탁니중 (최후에는 진흙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네)

 

그녀는 눈 덮인 매화梅花나무에서 녹은 물로 차를 만들어 마셨다. 한가하면 석춘惜春의 거처에 오곤 했는데, 그럴 때도 그녀는 자기가 쓰는 차 도구를 가지고 다녔다.

 

한 번은 가모賈母가 손님으로 온 유할멈, 보옥寶玉, 대옥黛玉 등을 데리고 농취암에 와서 잠시 앉아 차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유할멈이 가고 나자, 그녀는 곧 사람을 시켜서 물을 떠오게 하여 바닥을 닦으라고 분부하고, 또 유할멈이 사용한 오색 빛이 나는 진귀한 찻잔을 더러워졌다고 깨서 버렸다.

 

그러나 묘옥은 보옥을 초대했을 때에는 자기가 늘상 마시던 찻잔 녹옥두綠玉斗를 꺼내서 그에게 차를 대접했고, 보옥의 생일날에는 특별히 생일축하카드까지 보냈다. 겨울에 큰 눈이 내려 농취암에 매화가 만개했을 때, 여러 사람이 보옥에게 농취암에 가서 매화를 꺾어 달라고 해서 가져오라고 했을 때에도, 묘옥은 기꺼이 꺾어서 보옥에게 주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묘옥이 보옥에 대해 정신적인 공감뿐만이 아니고, 이성異性으로서의 애모愛慕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함외인묘옥은 절대로 말라버린 나무나 고여 있는 물과 같은 늙은 비구니는 아니어서, 아직 천성天性이 소멸되지 않은 진정한 소녀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보옥 외에도, 묘옥은 대옥, 석춘, 수연岫烟 세 사람과는 비교적 마음이 잘 맞았다.

 

대옥과 상운湘雲이 추석날 밤에 요정관凹晶館에서 시를 서로 이어서 주고받으며 연시聯詩를 짓고 있을 때, 혼자 조용히 거닐며 달빛과 맑은 물을 감상하던 묘옥이 두 사람의 연작시를 듣게 되었다. 묘옥은 대옥과 상운에게 자신의 거처 농취암에 잠시 가서 차를 마시자고 했다.

 

그리고는 묘옥은 방금 전에 대옥과 상운이 지은 연작시를 다시 읊어보라고 하고, 그것들은 옮겨 적더니, 후속구절을 자신이 지어보겠다고 했다. 대옥과 상운은 묘옥이 시를 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즐거워하며 자진해서 시를 짓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얼른 그러라고 했다. 묘옥은 곧바로 붓을 들더니 일필휘지로 續黛玉,湘雲中秋夜卽景聯句속대옥,상운중추야즉경련구를 지었다.

 

香篆銷金鼎향전소금정 (향로에 꽂아놓은 향이 연기로 사라지고)

脂冰膩玉盆지빙니옥분 (대야에 떠 있는 기름은 연지에서 나온 것이네)

簫增嫠婦泣소증리부읍 (퉁소 소리에 과부는 더욱 슬프고)

衾倩侍兒溫금천시아온 (이부자리는 시녀가 덥혀주네)

空悵懸文鳳공창현문봉 (늘어진 휘장에는 봉황 무늬가 있고)

閑屛掩彩鴛한병엄채원 (한가히 서 있는 병풍에는 원앙이 그려져 있네)

露濃苔更滑로농태경활 (이슬 젖은 이끼는 더욱 미끄러워)

霜重竹難捫상중죽난문 (서리 내린 대나무는 붙잡기가 어렵네)

猶步榮紆沼유보영우소 (구불구불한 연못의 오솔길을 걸어)

還登寂歷原환등적력원 (적막하고 쓸쓸한 언덕을 오르네)

石奇神鬼搏석기신귀박 (기암괴석은 귀신이 싸우는 듯)

木怪虎狼蹲목괴호랑준 (괴상하게 생긴 나무는 이리가 웅크린 듯)

贔屭朝光透비희조광투 (비석에는 아침 햇빛이 비치고)

罘罳曉露屯부시효로둔 (구멍 난 담장에 이슬이 내렸구나)

振林千樹鳥진림천수조 (숲 속에는 수많은 새가 우짖고)

啼谷一聲猿제곡일성원 (골짜기에는 원숭이 울음소리가 울리네)

歧熟焉忘徑기숙언망경 (눈에 익은 길인데 길을 잊겠냐마는)

泉知不問源친지불문원 (샘물도 잘 아는데 근원을 물으리)

鐘鳴櫳翠寺종명롱취사 (농취암의 종소리가 울리니)

鷄唱稻香村계창도향촌 (도향촌의 닭이 노래하네)

有興悲何繼우흥비하계 (흥겨울 때 어찌하여 슬픔이 이어지고)

無愁意豈煩무수의개번 (근심이 없는데 무슨 번뇌가 있으리)

芳情只自遣방정지자견 (아름다운 임의 생각을 풀어 놓으니)

雅趣向誰言아취향수언 (누가 있어 아름다운 취미를 말하리)

徹旦休雲倦철단휴운권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 말하지 말고)

烹茶更細論팽차경세론 (차를 끓여 마시며 다시금 논하세)

 

묘옥은 대옥의 거문고 소리를 듣고 나서는 더욱 계속 근심이 되었다. 수연과 묘옥은 예전에 고소姑蘇에서 10년 동안 이웃으로 지낸 적이 있어서, 다시 대관원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수시로 왕래하며 지냈다.

 

홍루몽紅樓夢40의 내용을 보면, 속세의 인연이 단절되지 않은 묘옥은 잘못된 방식으로 도를 닦다가 사도邪道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보옥을 위해서 통령보옥通靈寶玉의 행방을 친히 부계扶乩(길흉을 점치는 점술의 일종인데, 나무로 된 틀에 목필木筆을 매달고, 그 아래 모래판을 두고 두 사람이 양쪽을 잡아, 신이 내려 목필이 움직이면 모래판에 써지는 글자나 부호를 읽어 길흉을 점치는 것)으로 추측한 적이 있다. 나중에 묘옥은 도적에게 납치되어 치욕을 당하고 죽고 만다.

 

묘옥이 속세에서의 우의友誼를 나눈 사람으로는 가보옥, 임대옥, 가석춘賈惜春과 형수연邢岫烟을 들 수 있다.

 

묘옥은 가보옥이 귀족자제에게서 보이는 일반적인 저속한 분위기가 없다고 생각해서, 보옥과 정신적인 공감을 나누고, 또한 이성異性으로서의 애모의 감정도 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는 특별히 보옥에게 자기가 사용하는 녹옥두綠玉斗 잔으로 차를 대접하고, 보옥의 생일에 친필로 생일축하카드까지 써서 보낸다. 또 가보옥이 농취암櫳翠庵에서 매화를 꺾게 허락해 준다.

 

특히 대옥과 상운이 추석날 밤에 서로 대련對聯을 지어 주고받는 것을 듣고 너무나 슬프고 처량해서, 그리하여 그녀 자신이 몇 구절의 시의詩意를 변화시켜 계속해서 이어서 지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보채와 상운에 비하면, 비범하고 세속을 벗어난 풍격이 있는 대옥이 묘옥과 비슷한데,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 애석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가석춘賈惜春과는 의기가 투합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아, 묘옥은 석춘과 때때로 불경을 논했는데, 바로 석춘이 어려서부터 불교와 인연이 두텁고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면, 공동의 화제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어서 서로 배짱이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형수연邢岫烟과 묘옥은 스승과 학생의 우의를 가졌는데, 묘옥이 반향사蟠香寺에서 수련할 때, 형수연은 집안이 가난하여 절에 있는 방을 빌려서 살았다. 그때 수연은 바로 묘옥에게서 글을 배웠는데, 그래서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의 우의가 있다. 수연과 묘옥은 그렇게 예전에 고소姑蘇에서 10년 동안 이웃으로 지냈기 때문에, 다시 대관원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수시로 왕래하며 지냈다.

 

홍루몽이야기 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紅樓 여아女兒 도향노농稻香老農 이환李紈

 

이환李紈은 자가 궁재宮裁, 별칭은 도향노농稻香老農이고, 그녀의 배위排位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의 열 번째에 나온다.

 

그녀는 국자제주國子祭酒 이수중李守中의 딸로, 부모는 女子無才便是德여자무재변시덕(여자는 재주가 없는 것이 곧 덕이다)라는 것을 대단히 신봉하는 봉건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환은 어려서부터 여사서女四書, 열녀전烈女傳, 현원집賢媛集과 같은 부류의 교육을 받으며 성실하게 봉건전통의 부덕婦德을 믿고 받들었다.

 

이환李紈의 형상은 그녀가 주령酒令(술자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벌주罰酒 놀이)를 했을 때 뽑은 화첨花簽(연회석 따위에서 테이블 위에 놓는 이름표)과 똑같은데, “대나무 울타리를 친 초가집에서 스스로 체념하고 살고 있는”(竹離茅舍自甘心죽리모사자감심) “노매老梅이다.

 

이환은 가부賈府의 영국부榮國府의 가정賈政과 왕부인王夫人의 큰 아들 가주賈珠에게 시집왔는데, 얼마 뒤에 그녀의 남편 가주는 겨우 어린 아들 가란賈蘭만 남기고 병사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녀는 젊은 여자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활력과 환상을 다 멈추고, 오직 마음을 자식교육에만 쏟으며 살고, 근신하며 순종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과욕을 부리지 않고, 행동 면에서는 세속世俗과 싸우지 않고 타인과도 싸우지 않으며, 부녀자의 도리를 엄격하게 지키며 생활했다.

 

또 이환은 여자들이 하는 바느질과 자수 등을 하며, 세상일에 관해서는 대체로 아무것도 듣지도 묻지도 않으며 지냈다. 이 때문에, 비록 그녀는 젊은 미모의 여성으로 맛 좋은 음식과 비단옷을 입고 지내면서도, 오히려 말라죽은 나무나 불기가 없는 재처럼 전혀 생기가 없었다.

 

가부賈府의 젊은 마님인 이환은 마땅히 시어머니 왕부인王夫人이 영국부의 관가管家의 책임을 맡고 있으므로, 시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어야 했지만, 관가마님의 권력은 사촌동서 봉저鳳姐(왕희봉)이 전부 차지해버렸다. 비록 이렇게 되었지만, 이환이 관가의 능력을 구비하지 못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그녀는 그저 떠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환은 대관원大觀院의 아가씨들이 시사詩社 모임을 조직했을 때에도, 그녀는 자신을 뚜렷하게 드러내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공정함은 모두에게서 인정을 받았다. 시 모임에서 이환을 공식적으로 회장으로 추대한 것 역시 모두가 그녀의 평판評判을 가장 믿으며 따랐기 때문이었다.

 

봉저의 생일에 봉저의 남편 가련賈璉이 사통하는 장면을 들켰을 때, 봉저가 시녀 평아平兒에게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화풀이를 하자, 이때 이환은 곧 평아를 대관원大觀院에 데리고 와서 위로해 주었다.

 

홍루몽에 나오는 가부 집안 사람들-위키백과

그밖에도, 이환은 대보살大菩薩이라는 명예스러운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봉저가 병이 나서 집안일을 처리할 수 없게 되어, 탐춘探春, 이환, 보채寶釵가 집안일을 처리하게 되었을 때, 집안에 하인으로 있는 할멈들은 도무지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홍루몽紅樓夢40내용 중에서, 이환은 병이 위중해진 임대옥林黛玉이 곧 숨이 끊어지게 되었을 때, 집안사람들은 모두 보옥寶玉과 보채寶釵의 혼사를 치르느라고 바빠서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지만, 이때 오직 이환만이 대옥을 찾아와주었다.

 

이환의 거처는 도향촌稻香村이라고 불렀는데, 푸른 대나무 울타리를 친 초가지붕의 집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지어진 것인데, 가비賈妃 원춘元春완갈산장浣葛山莊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그곳의 영련楹聯(기둥 위에 붙이는 대련對聯)은 이러하다.

 

新漲綠添浣葛處신창록첨완갈처 (갈포가 있는 빨래터에는 싱그러운 봄이 가득하고)

好雲香護采芹人호운향호채근인 (미나리 캐는 임을 구름 향기가 휘감누나)

 

그밖에 이환이 읽은 책으로는 여계女誡, 여논어女論語, 내훈內訓, 여범첩록女范捷錄등을 포함하여 삼종사덕三從四德의 봉건시대의 부녀자의 도리를 중점적으로 찬술한 것들이 있다. 열녀전列女傳은 서한西漢 때에 유향劉向이 엮은 것으로, 모의母儀, 현명賢明, 인지仁智, 정순貞順, 절의絶義, 변통辯通, 얼폐孼嬖7 이 포함되어 있고, 뛰어난 재능이 있는 여자를 찬양한 서적이다.

 

이환의 명운命運은 판사判詞와 홍루몽곡紅樓夢曲 만소화晩韶華에 암시하고 있다.

 

桃李春風結子完도리춘풍결자완 (복사꽃 오얏꽃 춘풍에 열매를 다 맺는데)

到頭誰似一盆蘭도두수사일분란 (결국은 어느 누가 난초 화분만 하겠나)

如冰水好空相妒여빙수로공상투 (얼음물 같은 절개에 공연한 시샘에)

枉與他人作笑談왕여타인작소담 (원통하게 사람들의 우스갯소리가 되었구나)

 

가부賈府라는 커다란 집안이 와르르 붕괴되어 몰락하고 뒤, 이환이 유일하게 희망을 걸고 있던 아들 가란이 과거에 급제한다. 이치에 따라 이때 그녀도 母以子貴모의자귀”(어머니는 아들로 인해서 귀해지다)해지고, 고명誥命(봉건시대에 봉호封號를 받은 부녀婦女)을 받을 것이지만, 이때 그녀의 운명에는 이미 어두컴컴하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던 것이다.

 

홍루몽이야기 골육이 물로 만들어진 홍루紅樓 여아女兒 풍류명사風流名士 사상운史湘雲

 

사상운史湘雲은 대관원大觀院에서 자매들과 함께 만나는 장면에서,특별하게 쾌활하고 낙관적인 성격과 늠름하고 뛰어난 자태를 보여주었는데, 정말로 그녀가 보여준 거동은 명사名士의 풍류였다.

 

씨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 사태군史太君이라고도 부르는 가모賈母의 친정 조카의 손녀딸인 사상운은 어려서 부모가 모두 죽어서 숙부 사정史鼎의 밑에서 자랐는데, 숙모는 그녀에게 잘 대해주지 않았다. 숙부 집에서 그녀는 조금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없이, 때로는 바느질을 삼경三更까지 해야 할 때도 있었다. 나중에 숙부가 고위관직을 맡아 지방으로 부임하게 되었을 때, 가모는 상운을 보내기가 서운하여 대관원에 와서 지내도록 했다.

 

상운의 별칭은 침하구우枕霞舊友이고, 그녀의 배위排位는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 정책正冊 네 번째에 있다. 외모는 꿀벌같이 가는 허리에 등은 원숭이같이 매끈한 몸매를 가졌다.

 

그녀의 성격은 낙관적이고, 시원시원하고, 명랑하고, 순진하고,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상운은 까불까불하고, 말이 많으며, 사람이 호방하여 말도 시원스럽게 하고, 남자아이의 옷차림하기를 좋아했다

 

배움에 있어서는 비록 보채寶釵나 대옥黛玉처럼 여러 학문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재주와 생각은 민첩하고, 시사詩詞에 뛰어났다. 주요작품으로는 백해당화운이수白海棠和韻二首』 『대국對菊』 『공국供菊』 『국영菊影』 『유서사柳絮詞·여몽령如夢令이 있다.

 

그러나 사상운의 명운命運은 일찍 부모를 다 여위면서 여러 번 어긋나고 마는데, 소녀시기에는 숙부집에서 크면서 귀여워해주는 사람이 없이,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한 번은 가부賈府에서 모두와 함께 수호전水滸傳연극을 본 적이 있었는데, 가모는 소단小旦(연극의 처녀 역할)과 소축小丑(연극의 어릿광대 역할)이 연극을 잘 했다고 생각하여, 불러오게 해서 육표와 돈 2 을 각각 상으로 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연극배우 중에서 대옥黛玉을 닮은 아이가 있는 것을 모두들 알아차렸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봉저鳳姐가 웃으면서 맞춰보라고 했다.

 

這个孩子扮上活像一个人,你們再看不出來.”

(이 아이의 극중 모습이 어떤 사람 닮은 거 알아차리지 못했나 봐요)

 

보채寶釵는 마음속으로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그저 웃기만 하고 말하지는 않았다. 보옥寶玉도 추측했지만, 역시 감히 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개성의 소유자인 상운만 전혀 꺼리지 않고 수수께끼의 답을 내놨던 것이다.

 

倒像林妹妹的模樣兒.”

(어쩐지 임대옥 동생 닮은 것 같더라고요)

 

어느 해인가 큰 눈이 내렸을 때, 모두 로설엄蘆雪广에서 술을 마시며 시를 짓기로 약속했다. 상운이 안에서 간편한 복장을 하고 나오자, 사람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偏他只愛打扮成个小子的樣兒,原比他打扮女兒更俏麗了些.”

(어린아이 모양으로 차림새를 하니까, 원래의 여자 차림새보다 더 수려해 보여요)

 

그런 장난스런 것은 별난 것도 아니지만, 집안에 신선한 사슴 고기가 있다는 것을 안 상운은 보옥에게 생고기를 먹일 궁리를 하고 큰 소리로 떠벌렸다.

 

“‘是眞名士自風流’,你們都是假淸高,最可厭的.”

(‘진짜 명사名士라면 풍류를 알아야 하는데’, 그대들은 모두가 가짜로 고상한 척하고 있으니, 그런 사람이 제일 밉다니까요)

 

시모임을 하는 홍루몽의 아가씨들-나무위키

또 한 번은 때마침 보옥의 생일이어서, 모두 함께 축하를 해주었다. 축하연에서 주령酒令(여럿이 술을 마실 때, 마시는 방법을 정하는 방식)을 행했을 때, 상운은 주령의 원조 사복射覆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고는 획권劃拳(술자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하여 두 사람이 동시에 손가락을 내밀면서 각기 한 숫자를 말하는데, 말하는 숫자와 쌍방에서 내미는 손가락의 총수가 서로 부합되면 이기는 것으로 여기서 지는 사람이 벌주를 마시는 놀이)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잠시 감흥이 일어나서 공격을 했다가, 마지막에는 술에 취하고 말았다.

 

취기를 이기지 못한 상운은 정신이 흐리멍덩한 상태로 술자리를 떠나, 밖으로 나와 작약芍葯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곳에 이르자, 어디인 지 알지도 못한 채, 그 푸른 빛이 도는 돌판 위에 들어 누워 잠이 들었다.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어린 시녀가 희희 거리며 웃고 들어왔다.

 

姑娘們快瞧雲姑娘去,吃醉了圖凉快,在山子後頭一塊靑板石櫈上睡着了.”

(아가씨들, 아가씨 좀 나가서 보세요. 술에 취해서 바깥이 시원하니까, 동산 뒤에 있는 돌 위에 누워서 주무시고 계시네요)

 

그 말을 듣고 모두 웃으면서 말했다.

 

快別吵嚷.”

(큰 소리로 떠들지 마라)

 

그러면서 발소리를 죽이며 함께 밖으로 나가보니, 정말로 상운이 외진 곳에 있는 돌로 만든 등자凳子(등받이가 없는 의자) 위에 누워서, 이미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 온 주위에 핀 작약꽃이 바람에 날려 그녀의 몸 위로 날아와 얼굴과 옷섶이 모두 붉은 꽃으로 덮였다. 작약꽃잎을 수건에 담아 베고 누워는데, 손에 들었던 부채는 땅바닥에 떨어져서 반쯤은 꽃에 파묻히고, 벌과 나비들이 붕붕거리며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 귀여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즐겁게 웃으며, 얼른 일어나라고 깨워서 부축해 일으켰는데, 상운은 입으로는 여전히 주령酒令을 중얼중얼 거리며 잠꼬대를 했다.

 

泉香而酒冽천향이주렬 (샘물이 향기로워 술맛도 좋구나)

玉碗盛來琥珀光옥완성래호박광 (옥 술잔에 담아내니 호박 빛이 나네)

直飮到梅梢月上직음도매초월상 (떠오른 달빛이 매화 가지에 걸릴 때까지 마시다가)

醉扶婦취부부 (취하여 부축을 받으며 돌아가니)

却爲宜會親友각위의회친우 (좋은 날 만나서 친한 벗이 되었네)

 

상운은 금기린金麒麟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우연하게 보옥은 장도사張道士가 봉상奉上하는 법기法器(불전에 공양할 때 쓰는 기물)를 보다가, 진귀한 완상물玩賞物 중에서 상운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금기린을 발견했는데, 그것을 얻어서 몰래 상운에게 주어 가지고 놀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오히려 대옥에게 공연한 걱정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바로 대옥에게는 금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일로 처음에는 상운과 대옥은 그렇게 사이좋게 잘 어울린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해 추석에 다 같이 모여서 시모임을 열고 연작시를 짓기로 약속했는데, 다른 아가씨들이 약속을 어기고 달구경을 가버리고 없자, 상운과 대옥은 자기네끼리 오언배율五言排律로 연작시를 짓기로 하고, 달빛이 비치는 요정관凹晶館에서 시를 주고받으며 지었다.

 

窓燈焰已昏창등염이혼 (창가의 켜 있던 등불은 이미 희미하고) (상운)

寒塘渡鶴影한당도학영 (차가운 연못에 학 그림자가 지나가고) (상운)

冷月葬花魂냉월장화혼 (싸늘한 달빛 아래 꽃의 넋을 묻네) (대옥)

 

기실 상운의 신세와 대옥의 처지는 매우 비슷한데, 똑같이 어려서 부모를 잃고, 또 똑같이 친척 집에 의탁하고 있어서, 시의 내용도 밝지 않고 어둡다.

 

씨 집안과 가씨 집안은 인척 관계로, 사후史侯의 딸 가모賈母가 가대선賈代善과 결혼하여, 나중에 가부賈府의 집안어른으로 노조종老祖宗이라고 불린다. 사후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상운의 부친과 작은아들 즉 상운에게 숙부가 되는 사정史鼎이다. 상운의 부모가 다 죽어서, 숙부 사정이 질녀 상운을 맡아 키운 것이다.

 

상운과 대옥은 비슷한 처지였다. 상운은 강보에 싸였을 때 부모가 다 죽어서 숙부 집에서 살고 있었고, 대옥은 어머니 즉 가모의 막내딸 가민賈敏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공직에 있는 아버지 임여해林如海는 홀로 딸을 키우기 어렵게 되자, 외할머니 가모가 대옥을 영국부榮國府에 데려와서 키웠는데, 그 뒤에 아버지마저 죽어서, 외조모의 집에 눌러앉아 얹혀살고 있었다.

 

대옥과 상운이 받은 대우를 비교해 보면, 대옥은 상운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다. 표면적으로는 가부에 있는 다른 아가씨들과 똑같이 대우를 받았는데, 뒤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상운은 숙모가 상운에게 잘 대해 주지 않아, 자주 깊은 밤늦게까지 집안일을 해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비교해보면, 상운이 대옥보다 강했는데, 상운은 전혀 번뇌를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존심이 대단히 강한 대옥은 매사를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별 일이 아닌 일에도 늘 근심하고 걱정하며 슬퍼했다.

 

금릉십이채정책金陵十二釵正冊의 예언시의 사상운의 판사判辭에는 이러하다.

 

富貴又何爲?부귀우하위?(부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襁褓之間父母違강보지간부모위(강보에 싸였을 때 부모를 다 여의었건만)

展眼弔斜暉전안조사휘(눈 깜짝할 사이에 해는 저물고)

湘江水逝楚雲飛상강수절초운비(상강은 흐르고 초의 구름은 흩날리네)

 

나중에 사상운은 위약란衛若蘭에게 시집가지만, 상운은 행복한 혼인생활도 잠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약란은 급병에 걸려 죽고 말아 처지가 고독하고 처량해지는데, 그녀는 홀로 평생을 지내겠다고 다짐한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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