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옥賈寶玉은 대관원大觀院의 어느 곳에 편액과 대련을 지었는가?
『홍루몽紅樓夢』 제 17, 18회는 가보옥賈寶玉이 원비元妃가 친정을 방문하는 장소로 신축한 성친省親 별장 대관원大觀院을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쓴 내용이다.
가보옥은 대관원에 건축한 여러 건물의 경관에 맞는 편액과 대련을 만들어 달기 위해 대관원에 온 아버지 가정賈政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다.
이 단락의 글은 대관원 내에 각각 구미하여 놓은 경물과 건축을 화려하게 묘사하고, 또 전체 원림의 개괄과 면모를 번잡한 곳은 삭제하여 간단하게 소개하여, 번잡한 것도 있고 간단한 것도 있어, 밀도가 들쑥날쑥하여 대단히 보기 좋은 문장이다.
여기에서 가보옥이 편액에 대련을 써넣은 곳이 훗날의 대관원의 어느 지방인지에 대해서 알아본다.
첫 번째 장소는 사람이 거주하는 맞은편에 있는 가산假山 위인데, 당대 시인들이 자주 쓰던 시구인 “곡경통유처曲徑通幽處”(굽은 길로 그윽한 곳에 이르는 곳)로, 여기서부터 점입가경漸入佳境(점차 단맛이 나다는 뜻인데, 『진서晋書·고개지전顧愷之傳』에서, 고개지가 늘 사탕수수를 가느다란 가지부터 먼저 씹어 먹어서 친수들이 이유를 묻자, ‘그야 점점 갈수록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하게 되었는데, 경치나 문장의 상황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되어 가다라는 의미로 쓰임) 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장소에 남긴 제목은 가산에서 조금 북쪽에 있는 물속 위에 있는 정자인데, 편액 제목은 “심방沁芳”인데, 바로 소홍小紅과 가운賈蕓이 마주쳤던 곳이고, 보옥과 대옥黛玉이 꽃을 장례지내며, 『회진기會眞記』를 몰래 보던 곳도 여기이다.
보옥이 지은 대련은 “요제유자삼고취繞堤柳借三篙翠, 격안화분일맥향隔岸花分一脉香”(뚝 위의 푸른 버들이 물속을 물들이고, 언덕 너머에서 꽃향기가 은은히 흘러오네)에서, “삼고三篙”와 “일맥一脉”을 빌려와서, “분향分香”을 “심방沁芳” 두 자와 호응하게 하였던 것이다.
세 번째 장소에는 몇 칸의 집이 세워져 있고 대나무 숲이 울창하게 밝은 숲을 가리고 있었다. 보옥이 지은 편액 “유봉래의有鳳来儀”인데, 경물景物 봉미죽鳳尾竹은 “봉鳳”의 특징을 표시한 것으로, 또 “봉”은 친정인 가부賈府를 방문하는 원비元妃의 “성친省親”을 상징한 것이다.
대련의 제목은 “보정차한연상록寶鼎茶閑烟尙綠, 유창기파지유경幽窓棋罷指猶驚”(보정에 차를 달여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창가에서 바둑을 두는데 손가락이 아직 시리네)에서 “록綠” 자와 “경驚” 자를 취죽에 합치었다.
이 곳을 원비는 “소상관瀟湘館”이라는 이름을 하사했고, 나중에 임대옥의 거처가 되었다. 순舜임금이 남순南巡을 하다가 창오蒼梧에서 죽어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상강湘江으로 달려와,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얼룩이 되어 상비죽湘妃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소상瀟湘”이 취죽과 합한 것은, 또 임대옥이 흘릴 눈물을 암시하고 있어서, 그 말에는 두 가지에 관련이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장소는 그 일대를 누런 진흙으로 낮은 담을 쌓아, 창에는 다 벼줄기를 두르고, 수백 그루의 살구나무가 있어, 마치 불을 뿜는 저녁놀과 같고, 안에는 몇 칸의 초가집이 있는 곳이다.
문객이 “행화촌杏花村”이라는 시험문제를 만드니, 가정은 주막집에 내거는 주기酒幌를 연상시키는 깃발이 아직 없다고 했다.
보옥은 “행렴재망杏帘在望”으로 편액을 하려 했는데, 붉은 살구나무 끝에 술집 깃발이 걸려 있다라는 시의를 써서 대련을 “신창록첨완갈처新涨綠添浣葛处, 호운향호채근인好雲香護采芹人”(갈포 빨래터에는 새로 푸른 봄이 더해지고, 아름다운 구름이 님의 향채를 휘감누나)로 읊었다.
완갈浣葛은 『시경詩經·주남周南·갈담葛覃』 에 나오는 “박완아의薄浣我衣”의 시구를 써서 원비의 부덕을 칭송하고, 또 그 뜻은 나중에 이곳에 살게 되는 이환李紈과도 관련이 있어, 살구꽃을 불을 뿜는 듯 아름다운 붉은 저녁놀에 비유하였다.
채근인采芹人의 말뜻은 두 가지와 관련이 있는데, 대련을 촌의 들판 경치에 관련시키고, 또 『시경詩經·노송魯頌·반수泮水』의 “사락반수思樂泮水, 박채기근薄采其芹”의 전고에 나오는 독서인讀書人(궁궐학교는 반궁泮宫이라고도 불러, 후세 사람들은 과거에 합격한 수재를 “인반人泮” 혹은 “채근采芹”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이환의 아들 가란賈蘭을 암시함)을 가리킨 것이다.
원비는 우선 이곳을 “완갈산장浣葛山莊”이라고 이름을 하사하였는데, 보옥이 지은 시(실제는 대옥黛玉이 지음)에, “일휴춘구록一畦春非綠, 십리도화향十里稻花香”(한 뙈기 텃밭에는 부추가 무성하고, 벼 향기는 십 리나 퍼지는구나)의 구절이 있는데, 원비는 매우 마음에 들어 하며, “도향촌稻香村”으로 이름을 바꿨으니, 그 후에 이환의 거처가 되었다.
다섯 번째 장소는 나무나 꽃은 거의 없고, 다만 기이한 풀이 많이 보인다. 보옥의 편액 제목은 “형지청분衡芷清芬”이다. 족두리풀(蘅)과 구리때(芷)는 모두 향초인데, 맑고 향기로워 즉 향기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명성을 비유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부덕을 칭송하는데 사용하였다.
대련에는 “음성두구재유염吟成豆蔻才犹艳, 수족도미몽야향睡足酴醾梦也香”(두구꽃 읊는 싯귀가 아름답고, 도미꽃 시렁 아래 꿈도 향기롭구나)라고 지었다. 소녀를 비유한 두구豆蔻는여, 장래의 이 건물의 주인을 암시한 것이다.
여기에 원비는 “형무원蘅芜苑”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는데, 설보채가 거처하게 된다. 설薛도 일종의 풀이어서, 집의 이름과 역시 관련되고 어울린다.
여섯 번째 장소의 편액 제목은 “홍향록옥紅香綠玉”인데, “홍紅”은 대관원 서쪽에 있는 해당화로 그 모양이 우산처럼 퍼져 있고, 비취 가닥이 늘어져 있는 듯하고, 꽃은 붉은 모래를 토해 내는 듯하고, “록绿”은 대관원의 한 쪽에 몇 그루의 파초를 심어져 있는 모습을 가리킨 것이다.
원비는 이곳 편액의 제목을 “이홍쾌록怡紅快绿”으로 고치고 “이홍원怡紅院”이라는 이름을 하사하고, 후에 가보옥賈寶玉이 거처하게 된다. 가보옥의 전신前身은 적하궁赤瑕宮의 신영시자神瑛侍者이므로, “이홍원”과 “적하궁”을 관련지어, 다시 한 번 “대관원이 보옥과 열두 아가씨의 태허환경太虛幻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대관원의 경물은 심히 많은데, 만약에 일일이 쓴다면, 번잡할 수밖에 없고, 만약에 두리뭉실 하게 소개한다면, 또 대관원의 웅대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작자 조설근은 가보옥이 지은 대관원 건물의 제목과 대련을 빌어 세세하게 대관원 내의 여러 곳의 특징적인 경관을 묘사하여서, 사람들이 전체 원림園林의 산수와 정자와 수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료정화서蓼汀花溆”, “철면각缀锦阁”, “우향수藕香榭”와 “자릉주紫菱洲” 등의 다른 건물들은 번잡함과 간략함을 적절히 하여 간략하게 설명하였는데, 어수선하지 않고 생동감이 넘친다.
주아객래근主雅客來勤 (주인이 손님을 점잖게 대접하면 끊임없이 온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 본문]
湘雲笑道, “主雅客來勤,自然你有些警他的好處, 他才只要會你.” 寶玉道, “罷,罷! 我也不敢称雅,俗中又俗的一个俗人, 幷不愿同這些人往來.” (第三十二回)
[해석문]
“주인이 점잖게 대접하면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오빠도 자연히 그에게 좋은 데가 있으니까 오빠만 만나려고 하는 게지요.”
“그만둬, 그만 둬요. 내가 어디 우아한 데가 있어, 속물 중에서도 속물인데, 나야말로 정말 그런 인간과는 왕래하고 싶지 않다니까.”
[명언고사]
가우촌賈雨村이 가부賈府를 예방하러 오자, 가정賈政은 사람을 시켜 보옥을 소리쳐 불러 와서 만나라고 했다.
보옥은 가우촌이 온 것을 알고 마음이 대단히 편치 않았다. 그는 신발을 신으면서, 원망의 말을 했다.
“아버님이 같이 얘기 나누시면 됐지, 뭐하려고 나는 불러내려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사상운史湘雲은 부채를 부치면서 말했다. “그건 오빠가 손님 접대를 잘하니까, 대감께서 오빠를 불러내시는 거예요.”
“아버지께서가 아니고, 그분 스스로가 나를 보겠다고 말했다니까.”
“주인이 점잖게 대접하면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오빠도 자연히 그에게 좋은 데가 있으니까 오빠만 만나려고 하는 게지요.”
“그만둬, 그만 둬요. 내가 어디 우아한 데가 있어, 속물 중에서도 속물인데, 나야말로 정말 그런 인간과는 왕래하고 싶지 않다니까.”
상운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성질은 고치지 못했네요. 이제 다 컸으니까, 공부해서 거인擧人하고 진사進士 시험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해도, 마땅히 저런 높은 관직에 있는 분은 자주 만나서 벼슬길이나 경국치세에 대한 담론이나 학문을 논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교제하고 처세하는 법을 배워야 친구도 사귈 수 있잖아요. 다 큰 사람이 오빠처럼 우리 같은 아가씨들이 있는 데서만 지내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요.”
“아가씨는 다른 자매들 있는 데로 가는 게 좋겠네요. 그래야 내가 있는 여기가 아가씨의 경국치세 같은 학문으로 더럽혀지지 않을 테니까.”
홍루몽이야기
가모賈母와 가정賈政은 왜 원비元妃에게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하나?
나라에는 나라의 국법이 있고, 가정家庭에는 가정의 규정이 있다. 가부賈府는 봉건귀족으로서 상하上下와 귀천貴賤의 규정이 엄격하여 등급이 삼엄하였다.
가부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가모賈母에게 온 집안의 어른 아이가 모두 그녀를 존경하여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가정賈政은 가부 집안에서 대권을 쥔 사람이고, 또 관직에 몸담고 하고 있어, 집안에서 “혼세마왕混世魔王”인 보옥조차도 그에게는 쩔쩔매고, 왕 부인도 남편인 그의 지시를 감히 거스르지 못한다. 당연히, 그는 다만 가모에게만 무릎을 꿇는다.
원비元妃인 원춘元春을 가족의 관계에 의거해 논하자면, 가모의 장손녀이자 가정의 큰딸로 가부의 천금 같은 아가씨이니, 자연히 그녀는 가모와 가정 등의 장배長輩에게만 무릎을 꿇고, 가모나 가정은 그녀를 향해 무릎을 꿇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원춘이 현명하고 효성스럽고 재덕이 있어 궁중에 여사女史로 뽑혀서 궁궐에 들어가 황제의 사람이 된 것이다. 그 후에 그녀는 봉조궁상서鳳藻宫尙書에 임명되었다가, 현덕비賢德妃로 다시 봉해졌기 때문에, 자연히 세상 사람들과는 군신君臣 관계로 각각 갈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가모가 비록 가부의 “노조종老祖宗”으로 또 작위도 가지고 있는 부인이고, 가정은 또 원춘의 친아버지이고 조정의 관리이지만, 원춘 면전에서는 여전히 군신의 예를 갖춰야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춘이 귀비의 신분으로 친정 나들이를 왔을 때에, 가모와 가정 등 집안사람들도 그녀에게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려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모의 거처에 온 원춘이 집안의 예절에 따라 예를 올리려 했지만, 군신이라는 명분 때문에, 가모와 식구들은 황급히 무릎 꿇으며 멈추게 하였던 것이다. 원춘은 슬픔을 참으며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예전에는 식구들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저를 보내시더니, 어렵게 오늘에서야 집에 돌아와 어른들을 한번 뵙게 되었지만,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도리어 울고 있습니다. 곧 저는 돌아가야 하는데, 언제 다시 또 올지 모르겠습니다!”
원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였다. 귀비貴妃가 된 원춘을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해 마지않았지만, 그녀의 심정은 도리어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부귀하고 호화스런 황실의 기상도 그녀가 느끼는 부자유不自由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천륜을 향한 혈육 간의 정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그저 가부를 위해 희생한 것일 뿐이어서, 설사 일시적으로는 품격이 있었지만 연기나 구름처럼 금방 사라져 버리고, 끝내는 호랑이해와 토끼해가 만나는 시점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봉건사회에서는, 많은 고관과 귀인들이 자신들의 벼슬길을 평탄하게 하기 위하여, 또 권세 있는 사람에게 아첨하여 달라붙기 위하여, 황제와 혼인하여 황실의 친척이 되려고 했는데, 친딸을 노름 밑천으로 하여, 식구들을 만날 수 없는 황궁으로 들여보내는 것을 애석해 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비의 친정나들이 성친省親은 아주 짧은 몇 시간에 불과했으나, 축시삼각丑時三刻(축시는 새벽 1시-3시이고, 일각一刻은 15분이므로 삼각은 45분인데, 즉 적어도 새벽 3시 45분까지는 궁궐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까지는 성친을 마치고 궁궐로 돌아가야 하는 황실의 규정을 어길 수가 없어, 혈육의정을은 단절되고 군신의 관계만 남게 되었다.
이때의 이별은 결국은 사별이 되었는데, 원비는 두 눈 가득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며 대궐로 돌아갔다.
봉건예의에서는 효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었지만, 황실과 신하라는 신분때문에 인간의 본성을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으니, 원비와 가부의 관계가 그 한 예이다. 가부에서는 잠시이지만 어가御駕가 머무를 장소로 집안에 별채까지 건축했지만, 결국은 얼마 뒤에 원비는 더 이상 골육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찰언관색察言觀色 (사람의 말투와 안색을 살펴 그의 심중을 헤아리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 본문]
一時寶釵取了衣服回來, 只見寶玉在王夫人旁邊坐着垂泪. 王夫人正才說他, 因寶釵來了, 却掩了口不說了. 寶釵見此光景, 察言觀色, 早知覺了八分, 于是將衣服交割明白. (第 三十二回)
[해석문]
잠시 후 보채가 옷을 가지고 돌아오자, 보옥이 왕부인 곁에 앉아 눈물를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왕부인은 그에게 말을 하고 있다가, 보채가 오는 것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보채는 그 광경과 안색을 살피고 대강은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그래서 옷을 건네주고 돌아갔다. (제 32회)
[명언고사]
금천아金川兒는 왕부인王夫人의 방에 있는 큰 시녀이다. 어느 날 왕부인이 낮잠을 자는데, 금천아는 옆에 앉아서 그녀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보옥이 그녀에게 농담을 하자, 금천아도 몇 마디 농담을 했는데, 잠자는 체 하고 있던 왕부인은 듣고 있다가 벌떡 몸을 일으켜서 그녀의 얼굴을 향해서 주둥이를 한 대 갈기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창부년 같으니라구! 잘 있는 도련님을 니가 다 망쳐놨구나!”라고 말하며 그녀를 가부에서 쫓아냈다.
금천아 온갖 방법으로 간절히 애원했으나, 왕부인이 집요하게 받아주지 않자, 금천아는 그만 우물에 뛰어들어 자진하고 말았다.
보채가 왕부인 거처에 와보니 사방이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왕부인이 혼자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보채가 곁에 앉자, 왕부인은 곧 그 일을 얘기해 주었다.
보채는 왕부인에게, “제가 보기에는, 걔는 울컥해서 우물에 투신한 것이 아니고, 대략 우물 앞에서 놀다가 실족하여 떨어진 것일 거예요”라고 위로의 말을 했다.
왕부인이 또 금천아에게 옷 두 벌을 만들어서 주어야겠다고 말하자, 보채가 얼른 이렇게 말했다.
“제게 전에 지어둔 옷이 두 벌이 있는데, 걔한테 주면 되겠네요. 더구나 그녀는 살아 있을 때 제가 입던 옷을 입은 적이 있어서, 칫수도 거의 비슷해요.”
보채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켜 나갔다. 잠시 후 보채가 옷을 가지고 돌아오자, 보옥이 왕부인 곁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왕부인은 보옥에게 말을 하고 있다가, 보채가 오는 것을 보고 그만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보채는 그 광경과 안색을 살피고 대강은 알아차릴 수 있었는데, 그래서 옷을 건네주고 돌아갔다.
홍루몽에 나오는 명언
금선탈량金蟬脫亮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도망치다)
[명언이 나오는 『홍루몽』 본문]
寶釵在外面聽見這話, 心中吃驚, 想道:“..... 今兒我聽了他的短兒, 一時人急造反, 狗急跳墻,不但生事,而且亞還沒趣。如今便赶着躱了,料也躱不及, 少不得要使个金蟬脫亮的法子。” (第 二十七回)
[해석문]
밖에서 하는 말을 듣고 놀란 보채寶釵는 생각했다. “....... 지금 내가 그의 은밀한 약점이 되는 말을 들은 것을 알게 되면, 마치 다급한 개가 담장을 뛰어넘듯이 어느 순간에 배신하여 무슨 사단을 만들지도 모르니, 내게도 이롭지 않을 게야. 지금 서둘러서 숨을래야 숨을 곳도 없게 되었으니, 금선탈량金蟬脫亮(매미가 허물을 벗다/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도망치다)의 방법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제 27회)
[명언고사]
보채는 대관원大觀院에서 호랑나비를 잡으려다가 공교롭게도 적취정滴翠亭 안에서 누군가 재잘재잘하며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원래 하녀 홍옥紅玉과 견아堅兒가 그 안에서 소곤대고 있었던 것이다.
소홍小紅은 보옥寶玉 처소에 있는 하녀인데, 생김새는 맵시 있고 조용해 보이는 아이이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홍옥인데, “옥” 자가 보옥과 대옥黛玉의 이름과 같으므로, 소홍으로 고친 것이다.
그녀의 아비 임지효林之孝는 가부賈府의 하인으로, 각 곳에 있는 농토와 집을 관리하는 사무를 맡고 있다.
소홍은 그날 손수건을 잃어버렸는데, 공교롭게도 가운賈蕓이 줏었던 것이다. 가운은 어린 하녀 견아에게서 손수건이 소홍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소홍에게 잘 보이려고 견아에게 손수건을 소홍에게 주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이때 그때 정자에서 그 일을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그들의 말을 우연히 듣게 된 보채는 두 사람이 창문을 열려고 하자, 대단히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예나 지금이나 고약하고 간교한 짓을 하는 이런 사람들의 심보는 매한가지 인가보다. 이제 창문을 열고서 여기 있는 나를 보게 되면, 그녀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방금 전의 말투는 보옥의 처소에 있는 소홍인 것 같다. 걔는 평소에 대담하고 하는 짓이 남달리 간사하고 괴팍한 계집애이지. 지금 내가 그의 은밀한 약점이 되는 말을 들은 것을 알게 되면, 마치 다급한 개가 담장을 뛰어넘듯이 어느 순간에 배신하여 무슨 사단을 만들지도 모르니, 내게도 이롭지 않을 게야. 지금 서둘러서 숨을래야 숨을 곳도 없게 되었으니, 금선탈량金蟬脫亮하는 방법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아직 생각을 다 마치기도 전에 “삐걱”하는 소리가 들리자, 보채는 곧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대옥을 찾는 척하며 웃으면서 “빈아顰兒, 너 어디 숨었니? 내가 찾을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일부러 들어가서 찾는 척하며 입으로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저 산 동굴 속으로 들어갔나 보다. 뱀이라도 만나 콱 물려도 몰라!” 그렇게 말하면서 그곳을 떠났다. [출처] |작성자 중국 문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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