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眼---名作評論

손오공 여인국에 가다

一字師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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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 여인국에 가다

 

 

서유기(西遊記)’는 중국 4대 고전소설 중 하나이다. 16세기에 창작된 이 작품은 당 왕조의 한 승려와 그의 제자들이 불교경전(佛敎經典)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일행은 정신 수행의 길을 끝마치기 위해서 81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많은 경우 곳곳에서 당승을 납치하려는 요괴와 마귀들 때문에 일어난다. 바로 당승의 살점 하나만 먹어도 영생을 얻게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여인국에 간 일행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인기가 때론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된다. 하지만 손오공(孫悟空)이 항상 스승의 뒤를 든든히 지키고 있기에 문제될 것은 없다.

 

여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당승(唐僧)과 손오공(孫悟空), 사오정(沙悟淨), 저팔계(豬八戒)가 여인들만 산다는 땅에 도착한다. 강가에 다다랐을 때 마을 사람들이 물동이에 물을 채우는 것을 보았다. 저팔계는 물 한 모금만 달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돼지인 모습에 여인들은 한걸음에 달아난다. 저팔계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자기 시주 사발에 강물을 담아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다.

 

갑자기 저팔계의 배가 경련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놀랍게도 두 배로 커지는 게 아닌가. 이를 지켜보던 한 노파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강물을 마셨지요?” 노파는 웃음기를 띠며 물었다.

 

손오공이 맞다고 대답했다. 이에 노파가 말했다.

 

재미있네. 이것은 신기한 잉태(孕胎)의 강이지요.”

 

노파는 일행에게 여인들만 있는 땅이라 아이를 원하는 여인들이 이 강물 한 모금만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줬다.

 

여인이 저팔계에게 이제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통고했다.

 

저팔계는 울부짖었다.

 

나는 남자 돼지인데 어떻게 아이를 가져요. 이제 어떡해요?”

 

노파는 여인국 여왕에게 호소해 해결책을 찾으라고 말한다. 일행은 노파에게 고맙다고 하고 급히 왕궁으로 향한다.

 

여왕의 청혼

저팔계와 형제들, 그리고 당승이 여왕의 접견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이 모르는 새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

 

여왕이 궁녀들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궁궐 정원을 거니는데 갑자기 불길한 안개가 하늘을 덮친다. 이상한 진동이 공중에 퍼지자 궁녀들이 한 명씩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 때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갈 요괴(妖怪)였다. 전갈 요괴는 침에서 최면 전파를 쏘아댄다. 그리곤 여왕의 몸을 차지해 들어간다. 우연히 발생한 범죄 사건이 아니라 다 목적 있게 계획된 일이었다. 전갈 요괴는 여왕을 알현(謁見)하려는 당승을 잡아먹을 계획이었다.

 

바로 그 때 당승, 손오공, 사오정, 그리고 임신 사실에 몹시 당황하고 있는 저팔계는 여왕을 만나게 된다. 신심이 두터운 당승을 보자마자 전갈 여왕은 기뻐한다. 여왕은 일행에게 저팔계를 고쳐주고 여행을 계속하도록 허락하겠다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바로 당승이 자기와 결혼해 왕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자 당승은 나는 미천한 중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전갈 여왕은 음흉한 눈길로 이 왕국의 모든 부가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손오공이 당승에게 여왕의 청혼(請婚)을 받아들이라고 간청하는 것이 아닌가.

 

여왕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서 결혼하세요. 그러면 저팔계도 낫고 저희도 떠날 수 있을게 아닙니까.” 손오공은 윙크를 하더니 여왕에게 여왕님 저희가 수락(受諾)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왕은 기뻐하며 해독약(解毒藥)을 가져오라 명령했다. 저팔계가 약을 들이키자 배는 금새 원래 크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승은 몹시 화난 얼굴로 손오공을 쳐다봤다.

 

어떻게 네가 감히 나를 여기에 머물게 하고 너는 서역(西域)으로 떠나겠다는 것이냐? 차라리 죽겠다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당승의 제자 손오공은 이렇게 귓속말을 한다. “사악한 주술이 여왕을 통제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만약 여왕을 따르지 않으면 저팔계도 낫지 못할 것이 아닙니까. 자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곧 구하러 오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당승이 대답할 새도 없이 전갈 여왕은 그를 홱 채가 버렸다.

 

손오공은 약속한대로 이들을 몰래 따라갔다. 마지막 호위병(護衛兵)이 물러가자 손오공은 당승에게 숨으라고 말하고 자신이 당승으로 변신해 여왕을 기다렸다.

 

손오공과 전갈 요괴의 대결

곧바로 전갈 여왕이 다시 나타나더니 당승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변신술(變身術)로 위장한 손오공은 전갈 여왕의 노골적 접근에 화가 나 곧바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여의봉(如意棒)을 꺼내 든다.

 

조심해라, 이 나쁜 짐승아!”

 

속은 것을 알아챈 전갈 요괴는 자신의 삼지창을 들었고 대결은 시작된다.

 

손오공은 귀 뒤에서 머리카락 네 가닥을 뽑더니 마법의 입김을 불어 자신과 같은 손오공을 만든다. 여왕도 요술을 써서 자신과 같은 전갈 요괴 네 마리를 만들어 응수한다. 곧바로 손오공 팀은 전갈 요괴 미니언즈를 굴복(屈伏)시키고 여왕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여의봉을 한번 휘두르자 여왕이 쓰러지더니 사악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서 빠져 나온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전갈 요괴는 자신의 특기인 최면 음파를 쏘아댄다. 손오공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마법의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그리곤 온 힘을 모아 강력한 에너지 광선(光線)을 발사하자 전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옛 중국 속담에 머리 석자 위에 신령이 있다(三尺頭上有神靈)”는 말이 있다. 바로 신들이 항상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 순간 신선이 하늘에서 나타나더니 여왕을 원래 모습대로 살려낸다. 신선은 순식간에 나타난 것처럼 또 순식간에 하늘로 돌아간다.

 

마침내 자신을 되찾은 여왕은 당승과 제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노라고 말한다. 이상한 일로 여정이 늦어진 일행은 그저 누구도 임신이나 약혼(約婚)하지 않고 다시 만난 것이 기쁠 뿐이다. 그리고 유일한 소원은 다시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라고 답한다.

 

여왕과 궁녀들은 당승 일행을 여인국 입구까지 바래다 준다. 일행은 이제 다시 29km에 달하는 여정에 오른다.

 

사오정: 거대 물고기, 승려가 되다

 

사람을 잡아먹던 거대 물고기 요괴가 어느 날 불가에 귀의(歸依)하여 승려가 된다. 사오정이 그 주인공이다.

 

저팔계가 당승과 손오공에 합류한 직후 일행은 너비가 거의 500km에 달하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강에 다다르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강에는 길 잃은 사람들을 잡아먹는 사나운 요괴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당승 일행에게 이 요괴만이 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 요괴는 천상에 있을 때 전사였는데 손이 좀 서툰 게 문제였다. 천상에서 성대한 연회가 열렸을 때 실수로 서왕모(西王母)의 물건인 수정잔을 깨뜨린다. 온 하늘 궁전이 이로 인해 난리가 났고 사오정은 결국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 물고기의 영혼을 지닌 강의 요괴로 변한다. ‘모래가 흐른다는 의미를 지닌 거대한 강 유사하(流沙河)에 머물면서 어부들을 잡아 먹었다.

 

물론 우리의 세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요괴는 일행이 강둑에 서서 길을 건널 방도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곤 물속에서 훌쩍 뛰어오르더니 거대 물고기에서 요괴로 변신한다. 엉겨 붙은 붉은 머리털에 목에는 아홉 개의 해골(骸骨)을 걸고 거대한 마법의 지팡이를 든 모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일행을 덮쳤다.

 

저팔계와 요괴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사이 손오공이 가세하자 이 거대 물고기 요괴는 강물로 뛰어들어 도망쳤다. 저팔계가 헤엄쳐 요괴를 뒤쫓았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이 요괴를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팔계는 요괴와 두 차례나 사나운 싸움을 벌였으나 이길 수는 없었다. 마침내 손오공이 요괴를 강물에서 꾀어내어 마지막 펀치를 널리려는 순간 이 요괴는 이들이 불경(佛經)을 얻으려 가는 일행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요괴는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멈추고 불교(佛敎)에 귀의했고 마침내 인간 승려가 된다. 사오정이 목에 걸었던 아홉 개 해골로 일행은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충성스럽고 듬직한 사오정은 서역으로 가는 이 여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 된다.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팔계의 게으름이나 손오공의 성깔이 사오정에게는 없었다. 견정하게 마지막까지 당승을 보호했고 이로 인해 마침내 천계로 돌아가 금신나한 (金身羅漢)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서유기 인물: 저팔계

 

저팔계는 천상에서 8만 수군을 거느린 수군 대장이었다. 하루는 술에 취해 아름다운 달의 여신 항아에게 추태를 부리다가 그 죄로 곤장 2천 대를 맞고 천계(天界)에서 쫓겨났다.

 

그리곤 산돼지의 태에 들어가 인간 세상에 돼지 모습을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커다란 배에 뾰족한 귀, 그리고 돼지 주둥이를 갖고 말이다. 그리고 복릉산(福陵山) 기슭 동굴을 집 삼아 살았는데 참으로 형편없이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저팔계가 세상을 도울 일이 생겼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이 서역으로 불경을 찾아 떠나는 당승을 호위할 용감한 인물들을 찾는 중이었다. 관음보살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 저팔계를 보며 이번이 구원받을 좋은 기회라고 설득한다. 팀에 합류해 당승을 보호하고 덕을 쌓으라고 알려준다. 관음보살은 저팔계에게 다른 일행을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저팔계는 여색(女色)을 좋아하는 기질을 쉽게 바꾸질 못했다. 인근 마을에 가서 젊은 여자를 납치해 결혼을 강요했다.

 

마침 그 때 이미 여행길에 오른 당승과 손오공이 우연히 근심 가득한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저팔계의 못된 짓을 본 손오공은 여의봉을 휘두르며 저팔계를 쫓아간다. 저팔계도 쇠스랑으로 무장했지만 결국 손오공에게 패하고 만다. 손오공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젊은 여인을 구하고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손오공이 저팔계를 완전히 해치워버리려 할 때, 마침 관음보살이 다시 나타나 이 둘은 여행길을 함께하며 형제가 될 운명(運命)이라고 알려준다. 저팔계는 그 자리에서 당승 현장법사(玄奘法師)의 제자로 받아들여지고 이 셋은 서역, 바로 먼 옛적 인도 땅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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