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전水浒传 한자원漢字源
“‘수호전’(水滸傳)”은 중국 명대의 장편소설로, 시내암(施耐庵)의 작품, 혹은 나관중, 시내암의 합작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연의, 홍루몽, 서유기와 함께 중국 사대기서 중 하나로 꼽힌다.
물 수(水)자는 흐르는 냇물의 물줄기(氺)와 반짝이는 물결 꼴을 본뜬 상형자(象形字)로 '물(水)'이라는 뜻의 글자이다. 그런데 수(水)자는 글자 내에서 물 수(氺), 꼴로 변형(變形)되거나 본래 꼴인 ‘水’ 모습(模襲)으로 나타난다. 물은 고대(古代)부터 우주 만물의 근원(根源)으로 인식되어져 왔으며, 지구의 약 70%가 물로 구성(構成)되어 있고, 신체의 70% 이상을 차지(借地)하고 있다. 물은 자연과 인간의 구성비(構成比)를 보더라도 우리들과 얼마나 친숙(親熟)한지 쉬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가운데 수(水) 부수(部首)에 속하는 글자가 가장 많이 사용(使用)한다. 수(水)자는 '강 강(江)'이나 '바다 해(海)'자처럼 왼쪽에 쓰일 때 '氺'의 꼴은 '삼수변(氵)'이라 칭한다. 삼수변(氵)은 세(三) 점을 찍은 꼴로 물(水)을 나타내며 글자의 왼쪽 끝인 변(邊)에 놓여서 '삼수변(三水邊)' 이라 일컫게 된 것이다. 또한 수(水)자는 '클 태(泰)'자나 '사나울 폭(暴)'자처럼 글자의 밑에 놓이면서 형태가 변형(變形)된 '氺'의 꼴로 쓰이기도 한다. 물의 '氺' 꼴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氺) 양옆으로 물이 끊어져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매우 동적(動的)인 장면을 연상(聯想)시킨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수(水)자는 수부(水部) 글자인 '샘 천(泉)'이나 '미음 장(漿)'자 또는 전부(田部) 글자인 '논 답(畓)'자의 위나 아래에서 '水'의 꼴로 쓰이는 예도 있다. 이런 쓰임은 물이 고요하게 고여 있는 물의 정적(靜的)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삼수변(氵)은 물의 움직임 관점에서 보면 글자 내에서 동적인 '氺' 꼴과 정적인 '水'의 중간 정도(程度)의 움직임으로 여기면 된다. 이처럼 한자(漢字)는 보편적인 것을 중심으로 양쪽 극단(極端)의 현상까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수(水) 부수는 대부분 왼쪽 가장자리에 놓이는 '삼수변(氵)'으로 쓰이고, 간혹 글자 밑에 놓여 '氺' 꼴로 변형(變形)되어 쓰인다. 먼저 수(水)자가 물의 의미로 쓰인 예는 수어지교(水魚之交)나 산전수전(山戰水戰) 등이 있다. 다음으로 수(水)자는 오행(五行)의 하나이다. 물은 음(陰)의 기운을 갖으며 오행(五行)의 하나로 여겨졌는데, 이는 고대인에게 물이 우주(宇宙)를 구성하는 원소(原素)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水)자는 혹성 중에서 가장 작고 태양(太陽)에 가장 가까운 별인 수성(水星)을 상징하며 오색(五色) 중에서 흑색(黑色)을 상징한다. 그리고 물(水)은 나무(木)를 만들고 불(火)을 극복하는 팔괘(八卦)의 북(北)쪽을 가리킨다. 북쪽하면 연상(聯想)되는 색깔은 흑색(黑色)이며 북망산으로 가신님을 생각하며 슬프게(哀) 울어 옷깃에 눈물 적시는 애닮은 감정(感情)과 통한다. 또한 수(水)자는 사람의 오장(五臟) 중에서 콩팥인 신장(腎臟)에 해당하여 인체의 노폐물(老廢物)을 오줌과 함께 내보내며 체액의 균형(均衡)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오행 중의 물이 짠맛(鹹)과 관련이 있는 것은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들이키는 것으로 쉬 알 수 있는데, 이는 체내의 염분농도(鹽分濃度)를 희석(稀釋)시키려는 작용(作用)이다. 마지막으로 수(水)자는 유교에서 일컫는 다섯 가지 덕목인 오상(五常)에서 지혜(智)를 나타내는 것으로 어진 사람은 나무가 많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智慧)로운 사람은 물이 많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란 말을 보아도 쉽게 이해(理解)할 수 있다. 인자(仁者)는 중후한 산처럼 변치 않는 의리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것과는 대조적(對照的)으로 지자(智者)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理由)는 물과 같이 막힘없이 사리(事理)에 통달(通達)하고자 하는 성향(性向) 때문이다.
전할 전(傳)자는 형부인 사람(亻)과 성부인 '오로지 전(專)'으로 된 형성자(形聲字)이다. 그러니 전(傳)자는 사람(亻)이 섞이지 않고 오로지(專) 정해진 대로 '전하다(傳)'라는 뜻이다. 전문가 전, 오로지 전(專)자는 손(寸)에 북(甫; 베를 짤 때 씨줄을 넣기 위한 실패)이나 실패(叀)를 잡고 있는 모습(模襲)을 본떠 만든 글자다. 아마도 '베를 짜는 사람은 베만 오로지 만든다'에서 '오로지'라는 뜻이 생겼고, 이와 같이 오로지 한 가지만 전문적(專門的)으로 하면 전문가(專門家)가 된다고 해서 '전문가(專門家)'라는 뜻도 추가(追加)되었다. 둥근 실패를 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인 전(專)자에 '둥글다'라는 의미(意味)의 둘러싸일 위(口)자를 추가하면 둥글 단(團)자가 된다. 성부인 전(專)자는 '전할 전(專)'자의 본의(本意)를 담고 있다. 전(專)자는 '북통을 손으로 옮기면서 베를 짜는 모습(模襲)'으로 실로 베의 올들이 섞이지 않도록 오로지 한가지의 정해진 규칙(規則)에 따라 북통을 좌우로 이동(移動)시켜야 하므로 '오로지·섞이지 아니하다(專)'라는 뜻이 있다. 그럼 전(傳)자는 사람(亻)이 베를 짤 때 사용하는 북(甫)을 손(又→寸)으로 건네서 옮겨주는 모습(模襲)을 그린 것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물건(物件)을 '전하다·옮기다·주다(傳)'라는 뜻이다. 이는 손으로 전하는 것이고 발로 전하려면 도중(途中)에 쉬어갈 곳이 있어야 하므로 전(傳)자는 '주막(酒幕)·역전(驛傳)'이란 뜻이 있다. 또한 전(傳)자는 손과 발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상을 전하는 '경서(經書)의 주해(註解)·전기(傳記)·책(傳)' 등의 뜻이 있다. 즉 전(傳)자는 '전하다·옮기다(移)·주다(授)·주막(酒幕)·역전(驛傳)·경서의 주해·전기(傳記)·책'과 같은 손과 발, 사상 전달(傳達)의 넓은 의미들이 있다. 이상과 같이 전하는 대상(對象), 목적(目的), 수단(手段), 방법은 매우 다양(多樣)하다. 인류의 역사는 계통(系統)을 이어받은 전승(傳承)과 전하여 주는 전수(傳授)된 내용들을 차례로 전하여 받은 전수(傳受)를 통해 계통이 전해져 전통(傳統)을 이룬다. 재래의 풍속(風俗), 습관(習慣), 도덕(道德) 같은 것을 전승(傳承)하는 전통(傳統)은 생활양식으로 서서히 이어지기도 하지만, 소문을 타고 세상에 널리 퍼져 유전(流轉)되면서 전파(傳播)되기도 한다.
프롤로그는 북송 인종 때에 태위 홍신이 산 속에서 시행착오로 복마전의 봉인을 풀어 그 안에서 108마성이 빠져나간다. 본문은 휘종 선화(宣和) 연간, 송강 이하 108명의 호걸들로 회집된 군도(群盜)가 산둥의 양산박을 근거지로 관(官)과 맞서는 이야기이다. 108명의 전력(前歷)은 하급관리·무관·시골 학자·농어민·상인·도박꾼·도둑 등 복잡하고 다양하며, 이들은 각각 정정당당한, 또는 불령(不逞)한 여러 가지 혐의 때문에 속속 양산박에 흘러들어왔다. 수호전의 후반은 양산박을 진압 못한 조정의 귀순책에 속아서 관군으로 둔갑, 북방의 요를 치고, 다시 강남의 방랍(方臘)의 난을 평정하다가 전사·이산되고 그중 남은 사람들은 탐관오리에게 독살당하거나 체념하고 잠적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송강의 난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며 《송사》 등 기타에 약간의 기록이 있으나, 전설화되어 남송·원의 2대를 통해서 강담이나 연극의 재료가 되었다. 그 단계를 볼 수 있는 사료나 작품이 얼마간 전해지는데 그중에서 《대송선화유사》(大宋宣和遺事) 전후 2집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강석(講釋) 대본식의 전기적(前期的)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북송 멸망 전후의 애사(哀史)를 엮은 속에 '송강 36인'의 모반의 전말이 이미 한 편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형태로 삽입되어 있다. 이와 같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명나라 초에(1400년 전후), 시내암의 손으로 독본소설로 꾸며져서 처음에는 사본으로 유포되었다고 추정되는데, 다시 정리되어 가정 연간(1522-1566)에 <충의수호전>(忠義水滸傳) 100회의 간행이 나왔다.
수호전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만력에 걸쳐 있는 장편소설의 황금시대로서 어느 것이나 송(宋)·원(元) 이래의 민중연예의 정화를 전제로 하는 만큼, 풍부한 오락성과 동시에 정통문학인 시문(詩文)에 담지 못했던 왕성한 상상이나 적나라한 인간 관찰이 있다. 작자는 대부분 무명의 하급 문인으로서, 전대의 연예장(演藝場) 고용작가의 의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호'는 그러하여 어조의 강석 기분은 아주 농후하고 쾌조(快調)하다.
수호전이 후세에 끼친 영향은 무수한 무협 소설의 원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소설 그 자체의 규범이 된 느낌이 있고, 나아가서 소설의 울타리를 넘어 《삼국지》와 함께 서민의 역사 지식과 인간학의 보고이기도 했다. 역대의 도둑·모반인은 다투어 양산박 건아(建兒)와 같은 별명을 자칭했고, 관은 관대로 '도둑을 가르치는' 책이라 하여 연이어 압박을 가했다. 따라서 혁명 후의 성망(聲望)은 반대로 극히 높은데, 주제인 반관(反官) 정신은 원래 회도(誨盜)라든지 혁명으로만 부를 수 없는 통쾌한 불령감(不逞感)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100회본 후에 풍부한 운문을 삭제하고 후반의 줄거리를 늘린 120회본이 나왔으나, 문체를 더욱 철저히 산문화시키고 전반의 양산박 세력이 모이는 데까지에서 끊어 버린 김성탄(金聖歎)의 70회본이 여러 책을 압도했다.
도입부는 북송 인종 시대부터 시작된다. 인종은 나라에 역병이 돌자 태위 홍신에게 장천사를 찾아가 역병을 물리칠 것을 부탁하라는 명을 내린다. 그런데 장천사가 없자 기고만장해진 홍신이 장천사의 복마전에서 장천사가 봉인해두었던 36천강 72지살의 108 마성(魔星)을 실수로 풀어버렸고, 봉인에서 깨어난 108 마성은 세상으로 흩어졌다. 인종은 크게 걱정하지만, 역병을 해결하고 온 장천사는 인종에게는 문곡성(文曲星)과 무곡성(武曲星)이 있으니 인종 당대에는 108 마성이 발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3] 다만, 후세에 나타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때는 중국 북송 말기 휘종 치세, 세상이 혼란해지고 황제는 무능하여 간신들과 어울려 충신들을 멀리하고, 황제의 측근이었던 고구가 모든 실권을 쥐고 폭정을 일삼고 있었다. 이에 과거에 풀려났던 108 마왕들이 현세에 108 호걸들로 강림하여 양산박을 본거지로 삼고[4] 폭정과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는 줄거리다.
초반에는 108 마왕 중 주축이 되는 무송, 노지심, 임충, 양지 등을 중심으로 협객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중반부에는 108인의 우두머리 격이 되는 송강이 주인공이 되며, 후에는 108 호걸들이 양산박에 결집하고 조정에 대항하여 일어서는 내용이다. 개성이 뚜렷한 108명의 호걸들과 거칠지만 풍부한 어휘 등으로 옛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현재도 대중적으로 읽히고 있다. 108인 중 다수가 독립된 야담, 전설의 주인공이며[5], 말하자면 저스티스 리그나 어벤져스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요 사상은 사해(四海)는 모두 형제라고 할 수 있다. 작중 양산박 호걸 108명은 모두 의형제를 맺어 서로를 호형호제한다. 이는 본작이 논어의 안연편에서 인용한 ≪사해지내(四海之內) 개형제야(皆兄弟也)≫ 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며 흔히 이 여덟글자가 수호전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6]. 그리고 작중 등장하는 양산박의 주요 이념은 체천행도(替天行道), 충의쌍전(忠義雙全)이다. 즉,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며", "충과 의가 모두 온전하다"라는 뜻으로, 부패한 북송 조정을 개혁하고 어려운 백성을 구휼하고자 한다. 특히, 주인공인 송강을 비롯한 조정 관리, 장수 출신 인물들은 황제(휘종)가 양산박을 인정하여 조정에 귀의하고자 하며, 천하가 혼란하여 부득이하게 도적이 되어 고구를 비롯한 탐관오리를 척결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양산박은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100% 의적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물론 북송 조정은 아예 답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수호지》를 안티히어로 작품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동아시아의 주된 사상인 유교, 불교, 도교의 요소도 적잖이 반영되어 있다. 충의쌍전과 체천행도(유), 노지심과 무송(불), 공손승과 그의 스승 나진인 그리고 108성, 올안광의 태을혼천상진(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소설이 전개되는 동안 거의 죽지 않던 양산박의 호걸들이 마지막 전투인 방납의 반란 사건에서 70명 가까이 우수수 몰살되어 버리는 걸 보면[7], 충격과 공포. 이것도 소드마스터 야마토 식의 결말이라 해야 할지도. 사실 양산박이 시대와 장소를 달리한 당시 창궐하던 산적과 호걸들의 얘기들을 억지로 끌어모은 것이라서 행적을 알 수 없거나 가상의 인물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쉽게 죽어나가는 것이다.
국내에는 흔히 《삼국지》, 《초한지》 등과 묶으려고 그랬는지 《수호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의 제목은 《수호지(志)》가 아니라 《수호전(傳)》이다. 《삼국지》와 《초한지》는 왕조를 중심으로 다루기 때문에 '지'가 붙지만, 《수호전》은 인물 중심의 이야기(傳)이기 때문이다.[8] 그런데 위키에 존재하는 등장인물 문서는 대개 '○○(《수호지》)'이지 '○○(《수호전》)'이 아니다. 영문 제목으로는 《Water margin》 또는 《All men are brothers》.[9][10] 코에이에서는 《수호지》의 제목을 《Bandit Kings of Ancient China》라고 번역했다.
국내에서는 이문열이 편역을 해서 출판한 10권짜리 《이문열 평역 수호지》가 가장 많이 읽힌다. 처음 나왔을 때는 70회본이 기준이어서 6권만 나왔고 뒤에 가서야 120회본에 기초해 4권이 추가되었다. 그나마 마지막 10권은 상당 부분을 진침의 《수호후전》 요약과 작가의 양산박 기행으로 때웠다.
이문열 편역판 6권까지 편역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금성탄본>은 70회 완결로, 호걸이 모이는 부분까지다. 관군의 수차례의 침입을 물리치고[11] 이후 자발적으로[12] 북송에 귀순하고 요나라 → 전호 → 왕경 → 방랍 순으로 정벌을 나서는 부분은 <금성탄본>이 아닌 다른 판본(100회본, 120회본)을 근간으로 편역했는데, 원래 100회본은 당대 역사에 맞추어 요나라 → 방랍으로 진행되었고, 이것이 인기를 끌자 중간에 가상의 역적인 전호, 왕경을 넣었던 120회가 만들어졌다.
호걸이 모이기 전까지의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문장의 정채로움이나 사건의 짜임새가 <금성탄본>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국내에 번역된 《수호지》는 어린이용까지도 대체로 뒷부분의 이야기도 《수호지》 본편으로 쳐주어서 같이 묶어내는 듯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범위에서는 1978년에 금성출판사에서 김하중 역 《수호전》으로 나온 70회본이 최초의 완역으로 추정된다. 이 판본은 90년대까지도 금성출판사의 여러 세계문학전집에 재수록되었다. 전통적인 장회 구성에 충실하고 역자의 문장도 매우 훌륭하다. 다만 90년대 이후로는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로만 출간되어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1990년 12월에 청년사에서 연변대학의 조선족 역자들이 번역한 120회본 수호전을 《신역 수호지》라는 제목으로 7권으로 나눠 출판했다. 이 판본은 현재까지 유일하게 확인된 120회본 번역이다. 이후 2014년 7월에 홍정욱이 운영하는 올재재단에서 4권으로 편집하여 《수호지》라는 이름으로 소량 발매한 후 품절된 상태였다가 많은 독자들의 재발행 요청이 있자, 올재 셀렉션즈로 재출간했다. 이 번역은 교수신문에서 나온 '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에서 다른 번역본들이 너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추천본으로 뽑혔다.[13] 연변대학 판본은 120회본을 유일하게 장회 구성에 따라서 완역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그러나 조선족 번역이라 출판사에서 다소 수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낯선 문화어가 더러 쓰였다.[14] 그리고 제목도 《수호'지'》로 해버리는 바람에 모처럼의 완역본이라는 타이틀에 흠이 되었다.[15][16]
2012년 10월에 글항아리에서 방영학, 송도진이 번역한 김성탄의 70회 판본을 6권짜리 《수호전》으로 번역해서 나왔다. 전통적인 장회구성에 따라 완역했다.[17] 연변대학본과 같은 문화어 문제도 없다. 김성탄의 발문과 《수호전》 인물평까지 옮겼기 때문에, 이를 통해 김성탄의 《수호전》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수호전》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20회본을 기준으로 한 나머지 부분도 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
그외 팔봉 김기진의 번역(《수호후전》을 합친 164회본 기준)이 있었으며, 기타 번역들은 대부분 원문을 축약해서 번역하였다.
아마도 시내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는 100회본의 한국어 번역은 현재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고우영 《수호지》에서는 고렴을 때려잡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여기가 《수호지》 이야기의 1/3이다' 하는 식으로 뒷부분을 예견하는 대사를 이것저것 집어 넣은 걸 볼 때, 연중은 역시 의도치 않았던 것인 듯. 고우영 《수호지》의 경우 1973년부터 연재를 했지만 노준의 등장 직전, 정확히는 사진을 구하러 출발하는 장면까지 그린 직후 군사정권의 압박에 의해 중단되었다. 2000년부터 리메이크 판으로 《수호지 2000》을 연재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앞선 판보다도 이른 시점(고당주 공략 직후, 호연작 등장 직전)에서 중단되었다. 후에 자음과 모음을 통해 새로 그린 20권짜리 《수호지》가 나왔으나 결국 고우영의 사망으로 미완성이 되어버렸다.
송나라 시대의 역사서인 《송사》에 송강 등 도적의 괴수 36인이 귀순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또한 방랍이 강남에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기록이 있다.[18]
즉, 송강이 조정에 항거하다 귀순한 것과 방랍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부분만이 사실이다는 소리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실존인물로는 송강 이외 36인(이 36인도 어떠한 사람이 실존인물인지 분분하다.), 양지, 이충, 임충, 유당, 왕륜, 방랍, 여사낭, 정마왕(수호전에서는 정표), 고구, 동관, 양전, 채경, 양사성, 후몽, 장숙야, 이사사 등이 있다.
나관중이 손질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삼국지연의》에서 차용한 듯한 요소들이 많다. 주인공 송강은 유비, 오용은 제갈량, 이규는 장비, 대종과 마령은 주창과 이미지가 중복된다. 주동의 별명인 '미염공'은 관우의 별명이기도 하며, 관승은 아예 관우의 후손으로 등장하여 청룡언월도를 사용한다. 임충은 장비의 무기인 장팔사모를 사용하고, 여방과 곽성 등은 여포의 무기인 방천화극을 사용한다. 그리고 《연의》에서 나온 가상진법인 장사팔괘진이 나온다. 요나라와의 진법 싸움에서의 모습을 보면 요나라는 조인의 위군에 대비되고, 주무는 서서에 대비된다.
중국사대기서의 하나로 꼽히며, 또 다른 사대기서인 《금병매》의 모체가 되는 작품이다.[19]
젊어서는 《수호전》을 읽지 말고 나이 들어서는 《삼국지연의》를 읽지 말라고 한다. 원래는 '젊어서는 《삼국지연의》를 읽고, 나이 들어서는 《수호전》을 읽어라'라는 말이 와전된 것이지만, 《수호전》은 정의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하니 젊음 자체가 발산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고, 《삼국지연의》에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이미 삶의 연륜이 쌓인 노회한 사람들에게 불필요하니 결국 업어치나 메치나 젊어서는 시간이 충분하니 함부로 나서지 말고 때를 기다리며(《삼국지》),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새기라는(《수호전》)을 교훈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고금(古今)을 통틀어 큰 인기를 누리는 《삼국지연의》와는 달리, 《수호전》은 상대적으로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거나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다.
도적, 건달, 살인범 등 범죄자를 미화한다. 양산박 108호걸들은 환생한 마왕으로 부패한 조정과 맞서 싸운다는 스토리 때문에 완전한 악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덕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인물이 많다. 살인, 방화, 약탈은 수두룩하고, 불륜(염파석, 장문원, 반금련, 서문경, 반교운, 배여해, 가씨, 이고 등), 심지어 유아 살해, 식인 등 미풍양속에 심히 어긋나는 내용이 많다. 특히 호걸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부패한 송나라 조정의 관리들이 하는 짓과 극악하게 맞먹을 지경이다. 그래서 조선 후기에 소설이 유행하는 것을 경계하던 문인들이 항상 예시로 들곤 했던 게 《수호전》이었고 대놓고 읽는 것이 금기시 되었다.
특히, 108호걸 중 일부가 잡혀갈 경우, 무고한 민간인들조차 대량학살 당하곤 한다. 노준의가 옥에 갇혔을 때는 구하는 과정에서 그 성에 있던 민간인의 1/3이 피해를 입었다. 이 정도면 미풍양속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수호지》에서 인기 많은 캐릭터인 이규의 행적은 싸이코패스 살인마나 다름없다.[20] 작품 내내 양산박 호걸들이 "백성들을 추호도 범하지 않았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것이 블랙 코미디. 그러면서 송강이 귀순할 때 "백성들에게 누를 끼친 것이 적지 않으니 가진 재물을 나눠주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여긴 유만춘이 쓴 헤이트물 소설이 바로 탕구지다. 아예 대놓고 양산박이 악역으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요소 때문에 유교적인 영웅의 전형상에 갇혀버리기 쉬운 다른 고전소설보다 훨씬 더 '진솔한 인간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수호전》이 일종의 전근대 암흑가를 소재로 한 '무서운 이야기'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른바 '무서운 《수호전》' 이론으로, 본래는 훨씬 더 잔혹하고 비도덕적인 이야기였지만, 출판화되면서 오히려 점차 순화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범죄자 호걸들뿐 아니라 암군 송휘종도 미화되었다.
등장인물의 비중 조절에 실패했다. 양산박 108호걸 중 주연급인 활약을 보이는 인물은 천강성 36명 정도이며, 지살성 72명은 엑스트라 같은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21] 그러나 지살성인데도 천강성보다 비중이 높은 주귀, 손립, 호삼랑 같은 인물이 있어 분류 기준이 확실치가 않다. 한편 노지심, 무송처럼 초중반부에는 주연급으로 분량이 많은 인물들도 후반부 108호걸이 다 모인 이후에는 활약이 크게 줄어든다. 주동과 뇌횡, 여방과 곽성, 공왕과 정득손, 한도와 팽기 등 양산형 인물이 짝을 지어 나오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이름만 나오고 등장은 거의 없거나, 대사 한마디도 없어서 "이런 인물도 있었나?"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방랍의 난에 떼죽음을 당한다. 이러한 양산형 세트인물 중에서 둘다 살아남은 캐릭터들은 동맹과 동위 형제다.
사실 이것은 100회와 120회의 설정 구멍때문에 그렇다. 100회본에서는 방랍 토벌 때 108명만 나오지만 120회에서는 전호 토벌 때 가담한 주역급 멤버가 중간에 나오기 때문에 아예 명단에서 짜르고 대부분 왕경 토벌때 사망처리했다. 예외는 왕경 토벌이 끝난 직후에 떠나는 교도청과 마령, 동경으로 귀환하지만 방납 토벌 직전 임신을 이유로 남게 되는 경영, 임신한 경영을 돌보는 섭청이었다.
이런 단점도 있지만 여성의 비중도 제법 있고, 등장인물들의 마초스러운 성격 등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현대인에게 거부감이 들 만한 내용도 많지만 이 작품은 고전 소설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소설 전개과정에서 양산박 호걸들의 행적이 미화되기에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애초에 이들 108호걸들의 정체는 이승에서 봉인되어 있어야 할 마계의 마왕들이 풀려나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며 백성들이 착취당하는 혼란스럽고 타락한 시대에 인간으로 환생하여 활약하는 이들이라는 것이 수호전의 기본적인 전제이자 발단이다. 이 전제는 전개 과정에서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설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테마이며, 송강이 구천현녀로부터 계시를 받는 부분에서 다시금 환기된다.
이렇게 본다면 노지심, 무송 등 주인공격인 송강보다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주역 인물들의 입체적인 캐릭터성과 다른 호걸들의 선악을 오가는 행동들, 비극적인 운명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즉, 이들은 충의와 사회정의, 부패한 조정의 불의에 대한 저항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고 그들 스스로도 이를 실천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마계의 악령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비극적 족쇄를 지닌 이중적인 존재들이다. 결국 이들은 충의를 소재로 한 고전의 주인공들로서는 충격적일만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들은 민중들에게는 통쾌함과 희망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호걸들인 동시에, 혼란스럽고 부패한 시대와 사회가 남긴 모순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반면교사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양산박 호걸들이 보여주는 폭력과 정의의 입체적인 캐릭터성, 유교적 도덕에서 협객의 의, 불교와 도교의 초월 지향성에 이르는 다양한 가치의 혼재성과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오가는 소설의 테마로 인해, 수호전이 상기된 논란의 여지를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매력적인 고전이자 늘 새로이 해석되고 재조명되는 기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호전은 전근대에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반역을 선동하며 살육이 난무하는 소설로 금기시되어왔으면서 피지배계층 사이에서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읽혀지고 재창작되었고, 근대기에는 후술하듯 관료 체제에 저항하는 반봉건적인 요소로 주목받았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인명 존중, 인권 개념이 확립되어 비판적으로 읽히면서도 상술한 문학적 성취로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재창작되고 있다.
공산주의 중국 시절에는 반봉건적인 내용 때문에 정부 인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마오쩌둥도 즐겨 읽었다.하는 짓 보면 그럴만 하다 하지만 송강 등은 끝내는 황제 체제를 인정하고 봉건 질서에 영합했기 때문에 제정과 결탁하여 혁명을 망친 반동적인 인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송강이 투항한 이후 반란군을 토벌하는 대목은 《수호전》으로 인정하지 않는 쪽도 있다.
《수호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세상의 평판을 너무 중시하여 자신의 안전을 잃지 말자' 라거나 '한번 반기를 들었으면 정부나 관군을 믿지 말고 끝까지 뒤엎어야 한다' 라는 해석은 지나치게 현대적인 관점에 치우친 것이다. 물론 인간의 가치관에는 보편성도 있지만 (시대적) 특수성도 있기 마련인데 전근대의 가치관으로 쓰여진 창작물을 무작정 현대의 가치관에 끼워맞춰 해석해버리면 그 결과물은 오독일 수밖에 없다. '세상의 평판을 쫒는다'는 것은 결국 '충'이나 '의'와 같은 고전적 도덕관을 쫒는다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마 작중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수호전》의 가치관에서 충과 의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수호전》의 호걸들은 충과 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다.
물론 《수호전》의 호걸들이란 현대 기준으로 보면 흉악한 범죄단체 수괴쯤 되는 인간들이라 "범죄자들이 무슨 충과 의?"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작중에서 이미 답이 제시되어 있다. 마왕의 환생으로 산적+무법자로써 심하게는 반란군이나 다름없던 양산박은 작중 관점에서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다만 천하가 혼란스러워 뜻있는 호걸들이 어쩔 수 없이 도적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고, 이들의 목표는 <조정에 귀의하여 간신을 척결하고 천하를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이왕 칼을 뽑았으면 뒤엎으라는 이야기다" 라고 하는데, '칼을 뽑아 천하를 뒤엎는 것'은 작중 양산박 호걸들의 관점에서 반역으로써 최대의 악행인 것이다.
북송 몰락의 최대 원흉인 송휘종은 애매하게 미화되면서 실제로는 그냥 적당히 흔한 간신 중 하나였을 뿐 최악의 막장은 아니었던 고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작품의 분위기 자체가 이 때문에 나타난 것이기도 하다. 당대 사회의 기준에서 '황제의 조정에 대한 충성'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황제는 죄가 없고 황제를 어지럽히는 간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결국 작품의 가치관에서 황제의 조정에 충성하는 것은 가장 소중한 가치고,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도적으로 전락한 호걸들의 목표는 충성스러운 신하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재능을 (황제의 조정이 다스리는) 천하를 위해 쓰는 것이며, 설령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더라도 그것은 마땅히 치를 만한 대가가 되는 것. 이러한 작품 내제적 가치관을 무시하고 <칼을 뽑아든 순간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나 조정과는 화해가 불가능한 것이 당연한데, 어설프게 귀순한 것이 판단 착오> 라고 해석하는 것은 작품의 진의에 대한 해석이라기 보다는 중국 공산주의 사관에서의 비판과 같은 전형적인 현대식 2차 창작에 가깝다.[22]
《삼국지》에서의 《삼국지평화》와 비슷하게 《수호전》에도 그 프로토타입 격인 《대송선화유사》가 있다.
이 소설을 본 사람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작중 인물이 3형제나 4형제, 5형제면 무조건 둘째, 셋째, 다섯째는 무조건 공기가 된다. 덤으로 첫째와 넷째는 먼저 죽는다는 법칙이 있다. 다만 3형제면 첫째, 둘째, 셋째 순으로 죽는다. 그 예가 축씨 3걸과 완씨 삼형제.
이 소설과 《삼국지연의》를 동시에 비판한 중국의 '《쌍전》(원제 쌍전비판)'이라는 책도 있다. 저자 류짜이푸는 천안문 사태를 겪고 공산당의 탄압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지식인으로 위의 '폭력 미화'와 동시에 여성의 '기물화'를 주요 비판 소재로 삼았다.
별개로 《삼국지연의》와 비교하면 무기 고증은 《수호지》가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데, 바로 박도과 대부가 송나라 시절에 나온 무기로 주역 장수들과 엑스트라도 쓰고 있어서 무기 고증은 잘했다는 소리를 듣었던 것이다. 다만 이는 원나라 말엽에 쓰여진 소설들인 두 소설 중 상대적으로 훨씬 더 가까운 시대 배경인 수호지(북송말)가 당연히 삼국지(후한말 위진남북조초)보다 사용 무기가 고증이 알맞을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택당 이식에 의하면 허균은 수호전을 좋아해서 《수호전》의 도적 두목들의 이름으로 별명을 짓는 것을 좋아했고 《홍길동전》을 쓸 때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명나라 천계제 때 왕소휘라는 간신이 지은 《동림당점장록》이라는 책이 수호전과 연관 아닌 연관이 있다. 왕소휘는 당시 황제에게 총애받는 환관이자 권간 위충현의 당여(엄당)로서 위충현의 전횡을 비판하던 동림당과 대립하는 관계였는데, 아예 동림당의 주요 인사들에게 천강성과 지살성 호걸들의 별호를 붙여서 목록화를 해 버린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말하자면 반대 정파의 인물들을 도적떼에 빗댄 것. 동림당 인사의 다수가 결국 천계제의 무관심 아래 벌어진 위충현의 탄압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미루어 이 책이 일종의 살생부 역할도 겸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당(환관파)의 의도와는 달리 동림당은 문(文)으로 양산박에 대비되는 충의의 사대부 집단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삼총사 시리즈와 은근히 흡사한 면이 있다. 수호전 71회까지와 삼총사 본작은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수호전 72 이후 120회 대단원까지와 철가면은 주요 인물들이 연달아 죽고 마지막에는 송강과 달타냥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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